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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플레이야인터뷰 한해 '장르와 음악의 가치는 무관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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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장르와 음악의 가치는 무관한 것'

 힙플

4

 29543 2015-02-09 20:05:49


HIPHOPPLAYA (이하 힙플) : 앨범 내고, 근황이 어떤가

한해 (이하 한) : 글쎄, 그냥 앨범 내고, 인터뷰도 하고, 이런 거 저런 거 하고 있다.


힙플 : 인터뷰 자료가 상당히 많더라

한 : 많이 했다. 근데, 대부분이 언론사 인터뷰여서.. 힙합매체 인터뷰는 처음이다.


힙플 : 앨범 [365]를 발표했다. 간략한 앨범 소개 부탁한다.

한 : 말 그대로 365일, 일년이다. 내 이름이 한해다 보니까 연관성 때문에 그렇게 짓기도 했고, 앨범의 이야기들이 1년동안 있었던 내 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힙플 : 팬텀(Phantom)이라는 팀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솔로 앨범 준비는 언제부터 어떻게 준비 했나?

한 : 지금 팀 활동을 시작한지 햇수로 3년 정도 됐다. 근데 팀이라는 게 사실 쉬운 것만은 아니다. 서로가 각자의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분명히 개인 작업에 대한 갈증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것들을 백 프로 하지는 못한다. 아무래도 팀에 양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나 역시도 팀원으로서 조화를 일 순위로 생각하기 때문에 내 의견을 곧이곧대로 고집하지는 않는 편이다. 형들이 하고 싶은 것들에 맞춰줬다는 건 표현이 좀 웃기지만, 어쨌든 팬텀의 음악에는 그런 맥락이 있다. 그리고, 그러다 보니까 내 안에서 갈증들이 생기더라, 그래서 형들에게 말씀 드리고 틈틈이 솔로 작업을 했다. 형들도 내가 어떤 부분에 스트레스를 받고, 갈증이 있는지 아니까 흔쾌히 허락을 해줬다. 솔로 앨범은 팀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틈틈이 작업을 했고, 그 결과물들이 이제 나오게 된 거다.


힙플 : 작업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한 : 작업기간도 딱 1년 걸렸다.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만든 게 아니고, 그냥 1년동안 틈틈이 작업을 하다가 이제 됐다 싶어서 낸 앨범이다.


힙플 : 팬텀 멤버들의 연령대가 70~90년대생 까지 세 세대를 아우른다. 팀 내의 음악적인 세대차이는 없나 아무래도, 공통분모를 찾기 어려웠을 것 같다.

한 : 맞다. 그 공통분모를 찾기가 힘들어서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힙합음악도 좋아하지만 팝도 좋아한다. 난 음악적인 편견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오히려 팝 음악만 하다 보니까 욕구가 한쪽으로 쌓이더라. 어찌됐건 내가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식의 모습을 팀에서는 보여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멤버들이 세대뿐만 아니라 문화권도 다르다. 키켄형은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일본 문화권의 사람이고, 산체스형은 뉴질랜드 사람이기 때문에.. (웃음)


힙플 : (웃음) 커뮤니케이션에 문제는 없나

한 : 물론, 커뮤니케이션도 잘되고 재미있는 형들이기 때문에 노는 것도 잘 논다. 하지만, 음악적인 공감은 힘든 부분들이 있다.


힙플 : 솔로앨범을 팀 색깔이랑 거리를 둔 만큼, 팬텀에서의 대중가수 이미지가 솔로앨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반갑지는 않을 것 같다.

한 : 많이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사실, 힙합을 좋아하는 팬들은 나한테 관심이 없었다. 사실 내가 벅와일즈(Buck Wilds)라는 크루도 하고 있고, 두메인(Do’Main)도 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결과물을 낸 것이 없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하다고도 생각한다.


힙플 : 이번 앨범을 발매하면서 힙합 팬들의 반응이 궁금했다고 했다. 앨범이 나오고 반응은 좀 살펴봤나

한 : 뭐 주변 뮤지션들의 피드백은 있었는데 냉정하게 봤을 때, 아직까지는 크게 관심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근데 어차피 이제 한 발짝 나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급하진 않다. 그리고 좀 유치하지만 (웃음) 나는 내가 ‘이 사람들한테 인정을 받아야겠다’ 혹은 ‘인정받는 음악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한번도 음악을 한 적이 없다. 그러니까 그 말은 힙합 좋아하는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까 말 그대로 그냥 궁금했던 거다. 근데 역시나 그런 피드백은 많이 없더군 (웃음) 궁금해서 커뮤니티들을 다 들어가봤었다.


