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진보(JINBO) - 'DIGIPEDI X JINBO - Fantasy' 인터뷰
힙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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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83 2013-04-12 18:40:37
0과1 사이 무한대의 세계를 탐미한다는 것은 우주를 이해하는 것만큼 심오한 일이다. 그리고 이번에 만난 인디펜던트 아티스트이자 휴머니스트인 진보의 음악은 부단히 0과1 사이의 우주를 여정한다. 이번 인터뷰는 그의 공상과 통찰을 적절하게 담아내는 아주 흥미로운 작업이었고 이 인터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그의 우주를 공유하고 공감하길 바란다.
힙합플레이야(이하 힙) : 힙합플레이야에서는 [afterwork] 이후 3년 만에 갖는 인터뷰자리네요. 최근 '디지페디(Digipedi)'와의 콜라보앨범 [Fantasy]로 돌아오셨어요. 매우 분주하게 활동하시는 것 같은데 근황이 어떠신가요?
진보(이하 진) : 지난 주부터 발매기념 투어를 하기 시작했고요. 서울부터 시작해서 대구까지 다녀왔고, 이번 주에는 창원과 부산에 다녀올 예정이고요. 그리고 최근에는 'SM(SM엔터테인먼트)'하고 '꼬르소꼬모(10 corso como)'와 함께 콜라보 프로젝트가 있어서 그것 때문에 내일 모래는 행사에 참석하고 리믹스에 참여하기로 돼있습니다.
힙 : SM의 어떤 뮤지션의 곡을 리믹스하게 되시나요?
진 : '슈퍼주니어(Super Junior)'의 곡을 리믹스 했어요. (Sexy Free & Single_Super Junior X Jinbo)
힙 : 지난 행보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일진스(Ill jeans)'나 '마인드 컴바인드(Mind Combined)' 같은 프로젝트들은 한국 씬에서는 굉장히 유니크한 (애초에 이런 소울 바이브를 위주로 한 앨범 자체가 잘 안 나오는 것도 있지만) 접근이라 생각해서 굉장히 인상 깊게 들었어요. 프로젝트의 다음 행보는 계속 준비 중이신 건가요?
진 : 지금 현재 준비를 하고 있지는 않고요. 마인드 컴바인드의 경우엔 준비를 하려고 준비 중에 있고 일진스는 준비를 위한 준비도 아직 안하고 있고요.
힙 : 일진스 활동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으신거고?
진 : 뭐 모든 가능성은 다 열어두고 있지만 아직 일진스는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건 없어요.
힙 : 그럼 마인드 컴바인드의 준비단계는 어느 정도?
진 : 언제 할지 시기를 잡고 있는 중이죠 '피제이(Peejay of Rhymebus)'형에게 "언제 시작할까요?"하는 단계에요.
힙 : 진보라는 뮤지션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스스로 수퍼프릭이라고 명명하셨듯 괴짜라고들 하지만 사실 많은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real shit중 한 분이세요. 혹시 스스로 자신을 정의 내려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진 : 저는 되게 오픈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열려있는 사람이고, 제 안에 되게 다양한 면과 다양한 캐릭터들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고 중재를 할 수도 있고 소개를 시킬 수도 있는 이쪽과 저쪽의 다리역할을 할 수 있는 그게 저의 역할인 것 같아요.
힙 : 최근의 관심사는 어떤 건가요?
진 : 음..최근의 관심사는 '마이애미 히트(Miami heat)'의 연승행진과 등산과 건전한 정신과 몸이죠.
힙 : 스포츠를 굉장히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실제로도 하는걸 즐기시나요?
진 : 어릴 때는 운동선수를 하고 싶었어요. 야구선수가 꿈이었죠. 투수 아니면 중견수..
힙 : (웃음)의외네요. 야구는 어떤 팀을 좋아하시는지
진 : 옛날에는 '빙그레 이글스'를 좋아했었어요.(웃음) 그리고 당연히 박찬호가 있을 땐 'LA다저스(LA DODGERS)'를 좋아했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San francisco giants)'도 좀 좋아하고요. 왜냐하면 샌프란시스코 자체가 SF 잖아요. 슈퍼프릭..(웃음)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라는 팀이 투수력이 좋고 결속력이 끈끈해서 좋아해요. 작년에 우승을 하기도 했고.
힙 : (웃음) 그런 연관성이…지금도 운동을 많이 하시나요?
진 : 지금은 많이 못하는데 날씨가 풀리면 이제 농구도하고 등산도 해야죠. 작년부터는 킥복싱에 재미가 들렸어요.
힙 : 이제 본격적으로 지난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현재 '무드슐라(Mood Schula)'씨와 팀으로 활동하고 계신데 '다운링크(DNLNK)'라는 팀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주신다면?
진 : 다운링크라고 읽으시면 되고요. 다운링크라는 것은 지구 대기권 궤도 바깥에 있는 궤도 위성에서 지구 쪽으로 송신하는 전파를 다운링크라고 해요.
힙 :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거죠?
진 : 저도 그렇고 무드슐라도 그렇고 뭔가 지구에 범위를 벗어난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것을 지구사람들에게 아래로 메시지를 쏘고 있다는 의미에요.
힙 : 심오한 의미네요. 그러고 보면 SF라는 단어에 진보씨와 관련된 많은 것들이 함축 되어있어요. SuperFreak, San Francisco부터 Science Fiction까지..평소에 공상과학과 우주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도 즐겨보시는 걸로 아는데
진 : 어떨 때는 여자 만나는 것보다 더 빠져들 때가 있어요.(웃음)
힙 : '수퍼프릭 레코즈(SuperFreak Records)'는 이제는 꽤 나이를 먹고 씬에서도 어느 정도 입지를 다졌다고 볼 수 있는데 아직까지는 다양한 뮤지션들을 영입한다거나 하고 있지는 않아요.
진 : 올해 계획들이 있어요. 아마 올해부터가 아마 레이블로서 선보이게 될 첫 해가 될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스스로도 그렇게 준비 됐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요. 올해부터는 조금씩 준비 중이에요.
힙 : 신인들을 키운다거나 다른 뮤지션들을 영입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계신다는 말씀인가요?
진 : 키운다 그러면 약간..우리나라 기존의 연예기획사 같은 냄새가 나서 좀 그렇고요.(웃음) 키운다기 보다는 계속 찾고 있죠. 씬이라는 곳에서 유행이라는 것이 생기고 어느 정도 성공한 사운드가 있으면 전부 거기에 모여들잖아요. 롤모델 하나를 잡고 그와 비슷한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런 유행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쿨한 사람들을 찾고 있어요.
힙 : 그럼 아직까지는 슈퍼프릭과 결합될만한 뭔가를 가지고 있는 뮤지션들을 찾지 못한건가요?
진 : 약간은 이렇게도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SM엔터테인먼트가 됐든 뭐 어느 레이블이 됐든 간에 거기 있는 뮤지션들이 슈퍼프릭과 같이 작업을 하면 그 사람들이 하고 싶었던 가장 자유로운 색깔이 나오는 것이 슈퍼프릭 레이블이에요. 슈퍼프릭 자체의 색깔이라는 것도 있지만, 그 색깔이라는 것이 음악장르나 음악 색이 아니라 그냥 제한 없이 금기에 도전하고 규칙과 형식 같은 걸 모두 가볍게 여기고 우습게 볼 수 있는 그 마인드 자체가 슈퍼프릭이기 때문에 누가 됐든 '투애니원(2ne1)'이 슈퍼프릭에서 앨범을 낸다면 슈퍼프릭의 색깔이 나오고 투애니원이 가진 가장 슈퍼프릭한 결과물이 나오겠죠.
힙 : 그럼 레이블의 C.E.O로서 봤을 때 기존의 뮤지션들 중 정말 탐나는 뮤지션이 있다면 어떤 뮤지션이 있을까요?
진 : 지금은 밖에 눈을 돌리는 것 보다는 제가 지금 작업하고 있는 다운링크와 그리고 다른 준비 중인 친구들의 음악세계에 제일 관심이 있어요
힙 : 뜨거운 관심과 조명을 받았던 코리안비 [KRNB]라는 앨범도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어요. 전체적인 앨범을 관통하는 맥락은 여러 추억 곡들의 진보 식 재해석인데 사실 거의 재창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KRNB앨범만의 생기가 있거든요.
진 : 몇몇 트랙들은 폭발적인 조명을 받은 트랙들이 있고요. 'Theme' 같은 경우는 실제로 공연장에서도 많은 여성들을 폭발시켰었고요.(웃음) 그렇지만 거기 수록된 다른 노래들은 예를 들어서 'Yes or No'라는 '솔리드(Solid)'의 곡을 재해석한 'Yes and No'라는 곡은 어떻게 보면 제가 2010년도부터 2011년도까지 1년 동안 쓰던 칼럼내용들을 담고 있거든요. 보통 R&B나 소울이나 팝음악에서 잘 다루지 않는 자기 철학을 이야기한 트랙이어서 그런 것들을 사람들이 많이 들어주길 바랬지만 그런 것에 대한 피드백은 조금 덜하고 킬러트랙들은 확실히 폭발적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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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azine/9740
힙 : 말씀하신 것처럼 'Yes and No'라는 곡은 상당히 진지한 주제를 담고 있고 솔리드의 원곡과는 또 메시지 면에서 다른 시각으로 재해석을 하셨는데 가사에 담고 싶었던 메시지에 대해서
진 : 완전히 정반대로 해석했죠. 솔리드의 원곡의 내용은 중간은 없다고 하는데 저는 Yes와 No의 중간 거기에야말로 인간성의 비밀이 숨어있다고 얘기하죠.
힙 : 저도 그 '0'과 '1' 이분법적 사고로 잡아내지 못하는 그 사이의 세계라는 칼럼을 인상 깊게 읽었는데 그 칼럼에 대해서 간략한 소개를 좀 해주세요.
