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여닫기
개인 메뉴 토글
로그인하지 않음
만약 지금 편집한다면 당신의 IP 주소가 공개될 수 있습니다.

힙합플레이야인터뷰 코드쿤스트 CRUMPLE,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변해주는 앨범

한국힙합위키
 힙플

15

 15529 2015-05-24 21:36:09

HIPHOPPLAYA(이하 힙플) : 앨범 작업기간은 얼마나 됐나?

CODE KUNST(이하 코) : 한 8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힙플 : 작업량이 엄청나다고 들었는데, 어떤가

코 : 노벨을 발매 한 그 해에 12곡에서 13곡을 모두 끝냈다. 4개월 만에 끝낸 거지. 근데 개코(Gaeko) 형 앨범을 비롯해 여러 앨범/트랙에 참여를 하게 되면서 신경을 많이 못 쓰게 됐다. 당시에 다 만들어놨다고만 생각을 했으니까. 원래 프로듀서든 엠씨든 만들고 나서 계속 고치고 보완을 하고 해야 되는데, ‘이거 다 됐으니까, 일단 다른 거부터 하자’ 라는 생각으로 다른 작업들을 열심히 하다가 어느 날 다시 들었는데 정말 아니더라. 그때부터 다시 뜯어 고치기 시작하면서 28트랙까지 만들었다. 근데 28트랙은 솔직히 낼 수가 없다.(웃음) 물리적으로 발표야 할 수 있겠지만, 내봤자 득이 되는 것도 없고 사람들한테 힘든 요구인 것 같아서, 20트랙으로 발매한 거다. 20트랙도 솔직히 무리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지만.


힙플 : 맞다. 20트랙도 무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20트랙은 길다고 느끼지 않았나? 보통 풀랭스라고 하면은 12곡 정도가 일반적이지 않나

코 : 트랙은 20트랙이고, 68분짜리 앨범인데, 이거는 그냥 내가 음악을 듣는 습관에서 비롯된 것 같다. 50분, 60분짜리 외국 앨범을 들을 때도 지루하다고 느껴본 적이 별로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12트랙의 앨범은 짧다고 생각했다. 내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 이렇게 앨범을 구상했다고 하면 답이 될 것 같다.


힙플 : [NOVEL]과 이어지는 코드쿤스트식 먹통 앨범이다. 그런데, 보도자료를 보니까 지난 앨범이랑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겼던 것 같은데 지난 앨범과는 어떤 연결 지점이 있는 건가?

코 : 연결지점을 굳이 억지로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니다. 이번 앨범의 스무 곡 중에 한 다섯 곡, 여섯 곡 이 정도가 이미 노벨이 끝날 때 다 되어 있었다. 그래서 원래는 노벨에 같이 내려고 했었는데 그냥 딱 들었을 때, 느낌상 아닌 거 같아서 이번 앨범에 수록 하게 된 됐다. 말한 대로 유기적으로 분위기를 이어가 보자는 생각이었다.


힙플 : 앨범에서 어떤 곡들이었나?

코 : 우탄(Wutan) 형이랑, 씨잼(C Jamm). 그리고 뉴챔프(New Champ)형이 참여한 트랙까지 이렇게 세 개가 연결된 걸로 만들었는데, 결국에는 곡마다 다른 주제를 부여하면서, 중간에 ‘Good Bye Novel’이라는 스킷을 끼워 넣으면서 지난 앨범을 마무리 짓게 됐다.


힙플 : [Novel]과 [Crumple]을 구분할 수 있는 어떤 지점이 있다면?

코: 미묘한 차이로 노벨이 내 이야기를 참여 진들이 대변해주는 앨범이었다면, 크럼플은 그 반대다. 내가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변해주는 앨범이지.


힙플 : 그럼, 가사를 컨펌하는 일은 없었겠네

코 : 당연하다. 가사에 대한 컨펌은 절대 안 한다. 가사는 철저하게 엠씨의 영역이기 때문에 내 경우에는 작업 초기 단계에서 주제를 확실하게 말하고, 내가 원하는 부분을 최대한 전달하는 편이다.


힙플 : 어떻게 보면 이번 앨범은 자유 주제로 갔던 건가?

코 : 아, 주제는 팔로형과 함께한 ‘그렇다고’를 빼고 내가 모두 주문했다.


