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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플레이야인터뷰 팔로알토(Paloalto) - 'Cheers'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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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알토(Paloalto) - 'Cheers' 인터뷰

 힙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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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558 2014-10-15 14:48:48


힙합플레이야(HIPHOPPLAYA)(이하 힙) : [Chief Life] 이 후 일년도 안 지나서 벌써 새 앨범을 들고 나왔습니다.

팔로알토(Paloalto)(이하 팔) : (웃음)네


힙 : 요즘 한창 축제 시즌이잖아요? 어떻게 지내세요? 바쁘실 것 같은데!

팔 : 네, 요즘 축제랑 기획공연들이 많아서 공연은 계속 하고 있고요. 그 동안은 앨범 작업 때문에 계속 좀 바빴고, 그리고 최근에는 음악 DJ도 하고 있어서, 많이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힙 : 다시 말하지만 앨범 주기가 1년도 안된 거잖아요. 새 앨범 작업은 언제부터 하신 거에요?

팔 : 작업은 [Chief Life]끝나고 꾸준히 했어요. 전곡 비트를 제가 만들었는데, [Chief Life]나온 이후에 비트 작업을 계속 했어요. 가사 같은 경우는 뭐 그 동안 써온 것들 중에 마음에 드는 걸 이번에 앨범에 넣은 벌스도 있고, 감기 같은 곡은 거의 앨범 나오기 얼마 전에 곡이랑 가사가 나왔고요. 아, 1절은 이미 써놨던 걸 쓰고 2절이랑 후렴을 제가 새로 만든 거에요.


힙 : 말하자면, 여태껏 작업을 해온 걸 엮었다는 말씀이시죠?

팔 : 네.


힙 : 그럼 애초에 자축하는 의미로 타이틀을 기획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겠네요?

팔 : 그렇죠. [Cheers]라는 타이틀을 정한 건 앨범의 윤곽이 나왔을 때 정했었고, 정한 이유는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다섯 곡 중에 네 곡에 건배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듣다 보니까 ‘건배가 4곡에나 들어가 있네?’ 이렇게 돼서. 앨범 타이틀을 [Cheers]로 정했던 거고 가사 같은 경우는 감기의 1절 같은 경우는 쓴 지 좀 된 벌스인데, 원래 다른 곡에 넣으려다가, 제가 새로 비트를 만들면서 바꾸게 된 거에요. 그리고, ‘Forrest Gump’나 ‘Good Times’나 ‘Reality Bites’ 같은 경우는 다 이 앨범 작업을 위해서 쓴 가사들이죠.


힙 : 앨범 활동과 맞물려서 베테랑 투어도 준비 중에 있잖아요. 벌써 베테랑이 4회까지 나왔는데, 소회가 좀 있을 것 같아요.

팔 : 일단 1회를 긱라이브하우스에서 했었고, 2회는 DGBD에서 했었고, 3회는 롤링홀에서 했었어요. 매 공연 모두 매진이 됐기 때문에, 점점 큰 공연장으로 늘려왔는데, 그래서 4는 브이홀에서 하려고 했었죠. 근데, 허클베리피(Huckleberry P)(이하 헉피)가 분신을 되게 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제가 양보를 했고, 저는 베테랑을 올해는 안하고 내년으로 넘기려고 하다가, 앨범도 새로 나왔고 저도 단독공연을 좀 하고 싶어서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 투어로 돌게 된 거에요.


힙 : 분신이나 베테랑이나 사전 라인업 공개 없이 혼자서 흥행을 만드는 거잖아요.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는데, ‘혼자 공연을 꾸린다’ 라고 할 때 부담은 없나요?

팔 : 일단, 분신 같은 경우는 게스트들이 엄청 많이 나오더라고요. 저는 게스트를 많이 안 불러요. 하이라이트나 아니면, 피쳐링 아티스트들 중에 꼭 부르고 싶은 분들만 부르는데, 베테랑3 때에는 게스트가 진짜 많이 줄었어요. 1때는 오프닝 게스트 중간 게스트 피쳐링 게스트도 있었는데, 2때는 밴드랑 하고, 피쳐링 게스트는 한 2~3명 정도만 불렀어요. 3 때는 하이라이트랑 화지 정도를 불렀었고요. 근데 뭐 그게 부담되지는 않아요. 웬만하면 게스트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음반도 요즘은 피쳐링의 힘을 최대한 빌리지 않는 선에서 하고 싶어요. 저는 혼자 하는 게 더 재미있고, 즐겁거든요. 이번에도 게스트는 거의 없을 거에요.


힙 : 헉피님 인터뷰에서 나왔던 얘기인데, 헉피님 같은 경우에는 베테랑에 대해서 라이벌 의식이 있더라고요. 팔로알토님의 경우에 분신이라던지 다른 공연에 대해서 경쟁심을 느끼나요?

팔 : 저는 헉피한테 전혀 경쟁심 느끼지 않고요. 헉피는 그냥 좋은 동료에요. (웃음) 그 친구는 워낙 승부욕이 강해서 저한테도 그런 감정을 느끼는데, 저는 그런 건 없고, 그냥 헉피 공연을 보면서 ‘아 이 친구 공연의 세트를 참 잘 짜는구나’ 혹은 ‘이 2시간 넘는 공연을 잘 이끌어가는구나’ 하고 느끼기는 하는데, 사실 저는 그 어떤 공연에 대해서도 경쟁심을 느끼지 않아요. 그냥 제 공연을 팬들에게 재미있게 보여주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힙 : 하이라이트 내에서는 팔로알토님과 헉피님 두 분이 단독공연을 이끌고 있는데, 다른 멤버들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 욕심을 가지진 않나요?

팔 : 베테랑 콘서트가 당시에 엄청 잘 됐는지를 사람들이 잘 모르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늦게 오신 분들은 계단 쪽에서 제대로 못 봐서 항의를 할 정도로 잘됐었어요. 그런데 분신 같은 경우는 헉피가 워낙 SNS로 티를 많이 내니까(웃음) 사람들한테 많이 알려졌는데 저는 별로 티를 안 냈어요. ‘내가 잘됐으면 된 거지 무슨 티까지 내냐 이 나이에..’ 이렇게 생각했는데, 어쨌든 헉피의 공연이 잘되는 걸 동료들이 아니까 비프리(B-Free) 같은 경우 헉피를 보면서 경쟁심을 느끼더라고요. 저번 [Korean Dream] 인터뷰 때도 헉피를 의식하는 게 느껴졌고요. 근데 저는 그게 되게 좋아 보였어요. 이게 시기의 개념이 아니라 그걸 보면서 자극 받는 거니까요. 자극을 느끼면서 공연부분에서도 질적으로 신경을 쓰게 되는 거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비프리가 경쟁심을 느끼는 편이에요. 그런데 그 외에 코홀트 친구들의 경우에는 큰 자극을 받거나 하지는 않아요.


힙 : 앞서 말했듯이 정확히 하이라이트 설립 후부터 엄청난 다작을 해왔어요. 거기다 공연도 기획하고, 디제이에 회사 운영까지 겸하니.. 그렇게 바짝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궁금해요. 일단 경쟁심은 아닌 것 같은데

팔 : 사실 제가 [Cheers]를 내고 난 후에 반응들을 보면 허슬한다는 얘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사실 그런 생각을 전혀 안하고 있었거든요. 오히려 ‘더 많이 냈어야 됐는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억지로 트랙을 만들어 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번 앨범이 5곡이었던거고요. 일단 원동력은 재미있어서 하는 거고요. 그리고, 그 전까지 앨범들은 제가 프로듀싱한 트랙들은 수록하지 않거나, 앨범에 한 두 곡정도만 들어갔었는데, 요즘에 프로듀싱과 디제잉에도 집중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많이 들어가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프로듀싱을 해왔고, 어렸을 적 원래의 꿈은 작곡가였거든요. 랩보다는 작곡가로서의 성공을 꿈꿨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까 랩퍼로 더 알려지게 된 케이스죠. 그래서 그런 걸 더 많이 어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Cheers] 나오면서도 내가 전곡 프로듀싱했다고 굳이 얘기를 하지 않았던 게, 제 생각에 제가 가지고 있는 재능에 비해서 프로듀싱 능력이 과소평가 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어쨌든 작업과정들이 재미있기 때문에 바쁘게 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힙 : 전곡 팔로알토 프로듀싱이어서 그런지, 비트에 가사가 잘 묻는듯한 느낌이었어요. 프로듀서들한테 받은 비트에 작업을 하는 것과 본인의 비트에 가사작업을 하는 건 아무래도 많이 다를 것 같아요.

