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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플레이야인터뷰 라임어택 NBA : Never Been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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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어택 | NBA : Never Been Artist

 힙플

13

 20127 2015-06-22 19:46:04

HIPHOPPLAYA(이하 힙플) : 노이즈맙(Noise Mob) 이후로 커리어 공백이 길었다. 어떻게 지냈나 스탠다트(Standart Music Group)와 결별한 이야기를 포함해서…

RHYME-A- (이하 람) : 노이즈맙의 데뷔 음반이 2012년 4월에 나왔으니 벌써 3년이 지났다. [M.O.B] 발표 후 노이즈맙으로서 공연 및 행사로 많은 활동을 해왔고, 중간에 나의 싱글 프로젝트인 [Project R]도 발표했었다. 불한당으로서의 작품 활동도 해왔다. 라임어택 개인으로서의 정규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을 뿐, 꾸준히 뭔가를 해오긴 해왔던 거다. 그러다가 2013년부터 커리어 공백이라면 공백이 시작된 것 같다. 스탠다트 뮤직그룹에서의 문제로 인해 그 공백이 시작됐다고 봐야할 것 같고, 그 이후에 실질적으로 내가 [NBA]를 작업하기 시작하면서 [NBA] 이외의 외부 작업을 아무 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길어졌다. [NBA]를 시작하기 전, 그리고 [NBA]를 작업하면서 너무나 힘들었고 또 힘들었다. 생각이 많았고, 우울증과 편두통이 나를 괴롭혔다. 사람들과 연락을 잘 하지 않던 시기도 있었고… 사실 그런 힘들었던 시간들이 [NBA]를 만들도록 나에게 강요하는 것만 같았다. ‘넌 아티스트로서 타고났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겪는 거야’라고 속삭였고, 실제로 나는 내가 아티스트로서 타고난 줄 알았기 때문에 [NBA]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힙플 : 그 사이에 얼마 전, 프레쉬에비뉴(Fresh Avenue)의 소울컴퍼니(Soul Company) 추억파괴 디스가 있었다. 어떻게 지켜봤나?

람 : 슬펐다. 그리고, 해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던 당시로 시간을 돌려보면 나도 해체를 간절히막고 싶었던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전까지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그때 2년 정도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회사 생활과 [Hommage] 음반 준비로 너무 바빴거든. 그래서 동생들이나 동료들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고, 소울컴퍼니에 대해서는 그저 즐거운 면만 봐왔던 것 같다.


힙플 : 딱히 정치적으로 엮인 건 아니었겠군.

람 : 나는 그런 걸 전혀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 그런데 어쨌든, 그런 이야기가 나왔고 그 상황에서 ‘우리 그래도 계속 함께 했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너무나도 하고 싶었고 말리고 싶었지만, 실제로는 당시에 별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다. 그건 내가 그 상황을 인지했을 때, 이미 동료들이 그런 생각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 지가 헤아려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예감했기 때문에 굳이 나서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지금은 소울컴퍼니가 없어지고, 각자 자신의 노선대로 음악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 곡(‘Soul Mood Faker’)이 발표됐고, 그 곡을 들었을 때… 그런 건 있었다. 내 기억으로 ‘누군가는 했어야만 하는 이야기’라는 식의 코멘트가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사실은 거기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힘들었다. ‘했어야만 한다…?’ 그거는 잘 모르겠더라. ‘할 수도 있지’만 ‘꼭 했어야만 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던 거겠지. 특히나, 키비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예상되기도 했고…



힙플 : 이번 앨범 얼마나 오랫동안 준비했나?

람 : 처음으로 구상한 건 2013년 이맘때 인 것 같다. 본격적으로 작업에 돌입한기 시작한 것이 작년 4~5월 정도, 거의 1년 간 작업해온 셈이지


힙플 : 앨범의 아트워크부터 트랙리스트만 보더라도 의미심장한 앨범이다. 먼저, 아트워크의 컨셉이 궁금하다.

람 : 음... 후에 설명하겠지만, 사실 아트워크는 음반을 진행하면서 그 콘셉트가 크게 바뀌었다. 결국 그렇게 바뀌어서 완성된 현재의 아트워크는 ‘평범한 아기’이다. 그 어떤 특별함이나 비범함도 찾아볼 수 없는 아기. 그리고 이 아기는 ‘나(라임어택)’ 자신을 상징하기도 한다.


힙플 : 비기, 나스, 드레이크 등 아이코닉한 아트워크들이 이 앨범에도 어떤 영향을 미쳤나?