힙플 : 이번 앨범에 참여진들은 코드쿤스트가 던진 주제에 잘 팔로우를 해준 편인가?

코 : ‘이런 주제로 해줘’라고 하면은 ‘싫어’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던진 주제를 가지고 엠씨들 각자가 해왔던 방식으로 다 잘 풀어 내 준 것 같아서 고마울 뿐이다.



힙플 : 이번 앨범에 많은 곡들이 실렸다. 그것도 씬에서 주목 받는 랩퍼들로 빽빽이 채워서 (웃음) 확실히 상승가도에 오른 게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당장 섭외만 봐도 지난 앨범 보다 훨씬 다채로워진 것 같다..

코 : 비트를 만들면서 앨범의 흐름이나 테마, 컨셉을 준비하는 건 확실히 지난 앨범에 비해 수월했다. 섭외는 순조로우면서 순조롭지 않았다. 많이들 오케이가 됐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사정이라는게 생기지 않나. 그렇다 보니, 원래 계획했던 참여진과는 30% 정도 빗나갔다. 빗나간 참여진을 말해 줄 수는 없지만 (웃음)



힙플 : 어떻게 보면 노벨이 호평을 받고, 개코 앨범 작업을 하면서 인지도가 확 오른 것 같다. 어떤 영향이 있었나?

코 : 사람들이 보는 시야에서도 영향이 컸을 거고, 나 스스로도 그 영향이 컸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개코형 솔로앨범에서 3곡을 함께 했는데, 그 3곡을 작업하면서 나 스스로가 ‘아, *나 늘고 있다.’ 라는 생각을 했거든. 노벨과 개코형 앨범에 수록된 곡의 레벨이 많이 다르지 않나? 그 때 많이 배운 것 같다.


힙플 : 개코와의 인터뷰에서 개코가 코드쿤스트나 다른 신예 프로듀서들이 소스를 운용하는 방식들을 높이 사더라. 랩퍼들이 보통 소스들을 관리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코 : 예전에는 당연히 노하우가 없었다. 그때는 그냥 내가 만들고 싶은 소리를 만들어서 넣은 거라고 보면 된다. 내가 스스로 녹음을 한 것이든, 남이 녹음한 거를 따와서 변형을 시키던 내가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었는데, 이제는 소스에 대한 욕심이 많이 생기면서 소스들을 많이 만들어 두는 편이다. 곡이 안 나올 때는 막 만들어서 1,2,3 저장해 놓는 거지.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외국의 음악들을 들어보면 어떤 음악은 음악보다 소스의 비율이 더 많은 음악도 있고, 소스로만 이루어진 음악들도 있다.


힙플 : 1번트랙 ‘Rap Concert’ 같은 경우는 1번트랙 치고는 격정적이었다. 이 곡에 코드쿤스트가 던진 화두가 어떤 거였는지 궁금하다.

코 : 말 그대로 랩 콘서트였다. 이 곡은 원래 노벨의 마지막 트랙으로 넣으려고 했던 곡이다. 그런데, 이번 앨범으로 가져오면서 오프닝이 된 셈이지. 의미라면, 딱 짚어서 말은 안 하겠지만 당시에 그 곡을 만들 때만 해도 되게 마음에 안 드는 게 많았다. 어떤 건 ‘랩도 아닌 거 같고, 뭣도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있을 때가 있었는데, 이 곡의 주제는 단순히 ‘제대로 된 랩으로만 콘서트를 열테니 들어봐라’ 정도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방금 말한 의도와 주제로 우탄 형과 이야기 했고, 우탄 형이 거기에 자기가 느낌 것들을 부여 한 거다.


힙플 : 미디어와 얽혀있는 랩 무대 밖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 같다. 나는 사실, 코드쿤스트가 그렇게 ‘Be Underground’를 지향하는지는 몰랐다.

코 : 아, 그렇지는 않다. 확대해석이 된 것 같은데, 이건 되게 특정한 곡 때문에 나온 곡이라고 보면 된다. 나는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모두 좋아한다. 재미있게 본다는 말이지. 랩으로 이루어진 예능이라는 마음으로 보고 재밌어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좀 심한 것들..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친 그런 것들이 이 곡을 만들게 했다.