힙플 : 사실 커뮤니티 피드백은 굳이 메이져씬에 있는 랩퍼가 아니더라도 많이 약해졌다. 리뷰라고 해도 사실 스트리밍 사이트나 SNS상에서 가볍게 소화되는 정도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은데

한 : 나는 그런 식의 리뷰를 너무 싫어해서.. (웃음)


힙플 : 많은 뮤지션들이 그런 피드백적인 부분에서 오는 갈증이 클 것 같다.

한 : 맞다. 그러니까 나는 정말로 내가 잘하고 있던, 욕을 먹던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받고 싶은 거다. 이번 앨범이 팬텀 앨범 할 때보다는 (커뮤니티 피드백이) 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갈증이 충족되지는 않는 것 같다.



힙플 : 앨범 구성이 상당히 화려하다. 스페셜화보에 캘린더까지.. 아무래도 이런 판매전략들은 아이돌 앨범 프로모션에서 보던 판매방식이다 보니 한해를 볼 때, 한해는 아이돌인가 하는 물음도 남는 것 같고.

한 : 무시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 피부로 느꼈다. 내 마지막 트랙 가사에 보면 이런 가사가 있다. “딴 일은 매니저가 해 난 만들어 작품을” 그 말인 즉, 어쨌든 나는 음악에 몰두했고 다른 일들은 그냥 믿고 맡긴 거였다. 그런데, 이번에 아티스트가 앨범에 모든 것을 총괄하고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걸 여실히 느꼈다. ‘조금 더 담백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내가 동의를 해서 모든 것들이 진행이 된 거지만, 100% 내 의지는 아니었다. 사실 내가 시스템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누구를 탓할 수 없다. 다만, 그 부분이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다음에는 조금 더 담백하고, 온전히 음악을 느끼실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려고 한다. 이게 끝이 아니고, 이제 한 발짝 나간 거니까.


힙플 : 판매전략에 대해 나쁘다 좋다 가치판단을 하려는 건 아니었다. (웃음) 어쨌든 여러 인터뷰를 통해 ‘팬텀은 힙합이 아니기 때문에 솔로앨범은 그런 결핍을 채우는 작업이었다’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사실 의외의 발언이다. 팬텀은 힙합팀으로 데뷔를 했기 때문인데, 이런 입장에 대해선 팀메이트들 모두 동의하는 건가

한 : 일단, 나는 (팬텀은 힙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보통 팬텀 인터뷰에서의 답변은 3명의 의견이 대표된 의견이기 때문에, 모든 각자의 의견이라고 볼 순 없다. 그래서 내 의견이 아닌 것들도 많았다. 항상 어떤 앨범이 나오고 소개를 할 때 산체스형이나 키겐형이나 힙합적인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사실 나는 속으로는 동의를 못했다. 그리고 인터뷰 끝나고 나서 ‘나는 그렇게 생각 하지 않는다’라고 얘기한적도 있다. 한번은 어떤 힙합 페스티벌에서의 일화가 있다. 나는 거의 멘트를 안 하고, 형들이 주로 하는 편인데 ‘우리가 말랑말랑한 노래만 하지만, 사실 힙합적인 모습도 많이 가지고 있다 우리는 상남자다’ 라는 멘트 뒤에 다음노래로 ‘다알아 들려드릴게요~’ 라는 멘트를 하더라. (웃음) 그때가 속으로 조금 혼란이 오던 시기였다. 그래서 그 시기쯤에 내 앨범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 앨범에 혼란스러운 감정을 담으려고 많이 하기도 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나는 팬텀 음악이 힙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게 나쁜 음악이라고도 생각 안 한다는 거다.


힙플 : 의외다. 메이져에서 대중가요 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팀들은 사실 장르 구분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진 않은 것 같다?