람 : 비기의 그것들을 많이 차용했다. 아기가 등장하는 아트워크라든지, ‘Born Again’, ‘Ready to Die’와 같은 곡들의 제목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번 음반을 통해 한 아티스트의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삶을 조명한다. 안타깝게도 그 아티스트는 나 자신이고. 그런데 공교롭게도 비기의 음반들에는 그런 이야기를 담아내기에 적절한 소스들이 많았다. 자연스레 떠올릴 수 밖에 없었지.


힙플 : 이번 앨범, 명확한 흐름 안에서 감정들이 다양하다. 앨범을 만들면서의 정서랄까?

람 : 음반 안에는 ‘#OAO’나 ‘Background Music’ 같은 다소 밝은 분위기의 곡들도 더러 있지만, 음반을 작업하면서의 주된 감정은 외로움과 우울함이었다. 실제로 힘들고 우울한 상태에서 음반 작업을 시작했고, 우울한 상태에서 마무리되었다. 특히나 마스터링을 앞두고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듣는데, ‘내 음반이 이렇게 우울했었나’ 싶을 정도였다.


힙플 : ‘Born Again’에서 ‘NBA’로 이어지는 구간은 비장미가 살아있다. 비범한 천재의 탄생비화를 본 것만 같은…

람 : 탄생 비화까지야… 뭐 그렇게 느꼈다면 고맙다. 실제로 초반부의 곡들을 작업할 때만 해도, 난 내가 아티스트로서 타고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힙플 : ‘Born Again’의 가사는 특히나 은유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은데, 공백기를 청산하는 과정으로 읽히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한다.

람 : ‘Born Again’은 크게 두 가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바로 탄생과 재탄생인데, 여기서 말하는 탄생은 실제로 나의 출생을 의미하고, 재탄생은 질문에서 나온 것처럼 [NBA]를 준비하며 생겼던 공백기를 깨고 새로운 작품을 들고서 씬으로 다시 복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공백기, 혹은 출생 전의 내 모습과 생각을 동면 중인 나, 태아 상태의 나로 각각 비유한 것이다. 가사 안에 등장하는 겨울이라는 특정 시점이나 겨울잠 등이 일종의 공백기, 휴면기를 의미하는가 하면, 양수에 둘러싸여있는 태아라든가,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가 아래쪽으로 향하게 되는 내용 등을 통해 탄생이 가까워가는 나를 그려냈다. 아주 작은 점에 불과했던 내가 ‘나는 무엇을 위해 생겨났는가?’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고, 본능적으로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알아차린 뒤, 결국 어머니의 뱃속을 빠져 나와 환한 빛에 휩싸이게 된다. 비로소 태어난 것이다. 가사의 말미에 나오는 ‘눈부신 빛’은 그 동안 나를 기다렸던 팬들의 화답이자, 분만실의 조명인 것이다.


힙플 : 타이틀곡을 NBA로 선정한 의도가 있을 것 같다.

람 :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음반 작업의 초기에 결정했던 내용이고, 그래서 음반의 제목과도 동일하게 작업했었다. 물론 그 당시엔 ‘Headache’부터 ‘Realize / Epilogue’로 이르는 후반부의 곡들이 지금처럼 바뀌어버리기 전이었고, [NBA]가 이런 음반이 될 줄 꿈에도 생각 못했었지.


힙플 : 앨범의 흐름이 진행될수록 타이틀곡 ‘NBA’를 비롯한 전반부 곡들에 설득력이 생긴다. 앨범의 흐름을 짜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나?

람 :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하나의 음반을 작업한다는 것은, 하나의 곡을 작업하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그리고 그건 내가 발표했던 첫 음반인 [Story At Night]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나는 음반이 가지는 이야기와 흐름, 그리고 음반을 구성하는 각 곡들이 가지는 이야기와 가사에 큰 공을 들인다.

음반의 흐름이 진행될수록 전반부 곡들에 설득력이 생긴다고 했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실은 처음 의도대로 음반 작업이 진행됐다면 지금과 같은 감상은 절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후반부 트랙들에서 하려는 이야기가 처음과 달라졌기 때문이다. 내가 다르게 그리고자 해서 바꾼 게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달라진 것이다. 이 또한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기구한 것 같다.


힙플 : 스타일이 바뀌었다. 먹통 붐뱁을 벗어난 건, 이미 ‘혼자라고 느낄 때’ 부터 계속 시도했지만, 이번 앨범은 좀 다른 차원인 것 같다. 스타일 변화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있다.