팔 : 보통은 제가 좋아하는 프로듀서들한테 비트를 받아서 가사 쓰고 같이 상의도 하고 그랬었는데, 일단 다른 분들한테 비트를 받으면 제가 비트를 만드는 시간과 에너지까지 들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에너지가 덜 쓰이는 것도 있지만, 어쨌든 외부 프로듀서들과 작업을 할 때는 디테일한 작업 면에서 아쉬움이 항상 남았었거든요. 이번에는 아예 비트도 제가 만들고 랩도 제가 하다 보니까 작업이 수월한 부분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 ‘감기’ 같은 곡은 고민하던 것들을 다 엎어버리고 작업실에서 ‘오늘 한번 만들어볼까’ 하고 단숨에 만든 곡이에요. 비트를 만들고 제가 써놨던 벌스 1을 입혔는데, 잘 묻더라고요. 그런 작업들을 혼자 다 할 수 있으니까요. 만약에 다른 프로듀서들한테 곡을 받고 편곡을 맡기면 제가 의도했던 대로 편곡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의도에서 빗겨나갈 수 있으니까요. 이번에는 제가 비트를 다 만들면서 가사를 쓰다 보니까 제 랩을 더 잘 표현할 수가 있었던 것 같아요.


힙 : 사장님이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고 직원들이 부담을 느끼지는 않나요?(웃음)

팔 : 가장 부담을 느낄 사람을 꼽자면 저희 실장인데..(웃음) 왜냐면 제가 열심히 하는 만큼 그 친구 일이 많아지는 거니까요. 그런데, 워낙 그 친구랑은 어렸을 때부터 친구고, 그 친구가 워낙 저를 잘 따라요. 그래서 그 친구한테 제가 심하게 해도, 심하게 한 그 순간에 기분 나쁠 수 있지만, 그런 거에 대해서는 담아두지 않는 편인 것 같아요. 저랑 4년 동안 일을 해왔는데, 일 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고, 초반에는 싸운 적도 많고 그랬는데, 이제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맞춰주고 있어요. 오늘 인터뷰하러 오는 것만 해도 사무실에서 민구가 계속 늦는다고 쪼더라고요. 제가 사무실에 일이 있어서 일을 보느라 조금 늦었는데, 저는 민구가 미리 연락을 한 줄 몰랐죠. 전화를 했는데, 민구가 이미 팔로가 조금 늦을 것 같다고 연락을 했더라고요. 그렇게 알아서 하는 것도 일처리가 수월해진 거죠. 뭐 어쨌든 열심히 하는 거에 대해 부담감을 가질 사람은 만약 있다면 민구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속마음은 알 수 없지만.. (웃음) 다른 아티스트들은 주요 활동하고 있는 비프리, 헉피, 오케이션(Okasian), 레디(Reddy), 키스에이프(Keith Ape a.k.a Kid Ash) 이런 친구들은 본인들이 너무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열심히 한다고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 거에요.


힙 : 팔로알토가 계속해서 완성도 있는 앨범을 들고 나오고 있는 와중에도 씬은 어쨌든 싱글시장이에요. 앨범 단위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팔 : 저도 그 생각을 해봤는데, 옛날사람 마인드라서 그런지.. (웃음) 뭔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적어도 한 곡만 딱 내는 게 아직 저한테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일단, 싱글로 내는 아티스트들 중에 많은 아티스트들의 사례를 보면 브랜뉴 뮤직(BrandNew Music) 같은 경우도 그렇고, 아메바컬쳐(Amoeba Culture)도 그렇고, 조금 더 대중적인 프로모션을 하는 회사들이잖아요. 싱글 하나를 내도 그걸로 방송 활동을 한다든지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다른 부분들이 많은데, 저희 같은 경우에 그런 건 아니니까요. 그래도 요즘에는 저희도 유통사와 일 적인 것들이 잘 풀리면서 음원사이트 메인에도 노출이 되고 그러긴 하지만, 저희가 싱글을 들고 방송 3사를 돈다든지, 케이블 활동을 하지는 않기 때문에 싱글 활동 같은 경우 저한테는 메리트가 없는 것 같아요. 큰 자극제가 되지도 않고요. 저는 일단 뭔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게 가장 크기 때문에, 싱글 하나 하나 던지면서 ‘나는 계속 열심히 하고 있어!’ 이런 것보다 텀이 길더라도 좋은 음악을 만들어서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실 저희 아티스트들만 보더라도 오케이션 같은 경우는 계속 싱글만 내고 있으니까 그건 개인의 생각의 차이이긴 하죠. 제 경우에는 아직 싱글로 던지고 싶은 생각이 많지 않아요.


힙 : 공연 얘기를 하다가 샜는데, 하이라이트가 올해 특히 투어가 많았잖아요. 올해에는 일본투어도 다녀왔잖아요. 현지 분위기는 어땠나요?

팔 : 되게 좋았어요. 근데 우리나라와는 공연 분위기가 달랐던 것도 있어요. 인터넷을 통해 일본에서 공연하는 라이브 영상들을 보면 사람들이 되게 질서정연하게 흐트러짐이 없이 질서정연하게 노는 걸 많이 봤는데, 어떤 면에서는 ‘좀 재미없게 사는 게 아닌가’ 혹은 ‘눈치 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확실히 저희가 공연장에 갔을 때도 사람들이 공연에 집중은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특유의 특히 저희 팬들처럼 미친 사람처럼 노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었어요. 그런데 당시에 백인 한 세네 명이 놀러 왔는데, 그 사람들이 엄청 미치게 놀더라고요. 막 뛰면서. 그런 사람들이랑 한국 사람들은 되게 즐겁고 신나게 놀았는데, 일본사람들은 좀 더 감상하는 분위기였어요. 근데 저희한테 해주는 대우는 정말 너무 잘해주셔서 그런 거에 감동을 많이 받았죠.


힙 : SNS라는 기능 때문에 받아볼 수 있는 피드백이 바로 바로 오잖아요. 그런 건 어때요?

팔 : 일단은 여러 나라에 여러 인종들 팬들이 있는데, 사실 수가 많지 않아서 사실 그거에 대해서 쉽게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아닌 것 같아요. 그렇지만, 외국에서 팬들이 하이라이트(HI-LITE Records) 좋다, 팔로알토 좋다 이런 얘기 들으면 일단 신기하죠.

일본 같은 경우는 주최측이나 팬들이나 굉장히 헌신적인 것 같아요. 기획하시는 분도 엄청 신경 많이 써주셨고, 팬들도 선물 직접 만들어서 주고, 그리고 저희가 한국으로 돌아갈 때에도 공항에팬들이 와서 무슨 한류 스타들 공항에 팬들 오듯이(웃음) 수가 많진 않지만, 자기 시간 쪼개서 오는 것도 신기했고요. 그런거 보면서 그냥 한국에서 태어난 평범한 사람이 일본 가서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더라고요.


힙 : 그럼 일본도 우리나라만큼 힙합씬이 활성화가 되어 있나요?

