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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플레이야인터뷰 크림빌라 '씬 안에서 이 앨범의 역할이 분명히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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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빌라│'씬 안에서 이 앨범의 역할이 분명히 있을 거라 믿는다'

 힙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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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221 2015-11-03 21:04:16

HIPHOPPLAYA(이하 힙) : 멤버들 각자에 대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다.

Loben(이하 L) : 프리즈몰릭(PRIZMOLIQ)과 크림빌라(CREAMVILLA)를 하고 있는 로벤이다. 두 팀 모두 그랜드픽스(GrandPics)라는 크루 안에 속해있다.

EX8ER(이하 E) : 반갑다. 그랜드픽스와 크림빌라 소속의 익스에이러라고 한다.

Quaimo(이하 Q) : 콰이모라고 한다.

반블랭크(이하 B) : 그랜드픽스, 크림빌라, 프리즈몰릭의 반블랭크다.


힙플 : 그랜드픽스가 크림빌라의 전신인 걸로 알고 있다. 크림빌라라는 유닛은 언제 어떻게 결성된 건가?

L : 크림빌라가 결성된 건 작년 쯤이다. 사실, 그랜드픽스라는 크루에서 음악을 한 건 꽤 오래됐는데, 멤버들 중에서도 음악을 그만둔 친구들이 생기고, 우리처럼 아예 전업으로 음악을 하는 친구들로 나뉘게 됐다. 말하자면, 크림빌라는 그랜드픽스 안에서 음악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들끼리만 따로 뭉쳐서 만든 유닛이다. 그게 아마 작년쯤인 것 같다.


힙플 : 유닛을 결성하자마자 앨범을 준비한 건가?

L :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다. 우리 안에서도 음악색깔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에 뭉쳤을 때 어떤 팀 적인 이미지가 생길 수 있을지는 확신이 없었거든. 그래서 처음에는 곡 작업도 몇 번 해보고, 공연도 함께 하면서 자연스러운 색이 생길 때까지 합을 맞췄던 것 같다.


힙플 : 콰이모는 그랜드픽스 원년멤버는 아닌 걸로 알고 있다. 새로 영입된 건가?

Q : 난 작년에 들어왔다. 프리즈몰릭 형들의 추천으로 제의가 들어왔는데, 나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함께 하게 됐다.

B : 부산의 콰이모가 속해있는 크루가 주최한 공연에 우리(프리즈몰릭)가 게스트로 가게 됐는데, 그 공연에서 한 명이 유독 라이브를 잘하길래 유심히 봤다. 그때는 콰이모가 다른 이름을 쓰고 있을 때였는데, 우리가 누구를 픽업할 정도로 잘나가는 입장은 아니지만.. (웃음) 어쨌든 콰이모를 픽업했다. 부산의 로컬 뮤지션 중에서 그래도 우리 프로듀서진은 빵빵하기 때문에 콰이모에게도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힙플 : 콰이모를 처음 알게 된 건, 파이랩스의 비디오였던 것 같다. 지금은 두 팀 활동을 함께 하고 있는 건가?

Q : 아, 올해 봄 즈음에 파이랩스 크루는 나오게 됐다. 각자 으쌰으쌰 했던 것도 있는데, 어쩌다 보니 나한테는 큰 시너지가 없을 것 같아서 탈퇴하게 됐다.


힙플 : (웃음) 첫 트랙부터 등장하지만, 부산에 대한 로컬프라이드가 가득 찬 앨범이다. 부산에도 로컬씬이 형성되어 있는데, 서울로 올라오게 된 계기랄까?

L : 우리는 부산 로컬씬에 대한 애정이라던가, 출신에 대한 프라이드를 굉장히 깊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크루 전체적으로 봐도 그렇고, 아마 개인적으로도 그럴 거다. 부산 출신 랩퍼들이 부산을 샤라웃하면서 서울로 올라온 이유에 대해 묻는 질문이라면, 프리즈몰릭의 경우는 그렇다. 12~13년 당시는 우리가 음악과 학업을 병행하던 시기였는데, 진로선택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부딪히게 되더라.

음악에 올인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학업에 집중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모든 게 엉망이 되는 것 같았다. 학업과 음악 두 개를 저울질하면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던 거지. 그러다가 1집을 발매할 때쯤 결단을 냈는데, 서울로 올라온 건 어떻게 보면, 돌아보지 않기 위해 우리를 내몰았던 거였다. 부산에서 음악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풀리기 마련이거든. ‘이제 음악 아니면 안 된다’라는 생각으로 좀 더 확실하게 내몰고 싶었다.


힙플 : 앨범의 정서로만 보면, 서울생활이 녹록치 않은 것 같은데..

L : 되게 힘들었다. 1집 앨범을 내고 나서 서울에 올라왔는데, 가장 힘들었던 건 일단 친한 사람이 없었고, 당연히 금전적으로도 힘들었다. 그래서 상경 초반에는 음악적인 고민과 금전적인 고민을 엮어서 생각했던 것 같다. 올라온 지 이제 2년이 조금 안됐는데, 아직은 계속 부딪혀보고 있는 중이다.


힙플 : 다른 사람들은 어떤가?