람 : 그렇게 느끼는 게 당연하다. 나는 [NBA]를 통해서 다른 것을 했다. 내가 하지 않았던 것, 하지만 하고 싶었던 것. 나의 데뷔 때부터 노이즈맙을 거쳐 불한당까지의 행보를 봐온 사람들이라면 의아할 것이다. 1집 음반 [Hommage]를 발표하고 나서 한 인터뷰에서도 이야기를 했던 것 같 같은, 2009년으로 돌아가보면 나는 [NBA]를 작업할 때와는 다른 종류의 압박을 내게 스스로 심었고, 그에 따라 음반을 만들었었다.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그 압박이란 건, ‘오직 나만이 이런 것을 할 수 있고, 또 나이기 때문에 이런 것을 해야만 한다. 였다. 그게 바로 붐뱁이었고, 나는 그대로 [Hommage]를 만들었다. 붐뱁이란 건 나한테는 언제까지나 ‘(나의)처음’ 또는 ‘힙합’으로 기억될 만한 것이다. 단순한 장르나 바이브를 넘어선 어떤 것이라는 거다. 그런 생각과 일종의 사명감으로 [Hommage]를 발표했고, 우습게도 그 이후에 처음으로 발표한 나의 작품은 [혼자라고 느낄 때]였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생각컨데 나는 완전한 90년대의 아이였다. 그게 힙합으로서의 의미이든, 그냥 임형래라는 한 사람으로서의 의미이든지 말이다. Real 90’s kid, 아직도 어린시절이었던 90년대를 돌이켜보면 무척이나 행복한 기억들이 많다. 그리고 나는 나의 청소년기를, 대한민국에서, 90년대를 살았던 것에 대해 굉장히 감사하고 일종의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즐겨 들었던 음악들, 그것이 힙합이었든 가요였든지, 혹은 내가 즐겨 했던 놀이들, 함께 했던 친구들, 인천이라는 도시와 그 당시 나를 둘러싼 그 모든 문화들.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Hommage]를 발표한 뒤에 나는 한껏 가벼워진 느낌을 받았다. ‘마침내 해냈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나는 내가 강박적으로 가져왔던 붐뱁에 대한 애정에서 조금 벗어나, 내가 재미있게 생각해왔던, 혹은 해보고 싶었던 작업을 하고 싶었다. [혼자라고 느낄 때]는 그 첫 번째 산물이었던 것이다. 앞서 내가 90년대 아이라고 했는데, 그 당시 우리나라 가요는 양적으로, 질적으로 정말 엄청난 성장을 거두었었다. 나도 여느 아이들처럼 에이치오티와 젝스키스를 비교했었고, 핑클과 에스이에스를 저울질했으며, 솔리드와 김건모에 열광했고 룰라나 유승준의 춤을 따라 추곤 했었다. 특히나 나는 랩에 지금과 같은 애정을 가지기 전인 그 당시에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고 즐겼는데(지금까지도 그렇지만), 그러한 나의 성향이 자연스럽게 [혼자라고 느낄 때]를 만들어냈다. 2012년에 나온 나의 다른 작품들인 [질투 나잖아]나 [웃어봐]와 같은 것들 것 마찬가지다. 가장 크게 생각했던 건 ‘신나는 노래를 만들고 직접 부르고 싶다’였다. 어렸을 때 나는 특히나 솔리드의 광신도였는데, [질투 나잖아]를 처음에 만들 때 솔리드의 ‘천생연분’ 같은 곡들을 만들고 싶었었다.

이번 음반 [NBA]를 보면, 대체적으로 미니멀한 사운드의 곡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위에 랩을 얹어냈다. 기본적으로는, 랩이나 음악적으로 드레이크(Drake)를 닮고 싶어했었다. 왜냐하면 붐뱀에서 벗어난 내가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이 그의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So Far Gone], [Take Care], [Thank Me Later]를 제일 많이 들었는데, 아직까지도 즐겨 듣고 있는 음반들이다(아마도 나스의 일매릭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들은). 드레이크가 보여줬던 노래와 랩, 그리고 장르는 아우르는 음악적인 역량에 반했고, 멜로디를 만들고 그걸 직접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그런 걸 만들고 싶었다.

물론 사람들이 라임어택이라는 아티스트에게 무엇을 바라는 지, 내가 어떤 것을 할 때 좋아하는지를 알고는 있지만, 나는 항상 내가 좋아하고, 내가 나로부터 듣고 싶어하는 것을 해왔고, 앞으로도 하고 싶다.


힙플 : 랫칫이나 트랩처럼 주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소스에 얹은 가사 치고는 가사들이 무거운 편이다. 처음엔 몰랐지만, 들을수록 오묘한데.. 혹시 의도된 바가 있나?

람 : 의도라기보다는 일단 음반 자체가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저 주제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서 가사를 썼을 뿐이다. 일례로 ‘#OAO’나 ‘Background Music’은 무거운 가사가 아니지 않나.