팔 : 일단은 거기서 공연을 보거나, 일본 뮤지션과 깊게 얘기를 나눠보지는 못해서 그쪽 씬의 구체적인 상황은 잘 모르겠는데, 일단 DJ Tom이라고 일본 라디오 방송국에서 DJ를 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한테 물어보면 일본에서는 힙합이 그렇게 전국적으로 유행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자기도 라디오 방송에서는 사연 읽어주고 여러 음악 장르를 틀어주고 하는 건데, 자기가 힙합을 많이 틀고 싶어도 분위기 자체가 힙합음악을 많이 틀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랩퍼들과도 만나서 놀았는데, 보면서 느낀 게 오히려 우리나라는 유행이었다가 유행이 지나면 싹 죽는 느낌이라면 거기는 좀 뿌리 깊게 문화로 자리 잡혀 있는 것 같았어요. 예를 들면 성공한 랩퍼가 스트릿샵을 열었다고 치면, 그곳을 중심으로 굉장히 활성화 돼요. 거기 가면 음악도 완전 힙합만 나오고 옷들도 완전 다양해서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 힘든 여러 옷들이 있고 그런 거죠. 레코드샵 같은 경우도 맨하탄 레코즈(Manhattan Records)라는 유명한 곳이 있는데, 옛날 올드스쿨 LP부터 요즘 것까지 다 있고. 피트락(Pete Rock)이 저희 오기 전에 와서 사인회도 하고 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문화 자체가 잘 형성이 되어 있는 느낌이었어요. 우리나라와 비교하자면 차이점은 그거 같아요. 우리나라의 경우에 힙합이 한창 유행할 때 ‘나 힙합 좋아해’ 이러다가도 유행이 지면 그때는 유행 따라 장르가 바뀌는 거죠. 그런 느낌이라면 일본은 힙합을 좋아한다고 하면 완전히 삶을 그렇게 살면서 옷이나 음반이나 그 외에 관련된 것들을 즐길 수 있는 창구들이 되게 많은 것 같아요.



힙 : 과거의 커리어를 되짚어볼게요. [Chief Life] 인터뷰를 한 이후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잖아요. 치프라이프가 평단에 찬사를 받았고, 또 나아가서 대중음악상도 받으셨고요.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또 그런 에너지들이 이번 앨범을 만드는데 그래도 좀 영향을 줬을 것 같아요.

팔 : [Chief Life] 전에 비트가 나왔고, 가사는 그 이후에 썼던 건데 어쨌든, [Chief Life] 앨범은 지금 돌이켜보면 만들 당시에 마음이 좀 각박했던 것 같아요. 그 앨범 들어보면 좀 차갑다는 느낌이 저도 들고, 그리고 뭐 제 주변에서도 차가운 느낌을 받았다고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그리고 제 기존 팬 분들도 제가 체감하기에 제가 냈던 작품들 중에 치프라이프 앨범을 제일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오히려 뮤지션들이 많이 좋아해주고, 힙합을 정말 오래 전부터 들어온, 힙합 음악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좋아했던 것 같은데, 근데 또 ‘또 봐’ 같은 경우는 누구나 많이 좋아했던 것 같아요. 공연장에서도 라이브를 하면 사람들이 랩도 따라 하고 이러는 걸 보면요.

[Chief Life]를 내고 상 받은 건 기분이 되게 좋았는데, 뭔가 스스로 결과에 대해서는 사실 백프로 만족하지 못했어요. 제가 느끼기에는 제가 의도했던 여러 디테일한 포인트들을 사람들이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런가 하면 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중 한 분인 남성훈씨가 쓴 글을 봤는데, 제가 의도했던 거를 굉장히 디테일하게 이해하고 계셨어요. ‘아 이런 분들이 진짜 있구나..’ 정말 고마웠죠. 힙합음악을 좋아하는 많은 매니아층들이 그런 부분을 감지하고 좋아했으면 좋았을 텐데.. 사실 그런 거를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았어요.


힙 : 예를 들면 어떤 부분에서요?

팔 : 예를 들면 슬릭릭(Slick Rick)의 ‘La di da di’나 Audio Two의 'Top Billin 같은 곡들의 올드 스쿨 프레이즈를 랩이나 음악에 여러군데 인용했어요. 그러니까 앨범이 완전 요즘 스타일과 클래식한 올드스쿨의 색깔을 합쳐서 만든 거였죠. 그리고, 그 안에서의 메시지는 제가 생각했던 현재 음악 비즈니스의 어떤 문제점이나 제가 랩퍼로써 느낀 감정들을 담은 건데, 사람들이 그런 거에는 아예 관심이 없는 건지 아니면 알고 있는데, 저한테 피드백을 안 줘서 제가 모르는 건지.. (웃음) 제가 받아들이기에는 그런 부분들에서 사람들한테 너무 어렵게 다가갔다거나, 지루하게 다가갔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아쉬워서 [Cheers]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보완하려고 노력했어요. [Behind The Scenes] 때부터 [Chief Life] 때까지는 너무 차가웠어요. 제가 일에 중독되어 있었기 때문에 머리가 그쪽으로만 갔던 거 같아요. 그런데, 그런 에너지가 사람들한테 전달된 건 좋았어요. 그전까지의 작업물들은 따뜻하거나 감성적이거나 아니면 누군가를 위로하면서 보듬어주는 느낌의 곡들이었기 때문에 어느 순간 사람들이 저한테 그런 것들만 원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그런 걸 완전히 깨고 싶기도 했어요. 완전 삐뚤어져 갖고..(웃음)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힙 : 저 같은 경우에는 팔로알토라는 랩퍼가 [Chief Life] 전후로 나뉘는 그런 느낌이 굉장히 좋았어요. [Chief Life]에서만 할 수 있었던 얘기들이 있잖아요. 외부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현재 팔로알토를 비롯한 하이라이트가 평단이나 골수 힙합 매니아들의 보루처럼 되어버리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혹시 본인도 그런 기대치를 느끼나요?

팔 : 글쎄요. (웃음) 기대치는 전혀 못 느끼지만.. 어쨌든 제가 그 앨범을 낸 건 잘 한 거 같아요. 제가 갖고 있는 불만이나 차가운 면들을 다 해소를 했거든요. 다만, 다 풀어냈으니까 이제는 내가 사는 얘기를 하고 싶고, 사람들이랑 나누고 싶은 거죠. 이제 제 커리어도 오래 되었는데, 더 이상 그런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하고 있어요. [Cheers]를 내면서 좀 더 그런 생각이 확고해졌고요. 이번 앨범의 힙합커뮤니티 반응을 보면 그냥 그래요. 근데 음원 사이트들의 반응이나 SNS를 검색해보면서 느끼는 바로는 사람들이 앨범을 엄청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렇게 앨범을 사랑해준다는 느낌을 받은 게 [Lonely Hearts EP]때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저는 그게 더 의미 있는 것 같더라고요. [Chief Life]에서 제가 했던 얘기들이 ‘이제는 그게 아니다’ 이런 건 아니지만, 어쨌든 저는 그냥 제가 만드는 음악을 통해서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뭔가를 나누길 원해요. [Chief Life] 앨범 같은 경우는 그런 부분에서 좀 아쉬웠어요. [Cheers]는 그래도 더 많은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앨범이잖아요.


힙 : 재미있는 게. 더콰이엇(The Quiett)님 같은 랩퍼들과 비교하면 피드백에 반응하는 게 완전히 상반된 것 같아요. (웃음) 팔로알토님은 어쨌든 실질적으로 다가오는 그런 피드백을 굉장히 중요시하시네요.