한 : 확실히 할거는 팬텀 음악이 절대 나쁜 음악이라고 생각 안 한다. 하지만 힙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게 그냥 내 생각이다. 어떻게 보면 팬텀을 하면서도 회사 문제나 여러 가지 사건들로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에 형들도 헷갈릴만한 상황들이 되게 많았던 것 같다. 우리끼리 음악을 하다가 갑자기 어떤 프로모션을 해주는 대형기획사가 껴서 방송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우리가 생각지 않던 활동들도 많이 해야 되는 상황들이 많았는데, 뭐 이런 것들 때문에 형들도 헷갈려 하고, 나도 헷갈렸던 것 같다. 그래서 팬텀이 이때까지 했던 음악들은 과도기의 음악들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지금은 불필요한 것들이 정리가 되고, 이제는 온전히 한 회사 소속이기 때문에 이후에 내 앨범이 나왔을 때 그래도 색깔이 있는 앨범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힙플 : 거듭 비슷한 질문이지만, 지난해 ‘Do The Right Rap’ 캠페인에 참여한 곡에서는 가사에서 대중음악팀 팬텀에서의 한해와 힙합뮤지션 한해로써의 정체성을 나누더라, 커버리지가 상당히 넓은 것 같다.

한 : 왜냐면 나는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힙합음악만 좋아하는 게 아니고. 사실 경계는 없지만, 팬텀 음악에 아쉬운 점은 있다. 어쨌든 좋은 멜로디와 좋은 음악들을 하고 있고 완성도 있는 음악을 하고 있는 건 맞는데, 아쉬운 부분 딱 하나가 가사적인 아쉬움이다. 그러니까 나는 ‘조용필처럼’이라는 노래를 되게 좋아하지만, 그 곡에는 매니지먼트에서 요구하는 가사들이 들어있다. 예를 들면 나는 개인적으로 궁상 떠는걸 되게 싫어하는데, ‘조용필처럼’ 안에서는 “맛있는 것도 재대로 먹지 못해 함부로 카페에 가지 못해” 라고 한다. 하지만, 그건 내 생활이 아니거든. 그런 가사를 넣는 것들이 조금 아쉽다. 근데, 모르겠다. 조화롭고 조금 더 좋은 음악을 만들려면 어찌됐건 양보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팀 활동은 팀 활동 나름대로 폭넓은 공감을 위한 곡들을 하는 것도 나쁘다고 생각 안 한다. 그리고 내 앨범을 할 때는 또 확실히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


힙플 : 청자들의 만족에 의한 음악과 본인이 만족하는 음악 중 어떤 음악이 더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하나, 너무 구구절절한가? (웃음)

한 : 그거는 각자 다른 가치라서 이것도 저것도 좋은 음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거는 애매모호하게 대답 하는 게 아니고, 각자의 가치가 분명하게 있는 것 같다.



힙플 : 함께 아이돌 데뷔 준비를 하던 지코(Zico)나 위너(Winner)의 송민호도 그렇고, 어쨌든 지금 시점에서는 모두 데뷔를 했다. 어떤 소회가 있나

한 :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잘 하고 있는 거 같다. 어찌됐건 지코도 나름의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지 않나 기존에 없던 아이돌 랩퍼의 영역을 잘 만들어가고 있고, 민호도 그렇다. 근데 내가 사실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그 친구들을 의식하고 만들었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그 친구들한테는 많이 자극 받고 그냥 열심히 각자의 위치에서 해나가는 거뿐이다. 이제는 더 이상 음악적인 교류를 하지도 않는다. 지코는 같은 크루에 속해있지만, 벅와일즈 자체도 사실 그 안에서 서로 뮤직 비즈니스는 하지는 않는다. 그냥 친하게 지내는 친구의 느낌이다.


힙플 : 아이돌 멤버들과의 커넥션이라는 게 자의적이든 그렇지 않든 그 팬덤의 영향이나 관심을 크게 받는다.

한 : 그렇다. 실제로도 많다.


힙플 : 그런 것들이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나

한 :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영향을 끼치는 건 확실하다. 근데 그건 나 뿐만 아니라 모든 힙합 하는 사람들이 다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힙플 : 맞다.