힙플 : 한편으로는 프로듀싱이 조악하다는 평 역시 많다. 앨범 전체가 셀프 프로듀싱이어야만 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

람 : 첫 번째로 ‘이건 완벽한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모든 걸 내가 만들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음반을 구상하던 당시에 나 자신에게 했던 이야기인데, 이 생각이 너무 커져서 ‘곡을 받아서 한다’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두 번째로, ‘내가 듣고 싶은 대로 만든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어찌 보면 고집인 셈인데, 내가 프로듀싱을 한다는 건 곧 ‘내가 듣고 싶은 대로 만들고 마감한다’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의도를 표현함에 있어서 내가 직접 만드는 것이 가장 나을 거라는 판단도 있었다.

세 번째로, ‘이 또한 나다, 솔직한 나’라는 생각이 있었다. 음반 작업을 진행하면서, 주위의 몇몇 동료 아티스트들에게 내가 쓴 곡들을 들려준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는 ‘아쉽다’라는 말들이었다. 사실 처음에 내가 모든 곡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 자신감이 있었다. 어이없게도, 뭔가 막연하게, 그냥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야말로 ‘근자감’이었다. 동료 아티스트들의 평가는 정확했고, 나는 점차 의기소침해졌다. 그러나 점차 반대로 ‘이게 지금 내가 가진 역량의 전부다. 높든지 높지 않든지, 이 또한 그대로 보여줘야 할 것 같다. 이 음반은 내 자신에게 솔직해야 하는 음반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생각이 옳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주변의 멋진 프로듀서들과 세션들의 참여를 배제하고서, 내가 마무리해낸 것이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나는 내가 써낸 곡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좋아한다. 가장 큰 이유는 내 의도를 명확하게, 아쉬움 없이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이건 내 성격 상의 문제이기도 한데, 만약 [NBA]의 곡들을 전세계 유수의 프로듀서들로부터 받았다고 하더라도, 나에겐 아쉬움이나 마음 속 한 구석에 찜찜함이 남았을 것이다.


힙플 : 프로듀싱을 둘러싼 혹평들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람 : 나도 사람인지라 그런 혹평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어떤 날엔가는 ‘아니, 그렇게 못 들어줄 정도야?’라는 생각까지도 했으니까. 하지만 부족함을 인정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음악이기에, 음악적으로 평가 받는 것이니까. ‘자, 여러분! 전곡 제가 모두 만들었으니까 퀄리티 여하를 막론하고 해냈다는 것 그 자체에 박수 쳐주세요!’하지는 않는다.


힙플 : 반면, 말했듯이 간결한 프로덕션덕분에 랩이나 가사의 서사에 몰입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람 : 그렇게 바라봐 준다면 고맙다. 실제로 몇몇 곡은 ‘랩을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곡’이라는 생각으로 작업하기도 했다.


힙플 : 클래식이라고 불리는 앨범들을 소포모어 없이 이미 몇 개나 만들어낸 랩퍼다. 유독, 이 앨범에서 소포모어를 의식한 이유가 있나?

람 : 아무래도 첫 번째 싱글컷인 [Sophomore] 때문에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그에 대한 생각은 곡 후반부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실 맨 처음 [Sophomore]라는 주제에 대해 떠올렸을 때에는 나 스스로 크게 그에 동요되거나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작업을 진행하면 할수록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던 그 단어가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전체 프로듀싱을 내가 맡아서 했다는 것도 그러한 위기를 느끼게 하는 데에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그리고 거듭 말하는 것 같지만, 음반 작업 초반에만 하더라도, 나는 내가 진짜 타고난 아티스트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소포모어’라는 것에 대해 필연적으로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NBA]는 나의 솔로로서 ‘두 번째’ 작품이 아닌가.


힙플 : ‘Autonomic Reflex’에서 랩은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행위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번 앨범은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들었다.

람 : 음반 작업을 진행하면서 맞딱뜨리게 된 몇 가지 어려움들이 처음과는 전혀 다른 의도로 [NBA]를 바꾸어놓았고, 그 중 하나가 바로 ‘모든 게 어렵다’고 느끼게 된 것이었다. 물론 ‘Autonomic Reflex’를 작업할 그 때만 하더라도, 그 ‘어려움’이 표면적으로 크게 드러나지는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작업을 진행하면 할수록, 그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어려웠다. 곡을 만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고, 가사를 쓰는 것이나 녹음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몇 번이나 녹음에 실패해서 아무 소득도 없이 집에 돌아가거나, 며칠 동안 단 한 줄의 가사도 쓰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시간들이 많았다. 내가 타고났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에 대해 스스로 의구심을 가지게 되는 순간들이었다. 결국 음반의 후반부를 작업하는 내내 내 스스로 나에게 ‘야, 너는 네가 아티스트로서 타고났다고 생각해서는 이 음반을 시작했으면서, 이게 뭐냐? 뭐든 뚝딱 해버려야 하는 거 아냐? 사실은 스스로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거 아냐? 타고난 재능이든 뭐든 좆도 없으면서 단지 오래 해왔다는 이유만으로’라고 끊임없이 묻게 되었고, 그 결과 후반부 곡들의 내용이 바뀌거나 추가된 것이다.

