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신선한 음악, WARMMAN + LOBOTOMY 와의 인터뷰
힙플 22890 2007-07-18 13:47:40
힙플 : 안녕하세요, 간단한 인사와 소개 부탁드립니다.
WARMMAN : 안녕하세요. WARMMAN + LOBOTOMY의 WARMMAN이구요, 이번에 Alternative Dig On Earth 앨범 6월 28일 발매하게 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인터뷰 질문 내용을 좀 전에 미리 읽어봤는데 질문의 내용이 너무 좋아서 솔직히 놀랬습니다. 저희 음악 많이 들어보시고 준비하신 거 같네요. (웃음) 이야기하고 싶었고, 꼭 필요한 질문들인 거 같아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D교수 : 에 웜맨 앤 로보토미의 prof.d(프로페써 디)라고 하구요 이번에 얼터너티브 딕온어쓰로 웜맨형과 함께 찾아뵙게 됐는데 많이 호응해 주시고 팔아 주시고 교통비라도 벌어본다고 이렇게 나왔습니다. 좀 도와 주십쇼.
하두리 : 안녕하세요. 한 때 전국 피씨방을 휩쓸었던 하두리라고 합니다. 모두들 제 앞에 얼굴을 디밀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름갖고 놀리지 마세요.
힙플 : 힙플은 자주 들리시는 편이신가요? 어떤 곳이라고 생각 하시는지?
WARMMAN : 힙플은 한국에서 제일 큰 커뮤니티구요. 숫자 면에서나 활동 면에서나 타 사이트와는 비교가 안 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언더뮤지션들에겐 산소 같은 공간이죠. 힙플이 없으면 음악을 들려주기도 어렵고, 효과적인 이미지를 만들어서 어필할 수도 없고. 이제는 힙합씬에 없으면 안 되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사이트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가는 편입니다. 저희 이번 음반 유통도 힙플에서 했는데. (웃음)
D교수 : 힙플은 참 좋은 인프라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어느 나라 어디에 가도 이런 식의 커뮤니티 사이트가 있어서 언더 뮤지션들이 홍보를 하겠어요? 저도 자주 가는 편입니다 하하하
WARMMAN : 덧붙이자면 힙플 같은 사이트가 힙합씬에만 있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타 인디 장르에도 이런 사이트가 존재한다면 좋겠습니다. 언더나 인디를 총괄하는 사이트가 있어도 좋을 거 같고요. 그러면 정보공유도, 타 장르 뮤지션들과의 교류도 보다 수월할 거 같습니다. 인디음악계에 순 효과를 가져오겠죠.
힙플 :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뮤지션으로써의 Biography 소개 부탁드립니다.
WARMMAN : 2004년 말 조성빈의 EP130 앨범에 희생양이라는 트랙으로 첫 선을 보이게 됐습니다. 2006년 말에 DJ JUN 앨범에도 짧게 프리스타일로 참여했네요.
D교수 : 저희는 뭐.음 이렇게 넷이 모이게 된 계기가, 음악적으로 뭘 해보려고 모였다기 보다는 그냥 어쩌다 알게 되서 놀다가 음악 해보자는 얘기 나와서 하게 된 거구요. 해서 저희는 이 앨범이 공식적으로 보이는 첫 활동이라고 보시면 되구요. 앨범 발매 전인 지난 겨울쯤 부터 '불가사리' 나 'we are never right' 이라는 공연 에 섰었는데 이 공연은 사실 이 앨범의 색깔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공연 이였죠. 팝음악 필드에 얼굴을 내민 것은 이게 처음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힙플 : WARMMAN 과 LOBOTOMY 라는 예명을 사용하시고 있는데요 예명에 담긴 뜻이 있다면?
D교수 : LOBOTOMY라는 이 그룹 이름이죠. 예명이라기 보다는. 음 이게 사전적인 의미는 뇌 앞쪽에 전恝?있죠? 감정을 관장하는 부분을 절재 하는 수술이래요. 정신분열증 환자들한테 아주 옛날에 시술하던 수술인데 구글에서 찾아보셔도 나오고, 유튜브에서 찾아보시면 시술 장면도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뭐 어쨌던 간 인권문제로다가 사장된 수술이라고 하는데, 저희는 이걸 뜻을 모르고 붙인 이름이예요. 아 이걸 어떻게 얘기해야 멋있나... 그게, 2004년 가을 쯤이였죠. 제 방에 하두리군이 놀러와 가지고 그때. 그 싸이 월드를 하고 놀았나? 뭘 하고 놀았나? 그러는데. 야 여기서부터 니가 얘기해라.
하두리 : 야 니가 남 얘기하듯 얘기해야 그게 재밌지.
D교수 : 그랬는데. 이친구가 컴퓨터 앞에 이렇게 앉아가지고는. 그 당시에 어떤 좀.아름다우신 여성분께 쪽지를 보내려고 이러고 있더라구요. 근데 얘가 어쩌구 저쩌구하는 서술형의 문장을 쓰지를 못하는 애라서, 단어를 휙휙 던지는 식으로 그걸 쓰고 있었는데 그걸 그냥 휙휙 던지기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롸임을 한번 맞춰보자 해서.
하두리 : 내가 거기까지 맞췄어. '긴장성 보이토이-진간장 오코노미-'
D교수 : 그리고 '신간선- '까지 맞췄는데, 그 마지막 단어를 못 찾아내서 둘이서 막 고민을 했어요 'ㅗㅗㅗㅣ' 잖아요 그걸 막 고민을 하다가, 제가 갑자기 '로보토미!' 라고 소리를 빽 질러버렸어요. 여튼 우리 둘이서 그렇게 밤새 배를잡고 웃고 (웃음) 다른 친구들한테도 말했더니 좋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그걸로 낙찰 하게 된거죠.
