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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플레이야인터뷰 Jerry.K - 'TRUE SELF' 인터뷰 with 김봉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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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ry.K - 'TRUE SELF' 인터뷰 with 김봉현

 힙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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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669 2012-12-20 15:54:14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정규 2집 'TRUE SELF'를 가지고 돌아온 제리케이(Jerry.K | http://jerrykmusic.com)를/… 대중음악 평론가 김봉현( | http://kbhman.com)이/…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제리케이는 팟캐스트 라디오 방송 "김봉현의 힙합초대석"의 1회 게스트로 출연하여 자신의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으며, 본 인터뷰는 팟캐스트 방송의 일부 내용과 몇 일 후에 진행된 추가 인터뷰 대화를 통하여 완성되었다.




김봉현(이하 ‘김’): 먼저 앨범 제목에 대한 질문이다.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앨범은 많다. 나는 지금까지 수없이 그런 앨범을 보아왔고 [Myself]나 [Me, Myself and I], [Alter Ego]같은 앨범 타이틀을 많이 보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그런 앨범 타이틀은 일견 성의 없어 보이고 이제 좀 식상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면에서 이번 앨범의 타이틀인 [Trueself]에 대해 이야기해준다면?

제리케이(이하 ‘제’): ‘나에 대해 이야기할 거니까 이런 앨범 제목으로 가야지’라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한창 팟캐스트를 열심히 듣던 시즌이 있었는데 그 때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를 열심히 들었다. 거기서 심리학 용어로 ‘Trueself'라는 단어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자기 안의 여러 모습 중에서 진짜 모습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그걸 듣는 순간 바로 앨범 타이틀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유의 비슷한 제목은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이걸 제목으로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김: 풀렝쓰-앨범에 대한 뮤지션들의 생각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단순한 작업물 모음집이라고 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교한 흐름과 배치를 완성해야만 비로소 하나의 앨범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번 앨범은 어떠한 의도와 기획으로 탄생한 것인가?

제: 일단 수록곡 중에는 1년 이상 된 곡도 있다. ‘Victorious’의 1절은 회사 다닐 때 쓴 것이다. 처음부터 ‘이 앨범은 이런 콘셉트로 갈 거야’라고 생각한 건 아니고 일단 곡을 많이 모아놓았다. 그 후 [Trueself]라는 콘셉트에 맞는 곡을 추렸다. 콘셉트에 안 맞거나 좀 아쉬운 곡은 다 믹스테잎에 싣거나 싱글로 발표했다.

김: 그렇게 믹스테잎에 실은 곡으로는 무엇이 있나?

제: 주로 야한노래 같은 것들(웃음).

김: 내 생각엔 그게 제리케이의 진짜 모습인 것 같은데.

제: 그 말을 듣고 보니 넣을 걸 그랬다.

김: 가장 중요한 걸 빠뜨렸다. 앨범의 치명적인 오류다.

제: 아쉽다.

김: 그런데 어떤 곡이든 사실 ‘자신’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다. 내 생각엔 가져다 붙이기 나름인 것 같은데, [Trueself]라는 콘셉트에 맞고 안 맞고와 관련한 자신의 기준이 있었다면?

제: 완성도였다. 비트, 가사, 랩의 완성도 다 포함해서 말이다. 믹스테잎의 ‘각성’, ‘The One and Only'같은 곡은 완성도가 아쉬워서 정규앨범에서 뺀 것이다. 완성도 때문에 아직 하드에 잠자고 있는 곡들도 있다.

김: 앨범 타이틀이 타이틀인 만큼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다. 이것은 어쩌면 언더그라운드의 태도와 관련 있는 질문일 수도 있는데, 작업할 때 ‘내 이야기를 난 하겠으니 마음에 들면 듣고 아니면 말아라’라는 식의 태도로 작업한 것인가?

제: 그렇다.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 나로서는 그렇다. 그게 아니면 난 가사를 쓰지 못한다.