힙플 : 한 명의 힙합 팬으로써 이번 쇼미더머니는 어떻게 관망하나?

코 : 처음에는 당연히 아니꼬운 시선이 있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분야의 음악을 너무 오락으로만 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런 생각을 어느 순간 안 하니까, 그냥 예능으로 보이더라. 단순하게 런닝맨은 이름표를 떼는 포맷을 가진 거고, 무한도전은 도전을 계속 하는 테마를 갖고 있고, 이거는 그냥 랩을 하는 예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니 지금은 되게 재미있게 보고 있다.


힙플 : 그것들이 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해도?

코 : 별로 상관없는 것 같다. 어차피 나는 그냥 내꺼 하면 되는 거니까. 그리고 쇼미더머니에 나간 랩퍼들을 집에서 TV보면서 욕할 수는 있겠지만, 남 앞에서 혹은 어떤 자리에서 ‘얘는 쇼미더머니 나가서 병신이야’ 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거기 참가자로 나가는 아이돌 멤버들은 모르겠지만,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다가 나가는 사람들은 나갈까 말까 고민을 몇 번을 했을까? 그런 마음고생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내가 앨범 내듯이 쇼미더머니 나가는 랩퍼들도 그 사람들이 살아남는 방식인 거니까, 그냥 다 멋있다.



힙플 : 앨범 여러 곡에 나레이션이 들어간다. 이 곡의 경우에는 어디서 따온 건가?

코 : 내 이상한 취미 중에 하나가 그거다. 외국의 유명 명사들의 강의 보기.(웃음) 그 여러 가지의 강의 중, 하나의 짜깁기다. 플랭스로 다 들어간 건 아니고 특정 단어들을 내가 조합해서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처럼 만들었다. 아마, 그 곡의 나레이션은 하버드였나? 공부쟁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공에 대한 강의였는데, 쉽게 말해 ‘힙합을 좋아한다면 직접 공연장에 가서 랩퍼들이 손짓하고 발짓하고 외치는 것들을 들어라’ 라고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그 강의에서 내가 주목한 건, 스테이지에 올라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는 거였고, 오묘하게 주제가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았다.


힙플 : 앨범 전체적으로 보이스 샘플 소스들이 도드라지더라, 영화 대사들처럼 들리는 나레이션들도 들리고, 90년대 알앤비 발라드도 들리고, 길거리 소음들도 들렸다. 주로 어떤 것들을 디깅하나?

코 : 나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보면 샘플링을 하는 건데, 샘플링 할 곡을 디깅하는 게 아니라, 주로 효과음에 쓰일 것 들을 디깅하는 편이다. 곡은 거의 다 시퀀싱이다. 샘플링을 너무 좋아하지만, 샘플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못한다. 어쨌든 날 잡고, ‘오늘 디깅해야지’ 이런 경우는 없고, 그냥 평상시에 보고 들으면서 모으는 편이다. 요즘에는 노이즈들을 좀 많이 모으는 편이다.


힙플 : 주로 어디서 수집하는 편인가?

코 : 노이즈는 어디든지 있다. 음악에도 노이즈가 있고, 영화에도 있고, 그 노이즈들을 가져와서 그냥 그대로 곡에 쓰는 게 아니라, 예를 들어서 공간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싶을 때는 공간적인 이펙팅을 노이즈에 거는 거지. 노이즈도 하나의 음악으로 대하는 거다.


힙플 : 개인적으로는 ‘Golden Cow’의 재잘거리는 샘플이 기억에 남더라.

코 : 그거는 돈 주고 샀다. (웃음)


힙플 : 특히나 애착을 갖고 있거나, 이번 앨범의 필살기(?) 같은 소스가 있었나? (웃음)

코 : 화지 형이 참여한 ‘주소’라는 곡의 처음에 지었던 가제는 스트릿무드였다. 직역해서 길거리의 감성이라는 가제가 있었는데, 최종 제목으로 확정 된, ‘주소’ 역시 길거리의 것들이기 때문에 주제로 정하게 됐다. ‘주소’ 이야기를 왜 했냐면, 이 곡은 노이즈도 많고, 깔끔한 게 하나도 없다. 드럼도 되게 더럽다. 근데 그 소스들이 길거리에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곡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넉살(Nucksal)형이랑 한 ‘에디슨’은 소스가 굉장히 많이 쓰인 곡인데, 이 곡을 사람들이 어떻게 느꼈을지는 모르겠지만, 곡 전반에 변주도 많고, 쿵쾅거리는 사운드들은 에디슨이 발명품을 만들고 있는 소리를 구현한 것이다. ‘thinks like 에디슨’이라는 구절처럼 실험하며, 발명품을 만들던 에디슨처럼 생각하라는 것이 이 곡에 던져줬던 주제였다..


