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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플레이야인터뷰 얀키 '내가 할 수 있는 걸 했고, 좋아하는 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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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키ㅣ'내가 할 수 있는 걸 했고, 좋아하는 걸 했다'

 힙플

7

 17530 2015-05-29 20:51:20

HIPHOPPLAYA (이하 힙플) : 이번 앨범 얼마나 오래 준비했나?

Yankie (이하 얀키) : 1년 조금 넘게 준비한 것 같다. 1년 6개월 정도?


힙플 : 이번 앨범, 회고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다분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것 같다. 이제까지의 작품과 좀 다른 감회가 있을 것 같은데

얀 : 이전에 팀으로 활동을 했었지만, 솔로로도 이번 앨범은 2집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을 발표하고, ‘뭔가를 해냈다’하는 감흥은 크게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걸 했고, 좋아하는 걸 했다.


힙플 : 작정하고 만든 앨범은 아니었다는 말 같다. (웃음)

얀 : 작업할 때는 그런 생각을 안 했는데, 앨범 작업이 끝나고 처음부터 계속 듣다 보니.. 뭐랄까, 자랑스럽다기보다는 후회가 남지 않더라. 쏟아낼 걸 쏟아낸 것 같다.




힙플 : ‘Sold Out’ 뮤직비디오는 잘 봤다. 때깔 정말 좋더라 (웃음)

얀 : 뮤직비디오는 이기백 감독이 찍었고, 자이언티(Zion.T), 블로형(Tablo), 로꼬(Loco) 그리고 까메오로 강혜정 형수와 박재범(Jay Park),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 그리고 우팸의 모니카와 제이블랙이라는 댄서분들이 오셨다. 일단, 재료 자체가 엄청 좋았지. (웃음) 뮤직비디오 감독을 만나서 회의를 할 때, ‘굉장히 기분이 좋아지는 뮤비였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굉장히 재미있게 나온 것 같다. 색도 좋고, 중간 중간 들어가는 올드스쿨 효과들도 나쁘지 않았다.


힙플 : 이전의 얀키의 스타일로 비춰보면, 가사들이 상당히 추상적이었는데, 이번 앨범의 가사들은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속내를 많이 들어낸 것 같다. 어떤 변화를 겪었나?

얀 : 변화라기 보다는 계속 얘기하지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1집같은 경우는 음악을 관두려던 시기에 나스(Nas)의 [The Lost Tape]처럼 이전에 실지 못했던 곡들을 모아서 만든 앨범이었다. 앨범 제목도 [Lost In Memories] 였다. 어떻게 보면, 그 앨범은 당시에 힘들었던 과정을 본능적으로 가사로 썼던 앨범이었는데, 그래서 항상 술에 취해있었고 생각하던 것들이 뒤죽박죽 정리가 안되어있었다. 근데, 이번 앨범의 경우는 ‘아, 그때는 그랬었지’ 까지는 아니지만, 돌아보는 마음으로 여태까지 있었던 일이나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올바른 정신에서 작업했던 것 같다. 그래서 사운드적인 면이나, 내가 좋아하고, 하고자 했던 메시지들이 뚜렷하게 정리가 되었고, 거기에 요즘 것들이라고 하는 바이브를 많이 입혀서 낸 앨범이다.


힙플 :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영감 받은 음악들은 어떤 음악들이었나

얀 : 일단, 기본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 안에서 뼈대를 채웠다. 당연히 음악 자체는 계속 들어왔는데, 요새에는 옛날 것만이 아니라 에이셉 라키(A$AP Rocky) 라던가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제이콜(J.Cole), 드레이크(Drake) 등 좋은 음악들은 안 들을 수가 없이 모두 들었다. 그리고, 그런 랩퍼들이 어떤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연구를 많이 했다. 그러면서 내 음악도 어떤 식으로 풀어야겠다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지.



힙플 : 이번 앨범의 아트워크부터 시선이 끌리더라. 각 곡의 테마를 담아낸 것 같은데, 간략하게 설명해줄 수 있나?