김: 그런데 뮤지션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경우 무언가 ‘다큐’처럼 다가오는 경우가 많아서, 그 ‘팩트’를 흡수한 후에는 즐겨듣게 되는 포인트를 발견하지 못할 때가 있다. 다행히 이번 앨범에 대한 반응을 보면 공감한다, 감동했다. 롤모델이다, 등등의 좋은 반응이 있는 것 같은데.

제: 공감을 자아내기 위해 무엇을 일부러 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냥 내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멋있게 해내면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앨범 작업을 하면서 이건 너무 내 이야기라 듣는 사람들이 공감을 잘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해봤다. 그런데 듣는 분들이 내 이야기는 그냥 소재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노래의 주제를 따로 받아들이더라. 사실 한국힙합 소비층이 좀 어리다 보니까 어린 친구들이 이번 앨범을 받아들이기 좀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동년배는 동년배대로 받아들이고, 어린 친구들은 또 자신의 상황과 시기에 맞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느꼈다.

김: 어린 여성분들이 ‘You’re Not A Lady’를 들으면서 ‘나도 이런 여자가 되어야지’라는 트윗을 본 적이 있다.

제: 그런 반응을 보고 기분이 좋았다. 그 곡을 듣고 그런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여성 엠씨들에게 ‘You're Not A Gentleman'을 만들어보겠다는 제안도 받았다. 기회를 보고 있다.




김: 윤종신은 이별 가사를 쓸 때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도 하지만 때로는 그럴 듯한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한다고 했다. 이번 앨범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것에는 무엇이 있나?

제: ‘처음엔 다 그래’같은 경우 디테일한 소재는 내 경험이 아닌 것이 있다. 친구가 좋은 여자를 만났다며 들떠 있는 것을 본 건 내 경험이 맞지만 구체적인 소재는 다른 곳에서 듣거나 지어낸 것이 많다. ‘Who Killed’Em’ 역시 소재 자체는 뉴스를 직접 검색해 기사를 찾아보고 쓴 것이지만 구체적인 가사 내용은 상상을 가미했다.

김: 에서도 이야기한 내용이지만 ‘Dust 2 Dust' 관련해 소울컴퍼니의 마지막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 달라.

제: 마지막 베스트 앨범을 만들 때 사실 많은 멤버들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었다. 적어도 난 그렇게 느꼈다. 그런데 난 오로지 소울컴퍼니만 생각했다.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모두가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가면 갈수록 그렇지 않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되게 힘들었다. ‘Nobody But Me’의 가사도 이런 맥락에서 쓴 것이다. 끝까지 책임진 게 나라고 말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잘 마무리를 했고 그래서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있다. 이제 와서 보면 소울컴퍼니의 해체는 정말 잘한 결정이라고 본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중에 멋없이 패망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다. 겉으로 보이는 거랑은 좀 달랐다.

김: 위나라였다가 까딱하면 엄백호군으로 망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이야기만 듣기로는 가장 멋질 때 해체해서 다행이다. 그리고 에서 많이 못한 이야기가 참여 프로듀서들에 대한 것이다. 일단 프리마비스타(Prima Vista)가 가장 많은 참여를 했다.

제: 프리마비스타는 나와 가장 친한 뮤지션이다. 지금은 현역으로 군대에 가 있다. 양양에 있다고 한다.

김: 양양은 삼국지 맵에서 24번 아닌가? 신야가 23번이고.

제: ...아무튼 중국은 확실히 아니다. 프리마비스타는 네이트온에 24시간 늘 있다. 집 밖에 잘 안 나가고 집에서 작업하고 음악 듣고 일본드라마 보고 이런 스타일이다. 프리마비스타에게 가장 많은 비트를 받다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것이 가장 많이 나왔고 앨범에도 가장 많은 곡을 싣게 되었다. 특히 이번 앨범의 사운드 콘셉트와 맞는 비트가 많았다.