    • 본 음반 [NBA]는 후반 몇 개의 일정을 제외하고는, 1번 트랙부터 14번 트랙까지 거의 트랙 순서대로 작업되었다고 한다.


힙플 : ‘Real Recognize Real’은 스피킹 트럼펫과 함께했다. 이 곡의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람 : 2012년에 노이즈맙의 데뷔음반 [M.O.B]를 발표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절친한 동료 아티스트인 수다쟁이(Suda) 허클베리피(Huckleberry P)의 팀인 겟백커스(Get Backers)의 음반이 발표되었고. 평소에 워낙 친했고 서로의 음악을 존중하던 차에 뭔가 함께 일을 벌이면 좋을 것 같았고, 결국 네 명이 의기투합해서 ‘Real Recognize Real’라는 이름으로 대구와 부산, 서울에서 음반 발매 기념 합동 콘서트를 진행했었다.

그 당시에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에너지나, 우리가 모두 모였을 때의 시너지라는 것이 실로 너무도 대단한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 때부터 이 멤버들로 ‘Real Recognize Real’이라는 곡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NBA]를 구상하기도 전에 말이다. 엄연히 따지자면 이건 스피킹 트럼펫이라기 보다는 소위 ‘Real Recognize Real’ 멤버들끼리의 컬래버레이션이다.


힙플 : 작년 ‘난장이’에서의 벌스나 ‘Real Recognize Real’, ‘Autonomic Reflex’의 가사를 들여다보면,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힙합 씬과는 은연 중에 선을 긋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실제로 새로운 랩퍼들과의 호흡이 없는 것도 의혹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람 : 음… 이 질문은 새로운 래퍼들과의 교류에 초점을 맞추어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간단하게 말하면, 나는 정말 필요한 때에, 필요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을 하고 싶을 뿐이다. 어떤 한 아티스트의 인지도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가 교류하는 데 있어서의 메리트로 작용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또한 [NBA]의 경우 단순한 음반이 아닌 나 자신이고, 따라서 나를 이해할 수 있고, 또 내가 믿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아티스트들과만 함께 하고 싶었다.


힙플 : 그럼에도 이 앨범에 참여한 생소한 루키, 어뮤즈 더 래빗(Amuse the Rabbit)에 대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다.

람 : 어뮤즈 더 래빗은 [NBA]를 통해서 처음 자신의 랩을 선보이는 여성 아티스트이다. 이 친구는 내가 실용 음악 학원에서 랩 관련 수업을 하던 시절에 학생으로 처음 만났다. 사실 상 내가 멘토인 셈이다. 긴 시간 착실히, 또 열심히 연습해왔고, 고맙게도 내 가르침대로 잘 따라와주었기 때문에 나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참여한 곡의 제목대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다른 것보다 나는 이 친구가 생각해내는 주제와, 그 주제를 가사로 풀어내는 능력에 주목해왔는데, 아무래도 조금 뻔한 주제일 수도 있는 참여곡 ‘Potential’ 보다는 온전히 자기 이야기를 들려줄 곡들에서 그 능력을 더욱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등단을 시킨 만큼 이후 활동에 있어서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생각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사실 어뮤즈 더 래빗이라는 이름도 만든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NBA]의 참여와 앞으로의 활동을 위해서는 어쨌든 이름이 필요했으니까.


힙플 : 이번 앨범의 테마가 ‘아티스트로 태어났기에 가능한, 아티스트로 태어났기에 겪어야만 하는 것들’이라고. ‘#OAO’나 ‘Background Music’는 어떤 의미였나?

람 : 두 곡 모두 ‘타고난 아티스트로서의 사랑’에서부터 출발한 곡들이다. ‘#OAO’는 내 실제 이야기이기도 한데, ‘아티스트로서 타고났다면 조금 진부할지언정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도 한 번 쯤은 음악을 통해 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으로 만든 것이다. 또한 ‘Background Music’을 통해서는 ‘난 아티스트로서 타고났기 때문에 사랑을 나누는 그 순간 조차도 음악이 필요하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힙플 : 멜로디에 집중했다는 점 때문일까, 어떤 부분에선 드레이크가 연상되기도 했다.