진 : 지금 많은 것들이 다 디지털로 바뀌어가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옛날에는 CD혹은 LP였던 것들 자기 테이프에 녹음 돼있던 것들도 다 이제 디지털 신호로 거의 다 백업이 됐고 종이에 기록되어온 많은 것들이 아이패드 같은 걸 들고 다니면서 디지털화 되고 있고 비디오테입이었던 영상들도 디지털로 계속 가는 추세인데 왜냐하면 그 효율성이 너무 뛰어나니까 그쪽으로 대체되는 건 당연하죠. 그런데 그런 세계에 살고 있으니까 오히려 인간성의 문제에 대해서 항상 더 관심을 가지고 더 붙잡게 되기 시작하는 거 같아요. 모든 것이 아날로그일 때는 그런 생각을 안 하다가 너무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 되고 있는 세계에서 비로소 인간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거죠. 그래서 0과 1사이를 생각할 수 있고 그 안을 다닐 수 있는 것이 예술과 상상이라고 볼 수 있는 건데 세상이 점점 디지털화 되니까 사람들 생각하는 것도 yes아니면 no, 이거 아니면 저거, 효율적인 거, 이게 돈이 돼 안돼, 이게 좋아 안 좋아,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다들 변하는 거 같아서 그 안에 대한 관심을 좀 더 불러 일으키고 싶었어요.
힙 : 다시 KRNB로 돌아와서 'Damn'이라는 곡은 '소녀시대(Girls Generation)'의 딱 걸그룹스러운 이미지의 곡을 정말 파격적으로 섹슈얼하게 재해석하셨어요. 그리고 실제로 소녀시대를 만나셨잖아요 그 때 소녀시대가 이 해석을 어떻게 생각하던가요?(웃음)
진 : 소녀시대한테 불러 줬었는데(웃음) 관심을 가져 했어요. 티파니랑 유리가 특히 관심을 많이 가졌고, 내일 모래 어쩌면 현장에 같이 있을 텐데 내일 모래 다시 한번 체크 해 볼게요.(웃음)
힙 : 그런데 KRNB의 가요들을 진보씨가 온전히 오마주 했다고 하기에는 본인의 취향 밖의 원곡들도 포함된 걸로 아는데
진 : 제가 좀 고집이 쌔고 고지식한 면이 있어서 좋아하는 것만 되게 오래 좋아하고 내 취향 아니다 싶은 것들은 안 듣고 그랬는데 다른 사람 추천을 통해서 좀 넓어졌죠 뭐 완전히 제 취향이 아니라기 보다도 안 받아 들이고 있었는데 듣다 보니까 설득이 된 거죠.
힙 : 그럼 재해석 하셨던 가요들은 결론적으로 진보씨가 좋아하게 된 가요들이네요
진 : 네 결국에는 다 좋아하는 거에요
힙 : 진보식이라고 했을 때는 곧 섹슈얼 나스티 프리키 정도의 단어들이 연상 되는데 진보를 수식할 때 추가하고 싶은 키워드가 있으시다면
진 : 좀 어린것도 있고요. 이유 없이 뭘 하는 것을 싫어해요. 그냥 이유 없이 나이 들어가니까 그런 나이 또래들에 맞게 말투도 바뀌고 표정과 행동이 바뀌는 그렇게 어른이 돼가는 건 납득이 안 가기 때문에 그런 쪽에서의 미숙함도 있고, 나약함도 좀 있고요.
힙 : 나약하다고 하면 어떤 부분에서
진 : 약간 무방비스러운게 있어요. 자기 보호를 감정적으로 잘하는 사람이 있고 절대 안 찔리게 갑옷을 딱딱하게 하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그러다가도 가끔씩 여는 속살에 대책 없이 안에까지 다 침투하게 하다가 한번에 팍 찔리는 그런 스타일이에요.
힙 : 그러니까 상처를 많이 받으시는
진 : 그렇죠 되게 예민하고요. 영어로 하면 버너블한 좀 깨질 것 같은 그런 면도 좀 있고 반면에 되게 독 한 것도 있고요. 담배 같은 것도 갑자기 '나 왜 피우지? 안 펴!' 그러고 안 피울 수도 있고
힙 : 지금 담배 끊으셨나요?
진 : 네 그런데 이번에는 좀 오래되지 않아서 아직 자신 있게 얘기 할 수 없는데 그래도 중간중간에 계속 끊어요 조금 피다가 또 한동안 끊다가 뭐 그런 거라든지 '저 사람 안되겠는데? 쟨 끝이야 했다가' 나중에 가서는 다시 연락하기도 하고 마음이 약해서 그런 것 같아요 마음이 약하고 독하기를 왔다 갔다 해요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계속 한가지 면이 아니라 다양한 인격이 안에 있는 게 느껴져요 나약하기도 했다가 되게 어른스럽기도 했다가 어떨 땐 유아스럽기도 했다가 부드럽다가 차가웠다가 뜨거웠다가 그러죠
힙 : 스스로가 혼돈 되지 않으세요?(웃음)
진 : 항상 혼돈과의 싸움이죠.(웃음)
힙 : 인간관계에 대한 말씀을 하셨는데 yes and no라는 가사에도 마지막에 보면 헤이터에 대한 잠깐의 언급이 있는데 사실 저는 진보씨 헤이터들을 보진 못했지만 본인이 느끼기에 헤이터들이 많다고 생각하시나요?
진 : 헤이터들 많이 있죠. 디씨트라이브 이런데 들어가 보면 제가 모니터링을 아주 꼼꼼하게 하지는 않지만 헤이터들이 꽤 있죠. 다른 사람들 보다는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꽤 있어요. 근데 이거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어느 정도 많이 알려진 사람들만이 헤이터가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초반에는 진짜 매니아들 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 헤이터가 없지만 알려지고 알려질수록 헤이터들의 비율은 훨씬 더 커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뭐 일종의 바로미터로 어느 정도 많이 퍼져나가고 있죠.
힙 : 그런 것에 상처받지는 않으시나요?
진 : 초반에는 조금 받았어요. 근데 사람이라는 게 누가 주목 받기 시작하면 인간한테는 미워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 대상만을 찾고 있다가 걸리면 꽉 물고 싶은 게 있고 한번 미끼를 보면 꼬투리를 잡는 습성과 패턴이 있거든요. 그런 인간 심리의 패턴과 속성을 이해하고 나니까 어쩌면 그 예상과 다르지 않게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것들이 지금은 좀 재미있죠.
힙 : 좀 색다른 방향으로 해탈하셨네요?
진 : 그냥 다 이해가 되요. 왜냐하면 사람들끼리 모여있으면 서로 얘기하고 있다가도 할말이 없어지거나 상황이 좀 뻘쭘해지면 누구 흉보는 걸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그런 거랑 비슷한 것 같아요. 누구랑 같이 공감대를 만든다는 게 자기 의견을 얘기하거나 누구 흉보는 걸로 쾌감을 얻고 재미를 얻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제가 엔터테인 거리를 만드는 거죠.
힙 : 생각정리가 잘되어 있으시네요. 평소에 사색을 즐기시나요?
진 : 사색 되게 즐기고 궁상 많이 하고 생각 되게 많이 하는데 점점 생각의 에너지를 행동 에너지로 많이 바꾸려고 하고 있고 복잡하게 생각하고 풀어 해쳐놓던 거를 점점 컴팩트하게 만드는데 관심이 있어요 단순화시키는 거죠. '스티브잡스(Steve jobs)'도 얘기 했지만 '어떤 생각을 아주 단순하고 명확하게 하나로 좁혀서 만드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게만 할 수 있으면 산도 옮길 수 있다'고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저도 그런 생각으로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최대한 생각을 간결하게 만드는 것 운동 선수들도 운동 잘하는 선수들을 보면 '지단(Zinedine zidane)', 투수 '그래그 매덕스(Greg maddux)', 모두가 아는 '베리 본즈(Barry bonds)' 등 누가 됐든 간에 전설적인 반열에 오른 사람들을 보면 하나 같이 동작이 군더더기 없이 최소한의 에너지를 들여서 컴팩트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저도 그런 필요를 깨닫기 시작하는 때가 된 것 같아요. 근육을 키운 다음에 커팅 시키는 것처럼
힙 : 미국 MI(Musician institute)에서 Independent Artist 과정을 수료하고 돌아와서 '인디 팬던트 뮤지션의 길'이라는 세미나를 여셨었는데 그때 강연 하셨던 주제들은 주로 어떤 것 들이었나요?
진 : 뭐 이론이라고 할 것도 없는 내용 이었는데 그때는 미국 가서 있었던 경험들을 주로 많이 얘기 했었고요. 뭐 제가 들었던 그 수업도 알파벳 세 글자로 정리를 하자면은 DIY(Do It Yourself) 였거든요. 그래서 그걸 주로 많이 얘기한 것 같아요. 이론 같은 것보다도 대개 많은 사람들이 혼자 살아갈 힘이 있는데 확신을 못해서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하면 되나?' 하면서 불안해하는데 누가 옆에서 '돼!돼!돼!'라고 부추겨만 주면 어떻게 됐든 밖에 나가서 사냥을 하고 채집을 하든 상처도 나고 하면서 할 수 있거든요. 어쨌든 혼자 살아나갈 힘은 어느 인간이나 가지고 있는데 사실 주변에서 겁을 줘요. '진짜 그렇게 하면 되?, 회사 그만두면 어쩌려고?, 너 어쩌려고 기획사 때려 쳤어?, 왜 갑자기 가수를?'등등 주변에서 겁을 주잖아요 근데 대개의 경우 의지가 있는 사람은 누가 옆에서 할 수 있다고 부추기면 다 할 수 있는 거에요. 그 얘기를 주로 많이 했어요 그렇게 했더니 지금 당장 아주 자랑스럽게 '나 완전 성공했어요!'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안 왔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청난 위기에 몰려서 죽을 위기에 놓여있진 않더라 계속 길이 열리더라 그런 얘기들 하고, 아무래도 스포츠랑 비교하기 좋은 게 류현진 같은 투수가 국보급 투수고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훌륭한 선수지만 미국에 가면 그만큼 던지는 투수들이 수십 명 있잖아요 우리나라 국보가 더 넓은 세계로 가면 수십 명 있단 말이에요. 그런 현실들을 얘기해 줬어요. 왜냐하면 그렇게 얘기를 해줘야지 사람들이 지금 상황에 안주하지 않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한국 씬에만 집중하다 보면 그냥 옆 집 사람이 거둔 정도의 성공에서 멈추게 되는 요인이 되게 많거든요. 그래서 옆집 얘기가 아니라 저쪽 나라에서는 이거보다 백배 성공을 하는 경우가 있다 아니면은 백배 잘하는 사람이 있다. 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어? 잠깐만 우리 이웃하고만 경쟁할게 아니라 바다 건너 저쪽 동네에는 이런 사람들이 있다고?' 하면서 자기 한계를 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른 나라의 훌륭한 사람들 더 독한 사람들을 만난 얘기를 많이 해줬고, 좋은 시스템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줬죠. 그리고 그게 인디팬던트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아티스트에 대한 이야기는 요점만 말하자면 아티스트는 멋있게 틀리는 사람이라는 것이에요. 정답을 맞추려고 하지 말고 맞히건 틀리건 상관없이 어떻게 하면 근사하고 우아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게 아티스트가 아닐까 하는 저의 생각을 나눴죠.