E : 나는 아직 부산에 있기 때문에..

L : 이 친구는 부산에 있어서 힘든 거지 (웃음) 왔다 갔다 해야 하니까.

B : 원래라면 오늘 올라와서 월요일날 뮤비 촬영까지 끝내고 다시 내려가면 되는데, 이 친구는 학교 스케줄 때문에 당장 오늘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한다. (웃음)

E : 내가 아직 학교 졸업을 못했다.


힙플 : 콰이모의 경우에는 어떤가?

Q : 아직 딱히 힘들지는 않다. 나는 이제 1년이 다되어가는데 아직까지는 그냥 재미있다.

B : 콰이모는 아직까지 엄마찬스 아빠찬스를 쓸 수 있는 시기다. (웃음)

Q : 그런 건 아니다. (웃음) 물론, 돈을 생각하면 힘들지만 난 워낙 집돌이라 나갈 돈도 그렇게 많지 않거든.



힙플 : 반블랭크는 가사에서 이제 제이통, 사이먼디는 부산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의 부산 씬은 어떤가?

B : 내가 생각했을 때 부산에 아직까지 그렇다 할만한 뮤지션은 없는 것 같다. 물론, 부산에도 열심히 하는 친구들은 분명히 있지만 아직까지 퀄리티 높은 결과물들이 보이지 않을 뿐더러 부산의 로컬씬을 성장시키고 있는 것도 아니다. 뭐 그런 상황이고, 좀 더 분발을 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와중에 우리가 부산을 충분히 대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부산을 많이 샤라웃하고 부산에서 공연 많이 하고, 어떻게든 부산 로컬씬을 활성화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거든. 우리는 서울에 있지만, 오히려 부산에 있는 뮤지션들보다 더 그렇다. 제이통이나 쌈디 같은 분들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부산이 낳은 슈퍼스타들이다. 이제는 전국구가 됐기 때문에 굳이 그 사람들이 부산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힙플 : 떠난 존재들이라는 말인가?

B : 맞다. 그들은 그냥 잘나가는 뮤지션들이다.


힙플 : 반블랭크 같은 경우엔 얼마 전에 부산 기반의 또 다른 크루인 아우라지와 디스전이 있었다.

B : 일단, 아우라지와 그랜드픽스는 부산에 있을 때부터 공연도 함께 하면서 친하게 지내던 크루였는데..

E : 어떻게 보면, 내가 두 크루의 교두보였다. 당시는 그랜드픽스 크루의 전신인 페이머스 몬스터즈(The Famous Monsters)라는 크루였는데, 아우라지쪽 뮤지션들과는 스케리피(Scary’P)형이 앨범에 비트 제공도 하는 등, 부산 뮤지션들끼리 교류가 활발했다. 공연을 하더라도 서로 시너지를 받기 위해 같이하는 경우가 많았지. 그때까지만 해도 부산의 힙합씬은 벅와일즈로 대표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그래서 더 힘을 뭉치는 식이였던 것 같다. 12년도부터 한 13년도까지 1년정도를 같이 했다. 아우리지 대표분이 공연을 기획하고, 공연장을 섭외하면 우리는 부족하지만 프로모션을 맡는 식이었지. 그분이 기획력이 있으신 분이어서 공연을 체계적으로 많이 열려고 했었고, 우리는 그걸 통해 그랜드픽스라는 크루의 정체성을 가져가려고 했지만, 지내다 보니 안 맞는 부분을 느꼈다. 뭐랄까, 말하기 애매하지만, 우리는 더 힙합다운 힙합을 하길 원했거든.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리얼함을 반영하고 싶었는데, 이곳은 정서 자체가 다른 걸 느낀 거지.

B : 우리가 봤을 때 그쪽은 약간 인디 감성의 대중가요를 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우리와는 안 맞는다고 판단하고, 좋게 끝낸 거였는데, 그 와중에 크리틱(Critic)이라는 사람이 개념 없는 행동을 하게 되면서 결국 그 친구 한 명 때문에 아우라지랑 그랜드픽스가 갈라서게 됐다. 전부 얘기하기에는 너무 길지만, 사실 그 친구한테 사과할 수 있는 기회도 몇 번 줬었다. 근데 자기가 싫다니까 그냥 그렇게 넘겼던 건데, 몇 년 지나고 싱글로 디스를 하더라.


E : 사실 크루가 한 명 때문에 멀어진 거기 때문에 더 아쉽다. 나 같은 경우에는 작년에 정규앨범 녹음도 아우라지에 소속된 형의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했을 정도니. 난 이래저래 애매한 관계가 되어버렸다.


힙플 : 디스곡은 받아들이기에 어땠나?

B : 사실 나는 듣지도 못했었는데, 아는 동생의 문자로 알게 됐을 정도로 뜬금없었다. 그리고, 그 디스가 어이없는 건 가사 내용이 ‘내 삶은 멋진데 프리즈몰릭은 서울 가서 뭐하냐’라는 식인데 훅은 ‘City of 쌈디’ 라니..

E : 우리가 부산을 버리고 서울로 올라갔다고 욕하는데, 그 훅은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진 꼴이다.