람 : 글쎄… 사실 앞서 말한 두 곡에서 드레이크를 찾는 다는 건… 아! 당연히 찾을 수 있다. ‘Background Music’에서 의도적으로 드레이크의 가사를 인용한 부분이 있다. ‘Best I Ever Had’와 ‘Make Me Proud’에 나오는 가사들을 엮어서 쓴 부분이 있는데 일부러 목소리와 멜로디도 비슷하게 만들어서 표현했다. 하지만 그 외에 멜로디에 집중한 어떠한 부분이 드레이크를 연상시켰는지는 의문이다. ‘#OAO’같은 곡에서 드레이크를 찾는 건 어불성설일 것이고, ‘Background Music’의 경우도 프리훅과 훅 전체가 노래이긴 하지만, 위에서 말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창법이나 멜로디 라인 그 어떤 것도 드레이크를 연상시킬 수 있을만한 부분은 없다. 왜냐하면 난 이 두 곡을 힙합으로 생각하고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Background Music’의 경우는 더더욱 그런데, 난 알앤비 트랙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Background Music’을 만들었다. 오히려 내가 드레이크를 생각하며 만든 트랙들은 ‘Sophomore’, ‘Real Recognize Real’, 그리고 ‘Headache’였다.



힙플 : ‘Realize’와 ‘20130802’의 에피소드는 이번 앨범의 중요한 발단이다. 그때를 회상하면 어떤 기분인가?

람 : 이 음반 [NBA]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주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창피하지만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나는 그날을 생각하면 그 생각만으로도 아직도 울컥하고 눈물이 난다. 나스는 나의 아이돌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고. 그런 그를 만난 것이다(본 것이다라고 표현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나스의 공연 전, 나는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그를 보기 위해 이미 앞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새치기하듯 뚫고 앞 자리로 나아갔었고, 그가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내고 랩을 하기 시작했을 땐 정말 미친 놈처럼 소리를 질렀었다. 모든 모습을 두 눈에다 직접 담고 싶어서 핸드폰을 꺼낼 생각도 하지 못했었고, 정말 목이 터져라 모든 노래를 따라 불렀었다. 중간에 아주 잠시 눈을 감아봤는데, 꿈인지 생시인지 헛갈렸다. 다시 눈을 뜨면 나스가 내 앞에서 랩을 하고 있었다. 눈물이 날 수 밖에 없었고, 단언컨대, 33년을 살던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는 쉽사리 무대 앞을 뜰 수가 없었다. 또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쉽고 너무 아쉽고 또 너무 아쉬웠다. 차라리 아예 안 봤으면 모르겠는데, 보고 나니 정말 너무나도 다시 보고 싶더라.

여담으로, ‘20130802’와 ‘Realize / Epilogue’에 삽입된 당시의 현장음은 메익센스(Makesense)에 의해 촬영된 동영상으로 가능할 수 있었고, 두 트랙에서 내 목소리와 이센스(E Sens)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다. ‘20130802’에서 나스의 멘트에 가장 큰 목소리로 “이예에에에~”라고 외치는 게 이센스고, ‘Realize / Epilogue’의 벌스1이 끝난 후 브레이크 부분에서 나스의 드럼 연주 중 중간에 “하하하”하고 웃는 게 나다. 나스가 의외로 드럼을 잘 쳐서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힙플 : ‘Focus on Me’에서 묘사한, 무대에서 내려올 때의 심정은 어떤가?

람 : 음…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를 기다려왔을지, 혹은 내가 아닌 다른 아티스트를 기다려왔을지 모르는 수많은 팬들을 뒤로 하고 난 무대에서 내려온다. 내가 채웠던 무대는 내가 아닌 다른 아티스트가 채울 것이고, 내가 받았던 조명과 환호는 이제는 내가 아닌 다른 아티스트가 받게 될 것이다. 내가 무대에서 내려온 순간, 난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가 없고,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된다. 그리고 나를 대체하거나, 나보다 더 큰 환호를 받을 그 ‘누군가’들은 무수히 많다.

밤이 늦을 때 즈음 해서 공연장에서 나오면, 나는 집에 갈 걱정을 해야만 한다. 행여나 버스가 끊기지 않기를 바라야 하고, 그나마 버스가 남아있다면 앉아서 가야 할 생각에 집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버스를 타러 가야만 한다. 그렇게 더 멀리 가서는 결국에 버스를 타고, 남아있는 자리에 아무렇게나 엉덩이를 뉘이면 그때가 되어서야 내가 섰던 무대가 생각난다. 공연장을 찾은 수많은 팬들, 내가 저질렀던 실수, 맞고 있기엔 뜨거웠던 조명이나 몇 번이고 훔쳐냈던 땀. 그리고 속으로 ‘ㅋㅋㅋ’ 한 번 하고는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지워진다.

나는 언젠가부터 ‘내가 만약 무대에 섰을 때, 그 모습이 스스로 멋지게 느껴지지 않거나, 관객들에게 멋지게 보이지 않는다면, 이걸 그만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초대받지 않은 식사에 억지로 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나는 그게 무엇이든, 음악이 아닌 다른 것을 더 열심히 하고 있을 것 같다.