하두리 : 지어놓고 한 세달 쯤 지나서 뜻 찾아보고 (웃음)
WARMMAN : 저는 세상이 좀 더 따뜻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세상이 따뜻해지려면. 먼저 제가 따뜻해져야 하잖아요. 제가 하는 게 음악이니까 음악을 통해 세상이 따뜻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었어요. 저는 음악 하는 사람 이전에 하나의 생명, 사람이니까. 음. 사람이 따뜻해야한다고 생각해서 웜맨이라고 지었습니다. 태양이 지는 것도 태양의 역할이듯 냉철함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저의 목표를 웜이라는 단어로 대표하려는 것입니다. 최근에 어떤 기사를 봤는데 웜맨을 훈남의 영어 버전으로 아시는 기자 분도 계시더라구요. (웃음)
힙플 : LOBOTOMY의 'prof.D, 꿩관, 하두리, youngcook' 분들의 소개 부탁합니다.
D교수 : LOBOTOMY 멤버가 넷인데. 처음 알게 된 건 두 사람이에요. 저하고 youngcook이 처음 알게 되었구요. 제가 제주도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이양반이 저한테 와서 병원이 어딘지를 묻더라구요 그래서 뭐 길안내도 해주고. 같이 나쁜 짓도 하고. 뭐 그러면서 친해졌구요. 그리고 나서 알게 된 게 이 친구 하두리죠. 우리가 만난 게.. 그때 제가 927 반전행동 시위에 나가려고 친구랑 이불보에 깃발을 그리고 있었거든요. 홍대 미술교육원인가? 거기 앞에서. 그런데 이친구가 다른 한 친구랑 같이 와서 동참을 하더라구요. 같이 온 중국인 친구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하면서. 하여튼 그렇게 친해졌죠 .그리고 꿩관이라는 친구는 사실 얼굴을 본적이 한 번도 없어요. 어떻게 된거냐면 그 ICQ라는 메신져 프로그램에서 친구 찾기를 하다가 알게 된거거든요. 그냥 런던 쪽 씬 정보 좀 얻어 볼까 해서 써치를 했는데, 딱 보니까. 이름이 웃기더라구요. (웃음) 그래서 추가를 해서 알게 됐지요. 얘가 스리랑카 계 영국인 친군데, 얼굴을 못 봤다 뿐이지 상당히 친하고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감옥에 있지요.
하두리 : 꿩관은 무죄입니다
D교수 : FREE QUONGGUAN!!!! 풀어주세요.
D교수 : 어쨌건, 각자 맡은 바를 얘기를 하자면. 일단 곡을 prof. d와 하두리가 쓰구요. 믹싱도 같이 하구요. 그리고 youngcook 군이 컨셉을 잡고 가사를 쓰고 랩을 하지요. 그리고 꿩관 씨가 슈퍼바이져로써 많은 조언을 해 줬었는데. 감옥에 있는 관계로 메신져를 못해서 석방이나 가석방이 될 때까지 저희가 투쟁을 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아, 그런데 사실 곡 작업을 할 때 하두리는 대부분 독일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거의 모든 곡을 제가 썼었는데, 얘가 갑자기 들어와서는 곡을 하나 턱 내놓은 것이 타이틀곡이 되버렸어요. 쉽게 말하자면 용은 제가 쓰고 노른자위는 하두리가 낼름 한거죠.
하두리 : 잡쉈죠. (단호)
D교수 : 네 잡쉈죠. 그렇지만 저작권 등록은 협회 등록비 10만원을 낼 수 있던 제 이름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수입은 제 주머니로 들어가죠. (웃음)
하두리 : 야 이놈아! (일동 웃음)
힙플 : WARMMAN씨는 게임협회에도 등록 되어있는 프로게이머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독특한 전직을 가지고 계시는데요 그때 당시 생활이나 재미난 에피소드 있으시면 소개해 주세요.
WARMMAN : 게임은 99년부터 시작했구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스타크래프트죠.(웃음) 할 줄 아는 게임은 스타밖에 없거든요. 2000년부터 2002년까지 프로 게이머로 활동 했었는데. 소속되어있던 팀들이 경영문제로 중간에 모두 부도가 났습니다. 다른 팀을 구해야할 상황이었는데 원래 음악이 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정도면 됐다 생각하고 중간에 접었습니다. 재미난 에피소드라면 임요환 선수가 한창 잘나갈 때 방송경기에서 한번 이긴 적이 있었는데 그 경기 후로 순식간에 유명세가 붙더라구요. 그 당시에도 그렇게 유명한 건 아니었습니다만.(웃음) 재밌었습니다. 방송의 파급력이 정말 세다는 걸 느꼈어요. 아직까지 제가 나왔던 것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있는 걸 보고 말이죠. (웃음)
힙플 : WARMMAN씨는 조성빈EP - '희생양'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어떤계기로 인해 프로게이머에서 뮤지션으로 길을 옮기셨나요?
WARMMAN : 말씀드렸던 것처럼 원래 중학교 시절부터 음악을 하고 싶어 했어요. 제가 듀스의 열렬한 팬이었거든요. 전람회, 패닉, 이문세, 조덕배 씨 등의 음악도 참 좋아했고. 그때부터 발라드나 댄스곡을 만들어보곤 했습니다. (웃음) 게임을 하면서도 음악 해야 할 사람이라고 머릿속에 항상 인식하고 있었어요. 어느 순간 더 늦기 전에 해야겠다 결심하게 된 거죠. 음악의 감각적 즐거움도 좋지만 음악이 사람의 가슴을 움직이고, 또 음악을 통해 가슴으로 대화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낍니다. 청소년기에 들었던 음악이 제 인성에 큰 영향을 미쳤거든요. 이런 면들이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해요. 어렸을 땐 나도 내 음악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영향을 주고 싶다, 고 느꼈어요. 지금 생각하면 오만한 것도 같지만. (웃음) 소박하게 말씀드리자면. 제 이야기를 정돈하여 솔직히 담아내 남들과 소통할 수 있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뮤지션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웃음)
힙플 : 두 분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함께 앨범을 발매 하시게 되었는지?
