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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플레이야인터뷰 지코(ZICO)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블락비와 지코는 분명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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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코(ZICO) '하고 싶은 걸 하는 것. 블락비와 지코는 분명히 다르다'

 힙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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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8911 2015-12-31 19:16:51



힙플: 솔로 커리어를 단단하게 다진 해가 아닐까 싶다. 올해는 본인으로서도 학수고대한 순간이었을 것 같은데 2015년을 돌아보면 감회가 어떤가?

ZICO (이하 지코) : 2015년은 내 개인적인 커리어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해다. 다작을 하기도 했고, 돌아봤을 때 그 결과물들의 내용이 꽉 차있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해다.


힙플: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우선 갤러리라는 타이틀의 의미에 대해.

지코: [Gallery]라는 앨범은 곡 자체를 이미지화 하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 앨범이다. 왜냐면 곡들마다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가 모두 극명하게 다르거든. 예를 들어 관통하는 주제 안에서 비슷한 바이브로 다르게 해석된 곡들을 나열한 일반적인 앨범이 아니라 이건 각기 장르도 다르며 주제도 다르고 심지어 풀어나가는 전개방식마저 다른 앨범이었기 때문에 그런 다양한 작품들을 한군데에 모아놨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표현이 갤러리라는 표현이었고, 거기에 맞춘 이미지 작업을 병행했다.

어쨌든, 음악도 작품인데 음악을 작품이라고 일컫는 표현이 좀 부족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난 갤러리라는 표현을 통해서 이미지와 함께 아트적인 느낌으로서 음악을 보여주고 싶었다. 벅와일즈의 부바그래피형과 함께 사진 작업을 하면서도 이것들을 그냥 음악트랙으로만 분류하기에는 좋은 이미지들이 정말 많이 나왔다.


힙플: 각 트랙마다 겹치지 않는 아이덴티티를 보여줬다는데 의미를 둘 수도 있겠지만, 싱글 소품집으로서의 한계도 분명 있을 것 같다. 풀랭스 앨범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지는 않나?

지코: 음.. 있다. 풀랭스 앨범에 대한 욕구는 너무나 많지. 우리는 애초에 그런 앨범만 듣고 자랐으니까 힙합팬이라면 풀랭스 앨범에 대한 갈증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건 되게 잘 생각해야 되는 문제이기도 했다. 많은 뮤지션들이 앨범 단위로 작품을 낼 때 사람들은 앨범에 수록된 몇 곡만을 기억하는 경우가 정말 많기 때문이다. 타이틀곡이나 피쳐링이 참여한 몇 트랙만 기억에 남고, 그 외의 트랙은 의미 없이 사라진다는 느낌을 받았거든. 그래서 우선은 내가 아티스트로서 앨범 전체를 각인 시킬만한 스탠스가 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힙플: ‘날’을 제외한 전곡의 뮤비가 나온 건, 비주얼적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쓴 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지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비주얼을 포함한 전체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이다.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영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혹은 각마다 곡들을 어떤 식으로 이미지화 시킬 것 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는데, 그 결과 음악작업과 중간 중간 영상작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 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음악만으로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를 모두 전달하기에 역부족이었고, 부족한 부분을 채울만한 피상적인 것들이 필요했기 때문에 거의 모든 곡에 영상작업이 추가적으로 진행되었던 것 같다.


힙플: 그럼 ‘날’의 뮤직비디오도 원래는 계획되어있었나?

지코: ‘날’도 원래는 영상 적으로 준비하려고 했던 부분이 많은 곡이었다. 결국 스케줄상으로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도 많이 아쉽다.



힙플: 피쳐링 캐스팅에만 반 년이 걸렸다고 했다. 자이언티는 3개월, 제이통은 돈으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는데 이들을 섭외했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지코: 나도 내가 느끼는 내 하드웨어의 한계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악기의 한계고, 내 목소리가 가지고 있는 바이브의 한계인데, 물론 비트를 만들 때 내 목소리만으로 전체를 채우는 것도 좋고, 그렇게 했을 때의 미니멀한 바이브가 좋게 작용할 때도 있지만, 간혹 메이킹을 하면서 어떤 트랙들은 스스로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채우고 싶은 욕구가 들게끔 했다. 마치 여러 악기가 하모니로 어우러져 좋은 음악이 나오듯, 이번 앨범에서는 그런 풍성함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미처 내 에너지로는 감당할 수 없는 부분들에 피쳐링 게스트를 사용하게 됐고, 그래서인지 결코 쉽지 않은 게스트를 선택했던 것 같다.