힙 : '아티스트는 멋있게 틀리는 사람이다' 좋은 말씀이네요
진 : 맞추기만 하는 걸로는 한끝 부족하다.
힙 : 강연 자체가 소수의 인원으로 진행했던 강연이었는데 참여했던 인원들과는 계속해서 교류를 하고 계시나요?
진 : 그 친구들하고는 거진 대부분 교류는 끊이지 않고 있어요. 그 중에 몇 명은 아주 가깝게 지내고 있고요. 그 중에 몇 명은 지금 슈퍼프릭 레코드에서 많은 일들을 같이 하고 있고, 앞으로도 나올 사람들이에요. 그 중에 한 명은 '자이언티(Zion.T)'고 또 '키티비(Kitti B)'도 있었고요.
힙 : 와우(웃음)..많은 부분에서 의미 있는 자리였겠어요.
진 : 그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돌이켜 보면 저한테 굉장히 큰 사건이었던 것 같아요. 미국 갔다 와서 혼자만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다가 잊어버리느니 조금이라도 사람들과 이야기 하면서 나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리뷰를 나눌 기회를 가지면 좋지 않을까 하는 그런 가벼운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는 더 큰 인연이 많이 모였던 것 같아요.
힙 : 가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평소에도 다소 무거운 주제들에 관심이 많으시고 가사에도 그런 메시지를 담아오셨는데 음악의 메시지와 바이브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시나요?
진 : 둘 다에요. 가사에 제가 생각하는 깊이 있는 주제들을 담으려 많이 노력하죠. 그런데 만약에 메시지만 있게 된다면 그걸 다 소화하기가 너무 무거워지기 때문에 적당하게 밸런스를 맞추는 걸 중요시해요. 거기에 대한 중요도나 취향을 말하자면 저는 둘 다라고 말하고 싶어요.
힙 : 가사를 쓰실 때는 즉흥적으로 그때그때 분위기를 타며 쓰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랩 가사처럼 단어의 배치나 문장이 떨어지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고려하는 편인가요?
진 : 질문에 대한 답부터 하자면 즉흥적으로 쓰는 편이에요. 노래를 만들면서 어느 정도 만들어졌을 때 갑자기 가사가 하나라도 생각나면 심지어 쓰지도 않고 바로 녹음부터 먼저 할 때도 있어요. 굳이 종이에 쓸 필요 없이 바로 녹음을 해놓고 들으면서 그 문장이 부르는 다른 문장이 있으면 또 그 다음 문장을 쓰고 녹음을 하고 그렇게 녹음 된 걸 들으면서 ‘아 그 다음에는 이게 나와야겠다’ 싶으면 또 바로 녹음하고 이런 식으로 요즘에는 많이 작업을 했고요. 주제에 있어서는 평상시에 계속 머릿속에 꽉꽉 채워놨던 그런 것들이 나오는 거죠. 그런데, 최종적으로는 계속 그걸 다듬는 과정은 있어요. 종이에 꼼꼼하게 써가면서 고쳐나가는 정도 까지는 아니지만 제가 원하는 어감과 리듬감이 나올 때까지 다듬는 과정은 있어요. 그리고, 계속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한참 가사 녹음을 계속하는 시기가 매일 루틴처럼 반복되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는 고치는 작업이 아주 짧아지고 그냥 즉흥적으로 노래를 해도 쭉쭉 넘어갈 정도로 감이 괜찮아 지기도해요.
힙 : 코러스에도 특히나 심혈을 많이 기울이시는 것 같아요.
진 : 저는 하모니맨이에요. 코러스와 화음 하모니를 그 정도로 엄청 좋아해요.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을 되게 좋아하지만 마이클잭슨을 좋아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코러스에요. 마이클잭슨의 코러스들은 너무 우아하고 다르거든요. 그리고, 싱어 송 라이터로서는 코러스를 악기배치로 쓸 수 있는 매력도 있고요. 만약에 코러스를 잘 활용하지 않는 작곡가라면 어떤 자리에 어떤 악기를 가지고 꾸몄을 장식을 목소리를 활용해서 쓴다는 것은 엄청난 매력이거든요. 누구를 들려줄 때도 처음에 디테일한 녹음이 안된 걸 들려주고 '아 좀 심심한데?'라는 반응이 나오면 그래도 속으로는 '아 이따가 여기 이 자리랑 이 자리에 코러스 들어가면 달라질 건데' 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딱 녹음해 놓고서는 그걸로 달라졌을 때 그리고, 어떤 작곡가는 거기에 무슨 악기를 넣을지 계속 고민만하고 있는데 저는 코러스로 해결해 버렸을 때 그럴 때 느끼는 그런 재미와 희열이 있거든요. 저한테 코러스는 아주 중요한 장치에요
힙 : 다시 연재하셨던 칼럼을 언급하자면 칼럼들 중에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읽었던 글이 '형식미와 파괴미'라는 글이었어요. 그 글에서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없이 무늬만 R&B인 가수들에 대한 언급을 하셨어요 이런 가수들 혹은 가요계 전체적으로 이런 현상들을 어떻게 보시고 계시는지
진 : 되게 가볍죠. 예를 들면 할리데이비슨 동호회가 있어요. 거기에는 이 신발은 왜 신어야 하고 이 가죽재킷은 몇 년도에 나온 거고 이런걸 다 이해하고 입은 정말 유서 깊은 바이커문화의 매니아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봤을 때 할리데이비슨 패치 하나 있는 걸 입고서 바이커 행세를 하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되게 얕아 보이고 귀엽잖아요.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걸 보고 저 사람은 역시 바이커야 이러면 진짜 할아버지 바이커 입장에서는 "뭐? 제가??" 하는 그런 게 있잖아요.(웃음) 운동선수도 마찬가지로 제가 킥복싱 한다고 했지만 진짜 킥복싱 10년 한 사람이 봤을 때 만약에 제가 어디 가서 3개월 해놓고 킥복서 티를 팍팍 내면서 행세하고 다니면 되게 웃기고 가벼워 보이는 것처럼 그런 가벼움 들이 있는 건데, 어떻게 보면 그게 팝 음악의 속성인 것 같아요 모든 음식이 유기농일 필요는 없고 팝콘이 있는 거고 탄산음료가 있는 거지만 단지 팝콘이 건강식이라고 까지 사람들에게 호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죠 그리고 그거 자체에 대한 문제보다도 뭐가 진짜인지를 이야기 해주는 않는 사람들도 책임이 있다고 봐요.
힙 : 그럼 그 책임이라는 건 누가 맡아야 된다고 생각 하시나요?
진 : 음 예를 들자면 국민 개개인이 모두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게 자기 의무를 이행하고 열심히 살아가야지 좋은 나라가 되는 거는 기본이지만 나라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고 기회도 공평하게 주도록 노력을 하고 그렇게 국민들을 돌보는 역할도 당연히 필요 한 거죠 그냥 개인한테만 다 맡길 수 없잖아요. 그래서 미디어의 책임도 되게 큰 것 같고요. 그리고 특히 여유가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돈 많은 사람들, 돈 많은 회사들이 계속 돈 되는 것만 하는 건 좀 유치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노블리스 오블리주 굳이 이런 걸 얘기 안 해도 원래 예술이란 것은 여유 있는 사람들이 즐기는 거고 거기에 돈이 흘러가야지 관심이 생기는 거고 이벤트도 열리고 하는 건데 여유 있는 사람들이 자꾸 돈이 되는 거에만 배팅을 하니까 재미있는 일이 많이 안 생기는 것 같아요.
힙 : 그걸 '파괴미의 부재'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그러니까 지금 말씀 하셨던 현재 대중가요의 관습적인 성공 패턴들이 있잖아요. 돈 되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는 그런 패턴들이 있는데 그런 거에 있어서도 굉장히 회의를 느끼실 것 같아요.