김: 그 사운드 콘셉트란 무엇인가?

제: 샘플링 위주이되 밴드로 구현이 가능한. 믹스테잎을 발표했을 때 좋은 평가를 받았던 곡들이 이런 곡들이었다. 프리마비스타의 비트 중에 그런 것이 많았다.

김: 쇼케이스는 이번 제이콜(J. Cole)의 락더벨스(Rock the Bells) 무대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적 있는데, 앨범의 사운드 콘셉트는 이미 그 전부터 생각해왔다는 이야기인가?

제: 그렇다. 일단 내가 루츠(The Roots)를 워낙 좋아한다. 그러다가 제이콜의 무대를 보고 ‘이거다’한 것이다. 또 제이키드먼(Jay Kidman)의 경우, 일면식도 없었지만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연락을 해서 비트를 몇 개 받았고 그 중에 하나를 골랐다. 사실 결과적으로 제이키드먼의 비트는 ‘증명’으로 완성되었지만 원래 ‘증명’의 비트에는 ‘Who Killed’Em’의 가사를 썼었다. 그런데 ‘Who Killed’Em’ 가사를 쓰기에는 ‘증명’의 비트가 너무 신났다. 마침 프리마비스타가 새로운 비트를 보내줬고 그 비트에 ‘Who Killed’Em’의 가사를 입혀 완성한 곡이 ‘Who Killed’Em’이다. 지슬로(G-Slow)같은 경우는 일단 그 친구가 자기 앨범을 준비 중이다. 그 친구네 가서 이것저것 비트를 들어보고 있는데 ‘이건 앨범에 넣으려다 말았어요’라면서 들려준 비트가 ‘Dreamer'다. 듣자마자 바로 내가 쓰겠다고 했다. 그 곡에 그럴듯한 기타 반주가 나오는데 그게 실제로 연주한 게 아니라 시퀀싱으로 다 찍어서 기타의 손맛까지 다 구현해놓은 것이다.

김: 에서 힙합의 멋을 모르고 음악을 했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연장선에서 질문하자면, ‘다내꺼’를 가리켜 ‘힙합을 깊게 들은 분들이 좋아할만한 곡’이라고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제: 보통 사람들이 ‘힙합은 왜 그렇게 자기자랑을 많이 해’라거나 ‘왜 그렇게 말장난을 해’라는 식으로 말을 하지 않나. 이런 것들을 내가 잘 모르고 음악을 했던 것 같다. 자기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고 그 멋을 표현하는 것이 힙합에서 멋있는 것이라고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표현방식 중에서 워드플레이(word play)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힙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다내꺼’를 들으면 대체 뭔 소릴 하고 싶은지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힙합의 이러한 면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곡을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김: ‘다내꺼’의 소제목이 ‘The Winner'인데 이걸 보고 제이지(Jay-Z)의 ’Roc Boys (And The Winner Is...)‘가 떠오르기도 했다. ’Fight Music‘은 제목이 인상적이다. ’무슨무슨 뮤직‘같은 이런 식의 제목 짓기가 힙합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미국힙합에도 이런 제목이 많지 않나. 알앤비에도 'Baby Makin' Music'이라는 노래도 있고. 즉 노래의 주제나 의도를 아예 대놓고 제목에 드러내버리는 방식 말이다. 우리 식으로 하면 ’사랑 노래‘같은 제목들.

제: 느낌이 좋았다. ‘무슨무슨 뮤직’같은 제목의 어감이 좋았다. ‘Fight for Your Life'나 ’주먹‘같은 제목보다는 지금 제목이 느낌이 더 살았던 것 같다. 인생과 싸우고 싶을 때 들으면 좋은 음악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김: ‘We All Made Us'에서 팔로알토(Paloalto)의 랩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다.

