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여닫기
개인 메뉴 토글
로그인하지 않음
만약 지금 편집한다면 당신의 IP 주소가 공개될 수 있습니다.

힙합플레이야인터뷰 키드밀리(Kid Milli), 경험의 단면들을 담은 'AI, THE PLAYLIST'

한국힙합위키

키드밀리(Kid Milli), 경험의 단면들을 담은 'AI, THE PLAYLIST'

 힙플

1

 13462 Updated at 2018-03-29 20:06:42


힙합플레이야(이하 ‘H') : [AI, THE PLAYLIST]가 첫 정규앨범인데 어떤 기분이 드는지 궁금하네요.


키드밀리(이하 'K'): 정규앨범은 계속 내고 싶었었는데, 내게 돼서 되게 좋아요. 정규가 있는 래퍼인 걸로 사람이 많이 알게 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H : 원래 믹스테입 내는 걸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정규로 발매한 이유가 있을까요?


K : 일단 믹스테입을 낼 타이밍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믹스테입으로 준비를 시작한 앨범이기는 했어요. 이 앨범 말고도 정규로 낼 다른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 앨범이 생각보다 제 의도대로 잘 나온 거 같아서, 거기에 만들어 놓은 곡들을 많이 빼고, 두 개를 합쳐서 정규로 내게 됐어요.


H : 앨범에 '2WO'라는 곡에 ‘앨범 2개를 작업 중’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그 두 앨범이 하나로 합쳐진 건가요?


K : 더 각 잡고 만든 앨범이 [AI, THE PLAYLIST]이라면, 곧 나오는 EP 앨범은 이제 거기서 작업하다 만 곡들과, 새로 작업한 곡을 섞어서 내는 거에요. 제가 준비하고 있는 ‘nondisclothes’라는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컨셉으로 발매하는 앨범일 거 같아요.


H : 그건 언제쯤 나올까요?


K : 그 앨범도 조만간 나올 거 같아요. 빠른 시일 내에, 되게 빨리 나올 거 같아요.


H : 많이 진행이 된 건가요?


K : 네. 녹음도 다 했고, 한 명만 피쳐링 받으면 될 거 같아요.


H : 그렇군요. 이번 앨범이 하우스 기반 사운드인거 같은데, 제가 알기로는 정규 앨범에 이런 사운드를 넣은 한국 힙합 앨범이 없는 걸로 알거든요. 그래서 이 앨범에 대한 주변 동료나 팬들의 피드백이 궁금하더라구요.


K : 일단 새롭다는 얘기가 되게 많았어요. 주변 동료들은 저를 항상 믿어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 좋다고 해주죠. 근데 사실 완전히 믿지는 않았어요(웃음) 사실 저는 이 앨범이 망할 각오를 하고 낸 앨범이라서.


H : 어우, 왜요?


K : 너무 이질적이고, 실험적인 비중이 높은 앨범이기 때문에, 망하고 욕먹을 각오를 하고 낸 앨범이었어요. 사실 큰 기대가 없었어요. 다행히 잘 받아들여 주시는 것 같아요.


H : 그렇군요(웃음) 키드밀리님은 앨범 낼 때마다 그러한 새로운 모습 때문에 팬이 많아지는 거 같아요. 이번 단독 공연도 매진 됐더라구요.


K : 네 감사하게도 그렇게 됐어요.


H : 그 공연은 어떤 공연이죠?


K : 공연은 그냥 앨범을 낸 기념으로 하는 단독 콘서트에요. 일단 저로서도 한 번도 공연을 안 해본 곡들로 라이브를 하는 거니깐, 저도 기대가 돼요.


H : 다른 인터뷰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앨범 제목이나 커버를 직관적으로 정한다는 말을 봤어요. 이번 앨범 제목과 커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K : ‘AI’라는 단어는 사랑이라는 의미에요. 제가 이 앨범을 만들게 된 계기랑, 만드는 동안도 되게 힘들었어요. 제가 엄청 오래 사귀고, 가깝게 지낸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나서부터 만든 앨범이거든요. 그래서 막 따뜻한 사랑이 담긴 앨범보다는, 내가 큰 사랑을 잃고 나서 주변에 저를 챙겨줬던 내가 잊고 살았던 친구, 지인, 동료들한테 받은 그런 감정과, 또 제가 사랑을 잃음으로써 생각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담은 앨범이라서 그렇게 지었어요. 그래서 'AI'라는 단어는 중국어로도 일본어로도 ‘사랑’이라는 뜻이 있는 단어더라구요. 그게 마음에 들어서 썼어요. 'PLAYLIST'는 딱히 정규앨범인데 관통하는 주제도 없고, 내 감정 상태로 그 어려운 감정 상태에서 나온 곡들이긴 하지만, 그거를 일관성 있게 같은 얘기를 여러 트랙에서 풀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그냥 내 ‘힘들었던 어느 날’ 아니면 ‘괜찮아진 어느 날’, ‘시간이 좀 지난 어느 날’에 썼던 곡들을 다 모아놨어요. 그래서 ‘PLAYLIST'라고 적었어요. 내용보다는, 사운드에 되게 신경을 쓴 앨범이에요.