WARMMAN : 저희가 처음 만난 건 2001년인데 이 당시에 로보토미라는 팀은 없었어요. 저와 프로페서디가 만난 거죠. 일부에서 제가 비제이워너비라는 말씀을 하셔서 이런 얘기는 안하는 게 좋을 것도 같은데. (웃음) 사실 제가 버벌진트 팬이었거든요. 버벌진트 노래 중에 ‘관심 있는 건 스타크래프트 한국말 랩’ 이라는 가사를 듣고 자신이 생겨, 팬카페에 가입한 뒤 메일을 보냈습니다. 스타를 가르쳐줄테니 랩을 좀 가르쳐 달라고. 뭘 어떻게 가르쳐달라고 한 건지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웃음)
아무튼 그 당시에 프로페서디가 버벌진트 팬카페를 주름잡고 있었어요. 음반들을 평론 하고 음악 전반에 걸쳐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등 음악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였는데, 프로페서디에게도 메일을 보내 연락을 취한 거죠. 혹시 음악 할 생각 있으면 같이 해보자고 그리고 좀 가르쳐달라고. (웃음) 근데 이건 꽤 예전 일이고 실제로 이번 앨범을 본격적으로 작업하게 된 건 2005년 정도 부터입니다. 그 이전에도 시도 했었지만 실력이나 장비 상의 한계로 중간에 잠정 보류하게 됐었죠.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음악적 역량을 다지다 어느 정도 인프라가 쌓였을 때 이번 앨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겁니다. 조성빈 EP에 참여할 때도 합작앨범 계획은 없었어요.
D교수 : 저도 깜짝 놀랐어요.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있네. 하고
WARMMAN : 저는 프로페서디가 저보다 동생이라는 사실에 놀랐었습니다. 웹상 이미지로는 저보다 훨씬 형일 줄 알았거든요. (웃음) 인생을 걸고 해볼 의지가 있었기에 그런 식의 접근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힙플 : 팀 명으로 미루어 보아, 질문 드리는건데, 두 분은 프로젝트 그룹인가요?
WARMMAN : 웜맨과 로보토미는 서로 각자의 음악 색을 가지고 있어요. 웜맨은 힙합 친화적이며 로보토미는 일렉트로니카와 슈게이징에 강한 면모를 보이죠. 그래서 앨범의 표기를 WARMMAN + LOBOTOMY 로 표시했어요.
하두리 : 말했듯이 전혀 스타일이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이런 프로젝트 형식의 앨범을 만들면서, 어떤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는지 웜맨형?
WARMMAN : 갑자기 왜 네가 질문을 해. (웃음) ‘Warm Studio.’ 라는 제 작업실이 있어요. 음악을 본격적으로 하기위해 저가의 장비들로 스튜디오를 차렸어요. 같이 모여서 음악을 할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아무래도 초행길이라 혼자서 하기는 훨씬 힘들잖아요. 녹음이라든지, 장비 선택이라든지 또 곡을 만들고 사운드 잡는 것 등 모든 게 문제가 되죠. 함께 함으로써 이런 난관들을 보다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좋은 음악에 대한 견해가 공유가 잘 되는 편인데 그로인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D교수 : 어떤 긍정적인 게 나왔느냐는 사실 앨범을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세상에 없는 게 나오지 않았나요? 물론 여기저기서 영향도 받고 따라 하기도 했지만, 결국 이렇게 나온 게 세상에 없는 게 나왔잖아요. 뭐 여기저기서 가져다가 갖다 붙여서 키메라가 나온 게 아니라 진짜 오리지널 디자인의 생명체가 하나 나왔잖아요? 그게 가장 긍정적인 면이라고 보구요. 그리고 또 사람 머릿수가 많아지면 할일이 줄어든다는 게 장점이기도 하죠 (웃음)
힙플 : 첫 앨범이 발매되었는데요. 느낌이 어떠세요? 소감 한 말씀-
WARMMAN : 일단 뭔가 해낸 기분이라 매우 기쁘고 또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아직 초기라 설레기도하구요. 공연도 막 시작하고 있어서 재밌습니다. 솔직히 앨범 판매량은 아직 저조해요. (웃음) 아직 이름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요. 재미있는 것은 이 앨범에 힙합 매니아들 보다, 오히려 일반대중이나 타 장르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더 재밌게 듣는 거 같다는 사실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모르겠지만. (웃음) 지금은 저희를 알리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장기적인 시야를 갖고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금 더 나아가서 앨범을 매니아분들에게만 들려줄 생각이 아니라면 TV나 라디오 등의 공중파 매체를 이용해야하는데, 이런 매체들이 대형기획사 음반을 선호하다보니 인디음악을 알릴 기회가 없어 안타까워요. 인디음악을 전문으로 소개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 같은 것 들이 단 하나라도 생긴다면 좋겠어요. 앨범을 내서 기쁘기도 하지만 이런 현실의 벽들도 실감하게 되고 그런 부분에선 안타까움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D교수 : 일단, 드디어 끝냈네~ 하는 느낌이구요
WARMMAN : 2년이나 했으니까. (웃음)
D교수 : (웃음) 그렇죠. 한겨울에 언 손 녹여가면서 한 앨범이라 애착도 많이 가구요. 에 그리고. 이 앨범의 결과가 기대가 된다 기 보다는 이 앨범의 이후가 더 기대가 되죠. 어떤 작업 노하우랄지, 인맥이나 네임벨류랄지 뭐 그런것들에 있어서 많은 발판이.이거 이상하고 두꺼운 발판이? 이것도 좀.
하두리 : 탄력있는 발판
D교수 : (웃음) 탄력있는 발판이 되 줄 것 같아요. 그리고 웜맨형이 말한 부분에 굉장히 동감을 해요. 그리고 한 가지 첨언을 하자면.사실 인디는 인디만의 시장이 있는 거고 오버는 오버의 시장이 따로 있는 거잖아요? 인디 아티스트들이 매인스트림으로 진출하는 길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인디 씬 자체가 고사 직전인 것도 문제이고, 인디 아티스트들이 매인스트림으로 진출을 하고 싶어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고. 돈이 너무 안 벌리니까. 뭐 여튼 그런 현실들이 저도 많이 안타깝습니다.
WARMMAN : 한국은 인구나 시장이 작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대형기획사들의 공중파 독식 풍토나 방송국의 진보적이지 못한 태도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편하게 그들의 손닿는 선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하죠. 공중파 방송이란 건 사실 모두의 것이기도 한데 연예관련 프로그램을 보면 너무 소수들만의 놀이터 같아요. 대형기획사는 독식하기 위해 주식을 싼 값에 관계자들에게 나눠주고, 접대하고. 이런 여러 가지 면들이 문제라고 봐요. 아무도 진보적인 태도를 취하려 하지 않죠. 나서는 사람의 숫자도 소수인 거 같고. 너무 사설이 길었네요. 죄송합니다. (웃음)
힙플 : 앨범의 타이틀, 'ALTERNATIVE DIG ON EARTH' 에 담긴 뜻과 배경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WARMMAN :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이야기한 바가 있는데요.