진 : 오늘은 스포츠얘기 쪽으로 자꾸 생각이 나는데(웃음) 왜 고등학교 유망주들을 대학교 에서 스카우트 해 갈 때 제일 데려가고 싶은 선수 에다가 약간 대학 진학이 어려울 것 같은 애를 패키지로 껴서 데려가잖아요. 그리고 그게 예의잖아요. 잘하는 사람만 뽑아가고 못하는 사람들은 기회가 없으면 아무 설 자리가 없으니까 근데 그게 문화예술계 쪽에서는 그런 예의들이 전혀 시행이 안 되고 있거든요 그런 것들에 대한 회의가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예를 들어 돈이 많은 기업이 실험을 할 수 있는 건 여유가 있으니까 할 수 있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에 돈 있는 기업들, 큰 기업들은 실험적인 거에 투자를 잘 안 해요. 상업적인 걸로 왕창 벌어놓고 여유가 있으면 그걸 가지고 언더그라운드도 지원한다 던지 예술성이 있는데 뭔가 투자만 바쳐주면 조금 더 근사하게 포장될 수 있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후원을 해준다든지 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부족하죠.뭐 이런 건 사실 아주 옛날시대에도 재능자체로만 존재하기 힘들고 보통 돈 있는 사람들이 재능을 서포트 해줘서 재능의 가치를 더 크게 키워주고 거기서 다시 돈도 생기고 재능은 더 많이 전파되고 이런 것들이 있었는데 그런 게 오히려 현대사회에서 많이 축소되고 있지 않나 싶고 그런 면에서 속물화되고 옛날보다 덜 우아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힙 : 너무 회의들만 늘어놓게 되는 것 같은데 이제 희망찬 이야기도 좀 해주시죠.
진 :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여기 독자들이나 많은 분들 혹은 뭔가를 해보려는 분들에게 제안하고 일깨워주고 싶은 건 이제는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들이 독립적으로 움직임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거에요.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소규모의 사람들이 이제는 자기가 자생하기 위해서 이벤트도 만들고 인터넷으로 영상도 만들고 유투브 채널도 만들고 그러기 시작한 시대인 것 같아요 드디어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게 된 건 비용이 많이 내려갔기 때문이에요. 옛날에 음반을 하나 내려면 몇 천 만원이 들어갔지만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작게는 200~300만원으로 얼마든지 천 장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거죠. '니네가 날 서포트 안해? 그럼 내가 할게, 니네가 날 방송 출연 안 시켜주면 내가 방송 만들게, 니네가 날 공연무대에 안 세워줘? 그럼 우리가 할게, 공연장이 너무 비싸? 그럼 내 친구 레스토랑 빌려서 내가 할게 티켓 만드는데 돈 들어? 그럼 내가 인터넷으로 그냥 입금 받고서 할게' 이런 식으로 혼자 하게 된 거죠 그리고 그런 수 많은 사람들 중에 분명히 굉장히 반짝 반짝하고 엄청나게 재능이 있고 즐길만한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돈 있는 사람들이 서포트 해주는 사람 이외에 자생적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한테 이제는 사람들이 관심을 더 갖고 찾아내는 일에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힙 : 그런데 대부분의 대중들이 그런 능동적인 디깅을 하지 않죠 문제라면 큰 문제에요.
진 : 그렇죠 귀찮고 여유가 없고 돈이 없어서 그러니까 그런 분들은 인터넷을 좀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웃음) 인터넷을 깊게 파세요. 돈 안 드니까.
힙 : 그럼 진보씨가 생각할 때 아무리 변형시키고 뒤틀어도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R&B라는 장르의 본연의 맛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진 : 로맨티시즘이죠 낭만이에요. 요즘에는 그런 낭만이라는 개념자체가 촌스럽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흔히 나오잖아요 뮤직비디오를 보면 욕조에 꽃잎 띄워져 있고 아니면 촛불 켜놓고 있고, 이를 테면 그런 거추장스러울 그런 것들이 사실은 인생에서 재미를 주는 요소들이거든요. 그냥 매뉴얼대로만 가면 재미가 없잖아요. R&B장르는 그런 낭만을 추구하는 게 핵심인 장르 같아요. 남녀관계에 있어서도 남자가 여자에게 구애하기 위해서 ‘내가 이런 사람이 될게, 내가 이런 실수도 했지만 후회하고 있어 그때 왜 나를 몰라줬어 나의 진가를 왜 몰랐어’ 이런 것들이 다 낭만하고 닿아있는 것들이죠 로맨티시즘이 없으면 ‘너 나 못 알아봤지? 뭐야 당신’ 끝이잖아요 (웃음) 더 이상 스토리가 없는 거죠 계속 소통하려고 하고 소통이 안되면 답답해하는걸 표현하는 거죠. 안타까움 절절함 섭섭함 억울함 아쉬움 그런 감정들 있잖아요. 좀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그 반대 측면에서 요즘에 클럽에서 사람들이 제일 반응하는 음악들은 그런 감정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건드리는 거잖아요. (뿅뿅뿅- 삐익-삐익-)하는(웃음) 그래서 사람들이 점점 감각에 의한 자극들에 꽂히고 그걸 더 찾게 되는 거에요 쉬우니까 직방이니까 근데 소울 R&B는 감정을 통해서 좀 오래 걸리지만 기억들을 불러일으키고 옛날에 있었던 추억이나 여러 가지 생각을 거쳐서 감각을 건드려내는 거죠. 말하자면 약간 한약, 슬로우푸드 같은 스타일이고 감각적인 음악들은 알약, 조미료(웃음) 이런 것들이라고 볼 수 있죠.
힙 : 인스턴트와 웰빙의 차이인가요?
진 : 그런 느낌이죠. 딱 잘라서 뭐가 좋다 나쁘다라고 말할 순 없지만 굳이 따지자면 R&B 소울 장르는 좀 오르가닉한 느낌이죠.
힙 : 많이 돌아서온 감이 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Fantasy'라는 앨범에 대해 이야기 해볼게요.
일단 디지페디와의 시청각합작이라는 점에서 이번 앨범도 수퍼프릭의 실험정신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데 자세한 앨범 이야기에 앞서 디지페디라는 이름이 생소한 분들을 위해서 간략한 소개를 부탁 드릴게요.
진 : '프라이머리(Primary)', '다이나믹듀오(Dynamic duo)', 자이언티 등 힙합플레이야에서 좋아하는 그런 뮤지션 뿐만 아니라 '샤이니(SHINee)', '이적', '존박(John Park)', '서인영', '오렌지카라멜(Orange Caramel)' 등등의 지금 거의 모든 핫한 뮤지션들과 작업을 하고 있는 영상프로덕션 팀이고요. 이 팀의 가장 큰 특징은 그로테스크함이 좀 있어요. 'Fantasy' 뮤직비디오나 'Cops Come Knock' 뮤직비디오를 보면 아시겠지만 판타지 뮤직비디오에서 제 팔이 잘려나간 장면이나 캅스컴낙에서 제가 마치 여자를 죽인 것 같은 장면을 보면 그런 기괴함이 있는데 근데 그게 어두운 쪽으로의 음습한 기괴함이 아니라 굉장히 유쾌한 기괴함이랄까
힙 : 기괴발랄한?
진 : 네 그래서 생각해낸 단어가 기괴발랄 이었어요. 딱 기괴발랄한 그런 팀인 것 같아요.
힙 : 약간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영화 같은 그런 느낌인가요?
진 : 네 거기서 좀더 한국 정서가 많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만약에 쿠엔틴 타란티노를 말씀하셨으니까 제가 더 쿠엔틴 타란티노의 어두운 면이 좀 더 가미되고 불량한 걸 한다면 이분들이 조금 발랄하고 유쾌한 게 있기 때문에 그 밸런스가 맞아서 제가 조금 더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합의점이 되는 것 같아요
힙 : 그럼 진보씨도 진보씨 만의 음악을 시각화 할 때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들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것들이 있나요?
진 : 한국의 10년 전 뮤직비디오들을 보면 장면 전환과 리듬과의 싱크가 딱딱 안 맞았어요. 미국은 되게 충실하게 그 싱크를 딱딱 맞추는데 한국은 그게 안 맞아가지고 그런 거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그런 적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전 세계적으로 싱크 맞추는 거는 표준이 된 것 같고 제가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거는 만드는 사람이 마음대로 만들 수 있게 하는 거에요. 제가 의뢰를 했지만 이렇게 해주세요. 저렇게 해주세요. 하기 이전에 그냥 그 사람이 백지 상태에서 듣고 떠오른 걸 최대한 표현 해 줬으면 좋겠고, 설령 그게 제 방향이 아니라 하더라도 일단 그 사람을 따라가 보는 게 있고요. 그리고 제 음악 만들 때도 그렇지만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걸 항상 중요하게 생각해요.
힙 : 그러면 이제 디지페디씨와 합작인 만큼 영상부분에 있어서는 디지페디씨의 의견에 최대한 존중하고 따라간다고 말씀을 하셨고 반대로 음악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어떤가요?
진 : 마찬가지로 전혀 관여 안 했어요.
힙 : 뮤직비디오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은데 혹시 추가적으로 뮤직비디오를 발표할 계획도 가지고 계신가요?
진 : 네 가지고 있어요.
힙 : 전곡은 아니죠?
진 : 전곡은 희망사항이고요. 다른 곡 몇 가지를 발표할 예정이에요.
힙 : 혹시 어떤 곡이 될 지 지금 밝히실 수 있나요? 미리 밝히면 재미 없나요?
진 : 얘기할 뻔 했지만 막아주신다면 막힐게요.(웃음)
힙 : 앨범 아트워크도 굉장히 인상 깊었는데 몽환적인 핑크 우주느낌의 앨범 컨셉이 굉장히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앨범 아트워크를 만드신 '레어벌스(Rarebirth)' 라는 분도 소개 부탁 드릴게요.
진 : 아 완전 Shout out 해주고 싶어요. 레어벌스는 제가 작년에 부산 공연을 가서 아! 코리안비 앨범이 나왔을 때 여름에 360 스타디움 공연으로 부산에 갔을 때였을 거에요. 그때 그 앨범을 들고서 홍보를 하고 그랬는데 그때 만났던 친구에요.
힙 : 뮤지션과 팬으로서 만난 건가요?