얀 : 말했듯이 [Lost In Memories]가 정리가 안된 상태에서 본능에 의해 움직였던 앨범이라면, 이번 앨범은 아트워크부터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이 확실했다. 예를 들어 앨범 수록곡 중 80프로는 어떤 얘기여야만 하고, 나머지는 어떤 바이브여야 할지 설계가 되었었던 거지. 그리고, 그런 것들이 확신이 선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하니, 앨범 자켓 자체도 이런 식의 콜라주 느낌이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 그래서 그것들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함께하게 됐다.


힙플 : 아트워크 작가가?

얀 : 수퍼프릭 레코즈(Super Freak Records)의 레어벌스(Rarebirth)라는 작가다.


힙플 : 아, 레어벌스의 아트워크들 개인적으로도 좋아한다.

얀 : 이번에 한 아트워크는 사실, 그 분이 기존에 하는 작업물과는 공통점도 있지만, 약간 틀렸다. 그렇지만, ‘오브젝트를 어떻게 녹여줬으면 좋겠다’라고 했을 때, 소통이 잘 됐고, 나 역시도 결과물이 딱 나왔을 때 첫 느낌 자체가 너무 좋았다.


힙플 : 곡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1번 트랙 ‘Andre’ 같은 경우는 얀키의 세례명으로 알고있다.

얀 : 앨범 자체가 내 이야기였고, 1번 트랙의 가사 같은 경우는 내가 음악을 하건, 뭘 하건 평소에 내가 듣고 싶었던 얘기들을 가사로 썼다. 그리고 ‘Andre’라는 단어는 내 세례명이기도 하지만, ‘And, Re’로 띄어 쓰면 ‘그리고, 다시’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힙플 : 그런 면에서, 이전에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공개한 'Sunshine'의 가사에서도 그랬지만, 이어지는 '24'와 'Me'같은 곡은 앨범의 중요한 감정선인 것 같다. CEO 얀키와 뮤지션 얀키 사이에서 조율을 모색하는 모습이랄까

얀 : 사실 CEO라는 말은 일을 배우는 단계에서 아직 익숙하지는 않은데 어쨌든, ‘Sunshine’이라는 곡 말고도 [Lost In Memories]의 마지막 트랙 ‘Runaway’라는 곡이 있다. 이 두 트랙은 어떻게 보면 이번 앨범과 이어질 수도 있는 트랙이라고 생각한다. 이 앨범 이전의 내 생각들인데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앨범과 연장이 굉장히 잘 된 것 같다.


힙플 : '24'의 구절이다. 랩퍼들이 투잡허슬은 진정성 없다고 생각하는 어떤 인식에 관한 건가?

'뮤지션이 기피하는 투잡 I’m havin fun 내 자신을 위한 투자 오늘도 늦은 밤 workin hard 미안 도끼 I gotta do 이건 패밀리 비즈니스 내 가족 난 지켜야 해 can’t touch this' – 24


얀 :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보다 꼭 힙합씬이 아니더라도 투잡은 어느 예술이든, 어떤 직종이든 사람들이 그것 자체에 굉장히 힘들어하거나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주위에 굳이 음악을 하지 않는 내 친구들을 봐도 그렇다. 그 구절은 투잡을 부정적으로 한탄하기보다는 그것 자체를 즐기고, 또 하고 싶은 거를 찾는다면 그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얘기 하고 싶었다. 도끼를 언급한 건, 단순히 도끼 가사에 투잡에 관한 가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도끼의 마인드도 존중하고 좋아하는 동생이기에 가끔 보기도 하는데, 도끼한테도 이런 가사가 들어간다고 이야기 했고, 우리는 이런걸 그냥 즐겁게 공유한다. 단지, 모두가 추구하는 게 다를 뿐이지. 이 가사는 단순히 ‘내 경우엔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라는 뜻에서 썼다.


'몇 년을 고민했지 내 음악을 지킬 방법 퓨어뮤직을 위해 난 또 다른 날 만들어' - 24


얀 : 사실 TBNY를 할 때도 항상 그런 고민이 있었다.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진짜 음악만 바라보고 했었던 건데, 당연히 돈을 생각 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이왕 하는 거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대로, 음악은 음악대로 내 얘기나 하고 싶은 것들을 분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다.