힙플: 제이통의 경우, 아직도 지코의 행보와 부딪히는 부분이 많은데 그와의 작업은 어땠나?

지코: 제이통형이랑 작업하는데 정말 오래 걸렸다. 한 3개월 정도가 걸렸고, 섭외 하는데만 한 달이 걸렸을 거다 (웃음) 처음 피쳐링 제안을 했을 때 음악 듣고 구리면 안 하겠다고 하더라. 당연히 난 무조건 자신 있다고 했지.. (웃음) 그래서 한번은 제이통형이 서울에 올라왔을 때 내가 만들어놓은 1절을 가지고 찾아가서 내 차에서 바로 음악 모니터링을 시켜줬는데, 그때까지도 확답을 주지 않더라. 그래서 아예 2절까지 만들어서 보내줬다. 그랬더니 가사를 보고 하시는 말이 ‘야 일단 해보는데.. 내 거 나오고 내 거 구리면 안 한다’ 라고 하더라.. (웃음) 우여곡절 끝에 사비를 받아냈고, 결과적으로 굉장히 좋았다. 내가 타이트하게 몰아치는 부분에서 그 바이브를 이어갈 만한 묵직함을 정말 잘 표현해주시더라. 내가 원하는 그대로 묵직하고 러프하지만 날이 서있는 바이브로 받아쳐 주셔서 굉장히 만족했다.


힙플: 사실 제이통의 벌스가 들어있지 않아 의외였다. 처음부터 훅만을 원했던 건가?

지코: 맞다. 애초부터 훅에서의 강단 있는 파트를 원했고, 제이통형의 이미지대로 짧지만 간단명료하고 자극적이게 치고 빠지는 그림을 원했었다.


힙플: 지코 커리어의 피쳐링진들을 살펴보면, 그 시점에 가장 핫한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을 지속적으로 컨택해 왔다. 씬의 흐름을 상당히 디테일하게 살피는 편인 것 같은데 어떤가?

지코: 맞는 것 같다. 왜냐면 나도 언더그라운드 힙합 팬이니까. 작업을 목적으로 컨택 할 때도 어쨌든 팬의 입장에서 다가가는 게 큰 것 같다. 당연히 핫한 루키들이 있다면 팬으로서 즐겨 듣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비트를 만들기도 한다. 마치 공놀이를 하는 마음가짐으로 작업에 임하는데, 가까운 예로 자메즈(Ja Mezz)형이 그랬고, 던밀스(Don Mills) 형 역시 그랬다.


힙플: 힙합 팬으로서 가장 최근에는 어떤가?

지코: 면도(Myundo)와 나플라(Nafla) 그리고 루피(Loopy)다. 나는 쇼미더머니 때부터 면도의 랩핑을 너무 좋아했다. 심지어 1차때 심사를 했을 때도 나와 팔로알토 형이 계속 면도를 밀었었는데 방송에는 결국 안 나오더라. 정말로 면도얘기 맨날 했는데.. (웃음) 아무튼, 3명을 꼽자면 루피 나플라 면도다. 아, 그리고 펀치멜로라는 랩퍼도 있다. 딘(DEAN)이 소속되어있는 클럽 에스키모라는 크루에 있는 어린 랩퍼인데 그 친구도 굉장히 잘한다. 그런 영하고 감각적인 사람들한테서 매번 배우는 것 같다. 그 사람들 걸 듣다 보면 아, 아직 너무 부족하다라는 생각이 들거든. 또 최근에는 덤파운데드(Dumfoundead) 형이 낸 미장원을 듣고 그냥 넉다운 되기도 했다. (웃음)


힙플: 지금까지 했던 콜라보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콜라보가 있었다면?

지코: 다이나믹듀오(Dynamic Duo) 형들이랑 했던 야유회가 최근에 했던 것들 중에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떻게 보면, 내 세대의 랩퍼들에게 다이나믹 듀오는 교과서 같은 존재들이지 않나 모든 랩퍼 지망생이었던 사람들에게 있어서 다이나믹 듀오 앨범에 참여한다는 의미는 남다를 것 같다. 나 역시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힙플: 보통, 어느 시점에서 판타지가 깨진다고들 얘기한다. 아직까지 그런 판타지를 유지하고 있나?