힙플 : ‘NBA’라는 정체성이 ‘Ready To Die’에서 결국 완전히 무너져버린다.

람 : 맞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나 자신과 내 주변 사람들, 또 팬들을 속이긴 싫었다.


힙플 : 실제로 ‘Headache’에서부터 이어지는 구간은 나스와의 만남 이후의 정서들인 것 같다. ‘Headache’부터 ‘Ready to Die’로 이어지는 구간에 대해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람 : 음… 정확히는 나스와의 만남이 처음부터(음반 작업을 시작했던) ‘Headache’로부터 시작되는 후반부 트랙들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방향을 바꾸어버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NBA]를 구상하고 시작하는 데에 있어서 그 어떤 계기가 된 것이지.

자세히 이야기를 해보자면, 그날(나스와 만난 날) 이후의 나는 굉장히 복잡한 심정이었다. 다양한 감정들이 혼재해있었는데, 가장 큰 것은 일종의 자괴감이었다. 작업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일체의 공연활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끝도 없이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러던 와중 문득 든 생각은 ‘아 나 또한 타고난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이런 생각들이나 고민을 하는 것이다’였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음반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약 1년 여간 작업을 진행했다. 트랙의 순서대로. 그런데 음반 작업을 진행하며 수많은 어려움에 부딪혔고, 그 속에서 남아있던 후반부 트랙들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남아있던 곡들의 주제와 내용을 바꾸거나 추가하였다. 내가 타고난 아티스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뒤였기에, 원래 하려던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Headache’로부터 시작되는 후반부 트랙들은, 원래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자 했었다.

10. Headache - 타고난 아티스트가 가진 아킬레스 11. Focus on Me - 타고난 아티스트의 무대 증후군 12. Ready to Die - 마지막 순간에 다시금 돌아본 타고난 아티스트로서의 인생

결국 최종적으로는 원래 하려고 했던 이야기가 기본 틀로써 자리한 채, ‘내가 타고난 아티스트가 아닐 수도 있다 혹은 아니다’를 암시하는 핵심 내용이 추가된 것이다. 감상에 있어서 집중해야 하는 포인트가 바뀐 것이지.


힙플 : 스스로 타고난 아티스트가 아니라는걸 의식하고 받아들인 건, 정확히 언제부터였나? ‘NBA’라는 타이틀을 ‘Natural Born Artist’의 의미로 올해 초부터 사용했고, ‘Headache’의 마지막 구절에서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한 걸 생각하면, 나스와의 만남만이 이유가 된 건 아닌 것 같은데

‘천장이 자꾸만 내려와 말도 안 돼, 난 피곤하거나 컨디션이 조금 나쁜 것뿐 속삭이네, "넌 아니니까 이제 내려놔" 헛소리 마, 난 여느 때처럼 머리가 조금 아픈 것뿐’ - Headache


람 :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후반부 트랙들에 대한 작업을 남겨놓은 상태에서였다. 그리고 그 시점 즈음 해서, 내 안에서는 이미 음반의 제목인 [NBA]가 의미하는 바 또한 ‘Natural Born Artist’에서 ‘Never Been Artist’로 바뀌어 있었다.


힙플 : 만약 앨범의 방향이 바뀌지 않았다면, 이 앨범은 어떻게 마무리 될 예정이었나?

람 : 음반의 방향이 바뀌기 전에는 현재의 ‘20130802’라는 인터루드는 없었고, 그게 [NBA]의 마지막 곡의 제목이었다. 당연히 ‘Realize / Epilogue’라는 트랙은 아예 없었지. 원래의 마지막 곡인 ‘20130802’라는 제목의 트랙에는 단순히 나스를 본 날에 대한 감상을 쓸 생각이었다. 쉽게 말하면 본래 트랙 리스트는 ‘Ready to Die’ 다음에 ‘20130802’(인터루드가 아닌 완곡)로 끝이었다. 그런데 방향이 바뀌면서, ‘20130802’는 인터루드로 바뀌었고, 본래 쓰려던 내용을 ‘Realize / Epilogue’에 담아낸 것이다. 물론 내용을 바꾸고 추가해서 말이다.


힙플 : ‘Realize / Epilogue’는 단연 이 앨범의 백미다. ‘Epilogue’가 진정한 마지막 곡이겠지. 씁쓸한 마무리다.