제: 먼저 가이드를 받아서 들어본 뒤 정식 녹음 버전을 받아서 수록한 것이다. 가이드를 듣자마자 난 ‘우오’ 이랬다. 달라진 스타일이 좀 낯설긴 했지만 난 좋았다. 그 벌스를 가지고 안 좋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뭐 어쩔 수 없다.

김: 개인적으로 팔로알토의 가사 중 ‘내가 하는 일은 여러 개라 정신없지/ HI-LITE 우리 팀원 중엔 병신 없지’ 부분이 인상 깊었다. 어떤 의미에서 올해 최고의 펀치라인이 아닐까 생각한다(웃음).

제: 나 역시 팔로알토의 랩을 듣고 이거 간만에 파워힙합이 좀 느껴지는데 싶었다(웃음). 사실 팔로알토가 이제는 좀 그런 파워힙합 같은 가사는 어린 친구들이 하는 게 더 멋지다고 생각하는 걸로 알고 있고 그런 의미에서 [전야제]같은 앨범도 낸 걸로 안다. 그런데 좀 빡치는 게 생겨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그런 가사를 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격앙된 톤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김: ‘You’re Not A Lady’의 멜로디는 자이언티(Zion T) 본인이 만든 것인가?

제: 그렇다. 이 곡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사실 자이언티 외에 다른 보컬리스트가 한명 더 참여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사정에 의해 그 분은 빠졌다. 처음에 그 두 명에게 이런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멜로디 가이드라인을 보내준 적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그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곡이 완성되었다. 처음에 내가 생각했던 멜로디 스타일로 갔다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다(웃음). 자이언티는 녹음실에 와서 즉석으로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만드는 스타일이다. 그게 다 하루 만에 끝이 났다. 단 중간 브릿지 부분은 다른 날에 한 번 더 와서 작업하고 갔다. 되게 신기한 타입이다. 그냥 ‘음~ 음~’ 거리면 멜로디가 나온다. 난 원래 그렇게 준비 없이 작업하러 오는 걸 싫어하는데 자이언티는 그래도 된다는 걸 느꼈다.

김: 준비해놓고 안 준비한 척하는 게 아닐까? 이미 1번부터 10번까지 머릿속에 다 있는데 연기한다고 생각은 안 해봤나?

제: 좋은 음모론이다. 한번 제기해보겠다.

김: 물론 농담이다. ‘You’re Not A Lady’의 멜로디를 제외하고는 앨범에 들어간 멜로디를 모두 직접 만들었다고 들었다. ‘Martini Talk'도 물론이고. ‘Martini Talk'는 직접 프로듀싱하기도 했다. 그런데 프로듀싱 자체는 예전부터 해왔지만 이런 스타일의 노래는 잘 만들지 않았다는 느낌인데.

제: 그렇다. 감성이 좀 돋았던 날 만들었던 것 같다(웃음). 어찌 보면 우연히 발견한 사운드이기도 하다. 악기를 만지작거리다 우연히 이런 사운드를 발견했고 그 후로는 작업이 순조롭게 풀렸다.

김: ‘Martini Talk'의 후렴이 지닌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

제: 곡의 기본 콘셉트는 바에 혼자 가서 거기에 있는 삶에 지친 한 여성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 여성의 괴로워하는 눈빛이 다 보이고 그러면서도 그걸 이겨내고 싶어 하는 그런 표정이 나는 다 보인다, 뭐 이런 의미다. 그리고 지금 당신의 모습이 어쩌면 당신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또한 그 여성이 나 자신일 수도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나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는 곡이랄까.

김: 이 곡을 듣고 드레이크(Drake)가 떠올랐다. 그런데 이런 스타일이 한편에서는 비판받기도 한다. ‘게이힙합’이라는 소리도 있고(웃음). 최근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미국 대선이 오바마의 승리로 결정되었을 때 돌던 한 트윗이었다. 대략 ‘Mitt Romney is probably listening to drake right now.’라는 내용이었는데 일단 웃기기도 웃기지만 미국에서 드레이크의 음악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단편적으로나마 알 수 있기도 했다. 이런 것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제: 나는 드레이크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이런 스타일이 나온 덕분에 힙합이 할 수 있는 감성이 더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생각과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로서 봐야하지 않을까.