B : 그 말은 서울에 올라온 뮤지션들이 금전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면, 그 꼴이 안 좋다는 뜻밖에 안 되는데, 그건 부산 뿐만 아니라 서울에 올라와서 음악을 하는 수많은 로컬 뮤지션들을 모욕하는 가사라고 느껴졌다. 그냥 어이가 없었지. 그 사람 성향을 보여주는 멍청한 가사다. 욕은 하고 싶어서 했는데, 쌈디는 또 멋져 보이거든.



힙플 : 앨범 이야기를 해보자, 전형적인 언더그라운드 랩 씬을 이야기한 앨범이다. 앨범을 기획할 때 중심이 된 테마랄까

E : 앨범이 전체적으로 붐뱁이긴 하지만, 사실 처음부터 ‘반드시 붐뱁을 해야겠다’하고 만든 앨범은 아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앨범에 초점을 맞춘 건, 네 명의 랩퍼와 한 명의 디제이가 보여줄 수 있는 어떤 음악적인 퍼포먼스였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붐뱁 바이브로 맞춰진 것 같다. 더군다나 그 당시에 때마침 프라임(Prhyme)앨범이 나왔는데, 그게 멋있어 보이기도 했고, 아무래도 멤버들의 취향이 그렇게 모였다.


힙플 : ‘격’을 비롯해서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 처음에는 좀 놀라웠다. 소위 리얼에 대한 고민을 이 정도로 진지하고 정직하게 뱉을 줄은 몰랐거든.

E : 사실은 앨범의 컨셉 자체가 주제를 의식하고 접근하지는 않았다. 물론 우리가 주제를 바탕으로 가사를 쓰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적어도 이번 앨범에서는 크림빌라 4명이 경쟁하듯이 각자의 스타일을 보여주는데 치중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화나있는 랩들을 하게 된 것 같다.


힙플 : 단지 배틀랩을 위한 주제들이었나?

E : 맞다. 딱히 의도 없는 배틀랩이었지만, 그래도 뼈는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B : 화가 나있기는 했지.. 사실 ‘격’은 뒤에 가서 방향이 좀 바뀌긴 했는데, 그 곡은 원래 리스펙에 대한 노래였다. 디제이에 대한 리스펙, 거리에 대한 리스펙 말이다. 우리들은 처음부터 길거리에서 시작해서인지 프리스타일 문화나 길거리에 대한 리스펙이 있었다. 그래서 멤버들끼리 그에 대한 주제들을 각자 담당해서 했었는데, 하고 나서 보니 조금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쪽으로 방향이 바뀐 것 같기도 하다. 말하자면, 리스펙을 얘기하려다 보니 리스펙 없는 사람들에 대한 화가 표출 된 거지.. 격식을 갖추라는 말이었고, 콰이모는 ‘난 화나있어’ 라는 가사를 실제로 쓰기도 했다. (웃음)

L : 정말 1차원적으로.. 나 화나있다고 (웃음)

Q : 난 원래 가사를 1차원적으로 쓴다. 나한테 가장 솔직해야 하는 게 내가 쓴 가사거든. 내가 격에서 쓴 가사는 나를 포함한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한 말이었다.




힙플 : ‘격’의 관점에서 지금 힙합씬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B : 일단, 나는 그 곡에서 디제이에 대한 리스펙을 말했다. 사실 요즘 많은 랩퍼들이 디제이에 대한 리스펙이 없는 것 같다. 그냥 MR트는 사람인줄 아는 거지. 난 예전부터 그런 부분에 화가 많이 났는데, 그게 뭐 랩퍼든 공연 기획자든 팬들이든 말이다. 디제이가 없었으면 과연 힙합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들은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인데 지금의 그들은 너무 찬밥신세인 것 같다.

크림빌라에도 디제이 티즈형이 있지만 당장 그 형이 받는 대우만 봐도 정말 화가 난다. 프리즈몰릭도 서울 올라와서 찬밥신세 많이 당했지만, 내가 느꼈을 때 티즈형은 힙합씬에서 굉장히 한 게 많은 사람이고, 내가 정말 존경하는 형인데 옆에서 그렇게 찬밥신세 당하는 걸 보면 화가 많이 난다. 그 형은 그냥 허허허 웃으면서 넘기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 비트에는 디제이에게 존경을 보내는 가사를 꼭 쓰고 싶었다.


힙플 : 다른 사람들은 어떤가?

E : 문화의 대한 경외심이다. 근데, 결국 우리에 대한 리스펙으로 주제가 바뀌었다. 왜냐면 그 가사를 쓸 당시에 많이 사람들이 시스템이 정해놓은 길을 따라가는 게 멋없어 보였거든. 물론 그 길은 정말 달콤한 길이기 때문에 이해도 하고, 크게 봤을 땐 시스템을 개인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도 하지만, 마음가짐이라도 스스로 갖추고 있다면 이렇게까지 멋없어지진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스스로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스스로 격을 갖추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물론, 나 역시도 옛날 1세대 엠씨들이 ‘Keep It Underground’나 초심을 얘기한다면 오그라들 거고 와 닿지도 않겠지만, 가볍게 할 때는 하더라도 내가 뱉는 말에 무게를 실을 때는 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그런데 이건 근본적으로 마인드 자체가 팔랑팔랑 거리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L : 일단, 요새는 힙합이라는 걸 접하기가 굉장히 쉽기도 하지만, 방송에서 다뤄지는 힙합이 대중들한테 너무 가볍게 비춰지기 때문인 것 같다. 그거를 보고 힙합음악을 접한 세대들이 힙합이라는 음악과 문화자체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결국 리스너들이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이 문화를 다루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한 것 같다.