힙플 : 가벼운 라인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얀키의 현재 포지션상 심지 있는 라인으로 여기고 물어보겠다. 재작년 이센스와 아메바컬쳐의 비프, 최측근으로서 어떻게 지켜봤나

얀 : 뭐 회사 쪽에서 보면, 방해 받는다고도 생각했다. 근데, 굳이 그건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닌 거 같았다. 사실, 그 일 전에도 힙합씬은 항상 친한 사람들간에 그런 비프들이 있어왔다. 다만, 이번의 경우가 디스곡이 나오게 되면서 확장이 된 건데, 사실 그런 일들은 굉장히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사건 당시에 주목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더 불쌍하게 느껴졌다. 더 심한 일을 겪고 있는 사람도 많이 있을 텐데 말이다. 나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편이다.


힙플 : ‘24’와 ‘Me’의 구성을 훅 없이 랩으로 쭉 이어간걸 보면, 할 얘기가 굉장히 많았던 것 같다.

얀 : ‘24’는 훅이 있는데 한 번만 나와서.. 사실 그 곡은 24마디짜리가 3개나 되는 곡이었다. 근데, 그러다 보니까 너무 지루해지더라. 그래서 몇 구절은 좀 빼고 곡을 2개로 나눠서 내게 됐다. 하다 보니 할 얘기는 해야겠고, 구성상으로도 지루해지면 안 됐기 때문에 특히나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던 곡인데, 결과적으로 잘라낼 건 잘라내고 훅이 한 번 나오더라도 벌스들을 두 트랙을 나눠서 실었다. 그만큼 굉장히 많이 들었고, 다른 앨범들에서는 어떤 식으로 긴 트랙들을 녹이는지 많이 연구했던 두 곡이다.


힙플 : 곡이 넘어가는 순간의 사운드적인 디테일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인상 깊었다.

얀 : 굉장히 성공적이었다. 그러니까, 그 두 곡 중 첫 곡(‘24’)은 내가 만들고 두 번째 곡(‘Me’)는 프라이머리(Primary)가 만들게 됐는데, 처음부터 이 두 곡은 꼭 연결이 되어야 한다는 욕심이 있었거든. 처음엔 굉장히 난해한 과제였다. (웃음)


힙플 : 전혀 다른 두 비트를 엮었다는 말인가

얀 : 프라이머리가 곡 자체를 너무 훌륭하게 만들어줬다. 이건, 편곡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만족했다. 원래는 곡마다 BPM도 달라서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이 정도까지 연결될 줄은 몰랐다.


힙플 : 벌스 중 무브먼트 시절에 대한 소회도 담겨 있더라, 당시를 돌이켜보면은 어떤가?

얀 : 글쎄, 사실 굉장히 많이 보고 싶은 형들이고, 가끔씩 보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무브먼트라는 이름 자체에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그 안에서 친한 사람들끼리의 만남 자체가 의미가 있었던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무브먼트에 대한 소회는 없는 것 같다.


힙플 : 전쟁터 같았던 집단이라고 했다. (웃음) 그 얘기를 좀 듣고 싶다.

얀 : 정말 잘하는 집단이었다. 그 정도로 크게 했던 집단이 없었고, 크루 전체가 힙합을 향해 달렸던 것 자체로 멋졌지. 물론, 그 안에서 대중적인 곡들도 많이 나왔지만 모두가 그것만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대중적으로 돈을 많이 벌고 성공을 하더라도, 항상 힙합적인 면을 놓지 않았다는 건, 정말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요새 레이블이나 크루는 노선이 정해져 있어서, 그러기 힘들지 않나.

그리고, 가사에서도 말했듯이 에픽하이(Epik High), 다이나믹듀오(Dynamic Duo), 더블케이(Double K) 도끼(Dok2)는 지금만 봐도 정말 무시무시한 사람들이고, 정말 치열하게 힙합을 했던 사람들이다. 그런 모든 것들이 굉장히 자랑스럽다.


힙플 : 이 구절의 에피소드는 [Lost In Memories] 당시의 이야기인 것 같다.

