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스캐리피&익스에이러, “이제야 실력으로 답해줄 수 있게 된 것 같다.”ㅣ코멘터리
힙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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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0 2016-03-16 21:07:18
힙플 : 앨범 발매를 축하한다. 8년전 1prod 1mc 작업을 시작했던 시기를 고려하면 굉장히 오래 숙성된 콜라보 앨범이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Ex8er (이하 E) : 드디어 나올게 나왔다라는 생각이 든다. 익스에이러라는 이름을 걸고 낸 데뷔 격 앨범이 스캐리피형과 함께한 8년전 ‘Russian Roulette’이라는 싱글이었다. 우리는 이 싱글 곡이 포함된 8곡의 EP를 준비 중이었고, 또 당시는 항간의 주목을 받던 시기여서, 주위 기대도 컸었다. 그렇게 녹음을 끝내놓고 군대를 가게 되었었는데, 여러 사정(경제적, 시기적)에 의해 군입대 후 앨범이 접혔다. 그때 곡들은 스캐리피형의 1집 앨범과 나의 개인 싱글 등으로 쓰이긴 했지만, 이미 시대는 많이 바뀌어 있었다.
그 후에는 각자의 활동들을 했는데 (개인 활동을 하면서도 스캐리피형과는 틈틈이 작업을 해오긴 했지만) 그러다 보니 각자의 영역도 생기고 서로의 음악취향이 같아지는 어느 시점이 오더라. 그 시점에 다시 한번 해보자 하면서 이 앨범을 만들게 되었다. 부산음악창작소를 통해 지원을 받아 이 앨범을 내게 되었는데, 믹스부터 마스터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Scary’P (이하 S) : 8년 전 처음 익스에이러 를 만났을 때, 이 친구는 언젠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랩으로 인정받고 뭔가 큰일을 낼만한 랩퍼라고 생각했다. 내가 만든 비트에 가장 최적화된 랩을 해주는 친구였고, 내가 생각한 주제나 상황들을 말해주면 정말 나를 대변해주는 표현을 잘해줬다. 이 친구와 작업하면 마냥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먼저 1prod 1mc 앨범을 제안했었는데, 처음 앨범을 작업할 때는 순조롭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그러던 도중에 익스에이러의 입대로 인해 혼자서 앨범 마무리 작업을 하게 되었지.
그때는 혼자서 앨범을 진행하기에 미숙하지 않았나 싶다. 금전적인 면이나 실력적인 면에서 부족했기 때문에 앨범을 끝까지 마무리 하지 못했지. 그래서인지 이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는 항상 익스에이러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익스에이러는 군대 가기 전에 자신의 작업물을 남기고 가고 싶었을 텐데, 내가 그 일들을 못해준 거니까.. 지금도 익스에이러의 곡을 만들 때에는 항상 조금 더 신경 쓰게 된다. 늦게라도 이렇게 나왔으니 이제 좀 후련하고, 미안한 마음이 약간은 사라진 기분이다.
힙플 : 8이라는 숫자에 여러 의미를 둔 것 같다. 앨범 타이틀 ‘8’에 대해
E : 8과 관련된 사연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 게 이번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총 8가지의 뜻을 가지고 있고 트랙마다 8과 얽혀있는 가사가 한 두 개씩은 꼭 들어가있다.
1) 둘의 만남으로부터 8년만에내는앨범 2) 7전8기(믹스테잎, 정규, 컴필앨범 등을 포함한 8번째앨범) 3) 28살 4) EX8ER 5)무한대를상징하는숫자 6) 2008년(개인적으로 잘 풀리던 때)의 재현 7) 8색조 8) 크림빌라 멤버 수
힙플 : 익스에이러의 랩 퍼포먼스나 스케리피의 비트 모두 제대로 날을 간 것만 같다.어떤 과정을 거쳐 앨범 작업을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E : 굉장히 촉박하고 급하게 작업을 했다. 부산시에서 지원을 받아 내게 된 앨범이라 데드라인이있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한달 반 동안 모든 곡의 가사부터 녹음까지 완료하였다. 스캐리피형이 찍는 비트마다 내가 너무 좋아서 그냥 랩만 쓰면 되었고, 모든 곡의 주제와 가사는 나를 믿고 맡겨줬다. 주위 뮤지션 반응 중에 '너무 날을 갈았다 독기 품고 빡시게 해서 거북하다' 라는 말이 있는데 사실 나의 태도는 정반대였다. 씬에 대한 얘기와 배틀 랩은 크림빌라에서 이미 너무 많이 했기에 배제하려 하였고 하더라도 화나 있지 않으려 했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고, 어떤 태도로 음악을 하는지를 담으려 했다. 랩도 막 잘하려 한 건 아닌데, 그렇게 느꼈다면 그냥 내가 레벨업이 되어서이지 않을까 싶다.