ALTERNATIVE DIG: 새로운 스타일을 의미합니다. 로보토미가 감독하고 제가 수석 조수. (웃음) 처럼 협동하여 만든 신선한 사운드. 신선한 정서.
ON EARTH: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어디 외계인들이나 할법한 음악이 아니고요. (웃음) 일반인이 공감할 수 있는 시도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지구상에 존재하는 일들을 모태로 만든 음악이라는 뜻이지요.
그리고 저희가 임의로 정한 이번 레코드 회사의 이름은 Ordinary Audience로서 일반적 청자라는 뜻입니다. 저희는 항상 스스로가 일반적 청자의 위치에서, 그들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최대한 신선한 사운드 뽑아내려 노력했습니다.
힙플 : 앨범을 2CD로 내셔서 2번째 CD에는 INSTRUMENTAL곡들을 실었는데 특별한 의도가 있나요?
WARMMAN : 금전적으로는 손해 보는 장사죠. 같은 가격에 2CD니까. (웃음) 2CD를 낸 이유는 그 만큼 사운드가 신선했기 때문이에요. 사운드에 집중해보시라고. 또 경영학적인 측면에서도 차별화가 될 거 같았고. (웃음)
D교수 : 네 그리고, INSTRUMENTAL cd를 실으면 오히려 랩을 더 강조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도 있었어요. 처음 들으셨을 때 신선한 사운드에 눈길이 가셨다면 인INSTRUMENTAL cd를 한번 듣고 다시 메인cd를 들어 보시면 랩의 매력을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뭐 아까도 나온 얘기지만 웜맨형 랩이 버벌진트 이미태이션이네 이런 얘기 많이 나오잖아요? 만약 그렇게 들리셨다면 INSTRUMENTAL cd를 한번 들어보시고 다시 들어보시길 권하는 바입니다.
WARMMAN : 랩퍼로서 인정받고 싶지 않다거나, 랩이 차지할 위치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만 이번 앨범은 랩보다는 비트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랩의 초점 역시 서커스 같은 flow보다는 비트와 잘 묻게 해 곡을 하나의 유기체처럼 만드는 것에 목표를 두었습니다.
힙플 : 사운드 면에서는 말 할 것도 없고, 굉장히 차별성을 갖는 앨범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전체적인 컨셉과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WARMMAN : 파이오니어.
D교수 : 로보토미가 작업을 하면서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거는, 이런 스타일 저런 스타일의 음악을 하자라는 것 보다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소리를 내자라는 자세로 음악에 임하거든요. 그래서 이번 앨범 역시 그런 자세로 작업을 했구요. 뭐가 필요해 보였길래 이런 소리를 냈느냐~ 라는 질문에 대답을 하자면, 일단 힙합씬에 국한해서 가장 필요한건 '없는 것' 이 나오는 거 같거든요. 사실 까놓고 말해서 올해 작년에 나온 한국 힙합 cd 바닥에 쫙 깔아놓은 다음에 대충 눈감고 아무거나 집어서 틀어보면 이게 누구 건지 분간 못할 정도거든요.
WARMMAN : 시기를 언제로 고르느냐의 차이 정도가 있는 거 같습니다. 80년대냐, 90년대냐, 요즘이냐. 다 레트로고 사실은. 저도 흑인음악 매니아니까, 그런 시도를 싫어하진 않습니다만 진부하다고 느낄 때는 있죠. (웃음)
D교수 : 맞아 맞아. 그게 맘에 안 들어서 '이 사람들아 이렇게 새로운 체위의 앨범도 나올 수 있어' 라는 걸 보여드리기 위해서 억지로 체위도 바꿔봤구요.
하두리 : 아 그때~
D교수 : 응. 그리고 가사 쪽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일단 웜맨형 가사가 가지고 있는 정서가, 웜맨형 나이대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보편적인 정서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요즘 랩퍼들이 랩한 거 가사 읽어봐도 이게 일반적으로 그냥 가요 듣고 이런 사람들에게 공감 받을 수 있는 가사다, 이게 이 세대의 가사다 라고 말하기가 힘들어 보여요. 그에 반해 웜맨형의 가사는 세대 전반에 걸쳐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면이 분명히 있는 것 같구요. 그리고 영쿡 가사는 뭐 혼자 공감 하겠지...
WARMMAN : 영쿡 가사는 재미가 있어요. 듣는 재미를 살려주죠. 또 flow도 재밌습니다.
힙플 : 전자음 가득한 사운드가 돋보이는데요, 이번 앨범 작업에 있어, 참고한 앨범이나 뮤지션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하두리 : alva noto니 kane roth니 하는 사람들은 영향 받은 뮤지션들에 대해 질문을 받을 때 자기가 아는 모든 아티스트들을 다 읊거든요.
D교수 : 저도 그 점에 있어서는 동감을 합니다. 제가 한번이라도 들어본 뮤지션이라면 다 영향을 받았겠죠. 꼭 찝어서 이번 앨범을 하면서 누구를 가장 많이 참고를 했느냐 를 말씀드리자면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게 prince 겠구요, plastikman. richie hawtin이죠. 그리고 timbaland, depeche mode를 가장 많이 들었네요. 아 그리고 neptunes도요. 그리고 앨범의 모양새에 있어서는 그냥 일반적인 힙합 앨범의 흐름을 좀 참고를 하려고 했어요. cassidy랄지 juelz santana 같은 사람들 앨범 들으면서 많이 참고했습니다.
하두리 : herbie hancock.
WARMMAN : the Neptunes, Timbaland.