힙플 : 넉살과의 시너지는 이미 ‘Organ’에서 상한가를 쳤다고 생각했고, 그 이상은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에디슨은 개인적으로는 그 이상이었다.

코 : 나도 그랬다. 내가 만든 곡을 원래 잘 안 듣는데, 에디슨은 나도 정말 많이 들은 곡이다.


힙플 : 넉살과의 작업은 어떤가?

코 : 사람들이 정말 잘 맞는다고 말하곤 하는데, 막상 작업 할 때는 그렇게 잘 맞지는 않는다. 넉살형이 나한테 비트 병신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나도 특정 부분 플로우가 별로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기도 하면서 굉장히 티격태격하면서 만드는 편이다. (웃음)


힙플 : 제일 편하다는 말이네

코 : 그렇다. 제일 편한 사람 중 한 명이지.


힙플 : 넉살의 인터뷰를 봤는지 모르겠지만 코드쿤스트의 곡을 받았을 때 막막했다고 하더라

코 : 그건, 그 형이 멍청해서 그렇다. 아무것도 모르니까. (웃음)


힙플 : 이정도 되면 제대로 된 콜라보 앨범에 대한 기대를 가질 만도 한데, 어떤가?

코 : 안 그래도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넉살 형이랑도 술 먹다가 농담 식으로 할까하는 이야기들이 오가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넉살 당신 앨범부터 내고 이야기를 제대로 하자 이거다. 그 사람 앨범이 아직도 안 나왔다. (웃음) 우선, 그 사람 앨범부터 나오면 생각하고 싶다.


힙플 : 어쨌든, 계획은 있는 거군

코 :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힙플 : 넉살뿐만 아니라 씨잼(C Jamm)도 그렇고 블랭타임(Blnk-Time)은 코드쿤스트 사단처럼 움직이는 것 같다. (웃음)

코 : 되게 잘하고, 나하고 잘 맞다. 그냥 단순히 곡 주고, 주제 주고 딱딱딱 이런 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을 되게 많이 하면서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힙플 : 씨잼이나 넉살과는 달리, 블랭타임은 좀 다른 양념 같은 느낌도 든다.

코 : 맞다. 사람들이 나는 어두운 음악만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당연히 밝은 것도 되게 좋아하지만, 내 앨범의 컨셉에서는 밝은 거를 할 수 없거든. ‘컨셉’ 앨범을 들었을 때, 신나는 게 나오고, 갑자기 우울해지면 흐름이 없는 앨범이 될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을 조심하는데, 씨잼이나 넉살 같은 경우가 내가 평소에 하는 무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바이브로 앨범을 채워준다면, 블랭타임 같은 경우는 좀 더 세련되고, 편안한 느낌을 추구하기 때문에 블랭타임과는 내가 평소에 쉽게 하지 못하던 스타일을 할 수 있다.


힙플 : 코드쿤스트 했을 때, 예상되는 바이브의 앨범 말고 소품집으로 전혀 다른 감성의 앨범을 만들 생각도 하고 있나?

코 : 요즘 프로젝트가 좋은 게 많이 생겨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내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쯤에 4~5곡짜리로 나올 것 같다. 소품집 개념의 앨범에서는 되게 괴기한 소스들의 음악을 만들어 볼까 한다.



힙플 : 곡 마다의 편차를 줄이는데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을 받았다. 어떤가?