팔 : 제 ‘Good Times’ 가사에도 ‘누가 뭐라 해도 난 계속 할건데’ 뭐 이런 얘긴 있잖아요. ‘돈 땜에 안불러 거짓 사랑노래. 이런 노래 계속해도 날 사랑해줄래?’라는 가사도 있는데. 그러니까 제가 대중 취향에만 맞춰서 음악을 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사랑해주는 것도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거잖아요. 그냥 제가 살면서 느낀 감정들을 쓰는 거에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그런 가사에 감동을 느끼고 공감할 때, 그리고 그런 피드백이 올 때가 저한테는 가장 보람이 큰 것 같아요.


힙 : [발자국 EP]가 벌써 10주년이 됐어요. [발자국 EP]는 저한테도 한 시절이 통째로 생각나게 만드는 추억의 앨범인데 (웃음) 팔로알토 본인은 더 하겠죠. 데뷔 10주년을 기념한다는 건 어떤 느낌이에요?

팔 : 일단, 발자국을 발표한지 10년이 되었다는 게 [Cheers] 앨범을 만드는 데에 큰 원동력이 됐어요. 일단은 뭐.. 좀 놀라워요. 벌써 10년이 됐나 싶기도 하고. 그리고 이번 데뷔 10주년이 되면서 옛날 생각을 많이 하기도 했어요. [발자국 EP] 앨범도 막 들어보고.. 그러면서 느꼈던 게 그 앨범을 듣고 옛날 생각을 계속 하다 보니까. 그 당시의 감정이나 이런 것들이 뭔가 가까이 느껴지더라고요. 당시에 공연하면서 찍었던 사진이나, 놀던 친구들..

'Forrest Gump' 같은 경우도 그런 생각이 기반이 돼서 가사가 나왔던 것 같아요. [Chief Life] 앨범에서는 1번 트랙에서부터 '나는 이제 예전에 내가 아니야'라고 하는데, (웃음) 이번 앨범 1번 트랙에서 보면은 '어릴 때 다짐한 그 모습대로 늙고파' 라고 하거든요. [Chief Life] 때는 인간이..(웃음) 완전 비즈니스맨이 돼버려서 '난 이제 애도 아니고 나 당당하게 돈 벌거야' 마인드였어요. 어쨌든 그 이후에 심경에 변화가 있었던 건 아예 인간이 바뀐다는 거는 너무 자신을 학대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 들이 사라져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예전에는 동경하고, 꿈꾸면서 살다가 그것들을 이루고 나서 느끼는 매너리즘일까요? 예를 들면 파티를 한지 이제 4년이 되어가고 있는데, 어느 순간 일처럼 할 때가 있어요. 즐거워서 놀아야 되는데, 약간 놀아주는 느낌으로 놀 때도 있단 말이에요. 그렇게 되면 즐거움이 완전히 사라지는 거란 말이에요. 차가 없었을 때에는 아는 형 차 옆자리에만 타도 거기서 내가 듣고 싶은 노래를 틀면 '와! 이거 짱이다!' 막 이런 게 있었는데..(웃음) 그런 기쁨들이 줄면서 마음이 차가워졌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렸을 때 [발자국 EP] 냈을 때, 그때는 모든 게 다 즐거웠으니까.. 그 당시를 많이 회상했던 것 같아요. 정말 그 때는 힙플 사무실 오는 것도 즐거웠어요. '와.. 여기가 힙합플레이야 사무실이구나..' (웃음) 어쨌든, 이런 사소한 즐거움들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지 계속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힙 : 물론, [Cheers]가 [Chief Life]에 비하면 비교적 밝고 담담하고 여유롭지만, 분명히 날도 서있단 말이에요. 약간의 냉소가 섞여있는 느낌이랄까요?

팔 : 예 맞아요. 부드럽진 않죠. ‘Forrest Gump’ 같은 경우도 곡은 따듯한 느낌이지만, 그 안에는 날카로운 가사들이 있죠. 특히나 ‘Reality Bites’ 같은 경우에는 진짜 좀 날카로운 그런 가사들이 있는데, 어쨌든 제가 ‘마냥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이런 건 아니에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꼭 해야 되고, 그런 부분에서 날카로운 부분들이 있는 거죠. 제가 어떻게 말로 설득력 있게 풀어낼 순 없을 것 같은데, (웃음) 제 생각들과 마음속에 있는 감정들을 다 음악에 담은 거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담긴 것 같아요. 말하자면, ‘내가 어렸을 때 느꼈던 사소한 즐거움들은 지금도 분명히 내 주변에 존재하고 있고, 이제 그런 것들을 캐치하면서 살아야지’라고 생각한 감정들이 조금씩 조금씩 쌓여서 [Cheers]로 온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리드머에서 써주신 리뷰에도 ‘[Cheers]는 [Chief Life]의 B-Side EP같은 앨범이다’ 라고 써주셨더라고요. 두 앨범 사이에 감정선이 바뀐 거지, 사고방식이 바뀐 건 아니니까, 그 연장선상에서 조금 밝고 즐거운?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힙 : 이번 앨범 배포를 일부만 한정적으로 하셨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팔 : 일단은.. CD 시장이 많이 죽었고, 주변만 둘러봐도 CD를 이제는 아무도 안 듣는단 말이에요. 예를들면 [Chief Life]가 나왔을 때, 제 여자친구가 친구들한테 CD를 몇 장 줬는데, ‘이거 받아도 씨디플레이어가 없어!’라고 한 사람들도 있고. 뭐 저만해도 요즘도 CD를 사지만 차에서나 듣지 다른 곳에서는 CD로 잘 안 듣는단 말이에요. 단지, 제가 소장하고 싶어서 사는 거죠. 그래서 아예 뜯지도 않은 CD들도 많고, CD를 사놓고도 아이튠즈에서 다운받는 경우가 많아요.

힙 : 방금 말씀해주신 것처럼 음반이 없어지면서, 뮤지션으로써 아쉬운 측면이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음반을 듣고 자란 세대로써 그게 없어져버리니까요. 그런 부분을 간직하기 위해서 하려고 했던 노력 같은 게 있을까요?

팔 : 사실..시대가 변하는 거기 때문에, 그런 거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그건 그냥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고. 그냥 당연한 순리라고 생각해요. CD로 안 들어도 너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매체들이 너무 많잖아요. ‘꼭 CD를 사게끔 하는 문화를 만들겠다’ 이런 노력은 전혀 없어요. 그런데 지금도 CD를 만드는 이유는, 그냥 아직 제가 CD를 사는 사람이고, 제가 어떤 아티스트의 CD를 샀을 때 부클릿도 보고 하는 그런 즐거움을 알기 때문에 아직도 발매를 하는 거에요. 변함없는 거는 사람들이 제 CD를 살 때 노력해서 얻는 기쁨이 컸으면 좋겠어요.


힙 : 곡 얘기로 넘어가볼게요. 첫 곡이 ‘Forrest Gump’에요. 그 캐릭터의 어떤 포인트를 입히고 싶었던 건지 설명해줄 수 있나요?