H : 그렇군요. 그럼 앨범 커버에 대해서 말해보면, 저는 처음 커버를 봤을 때, 오리엔탈 카펫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K :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작업해주신 분에게 특정 색감이랑 패턴 같은 것들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해서 결과물을 받았는데, 그 그림을 보니깐 학이 보고 있는 곳에 아무것도 없는 거에요. 학은 어딘가를 보고 있는데, 보고 있는 곳에는 그냥 패턴 밖에 없어요. 그냥 초점이 없는 느낌? 그게 딱 이 앨범을 만들었을 때의 제 상태였어요. 그냥 쭉 저번 달까지. 그래서 마음에 들었어요. 그 사진의 장치나 분위기나 동양적인 느낌 다 좋았지만, 그냥 저는 그 학이 보고 있는 곳에 초점이 없다는 거에 되게 꽂혀서, 그래서 친구들이나 그런걸 보여줬을 때, ‘꽉차있는데, 뭔가 좀 목적지가 없는 느낌이랄까?’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아 이 사람들도 내가 느끼고 있는 걸 느끼고 있구나’라는 생각했어요. 분위기 같은 건 제가 요즘 꽂혀있는 요소들이 동양화나 에스닉(ethnic)스러운 패턴에 꽂혀있어서 그런 요소들을 넣은거고, 우연히 그렇게 된 거에요. 사실.


H : 그럼 앨범 트랙으로 넘어가면, ‘AI', ’WHY DO FUCKBOIS HANG OUT ON THE NET‘ 뿐만 아니라 이번 앨범 전반적으로 하우스풍의 비트가 들어가있잖아요? 요즘 그런 음악에 꽂히신 건가요?


K : 처음 이 앨범 스케치를 했을 때는 아예 하우스만 담으려고 했어요. 그 과정에서 받은 곡이 ‘WHY DO FUCKBOIS HANG OUT ON THE NET'이었는데, 곡에 대한 설명을 하자면, 그때 당시에는 제가 막 어딜 돌아다니지 못할 거 같아서, 되게 스트레스 많이 받았던 시기라, 거기에 화를 푼 노래에요. 하우스적인 영감을 받은 부분도 있죠.


H : 어떤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으신 거에요?


K : 사람 감정이 부정적이게 되면, 다 짜증나는 거 있잖아요. 딱 그 상태였어요. 그 당시에 제가 잘 곳도 없어서 막 길에서 자고, 아는 형네 집에서 얹혀서 자고, 행사 끝나고 하민이네 집에서 자던가, 다 없으면 혼자 모텔에서 자거나 길에서 자거나 그렇게 했었는데, 그 당시 제 상황이 되게 절망적이었어요. 그래서 작업실이 제가 유일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이었는데, 거기서 할 수 있는 건 인터넷밖에 없었어요. 근데 인터넷을 제 이름을 쳐보면, 그 당시에는 욕 같은 것들이 되게 많더라구요. 그래서 그런 걸 보면서 그냥 화가 났었던 거 같아요.


H : 욕이 많았다는 건 좀 의외네요. 다시 앨범 얘기로 넘어가면, 이러한 하우스 풍 곡들이 ‘VINCE STAPLES'의 [BIG FISH THEORY]같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K : 사실 저도 그 앨범 좋아하고, 되게 잘 들었어요. 그리고 앨범에 대한 그런 영감적인 부분, 그러니깐 이번 앨범 말고 ‘내가 만약에 나중에 어떤 앨범을 만들 때, [BIG FISH THEORY] 같은 앨범을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은 스쳐지나가듯이 해봤어요. 그런데 이 앨범 자체를 레퍼런스로 잡고 작업을 한 건 아니에요. 제가 프로듀서들에게 받은 이 비트들도 레퍼런스 없이 됐어요. ‘이수호’라는 친구가 버리는 비트가 있다고 해서 받아서 쓴 거고, ‘동물원’이나 ‘HUGOBOSS' 같은 경우는 레퍼런스가 있는데, 그 것도 [BIG FISH THEORY]에 있는 곡은 아니었어요.


H : '이수호‘님이 나와서 그런데, 저는 이 곡을 듣고 너무 좋아서 찾아봤거든요. 정체가 잘 알려지신 분이 아닌 거 같은데(웃음) 어떤 분이신가요?


K : 수호는 되게 복잡한 친군데, 일단 영상 찍는 친구고, 음악도 하는 친구에요. 그 친구가 찍는 비트의 색깔이 제가 이번에 썼던 앨범의 색깔이랑 되게 일관됐어요. 그냥 그런 느낌의 비트를 자주 찍는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오피셜하게 활동을 한 친구는 아니라 아직 그 친구에 대한 정보를 찾기는 힘들 거에요. 근데 프로듀서 앨범을 준비하고 있더라구요. 저도 몇 개 들어봤는데, 누가 참여하고 이런 거를 제가 말하는 건 실례고, 근데 음 앞으로 많이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친구에요.


H : 그 분도 어느 크루에 속하신 분인가요?