진 : 네 그때 만났던 친구인데 그냥 자기가 커스텀으로 저를 위해서 코리안비에 있는 앨범 커버와 제가 전에 찍었던 사진을 이용해가지고 제 프로필 아트워크를 하나 만들어 줬어요 그걸 보고 너무 맘에 들어가지고 한동안 제 페이스 북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했는데 그때부터 이 친구하고 작업을 해보고 싶었고 계속 보고 있었는데 요번에 판타지를 하면서 처음으로 앨범 작업을 하게 됐고 지금은 제 공연 포스터 그리고 '디제이 스터프(DJ Stuff)'와 함께한 믹스CD 커버까지 이 친구가 다 해주고 있어요. 지금은 호주에 가 있는데 음악뿐만 아니라 여태까지 제가 함께 일 해본 사람 중에서 제일 일하기 좋았던 사람이에요.
힙 : 엄청난 극찬인데 일하기 좋았다고 하면 어떤?
진 : 일단 기한 넘긴 적 한번도 없고요. 자기 만사 제치고 칼같이 작업부터 먼저 해주고, 작업량도 많고 보통은 창의적이고 천재적인 사람은 실생활 면에서도 되게 헛점 들이 많거나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친구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는데 인간적으로도 사람을 하나도 불편하게 하는 게 없어요.
힙 : 저도 앨범 아트워크가 마음에 들어서 레어벌스씨 블로그에 들락날락 했었는데 말씀 들어보니 이분이 진보씨의 광팬 이었나 보네요.(웃음)
진 : 네 제가 지금은 광팬이 됐죠.
힙 : 앨범 아트워크를 보면 에피소드라는 부분이 있는데 글을 보면 연인이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단계인 것 같아요.
진 : 이 앨범의 주인공은 쥴스 원더(Jules Wonder)라는 22세기의 엔터테이너/아티스트 휴머노이드에요. 주인공의 모델은 영화 [A.I]에 ‘주드 로(Jude raw)를 떠올렸는데 이 쥴스 원더는 인간과 아날로그와 로맨스 같은 20세기 21세기적인 문화의 매니아이자 디거에요. 그리고 22세기는 사람들이 오히려 너무 풍요로운 세상에 살다 보니까 인간성의 가치를 잃어버린 그런 시대죠. 이 시대는 사람들이 가상현실에서의 쾌락만 쫓고 있거나 아니면 지금도 구글한테 물어봐서 모든 걸 하듯이 컴퓨터가 더 좋은 답을 알고 있고 컴퓨터가 ‘이 길로 가면 안 막힙니다.’ 하면 네비게이션만 보고 따라가는 것처럼 모든 것이 통제되어 있고 누가 실패를 향해서 뛰어든다든지 틀리려고 한다든지 굳이 규칙을 깨버리려고 한다든지 하는 시도가 없는 사회에요 22세기는 모든 것이 너무 완벽하게 갖춰져 있기 때문에 그런데 이 쥴스 원더라는 휴머노이드만 유독 인간성과 로맨스에 꽂혀있어요 그래서 디깅을 해서 21세기의 낭만이 남아있는 곳인 ‘Neon Pink Ocean’ 이라는 행성을 알게 되고 그곳으로 찾아가게 되요 그래서 거기서 드디어 옛날 인간들이 했던 책으로만 봤던 로맨스와 아픔과 같은 것들을 경험해가는 이야기에요.
힙 : 와우(웃음) 이 앨범이 스토리텔링 앨범이었네요.
진 : 네 맞아요. 작은 SF소설이죠. 그런데 소설 보다는 애니메이션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소설과 애니메이션의 중간지점에 있는 SF팝 소설이라고 할까요?
힙 : 일단 바라셨던 대로 확실히 Electro Soul 앨범을 만드셨는데 이번 앨범에 대한 피드백들은 어떤 것 같나요? 그리고 피드백들은 많이 흡수하는 편이신지
진 : 바로 적응해서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고, 새로운 팬들도 좀 생긴 것 같아요. 전작을 좋아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이번 것을 듣고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고요. 어떤 분들은 전작에 비해 조금 낯설어서 아직 잘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또 어떤 분들은 헤드폰을 끼고 눈을 감고 있으면 우주여행을 다니면서 그 안에서 물감이 터지고 형광물질이 터지는 그런 경험을 하게 된다는 피드백도 들었어요.
힙 : 마지막은 제 감상이네요.
진 : 트위터에 글 올렸던 분은 여자분이었는데…(웃음)
힙 : 뭐 어쨌든..(웃음) 아무튼 앨범에 대한 진보씨 본인의 만족도는 어떤가요?
진 : 음..뭐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서 좀 다르긴 다르지만 일단 사운드적인 면에서는 만족스럽고요.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세계관에 관해서도 제 개인적으로 계속 흥미를 느끼고 그 세계관이 어떻게 발전할지 기대되고요. 이거는 말하자면 스타워즈 시리즈의 서막 같은 느낌이랄까요? 배트맨 비긴즈 같은 그래서 앞으로 이어질 판타지가 시작된 거에 대해서 재미있게 생각하고 흥분하고 있어요.
힙 : 그럼 이 세계관이 앞으로 계속 이어지는 시리즈 작의 첫 번째라고 봐도 되는 건가요?
진 : 공식적으로 '3부작 중에 1편입니다'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제가 계속 가지고 있던 관심사 우주에 대한 관심이라든지 로맨스에 대한 관심이라든지 제 머릿속의 세계관이 추상적으로 있다가 이 앨범을 통해서 하나의 제 머릿속의 [스타트랙] 같은 TV시리즈가 시작이 된 것이기 때문에 후속작 이라기보다도 후속 결과물이 계속 나오겠죠.
힙 : 이제 뮤직비디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cops come knock' 뮤직비디오 컨셉이 상당히 독특해요 맥스웰(Maxwell)의 [till the cops come knockin]을 '메멘토'와 '크리미널마인드' 버전으로 믹스한듯한?
진 : 보통 영상의 창작적인 부분은 디지페디가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제가 따라가는 거죠. 처음에 미팅을 가졌을 때 디지페디가 '메멘토처럼 몸에 문신이 생기면서 그 하나하나에서 있었던 일들이 생각이 나기 시작하고 이런 컨셉으로 가겠다' 했을 때 저는 처음에 반발했어요(웃음) '아 왜! 나를 이렇게 불량하게 만드냐고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라고' 하니까 '아 진보씨의...위험하고 성적으로 위협적인 이미지를 우리는 봤다' 이러더라고요 (웃음) 저는 동의할 수 없다고 그랬었죠. (웃음)
힙 : 저도 완전히 거기에 녹아 들었다고 생각하고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거든요(웃음) 그래서 진보씨가 의도한 컨셉인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진 : 그러니까요..많은 사람들이 그런 면이 저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힙 : 그럼 뮤직비디오에서 시간에 따라 점점 늘어나는 문신들은 어떤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건가요? (하이힐 권총 수갑 등)
진 : 그건 디지페디의 영역인데 저도 거기에 대한 정확한 의미는 잘 모르겠어요. (웃음) 진짜 진실은 디지페디만이 알고 있어요.
힙 : 평소에 영화를 즐겨보시나요?
진 : 아….잘 안 봐요.
힙 : 영화 자체를 안 좋아하시나요?
진 : 저는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결과적으로 잘 보지를 않아요 볼 시간이 없는 것이 가장 크고요. 그리고 혼자 보는 걸 싫어해서 그런 것 같아요.
힙 : A.I 같은 영화에서 영감을 받으시기도 했는데 영감을 받았다거나 인상 깊었던 영화가 있나요?
진 : 일단 SF영화는 다 좋아하고요 'A.I', '아이로봇',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등 아 '월-E'를 완전히 감동하면서 봤었어요. 토이스토리3 도 되게 감동적으로 봤고요. '역시 주인님은 좋은 주인님이었어!'하면서(웃음) 그리고 '맨 인 블랙3'를 보고 감동해서 울었다고 했더니 주변에서 엄청 놀리더라고요 말이 되냐고(웃음) 그런데 그 영화에서 저한테 딱 꽂히는 포인트가 있었어요. 미래를 보는 외계인이 있잖아요. 그 외계인이 야구장에 혼자 앉아서 비어있는 야구장을 보면서 ‘아.. 이 장면은 언제 봐도 감동적이야.. 역시 스포츠는 한편의 드라마야..’하는 장면이 있는데 요원들이 와서 모든 미래의 불행한 것들을 보고 있으면 불행하지 않냐고 물어봐요. 근데 이 외계인이 말하길 정말 끔찍한 것도 많이 보게 되고 보지 말아야 할 것들도 많이 보게 되지만 남들은 못 보는 자기만이 볼 수 있는 감동의 드라마를 볼 때는 그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하는 이 장면과 대사가 너무 인상 깊었거든요. 뮤지션도 똑같은 것 같아요 음악의 감수성이 별로 많지 않은 사람들은 ‘음악? 뭐 그냥 듣는 거지 그냥 틀어 놓는 거지 뭐’ 이렇게 별 것 아니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음악적인 감수성이 깊은 사람들은 거기서 너무 고통스럽기도 하고 또 너무 슬퍼서 눈물을 쏟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너무 희열을 느끼기도 하잖아요. 예술을 하는 사람 같은 경우에는 자기 감정이 너무 지나치게 예민한 것에 대해서는 저주로 느끼고 상처받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만, 너무 행복할 때는 일반인들이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환희와 감동을 느끼니까 저는 미래를 보는 그 외계인의 대사가 그렇게 받아들여지더라고요. 그래서 울컥해서 울었던 이야기를 해줬는데 사람들 반응이 ‘뭐?! 맨인블랙3를 보고 울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근데 뭐 일일이 다 말할 순 없어요. 그냥 그 사람들이 이 인터뷰를 본다면 제가 느낀 감정을 조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힙 : 깨질 것 같은 감수성의 소유자시네요.(웃음) 제가 영화 이야기를 꺼낸 것이 혹시 '파수꾼'이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진 : 아 아직 못 봤어요.
힙 : 제가 개인적으로 그 영화를 굉장히 인상 깊게 봤었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진보씨 노래가 수록이 되어서 그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진 : 아.. 저는 부분부분만 봤어요.