지코: 나는 아직까지 한국힙합의 팬이다. 지금도 나오는 루키들과 작업하는 게 소망이고, 공연도 하고 싶다. 그래서 내가 지금 내 포지션을 좋아하는 거기도 하고.


힙플: 메이저에서 언더그라운드로 필드를 역행한 또 한 명의 mc다. 박재범의 커리어가 기행에 가까웠다면, 지코의 경우엔 아이돌들의 스탠다드로 굳혀져 버린 것 같다. 기분이 어떤가?

지코: 왜냐면 나는 지금도 아이돌 필드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굳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 그런데, 재범이형 같은 경우에는 어쨌든 이 무리에서 나왔고, 지금은 아예 독립적인 레이블을 운영하고 있는 ceo이기 때문에 분리될 수밖에 없다. 나는 아직까지 메이저에서 가요를 만드는 프로듀서이기도 하고, 케이팝 밴드 그룹을 이끄는 리더로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힙플: ‘캐릭터 모방하는 제작자’, ‘아이디어 떨어진 a&r’ 같은 가사에서 그런 상황에 대한 불쾌함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하지 않았나

지코: 아, 스탠다드가 그런 의미라면 (웃음) 음.. 그건 어쩔 수 없는 생리인 것 같다. 제작하시는 분들은 히트곡이 나오면 무조건 그 히트 곡을 쓴 작곡가한테 우르르 몰려가고, 유명한 스타일리스트가 있으면 그 유명한 스타일리스트한테 우르르 몰려가는 습성이 있다. 어떻게 보면 유행에 굉장히 민감한 건데.. 그래서 나 같은 포지션이 나왔을 때 그 분들한테 내가 어떤 성공사례로 비춰졌을 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모든 아이돌들이 내가 했던 행보에 맞춰 믹스테이프 한 번 만들어보고 시작하려는 느낌이 들었을 때에도 사실 불쾌함 보다는 오히려 자존감을 느꼈다. 그 가사 역시 ‘이렇게 할 만큼 내가 열심히 했나 봐’ 혹은 ‘잘 봐, 저 제작사들도 내가 했던 패턴 그대로 자기 연습생 들한테 시키잖아’라고 말하고 싶은 어떤 자존감의 표현이었는데.. 정작 중요한 건 나는 누군가 시켜서 그것들을 한 것도 아니었고,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들이었다는 거다.


힙플: 그런 이고를 표현할 때,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제작자들이 있거나 그 때문에 불편한 기류를 느끼진 않나?

지코: 음, 없는 것 같다.


힙플: 솔로 커리어 내내 날이 잔뜩 서있는 랩만 봐와서 일까, ‘오만과 편견’ 같은 노래는 더 의미가 깊을 것 같다.

지코: 맞다. 여태 솔로로서 단순히 랩만 하는 트랙을 많이 해와서인지. 일단 톤을 전체적으로 낮게 잡고, 그런 주제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는 것 자체만으로 나에게도 굉장히 신선한 도전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작업하는 내내 새로운 감성으로 임할 수 있었고, 리프래쉬 되는 작업이었던 것 같다.



힙플: 이제 슬슬 불편한 이야기를 해도 될까? (웃음)

지코: 예상하고 있다. (웃음)


힙플: 여러모로 비트와 뮤직비디오, 랩 플로우까지 카피와 래퍼런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지코: (웃음) 그런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다. 사실 뮤직비디오 같은 경우엔 감독님들의 의도 또한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까지 길게 설명하진 못할 것 같지만, 비트 같은 경우엔 랫챗이라는 장르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랫챗이라는 장르 자체가 바이브가 국한되어 있는 장르이긴 하다. 그렇기 때문에 들을 때 단순히 비슷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얘기하는 ‘Boys And Girls’와 ‘A-yo’가 비슷하다는 말에 대해서는 일단, 나는 절대로 그 곡의 코드워크 조차 따라간 적이 없고, 곡의 키도 전혀 그 곡을 따라가지 않았다. 그 곡은 베이스부터 즉흥적인 시퀀싱으로 창작했다