팔 : 일단 제목은 곡이 완성된 다음에 제목을 정했던 거에요. 원래는 ‘Cheers’로 할까 했는데 그렇게 하면 그 노래가 타이틀곡이라고 생각할 까봐 안 했고, (웃음) 가사는 그냥 너무 무겁지 않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사람들이 들었을 때 ‘이거 너무 딥하네’ 이런 느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게.. 제 어떤 일대기를 사람들이 무겁지 않고, 쉽게 느끼게 하는데 초점을 두고 가사를 썼어요. ‘Forrest Gump’라고 제목을 정한 건 이것저것 엄청 고민하다가, 처음부분 가사 중에 ‘쑥맥이었지 나도 원래, 때묻은 우리 그때 추억하며 건배’ 이런 부분이 있잖아요. 포레스트검프라는 영화는 제가 지금까지 본 영화 중에 아직까지도 세 손가락에 꼽는 영화거든요. 포레스트검프라는 사람이 육체적이나 정신적인 장애를 이겨내고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면서 많은 일들을 하고, 사람들의 지지를 얻잖아요. 그런 모습들이 뭐랄까.. 동질감을 느꼈어요. 제가 어렸을 때는 그 영화를 보면 ‘와 이 영화 재미있다’ 정도였지만, 지금의 저랑 포레스트검프를 대입시켜보니까 새롭더라고요. 저 역시 어렸을 때부터 천재성을 보이고, 남다르고, 사람들 앞에서 나서는 타입이 아니었으니까요. 반에서는 그저 평범한 아이였고, 어떤 무리에 있어도 제가 거기서 목소리 높이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특이한 사람도 아니었거든요.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음악을 하면서 어느 순간 그런 평범함들이 특별해졌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길거리를 가든, 공연장을 가든 저를 알아보고 연예인 본 듯 ‘어어어?’ 하는 걸 보면 아직도 신기해요. (웃음) 일을 할 때도 제 팬들이 직업전선에 있어서 이렇게 인터뷰도 같이하고 있으니까요.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음악 하나 재미있게 하다 보니까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구나’라는 생각이 들죠. 그런 부분에서 포레스트 검프와 동질감을 느껴요.



힙 : 노이즈 비프와는 거리가 먼 팔로알토의 진중한 이미지 때문에 일침들에 무게가 더 실리는 것 같아요. 품격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어떻게 보면 이게 품격이죠. 몇 구절 날카롭게 꼬집는 라인들을 살펴볼게요. 우선, '이건 대축제 악마의 편집이 아니고 이건 생중계' 쇼미더머니에 대한 이야기에요. 시즌3가 끝났는데 만약 봤다면 어떻게 보셨어요?

팔 : 일단 ‘Good Times’의 가사를 짚고 넘어가자면 저는 이제 쇼미더머니에 대한 반감은 전혀 없어요. 그 프로그램은 예능프로그램이라는 생각뿐이에요. 사실 그 이전 쇼미더머니는 아예 보지도 않고, 꼴도 뵈기 싫었는데, 이번 쇼미더머니는 매주 재미있게 챙겨봤어요. 사무실에서 일하다가도 ‘어? 쇼미더머니 할 시간이네’ 이러면서 챙겨 봤어요. 반감이 있는 건 아닌데, 거기에 그 구절을 쓴 건, 쇼미더머니 악마의 편집을 호소하는 출연자 랩퍼들이 많았잖아요. 근데 어쨌든 나의 삶은 그런 악마의 편집이 아니고, 나의 삶은 ‘LIVE & DIRECT’다 라는 걸 어필하고 싶었던 거고, 비방목적은 아니었어요.


힙 : 음..이 구절은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비프리님의 싱글 ‘My Team’에서는 솔직히 겨냥한듯한 느낌이 컸거든요. 팀원들도 그런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단 말이에요. 그리고 중요한 포인트는 여지까지의 많은 랩퍼들이 단순 프로그램과 시스템에 대한 반감을 주로 표했다면, 이 곡의 포인트는 참가한 플레이어들에 대한 반감이었던 것 같아요.

팔: 일단, 주제를 정한 게 아니었고, 후렴이 ‘You know you can’t fuck with my team’ 이었잖아요. 사실 가사를 쓰면서 서로 얘기를 나눈 것도 없어요. 특히 레디(Reddy)가 직접적으로 쇼미더머니에 대한 언급을 하는데, 그건 우리끼리도 농담 삼아서 ‘레디는 쇼미더머니 정말 싫어하는 거 같다’고 얘기하거든요. (웃음) 근데, 심지어 레디는 쇼미더머니를 보지도 않아서 쇼미더머니에 대한 자세한 내용조차 잘 몰라요. 예전에 힙합퍼(Hiphoper)인터뷰를 보면, 그런 얘기를 많이 했더라고요. 이 인터뷰를 보시고, 그게 궁금한 분들은 힙합퍼 레디 인터뷰를 보면 될 것 같네요. (웃음) 오케이션 같은 경우는 쇼미더머니에 대한 얘기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A$AP처럼 옷을 입는 개성 없는 모든 랩퍼들을 두고 촌스럽다라고 얘기를 했던 거고, 자기가 생각하기에 멋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 얘기한 것 같고요. 허클베리피의 경우엔 쇼미더머니에 대해서 항상 얘기를 많이 하죠. 무대에서도 얘기하고, 사이퍼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아 보자’고 얘기를 할 정도로요. 제 가사 같은 경우에는 쇼미더머니를 향했다기보다는 제가 평소에 보고 느낀 멋 없는 것들에 대해 얘기를 한 거에요.


힙 : 그렇다면 프로그램의 애청자가 아닌 음악인으로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요?

팔 : 쇼미더머니. 당연히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아쉬운 점이 있긴 했지만, 저는 하나의 예능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보기 때문에, 더 이상 그런 것들에 대해서 불만을 갖지는 않아요. 다만 그 안에서 멋없는 건 멋없는 거니까요. 어쨌든 쇼미더머니가 제 인생에 영향을 주는 건 별로 없기 때문에 그거에 대해서 제가 더 이상 쇼미더머니 제작진들이나 거기 나오는 사람들한테 반감을 표출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그 쪽에서 저한테 적대감을 드러낸 적도 없잖아요. (웃음) 심지어 2~3편 모두 저한테 출연제의가 들어왔었으니까요. 제가 다 거절을 한 거였고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그런 생각은 있어요. 쇼미더머니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라도 성공할 수 있는 랩퍼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이게 너무 밸런스가 안 맞는 것 같아요. 쇼미더머니 보면서 멋있다고 생각한 랩퍼들도 있아요. 스내키챈(Snacky Chan)도 방송을 보고 그 분의 음악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었고, 오왼(Owen Ovadoze)이라는 랩퍼도 알게 되었고, 차메인 같은 경우도 저를 동심으로 돌려놨었고요. (웃음)


힙 : 어쨌든 쇼미더머니(미디어)의 파급력은 이미 예상했던 바였잖아요. 매 시즌 마다 쇼미더머니로 인해 흔들리는 씬의 모양새가 못마땅했다고 봐도 되겠네요?

팔 : 그렇죠. 왜냐하면 한 2년 전 3년 전을 되돌아보면 심지어 홍대에서 힙합 트는 클럽이 없었어요. 매드홀릭(MadHolic)이 등장하기 전까지는요. 그 당시에 저희가 파티를 기획 할 때 클럽 관계자들을 만나면 힙합음악을 트는 파티를 반겨 하지 않았어요. 힘든 시기였단 말이에요. 하지만, 그때도 우리는 그냥 꾸준하게 음악 했어요. 힙합음악 하고 파티도 어떻게 어떻게 클럽 빌려서 했고요. 누군가는 '쇼미더머니 가 어쨌든 힙합 대중화에 기여한 거 아니냐'라고 하는데 그건 사실 모르겠어요. 어쨌든 저는 그냥 굳이 쇼미더머니가 없어도 상관 없는 것 같아요.


힙 : 질문을 하나 더 드릴 건데, 답변이 예상되는 질문이거든요. 쇼미더머니 시즌4가 시작이 된다면, 거기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팀 중에 하나가 하이라이트거든요. 단도직입적으로 나갈 의향이 있나요?

팔 : 음.. 출연료를 많이 준다면.. 근데, 문제는 저는 2편이나 3편에 섭외가 들어왔음에도 안 나갔던 건 내가 가지고 있는 내 모습을 왜곡되게 보여주는 게 싫었기 때문이에요. 그게 너무 싫었기 때문에 계속 거절을 했던 거고요. 그런데, 이번에 일리네어를 보면서 느낀 게 ‘아, 이 친구들은 얻을 것만 딱 가져가는구나’ 이런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중요한 건 누가 나가서 어떻게 하느냐인 거죠.