'사비로 차린 회사가 만든 2집 사기꾼 명예 욕심이 뜯어놓은 뮤직 그 강한 팀을 깨게 되는 내 결심 시작의 본질 그 느낌이 철저히 망가진 이유가 컸지' – 24


얀 : TBNY의 2집을 할 때, 내가 회사 자체에 굉장히 많은 투자를 했었다. 그때는 독자적인 회사로 성공을 해보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뭐랄까.. 음악적으로도 그렇고 처음에 내가 그렸던 그런 그림의 느낌이 잘 나지 않더라.


힙플 :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나?

얀 : 일단, 돈을 생각하게 되니, ‘이번 것만 잘되고 힙합을 해보자’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물론, 앨범의 모든 곡을 그렇게 작업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생각들은 조금씩 계속 침투 해왔다. 그러다 보니, 앨범자체가 좋더라도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 자체는 많이 떨어졌지. 그렇게, 완전히 리듬이 많이 망가져버리니, 그 결과에 대해서 실망을 많이 했고, 실망을 하는 요점 자체도 ‘적자냐 흑자냐’로 판단을 하는 내가 굉장히 싫었다. 어쩌면, 회사를 차릴 때 팀원들 자체도 사기꾼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일련의 상황들을 갈등하면서 음악을 접을 생각을 했었던 거고.


힙플 : 의도하진 않았지만,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Me’에서의 이야기로 연결된 것 같다. (웃음)

얀 : 회사가 그렇게 끝나고 음악을 접은 이후, 깨닫게 된 이야기들이다. 너무 많이 앞서나가려 했었고, 욕심 때문에 방황하던 때를 돌아보니, 스스로를 객관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힙플 : ‘똑바로 써 내 이름’은 전형적인 랩씻 트랙이었다. (웃음) 특히, 화법에서 개코의 ‘될 대로 되라 해’가 연상되기도 했다. 혹시 그의 스타일을 의식을 하고 있었나

얀 : 그렇진 않다. 이 곡은 단순히 원래 내가 하던 랩 스타일이었다. 오히려 그런 얘기보다도, 이 곡은 뉴씻이면서 빨리 달리는 곡이라.. 그런 방면으로 랩을 엄청 잘한 트랙이라는 얘기를 듣긴 했다. 개코형의 노래와는 많이 다르다고 본다. 이 트랙의 주제는 사람들이 내 이름을 쓸 때, ‘YANKEE’로 스펠링을 틀릴 때가 굉장히 많아서.. (웃음) 거기에 맞춰서 가사를 쓰게 됐는데, 한편으로는 공연 때나 어디서나 나를 알릴 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곡을 앨범의 앞 부분에 둔건, 단순히 몸풀기처럼 입을 풀어보려는 의도였다.


힙플 : 클린버전까지 수록된걸 보면 방송활동도 염두 해둔 곡 같은데

얀 : 방송 활동보다도 라디오에 많이 나오길 바랬다. 글쎄, 만약 이 곡이 방송활동을 한다면.. 지금 보니 차트에 아이돌들이 굉장히 많던데, 그들의 팬들은 어벙벙한 표정으로 보지 않을까 싶다.


힙플 : 앨범에 다양한 주제와 감정, 스타일을 담으려고 한 것 같다. 회고하는 트랙들로 시작해, 스웩송부터, 어반한 감성의 6번(Purple Night) 7번(강변북로) 트랙까지의 흐름을 생각하면 의도한 어떤 흐름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얀 : 다양한 것들을 담으려고 했다기 보다는, 사람이 항상 같은 감정일 수만은 없지 않나, 단순히 시간대마다 드는 생각에 맞춰서 썼던 것 같다. ‘Purple Night’ 같은 경우는 시간대가 금요일 밤으로 시작을 하거든. 그리고 다음 곡 ‘강변북로’는 토요일 밤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실제로 금요일 밤에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다가도 생각이 나는 여자가 있고, 아니면 누구나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는 것처럼 친구들 만나서 얘기하다가도 정신이 멍하고 집중 안 되는 상황들. 그것들을 그대로 트랙에 옮겼다.