코 : 노벨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나도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약간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는 1번부터 마지막 곡까지 다 내 마음에 들고 너무 좋다고 생각을 했는데, 결국 노벨에서 사람들한테 기억되는 건, ‘넉살의 오르간’, ‘JJK형의 ash’ 이 두 곡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트랙은 솔직히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거다.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는 그 편차를 없애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당연히 전곡을 모두 타이틀로 만들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앨범의 흐름이 완전 다 무너지고 믹스테이프처럼 되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아무튼, 전체적인 분위기는 좋게 만들되 특별히 튀는 곡은 없도록 접근을 했다. ‘특정 곡만 최고고 나머지는 다 별로야’ 라는 말이 안 나왔으면 싶었거든. 그래서 이번 앨범의 무드를 일관적으로 유지했다. 그런데, 내 의도를 사람들이 알았는지 이번 앨범의 피드백들을 보면 좋아하는 곡들이 모두 다르더라. 굉장히 만족한다.


힙플 : 피드백들은 많이 받아봤나?

코 : 다 본 것 같다.


힙플 : 주로 어땠나?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코 : 음 나쁜 것도 있었고 좋은 것도 있었는데..


힙플 : 나쁜 건 뭐였나?

코 : 예전에 상구(Deepflow)형이 말했던 건데, 68분짜리 앨범을 발표했는데, 12시 10분(편집자 주: 대 다수의 앨범/싱글들이 발매일 정오에 발매 된다)에 ‘앨범 별로인데?’(웃음)라는 피드백이 오는 건, 말이 안 된다. 1분 미리듣기로 들어도 내 앨범의 경우엔 20분이란 말이다. (웃음) 뭐, 이건 신경 안 써도 되는 거긴 하지만, 그런 피드백들이 기억에 남는다. 좋았던 건, 자기 취향과 다르다고 하는 사람들도 물론 많았지만, 생각보다 1번부터 20번까지 모두 들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니까 차례대로 쭉 들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힙플 : 팔로알토(Paloalto)와 함께한 ‘그렇다고’라는 곡을 앨범에 마지막에 수록했다고 들었다. 비장의 와일드카드였던 건가? (웃음)

코 : 맞다. 이번 앨범에서는 무조건 팔로형과 하고 싶었다. 무조건.


힙플 : 특별한 이유가 있나?

코 : 팬으로써 좋아하는 랩퍼거든. 내 청소년기를 책임졌던 랩퍼 중 한 분이다. 또 다른 한 분이신 개코형과 작업하고 나니까, 팔로형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져서 곡을 보냈지. 근데 내가 욕심에 눈이 멀어서 곡을 잘 못 줘버렸다. (웃음)


힙플 : 자세하게 듣고 싶다 (웃음)

코 : 프로듀서가 주제를 함께 이야기할지언정 곡에 참여하는 뮤지션의 상황을 생각 하고, 쓸 수 있는 가사에 맞는 비트를 줘야 하는데, 팔로 형이 결혼을 막 했을 그 시기에 내가 앨범의 가장 우울한 비트를 보낸 거지.(웃음) 그래서 시간이 좀 지났을 때, 나의 실수임을 깨닫고, 곡을 다시 썼다. 그래서 제일 마지막에 작업하게 된 거다.


힙플 : ‘What I Feel’같은 곡에선 오왼(Owen Ovadoze)과 도넛맨(Donutman)이 뭉쳤다. 내가 알기로 둘은 접점이 없는 랩퍼 같은데 어떻게 엮게 된 건가?

코 : 내가 생각하기에도 가장 만족스러운 조합 중에 하나다. 곡에 대한 이야기를 그들과 할 때 내가 주문한 건, ‘지금 씬에서 활동하면서 영감을 받는 거를 써도 되고, 불만이 있는 걸 써도 된다. 그냥 지금 느끼고 있는 걸 써달라’였다. 둘이 쓴 훅이 전혀 달라도 된다는 전제도 말해줬다. 사실, 어떻게 보면 두 친구랑 속내까지는 털어놓지는 않았기 때문에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되게 다른 성향의 랩퍼라고 생각을 했다. 근데, 그래서 더 재미있게 잘 나왔지. 나중에는 좀 미안하더라. 너무 내 마음대로 한 거 같아서 (웃음)


힙플 : 이 곡의 아웃트로 나레이션은 뭐였나?

코 : 스티비원더(Stevie Wonder)의 강연을 보고 나서 만든 나레이션이다.


힙플 : 어떤 영화의 대사인지 알았다.