K : 혼자하고 있는 걸로 알아요. 얼마 전까지 크루가 있었는데, 다시 혼자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H : 그렇군요. 그럼 다시 ‘WHY DO FUCKBOIS HANG OUT ON THE NET'으로 돌아오면, 뮤직비디오가 'Breaking Bad' 컨셉이더라구요. 특히 월터와 닮은 분이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K : 월터와 닮은 사람을 섭외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 할아버지를 섭외하고 싶었어요. 우리나라 힙합 뮤비에 특히 할아버지가 등장한 경우가 없잖아요. 그래서 할아버지를 넣으면 멋있겠다고 생각해서 섭외를 한거죠. 뮤비 컨셉에 대해서 말하면, 원래는 사막 같은 곳에서 군중에게 스피치하는 느낌으로 찍으려 했었어요. 근데 현실적인 문제도 있고, 또 뮤비로서 그림적인 문제도 있어서, 감독님이랑 4번 정도 미팅을 하면서 컨셉을 바꾼 거에요. 또 ‘WHY DO FUCKBOIS HANG OUT ON THE NET'과 'CORPORATE ESPIONAGE'를 만들 당시에, 제가 멕시코 카르텔 문화에 되게 빠져있었어요. 뭐 그 사람들을 찬양하는 건 아니고, 그 사람들이 쓰는 장비나 환경 같은 거에 흥미가 생겼어요. 파블로 에스코바르나 그런 거를 거래하는 사람들은 핸드폰이 도청 당해서 위성 전화를 쓴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부분이 그 곡 가사에 들어있는데, 그래서 ’나르코스‘ 아니면 ’브래이킹 배드‘ 둘 중에 한 컨셉을 따오려고 했었어요. 근데 이제 브래이킹 베드가 된거죠.



H : 그 곡 뮤비 댓글 보니깐 해외 팬도 많은 거 같던데(웃음)


K : 제 팬은 아닌 거 같고, 그냥 제목보고 웃겨서 들어온 거 같아요(웃음)


H : 그렇군요(웃음) 다음 트랙 동물원으로 넘어가면, 클럽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동물원이라고 표현하신 거 같더라구요.


K : 이 앨범이 제 감정 상태에 따라서 일어난 일에 영감을 받아서 단면 단면적으로 필름스럽게 만들어진 곡들이 모여서 앨범을 이룬 거거든요. 그래서 그 당시에 제 감정상태가 조금 나아지고 괜찮아져서, 새로운 여자를 만나려 클럽에 가 느낀 바를 가사로 쓴 거 에요. 근데 되게 멋없더라구요. 되게 염세적인 곡인데 이것도 인터넷에서 영향을 받아서 만들었어요. 이 남자애들 여자애들도 추잡하게, 뭐 추잡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 당시 제가 보기엔 추잡했어요. 술 먹고 취해서 술기운을 빌려서 남자들은 여자들을 어떻게 해보려고 하고, 여자들의 의도는 제가 잘 모르겠지만, 전 남자들 위주로 봤는데, 뭔가 이런 애들이 어디 인터넷이나, 어디 가서 깨끗한 척하거나 그런 걸 생각하니깐 갑자기 너무 싫은 거 에요. 그래서 그거에 대해서 쓴 거에요. 어쨌든 너나 나나 똑같은데, 왜 유명인들이 클럽에서 여자랑 노는 건 조롱거리로 삼는지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결국에 똑같은 짓을 하는데. 그래서 ‘내 댓글에 예의 언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가사가 있거든요. 딱 그 정신이에요.


H : 저는 사실 이 곡이랑 ‘COPORATE ESPIONAGE'랑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둘 다 힙스터에 관해서 얘기하는 곡 같아서요.


K : 아 동물원은 그냥 클럽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가사를 쓴 거에요. ‘COPORATE ESPIONAGE'는 사운드적으로 신나게 디자인하려는 의도가 제일 컸어요. 또 메시지 측면으로 넘어가자면 유행적인 측면을 건드린 건 아니고, 나레이션 부분은 ’나처럼 살아본 새끼들만 나를 욕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컸다는 거에요‘


H :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K : 내가 처한 상황이나, 나처럼 노는 사람이나, 나 같은 생활방식을 하는 사람들만 비판하지,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라는 의미였어요. 나레이션에서는 그랬고, 랩이 나오는 부분에서는 아무 의미 없었어요.


H : 제가 ‘힙스터’라는 단어에 집중한 이유는, 키드밀리님을 보면서 진짜 힙스터라고 느꼈거든요.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일본 애니를 좋아한다는 거 자체가 조롱이 될 수 도 있는데, 키드밀리님이 향유하는 문화들을 그대로 숨김없이 표현하는 걸 좋아하시는 거 같더라구요.


K : 한국에서 힙스터스러움을 추구하는(웃음) 그런 사람들이 보통 건드리는 게 일본 애니에요. 괜히 인스타에 일본 애니 동영상 올리고, 셀카에 이쁜 캐릭터 사진 붙이는 게 이미지적으로 유행처럼 되고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그걸 이미지로 사용하고 싶기도 했고, 진짜 좋아하기도 해서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거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더라도, 내가 멋있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H : 또, 비슷한 맥락에서, 트위치에서 게임방송을 하셨잖아요? 사실 한국에서 그런 인터넷방송에 대한 인식이 안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걸 의식하지 않고 하시는 게 멋있더라고요.


K : 저는 그런 거 의식 하나도 안 해요. 그리고 릴야티나 포스트 말론, 드레이크까지 다 하는데, 단지 우리나라 사람이 싫어한다고 안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하나도 그런 거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없어요. 반대로 다른 사람들이 제가 싫어하는 걸 한다고 해도 거부감 없어요.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저는 저니까. 애니나 트위치나 뭐든 간에 눈치를 보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H : 4번 트랙 '2WO'로 넘어가면, ‘i got two company'라는 구절이 있잖아요? 혹시 그게 아까 말씀하셨던 'nondisclothes'라는 브랜드인가요?