힙 : 꼭 한번 보시는걸 추천해드리고, 그 파수꾼이라는 영화에 'DJ소울스케이프(DJ Soulscape)'씨가 음악 감독으로 참여를 하시면서 진보씨의 음악이 실렸는데 혹시 거기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진 : 에피소드가 전혀 없이 나중에 '야 거기에 네 음악 나오더라' 라고 들었던 게 에피소드에요.(웃음) 음 소울스케이프한테는 연락을 한번 받았던 것 같아요. '윤성현 감독이랑 너랑 동창인 것 같은데 윤성현 감독이 한 영화가 있는데 거기에 네 음악 넣어도 되냐?' 하길래 '아~좋아요' 했었는데 그러고선 영화에서 듣지는 못했고 다른 사람을 통해서 들었죠 '야 거기 네 음악 나오는 것 같던데?' 저는 잊어버리고 있다가 '어 그래? 아..맞다맞다' 했었던 게 에피소드라면 에피소드에요.
힙 : 쿨하시네요(웃음) 다시 뮤직비디오 이야기로 돌아오면 'Fantasy' 뮤직비디오의 컨셉도 굉장히 기괴해요. 미니멀 하지만 장면들이나 표현이 굉장히 감각적이었는데 성욕을 식욕에 빗대어 표현을 하신 건 어떤 의도였나요?
진 :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쉽고 편한 길은 지옥의 길이고 그런 것들이 있잖아요. 보편적인 삶의 진리들 그런 것처럼 '쾌락만 쫓다 보면 쾌락의 유혹의 끝에는 악이 도사리고 있다' 저는 약간 이렇게 느끼거든요. 뮤직비디오를 보면 남자도 계속 먹고 여자도 계속 먹어요 그렇게 계속 먹으면서 욕구를 다 채우는 듯 하였으나 그 마지막 결말에는 여자가 남자의 팔 하나를 잘라먹는..뭐 비유하자면 '담배를 매일 맛있게 엄청나게 피웠더니 폐가 잘라졌더라'(웃음) 하는 그런 권선징악의 코드가 있죠. 역시나 디지페디의 아이디어고 디지페디의 해석이에요.
힙 : 뮤직비디오의 여주인공들이 외계인이나 뱀파이어라는 설정인가요?
진 : 제가 말씀드린 판타지 앨범의 세계관이 있잖아요. 그 세계관에 대해서 디지페디와 같이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에 그 여자 주인공들은 'Neon Pink Ocean' 행성에 있는 여성들로 설정이 된 거죠. 그래서 인간과 살짝살짝 다른 요소가 있어요.
힙 : 항상 음악을 통해서 '섹스'를 주제로 한 직간접적인 표현을 해오셨고 R&B Soul에선 빠질 수 없는 주제인데 진보씨 성향에선 직간접 중에 어떤 표현방식을 더 선호하시나요?
진 : 내숭떠는걸 싫어하는 측면에서는 직접을 선호하고요. 표현의 우아함을 위해서는 간접을 선호해요. 직접적으로 얘기는 꺼내는데 천박해 보이지 않고, 우아하게 꾸미려고 노력을 하죠.
힙 : 그럼 춤추게 하는 음악과 생각하게 만드는 음악 사이에서는?
진 : 둘 다 좋아하죠. 요새는 좀 더 춤추게 하는 음악을 좋아하는데, 그것 또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힙 : 'Tape it slow baby'는 'Take it slow'의 리믹스 버전인데 remix로 표기를 안하고 굳이 제목을 바꿔서 실은 의도가 있나요?
진 : 그 곡의 분위기가 Fantasy 앨범 전체적인 세계관과 색깔에 굉장히 잘 어울리는 곡 이어서 그걸 리믹스라고 표기를 해서 굳이 옛날 원곡의 느낌을 거기로 끌고 들어오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다르게 했고, 어떤 면에서는 원곡보다도 한 걸음 더 나간 느낌이 있기 때문에 더 관능적이고 진도가 조금 더 나간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말하자면 약간 장난을 친 거죠.
힙 : 'Traumatic'의 'jet 2'라는 이름은 수퍼프릭 라디오에서 눈에 이미 익었지만 이분 또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생소한 분이세요.
진 : 미국 LA에 있는 뮤지션 인스티튜트(Musician institute) MI를 다닐 때 같은 반이었고요. 저랑 가장 친한 친구였고, 그 친구와 다른 두 친구와 함께 퍼시픽 클릭(Pacific Click)이라는 걸 만들었었어요 퍼시픽 클릭? 링크?..잘 기억이 안 나는데 아무튼 한국도 태평양에 맞닿아 있고 LA도 태평양에 맞닿아 있다는 의미였고, 그 친구는 아버지가 나이지리아에서 유명한 뮤지션이에요. 약간 '밥 말리(Bob Marley)' 같은 느낌에 정치적인 얘기도 하고 저항적인 얘기도 하고 레게 같은 음악도 하는 그런 뮤지션인데 또 이 친구가 자기 아버지 밴드에서는 드러머에요. 그리고 랩도 하는데 완전 랩 괴물이에요. 그 당시엔 '제이지(Jay-z)'와 '릴 웨인(Lill Wanyne)'을 굉장히 좋아하는 친구였는데 왜 우리나라에선 제이지는 즉흥적으로 머릿속으로 가사를 쓴 다음에 바로 부스 들어가서 4마디 녹음하고 또 혼자 '음…음..'하다가 또 4마디 한다는 그런 전설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 Jet2도 그렇게 하는 친구에요. 매일매일 매 순간 랩하고 있고 녹음을 시키면 가사를 종이에 안 써요. 혼자 머릿속으로 '아...'하다가 2마디 녹음하고, 또 한 4마디 녹음하고 하는 완전 랩 괴물이에요.
힙 : 'Lover bot' 이라는 곡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어요. 단순한 실연에 관한 가사는 아닌 것 같은데 제가 해석할 때는 '기계화 문명화로 인해 휴머니티가 죽고 있다'라는 의미로 해석했지만 또 어떻게는 '요즘 연애 쉽게 쉽게 로봇처럼 별 느낌 없이 한다'라는 의미로 해석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진 : 거기에 좀 재미있는 장치가 있다면 로봇이 더 마음을 아파하고 더 감수성이 예민하고 버림받은 것에 더 수치심을 느끼고 원망심리도 있고 복수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거든요 로봇이 오히려 그렇게 느끼고 인간은 그렇게 못 느끼는 그 대비가 재미 있는 것 같아요. 전체적인 판타지 세계관에서 계속 같은 맥락의 주제지만 인간들이 마치 철없는 부잣집 아이들처럼 너무 풍요로워서 세상 소중한 것을 모르는 거죠 그리고 실제로 크게 보면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인간 문명자체가 점점 풍요로워지고 있잖아요. 지금도 어디는 가난한 사람이 있고 어디는 잘 살고 이런 건 많이 있지만, 전체적 역사를 봤을 때는 옛날보다는 말도 안되게 수명도 늘어나고 경제적으로도 훨씬 더 풍요로운 세상이에요. 요즘에는 어느 정도 개발된 국가에서는 뭐가 모자라서 문제라기 보다는 뭐가 많아서 문제거든요. 쓰레기도 많고 건물도 너무 많고 만들어진 것이 너무 많으니까 너무 지나친 풍요 속에 살고 있는 인간들이 더 감정의 중요함 이라던지 소중함이 없고 마치 새 장난감 가지고 싶어하고 이거 가지고 놀다가 질리면 버리고 하는 것처럼 그런 걸 빗대서 표현한 거죠. 곡 속에 여자가 러버봇을 데려와서 놀다가 지겨우면 버리고 이렇게 가볍게 생각했는데 이 러버봇의 입장에서는 이 여자가 자신한테 잘해주고 따듯하게 대해준 것에 대해 너무 사랑으로 느낀 거죠. 이 로봇한테는 이게 너무나도 유일한 것이었고 처음 느낀 것이었고 인생에서 바꿀 수 없는 큰 사건이었는데 여자한테는 매일매일 남는 시간에 잠깐 있는 정도의 감정이었다는 거죠. 그래서 아마 공감할 사람들이 굉장히 많을 것 같아요. 사랑의 불균형에 놓여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다 공감하지 않을까 싶어요. 예를 들면 저 남자가 나한테 한번 말 걸어준 게 아침에 '안녕?'하고 인사해준 것이 나한테는 하루 종일 잊을 수 없는 사건인데 그 남자한테는 아침에 '안녕'이라고 문자를 50명한테 보냈다거나 그냥 아무한테나 하는 아침인사 정도의 흔한 것 이었던 거죠. 그리고 그걸 나중에 깨닫게 되었을 때 느껴지는 버려진 기분? 헌 장난감이 된 기분? 이런 것들이 러버 봇의 스토리에요.
힙 : 'Traumatic' 이라는 곡과 'Delete it deal it' 이라는 곡은 멜로디 상 연결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두 곡에 대해서도 간략한 설명을 해주신다면
진 : 트라우마틱은 쥴스 원더가 만나던 여자를 잊지 못하고 잊어버리려 하지만 계속 옛날 기억이 자신을 괴롭혀서 괴로워하는 내용이에요. 어떻게든 향을 피우고 명상을 하며 잊어버리려고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계속 옛날 기억이 떠올라서 자신을 채찍질 하고 상처를 내는 거죠. 'Delete it deal it' 이라는 곡으로 가면서 결국에는 참을 수 없게 된 지경이 와서 이젠 무조건 지워야겠다 Delete버튼을 눌러야겠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 Deal it 이라는 말이 그 문제에 대면하라는 뜻이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나의 괴로웠던 트라우마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고 아프지 않으려고 하지도 말고 부딪혀서 해결하겠다고 스스로 결심하는 내용이에요.
힙 : 'Neon Pink Ocean' 이나 'Reboot My Universe' 같은 곡들은 정말로 제목으로 곡의 구성이나 소리들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추상적인 느낌들을 언어로 잘 캐치해내시는 것 같아요.