코 : 영화의 대사는 쓰지 않는다. 내 나름의 철학인데, 영화는 어찌 됐건 연기를 하고 있는 거고, 주어진 대본에 맞춰서 가는 거지만, 강연은 강연자가 정말 속마음 안에서부터 끌어 올려서 외치는 거라고 생각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로 강연의 이야기들을 곡에 녹인다.


힙플 : 개인적으로 ‘Love Scene’에서 ‘미도’로 이어지는 구간을 좋아한다. 내용이 모호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이 두 곡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

코 : 러브씬은, 어떻게 보면 내가 이 정도로 음악 실력이 늘었고,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트랙이기도 하다. 힙합적인 드럼이 주는 질감이나 그런 무드를 그대로 가져와서 뭔가 브릿 팝 적인 스타일로 재해석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메이슨(Mayson The Soul)에게 부탁을 했지. 그리고 이 곡은 작업실에서 메이슨과 처음부터 같이 만들었다. 주제는 *나 찌질한 동양인의 이야기다.




힙플 : 아, 곡의 시놉시스가 정해져 있던 건가?

코 : 그렇다. 스토리텔링이지. 정말 찌질한 동양인이 어떤 아름다운 백인 여자를 너무 사랑하게 되는데 그 여자의 남자친구에게 많이 맞고, 상처를 받게 되면서 자살하기 전에 남긴 편지의 내용이다. ‘시발 다 뒤졌어 나 마지막 발악이야’ 이런 느낌의.


힙플 : 그 내용은 누구의 아이디어였나?

코 : 메이슨이 짜서 나한테 얘기를 해줬다. 근데, 그 내용이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 일맥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이야기로 생각해보면, 우리는 흑인들과 백인들의 음악에 영감을 받아서 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는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그들에게 전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힙플 : 미도는 어떤가?

코 : 올드보이의 캐릭터인 ‘미도’에게 영감을 받았다. 너무 끌렸다. 너무 멋있고, 매력적이었던 그 느낌을 곡으로 썼는데, 왠지 ‘미도라는 이름에도 뜻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제이호(Jayho)가 검색을 하다가 찾아낸 건데, ‘아직 도달하지 못한’ 이라는 뜻이 있더라고. 그래서 리짓군즈(Legit Goons) 회의 때 그런 이야기를 나눴고, 이 곡에는 ‘우리가 도달하지 못한 것’을 주제로 가사를 쓰기로 했다. 정말 딱 맞지 않나? 리짓군즈의 현 상황과..(웃음)


힙플 : 그런 것 같다. (웃음)

코 : 리짓군즈는 진짜 잘한다. 진짜 잘하는데, 하는 거에 비해서 주목을 못 받고 있지. 그 곡의 주제는 정말 쉽게 말하면, ‘우리는 결국, 도달할거지만, 아직까진 도달하지 못했어 그래서 *같애’ 딱 이거였다.


힙플 : 리짓군즈는 올해 그리고 있는 마스터플랜이 있나?

코 : 각자의 개인 앨범이 모두 나올 예정이다.


힙플 : 어떨 것 같나?

코 : 나는 크루 안에서도 약간 싸가지 없는 그런 캐릭터다. 서로 곡들을 들려줬을 때, 구리면 구리다고 심하게 이야기 하거든. 근데 지금 준비하고 있는 그들의 앨범들은 정말 좋다. 같은 크루라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절대 아니다.


힙플 : 뉴챔프(New Champ)가 참여한 ‘Life Is Crazy’는 지금 뉴챔프를 둘러싼 드라마가 쌓인 만큼 심경이 잘 드러나있어서 인상 깊었다.

코 : 나는 앨범을 구상 할 때, 그 사람의 현 상황이 어떻든, 그 사람이 잘나가든 못나가든 그 사람의 이야기가 듣고 싶은 랩퍼를 1순위로 생각한다. 더군다나 이번 앨범은 엠씨, 보컬의 이야기를 내가 대변해주는 거니까 할 이야기가 있고, 그게 궁금한 사람들이 내가 쓸 수 있는 랩퍼였다. 뉴챔프 형은 군대에서 힙플을 통해 믹스테이프로 처음 접했는데,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내가 혹은 우리가 그 당시에 주목하고 기대하던 형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은 포텐이 터지지 않은 상태이지 않나, 나는 그게 너무 궁금했다.