K : 네 맞아요. Cozy boys 크루의 ‘박동진’이라는 형과 같이 이 브랜드를 만들고 있고, 진짜 곧 나올 거에요. 그래서 회사가 두 개가 된 셈이라 그렇게 가사를 적었어요.


H : ‘nondisclothes’는 어떤 브랜드에요?


K : ‘nondisclothes'는 의류가 될 수 도 있고, 사실 브랜드라기 보단 무브먼트스러운 걸 많이 시도해보려고 해요. 아직은 현실적인 문제가 많아서, 매장을 차리고 거기에서 아지트처럼 쓴다거나 그런 건 없는데, 만약에 크루로서 활동이 많아지면 ’nondisclothes'라는 새로운 옵션도 같이 따라가는 느낌으로 많이 해보려고 생각은 하고 있어요. 그 중 첫 번째가 옷인 거고요. 막 레이블이나 그런 건 아니에요 사실.


H : 이런 걸 보면, 트위치 방송처럼 하고 싶은 걸 그때그때 하시는 편 같아요.



K : 네 맞아요. 뒷일 걱정이 없는 편이라서,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하려고 노력해요.


H : 키드밀리님이라서 궁금한 건데, 만약에 래퍼가 아니었으면 뭐 하셨을 거 같아요?


K : 음,, 옛날에는 그냥 회사였거든요. 지금은 뭔가 사업 같은걸 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쇼핑몰 같은 거요. 제 주변 인맥들이 그쪽에 많거든요. 그래서 저도 뭐 싫어하지 않으니까 했을 것 같아요.


H : 그렇군요(웃음) 다음으로 넘어가면 ‘HARD TOUCH freestyle'은 출연하셨던 마이크스웨거 벌스에 인트로를 추가해서 넣으신 거잖아요? 이걸 넣은 이유가 있으실까요?


K : 곡 자체는 일단 넣어달라는 사람이 많은 것도 있었고, 그리고 마이크스웨거를 찍기 전 날에 여자친구랑 헤어졌어요. 헤어지고 제정신이 아니었을 때, 밤새서 적은 벌스에요. 그냥 진짜 완전 휩쓸려서, 제가 무슨 소리 적고 있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뱉어야하는지도 모르고 쓴 거라서 되게 애착이 갔어요. 그래서 저한테 의미가 있던 벌스라 빼고 싶지 않았어요. 벌스를 더 추가해서 완곡으로 만들고 싶지도 않았고, 그냥 그대로 남겨두고 싶었어요.


H : 제가 알기론 이 곡부터 키드밀리님에 대한 평가가 훨씬 좋아진 것 같아요. 어떤 인터뷰인지 모르겠는데, 메시지적인 부분 보다 비트에 좀 더 잘 맞아떨어지는 소리를 내는 걸 연습하신다고 들었어요.


K : 옛날에는 그랬던 부분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냥 곡의 느낌대로 하고 있어요. 무작정 비트에서 잘만 하는 거를 보여주기 보다는, 비트에 맞게 하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메시지 위주의 노래도 해보고 싶어요. 사실 그 동안 할 욕심도 없고, 생각도 없었는데, 요즘에는 살면서 느끼는 점이 많아지면서, 제가 좀 더 민감해진 것 같아요. 똑같은 걸 봐도 옛날에는 아무생각 없었는데 요즘에는 더 많이 생각이 들거나 이런 일이 많아지더라구요.


H : 그렇군요. 이 곡을 프로듀싱하신 분이 'IOAH'라는 분인데, 이 분이랑 거의 모든 앨범에서 작업하시는 것 같은데, 어떤 분인가요?


K : ‘IOAH'는 같은 크루의 디젤(dsel)이라는 친구의 소개로 안지 2년 정도 됐었어요. 그 당시에는 퓨처베이스라는 장르가 한국에 거의 없었을 때였어요. 그런데 그 친구는 이 장르 위주로 비트를 만들고 있었고, 그게 저한테 신선하고 또 잘하기도 해서, 계속 교류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앨범 작업에 참여하게 되는 거 같아요.


H : 그 분이 퓨처베이스 장르도 하시는데 스윙스님의 ‘MORE' 같은 류도 되게 잘 만드시더라구요.


K : 맞아요. 예전에는 퓨처베이스가 주였는데, 요즘에는 그냥 다 하는 것 같아요.


H : 다음 곡 'FLEX'로 넘어가면, 전 여기서 키드밀리님의 짜증이 많이 느껴졌어요. 주변의 사람들의 지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것 같아요.


K : ‘WHY DO FUCKBOIS HANG OUT ON THE NET'이 내가 모르는 불특정 다수에게 화를 내는 곡이였다면, 'FLEX'는 옛날을 향한 화에요. 되게 힙합적인 클리셰잖아요. ’옛날에는 이랬는데 지금의 나를 봐라‘ 이런 거요. 그렇지만, 랩을 뱉는 래퍼가 겪었던 일은 다 다를 거 아니에요? 그래서 ’나도 한 번 내가 겪었던 일을 가사로 써서 랩으로 해보자‘ 해서 만든 노래에요. 또 저는 앨범에 붐뱁 템포 곡은 하나씩 꼭 넣고 싶어 하는 이상한 심리가 있어서(웃음)


H : 프로게이머도 하셨고, 검정고시를 보려고 하신 것도 그렇고, 래퍼도 하려고 하시는, 그런 시기가 있으셨으니까, 그런 힘든 부분이 있으셨을 거 같더라구요.