힙 : 출연료 많이 준다면요?

팔 : 출연료 많이 준다면 (웃음) 물론 나갈 생각이 있지만, 제가 나가서 굳이 얻을게 없다면 나갈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힙 : 음악 안에서의 케릭터와 실제 케릭터가 100% 일치할 필요는 물론 없지만, 얼토당토않으면 당연히 멋없잖아요. 몇몇 구절들은 그런 것들에 초점이 가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입는 옷 내 일상 뱉는말 괴리감 없어 내 음악 누가 말해 좀 튈 필요 있어 난 나의 멋을 지키고 싶어’ ‘그만 좀 해 거짓말 티 나 너네 래퍼니까 팬들이 보니까 죄다 센척이야 지랄’

팔 : 일단, 사람들이 자극적인 걸 항상 원하고, 그쪽으로 포커스가 가 있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사람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자극적인 요소들은 많이 없단 말이에요. 그런데, ‘My Team’은 되게 자극적이었죠. 그 곡은 짧은 시간 안에 가사를 써서 녹음을 한 건데, 정말 신나게 했어요. (웃음) 아무튼, 제가 원래 그런 자극적인 얘기를 안 하다가 요즘 들어서 하는 이유는 [Chief Life] 인터뷰 때도 이야기 했던 것 같은데,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고 랩퍼도 이런 랩퍼가 있으면 저런 랩퍼도 있다는 걸 좀 말해주고 싶어요. 저는 인터넷에서 ‘팔로알토는 앨범보다는 피쳐링이 짱인 것 같아요’ 이런 글을 보면 진짜 ‘저 사람 좀 답답하다’라는 생각을 해요. 그렇지만, 한편으로 마음을 열어서 생각해보면 ‘저 사람이 기대하는 무언가가 있는데, 내가 그 기대를 만족 시켜주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제가 거기에 맞출 수는 없어요. 왜냐하면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요. 이게 답이에요.

그리고 내가 입는 옷과 내 음악, 내 일상이 일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삶의 방식이니까. 예를 들어서 주변에서 ‘야 옷 입을 때 색깔 좀 튀는 거 입고, 목걸이도 좀 차고..’ 이런 얘기를 한단 말이에요. 근데 그런 것들은 저한테 안 어울리고, 음악이랑 맞지 않으면 저는 모순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게 삶이고 문화인데 자연스럽게 묻어가야지 전 그거를 억지로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사람들한테 그런 얘기를 하는 거죠.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게 나의 멋이라고..


힙 : ‘Reality Bites’에서는 ‘인정받은 앨범도 없는 랩퍼들 뻔뻔하게 행사페이만 올리셔’ 라고 일침 해요. 비슷한 얘기로 요즘엔 앨범이나 오피셜 싱글 등이 공연 자격증, 면허증처럼 되어가는 것 같아요. 완성도를 갖춘 앨범도 점점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고요.

팔 : 네 맞아요. 없죠. 일단 그 구절에 대해 말하자면 말 그대로 그런 랩퍼들의 사례를 일을 하면서 많이 들어요. ‘누가 얼마 받네, 얼마 받네’ 하는데 아니..(웃음) 그럼 저는 좀 화가 나는 게 우리 아티스트들도 저거에 반값을 받고 가는데, 어떻게 이 새끼는..(웃음) 뻔뻔하게 그 금액을 부를까.. 좀 말이 안 되는 거 같더라고요. 앨범을 인정 받든지 랩퍼로서 인정을 받는 게 우선인데, 그렇지 않은 랩퍼들이 방송 한번 타고, 이슈 하나 내서 그걸로 페이 올리고, 좀 힘 있는 회사 만나서 회사빨로 페이 올리는 건 정말 양심 없는 행동인 것 같아요. 자기 자신이 자기를 겸손한 마음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힙 : 자극적이네요. (웃음) 그렇지만, 팔로알토님 얘기를 쭉 들으면 어쨌든 순리에 순응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라인도 비슷한 얘기가 아닐까 싶어요. ‘초딩 수준 촌티 랩 판쳐도 신의 뜻이라면 공존할 수 밖에’

팔 : 들을만한 한국 힙합 앨범을 찾기 힘들어요. 그리고 정작 제가 좋아하는 랩퍼들은 앨범을 안 내고 있죠. (웃음) 좀 냈으면 좋겠어요. 어쨌든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저한테 자극을 주는 랩퍼들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넓게 보지 못하고 시류에만 휩쓸려서 잠깐이라도 빛나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힙 : (웃음) 야구를 하셔서 그런지 직구가 잘 빨려 들어오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팔로알토라는 래퍼가 성숙하다고 느끼는 건 유치하고, 치사하고, 멋없는 어떤 것들에 욕하다가도 다른 편의 가능성을 돌아보는 시야로 어김없이 가사를 뱉는다는 점이에요. 지금 해주신 얘기도 그렇고 다음 라인들도 그래요. ‘사는 건 치사하고 유치해 고상한 척하는 내가 제일 웃기네’ ‘손가락질한 이들과 똑같아질까를 항상 경계해 나란 인간은 교만하니까’

팔 : 그렇죠. ‘Renaissance’에서도 ‘W A C K 그게 때론 내가 될 수 있어’ 라는 가사를 썼었는데, 항상 되돌아봐요. 브래인워시(Brain Wash)의 ‘Mind Control’ 가사를 쓰고도, ‘Damn Thing Funny’ 가사를 쓰고도 저를 되돌아봤었어요. 그런 가사를 쓰는 것도 제가 완벽해서 쓰는 게 아니라 그냥 그때의 감정을 적는 거에요.


힙 : 곡 제목이 ‘감기’인데, ‘감기’라는 건 어떤 것에 대한 은유인건가요?

팔 : 우울한 감정이나 나약해지는 순간들이 감기처럼 찾아온다는 거에요. 감기가 완전히 완치가 되는 게 아니라 바이러스가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추울 때나 피곤할 때 재발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사람이 어떻게 맨날 긍정적으로 살겠어요. 우울할 때도 있는 거죠. 그런 거를 아예 티 내지 않고 밝은 척하며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사람이 항상 밝은 마음으로 행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감정을 감기라는 곡을 통해서 넣고 싶었어요. 지금 보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는 강해’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음악이라는 게 감정을 갖고 사는 인간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슬플 때도 있고, 울 때도 있고 화날 때도 있을 거란 말이에요. 저는 저의 슬픈 모습의 밑바닥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후렴 가사가 ‘내가 관심 두는 건 누가 더 많은지 내가 신경 쓰는 건 누가 더 높은지 그런 거 알고 싶지 않아’ 이건데, 제가 정말로 그런 걸 신경 쓰지 않고 살고 있다는 게 아니라 살다 보면 그런 것들에 나도 모르게 관심을 두고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요. 누가 얼마나 팔았고, 누가 뭘 했고.. 하지만, 이런 것들을 신경 쓰고, 다른 사람들과 저를 저울질을 하다 보면 제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행해진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후렴은 예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을 어느 순간 숫자로 보게 되면서 내가 예전에 느꼈던 즐거움들이 거세되고, 결국 이런 것들이 안 좋다는 걸 느끼게 되면서 그걸 계속 되뇌는 거에요.