S : 이 앨범은 처음부터 주제와 내용에 상관없이 비트 자체는 무조건 익스에이러에게 제일 잘 맞는 것들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스케리피를 떠올리면 붐뱁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 같은데, 사실 요즘엔 거의 붐뱁은 만들지 않고 있다. 요즘은 비트 작법에 있어서 두 마디나 네 마디 룹을 만들어 무한 룹을 하는 곡은 거의 만들지 않는데, 말하자면 구간 구간 마다 분위기가 바뀌고, 지루할 틈이 없는 구성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작법이 익스에이러에게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역시나 반전을 주는 트랙을 이 친구가 정말 잘 소화하더라. 익스에이러도 이러한 작법을 거의 터치하지 않았고, 마음에 들어 했다. 이 앨범을 듣는 모든 분들이 기존의 스캐리피가 아닌 다른 스캐리피를 느껴주셨으면 좋겠다
힙플 : 기본적으로 리스펙이 깔려있지만, 익스에이러의 가사에 스케리피의 상황을 활용한 구절들이 많다. 스케리피 본인이 받아들이기에 어땠나?
S : 크림빌라 식구들이나 나를 아는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내가 장애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나 역시도 날 이렇게 편하게 봐주는 우리 식구들이 좋다. 아프다고 더 해주고 더 생각해주고 이런 것보다는 나도 같은 사람으로써 존중 받는 느낌이 많이 들거든. 어떻게 보면 장애에 관한 가사를 래퍼들이 쓴다는 것 자체가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문제일수도 있지만, 이 친구들은 바로 곁에서 내가 살아가는 방식과 생활 패턴들을 다 꿰고 있는 친구들이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이런 류에 가사를 가식 없이 솔직하게 쓸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오히려 날 더 대변해준다고 생각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E: 내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앨범이지만, 이 앨범은 스캐리피형과 내가 같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앨범 곳곳에 그것을 상기시켜주는 효과로서 배틀랩에 스캐리피형을 이용(?)한 펀치라인들을 몇 개 씩 적었다.
‘너네 병신들 진짜 병신은 병상에서도 음악을 하는데 지금 누가 진짜 병신이냐고? 우린 병신이 맞어 Cuz we so ill, ill, ill mo’fuckers’
‘진짜 병신들에게 선물하고 싶은게 하나 있지. 스캐리피형이 타고 다니던 휠체어’
같은 구절들이 그것들인데 이런 가사는 진짜 몇 년을 함께한 막역한 사이니까 쓸 수 있는 라인들이다. 스캐리피형이 겪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역설적인 효과로 진짜 병신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구절이라고 생각한다
힙플 : 이번 앨범은 특히나 실력에 대한 프라이드가 가감 없이 묻어난다. 익스에이러의 경우엔 실력에 비해 따라오지 않는 명성이나 위치에 대한 인정욕들을 꽤 직접적으로 풀어냈는데 관련된 생각들이 궁금하다.
E : 그런가? 나는 오히려 이번 앨범에서는 그런 인정욕구와 열등감에서 벗어나있었다고 생각했다. 여튼 과거에 나는 그랬지만. 8년의 시간을 회상하는 트랙이 많아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현재 나는 프라이드가 굉장히 높다. 때문에 자신감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날 알거나 들어왔던 사람들에게 이제서야 설득력 있는 실력으로 답해줄 수 있게 된 것 같다. 더 열심히 하겠다.
힙플 : 배틀랩들 사이를 들여다보면 자전적인 요소들이 많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Windy City’였다. 전업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꿈꾸다 취업전선에 내몰리게 되는 나이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양쪽 모두를 온전하게 취하려는 스탠스는 나름 새로웠다.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일 것 같 같은데 어떤가?
E : 솔직히 미치겠다. 온전히 양쪽을 취하는 건 어렵다 정말. 그렇지만 확신은 있다. 내가 몸이 두개인 듯 hustle하다 보면 끝끝내 음악적 인정을 받고, 그걸로 내 생계가 유지 될 것이라는. 현재 무엇을 하고 있든 난 음악을 그만 두지 않을 거다. 음악만하고 배 안 곪는 삶이 내겐 꿈이다. 근데 난 지금 회사도 없는 인디펜던트 뮤지션이기에 모든 제작비는 내가 감당해야 한다. 그러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고 생계유지와 삶의 질 또한 포기할 수가 없다. 약 두 달간 직장인의 생활을(인턴이긴하지만) 경험해봤는데 쉽지 않더라. 그래도 주말과 출퇴근길 시간을 이용해 열심히 음악을 듣고 사람들 만나고 가사를 쓰면서 감이 떨어지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힙플 : ‘Trumrap’ 시리즈는 익스에이러x스케리피의 필살기 같은 시리즈로 계속될 것만 같다. 이번 ‘Trumrap’에서는 피쳐링진들을 썼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S : ‘Trumrap’은 오디오 트랙으로도 정말 멋있는 곡이지만 공연장에서 공연을 했을 때 빛이 나는 트랙이다. 항상 이 트랙이 나오면 관객들이 열광을 한다. 이미 부산에서는 익스에이러 공연에 ‘Trumrap’을 보기 위해서 오는 관객이 있을 정도다. 그 만큼 정말 현란한 무대를 연출한다.