김: 커먼(Common)과 드레이크의 비프도 있었다. 그 비프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드레이크의 인-하우스 프로듀서 격인 보이원다(Boi-1da)의 반응이었다. 보이원다가 커먼에게 “당신도 90년대 후반에 발표한 [One Day It'll All Make Sense]에 수록된 몇몇 곡으로 ‘힙합이 아니다’, ‘힙합을 더럽혔다’ 등등 지금 드레이크가 욕먹는 것과 비슷한 욕을 먹지 않았느냐. 그런데 그 당사자가 이제 와서 드레이크를 똑같은 맥락에서 공격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뭐 이런 식의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 일단 난 그 비프를 재미있게 봤다. 커먼도 이해가 갔고 그 반대 반응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전자 입장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시상식에서 좀 어정쩡하게 화해한 건 좀 별로였다. 마지막이 흐지부지된 느낌이랄까. 그래도 커먼은 좋아한다(웃음).

김: 커먼도 옳고 드레이크도 옳고 사람들 말도 옳고..마치 황희 정승 같다. 그러면 이제 ‘월요병’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김박첼라의 곡이다.

제: 가사를 쓰고 이건 김박첼라 형한테 곡을 부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첼라 형은 곡을 미리 만들어놓지 않고 같이 만들어가는 스타일이라 곡을 함께 만들어갔다. 기대대로 내가 원하던 느낌을 잘 구현해주었다.

김: 이 곡을 타이틀로 한 것에 만족하나?

제: 일단 만족이 더 크다. 반면 에서 말했듯 내 또래들이 더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월요병’을 타이틀로 한 건데, 정작 또래들이 이 곡의 가사를 피로하게 느껴서 잘 듣지 못하겠다는 부분도 있다는 걸 듣고 아차 싶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앨범의 색을 유지하면서 완성도나 대중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곡으로 ‘월요병’만한 곡이 없다는 생각이다.




김: 혼자 레이블 운영을 하고 있다. 특히 해외 팬을 염두에 두고 가사나 앨범소개 글을 영문으로도 첨부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직접 쓰는 건가? 최초인 것도 같은데.

제: 영문번역을 도와주는 친구가 있다. 혼자서 한국힙합을 소개하는 영문 블로그를 운영하는 분이다. 최초라고 하기에는 좀 불확실하지만 아마 전곡 가사를 영문으로 동시에 띄운 건 최초일 것이다.

김: 우리끼리 최초라고 하자.

제: 좋다. 나는 그게 되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나는 힙합엘이( | http://hiphople.com)를/… 보면서 미국힙합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 사람들이 내 음악을 더 잘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많지는 않지만 종종 해외 팬들이 나에게 멘션을 보내온다. 그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싶었다.

김: 갑자기 떠오른 생각인데, 노벨문학상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수상자가 나오지 않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한국어의 맛을 온전히 살리면서 영문으로 번역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글 가사를 영문으로 번역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점이 중요할 듯한데.

제: 일단 내가 영어실력이 충분하다면 직접 했겠지만 그럴 만큼의 능력도 시간도 안 되다 보니 다른 분에게 맡기게 됐다. 그리고 완성된 번역문이 내 가사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의도한 뉘앙스가 100% 완벽하게 담기진 못했구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한다. 그렇지만 지금 힙합엘이의 번역도 그런 뉘앙스를 100% 완벽하게 살리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라고 본다.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거니 지금은 일단 시도만으로 타협한 것이다. 당연히 번역이 나쁘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웃음). 그리고 실제로 번역된 걸 보면서 내가 조금 고친 부분도 있다.

김: ‘Nobody But Me'에 ’꼬맹이들의 놀이가 돼버린 이 판에‘라는 구절이 나온다. 더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면?