E : 사람들한테 개 꼰대 팀으로 보일 거 같은데.. (웃음)


힙플 : 꼰꼰한 감성이 되려 신선하다고 느꼈다. 요즘은 아무도 이렇게 안 하지 않나

B : 맞다. 우리도 약간 이런 앨범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도 플레이어인 동시에 리스너지 않나




힙플 : ‘Dead Wrong’을 비롯해서 대체적으로 한국힙합에 대해 비관하는 것 같다. 콰이모의 벌스는 미디어를 겨냥한 건가? 쇼미더머니는 어떻게 봤나?

Q : 난 엄청 재미있게 봤다. 그런 프로그램도 이제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도 하나의 방식이고 기회고 길이니까

E : 맞다. 거기 나온 사람들에 대한 나쁜 감정은 없다.

B : 쇼미더머니에 나간 것 자체는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데 거기 나갈 때는 어느 정도 힙합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에게는 꼰대 같은 감성일 수 있겠지만 문화에 대한 경외심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 실제로 프로그램 안에서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 사람도 되게 많았다. 난 미디어 자체를 나쁘게 생각하지 않지만, 헛된 망상을 가지고 나와서 자신한테 맞지 않는 옷을 입는 사람들은 존중하지 않는다.

E : 사실 미디어는 어쩔 수가 없다. 그렇지만, 리스너들이 관심을 여기만 두고 있다는 게 많이 아쉬웠다. 그래서 난 ‘격’도 그렇고 사실 리스너들을 깐 거였다. ‘어떻게 리스너를 까는 건 너무하지 않냐’라고 해도 난 진짜 올바른 리스너라면 그 가사에 찔렸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식의 리스너를 선도하는 문화는 지금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힙플 : 버벌진트의 지진아 사냥처럼? (웃음)

E : 나는 그런 움직임이 어느 정도 문화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게 꼭 옳은 마인드였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잘나가는 미디어에 얼굴 비춰서 뱉은 16마디가 몇 년에 걸쳐 만든 앨범보다 주목을 받는 건 분명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디어를 통해서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이 되는 건 좋지만, 반대로 기준이 되어야 할 기존 리스너들이 오히려 씬에서 멀어지는 건 분명 안타까운 현실이다.


힙플 : 아이돌 랩퍼들에 대한 반감은 어떤가?

B : 무관심이다. 별로 랩퍼로 생각하지도 않고

E : 그냥.. 잘하면 잘하네 정도로 생각하고, 사실 크게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 애써 무관심이 아니라 그냥 평소에 무관심이다.

Q : 잘하면 오.. 못하면 애.. 우리랑은 다른 세계 사람들이다. 당연히 그쪽 사람들도 우리가 모르는 그들만의 고충이 있겠지.


힙플 : 현재 한국힙합의 메인 키워드는 ‘Positive Vibe’라는 생각이 들지만, [The Anecdote] 같은 절대적으로 암적인 앨범도 나왔다. 누군가는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E : 내가 딱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긍정적인 바이브.. 물론 좋지.. 좋은데, 그것조차 너무 많은 일리네어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힙플 : 그것마저도 획일화 되어있다는 건가?

E : 끌어당김의 법칙, 긍정의 법칙. 뭐 이런 거 있지 않나. '시크릿' 같은 서적들에서 설파하는.. 이게 넓혀서 보면 불교의 사상인데 물론 좋은 사상이고 좋은 마인드지만 그것마저도 따라 하는구나 싶어서 씁쓸할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센스 같은 감성이 좋다. 사람이 모두가 낙천적일 수만은 없지 않나.

L : 매사에 부정적인 친구다. (웃음)

Q : 익스에이러형은 원래 부정적이다. (웃음)

B : 자신의 감정이 정확히 어떤지 모르고 그냥 멋있어 보이니까 그걸 따라 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텐데, 진짜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의 긍정적인 바이브는 곡을 들었을 때 확실히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힙플 : 미디어가 씬에 깊게 들어오면서 한탕주의가 만연하다. 그 과정에서 언더그라운드 랩퍼들의 방식이 ‘힙부심’이나 구시대적인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L : 그건 받아들이는 사람의 자유인 것 같다. 우리의 앨범을 듣고 ‘얘네 되게 꼰대다’ 라고 생각이 든다면 그렇게 받아들이면 되는 거다. (웃음)

E : 싫은데 (웃음) 진짜 싫은데..

L : 혹은 멋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렇게 받아들이면 된다. 우리는 그냥 우리가 느끼는 그런 것들과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아서 앨범을 만든 거지. 엄청난 사명감으로 앨범에 이런 이야기들을 한 건 아니다. 단지 이런 앨범,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뿐. 그거를 삐딱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삐딱하게 받아들이는 거기 때문에. 그걸 가지고 우리가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우리는 우리의 앨범이 씬에서 한 어떤 역할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역할에 대해 좋게 평가를 해주는 사람들한테 감사할 따름이다.