힙플 : 좀 더 깊게 빠지면, ‘강변북로’는 인간관계에 지쳤을 때 듣고 싶은 곡이다.

얀 :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무겁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듣고 그냥 생각하면 되는 거지. 그런데, 강변북로를 들으면서 많이들 깊게 빠지더라


힙플 : 유난히 그랬다. ‘내일은 또 마시겠지, 누군가 뱉는 감정의 매연’이라는 구절이 와 닿았거든

얀 : 강변북로 같은 경우는 완성은 늦게 됐지만, 초반부터 작업이 되어있던 트랙이다. 앨범의 가사작업 자체가 틈틈이 순간 순간의 감정들을 써놨다가 내가 하고 싶었던 트랙들마다의 메시지에 풀어 넣었던 건데, 나도 그 구절에 굉장히 많이 와 닿았고 쓰게 됐다.



힙플 : 수란이라는 싱어에 대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얀 : 일단, 굉장히 잘하는 싱어송라이터다. 곡도 본인이 만들고, 이미 앨범이 있는 가수다. 처음 알게 된 건, 플래닛쉬버(Planet Shiver) 때문에 알게 됐다.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그 친구를 소개받았는데, 굉장히 재미있고, 음악도 많이 아는 동생이라는 생각에 자주 보게 됐다. 근데, 알고 봤더니 엄청 노래를 잘하더라 (웃음)


힙플 : 뮤지션인지 몰랐던 건가 (웃음)

얀 : 그렇지 (웃음) 사실, 플래닛쉬버는 이 친구한테 큰 생각이 없었는지 오히려 그냥 친한 동생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이 친구가 노래를 엄청 잘하는걸 알게 되면서 더욱 흥미를 가지고 프라이머리에게도 이 친구를 소개시켜줬다. 결국에 내 앨범에 피쳐링으로 함께 작업을 하게 됐지.


힙플 : 재작년에 노워크엔드 프로젝트로 발표했던 ‘이놈(I.N.D.O)’도 그랬지만, ‘EXOcist’ 역시 구체성이 없는 곡이다. 코멘트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얀 : 글쎄, 내가 원래 그런 스타일의 곡 자체를 굉장히 좋아하고, 그 안에서 박자를 밀고 당기고 튕기는 걸 굉장히 재미있어한다. 강변북로 이후에 이 곡이 있는 건, 그런 감정의 매연을 많이 마시다 보면, 내 자신이 굉장히 미워지거나, 남이 미워질 때가 많지 않나 그래서 마음속의 있는 미움이나 나쁜 생각들을 악귀라고 표현했던 거다. 처음에 나오는 스킷의 목소리도 목사가 ‘악귀들을 떨어뜨리자’라고 하는 말이었다. 나는 나대로의 고충을 곡에 담았는데, 다듀형들도 나름대로 그들만의 고충을 가사에 썼더군.


힙플 : ‘ProMeTheUs (튀겨)’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단체곡이다.

얀 : ‘똑바로 써 내 이름’도 그렇고 프로메테우스도 그렇고 ‘똑바로 써 내 이름’의 경우는 요새는 디제이들을 너무 활용을 안 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스크래치를 넣었던 거고, 프로메테우스도 역시, 단체곡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다고 ‘단체곡을 해보자’해서 만든 노래는 아니지만, 이 사람들이 함께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만든 노래다. 특히, 사비같은 경우는 던밀스(Don Mills)가 하게 됐는데, 단체곡 자체에 이미 힘이 있지만, 던밀스의 파이팅 넘치는 분위기가 굉장히 멋있게 나왔다.


힙플 : 인프라가 좋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섞일 거라고 쉽게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피쳐링진들의 포지션이 다양하지 않나

얀 : 사실 그들이 어울리지 않았다면 부탁하지 않았을 거다. 던밀스 이후에 내가 짧은 훅을 한 번 더하는데, 그런 것들이 피쳐링진들을 연결해주기 위한 장치였고, 그런 부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앨범 자체의 흐름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힙플 : 랩몬스터(Rap Monster)나 던밀스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얀 : 던밀스의 유쾌한 캐릭터 자체를 좋아하지만, 음악적으로도 굉장히 좋아했거든.