제: 나이나 외모의 차원이 아니라 힙합적인 감성의 깊이에 대한 문제라고 할까?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랩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 단지 인기를 끌고 연예인 놀이를 하고 싶어서 랩을 하는 친구들도 많고. 되게 꼬맹이 같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전혀 멋있지 않다. 그런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김: ‘정신적인 꼬맹이’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말처럼 들린다.

제: 그렇다. ‘Childish Ego'(웃음).




김: ‘You’re Not A Lady’에 나온 ‘애매하게 적어놓은 대화명’의 적절한 예로는 무엇이 있나?

제: ‘오늘 내 마음 맑음’이나 ‘다시 시작’, ‘봄 again' 이런 거 있지 않나(웃음). 내가 경험한 바는 아닌데 아는 사람이 그런 것 때문에 헷갈려죽겠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김: 소위 ‘얼빠’라고 불리는 팬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제: 소리헤다 표현으로는 그런 분들에게 한국힙합 뮤지션들은 ‘만질 수 있는 빅뱅’같은 존재라고 하더라. 일단 나에게는 그런 팬들이 별로 없어서 깊은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심한 분들은 극성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꼭 그렇게 구분 지을 필요가 있는가도 싶다. 음악을 좋아해서 팬이 되었든 얼굴이 잘 생겨서 팬이 되었든 어떤 경로로든 팬이 되어서 음악도 들어보고 그 뮤지션에 대해 더 다양하고 깊이 있게 알아가게 된다면 그 걸로도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물론 음악을 듣고 팬이 된 사람과 얼굴을 보고 팬이 된 사람 사이에 음악을 듣는 깊이랄까, 그런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굳이 나쁘게 바라보는 편은 아니다. 나한테 그런 사람들이 없어서인가(웃음).

김: 트위터에 ‘제리케이의 롤모델은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이 있었다.

제: 롤모델까지는 아니지만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같은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 그가 지닌 위치나 영향력이 다른 뮤지션들보다 좀 독특하지 않나.

김: ‘제리케이처럼 귀여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도 있었다.

제: ‘제가 왜 귀엽죠?’라는 답을 드리고 싶다(웃음).

김: 동감이다. ‘마왕님은 사랑입니다’라는 멘션도 있었다. 왜죠?

제: 글쎄. 일단 난 단 한 번도 내 스스로 나를 가리켜 마왕이라고 칭한 적이 없다(웃음). 내가 마왕이기 때문에 [마왕]이라는 앨범을 낸 게 아닌데.

김: 마왕처럼 악한 존재라고 생각해서 한 말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2012년 올해의 한국힙합 싱글’ 하나를 꼽는다면?

제: ‘씨스루’다. 듣는 순간 완전히 매료됐다.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것도 가지고 있으면서 마니아들이 봐도 흠잡을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빈지노의 ‘아쿠아맨’도 좋았고 팔로알토&이보의 ‘서울’도 좋았다.


Photo by Boobagraphy

[관련기사] [FROM ARTIST]힙합뮤지션이 말하는 Jerry.K 『 TRUE SELF』 | /magazine/10030 제리케이, '우성인자2' 무료 배포 | /magazine/9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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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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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 김봉현의 힙합초대석]



1회: [Trueself]를 발표한 Jerry.K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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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김봉현, 기린 초대: Jerry.K 편집: 김봉현



4 Comments 김동혁

2012-12-20 18:45:25

잘 읽었습니다.제리케이 김봉현님 사랑해요~ㅋㅋ

이강준

2012-12-20 20:35:33

잘 봤습니다. 마왕 최고!

김일겸

2012-12-21 09:29:07

앨범을 진짜로 제대로 들었어야만 할 수 있는 디테일한 질문...! 재밌게 읽었습니다!+_+

김진혁

2013-05-23 00:53:00

제리케이는 진짜 최고라고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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