플로우 같은 경우에는 의도적이진 않았지만, 분명히 나한테 인풋 되어 온 것들이 무심결에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리스닝을 많이 하는 리스너이기 때문에 무언가에 영향을 받았을 땐 그것들을 내 안에서 새롭게 재창조해서 아웃풋시켰어야 하는데, 이번엔 그게 미처 되지 않은 채 감명만 받은 상태로 쏟아지는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날’에서 드레이크의 ‘6 Man’에서 플로우를 차용했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확실히 내가 그 곡의 영향권에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이 부분에 있어서 미처 검토를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힙플: 사실, 플로우 레퍼런스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미 유행하는 많은 플로우들이 공유되어왔지 않나 그때마다 이런 논란이 있었지만 말이다.

지코: 사실 미고스(Migos)의 ‘Versace’나 제이지(Jay-Z)의 ‘My 1STSong’같은 곡처럼 당대의 유행이 되는 리듬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여전히 애매함을 가지고 있긴 하다. 미고스의 플로우나 쥬시제이(Jucy J)가 자주 하는 이 음절 씩 끊어 치는 플로우들 모두를 카피 곡으로 봐야 하는 건가? 어떤 분들은 중복되는 플로우를 단순히 유행으로서 허용해주시는 분들이 있고, 어떤 분들은 플로우가 중복됐을 때 카피라고 하기도 한다. 그 기준점은 사실 애매한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플로우를 유사하게 뱉는 게 MC로서 독창성이 없는 행위인 건 맞다. 만약 나도 미리 알았더라면, ‘어? 이건 너무 비슷한데?’하고 바꿨을 거기 때문이다.


힙플: 이야기를 듣다 보니 비판에 있어서 열려있는 뮤지션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거북선Remix’의 구절에선 비판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제 선비들이 행동 개시할 차례 모방과 영감을 구분하지 못해, 왜? 자식 나면 니 얼굴도 표절했다 해 Anecdote 듣고 뻐꾸기 그만 날려, man’ - 거북선 remix

지코: 그 구절의 배경에는 확실히 그런 게 있었다. 거북선 비트는 내가 샘플cd에서 직접 컷팅 해서 만든 곡인데, 그걸 굳이 같은 샘플을 쓴 어떤 DJ의 곡을 가져와서 표절이라고 단정지어버리는 걸 보고, 그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거다. 그리고 이건 비단 거북선 뿐만이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들 역시 마찬가지일 거다. 히트곡이 나오기만 하면 무조건 비교부터 하고 보니까, 그런 것들에 질렸었다. 리뷰들을 보면 항상 ‘이거 이거랑 똑같이 한 거네’ 식의 반응인데, 비슷한 소스의 악기만 사용해도 똑같다고 해버리는 사람들한테 한 마디 하고 싶었다. ‘날’은 그 이후에 발표된 건데, 물론, 그 곡에 온 피드백에 대해서는 ‘아니요? 아닌데? 난 내 건데?’ 라고 변명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 곡은 명백하게 내 안에서 미처 지혜롭게 풀어내지 못한 거였다.


힙플: 지코처럼 랩 피지컬이 뛰어난 랩퍼들을 얘기할 때마다 항상 ‘랩 차력’이라는 단어가 따라 등장한다. 단어가 주는 뉘앙스가 받아들이기에 따라 좋은 피드백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지코: 어떻게 보면 좋기도 한데, 어쨌든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테크나인(Tech N9ne)이나 버스타 라임즈(Busta Rhymes) 같은 사람들이 대표적인 사람들인데, 그걸 랩 차력이라고 했을 땐 랩에 박력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 힘이 임팩트와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지만, 그만큼 피로도나 불편함을 준다는 얘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티스트가 그런 피드백을 들었을 땐 영리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힙플: 언더와 오버를 병행하는 포지셔닝에 대해 꾸준히 언급해왔다. 그리고 현재 그 역량을 갖춘 뮤지션이 되었다는 인터뷰를 봤는데. 힙합 뮤지션과 아이돌 가수의 정체성이 부딪히는 부분은 없나?