K : 네 분명 그런 부분이 있었어요. 해쉬스완(Hash swan)이라는 친구랑 저랑은 같은 동네 선후배란 말이에요. 제가 선배고 해쉬가 2살 후배에요. 해쉬가 저보다 2년 정도 먼저 미디어의 빛을 보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기 시작하고, 그 당시는 저는 방에서 랩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 때 쌓인 것도 많고, 그냥 지금껏 제가 겪은 무시는 되게 많아요. 집안이 찢어지게 힘들거나, 엄청난 일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정신적인 인정을 제가 많이 원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H :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라인 ‘25 대기업 과장보다는 더 벌어, 이까짓 건 자랑도 아니지만, 너에겐 달러서 yea i'm flexing'이 되게 멋있었던 것 같아요.



K : 맞아요. 결과적으로 그 곡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바로 그거에요.


H : 이 곡에서 빈지노님의 'Flexing'을 오마주하셨잖아요? ‘Muddy'라는 곡에서도 하셨고. 평소에 곡에서 아티스트를 샤라웃하거나 오마주하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버벌진트님도 했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K : 네. 의도하진 않았는데, 그렇게 되는 거 보면은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나는 이 노래에 꼭 아티스트를 샤라웃 할 거야’는 아니지만, 뭐 존경하는 사람들을 굳이 얘기 안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이 곡에서도, 제가 'Flexing'을 엄청 좋아하기도 하고 메시지에도 그렇게 이질적이라고 안 느껴서, 사람들이 일부러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썼어요.


H : 음 그러면, 키드밀리님에게 많은 영향을 준 아티스트가 있을까요? ASAP Rocky를 좋아하시는 건 알아요.


K : 뭐, 스윙스형도 빼놓을 수 없고, 요즘에는 'Tame Impala'라는 밴드에 영감을 많이 받고 있어요. 또 제 음악관에 영향을 준 사람은, 제 음악 자체에서는 나타나지 않지만, 'Kanye West같은 사람이 되면 멋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H : 그렇군요. 'IZAKAYA'라는 곡으로 넘어가요. 최근에 재키와이(Jvcki Wai)님에 대한 반응이 뜨겁잖아요. 이 곡에서도 반응이 좋더라고요. 이 분은 어떻게 인디고 뮤직에 합류하시게 된 건가요?


K : 재키는 원래 들어오기 전엔 알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Neo EvE]를 들었어요. 그걸 듣고 스윙스형한테 추천을 했고, 스윙스도 인상 깊게 들어서 들어오게 되었어요.


H : 가사를 보면 이분도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으신 것 같더라구요.


K :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 많이 대화해보지 않아서요. 근데 많을 것 같아요


H : 그럼 곡 보낼 때도 특정한 부탁을 하신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자카야에 맞게 쓰셔서 보내주신 건가요?


K : 네. 맞아요.



H : 계속 인디고 뮤직에 각 분야의 아이콘 같은 사람들이 합류하는데, 자극 같은 게 많이 되시나요?


K : 네 많이 되죠. 다 너무 특색 있고, 다른 분야 쪽으로 잘하는 사람들이라서, 뭐랄까 제가 모르는 사람들, 모르는 영역에 대한 것을 많이 배우게 되더라고요.



H :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인디고뮤직 내에서는 크루 느낌이 많이 없고 각자 할 거 하는 그런 느낌이 있는 거 같아요.


K : 옛날에는 많이 그랬는데 요즘에는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각자 너무 준비하는 게 많고, 바쁘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거죠. 서로가 싫거나 그런 게 아니고, 각자 작업할 욕구도 너무 넘치고 준비하는 것도 있으니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느꼈을 때, 요즘은 덜 차가운 것 같아요.





H : 최근에 컴필 싱글 ‘buru star'도 나왔는데, 그 곡에 대해서도 얘기 해주세요.


K : 'buru star'는 딱히 할 말 없는 것 같아요 그냥 하자 해서 한거에요.


H : 그런 단체곡 같은 경우는, 스윙스님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건가요, 아니면 내부적으로 이야기를 해서 진행한 건가요?

K : 그런 부분은 스윙스형이 주도를 많이 해주시는 편이에요.


H : 스윙스님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내일의 숙취 스윙스님편에서 키드밀리님의 영입일화를 말씀해주셨거든요. 아직 스타일이 완성되지 않았을 때 미리 가능성을 보고 영입 얘기를 한 게 어렴풋이 기억나네요.


K : 아마 눈 여겨본 거였을 거에요. 영입 제안은 제가 'Levitate'라는 곡을 올렸었는데 그걸 되게 좋게 들으셨다고 하셨던 것 같아요. 그 곡을 듣고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양홍원이라는 친구랑 저랑 해보는 게 어떻겠냐’ 해서 그렇게 됐어요.


H : 그렇군요. 이것도 많이 받는 질문이시긴 하겠지만 스윙스님은 리더로서 어떤 사람인가요?