한 : 왜냐면 지코로부터 유입된 팬들이 힙합음악을 좋아하게 됐고, 그런 팬들이 너무나 많아졌기 때문에 그거는 비단 나뿐만 아니라 모든 랩퍼들이 그 영향권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좋은 점도 당연히 있다. 관심 없던 힙합음악을 듣게 되면서 정말로 힙합의 매력에 대해 알게 된 팬들도 있지 않나 그런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또 알다시피 아이돌 팬덤 문화가 이상하게 변질돼서 힙합 쪽으로 들어오게 된 부정적인 면도 있다. 모든 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힙플 : 그러니까 최근들어서 뭐 지코, 비아이(B.I) 송민호, 한해 같은 포지션의 랩퍼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앞으로는 훨씬 더 늘어날 것 같다. 그리고 심지어 이런 랩퍼들이 씬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보는 게 중론인데, 한국힙합 팬으로서 어떤 입장인가

한 : 그냥 뭐, 싫지도 좋지도 않다. 어쨌든 내 음악을 좋아해주는 사람한테는 고맙다. 그리고 사실 내가 그 팬덤 강한 팀에 속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왜냐면 나는 그만큼의 팬덤이 있지 않기 때문에..(웃음) 아니 지코나 민호나 이런 친구들은 정말로 팬덤이 방대하지 않나 예를 들어서 어떤 공연에 라인업으로 들어가면 그 공연이 매진 되어버릴 정도의 팬덤을 가지고 있지만, 나는 그런 게 없거든. (웃음) 모르겠다. 나도 좀 이상한 포지션이긴 하나, 그렇다고 내가 아이돌 팀을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어떤 포지션을 나누기가 좀 웃긴 케이스다. 그냥 나는 내 음악 열심히 하려고 한다. 그리고 어쨌든 나만의 음악이 있는 사람으로 평가 받고 싶다.


힙플 : 첫 믹스테이프 [Eargasm]을 발표했을 때 랩, 보컬, 프로듀싱 전반적으로 모든 영역에 재능을 보여줬던 것 같다. 그래서 팀 활동보다는 솔로활동에 대한 욕심이 컸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한 : 분명히 욕심이 있었으니까 이 앨범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핑계일수도 있지만 그때는 여건상 정말 힘들었다. 이런 앨범을 만들어내는 게 쉽지가 않았다. 내가 인디펜던트로 뭘 했었다면 말 그대로 허슬해서 여러 개의 앨범도 낼 수 있었겠지만 팀이라는 게 정말 쉬운 게 아니더라, 그리고, 회사가 있다고 앨범을 마음대로 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래서 사실 내고 싶었던 것들이 되게 많았었는데 여러 번 앨범이 무너졌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어찌됐건 좋은 영양분이 돼서 이번 앨범에 녹아 들었다고 생각한다. 2015년은 더 적극적으로 살려고 한다. 싱글 단위로도 많이 내고 못했던 힙합공연들도 많이 하고 파티도 많이 할 생각이다.


힙플 : ‘가여워’ 라는 곡 첫 구절에서 “Real한 척 그만해 비트 갖다 주면 박자 맞춰 랩만 하는 좆밥들이” 라는 구절이 있다. 단순하게 랩머신이기만 한 그런 언더그라운드 랩퍼들과 선을 긋는데, 특별한 대상이 있는 곡인가

한 : 이 곡은 사실 좀 옛날에 만든 곡이다. 딱 1년전에 만들었으니까, 그래서 그때 생각과 지금 생각은 약간 다를 수도 있다. 이 곡은 컨트롤 사건으로 한번 들끓고 나서 나온 곡인데, 스윙스형 가사도 보면 황정민을 내고 나서 얼마 안돼서 나왔기 때문에 그때의 결기가 묻어있다. 아무튼 당시가 매드클라운(Mad Clown)이 처음으로 공중파에 나와서 1등을 하고 배치기형들이 ‘눈물샤워’로 잘되고 그런 시즌이었다. 그리고, 알다시피 그때 ‘발라드랩’을 화두로 트위터에서 설전이 오갔는데, 내가 보기에 그걸 SNS에서 까는 사람들 중에서도 기회만 있으면 주목 받으려 하고,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결국에는 살짝 발 담갔다가 자기 컨텐츠가 부족해서 메이저 입성이 불가능해졌으면서 갑자기 언더그라운드에서 Keep It Real 했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부류들이 있었다. 그게 싫었던 거고, 그건 지금 생각해봐도 싫다.