지코: 초반에는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시간이나 스케줄적인 부분에서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울 때가 간혹 있기는 해도 음악적으로는 부딪히는 순간은 아예 없다. 극명하게 갈리는 것 같다. 영화로 치면 블락비는 전체 관람가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하고, 지코는 감독 판으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지코는 뭔가 스코어를 목적으로 커머셜하게 푼다기 보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거고, 블락비 같은 경우는 대중적인 소통을 하고, 모든 연령층을 최대한 넓게 섭렵할 수 있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 둘은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블락비는 절대 힙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블락비 곡 중에 힙합 곡이 별로 없기도 하고. 그냥 랩이라는 악기를 많이 사용하는 그룹 중에 하나일 뿐이지, 거기다가 힙합이라는 장르를 굳이 붙이고 싶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그것 때문에 힙합이라는 장르자체를 잘못 판단하는 분들도 분명히 생길 거기 때문에 말이다. 모르시는 분들은 ‘정통 힙합 아이돌!’ 이러고 나왔을 때 ‘저게 힙합이야?’ 할 수 있단 말이다. 그런 식으로 힙합 자체를 왜곡시키고 싶지는 않다. 심지어 초반에 회사에서 블락비를 ‘정통힙합 아이돌’이라고 바이럴을 했을 때에도 나는 돌아다니면서 다 아니라고 말하고 다녔다. 우리는 그냥 좋은 음악 하는 아이돌이고, 케이팝 밴드라고


힙플: 그런 에티튜드는 멤버들이나 회사와도 공유되고 있나?

지코: 멤버들과는 당연히 공유하고 있다. 원래 멤버들 자체도 그냥 음악을 좋아하지 힙합을 엄청 좋아하는 팀은 아니거든.


힙플: 유저 질문이다. ‘지코의 경우는 언더와 아이돌을 동시에 준비해왔던 인상이 있어서요. 이와 관련해서 말인데, 시작할 때 자신이 세웠던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단순히 "음악이 좋아서 그냥 했다"가 아니라 좀 더 거창한(?) 목표였을 거 같은 느낌..’

지코: 시작부터 이런걸 해보고 싶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라이브러리를 좀 더 넓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고, 정말 내 음악을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었거든. 그래서 소통의 창구로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시장인 가요계를 공략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처음 내가 음악을 시작하게 한 태동인 힙합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거고. 그래서 ‘이거 두 개 다 해볼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누가 못할 거 같다고 얘기해도 무작정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했다.



힙플: 유저질문2 ‘지코가 단순히 랩 말고 ’힙합‘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뭔가요? 마인드? 스킬적인 부분? 스킬적인 부분이라면 리릭인지 랩핑인지 플로우인지 / 마인드라면 어떤 태도인지 뭐 이런식으로 상세하게 부탁드립니다.

지코: 예전에는 가사였다면 요즘에는 무드인 것 같다. 청자들 자체도 무드를 많이 보는 것 같고. 예전에 비해 그 안에 있는 내용이 무엇이건, 그 곡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가 본인에게 어떤 인상을 주느냐에 따라서 좋은 곡, 안 좋은 곡을 기준 짓는 성향이 많아진 것 같은데, 나 역시도 그렇다.


힙플: 쇼미더머니5가 프로듀서로서 각광받은 결정적 계기가 될 것 같다. 쇼미더머니를 돌아보면 어떤가?

지코: 재미있었던 기억이다.


힙플: 역사를 쓴 스눕독 에피소드 당시는 어땠나?

지코: 하.. 기분 굉장히 안 좋았지. 당시에 장난 아니었는데.. 출연진들은 모두 알 거다. 참가자 형들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아는 형들이었고, 나랑 작업했던 사람, 나랑 친한 사람, 우리 크루 사람들이 섞여있었거든. 그 사람들한테 생고기 하나 던져주고 뜯어먹으라는 식으로 한다면 그걸 누가 좋아하겠나. 그런데, 초반에는 그런 상황을 모르고 있었고, 단순히 멋있는 랩을 보며 했던 리액션이 그런 식으로 쓰일 줄은 몰랐다. 당연히 나한테도 그 에피소드는 좋은 기억이 아니었다. 한국힙합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었다고 생각한다.


힙플: 올라운드 포지션에 대한 욕심이 상당한 것 같다. 특히 올해 들어 프로듀서로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줬다. 그리고, 거기에 팝타임의 역할이 크지 않았나 싶은데. 팝타임에 대해 소개한다면?