K : 일단 너무 멋있어요. 왜냐하면, 저는 항상 제가 못하는 걸 하는 사람들을 다 멋있다고 생각하는데, 그중에서도 제가 제일 부족한건 리더십이에요. 근데 스윙스형은 거의 20명 넘는 사람들을 계속 통솔해야하는데, 저는 그런 거를 못할 거 같거든요. 저도 앨범 만들 때, 특히 앨범 마무리나 시작할 때, 여러 프로듀서들이랑 이야기하는 것도 정신이 없거든요. ‘이사람이랑 대화를 했었나?’ ‘무슨 이야기 했었지?’ 등등, 하나도 기억이 안날 정도로 엄청 어려워하는데 스윙스형은 앨범을 작업을 하면서도 그걸 동시에 하는 거니까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그 리더가 의욕이 없으면, 리더를 따르는 사람들도 리더의 영향을 받을 거라고 저도 생각을 하기 때문에, 계속 자기를 관리를 하는 점에서 존경스럽고 정말 멋있어요.


H : 그분이 평소에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인생강의 이런 거 많이 해주시잖아요. 아까 말하셨던 절망적이신 상황이었을 때 그런 부분에 있어서 도움을 많이 주셨나요?


K : 사실 그 때는 도움을 원하기 보다는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는 시간이어서 많이 얘기를 안했어요. 누구랑도. 표현을 잘 안했어요. 나중에 보니까 다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신기한 것 같아요.



H : 또 요즘 많이 나오는 얘기가 스윙스님의 안목이 되게 좋다는 부분이에요.


K : 안목도 좋은 것 같은데, 새로운 사람을 계속 디깅을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저나 IOAH나 재키나, 요즘 괜찮은 애 없냐고 많이 물어봐요. 또 음악뿐만 아니라 책이나 뉴스에 좋은 말 있으면 단톡에 공유도 해주시고, 계속 새로운 걸 알아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 같아서 때문에 안목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H : 그렇군요. 그럼 다시 곡으로 돌아와서 AKLO랑 Dragon ASH도 가사에 언급하셨잖아요? 평소에 일본 음악도 많이 들으시나요?


K : 막 매니아급 정도로 깊게 파지는 않는데 즐겨 들어요. 'JP THE WAVY'나 'HIYADAM', 'MIYACHI' 또 'NAKSHIMA MIKA'도 좋아하고 'Kohh'는 당연히 좋아하고, 일본 쪽 시티팝도 많이 들어요. 굳이 일본 아티스트들이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의 감성은 세계에서 그 사람들밖에 못 내더라고요. 멜로디라인이나 뭐 분위기 같은 부분에서요. 그래서 많이 듣는 건 아닌지만 자주 들어요.


H : 처음 듣는 아티스트들도 있네요. 그럼 다음 곡으로 넘어가서, ‘HUGO BOSS'가 독일 정장 브랜드잖아요. 이 곡 들었을 때 독일뿐만 아니라 여행 예찬곡 같은데, 싫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여행에서 엄청 영감을 받으신 것 같더라고요.


K : 예전에는 그랬어요. 요즘에는 다른 나라를 많이 가보진 않아요. 그리고 사실 유럽을 가본적 없고, 그건 상상 속으로 가본 유럽의 노래에요. 어느 책에서 ‘부자가 되려면 톰포드 슈트를 사라’였나 그걸 보고, 제가 돈을 벌자마자 외국의 중고나라 같은 곳에서 독일인한테 휴고버스 자켓을 샀어요. 그래서 진짜 뭔가 기분 탓일 수도 있는데, 사실 기분 탓인 게 클 거 같은데, 유럽 감성, 이런 게 된 거에요. 유럽 쪽의 아티스트 중에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유럽 문화도 좋아하고, 가본 사람 중에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상상 속으로 저를 여행을 떠나보낸 거죠. 진짜 가보고 싶어요.


H : 저는 이 노래 들었을 때 자메즈님의 훅이 너무 좋아서 느낀 게, 키드밀리님이 곡 만드는 능력도 그렇지만, 피쳐링도 잘 쓰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K : 제 피쳐링 기준은 일단 이름값은 하나도 안보는 것 같아요. 그냥 그 사람의 작업물인 거 같아요. 제 앨범이나 트랙리스트를 보면, 한 번도 안 들어봤던 사람들이 들어간 적이 몇 번 있거든요. 그래서 그냥 음악만을 보고 그 사람이 어울릴 것 같은 스타일의 곡이 나왔으면 그 사람한테 요청하는 경우가 커요. 근데 'HUGO BOSS'는 자메즈형이 제 앨범 거의 안 만들어졌을 때, 몇 개를 들어보고 같이 하우스 같은 걸 해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작업을 진행하게 된 경우고, 생각보다 너무 잘해줘서 너무 좋았죠,


H : 방금 플레이리스트에 이름이 많이 안 알려진 사람들이 많다고 하셨는데, 평소에 디깅을 많이 하시나요?


K : 네. 저는 디깅을 많이 하는 걸 좋아해요. 사운드 클라우드나, 인스타, 나무위키도 많이 보고요. 그런 잡 지식을 많이 알아가는 걸 좋아해요. 짬날 때 마다 디깅은 많이 하는 것 같아요.



H : 그렇군요. 그러면, 10번 트랙 'BLUE'에 대해서 얘기하면, 이 곡을 기준으로 앨범 앞뒤가 나뉜다고 생각하거든요. 의도하신 부분이 있나요?