힙플 : 어떻게 보면, 발라드 랩 논란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라기 보다는 자격에 대한 문제로 볼 수 있겠군?

한 : 그렇다. 어찌됐건 시스템을 이용해 어떻게든 떠보고 싶으면서 수틀리니 나는 힙합 한다면서 포장하는 이중적인 족속들이 있다.


힙플 : 그럼 예를 들어 비프리(B-Free) 같은 랩퍼가 같은 문제를 건드린다면 그건 어떤가?

한 : 멋있다고 생각하고, 동의한다. 심지어 산이(San E)형은 우리 회사인데도 나는 거기에 대해 전혀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은 욕할 수 있다.




힙플 : 개인적으로도 디기리의 팬이었기 때문에 ‘넥 브레이커’ 에서 디기리를 섭외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일화가 있다고 들었는데

한 : 진짜 힘들었다. (웃음) 개인적으로 새벽에 생각날 때면, 옛날 한국힙합들을 들으면서 리프래쉬를 하는 편인데, 그렇게 리프래쉬 하는 와중에 디기리형님 앨범을 다시 듣게 됐다. 너무 잘하더라 (웃음) 이게 어떻게 12년전인가 싶을 정도로.. 한창 많이 들었던 게 ‘Zero 영역의 Battle’이라는 곡인데, 그 벌스가 12년전 랩 이라기엔 말도 안됐다. 그래서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하고 있다가 정말 밑도 끝도 없이 비즈니즈(Bizniz)형을 통해 전화번호를 받아냈다.

그리고, 어글리덕(Ugly Duck)이랑은 언젠가는 꼭 하고 싶었다. 왜냐면 내가 우리나라에서 정말 잘한다고 생각하는 랩퍼 중에 한 사람이기 때문에 주경이랑은 뭔가 특별한 거를 하고 싶었다. 주경이 하면 연상되는 게 붐뱁 스타일인데 그런 거보다 좀 더 특별한 거를 하고 싶었고, 그래서 생각한 게 웨스트 코스트 씻이다.


힙플 : 디기리는 근황이 어떤가, 섭외가 순조롭지는 않다고 들었다.

한 : 앨범 준비를 하고 계신 것 같더라. 메시지를 보냈는데, 답장이 없었다. 카톡을 2~3일 정도 안 읽으시더니 한 3일뒤에 너무 고마운데 앨범 준비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며 거절당했다. (웃음) 도저히 포기가 안돼서 한 번 더 부탁 드렸다. 근데 스케줄 문제로 또 거절당했다. (웃음) 안되겠다 싶어서 아예 가사에 디기리형을 넣어버렸다. “내 랩 따라 하면 네 혀에 쥐나지 뭐 여기 노래 주인 알지”는 ‘Zero 영역의 Battle’에 디기리형 가사를 인용한 거다. 아예 인용을 해버리고 그냥 그 데모를 이메일로 보내버렸다. 그리고, 그걸로는 안될 거 같아서 라이머형에게 부탁을 했다. 그제서야 노력이 가상했는지 참여해 주시더라


힙플 : (웃음) 집념의 섭외다. 근데 뮤직비디오에는 왜 디기리가 빠졌나

한 : (웃음) 솔직하게 말해야겠지? 사실 너무 늦게 해주셨다. 그래서 앨범을 다 만든 상태였는데 디기리 형님이 녹음을 너무 안 해주셔서 앨범 스케줄에도 조금 지장이 생겼다. 거의 앨범 공장 들어가기 3일전에 녹음을 해주셨다. 그래서 그 영상을 공개했을 때는 디기리형 벌스가 존재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넣고 싶었는데 못 넣은 거다