Q :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렇게 힙부심 넘치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딱히 구분을 짓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다 좋아하기 때문에.. 나는 산이 노래도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걸 구분 짓기 보다는 그냥 음악을 잘하는 사람이고 싶다.


힙플 : ‘No One Does’는 아마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데

E : 나는 랩 하면서 힙부심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개념을 확실히 해야 될 건, 사명감은 나도 없다. 다 저마다 자기 할거 하는 거지. 한탕주의는 욕하긴 하지만, 사실 나도 한탕치고 싶다. 솔직한 마음으로 그게 다 사람인 거 같고, 당장이라도 쇼미더머니에 붙여준다고 한다면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나도 크게 성공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게 정말 솔직한 마음인데 ‘No One Does’는 얘기 자체가 그거에 대한 얘기였다기 보다는 그냥 어릴 때 멋있어 보였던 나의 영웅들이 굉장히 멋없어 지는걸 바라보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니까 옛날에는 ‘이 사람과 같은 무대에서 한번 서보고 싶다’라던가, 술자리 뒷풀이에서 ‘어떤 음악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보고 음악 얘기하면서 ‘와! 통한다..’ 하는 이런 게 꿈이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판타지가 깨져버리더라


힙플 : 더 자세히 얘기해줄 수 있나

E : 말 그대로 판타지가 깨져버렸다. 별로 그들이 멋있지 않은 거지. 요즘 누가 잘나가고 이런 얘기나 하고 있고, 되게 속물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광경이 무덤덤해질 때쯤에 느꼈지. ‘아 나도 이 사람들과 나란히 서있구나’

나는 내가 한 명의 뮤지션이 되었다는 걸 그렇게 실감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일리네어가 아무리 멋있게 성공했어도 나는 일리네어처럼 성공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 더 나아가서는 따라갈 길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한테 ‘No One Does’는 그런 얘기였다.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말은 다른 말로 ‘나는 내 방식대로 한다’가 되는 거거든.

L : 사실은 우리 음악이 ‘꼰대스러울 수 있겠다’라는 것도 오늘 처음으로 느꼈다.

Q : 그렇게 보일 수 있다.

E : 음.. 그러면 꼰대형들이 좋아해줘야 되는데.. (웃음) 딱히 꼰대형들한테도 닿지 않은 것 같다.

B : 꼰대형이 누군데? (웃음)

E : 이렇게 말하기 좀 그렇긴 한데 힙플을 포함해서 커뮤니티 사이트들이 많지 않나, 나는 디씨트라이브 아이디는 없지만, 기생을 열심히 하기 때문에 종종 들어가는데 아무래도 그쪽엔 올드팬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다. ‘아.. 이분들이 좀 좋아했으면 좋겠다’


힙플 : 말하자면 ‘여기의 꼰대들한테 먹힐 수 있는 음악’이고 싶다라는 건가? (웃음)

E : 먹힐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 사이트에 언급될 일이 없어서 (웃음) 그래서 좀 아쉬웠다. 디씨티를 욕하는 건 아니다.


힙플 : 요즘 인터뷰를 하다 보면 정말로 그런 얘기가 자주 나온다. 한 마디로 ‘No Role Model’이라고

E : 딥플로우형 앨범에도 그런 맥락이 많았던 것 같은데. 그 정도의 우리한테조차 선배인 분들은 이미 예전에 깨졌을 거다.. (웃음)

L : 멋있게 늙어가는 게 진짜 힘든 거 같다. 음악에서는 더더욱. 한국의 시스템적으로도 굉장히 힘들고.



힙플 : 그럼 ‘Timeless Thang’ 얘기를 해보자 소위 ‘유행을 타지 않는 것’들을 좇고 있는 것 같다.

E : 그 곡은 그런 것들에 대해 우리 나름대로 소소한 것들부터 한 번 얘기를 해보자고 로벤형이주제를 던졌던 곡이다.

L : 지금은 다시 붐뱁 유행이 돌고 있긴 하지만, 우리가 이 곡을 작업을 할 당시에는 붐뱁보다는 트랜디한 힙합이 유행이었다. 그러던 찰나에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던 음악에 대한 사랑을 좀 더 다른 표현 방식으로 말해보고 싶었는데, 그러니까 ‘우리는 붐뱁을 사랑해’라고 말하기 보단 붐뱁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것들을 나열하면서 그것들에 붐뱁을 투영시키고 싶었다.


힙플 : 너무 멀리 가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프로듀서 무드슐라는 "Fuck Timeless"라고 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론 공감을 한 부분이 있는데, ‘올드스쿨=타임리스’라기 보단 그냥 당시의 타임라인에서 가장 트랜디한 것들이 결국 클래식으로 남는 건 아닐까?

E : 넓게 본 것 같다. 그러니까 시간의 단위를 세기단위로 본다면 공감이 가지만, 아직 힙합은 100년도 안됐다. 옛날 음악들도 바로크, 고전파, 낭만파 음악 등 그때 유행하는 시류가 있듯이 어쩌면 붐뱁이 지금의 가장 큰 유행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베토벤이나 바흐의 음악들은 아직도 애호되는 음악들이고, 그렇게 생각하면 분명히 타임리스라는 건 있다고 생각한다.