힙플 : 계속해서 이슈가 되고 있는, 샘플링에 대해서 어떻게 정의 하고 계신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WARMMAN : ‘어떤 곡’ 을 ‘어떻게’ 샘플링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작법과 기교, 곡의 총체적 느낌 등에서 음악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음악적 정서를 드러내기 위함이라면 통 샘플도 상관안하는 편입니다. 문제는 샘플 클리어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란 점인데, 인디 뮤지션들에겐 그 부분이 골치죠. 돈이 없다고 해서 만들고 싶은 샘플링음악을 만들지 못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단 책임은 자기가 집시다. (웃음)
하두리 : 저는 같은 이야기를 좀 다른 방향에서 말씀드릴텐데요. Kiarash 란 수염쟁이 제 친구가 African Balefon을 끝발나게 연주하는데 사실 그 새끼가 연주한 Balefon도 걔가 만든게 아니죠. 뭐 걔가 만든 악기도 기른 나무가 아니구요. 그 나무는 모자연의 에너지로 자랐죠. 그렇죠? 부분의 음악이 PCM(pulse code modulation) sound를 이용하는 ‘샘플링’을 하고 있잖아요. 또한 스피커로 빠져나오는 모든 소리가 이른바 ‘샘플링 된’ 소리이구요. 모세포와 클론A는 물론 클론B, C와도 사실 서로 다르잖아요.
D교수 : 저는 그래요.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건 해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사실 음악 만드는 사람들, 샘플링이 어떤 것이고 어떻게 하는 건지 다 알잖아요? 근데 아주 음악적이지 않은 이유로 그걸 기피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건 저는 좀 아닌 것 같아요. 이게 그냥 쓸 필요가 없거나 써봤더니 못 쓰겠더라 같은 게 아니라 이게 반칙이라서 싫다 이런 식인 거는 제 눈에는 좀 비겁해 보여요. 이게 합법이건 불법이건 일단 할 수 있는 짓은 다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반칙이라도 필요하다면 걸려서 카드 받을 각오를 하고 쓰거나 아니면 최대한 안 걸리게라도 써야죠. 샘플을 쓰면 곡이 살아나는 상황인데 굳이 안 쓰려고 하는 거는 저로써는 이해가 안되요.
WARMMAN : 저는 NODO의 샘플링 정말 좋아합니다. 우선 샘플 선정이 좋고, 신선한 가사를 통해 나온 최종 결과물의 분위기가 아주 좋습니다. 그 아련한 맛. ‘네버다이‘ 같은 곡의 샘플 선정은 예술이라고 봅니다. 단지 비트가 필요해서 그럴싸한 곡 아무 부분 잘라서 드럼 씌운 비트와는 질이 달라요. 좋은 뮤지션입니다. 아직 세상이 그 에너지를 모를 뿐이죠. 곧 아시게 될 겁니다. 우주선의 비트는 진짜 sick한 맛이 있고요. 저에게 제이딜라를 연상시켜요. 또 느낌이 다른 JA의 셈플링도 아주 탄탄하죠.
힙플 : 몽롱함(그녀에게 바치는 노래)이 느껴지는 트랙부터, 50 / Saturday 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셨는데, 곡 작업에 관한 전반적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WARMMAN : 앨범 작업을 시작하며 처음 기획했던 곡들은 프로페서디가 루프를 스케치해놓은, 120여개의 것들 중 골라낸, 10개 정도의 루프였습니다. 그중 몇 개는 앨범에서 빠지고 ‘Watch Ur Back', '비치’, ‘50’, ‘실종’, ‘Lovescene'이 최종 결과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녀에게 바치는 노래는 처음부터 기획됐던 곡은 아니었어요. 이 곡은 하두리가 만들었는데, 곡선별이 끝날 즈음에 나타나 작업을 도와주었죠. 원래는 ‘실종‘ 다음이 ’러브씬‘이었는데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한 느낌이 있었어요. 또 뭔가 솔직한, 마음을 비워내는 가사도 쓰고 싶었죠. 그래서 하두리에게 내면 고백이 어울리는 무드가 있는 비트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랩퍼인 비솝형과 함께 작업한 ‘세러데이’도 나중에 추가된 곡인데, 일렉트로 훵크 스타일의 음악을 해보고 싶었어요. 비솝형이 제일 매니아이시긴 하지만 저랑 프로페서디도 프린스를 좋아하고 해서. (웃음) 주제 잡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사운드의 방향을 잡는 것까지 비솝형이 저희와 함께 해주시며 도와주셨습니다. 자주 작업실에 오셔서. (웃음) 저는 사운드의 최종 결정을 로보토미에게 맡겼습니다. 하지만 일방적인 결정은 없었어요. 항상 논의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런 작업방식을 이해 못하는 분들도 계시던데, 저희는 전 곡을 그렇게 만들었어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기에 가능했겠죠. 서로가 주장하는 어떤 점이 당시에는 바로 이해가가지 않더라도 몇 주가 지나면 이해가 되는 식이었죠. 트랙 순서, 인트로나 아웃트로의 필요성, 편곡 등 모든 것을 함께 결정했습니다.
D교수 : 방법론을 말씀을 드리자면. 소프트 신디사이져를 많이 이용했지요. 아까 샘플링 얘기를 했는데 사실 정작 저희는 샘플링을 PCM 샘플링으로밖에 안했어요. 그러니까 프레이즈를 따는게 아니라 그냥 음을 따서 신디사이져처럼 쓰는 방식이죠.
하두리 : 앞서 샘플링에 대한 너무나 당연한 긍정론을 폈는데 공교롭게도 이 앨범 대부분의 소리들을 신디사이징 해서 처음부터 만들어내서 작업을 했죠. 이게 이 앨범 전체의 모티브라고 볼 수 있겠네요. 심지어는 리듬트랙도 신디사이징해서 만든 게 있으니까요.
힙플 : WARMMAN / 상당히 독특한 발음을 강조 하셨는데, 랩에 있어 주안점을 두시는 부분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릴게요.
WARMMAN : 속이는 부분 없이 제가 하고 싶고 진실로 스스로에게 동의 할 수 있는 이야기만을 쓰고 싶었습니다. 캐릭터를 만들어 간다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공감 가는 가사, 거기에 랩의 딜리버리. 발음은 일종의 습관인 거 같습니다. (웃음)
힙플 : Verbal Jint 와 비슷한 플로우를 지녔다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WARMMAN : 외국에도 비슷한 랩퍼는 많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목소리를 3초만 들어도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개성 있는 랩퍼도 많죠. 탈립콸리나 큐팁처럼. 저도 궁극적으로는 이런 랩퍼가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비제이와 닮았다는 평가를 저는 떡집과 빵집 위주의 힙합씬에 같은 피자류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모던한 감성이나 래퍼런스로 삼는 외국 아티스트가 비슷하다보니까 flow도 어느 정도 닮아 간 거 같아요. 하지만 비제이가 예를 들어 페퍼로니 피자라면, 전 하와이안 피자거든요. 맛이 달라요. (웃음) 제 작업물이 많아지면 이런 이야기는 자연히 줄어들게 될 거라 봅니다.