어렸을 때 꿈꿨던 건 거창한 걸 바란 게 아니었어요. 단지, ‘무대에서 랩하고 싶다. 신곡 만들어서 무대에 서고 싶다’ 이런 것들이었는데, 무대가 많아지고 이러다 보면 ‘이 노래는 관객들이 이렇게 놀아야 되는데, 왜 이렇게 안 놀지? 왜 이렇게 몰라?’ 이런 것부터 해서 ‘음향이 왜 이렇게 썩었어?’ 까지 옛날에는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즐거웠는데, 지금은 다른 불만들이 생기는 거에요. 그런 것처럼 감사함 들을 잊고 살거나 제가 우울해지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 그 감정들을 사람들한테 전달하고 싶었어요. [Chief Life]에서는 차갑고 감정이 없었잖아요. (웃음) 나에게는 그런 면도 있지만 나의 뒷면에는 이런 점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힙 : 이제 마지막 곡 ‘발자국’이에요. 마치 식구들을 둘러싸고 축도하는 것 같았어요. 굉장히 여운 있게 마무리한 곡인데, 이 곡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한 게 사실 이 곡의 대상이 한 사람인지 여러 사람인지 헷갈리거든요.

팔 : 헷갈려 하더라고요. 1절에서는 정확히 3명한테 얘기한 거에요. [Lonley Hearts EP]에 ‘녀석들’에 등장하는 사람들 중에 몇 명이 대상인데 한 명은 결혼해서 딸을 낳고 살고 있는 제 친구였어요. 또 하나는 제가 대중음악상 받았을 때 정말 기뻐해준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한테도 한 얘기고, 또 하나는 ‘녀석들’에 여자 밝히는 친구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그 노래가 발표되고 그 친구가 그 시절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랑 되게 사이가 안 좋아져서 제가 그 후로 약간 그 친구를 도와줬던 적이 있거든요. 그 친구가 그렇게 여자를 밝히고 좋아하고 정말 여자관계가 너무 바쁜 친구였는데, 이 친구도 나이를 먹으니까 그런 삶들이 없어지더라고요. 정말 조용히 살아요. 집에서 물고기 키우는데 집중하고, 야구 같이 하는 그런 친구인데 1절에서는 이렇게 3명한테 했던 얘기였고요. 그리고 2절에서는 211이 한 번 등장을 하고요. 팬들을 비롯해서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해준 사람들에게 저의 마음을 전달한 거죠.


힙 : 발자국 10주년을 기념하는 곡이기도 하잖아요. 10년 동안 음악인으로서의 삶을 살면서 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팔 : 너무 많은데, 한 가지 꼽기는 힘든 것 같아요. 하이라이트 레코즈를 설립하고 지난 4년은 너무 정신 없이 온 것 같아요. 제 인생은 하이라이트를 만들기 전과 후로 나뉘는 것 같아요. 그 전까지의 것들은 그 당시에 다 기억하고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했었는데, 하이라이트 만든 이후부터는 그럴 새가 없이 달려왔어요 정말. 제 인생의 하이라이트 레코즈는 너무 큰 존재죠. 그 외에도 긴 시간 동안 음악 생활 하면서 기억나는 건 너무 많아요. 정글 있었을 때도 기억나고, 신의의지 때, 그 이후에 개화산 사람들과 즐거웠던 기억들. 저한테 다가왔던 특별한 팬, 너무 많기 때문에 한 가지 꼽기는 너무 어렵고 다 소중한 것 같아요.


힙 : 좀 노골적인 질문일 수도 있어요. 2013년에는 확실히 하이라이트가 엄청난 상승세였어요. 현재 2014년에 들어와서 특히 신흥 레이블들이 많이 생겨났는데, 경쟁심이라든지 혹은 어떤 변화가 있나요?

팔 : 경쟁심은 저는 전혀 느끼지 않아요.


힙 : 그럼 좋은 현상이라고 보나요?

팔 : 아예 그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요. 저희는 계속 차별화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것뿐이에요. 왜냐하면 팬들이 뷔페처럼 다양한 것들을 골라 먹을 수 있게 하고 싶어요. ‘하이라이트는 이래서 하이라이트지. 내가 이래서 하이라이트 음악 듣고, 하이라이트 공연 찾아오는 거지’ 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완전 차별화 되고 싶어요.


힙 : 이번에 레이블 멤버가 재정비 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오피셜하게 말씀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팔 : 일단, 재정비 까지는 아니고 어쨌든 공식적으로는 처음 얘기하는 건데, 이보(Evo)는 하이라이트 레코즈를 나갔어요. 저희 투어를 끝으로 나갔고, 사람들한테는 일부러 공식적으로는 얘기는 안 했었는데, 그래도 언젠 가는 얘기 해야 될 거 같아서 이번에 얘기하는 거고요. 근데 뭐, 사이가 안 좋아져서 나간 건 절대 아니에요. 최근에도 술 마시면서 즐겁게 얘기했는데, 방향성이 좀 달랐어요. 그런 것들이 저랑 부딪혔죠. 근데 그거에 대해서 싸웠던 건 아니고 서로 잘 얘기해서 풀었던 거고, 그 친구의 개인적인 사정들도 있었고요. 그리고, 키스에이프가 들어온 건 워낙 가깝게 자주 보던 친구였는데, 진짜 완전히 남다른 뮤지션이라고 생각해요. 완전 특이하고 인간 자체도 미친놈 또라이 같고.. 좀 제정신이 아닌.. (웃음)


힙 : 어떤 점에서요?

팔 : 말이 안 돼요. 막 24시간 자고..(웃음) 제 정신이 아닌 친구인데, 음악도 그렇게 나오고 있어요. 그 동안 키드애쉬라는 이름으로 냈던 음악과는 완전히 다른, 더욱더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음악을 만들고 있어요. 깜짝 놀랄 거에요. 저는 정말 궁금한 게, 사람들이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 지가 굉장히 궁금해요. 그리고, 이 친구가 대단한 건 외국에 있는 아티스트들이 이 친구한테 컨택을 해요. ‘비트주고 싶다’, ‘너랑 아트워크 하고 싶다’ 이런 제안들이 많이 들어오거든요. 이번에 공개됐던 ‘Psycho'14’를 외국에 그림 그리는 사람이 키스에이프한테 관심을 가져서 작업을 하게 된 거에요. 이 친구는 보면 선견지명이 있는 것 같아요. 예술적인 인간의 집합체에요. 그리고 캐모스타(Camo Starr)라고 그 형은 옛날에 절정신운한아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형이에요. 이 형은 포지션이 딱 하나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곡을 만들기도 하고, 음악도 트는 형이에요. 원래는 ‘My Team’에 랩도 썼었어요. 인원이 너무 많아서 수록되지는 못했지만, 랩을 혼자 계속 하고 있었는지 랩도 굉장히 괜찮게 나왔더라고요. 이 형도 어떤 식으로든 활동을 할 거에요.


힙 : ‘My Team’이랑 키스에이프님 얘기가 나와서, 소속된 님들이 모두 그렇게 상식 밖이면 대표님으로서 어떻게 컨트롤하세요?

팔 : 뭐라고 해야 될까.. 그런 생각 많이 해요. 성경을 보면 예수님이 열 두 제자가 있는데 정말 말 안 듣잖아요. 베드로는 배신하고 유다는 팔아먹고.. (웃음) 가끔 ‘아, 예수님 정말 대단하다..’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대표로서는 한 없이 마음이 넓어야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친구들이 하는 행동이 어쨌든 저한테 악의가 있어서 하는 행동은 아니거든요. 사실 이 친구들은 제 입장을 알 수가 없어요. 당연한 거에요.


힙 : ‘JK형에게 다시 한번 더 표하는 존경’도 그래서 나온 구절인가요?