힙플 : 사공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곡들의 구성이나 랩퍼들간 앙상블이 굉장히 좋다고 느꼈다. 곡들을 만들면서 멤버들간 의견차이는 없었나?

B : 트러블은 솔직히 하나도 없었어요

Q : 단 한번도

B : 비트 초이스를 할 때나 각자가 래퍼런스를 잡아서 아이디어를 얘기하면 그걸 모아서 하이플라이즈한테 던져주는 식이었다. 그런데, 보통 한 명이 마음에 안 들면, 모두 같은 의견이었고 그런 부분에서 의견이 되게 잘 모아졌다.

E : 구성적으로 신경을 굉장히 많이 썼다. 랩퍼가 4명이고, 멤버 모두가 한 곡을 제외한 모든 곡에 참여했기 때문에 앨범을 들을 때, 이 구성이 지루하게 들리지 않도록 하는 데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래서 구성적으로 주고 받는 다거나 다양하게 시도를 많이 했다.


힙플 : 말이 나온 김에 반블랭크만 솔로곡을 한 이유가 있나?

B : 사실 그 곡은 디제이 티즈형의 솔로 파트였다. 원래는 ‘No One Does’와 ‘Timeless Things’ 중간에 스크래치 트랙을 넣어서 분위기 반전을 주려는 의도였지. 우리한테 DJ가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걸 최대한 부각 시켜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끝까지 형 이거 솔로트랙 해야 된다고 얘기했는데, 형이 처음에는 오케이 아무거나 비트만 던지라고 자신 있다고 하더니 갑자기 너가 아무래도 16마디 해야 될 거 같다고 하더라.

그 이유는 형이 예전부터 넉살이나 블랙넛씨 같은 사람들이랑 1DJ 1MC 작업을 많이 했었고 그런걸 좋아하는데, 나한테 ‘이제 반블랭크 너다’ 하더라. 이거 하면 넉살이나 블랙넛처럼 뜰 수 있다고 (웃음)


힙플 : 다른 사람들은 솔로트랙 욕심은 없었나?

E : 특별히 없었다.

Q : 나는 거의 모든 곡에 숟가락만 올렸다. (웃음)

B : 나도 솔로트랙에 욕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웃음)

L : 콰이모는 진짜 숟가락만 올렸다. (웃음) 주제도 한번도 안 던지고..

B : 근데 잘 묻었다. 잘해 준거지 뭐 (웃음)



힙플 : 피쳐링진으로 유일하게 마이노스(Minos)와 허클베리피(Huckleberry P) 오왼 오바도즈(Owen Ovadoz)가 한 트랙에 섭외됐다. 섭외기준이 있었나?

E : 그 곡은 비트가 나왔을 때 ‘이건 타이틀곡 감이다’라는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많은 생각을 했던 게 우리끼리 이 곡을 하고, 리믹스버전을 따로 만드는 걸 생각했었는데, 결국 아싸리 단체곡으로 가게 됐지 (웃음)

L : 단체곡 중의 단체곡이다. 우리끼리만 해도 단체곡인데..

E : 피쳐링은 베테랑급 엠씨 둘 정도에 루키 한 명 조합으로 셋 정도를 생각했는데, 당연히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 트랙을 가장 멋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로 골랐던 것 같다. 나름 후보군까지 정해놓고 섭외했었는데, 모두 1순위들로 섭외가 됐지.


힙플 : 근데 곡에 딱히 주제는 없었던 것 같다. 모두가 다른 이야기를 하거든

E : 그냥 번이라는 제목에만 포커스를 맞춘 곡이다. 사실 그렇게 하려고 만든 트랙이거든 큰 주제가 없이 배틀랩을 하기 위한

B : 공연 때 우리의 시너지를 발산시킬 수 있는데 초점을 맞췄다.

E : 근데 뭐라고 해야 될까.. 정말 아무 내용 없이 적은 가사라서 가끔 들을 때마다 부끄러울 때가 있다. 너무 가사를 막 썼구나 싶어서.. (웃음) 막 쓰긴 했어도 또 8번을 갈아엎으면서 쓴 가사긴 하지만. 내용까지 생각하면서 하다 보니 플로우가 마음에 안 들고, 플로우 위주로 가다 보니 내용이 마음에 안 들길래 결국에는 반쯤은 가사내용을 포기하고 썼다.


힙플 : 전체적으로 각 잡고 타이트한 랩을 보여주기 위한 앨범이 아닌가?

E : 그래서 그런 부분이 몇몇 트랙의 벌스들은 개인적으로 아쉽기도 하다.

B : 난 그런 거 없어 다 좋아

L : 긍정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이 이렇게 갈린다.

Q : 난 살짝 아쉬운 건, 1년동안 준비하면서 내가 랩을 뱉는 방식이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 ‘Cream Cream’이나 ‘No One Does’나 약간 아쉽지.