힙플 : 이 앨범이 어떤 면에서는 랩 실력에 대한 증명과제가 된 것 같다. 그러니까 프로덕션에 대한 만족도가 크다고

한 : 오히려 나는 전체적인 앨범 구성이나 전체적인 앨범을 끌어가는 힘에 대해서는 만족도가 있는데 스킬이나 랩 적인 부분에는 백 프로 만족하는 건 아니다. 왜냐면 내가 이 앨범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거는 화려한 랩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니고 앨범 전체였기 때문이다. 내가 이 앨범을 만들면서 제일 첫 번째로 원했던 게 말 그대로 웰메이드 앨범이었다. 그래서 내가 랩으로 여기서 조져야지 하는 트랙은 거의 없다. 그러니까 전부다 곡에 맞게 랩을 했는데, 역시나 그렇게 해버리니까, 아무래도 랩을 위주로 듣는 사람들에게는 자극적이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 트랙들도 준비하고 있다. 화려하고 스킬풀한 랩 트랙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트랙들을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힙플 : 현재 속해있는 두메인이나 벅와일즈에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부터 메이져를 지향하는 뮤지션들까지 엄청 다양한 포지션의 아티스트들이 모여있다. 때문에 크루 내에서 그런 방면으로 주고 받는 위화감이 없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한 : 이건 정말 솔직한 얘기인데 일단, 우리끼리는 그런 게 없다. 왜냐면 벅와일즈나 두메인 같은크루는 처음에는 물론, 랩을 좋아하고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난 집단이지만 점점 가면서 사람도 많아지고 뭐랄까 음악 집단이라기 보다는 친목집단에 가까워 진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면에서 우리끼리의 위화감은 없었던 것 같다. 근데 개인적으로 정말 솔직하게 얘기하면 각자 개인적으로는 그런 위화감을 조금 들 수는 있을 것 같다. 나도 그랬고, 뭐랄까 언더그라운드라고 하기는 좀 웃기지만 아무래도 Real Shit을 하려고 하는 가령, 테이크원(TakeOne)이라던지 제이통(Jtong)형이라던지 그런 사람들에 비해서 나는 방송활동도 하고 있고 메이져씬에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혼자 느끼는 왠지 모를 위화감이 있다. ‘나는 너무 좀 동 떨어져있나?’ 라는 생각을 한적도 있다. 근데 그게 뭐 우리 관계에 있어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속으로 그런 생각을 조금씩 하는 정도일 것 같다. ‘나도 이런 거 잘할 수 있는데‘ 라는 마음이랄까, 근데 그게 뭐 우리끼리 유치하게 누군가를 배척한다거나 그러진 않는다. 왜냐면 우리는 전부 사람들이 좋아서 뭉친 거기 때문이다. ‘왜 쟤들은 계속 머릿수만 늘리지?’ 이렇게 볼 수도 있는데 그건, 우리끼리 만나서 놀면 정말 재미있기 때문이다. 다 좋은 사람들이라서


힙플 : 웬만하면 음악 얘기는 정말 안 할 것 같다. (웃음)

한 : 그렇다. 근데 그것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 내 경우에는 나누는 친구들이 조금씩 있다. 근데 뭐, 전체가 모여서 음악적인 회의를 한다거나 그러진 않는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면 싸움 날 거를 알아서 그런가.. (웃음)




힙플 : 개인적으로도 칼 같은 장르 구분을 선호하진 않지만, 요점은 많은 사람들이 올굿뮤직이라는 명분하에 무분별하게 퓨전 되는 음악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일 것 같다. ‘힙합 아이돌’이나 ‘대중적인 힙합’을 지향하는 뮤지션들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문제이기도 하고

한 : 좋은 음악이 첫 번째라고 생각을 한다. 그 안에서 진정성 있게 음악을 하고 싶다. 그런데 참어려운 것 같다.


힙플 : ‘그냥 좋은 음악’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속 편한 말처럼 느껴질 수도

한 : 맞다. 어떻게 보면 그것 또한 유치한 거다. 어떤 음악은 메이저 음악이고 어떤 건 언더그라운드 음악이고 나눈다는 게 유치한데 나조차도 ‘좋은 음악을 하자’ 하면서도 한편에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도 사람인지라 뜨려고만 하는 뮤지션을 보면 저건 아닌데 라는 생각도 한다. 그러니까 내가 메이저에서 활동하고 이런 건 사실 중요하지는 않다. 어쨌든 나 자신한테 떳떳할 수 있는 음악을 하면 되는 거다. 팬텀 음악이 메이저 음악이건 어찌됐건 퀄리티적인 면에서 나는 부끄럽지 않다. 어쨌든 어렵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좋은 음악들을 하는 게 목표고, 그렇게 해나가다 보면 분명히 알아주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나를 봤을 때 ‘얘 음악 허투루 하는 애 아니구나, 음악 열심히 하는 애고 할 줄 아는 애구나’ 라는 소리를 듣는 게 내 목표다.