내가 먼저 이 앨범에서 ‘Trumrap pt.2’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원래 ‘Trumrap’은 솔로 랩으로 가득 찬 트랙이지만 이번 ‘Trumrap pt.2’는 정말 뛰어난 래퍼들과 콜라보를 해보고 싶었다. Hook없이 그냥 미친 듯이 랩을 다 쏟아 부을 수 있는 그런 래퍼들을 찾던 끝에 저스디스(Justhis)와 넉살이 생각났고, 다행히 우리가 생각한대로 미친 트랙이 완성 될 수 있었다.
E : 피쳐링을 염두하고 예전부터 꼭 작업하고 싶던 저스디스를 먼저 떠올렸다. 때마침 저스디스도 내 전작인 [Set My Mind Free]를 좋게 들어서 내심 작업을 기대하고 있던 중이었다고 했다. 근데 내가 ‘Trumrap pt.2’를 녹음 한걸 듣고 좀 실망했다는 말과 이런 배틀랩 보다는 더 좋은 뭔가를 같이 하고 싶다고 하더라. 작업을 계속 진행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아졌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머리 굴려서 쓰기보다 맘속에 응어리진 것들이 터져 나오는 가사를 좋아하고, 그런 것들을 추구하는데 좋게 짜내기 위해 애써 꾸미고 있으니 오히려 수렁 속에 빠진 느낌이었다. 여태 쓴 가사도 껍데기 같이 느껴졌다. 여튼 그 후 스캐리피형과 상의를 한 후 음악적으로 구현해보고 싶은 게 있다 하여서 계속 진행을 했고, 지금 와서 보면 나쁘지는 않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힙플 : ‘아직 나를 담기조차 벅차기에 남 얘긴 못한다고 고백을 해’라는 대목이 인상 깊다. 랩 소재의 스펙트럼은 랩퍼의 위치와 경험에 따라 온다고 생각하는 건가?
E : 물론이다. 열심히 살아야 쓸 얘기가 많고 좋은 음악 나온다고 본다. 자기 서사능력은 래퍼의 베이스라고 생각한다. 아직 나를 담기조차 벅차다는 의미는 Flow와 Rhyme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정확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부분이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그러한 부분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제법 잘해왔다고 생각한다.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건 상당한 재능이 요구되는 것 같다. 보편화된 단어로 간결하게 가사를 쓰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난 몇 가지 추상화된 단어로 미묘한 감정을 담아내는 것과 직설적으로 내가 처한 상황을 묘사하는 건 잘하는데 앞서 말한 부분은 약한 것 같다. 또 사회적 이슈를 다루기에는 문제의식이 있는 반면 그걸 뒷받침 해줄 근거가 아직은 모자라 다고 생각한다.
힙플 : ‘Feel So Blessed’에선 ‘관심종자 사절’이라며 심바자와디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당시의 사건을 어떻게 지켜봤나?
E : 평소 관심종자를 싫어한다.
힙플 :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S : 익스에이러와 또 다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직 뭐다라고 확실히 말할 수는 없는 앨범이지만 이미 비트작업은 한달 전부터 진행해왔다. 그리고 친한 프로듀서 동생과 함께 2 Producer 1 Vocal 앨범도 진행 중이다. 여자보컬인데 진짜 기대해도 좋다. 물론 최소 2달에 한번씩은 내 싱글도 발매할 계획이다. 작년에 동생들 작업과 외부작업 때문에 내 개인 작업을 거의 쉬었다. 올해는 쉬지 않고 하는 게 나의 큰 목표다. 아 참, 크림빌라도 진짜 멋진 거 준비 중이고 멋진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팀도 만들었다. 조만간 이 팀에 관해 새로운 소식을 전달할 예정이다. 아무튼 올해 너무 많은 트랙들이 나올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 드린다.
E: 다양한 뮤지션들과 작업해보고 싶다. 앞서 스캐리피형이 말했듯 계속 같이 할거고 크림빌라도 후속작을 준비 중이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인터뷰 | 차예준 (HIPHOPPLAYA.COM)
익스에이러
| https://twitter.com/… | https://www.instagram.com/…
스캐리피
| https://twitter.com/… | https://www.instagram.com/…
2 Comments 유니즈
2016-03-17 02:30:11
앨범 잘들었어요 진짜
조영일
2016-04-12 21:04:15
저도 앨범 잘 듣고있습니다
via https://hiphopplaya.com/g2/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14871&page=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