힙플 : ‘열매’라는 곡에서는 멤버들 저마다 척박한 씬에서 버텨낼 수 있는 동기들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나 (웃음) 자세히 얘기해줄 수 있나

E : 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내 음악에 가장 깊게 자리 잡힌 정서거든.

2008년 즈음은 내가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기인데,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2011년 즈음을 기점으로 나는 내 음악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부터는 뭔가 열등감이 생긴 것 같다. 왜냐면 군대에 가기 전에는 랩을 할 때 스스로도 잘한다는 느낌이 있었고, 스무 살 나이 때 주위사람들은 모두 나한테 ‘넌 진짜 잘 될 거다’라고 말했거든. 나도 굉장히 긍정적인 아이였다. 실제로 랩을 한지 4~5개월만에 버벌진트 랩 컴피티션에서 수상하고 소울컴퍼니 오디션에서도 최종까지 갔으니 그때는 나 스스로 자부심이 있었고 난 크게 될 거라는 야망도 있었다.

그런데 군대를 갔다 오고 나니까. 환경이 바뀌어버렸고, 그 환경에 적응하면서 심적으로 문제가 생기더라. 사실, 랩 자체를 못 따라가거나 이런 건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작업물을 내면 랩퍼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이제는 시선조차 끌기가 너무 힘든 거지. 아마 그런 상황에서 열등감이 계속 쌓였던 것 같다.

한 마디로 음악에 올인을 못했다. 음악만 하기에는 솔직히 좀 겁이 났거든. 그 이유는 아마 누구나 그렇겠지만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이 가장 큰 것 같다. 내가 쓴 가사는 그런 이야기였다. 내가 음악으로 번듯하게 성공을 해서 부모님에게 성과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


힙플 : 로벤은 어떤가?

L : 나는 마지막 벌스인데 내 가사는 같이 음악을 하던 그랜드픽스 동료들한테 하는 이야기다. 우리가 그랜드픽스를 결성했을 때 같이하던 음악동료들 중 지금 여기 모여있는 사람 외에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음악을 못하고 있거든. 물론 여전히 친하게 지내고 술자리를 같이하곤 하지만, 난 그 사람들한테서 계속 그런 시선을 느꼈다. 음악을 했던 사람으로서 계속 끓고 있는 뭔가를 말이다.

그걸 옆에서 느끼면서 어떻게 보면 우리가 그 친구들을 대표해서 음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뭐 꼭 대표자라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음악으로 성공해서 그 친구들을 빛내주고 싶은 마음이지. 그래서 이 곡의 가사는 음악을 같이하던 동료들에게 지켜봐 달라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앨범이 나오고 개인적으로 짠했다는 톡이 많이 왔다. 과거에 공연준비하고 연습하던 때가 떠올랐다고.


힙플 : 콰이모는 여자친구에게 쓴 가사인가?

Q : 나는 전 여자친구들한테 썼다.


힙플 : 들?

Q : 한 마디에 한 명씩. 그래서 14명인데 (웃음) 문란했던 건 아니고.. 뭐,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는데, 그 여자애들이 내가 만약에 잘됐을 때 이런 걸로나마 자랑해보라는 좀 찌질한 감성이었다. (웃음)


힙플 : (웃음) 그런 망상들이 실제로 동기가 되나?

Q : 동기가 된다. 안 좋게 헤어지면서 한 두 번 정도 상처받았던 적이 있는데, 실제로 이런 게 동기부여가 되더라고. 그런데, 앨범을 냈는데 아무한테도 카톡이 안 와서 아쉽다. (웃음)


힙플 : 반블랭크님은?

B : 내가 음악하는 동기는 가족이다. 가족이 제일 크고, 그 다음이 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함, 그리고 그 다음은 동료도 있고 고마운 분들이 많이 있겠지만 가장 고맙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우리음악을 들어주고, 조금이라도 홍보해주려고 하고 공연장에 와주는 분들이다.

편지를 써온다거나 먹을 걸 준다거나 선물을 받을 때마다 진짜 몸 둘 바를 모를 정도거든. 이제는 프리즈몰릭으로 정규앨범도 내고 EP 앨범도 두 장 발표하면서, 그리고 부산에서 서울에서 공연들을 하면서 어느 정도 우리 음악을 아시는 분들과 우리 음악을 지지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한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고, 내가 음악을 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지만, 마음 한 켠에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가사를 쓰게 됐다. 지금이 우리의 무명 시절이라고 볼 수 있는데, 지금 이 시기에 우리 음악을 좋아해주는 분들이 우리가 성공했을 때 느낄 기쁨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Q : 나랑 비슷하네.. (웃음)



힙플 : 콰이모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모두, 정규 앨범을 발표한적이 있지 않나 정규 단위의 앨범을 발표하면서 느꼈던 것들이 있다면?