K : 사실 그게 그 트랙 뒤부터가 메시지적인 측면이 많은 곡들로 이루어져있어요. 'BLUE'는 원래는 없었던 곡이었어요. 앨범이 만들어지고, 원래 11트랙이었는데 ‘BLUE'랑 'Wait on me remix'가 추가로 들어간 거죠. 'BLUE' 같은 경우는 Tommy Strate랑 앨범을 같이 다 만들고, 카페에 갔는데 그 친구가 자기가 멜로디라인 다 짠 게 있다고 하면서, 그 곡을 들어봤는데 너무 좋은 거에요. 멜로디랑 비트도 좋았는데, 그 곡의 메시지가 좋았어요. 처음 시안에 훅 반절밖에 없었는데, ’나 이거 써도 될까‘라고 물어보니깐 제가 쓰면 더 좋을 거 같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왜 그런지 얘기를 했는데, 그 곡이 앨범에서 가장 마지막에 작업한 곡이거든요? 그 당시에 제 감정은 이제 완전히 나았고, 힘든 거 없어졌고, 새로운 집도 구했고, 예전의 것들을 다 버리고 새로운 제가 된 상태였거든요. 그래서 ’BLUE'라는 곡은 누구한테 말하는 거냐면은 머릿속에 있는 이상형이 한명씩은 있잖아요. 근데 이상형과 완전히 똑같은 사람을 만난 경우는 제가 알기로도 없고 저도 그런 적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상형과 똑같은 성격, 외모, 스타일, 신장, 뭐 이것저것들에 아예 일치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이상형인거잖아요. 현실에 없는, 존재할지 안할지 모르는 내 머리의 이상형에게 말한 거였어요. 그 당시에 제가 많이 외로운 상태였어요. 너무 바쁘게 곡을 만들면서 스튜디오와 집만 왔다갔다 하는 일상이라 공허한 느낌도 있었고, 외국에 나갔는데 엄청 아팠는데, 기댈 사람이 없어서 좀 우울해지기도 했어요. 그래서 그런 감정 상태였는데, Tommy가 '내 머릿속에 있는 이상형에게 바치는 노래다'라고 설명을 하는데 딱 그게 제 상태였던 거에요. 누구를 만나고 의지하고 싶은데, 그럴 사람은 없는 상태였었거든요. 그래서 같이 작업을 하게 됐어요. 가사랑 멜로디라인이랑 같이. 작업실에 바로 가서 작업을 하고 완성이 됐죠.


H : 그래서 작사에도 그 분이 계셨던 거군요. 또 'GIVE ME SOMETHING'은 같은 날 발매된 Dsel님의 믹스테입 [터미널]의 'Something'이랑 비트만 약간 다르고, 똑같은 노래가 발매가 된 거잖아요? 이 부분도 의도가 있는 건가요?


K : 오리지날 버전은 디젤거고, 편곡된 버전은 제건데, 그냥 같은 날 같은 노래를 다른 버전으로 내면 재밌겠다고 해서 그런 거고 별 의미는 없어요. ‘재밌겠다’ 그게 다에요. 처음부터 만들 때부터 둘 다 쓰자 이렇게 된 거에요.



H : 여기에 아까 말씀하신 사랑을 잃은 감정이 잘 나타나있는 거 같아요.



K : 이 곡 같은 경우는 제 인생에서 임팩트가 컸던 사랑 중에 하나라서 그 가사를 쓰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왜냐면 Dsel도 거기에 과거 얘기를 했으니까, 저도 과거의 나의 사랑에 대해 얘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뭔가를 얻었을까’에 대해서 쓴 거에요. 이 곡에서 ‘사랑하긴 글렀구나’ 라는 말을 썼는데, 그 친구한테 실례라서 자세하게 말은 안 하지만, 어쨌든 사랑하기 힘든 상태로 계속 살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저도 저한테 하는 말이기도 했어요. 내가 여기서 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 ‘너나 나나 똑같구나’, ‘둘 다 사랑하긴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다음의 훅이 ‘give me something' 이러는데 뭔가를 원하는 거였죠. 사랑하긴 글렀는데 뭔가를 원하긴 하니까, 그런 가사를 거기다 썼던 것 같아요.


H : 다음 트랙 넘어가면 러브프리스타일이라는 곡 있잖아요. 여기서 피치변환된 목소리가 나오는데, 이게 전 여자친구분이 자신한테 한 말을 그렇게 표현한건가요?


K : ‘동물원’에서도 피치가 올라가는 소리가 있는데, 피치변환된 목소리는 제 머릿속에서 한 얘기고, 제 목소리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계속 저한테 의문을 던져요. ‘바람은 핀 게 잘못일까’ ‘뭐가 잘못일까’ 이러면서 하는 거라서 제 생각과 말의 구분이에요.


H : 사실 바람을 피웠다는 내용을 넣은 게 리스크가 크잖아요. 그런 부분을 솔직하게 표현해서 들었을 때, 되게 놀랐어어요.



K : 내가 숨기면 그 친구한테 거짓말 치는 거니깐요. 들었을지 안 들었을지 모르겠지만. 그 벌스를 쓴 지는 오래됐어요. 4-5달 정도 됐는데, 그 친구가 들었을 때 거짓말을 하는 거는 한 번 더 잘못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냥 그 친구한테 줄 연애편지를 노래로 내버린 거에요. 헤어지고 나서 그 친구가 모르는 제 감정 상태에 쓴 거죠. 그래서 숨기고 싶지는 않았어요. 앞으로 안 그럴 거고요. 그리고 리스크를 걸어야지 멋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H : 그렇군요. 마지막 트랙 'WAIT ON ME REMIX'로 넘어가면, 그 곡이 slez님의 곡을 리믹스 해서 내신 거잖아요. 이것도 그냥 좋아서 넣으신 거죠?