힙플 : 여러 이야기들의 모티브는 주로 어느 곳에서 얻으시는지?
WARMMAN : 그저 남들과 같은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얻는다고 할 수 있겠네요. 상상도 일상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심각하게 고민할 때보다 우연찮게 떠오른 아이디어가 더 좋았을 때가 많아요. 좋은 것들 하다가도 모티브를 많이 얻죠. 좋은 책, 음악, 영화, 좋은 사람과의 대화, 술자리, 시원한 샤워 등. (웃음)
영쿡 : 저는.음 되게 찌질하지만, 인터넷에서 모티브를 많이 얻거든요. 예를 들면 뭐.D뭐 사이트랄지. 하여튼 그런 곳에 가서 이렇게 쭈욱 둘러보다 보면, 진짜 이건 돈 사람의 상상력이다 라고밖에 볼 수 없는 것들이 많거든요. 그걸 줏어다가 저는 많이 다듬어서, 순화해서 사용을 하죠. 그거 그대로 쓰면 되게 심해요 사실. 그리고 세상에 없을법한 얘기를 한다는 소리를 들었었는데, 제가보기에는 그게 다 세상에 있는 거 같거든요. saturday 같은 경우에는 소아성애자이자 복장도착증 환자가 나오는데, 이런 사람이 주위에 없을 것 같고 그냥 허황된 캐릭터 같다고 받아들이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사실은 이런 사람들이 다 존재 하는 캐릭터들이잖아요? 그래서 사실은 이런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것도 있다고 얘기하려고 한 부분도 있어요.
힙플 : 철학적인 가사와 더불어 Verbal Jint가 보컬로 참여한 3번째 트랙 '잴 수 없는 무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WARMMAN : 아까 버벌진트에게 메일을 보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웃음) 지금 진태는 매우 친한 친구입니다. 정말 하루가 멀다하고 만나는 사이구요. 그런지도 이제 6년이 되가네요. 사실 그 메일은 씹혔구요. (웃음) 이렇게 친해지게 된 데는 숨은 공신이 있는데 바로 고등학교 때 같은 반 동창인 ‘권형기’라는 친구입니다. 제일 친한 고등학교 동창인데, 알고 보니 진태가 형기와 같은 학교 같은 과를 다니고 있더라고요. 서로 이미 아는 사이고. (웃음) 그래서 형기가 진태를 소개시켜주었고 그 후 같이 여행도 다니고 술도 마시고 하면서 친해지게 된 거죠. 셋이 만나서 제일 자주하는 건 스타크래프트. (웃음) 이런 계기로 인해 비제이의 앨범 참여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인간 존엄성의 무게는 같다는 것이 주제입니다. 하지만 세상엔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이 엄연히 존재하죠. 외모나 학벌 등 자기가 의미를 두는 여러 조건에 의해 어떤 공간에서든 주관적 계급이 생겨납니다. 마치 나이트를 가면 어떤 술을 마시냐에 따라 격차가 생기듯. (웃음) 하지만 양쪽 계급 모두 같은 감각을 지니고 있잖아요. 누구는 밥 한 끼에 기뻐할 수 있고, 누구는 다이아몬드 반지라야 기뻐할 수도 있지만, 두 감각 모두 소중하다는 생각입니다. 사실은 기뻐한다는 하나의 감각이고. 음. 마찬가지로 존엄성이 혹은 자아가 무시당한다고 느낄 때 기분이 상하는 것도 대부분 마찬가지잖아요? 그렇게 기분이 상했을 상태의 저 혹은 가상의 누군가를 연출하려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도 변해가고 있는 걸 느끼는. 음악적으로는 로보토미가 설명할 겁니다. (웃음)
D교수 : 저나 웜맨형이나 이 곡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어요. 저는 나름 평범한 랩트랙을 만들려고 만들었는데 그렇지가 않더라구요. 그리고 믹싱 할 때도 역할분담이 힘들어서 고생스러웠던 면도 있구요. 그래도 어쨌건 곡이 잘 나와서 지금은 만족스럽습니다.
힙플 : 스릴러 영화에서나 나올듯한 스토리가 돋보이는 곡, '실종'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영쿡 : 되게 개인적인 동기에서 시작된 가사에요. 어느 날 아버지께서 샤워를 하시고 속옷차림으로 나오시는 것을 봤어요. 근데 원래 아버지께서 배가 이렇게 나오셨었는데 그날 보니까 좀 많이 홀쭉해 지셨더라구요. 그래서 생각을 했죠. 그 많던 살들은 누가 다 먹었을까 하구요. 그게 결국은 '붙어사는' 가족들이 먹은 거잖아요? 그래서 쓰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게 딱히 있었다기 보다는 그냥 그 느낌을 전하고 싶었던 거죠. 우리는, 우리의 세대는 과연 누구 허리를 버팀목으로 살고 있나.하고 질문을 해보고 싶었어요.
WARMMAN : 가정불화, 즉 가족 사이의 애정 부족에 있어 그것이 누구의 잘못인가 묻고 싶었습니다. 본인의 잘못일까요, 구성원 모두의 잘못일까요. 전 대부분의 경우 후자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힙플 : 앨범작업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면 소개해 주세요.
WARMMAN : 작업실이 지하라서 지금처럼 장마기간에는 관리를 철저히 해줘야 해요. 습기가 많이 차 곰팡이가 생기거든요. 작년엔 정말 심각했습니다. 곰팡이를 닦아내기 위해 희석도 안한 락스를 이용해야 했어요. 옷 여러 벌 버렸습니다. (웃음) 지금은 웃으며 얘기하지만 그 당시엔 정말 힘들었어요. 곰팡이 냄새도, 락스 냄새도 고통스러웠고.