힙플 : 랩몬스터는 어떤가?

얀 : 랩몬이나, 방탄소년단의 슈가(Sugar)같은 친구들이 가끔 아크 스튜디오에 오면, 음악얘기를 굉장히 많이 했다. 처음에는 그 친구들이 아이돌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기도 했지만, 힙합을 대하는 자세나 열정은 웬만한 힙합하는 뮤지션들조차 그 정도가 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깊이가 있는 친구들이었다. 만약, 이 곡에서 랩몬스터가 랩 자체를 정말 못했으면 할말이 없었겠지만, 랩을 정말 잘했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다. 사실,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되게 많이들 하는데,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힙플 : 'Mirror'에서 다시 전반부의 무드로 돌아온다. 어쨌든, 처한 환경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인가?

얀 : 원래 앞 부분에 집 문을 여는 소리가 나고, 물 트는 소리가 나면서 시작을 하는 곡이었다. 그러니까 퇴근 후에 집으로 돌아와서 세수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그 다음에 거울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결국, 물소리나 문 여는 소리들이 너무 무드를 깊게 잡는 것 같아서 빼게 됐지만.. (웃음)

나뿐만이 아니라 내 나이대의, 그리고 주변의 이십 대 중반에서 삼십 대 초반의 친구들이라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이직이나 새로운 일에 대한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 해볼텐데. 그런 감정들이었다. 그래서 이 곡은 ‘24’나 ‘Me’의 감정과 톤은 비슷할지언정 세세한 감정이나 드는 생각은 아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좀 더 뚜렷한 다짐일 수도 있겠다. 결국에는 내 얘기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모두가 다 힘들지 않나



힙 :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 있다면?

얀 : 일단, 내 할 얘기를 앨범 안에서 제대로 잘 풀었던 것 같다. 가사가 억지라던가 이런 것도 없고, 그저 내가 얘기 하고 싶은 걸 잘 얘기 했다.


힙플 : 아쉬운 부분은?

얀 : 아쉬운 부분은 크게 없다.


힙플 : 마지막으로 다음 앨범은 어떤 식이 될까?

얀 : 계속 이런 이야기들의 연장이 될 것 같다. 이번 앨범에서 못한 얘기도 있고, 좀 더 구체적인 얘기들이 있는데, 서울에 관한 얘기도 있을 거고, 내 주변 친구들에 관한 얘기도 있을 거다. 사실 내가 이제까지 음악을 해오면서 내 얘기를 많이 한적이 없기 때문에 할 이야기는 많다. 사실, 이번 앨범에 준비한 주제 자체도 한 50~60개는 됐었다. 써놓은 가사도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다음 앨범은 그런 것들에 대한 정리만이 필요할 것 같다.

곡들도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지금 생각하면 프로듀서들한테 굉장히 미안할 따름이다. 비다로까(Vida Loca)만 하더라도 나한테 한 몇 십 곡을 던져줬는데, 그 중에서 두 곡밖에 못 실었거든. 곡이 안 좋아서가 아니라 이번 앨범에 맞는 주제에 할 수가 없는 곡들이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차단을 했었다. 아마 그런 점에서 프로듀서들이 굉장히 많이 힘들었을 거 같다.


힙플 : 다음 앨범의 비트들도 추스르기만 하면 되는 단계인가?

얀 : 아니, (웃음) 곡들은 새로 해야겠지. 감정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서 장담하지 못하겠다. 주제를 먼저 잡은 뒤에 주제에 맞는 곡들을 선택할 것 같다.


힙플 : 기대하겠다. 인터뷰 응해줘서 고맙다!


인터뷰 | 차예준(HIPHOPPLAYA.COM)

얀키 트위터 | https://twitter.com/… 인스타그램 | https://instagram.com/…

2 Comments 김진호

2015-05-29 21:58:05

잘봤습니다

S-PSYCHO

2015-05-29 21:59:50

역시 얀키!!!!!!!!앞으로도 기대해요

via https://hiphopplaya.com/g2/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362&page=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