그러니까, 보통 그렇게 주목을 받은 신예들은 올라가는데, 챔프형은 아쉽게도 딱히 올라가보지 못하고,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형이 느끼고 있는 감정들, 이야기가 궁금했던 거지. 물론 ‘챔프형을 내가 구사일생 시켜줘야지’ 하는 알량한 생각이 있었던 건 전혀 아니었기 때문에 형한테 정중하게 이런 이야기를 써줄 수 있겠냐고 부탁해 봤다.


힙플 : 그런 건, 어떻게 보면 민감한 이야기지 않나

코 : 결국에는 부탁을 드렸고, 작업을 하게 됐지만, 나도 생각만 하고 있었지,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몰라서 몇 달을 고민했던 것 같다. 근데, 챔프 형이 거리낌 없이 해주셔서 너무 고마웠고 랩도 솔직하게 멋있게 나온 것 같다.


힙플 : 여담이지만, 뉴챔프가 이번 쇼미더머니에 재도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곡이 또 나름의 펀치감을 주더군

코 : 난 이상하게 뭔가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어떤 징크스가 있다. 첫 번째 EP에서 씨잼이 타이틀곡 ‘1-2’에 참여했었는데, 그걸 하고 나서 씨잼이 분위기를 타게 됐고, 넉살형도 오르간으로 분위기를 탔다. 물론 당연히 그들이 잘해서겠지만. 매 앨범마다 그래왔으니 이번에도 주목 받을 뮤지션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힙플 : 그걸 뉴챔프로 보는 건가?

코 : 챔프형은 잘 될 거다. 잘 될 사람이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다.



힙플 : 가장 마음에 든다고 한 ‘주소’는 화지의 곡치고는 정갈한 곡 같다. 이 곡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

코 : 앞서 말 한 대로 ‘길거리의 영감’을 테마로 화지 형과 조율을 했고, 만족스럽게 잘 나온 곡이다. 화지형의 [화지] 앨범은 나한테 굉장히 큰 감흥을 준 작품이었는데, 내 앨범에서 그런 돕한 느낌을 원하지는 않았다. 내가 원했던 건, ‘알 수 없는 느낌의 감동’이었고, 그런 면에서 의도대로 만족스럽게 나온 곡이다. 이 곡은 리짓군즈에서 뮤직비디오를 찍을 예정이다.


힙플 : 뮤직비디오가 의외로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코 : 얼마 전에 나온 비디오 ‘그렇다고’는 뭔가 뮤비의 개념보다는 내가 랩퍼라서 립을 따는 포지션이 아니기 때문에 나름대로 특이한 형식의 비디오를 내게 된 거다. 앨범 작업 기간 동안 작업실에 카메라를 설치 해 놓고 앨범을 만드는 기간을 담았다. 나 같은 경우에 음악을 처음 시작 할 때, 프로듀서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작업을 하는지 되게 궁금했거든. 그래서 이런 메이킹 형식의 비디오를 한 번 찍어보고 싶었다. 아, 그리고 이런 이유도 있다. 프로듀서를 지망하는 많은 친구들이 메일로, 메시지로 ‘어떻게 작업하나요?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나요?’ 라는 질문을 보내온다. 당연히 이 비디오 하나만으로 전반적인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는 없을 테지만, 이 비디오는 내가 작업하는 환경을 보고 ‘뭐야 나랑 똑같네?’ 할 몇몇 사람들을 위한 내 나름의 방식으로 이제 시작하는 프로듀서들에게 보내는 응원이다.




힙플 : 많은 프로듀서들이 코드쿤스트처럼 앨범 단위의 작업을 하지는 않는다. 요새는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믹스 작업물을 올린다거나 리스 형식으로 비트를 팔기도 하는 프로듀서들도 많은 것 같은데

코 : 내 곡의 값을 리스로 매겨서 사운드 클라우드에다 파는 건, 너무 자기 자신을 저평가하는 행위인 것 같다. 그게 만약, 철저하게 팔려는 의도와 취미활동으로 만든 비트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그게 아닌 프로듀서들에게 분명히 말해주고 싶은 건, 더 클 수 있는데 왜 스스로의 가치를 5만원으로 정해버리는 그런 멍청한 짓을 하냐는 거다.