B : 일단, 우리는 정규앨범을 내고 나서 서울에 올라왔다. 처음에는 공연도 많이 하고, 쇼케이스도 진행하고 공연 여기저기에도 불려 다녔는데, 마치 잘될 것만 같았다. 근데, 점점 피드백도 줄고 뭔가 생각처럼 안 된다는 기분을 많이 느꼈다. ‘서울에 온 게 잘못된 건가’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지. 그래서 나온 앨범이 [서울 블루스EP]다. 그때 느꼈던 감정이 서울 블루스 앨범에 완전히 묻어져 있는데, 뭐 한 마디로 가장 아쉬운 건 홍보가 안 된다는 점이다. 앨범을 내도 홍보가 안 되는데 어쩌겠어. 그런 게 짜증이 나지만 지금은 ‘내가 잘해야지 내가 유명해져야 이런 기분도 덜 겪겠지’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사실 이번 앨범도 홍보가 안됐다. 멜론에도 노출이 안됐고, 생각했던 것보다 완전 홍보가 안됐는데, 홍보가 안된 거에 비해서는 앨범 피드백이 좋더라. 그래서 한편으로는 ‘아 그래도 내가 어느 정도 잘하고 있구나’라고 느끼기도 했다. 물론 더 잘해서 유명해져야겠지. 홍보 걱정 안하고 음악 할 수 있게

E : 나는 말했듯이 계속 억울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사람들이 쉽게 뜨는 걸 억울해했던 것 같다. 물론, ‘나에 대한 인정이 너무나도 부족하지 않나’라는 억울함도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건 그냥 어쩔 수가 없는 것 같고 내가 깨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훨씬 더 뛰어나게 했을 때 뒤에 가서 모두 소급해서 돌아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피드백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음악을 포기할 수가 없는 이유다. 실제로 멀리 닿지는 못했지만, 이 노래가 닿은 사람들한테는 굉장히 괜찮은 피드백이 오고 있고, 나를 아는 사람들에 대해서 내가 심어주고 싶은 이미지를 계속 심어주고 있는 것 같아서 지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난 항상 익스에이러라고 하면 랩을 어느 정도 하고, 가사를 허무맹랑하게 쓰는 랩퍼가 아니라는걸 보여주고 싶었거든. 오히려 과정에 비해 너무 떠버린 사람들은 뒤에 가서 제대로 하려고 할 때 그 얄팍한 성공이 발목을 잡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 기대치보다 못한 성공이 억울한 만큼 더 무기를 갈아왔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덧붙이자면 이제 나도 8년차 정도가 됐는데, 사실 8년정도를 하면 스타일이 굳어진다고 생각한다. 근데, 내가 루키의 마인드로 계속 이를 갈 수 있는 건 내 위치가 계속 그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힙플 : 되게 긍정적인 사람 같다 (웃음)

Q : 이럴 줄은 몰랐다.. 처음 보는 형의 모습이다.

L : 본인한테만 긍정적이야

B : 내 생각에 멤버들에게 이번 앨범이 동기가 많이 된 것 같다.


힙플 : 마지막으로 앞으로 활동계획이라던가 못다한 말들로 마무리 짓자 인터뷰 수고했다.

B : 한 명씩 나이 순서대로 해라 (웃음)

L : 앨범이 나왔으니 크림빌라로 이제 공연을 많이 하고 싶다. 쇼케이스도 준비를 하고 있지만, 좀 많은 공연에서 우리를 찾아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이렇게 5인조 팀을 결성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공연 시너지가 너무 좋아서인데 그 시너지를 많은 공연장에서 터트리고 싶다. 우리는 음원보다 공연에서 훨씬 시너지가 터지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B : 나 차롄가.. 말했듯이 우리 공연 잘한다. (웃음) 정말로 자부심이 있다. 받는 페이 이상으로 해줄 수 있으니까 많이 찾아줬으면 좋겠고, 각자가 실력 있고 음악적으로 욕심이 많은 친구들이기 때문에 앞으로 나올 개인 작업물들도 많이 들어줬으면 좋겠다. 얼마 전에 그런 곡을 냈다. ‘크림빌라가 해내길’ 이라는 무료공개곡을 냈는데 진짜 말 그대로 크림빌라가 해냈으면 좋겠다.

E : 11월 7일에는 서울에서 11월 15일에는 부산에서 쇼케이스 한다. 그때 보자.

Q : 크림빌라 앨범 준비하면서 완전 재미있게 지낸 것 같다. 그렇지만, 크림빌라는 크림빌라고 나는 또 내가 원하는 사운드와 주제로 크림빌라와는 완전 다른 음악을 할 것 같다. 좀 더 다양한 음악들을 하고 싶고, 내 솔로 작품으로 음악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기사작성 | 차예준 (HIPHOPPLAYA.COM)

반블랭크 | https://twitter.com/… 콰이모 | https://twitter.com/… 익스에이러 | https://twitter.com/… 로벤 | https://twitter.com/…

6 Comments 가니메데

2015-11-03 23:27:39

꼰대같다고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공감되는 부분이 더 많았던것 같네요 응원합니다!

정익수

2015-11-04 01:26:41

2007년 2008년 한참힙합에 빠져있었을때 느꼈던감정이느껴지고 가슴뛰는 앨범이엿습니다

김진호

2015-11-04 20:07:11

좋았읍디다

신승철

2015-11-07 11:48:11

와 곡 좋네요 앨범 다 들어봐야겠어요

Stein

2015-11-08 17:18:07

괴물들이지

클뜨

2016-01-18 17:34:26

크림빌라 진짜 잘하는데

via https://hiphopplaya.com/g2/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571&page=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