팔 : 아니요. (웃음) 그건 그것 때문에 나온 가사는 아니에요. 아, 이 얘기를 꼭 하고 싶었어요. ‘JK형에게 다시 표하는 존경’이라는 가사나 ‘Reality Bites’ 2절에서 최자(Choiza)형의 ‘진짜’ 벌스를 인용한 것도, 최자형이 이센스(E Sens)의 가사 한 구절 때문에 퇴물이 됐잖아요. 저는 그게 너무 가슴이 아파요. 우리가 어렸을 때 너무 좋아했고, 제가 군대에서도 정말 즐겨 들었던 음악들이란 말이에요. ‘파도’ 피쳐링 제의가 들어왔을 때는 너무 좋아했었고요. 업적을 남긴 아티스트들이 세월의 풍파 때문에 퇴물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게 너무 가슴이 아프잖아요.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 전성기였던 시절에 멋진 걸 이미 했어요. 예를 들어, 런디엠씨(RUN DMC)가 지금 솔직히 얼마나 멋있는 걸 낼 수 있겠어요. 저는 기대도 안 해요. 아무튼 옛날 그 모습들이 멋있었고, 그런 것들이 있었기에 영향 받아서 지금의 아티스트들이 새로운 걸 발전해서 하는 건데, 그런 걸 간과하고 퇴물이네 뭐네 하는 게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로 앨범을 통해서 형들의 얘기를 한 거죠.


힙 : 알겠습니다. 제가 준비한 질문은 여기 까지고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 또는 하이라이트의 향후 계획에 대해 여쭤보면서 마무리 하도록 할게요.

팔 : 그냥 계속 즐겁게 했으면 좋겠어요. 저희 하이라이트 모든 친구들의 바램은 그건 거 같아요. 너무 유명해져서 문제들이 많아지고, 그런 게 싫어요. 어쨌든 행복하고 즐겁게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말하고 싶은 건 얘기하고, 머릿속에 있는 좋은 아이디어들은 꼭 예술 작품으로 표출해 내고, 이렇게 살고 싶은 거에요. 오케이션의 아직 발표되지 않은 곡이 있는데, 거기에 되게 멋진 가사가 있어요. 가사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는 조용히 멀리 가기를 원해’라는 말이 있어요. 사람들이 다 굳이 알아야 될 필요는 없어도 우리는 우리가 한 걸로 돈도 벌고, 만족감도 얻으면서 이렇게 살고 싶어요. 저는 지금 이렇게 사는 삶이 너무 행복하거든요. 지금도 차 타고 음악 들으면서 오는데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아, 내가 30대가 되어서 이제는 음악 틀고 운전을 하며 인터뷰를 하러 가고 있구나, 그리고 조금 있다 밤에는 대학교 축제를 가는구나’ 이게 너무 기쁜 거에요. 유명세 때문에 SNS에 올린 한 글이 문제가 되어서 욕먹고 홍대를 걸어가는데 팬들이 너무 알아봐서 식당에서 밥을 못 먹을 지경이고, 이런 걸 원하는 게 아니에요. 저희들은 저희가 하는 걸 하면서 생활의 질적으로 음악적으로 계속 업그레이드를 해나가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해요 쇼미더머니 한창 방송할 때 ‘하이라이트 왜 이렇게 조용하지?’ 이런 얘기를 하는데 그건 조용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우리한테 관심이 없는 거에요. 우리는 조용한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꾸준히 작업물 내고, 계속 무대에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었기 때문에 저희한테는 그런 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저희 팬들은 당연히 알 거에요. 앞으로도 저희가 할 수 있을 때까지 저희 고집대로 계속 어필해나갈 거에요.


힙 : 알겠습니다. 긴 시간 동안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진행 | HIPHOPPLAYA.COM 관련링크 | 팔로알토 트위터 ( | https://twitter.com/…

15 Comments 최준홍

2014-10-14 21:40:44

키스 에이프 작업물이 기대되네요ㅋㅋ

박상준

2014-10-15 16:23:18

하이라이트 멤버들은 어떤 멤버의 인터뷰를 봐도 정말 마인드가 멋지시네요 항상 많은 걸 배워갑니다! 특히 이번엔 "최자형이 이센스(E Sens)의 가사 한 구절 때문에 퇴물이 됐잖아요. 저는 그게 너무 가슴이 아파요. 우리가 어렸을 때 너무 좋아했고, 제가 군대에서도 정말 즐겨 들었던 음악들이란 말이에요. 옛날 그 모습들이 멋있었고, 그런 것들이 있었기에 영향 받아서 지금의 아티스트들이 새로운 걸 발전해서 하는 건데, 그런 걸 간과하고 퇴물이네 뭐네 하는 게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정말 공감가고 진정한 리스펙트의 의미를 잘 보여주신 것 같네요! 언제나 하이라이트 음악들으며 응원하고 즐기겠습니다! 또 공연 많이들 하시지만 단독 공연들 많이해주시면 좋겠네요. 하이라이트 멤버들만의 바이브를 너무 좋아하는데 그건 확실히 하이라이트 팬들끼리 있는 공연에서 배가되고 그 분위기가 확 사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앞으로도 좋은 음악, 좋은 공연 부탁드립니다!! 이보님도 언제나 파이팅하시길!

최정현

2014-10-15 18:49:03

하이라잇은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음악하면서 항상 멋진 shit 뽑아주는 레이블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지지하겠습니다 좋은 행보 계속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그나저나 키스에잎 너무 웃기네요ㅋㅋㅋㅋㅋㅋ

최윤지

2014-10-15 22:23:37

이보님 나간고 진짜 아쉽네요 진짜 좋아했는데 섬머투어때 부터 나가셨다니....

공차는아톰

2014-10-15 23:35:21

팔로형님이 말하는 하이라이트의 차별화된 느낌과 위치가 너무 좋습니다. 진짜 깊은 멋이 뭔지 인터뷰만 봐도 느껴지네요 뿅

허승엽

2014-10-15 23:57:42

진짜배기 MC 팔로알토형님 존경합니다. 팔로 형님 인터뷰는 언제나 차분함이 느껴집니다..

le_won3057

2014-10-16 03:33:11

아...이보오빠 그런거같다고 생각은했지만 공식적으로 들으니까 더 아쉽네요..투어때이보오빠가 하신말들 너무너무 좋았는데.. 선택한 길에서 잘 됐으면 좋겠어요!!! 항상 좋은 음악 좋은 공연 많이많이 해주셔서 감사해요ㅎㅎ 다른레이블들이 아무리 나와도 공연은 하이라이트가 짱이니니까!!! 항상 사랑해요ㅎㅎ!!!

전재한

2014-10-16 08:24:10

팔로님 항상 늘 똑같이 쓰는 그 가사가 제게 왜 이렇게 크게 와닿는지 알것같습니다 멋있으십니다!

라임타임

2014-10-16 17:08:15

음악 속의 캐릭터와 팔로알토란 자신의 캐릭터가 이질감이 없는 것 같아요. 진실된 색깔로 항상 좋은 음악 보여주는 MC. 게다가 하이라이트란 멋진 레이블의 수장 역할까지.. 앞으로의 행보와 음악 기대하겠습니다!

mark귀

2014-10-16 17:26:33

리스펙 하이라잇!!!

chepv

2014-10-16 17:31:11

다 보고 cheers 노래들이 또 새롭게 들리네요. 조용히 멀리 계속해서 따라가겠습니다.

보노보노

2014-10-16 19:02:59

헐 이보가 나갔다니 좀 의외네요.. 여튼 이번 앨범도 잘듣고 있고 다음앨범이 더욱 더 기대되네요!

5월4일

2014-10-21 20:29:59

마인드가 확실한 랩퍼라 가사하나하나가 더 와닿죠. 그리고 저도 아직 시디사서 듣습니다. 앞으로도 시디로 발매해주세요.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피스~

조약돌

2014-10-26 10:04:56

하이라이트가 '조용하지 않게' 항상 하고싶은 음악 하시는거 정말 존경스럽네요. 행보를 응원합니다!

웅이

2015-05-15 12:10:11

인터뷸 읽을때마다 느끼는건데 말씀 진짜 잘하신다! 허... 존경합니다 ㅠㅠ


via https://hiphopplaya.com/g2/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1302&page=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