실제로, 비트메이킹을 하는 친구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형도 남는 비트 있으면 한번 팔아보세요. 생각보다 잘 팔려요‘ 라고, 근데 나는 그것 보다는 차라리 앨범을 낼 것 같다. 나는 내 비트가 이 사람도 쓰고 저 사람도 쓰는 그런 비트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힙플 : 보너스트랙 중에 로세미 a.k.a 구구스타가 참여한 곡을 굳이 보너스 트랙으로 실은 이유가 있나?

코 : 아예 처음에 보너스를 만들어야지 생각을 하고 작업한 곡이다. 내가 앨범에서 정말 좋아하는 곡 중에 하나고, 이 곡은 보너스로 수록 됐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주목할 것 같았다. 흐름 상, 수록곡으로 녹이면 사람들이 왠지 스킵할 거 같고..


힙플 : 아, 한번 꼰 전략이었나 (웃음)

코 : 그렇지. 참여진들, 트랙들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힙플 : 코드쿤스트는 회사에 들어갈 법도 한데 아직 인디펜던트를 고수하고 있다. 제의가 들어오지는 않나?

코 : 몇 개 제의가 왔는데. 어떤 회사인지 밝히지는 못하겠지만, 그 회사에 내가 속했을 때 큰 시너지를 낼 수 없을 것 같다고 느꼈다. 나도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그 회사들에 별로 도움이 될 거 같지 않아서 정중하게 거절했다. 내가 만약 레이블에 들어간다면 이유는 하나다. 단순하게 내가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서 회사가 도움이 되고, 나도 그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 굳이 거절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힙플 : 들어가고 싶은 레이블은 있나? (웃음)

코 : 마음속에는 있는데, 말할 수는 없다.(웃음)


힙플 : 알겠다. (웃음)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에 대해 들려 달라

코 : 나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한테 내가 도움을 줄 차례이고, 가능한 많은 MC들의 앨범에서 프로듀서의 역할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1MC 1PD로 프로젝트성 앨범을 내보고 싶다. 더 넓은 시장을 보고 움직이고 싶다.


인터뷰 | 차예준, 고지현 (HIPHOPPLAYA.COM)

코드쿤스트

| http://twitter.com/…
| https://instagram.com/…

12 Comments wassup21

2015-05-24 21:59:32

코쿤갑

신슬

2015-05-24 22:03:02

정독했습니다! 잘 보고가고, 코쿤 항상 응원합니다. 코쿤 사단 출동!

높은불

2015-05-24 22:17:25

성우형님 이번 앨범으로 알게됬는데 그냥 빡빠졌습니다 핵리스펙

올티

2015-05-24 22:20:21

처음부터 차근차근 정독했습니다! 저번앨범에서부터 이번앨범꺼지 너무 잘들었습니다! 항상 응원할게요!!

우열손

2015-05-24 22:42:08

와..샘플링이 아니라 시퀀싱이 다수.. 코드쿤스트 형님은 항상 다양성 있게 음악 내셔서 매번 들을때마다 베스킨라빈스처럼 골라듣는 재미가 있어 자꾸 손이 가는 음악 keep it real !

보노보노

2015-05-25 01:36:17

1집의 이름처럼 이례적인 빝메이커 1MC 1PD도 꼭 나왔으면 특히 넉살...

용배!

2015-05-25 01:56:14

좋았습니다. jjk랑 1mc 1pd 어떠신가요? 요즘 jjk 트위싱 많이 안좋던데 .. 분위기 어둡게 해주세요.

염철현

2015-05-25 10:03:27

코쿤 진짜 열심히 하내.멋있다.

김진호

2015-05-25 10:06:29

잘봤습니다!!

목캔디

2015-05-25 20:40:01

확고하시네요! 도넛맨이랑 오왼의 조합은 저도 정말 좋아합니다

김은비

2015-05-26 15:55:55

넉살이랑 케미 쩌는듯 앨범 정말 잘듣고있어요!

가네천재

2016-08-22 11:46:36

작업하는뮤비 너무인상 깊엇습니다. 초등학교이후로 이러케정독 해보긴처음입니다요/정상에서보시죠.


via https://hiphopplaya.com/g2/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349&page=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