진 : 저를 잘 캐치해주셨군요.(웃음)
힙 : Reboot My Universe는 마치 SF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연상되는 그런 느낌..
진 : '컨택트' 같은 느낌이랄까?
힙 : 네 맞아요. 컨택트! 그 느낌이에요!(웃음)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발표하신 'Be My Friend' 라는 곡도 뮤직비디오가 대놓고 야하진 않으면서 묘하게 자극적인데 그걸 보면서 디지페디는 은꼴의 미학을 아시는 분들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고 보면 제작된 뮤직비디오들도 전부 섹슈얼한 곡들을 선택하기도 했고요.
진 : 디지페디의 취향이에요 (웃음) 다 디지페디의 사상이에요. 제가 아닙니다. 불씨를 당긴 건 저지만 타오른 건 결국 디지페디가 타올랐다고 주장을 하고 싶네요.(웃음)
힙 : 스윙스(Swings) 씨의 참여가 눈에 띈다면 눈에 띄는 점인데 스윙스 씨와 함께한 계기가 있나요?
진 : 스윙스가 예전에 어떤 인터뷰에서 저를 언급하면서 같이 작업해보고 싶다고 얘기 했었어요. 그래서 관심을 갖고 있었죠. 사적으로 만난 적은 없었고 공연장 대기실 같은 데서 그냥 한번 스쳐 지나갔던 그 정도였는데 아무튼 'It’s over'는 약간 '넵튠즈(Neptunes)'가 만든 마이클 잭슨 트랙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만들 때부터 그렇게 의도한 건 아니고 만들고 나서 들었던 생각이 '어? 넵튠즈가 만든 마이클 잭슨 트랙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노래 자체가 마이클 잭슨의 감성이고요. '이건 마이클 잭슨처럼 따라 해야지'가 포인트였던 게 아니라 그냥 그런 느낌의 노래를 하다 보니까 '이런 느낌을 갖는 것 자체가 마이클 잭슨의 성격이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그런 거죠. 노래도 그렇게 나왔고요. 그런 상태에서 저는 그 노래에서는 좀 유약하고 깨지기 쉽고 상처 잘 받는 그런 좀 약한 캐릭터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랩에서는 반대로 되게 마초적인 그런 색깔이 있어야 지 밸런스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스윙스가 떠올라서 스윙스한테 의뢰를 했고, 아까 레어벌스처럼 스윙스도 거의 두 번째로 작업하기 좋았던 사람이었는데(웃음) 제가 되게 급하게 부탁을 했거든요 한 24시간 안에 달라고(웃음) 근데 스윙스가 정말 열 몇 시간 안에 보냈어요. 그러고선 믹싱을 계속 하면서 듣다 보니까 목소리가 만지기 너무 좋은 거에요. 되게 재밌게 믹싱을 했고, 제가 딱 의도 했던걸 너무 잘 캐치를 했어요. 사람들이 스윙스에 대해서 잘 모르고 저평가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스윙스는 단순히 랩을 잘하고 목소리가 좋고 이런 것 보다 훨씬 뛰어난 부분이 있어요. 랩퍼는 어디 가서 랩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근데 보통 랩퍼는 어디가서 랩을 하는 걸 부담스럽게 생각한단 말이에요. 근데 스윙스는 어디 가서 랩을 하고 싶어해요 일단, 기회가 있으면 랩을 하고 싶어하고 실제로 랩을 많이 하고 잘하고 에너지가 엄청나요. 그래서 그런 점에서 진짜 천상 랩퍼고, 스윙스보다 랩퍼인 사람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에 없는 것 같아요. 그 다음에 두 번째는 에너지를 따졌을 때 그렇게 발산할 에너지가 많기도 힘들지만 그걸 다 발산하는 용기와 그런 에너지를 가진 사람도 스윙스가 이쪽에 있는 사람 중에서 가장 에너지가 많은 사람 같고요. 그 다음에 세 번째는 방금 얘기한 거처럼 곡의 캐치 능력이 너무 뛰어난 것 같아요. 거기다가 전혀 딴 내용을 쓸 수도 있었는데 제가 생각했던 이러 이러 해서 여기에 이런 랩이 필요했던 그 부분을 다 캐치해서 잘 표현 해줬어요. it’s over에서 제가 노래 한 부분은 '진짜 난 너한테 최선을 다했고 내가 널 특별하다고 생각했는데 넌 아니었어' 이런 어떻게 보면 버림받은 여자가 남자한테 얘기할 것 같은 되게 섬세하고 나약한 감성들이었는데 스윙스 부분에서 조금 더 마초적으로 쌔게 나갔거든요. 똑같은 내용인데 그런 대비가 굉장히 재미있는 것 같아요.
힙 : 진보씨는 패션에도 굉장히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만 봐도 신발들에 포인트를 준 게 돋보이는데 뮤직비디오의 널브러져 있는 신발들은 전부 본인의 소장품인가요?
진 : 전부 디지페디 소장품이에요. (웃음)
힙 : 영상에 관한 건 전부 디지페디를 벗어날 수가 없네요. (웃음) 그럼 진보 씨는 어떤 패션스타일을 추구하시나요?
진 : 제가 분류를 잘 하지는 않지만 일진스라고 이름을 지었던 이유 중에 하나도 청바지를 좋아해서 일진스라는 이름을 썼거든요. 그만큼 청바지를 좋아하고, 스트릿이라는 용어를 쓰기가 싫은데 그냥 반스 어센틱 좋아하고 청바지 좋아하고 티셔츠와 모자를 좋아해요. 그런데 거기에 저의 8:2의 원칙이 있어서 정석적인 것 8로 가지만 2정도의 파격을 꼭 집어넣고 싶어해요. 형식미와 파괴미에서 저의 형식미는 캐주얼, 진, 티셔츠, 모자 그런 것들이고, 그 중에 저의 파괴미가 있다면 에스닉한 악세서리가 들어간다든지 하는 그런 파괴미를 꼭 집어넣고 싶어해요.
힙 : 항상 자신감 있는 모습과 주관이 뚜렷한 표현을 중요시 하시는데 내가 최고다 싶을 때는 언제인가요?
진 : 제가 대인배처럼 굴었을 때, 그릇이 크게 행동했을 때, 용서했을 때, 그리고 유혹을 이겨냈을 때, 제가 만든 약속을 제가 지켰을 때 그럴 때 자존감을 느껴요. 아무도 없어도 그냥 혼자서 생각해요 ‘아무도 못 봤지만 이거는 내가 생각해도 굉장히 멋있게 행동한 것 같다’ 하면서 으쓱하죠.
힙 : 엉뚱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진보씨가 설파하던 위대한 사람들이 죽을 때 에너지가 흩어져서 누군가는 그 에너지들을 흡수한다는 이론은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만약에 내일 당장 '퍼렐(Pharrell Williams)'이나 '론(Lorn)'같은 좋아하는 뮤지션이 죽는다면 어떨 것 같나요?
진 : 누가 죽었으면 좋겠냐고요?(웃음)
힙 : (웃음) 어떤 것들을 흡수하실 것 같으세요?
진 : 흡수를 하기 위해 뭘 하는 것보다도 이제 못 보니까 살아있을 때를 회상하며 소중한 마음으로 다시 그 뮤지션의 발자취를 캐겠죠.
힙 : 그러면서 에너지를 흡수하시는 건가요?
진 : 그러면서 이제 진가를 보겠죠. 에너지를 흡수한다고 하면 꼭 드래곤볼의 셀 같으니까(웃음) 촉수 꽂아서 에너지를 쭉 빨고 이런 건 아니지만 그냥 그 사람의 진가를 다시금 느끼겠죠. 보통 사람들은 바쁘니까 100% 뭐를 즐기진 못하잖아요. 심지어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100% 자기자신과의 대화를 깊게 하지도 못하고 음악을 들을 때도 전심전력을 다해서 음악을 듣거나 하는 게 잘 안되잖아요. 뭐 예를 들면 '이번에 새로 나온 프린스 앨범 들어봤어?' 하면 '어 들어봤는데 괜찮더라' 그러는 것도 한 두세 번 훑어본 거지 진짜 작심하고서 일주일잡고 '난 이 사람이 뭘 하려고 했는지 이해할거야' 이렇게는 잘 안 하잖아요. 그런데 이제 누가 죽으면 그때 가서는 사람들이 다시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누가 죽으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다시 보게 되고, 그 사람의 진가를 못 보게 만들었던 사소한 감정들 '뭐 얘가 그랬다며?' 하는 오해나 이런 것들을 비로소 걷어내고 최대한 진지해진 마음으로 그걸 들여다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아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쟤가 나한테 이렇게 했었지만 돌이켜보면 쟤는 정직한 애였어 생각해보면 거짓말이나 사소한 잘못들은 누구나 하지 나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왜 나는 쟤가 거짓말했던 한두 개를 가지고 왜 그렇게 미워했을까?' 이렇게 되는 것처럼 그 사람의 진가를 보게 되는 거죠.
힙 : 하지만 어떻게 본다면 제이딜라나 누자베스 혹은 제프버클리 등등 '천재의 요절'이라는 수식이 붙은 수 많은 뮤지션들이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죽음이 가지는 뭔가 특별한 아우라 때문에 그 사람의 능력이나 성품 등이 본질이상으로 미화되고 과대 포장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진 : 그렇죠 미화되죠. 그런데 바꿔서 이야기하면 그 사람이 죽어서 미화 되었다고도 표현할 수도 있지만 살아있는 사람들끼리는 어느 정도 서로를 나쁘게 생각하는 것도 있지 않나(웃음) 그렇게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힙 : 콜라보 활동을 정말 많이 하시는데 다음 작품에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국내국외 아티스트들이 있다면?