지코: 팝타임형은 나랑 곡 자체를 같이 진행하는 형이다. 내가 전체적인 무드나 큰 그림을 잡으면, 팝타임형이 그 안에서 좀 더 전문적으로 풀어주는 역할을 해준다. 특히 사운드디자인에도 힘써주는, 정말 완벽한 파트너지. 지코로서 만드는 비트 자체는 나도 아직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내가 팝타입 형과 함께 작업한다면 그 한계가 무궁무진해진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나의 엄청난 파트너이자 내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힙플: 유저질문3 가장 많은 질문이 들어왔다. ‘에넥도트 듣고 뻐꾸기 그만 날려’ 라는 구절에 대해 코멘트가 필요할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에넥도트에 대한 무시 발언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지코: 그건 말 그대로 정말 힙합 잘 듣지도 않았으면서 그거 하나 듣고 리뷰창에 말도 안 되는 소리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거였다. 나는 뉴블러드 믹스테이프도 전에 블랭키먼 믹스테이프부터 센스형을 들어왔고, 그걸 듣고 음악을 시작했을 정도로 이센스의 팬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뭐만 있으면 전혀 상관도 없는 음악에다가도 ‘이거 듣고 와라’라는 식으로 [The Anecdote]를 가져다 붙이더라, 사람들이 왜 전혀 장르도 다르고, 맞지도 않는 음악들에다가 에넥도트를 들이미는지.. 그건 센스형도 원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센스형 팬으로서 어쩌면 내 나름의 힙부심을 부린 것 같다.


힙플: 마지막이다. 못다한 말이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지코: 앞으로 MC 지코로서도 꾸준히 노력할거다. 힙합팬 분들이 주시는 피드백에 대해서는 항상 귀 기울이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내가 가사에서 자신감 있게 표출하는 것들은 말 그대로 헤이터들에 대한 나의 의지를 얘기하는 거고, 정말 심도 있는 피드백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어떤 피드백들은 내 독창성 없는 행동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16년은 그런 팬들마저 즐길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려고 노력하는 해가 될 것 같다.


지코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

사진 제공 | 세븐시즌스, 뮤직비디오 캡쳐 인터뷰 | 차예준, 고지현 (HIPHOPPLAYA.COM)

10 Comments 박주성

2015-12-31 19:34:30

ZICO 인터뷰도 나왔겠다...이제 VJ 인터뷰가 나올 차례인가? ㅋㅋㅋ 아무튼...잘 읽었음!

얼티

2015-12-31 19:51:55

잘 읽었습니다. 아이돌과 힙합퍼라는 두 개의 정체성을 가지고 가는 행보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더 좋은 음악들려주시길 바랍니다

Dindin

2015-12-31 19:52:02

저걸 듣고 에넥도트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생각하는 인간들은 대체 어떻게 힙합을 듣는지 모르겠네. 굳이 해석하지않고 읽기만 해도 무시하는게 아니라는 건 초딩들도 알겠구만. 저런 질문에 답해야하는 지코도 참 ㅋㅋㅋㅋ 잘 읽고 감요

new A2z

2015-12-31 20:37:52

힙알못 죄송합니다 Boys and girls랑 비슷 하다는 A-yo가 누구 꺼임?

엔도르핀

2015-12-31 21:12:01

크리스브라운

정산

2016-01-04 00:39:42

크브X타이가

a

2015-12-31 21:03:43

카피캣ㅋ

엔도르핀

2015-12-31 21:11:44

잘 읽었습니다 제가 알고 싶었던 점을 모두 인터뷰 해주셨네요 덕분에 지코를 더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어요 히플짱!!

박소연

2016-01-01 02:50:12

나도 에넥도트도 잘 듣고 그냥 국힙 어지간한거 질 듣는데 근데 진짜 멜론 리뷰판보면ㅋㅋㅋㅋㅋ무슨 신곡나오는거마다 에넥미만잡 이러면서 에넥도트 갖다붙이고 그러던데 저런의미였군 말 잘했네 그런사람들볼때마다 짜증났는데..

조개

2016-01-01 12:28:24

이행님좀 멋있네

via https://hiphopplaya.com/g2/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184&page=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