D교수 : 저도 궁상맞은 얘기 하나 하자면, 지난 겨울이였나? 스튜디오에서 다들 만나기로 했는데 아무도 안와서 혼자 기다리다가 잠이 들었거든요. 근데 좀 많이 피곤했는지 한번도 눌려본 적 없는 가위에 눌렸어요. 그게 왜 가위 눌리면 눈은 떠지는데 못 움직이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막 움직이려고 낑낑거리고 있는데.이게 귀신인지 뭔지, 여튼 누가 제 귀 옆에다가 대고 막 소리를 지르는 거예요.
하두리 : 뭐랬는데?
D교수 : '음악하지마!음악하지마!' 이렇게 지르더라구요. 그래서..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했습니다. (웃음)
하두리 : 제가 지난 가을에 한국에 들어왔을 때 프로페서디가 '재밌는 곳에 가보자' 해서 스튜디오에 처음 갔거든요. 그때가 곡 작업은 거의 다 끝나서 녹음만 남겨놓고 있었던 때라서 그녀에게 바치는 노래는 제가 쓰고, 다른 곡들은 녹음하고 믹싱하는 일을 같이 했었어요 근데 제가 갑자기 다시 출국을 해버리는 바람에 막상 제가 쓴 그녀에게 바치는 노래는 녹음하고 믹싱하는 과정에 하나도 제가 뭘 못했어요. 심지어는 그 여자 보컬 분 얼굴도 못 봤어요. 내 노랜데! (웃음) 게다가 앨범이 나온 사실도 아주 우연히, 우연히 힙합플래이야 들어갔다가 대문보고 알았어요. 아 그때의 그 실망감이란 (웃음)
WARMMAN : 하두리는 사실 실망할 자격이 없어요. 워낙 마음대로 사라져버리거든요. 역마살이 워낙 심해서. (웃음) 저는 하두리가 출국했다는 사실도 나중에 알았어요. 앨범에 고정멤버로 참여했더라면 어휴. (모두 웃음)
힙플 : WARMMAN 과 LOBOTOMY 라는 이름을 가지고 발매 한, 첫번째 앨범인데요. 이번 앨범을 통해 목표한 점이 있으시면 말해 주세요.
WARMMAN : 앨범의 판매량보다는 시간을 갖고 존재성을 받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번 앨범은 앞으로 좋은 작업을 계속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줄 기회이자 첫걸음이라 생각해요. 네임밸류나 인지도를 쌓음으로서. 네, 비지니스적인 얘기였고요. (웃음) 음악적으로 최고의 목표는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는 것‘입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멋진 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작이 되는 앨범이길 바랍니다.
D교수 : 늘 말씀 드리지만 LOBOTOMY의 모토는 인류에게 필요한 음악을 하자는 것입니다. 이 앨범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작업했고 목표 역시 그렇죠. 쓸모가 많은 앨범.
힙플 : 이번 앨범을 대표하는 구절이 있다면?
영쿡 : '순간 음악이 바뀌지' 같은거? (웃음)
힙플 : 저희 인터뷰의 고정 질문을 드려 볼게요. 첫 번째로 MP3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고 있는지?
WARMMAN : mp3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문제는 매체가 아닌 시스템 쪽에 있다고 봅니다. 제대로 된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블로그에서 아무렇지 않게 음악이 검색 된다거나 쉽게 저작물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상황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저작권 침해가 예상되는 음악을 올리고 싶은 분의 블로그 등은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비공개라도 회원 수가 일정 숫자 이상 되는 사이트 역시 그런 음악을 올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저작자의 권리도 지켜줄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절실합니다. 시스템이 올바를 때 비로소 시장의 회생도 기대할 수 있는 거겠죠. p2p도 문제가 많죠. 눈 가리고 야옹 수준의 검색어 차단은 오히려 필요한 정보를 못 찾게 되어 버리는 불편을 초래합니다. 잘 몰라서 실현 불가능한 소리를 하는 걸 수도 있지만, 업로드 물의 제대로 된 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상자 입장에서 역시 적은 금액이라도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면, 다운받은 곡에 대한 애착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게 음악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거구요. 예전에 CD나 Tape, 라디오 등에서 나오는 음악을 굉장히 집중해서 들었던 기억이 나요. 희소성이 있었으니까요. 처음엔 와 닿지 않던 음악이 집중해서 듣다보면 엄청난 감동으로 와 닿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듀스도 그랬고. (웃음) 실제로 웹서핑하며 한번 듣고 지워버리는 음악 중에는 그 사람이 집중해서 10번 들었으면 좋아했을 곡이 몇 개쯤 있을 거예요. 귀에 맞는 음악을 찾을 때까지 무료로 다운을 받는 것도 감상자 입장에선 매력적인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건 저작자의 권리는 무시하고 소비자의 효용만 생각하는 거죠. 본인이 가진 담배나 여자 친구 같이 자기의 것들도 남과 공유할 의사가 있을 때나 위의 방식을 옹호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타산이 안 맞으면 누군가는 떠날 것이고, 사람이 적어지면 씬은 초라해집니다. 어느 단계의 뮤지션들에겐 이런 특징이 장점으로 보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한다면 결국 다음 단계에 이르렀을 때, 이 불합리를 자신도 받게 될 것입니다. 무분별한 스트리밍 서비스나 무료 mp3 다운로드가 차단되면 음악의 가치와 질은 분명히 올라갈 것입니다.
D교수 : 음악을 전달하는 매체는 시대가 지나면서 계속해서 바뀌어 왔잖아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음악을 들으려면 직접 공연에 가야 했고, 그다음에는 녹음매체인 LP, 그다음은 들고 다닐 수 있는 테이프, 그다음은 반영구적인 CD, 그리고 지금은 실체가 없는 전기신호인 mp3까지 왔는데, 이게 바뀌면서 음악이 하는 일도 점차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 같아요.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듣는 것' 에서 '들리는 것' 으로 변하고 있다고 봐요. 화장실에서 물 흘러내려가는 소리랑 음악소리랑 위치가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거죠. 그런데 이게 딱히 나쁘게만 받아들일 이유도 없는 것 같거든요 사실. 다만 역할이 바뀌고 있으니 음악을 생산하는 사람은 그에 맞게 생산을 하고 소비하는 사람은 그에 맞게 소비를 하는 방식을 찾아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네요.