K : 그건 ‘BLUE' 뒤에 다 아날로그스러운 악기가 많이 쓰이잖아요. 앨범 앞에는 전자적인 사운드가 많았는데, 뒤에서 분위기가 바뀌니깐 마지막 트랙에 딥하우스를 넣으려고 했어요. 1번 트랙과 돌렸을 때 잘 어울릴 수 있게요. 근데 그렇게 넣으면, 이전 트랙과 사운드가 안 맞는 거에요. 그래서 반반 섞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멜론 같은 경우는 플레이리스트가 다 되면 다음에 채워놓은 곡들로 넘어가는데, 애플뮤직 같은 경우는 마지막 트랙을 들으면 1번 트랙으로 넘어가거든요. 그래서 그런 느낌이 반반 섞인, 아웃트로를 장식해줄 곡을 찾는 와중에 slez형의 노래를 듣고, 그 노래를 제 맨 끝에 트랙과 이어지게 한번 해서 들어봤어요. 근데 너무 잘 이어지는 거에요. 그래서 사용해도 되는지 물어보고,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훅 같은 부분은 건드리지 않고, 제 목소리를 얹어서 곡을 만들었어요.


H : slez님의 느낌이 너무 좋더라구요. 그 분은 어떤 분이에요?


K : slez형은 진짜 잘하고, 미국에 살아요. 미군도 했었다고 해요. 엄청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음악을 정말 즐기면서 하는 형이고, 비즈니스나 수익에 대한 생각 하나도 없이 즐기면서 하기 때문에 재밌는 음악이 많이 나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 형의 철학 덕분에 좋아하는 형 중 하나에요. 물론 음악도 잘하시구요.


H : 그분은 어떻게 알게된 분이에요?


K : 아마 사운드 클라우드 파도타기를 하다가, 듣고 너무 좋아서 제가 먼저 연락했어요. 사운드 클라우드 메시지였나 인스타 디엠이었나. 근데 안 보시더라고요. 근데 쿤디판다가 안다고 해서, 그 친구가 연결해줬죠.


H : 그렇군요. 앨범은 이제 거의 훑은 것 같은데, 커리어 처음부터 작업량도 엄청 많고, 그 많은 작업물에서도 계속 다른 스타일을 만들어 내시는데 비결이 뭘까요(웃음)


K : 아까 음악인으로서 칸예한테 엄청 영감을 많이 받는다고 했잖아요. 칸예가 멋있는 점이 항상 앨범마다 다른 스타일을 시도한다는 거에 매료가 됐어요. 그래서 그 사람의 행보를 영향을 받은 느낌도 있고, 제 커리어를 돌아봤을 때 부끄럽기 보다는, 한번 했던 걸 다시 하지 않는 쪽으로 계속해서 가는 게 당장은 짜증나고, 힘들고, 위험한 길이겠지만, 돌아봤을 때 보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계속 다르게 가고 싶어요.



H : 그렇다면, 올해의 목표는 뭘까요?


K : 올해 목표는 일단 방 세 개짜리로 가는 거랑 음악적인 목표는 조금 더 밝아지고 싶어요. 또 되게 많아요. 살도 빼고, 돈 많이 버는 거는 당연한 건데 돈에 대한 욕심은 아직은 그렇게 많이 없는 편이에요. 일단 음악적으로 계속 발전하고 싶은 게 제일 첫 번째에요. 믹스도 더 잘하고 싶고 마스터도 잘하고 싶고, 장비도 더 좋은 거 사고 싶고.


H : 엄청 많은 프로듀서랑 작업하시는 편인데, 앞으로도 원하는 색깔을 갖고 있는 프로듀서를 찾아서 할 생각이신가요?


K : 네. 앨범마다 다 다른 느낌이 나오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제 메일에 보내는 데모도 많이 확인 하는 편이에요.


H : 그럼 인디고 뮤직이나 코지보이에서 나오는 게 있으면 어떤 게 있을까요?


K : 인디고는 컴필 앨범을 준비하고 있고, 코지보이는 사실 비즈니스, 돈 이런 거를 생각 안하고 해서 딱히 뭐 없는 거 같아요. 아, 그런데 아지트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코지 보이도 컴필레이션 앨범도 조금씩 준비하고 있어요. 3월 31일부터 작업하기로 해서, 그것도 올해엔 나왔으면 좋겠어요.



H : 그렇군요. 그럼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K : 일단 잘 들어주셔서 고마운 게 첫 번째고요, 그냥 사람들이 너무 서로한테 신경을 덜 썼으면 좋겠어요. 그냥 즐겼으면 좋겠어요. 어떤 매체이든 간에. 너무 분석하지 말고, ‘이건 너가 잘했어, 이건 못했어’, ‘이건 누구 베꼈는데’, 이러지 말고 즐겼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런 거에 너무 지쳤거든요. 다른 사람들도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저 같이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들도 그게 너무할 정도로 남의 걸 훔쳐오고 그런 게 아닌 이상,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소화해주셨으면 좋겠어요.


interviewer: at seuq(임도현)


via https://hiphopplaya.com/g2/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123&page=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