진 : 지금 투어를 같이 하고 있지만 '윤석철(윤석철 트리오)', '김토일(To ill gim)'과 같이 해보고 싶고요. 그리고 재즈보컬리스트로 유명하고 얼마 전에 솔로 앨범을 내기도 한 ‘정란’이라는 뮤지션이 있는데 그 뮤지션과도 작업해보고 싶어요. 같이 해보자 하고 요 근처까지 갔다가 못해서 좀 아쉬웠거든요. 또 R&B 씬에서는 '크러쉬(Crush)'랑 같이 작업하고 싶고, 스윙스랑도 좀 더 하고 싶고 '비프리(B-Free)'랑도 하고 싶고 락 밴드들이랑도 하고 싶어요. 이건 지금 거의 다 프로듀서로서 이야기 하고 있는 건데 프로듀서로서 다양한 뮤지션들과 곡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국카스텐(Gukkasten)'하고도 예전에 인연이 있어서 공연을 보게 됐었는데 보고서 '우와!!! 어떻게 저런 에너지가 나오지?' 했던 기억이나요 마치 에너지가 나오는 게 눈에 보이는 것 같았어요. 그런 폭발력은 이런 쪽 음악에선 별로 없잖아요. 그래서 국카스텐과도 같이 해보고 싶은데 계속 연락을 못했었고, 김완선의 컴백작으로 아주 핫 한 음악을 해보고 싶고, 좀 옛날 분들하고도 하고 싶어요. '나훈아'나 '전인권' 같은 음.. 나훈아는 너무 나간 것 같네요. 거기까진 제가 좀 더 아이디어가 구체화 되어야 될 것 같고요. 전인권 하고는 얼마 전에 만났거든요.
힙 : 아 같이 찍은 사진 봤어요(웃음) 어떻게 만나게 된 거에요?
진 : 코엑스 지하에 있는데 보이길래 '어?!!'하면서 팬보이처럼 다가가서 그냥 별 대화도 못 나누고 '어..어..사진 찍어요..' 하고서 그냥 사진만 찍고서 다시 얼떨떨하게 왔는데 그러고 나서 그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하지 못했던 게 너무 아쉬웠어요. 까이더래도 얘기나 해볼걸 어차피 까일거면 뻔뻔하게 얘기했어야 됐는데..뭐 아무튼 많네요 계속 더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힙 : 국외는 없나요?
진 : 국외도 많죠. 국외는 당연히 넵튠즈와 하고 싶고 '머신드럼(Machinedrum)'과도 하고 싶고 지미 에드가(Jimmy edgar)’와도 하고 싶고 '에리카 바두(Erykah badu)'랑 하고 싶고 모르겠어요. 이렇게 하고 싶은 걸 말하다 보니까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구체적인 비전이 없이 이야기를 하는 게 갑자기 창피해졌어요.(웃음)
힙 : (웃음)아니에요 국내 아티스트들의 경우에는 말하자면 이 인터뷰로 러브콜을 보내는 거니까 의미가 있죠. 스윙스씨가 그랬듯이 분명히 이 인터뷰를 기점으로 새로운 콜라보가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웃음) 이번에 드릴 질문은 힙합플레이야 내에서나 씬에서 꾸준히 이슈가 되어온 주제인데 프레이즈 샘플링과 샘플클리어에 대한 논란이에요. 진보씨 또한 샘플링을 다루는 프로듀서로서 이런 끊이지 않는 논란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
진 : 샘플클리어는 제 생각에 예를 들어서 한 4마디 이상 들어가면 샘플클리어를 해야 하고 4마디 미만은 안 해도 된다. 그런 정도의 기준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요즘엔 사실 모든 게 샘플링이고요. 우리가 쓰는 건반 자체도 소리를 샘플 해서 쓰는 거고 대부분의 현대음악 작곡하는 사람들이 쓰는 드럼 소리 하나하나도 엄밀히 말하면 다 샘플이잖아요. 그래서 일단 샘플을 썼냐 안 썼냐는 포인트가 아닌 것 같고 프레이즈 샘플링의 경우에는 그 샘플의 의도가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내 창의성을 저 샘플에 의존을 했는데 돈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내가 얻은 성과에서 그 샘플이 얼마만큼 기여도를 가지느냐 그리고 그 공헌도를 얼마만큼 인정해 줬냐 안 해줬냐 가 포인트인 것 같아요. 샘플빨로 만들어져서 샘플이 다 먹여 살린 건데 쟤는 굶고 그걸 이용한 내가 다 먹으면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배 아프게 생각하고 문제를 지적하는 거고 거기서 논란이 생기는 거라고 보거든요. 반면에 샘플 자체는 별로 그렇게 멋있지도 않은 음악인데 되게 창의적으로 그걸 만들어서 새롭게 가치를 창출을 해냈으면 오히려 그 샘플한테 돈을 줄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이 샘플이 이 사람한테 오히려 감사패라도 하나 보내야 될 수도 있는 거죠. 그래서 실제 법적으로 얽혀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고, 누가 얼마나 그 가치를 좋게 창조했냐 누가 더 창의적으로 했냐는 그런 측면인 것 같아요. 그게 공평하지가 않았기 때문에 나오는 논란인 것 같고요. 그리고 다들 그런 찬사를 받을 자격이 아닌 것 같은데 찬사를 하니까 '그 찬사가 네 것에서 온 게 아니라 남의 것에서 온 것인데 그 찬사를 왜 네가 받아야 되? 걔가 받아야 되지?' 약간 그런 문제이기 때문에
힙 : 또 어떤 경우는 뮤지션이 샘플링을 가져와서 공을 들여서 질감을 바꾼다든지 어떤 식으로든 만져서 자기 작품으로서 프레이즈 샘플링이 된 곡을 내놨을 때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이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 구성 자체가 프레이즈 샘플링이니까 '이거 통샘플링이네?' 하고 덮어놓고 비난해버리는 그런 문제들도 있거든요. 이건 정말 애매한 문제인 것 같은데
진 : 샘플링을 잘 못하는 사람들 즉 음악에 대한 이해가 없이 사용하는 샘플들을 보면 찝찝함이 딱 느껴져요. 자기 음악에 있어서 왜 이런 소리가 나와야 하고 내가 왜 이 샘플을 썼고 이 샘플이 이 노래에서 뭘 의미하고 있고 이런 것들이 없이 사용하게 되는 경우에는 뭔가 살짝 맛이 간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먹었을 때 '뭔가 좀 찝찝한데?' 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논리적으로 따지기 이전에 본능적으로 드는 느낌 그런 경우에 들여다 보면 보통 창작자가 원 샘플을 제대로 활용을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음악에 대해 이해를 깊이 안하고 이해도가 없는 상태에서 그냥 별 생각 없이 사용을 했기 때문에 그 조화가 완벽하지가 않았던 것이고 때문에 그런 찝찝한 맛이 나게 되는 거죠. 반면에 제이딜라가 샘플한 어떤 것들을 보면 오히려 제이딜라를 들으면서 '그래 이 음악이 원래 이런 거지 이런 우주적인 거지' 하는 것들이 있어요. 제이딜라가 그 원곡을 캐치해내서 더 잘 집어내는 경우가 있거든요. 샘플링에도 수준이 있는데 이런 경우는 샘플링을 초고수적으로 한 것이고, 어떤 샘플링은 진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는 샘플을 가져다가 쓰레기처럼 만들어버리면 그건 정말 후진 샘플링인 거죠.
힙 : 알겠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매번 받는 질문들이겠지만 최근에 정말 좋아하는 앨범이 있다면 소개 부탁 드릴게요.
진 : 제가 최근에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옴마스 키스(Om’mas Keith)'의 [City Pulse]라는 앨범이에요 정말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힙 : 이제 마지막 질문이네요 마지막으로 못다한 이야기가 있으시거나 힙플 식구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진 : 공연장에 많이 와주세요. 그리고 슈퍼프릭 라디오를 많이 들어주세요. 슈퍼프릭 라디오를 통해서 음반 말고도 귀로 즐길 수 있는 많은 것들을 계속 할 예정이니까 슈퍼프릭 라디오를 많이 들어주세요.
관련링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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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BOsuperfreak soundcloud.com Throughout his career, Jinbo has worked with notable Korean hip-hop artists such as Drunken Tiger, Epik High, and Dynamic Duo. His first official full-length debut Afterwork, won the coveted R&B/soul
JINBO the SuperFreak jinbo.bandca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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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행 | 차예준 ([email protected] / | http://www.facebook.com/…
사진, 영상 | Directed by SIN ( | https://twitter.com/… / | http://instagram.com/…
참고자료 | SuperFreak Radio - Episode 2 : TPSP (The Purple Swimming Pool) -
SuperFreak Radio - Episode 1 : ATDG (After The Doomsday's Gone)-
2010.01.28 - [인터뷰] welcome back!! 'afterwork' 진보(JINBO) 인터뷰 | /magazine/5088
2010.05.24 - [기사] 진보, 프로젝트 그룹 ILL JEANZ 으로 앨범 발표 | /magazine/5550
2010.10.13 - [기사] 진보, ‘인디펜던트 뮤지션의 길' 주제로 세미나 개최 | /magazine/6150
2012.08.29 - [기사] 진보, 리메이크 앨범 'KRNB' 무료배포 | /magazine/9740
5 Comments 김승준
2013-04-12 18:44:38
우주선-수퍼히어로, 븨 엑스 킬라-히어로 포 하이어 등, 국내에서는 이런식의 시리즈물이 생명력있게 연계/유지된 적이 거의 없었던 거로 아는 데, 쥴스 원더 시리즈는 그 징크스를 깨부쉈으면 좋겠습니다ㅇㅇb
개털
2013-04-12 21:08:03
Finally You And Me
김영희
2013-04-13 14:29:12
진보 사랑합니다... 맵시yo!
케이엠
2013-04-13 17:07:02
잘 봤습니다!
적투어
2013-04-17 00:36:50
뮤비 여자분 이름이 궁금해요
via https://hiphopplaya.com/g2/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1956&page=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