하두리 : mp3, 좋죠. 저도 많이 듣고. ‘mp3의 범람’조차 음반 백장 팔기도 힘든 인디뮤지션들에겐 좋은 소식이라는 생각이었는데 웜맨형과 디교수의 말을 되짚고는 이런 생각이 났어요. 음원의 손쉬운 접근성은 “예술의 영역이 아닌 기술의 영역이다.” 자, 보다 많은 사람들이 목적지에 빨리 닿을 수 있다면 더 좋을까요? 그렇다고 자동차의 보급이 늘어난 것이 환영할 일은 아닐 겁니다. mp3가 짧은 시간에 많은 음악을 접하는 환경을 이끌었고 이것은 천만 자동차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기억나게 해요. 비약해서.(웃음) 한 청자가 많은 음악을 접할 수는 있었지만 한 음악에 머무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이것으로 청자의 예술적 필요를 채울 순 없겠죠. 혹자는 디지털기술의 활약을 보며 흐믓해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힙플 : 두 번째 고정 질문으로, 현재 힙합씬에 대해서...
WARMMAN :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도 포함해서요. (웃음) 로컬씬이 정착되지 못하는 게 안타깝네요. 로컬씬이 정착되어야 인디음악씬도 살아날 것 같고, 인디씬에서의 메인스트림 진출도 수월할 거 같습니다. 인터뷰가 너무 길어졌으니 이제 짧게 줄일께요. 이번엔 청취자 쪽 입장에서.(웃음) 인디씬에서 대중을 아우를 수 있는 곡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뮤지션이 능동적으로 클럽용 음악을 만들어낸다거나,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곡을 만드는 게 로컬씬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인디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고 일반대중이 이를 통해 즐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마치 가까운 영화관에서 영화 보듯이 말이죠. 지금의 인디씬 혹은 힙합씬이 다양하거나 즐겁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드네요.
D교수 : 일단 씬이라는게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부터 좀 의문이 들어요. 씬이 단지 생산자와 소비자만 있으면 존재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씬이 보여주는 장면, 씬이 내는 목소리가 존재해야만 비로소 이 바닥이 씬으로서의 가치를 갖게 되는거 같은데 그런게 전혀 없어 보이거든요. 씬이라는거는 그냥 어떤 물체가 아니라 하나의 캐릭터가 되야 한다고 봐요. 그런데 지금 이 한국 힙합 바닥에게 그런 확실한 캐릭터 라는 게 있나요? 그리고 그런 것들을 만들어 내기 위한 담론이 있어왔나요? 담론이랍시고 있다는게 허허 우리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자 '허허허허' 이런 거 뿐이잖아요? 이런식인데 이게 씬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네요.
힙플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해주세요.
WARMMAN : 로보토미와 WARMMAN의 행보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7월 21 Flash Live 버벌진트와의 합동 쇼케이스가 있습니다. 재미있는 무대 보여드릴 자신 있으니까 많이 와주세요. 버벌진트 팬 분들도 많이 와주세요. (웃음) NODO가 2집 준비 중입니다. 기대해주시고 이번엔 정말 많이 사랑해 주세요. 그만한 가치가 있는 곡들로 채워질 것입니다. 이 꽉 깨물고 작업하고 있거든요. (웃음) 전곡 버벌진트의 프로듀싱으로 채워질 비솝형의 솔로 앨범이 드디어 몇 년 만에 나오려고 합니다. 기대해주세요. 헷갈리시는 분들이 있어서 말씀드리는 건데 비숍이 아니고 비솝입니다. (웃음) 버벌진트를 포함해 케이준, 실버레인, 스테리비, 우주선, JA, 돕선 등 저희와 가까운 뮤지션들의 행보도 관심 있게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들 열심히 곡 작업 중입니다. 너무 부탁만 드렸네요. (웃음) 열심히 하겠습니다. 힙플 회원 여러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여기까지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모두 웃음)
D교수 : 에 일단 공연이 눈앞이네요. 21일에 캐치라이트 아래층 클럽 EXT 에서 fresh live 공연 vj형과 함께 하구요, 그 전에 7월 17일에는 저 prof. d와 박다함의 노이즈 프로젝트인 kid/nap(가칭)이 연주회 'bulgasari'의 이름 아래 갤러리 yogiga에서 연주를 합니다. 그리고 저희의 데모 작업도 계속 하고 있구요. 그 외에도 뭐 이런저런 작업을 하겠지만, 힙합이니 전자음악이니 하는 명찰에 구애받지 않고 영장류가 필요로 하는 음악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 | 김대형, 최현민 (HIPHOPPLAYA.COM)
11 Comments 이지우
2007-07-18 16:54:02
선리플 후 감상
남성희
2007-07-18 17:24:18
4등 !~~!~! 아 앨범 피쳐링도 그렇고 정말 사고 싶어요
김규범
2007-07-19 08:49:02
굉장히 독특하고 재밌는 분들이시네요 ㅋㅋㅋㅋㅋ 좋은 생각들 잘 읽었습니다.
윤은주
2007-07-19 14:18:40
웜맨. 차분하고 뭔가 신중하게 말씀 잘하시는듯. 디 교수. 하두리 재치있고 재미있네요. 음악 잘들구요. 음 후속작 앨범들이 더 기대 되네요
신승철
2007-07-19 18:17:36
인터뷰 재밌네요. 말씀도 다 잘하시구.. 앨범 빨리 사야겠습니다. 근데 감옥에는 왜 갇힌 건지?
길태현
2007-07-23 04:29:33
짱! 난 진짜 WARMMAN님 팬.
유혜림
2007-07-23 21:21:15
재미가 있네요
안종헌
2007-07-25 12:48:39
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훔... 이것도 질러?!@?#!?@
조형민
2007-07-30 15:09:22
살려고 돈모으고있는데 기대할게요 ㅋㅋ
박민주
2007-08-06 05:35:10
음.. 그러니까 꿩관이 빨리 풀리길! 꿩관은 무죄입니다.
송현근
2009-06-04 09:39:03
이 좋은 인터뷰에 리플이 별로 없네
via https://hiphopplaya.com/g2/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12176&page=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