힙플 : 한해가 상상하는 씬의 발전 방향이라던가, 아쉬운 점이 있나

한 : 첫 번째로 아쉬운 건, 이번 앨범을 내면서 느낀 건데 확실히 편견이라는 게 존재를 하는 것 같다. 두 번째로 내가 왜 웰메이드 앨범이라는 얘기를 했냐 하면 사람들이 너무 앨범 자체를 랩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전체적인 앨범의 그림을 봤으면 좋겠다. 나는 옛날부터 앨범 자체를 쭉 듣는 걸 좋아하면서 자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웰메이드 앨범에 대한 이상이 있다. 근데 요새는 어떤 노래가 나오면 ‘누구 쩔었네’, ‘누가 이번에 얘 발랐네’ 이런 방식으로 평가된다. 이 장르가 비트 틀어놓고 하는 100미터 경주는 아니지 않나, 이것도 음악이다. 이게 힙합일지언정 음악이라면, 전체적으로 리듬이 있어야 되고 바운스가 있어야 된다. 내가 ‘넥 브레이커’를 공개했을 때 내 랩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못한 랩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곡의 감성에 딱 맞게 떨어지는 랩이 좋다고 생각한다. 세세하게 랩에 대해서 분석까지 하게 되게 유치해지지만, 단면적인 예를 들자면 곡에 딱 떨어지는 랩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렇게 랩을 했는데 상대적으로 스킬이 화려한 어글리덕이 있었기 때문에 평가들은 대게 ‘어글리덕이 한해 발랐네’ 식으로 소화되더라. 그런 식의 평가가 너무 아쉽다.


힙플 : 2012년에 힙플에서 뉴 웨이브로 인터뷰를 했었다. 당시 인터뷰에서는 뭔가 거창한 힙합 아티스트로서의 태도는 없다라는 말을 했는데, 지금도 유효한 건가

한 : 힙합 아티스트로써 어떤 거창한 태도를 갖고 있지는 않다. 근데 내 나름대로의 강단은 있다고 생각한다. 편견이라든지 시스템이라든지 이런 것들 다 무시하고, 그냥 나는 내 음악 열심히 해서 내 음악들의 색깔이 조금씩 생겨났으면 좋겠다. 아직까지는 사람들이 많이 몰라주는 것 같고, 어쨌든 첫 앨범이니까 하나하나 밟다 보면 좋아지겠지


힙플 : 이제 곧 릴리즈 파티도 연다. 공연 계획도 있나

한 : 공연 계획들은 있는데 아직 구체화 된 건 없다. 근데 많이 할 생각이다. 3월이나 4월쯤에 콘서트를 하고 싶다. 아직까지는 계획 중이다. 어찌됐건 정말 아쉬운 건 앨범을 내고 나서 차트에서 사라져버리면 앨범의 수명이 끝나버린다는 게 너무 아쉽다.


힙플 : 팬텀 역시 아직 그렇게 궤도에 오른 팀이 아니다 보니까 팬텀 활동도 신경을 써야 될 것 같은데, 팀 활동과 다음 솔로 앨범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한 : 팬텀도 앨범 단위로 작업을 하고 있고, 또 팬텀 안에서도 제가 그랬듯이 형들도 형들만의 갈증이 있기 때문에 형들의 개인작업들도 병행하고 있다. 솔로 작업물은 틈틈이 작업 중이고, 지금은 싱글 작업을 하고 있다.


힙플 : 수고 많았고, 인터뷰 시간 내줘서 고맙다!


기사작성 | 차예준 (HIPHOPPLAYA.COM), 고지현([email protected]) 관련링크 | 한해 인스타그램 | http://instagram.com/…

2 Comments 허승엽

2015-02-09 21:50:53

시원시원한 인터뷰 잘 봤습니다!

real 급식충

2015-02-10 02:51:07

팬텀에70년대생도잇엇군!


via https://hiphopplaya.com/g2/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744&page=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