람 : 역시 창피한 이야기지만, 이 트랙 때문에 많이 울었다. 나스라는 아티스트가 나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그날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었는지, 그 후로 내가 어떤 어려움을 겪었고, 그 안에서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쉽게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참고로 나는 되게 이성적으로 사고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서, 인간이 어떠한 결정적인 사건으로 인해 거대한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 것들에 대해서 ‘저건 다 꾸며내거나 연기하는 거지, 이해할 수 없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거든. 2013년 8월 2일은 정말 나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힙플 : 이 구절은 확실히 은퇴의 메시지로 읽힐 수도 있다. 실제로 분위기가 라임어택 은퇴설이 돌고 있는 와중이니. 어떻게 생각하나.

‘ ‘최고가 되어야만 하는 래퍼들의 숙명 나도 한땐 그 한가운데에 있었지, 분명 이제 난 빠질게 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더이상 나를 속일 순 없어, 너무 숨 막히네’ – Realize / Epilogue


람 : [NBA]가 발표된 지 한 달여가 지나가고 있구나. 기분 상, 굉장히 오래 전에 발표한 것 같은 기분이다. 그 동안 수시로 생각들이 변했고 지금도 변하고 있지만, 아직은 해보고 싶은 것들이 남아있다.



힙플 : 호불호가 갈린 앨범이다. 피드백을 살펴보니, 진정성 자체로 인정받거나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는 반응, 각양각색이더라.

람 : 좋게 들은 사람에겐 좋은 작품일 거고, 좋지 않게 들은 사람에겐 좋지 않은 작품이겠지. 어느 것 하나 이해시키거나 강요하기 싫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NBA]는 나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클래식이다.


힙플 : 라임어택을 모르는 이들에겐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앨범일 것도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이지 않나.

람 : 나는 항상 내가 나로부터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든다. 나를 알건, 나를 모르건, 들어줄 사람들을 고려하면서 만들지 않는다는 말이다. 왜 내가 음악을 만들 때 그런 걸 신경 써야 하나?


힙플 : 이번 앨범으로 어떤 감정들은 완전히 해소되었을 것 같은데, 아직 남아 있는 게 있나?

람 : 매번 음반을 발표할 때마다 느끼는 ‘왜 조금 더 잘 하지 못했나’라는 아쉬움을 빼면 없다. 아마도 이러한 아쉬움은 죽을 때까지 채워지지 않지 않을까? 남은 게 있다면, 어쨌든 계속 해나가게 될 새로운 도전과 창작일 것이다.


힙플 : 이후의 작품들은 어떤 이야기들이 될지 굉장히 궁금하다.

람 : 음… 여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힙플 : 긴 인터뷰 미안하고 고맙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람 : 이 자리를 빌어 [NBA]를 위해 고생해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우선 거의 함께 [NBA]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팩토리 보이(FACTORY BOi)의 페임제이(FAME-J), 손수 멋진 아트워크를 그려준 상아, [Sophomore], [Background Music] 싱글컷의 아트워크와 함께 [NBA]의 아트워크까지 제작, 마감해준 진왕이(Jinwang), 전작들을 포함해서, 마스터링에 신경 써주신 소닉 코리아(Sonic Korea)의 전훈 부장님(Big Boom), 함께 멋진 트랙들 완성해준 수다쟁이(Suda), 허클베리피(Huckleberry P), 마이노스(Minos), 샛별이(Satbyeol), 어뮤즈 더 래빗(Amuse the Rabbit), 마지막으로 내 음악을 들어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또 고맙다.


인터뷰 l 차예준(HIPHOPPLAYA.COM)

사진 l EtchForte for kick&snap(www.kicknsna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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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김경자

2015-06-22 19:55:22

인터뷰 잘봤고 앨범도 진짜 좋게 잘들었습니다! 피스!

김진호

2015-06-22 21:26:20

구성은 정말 잘짠것 같습니다 .

UnDumb

2015-06-22 22:19:42

멋있다! N.B.A!

유니즈

2015-06-23 02:37:09

아 진짜 멋있다

감상원

2015-06-23 13:04:00

응원합니다!

차현석

2015-06-23 14:35:23

real recognize real 멤버들 넷이서 같이 앨범하나 만들면 어떨까하는 심정ㅜㅜ 정말 real들인데

이재웅

2015-06-23 15:33:45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람어택형님!!

voltme

2015-06-23 17:04:10

형님. 진짜 타고난 아티스트가 하는 고민들이 지금 형님들이 하셨던 고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짜들은 저런 고민 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해요

김유성

2015-06-24 17:06:02

r e a l

이희성

2015-06-26 01:18:53

리스펙...

이원구

2015-06-26 13:51:42

형의 팬이 된지도 벌써 어마어마한 세월이 지났네요 밀림에서 다운로드를 받던 내가 인하공전 03학번이었던 내가 제대 후 학교식당에서 같은 밥을 먹던 내가 어느새 세월은 흘러 형은 결혼을 했고 저도 결혼할 나이가 되었죠, 어린시절 이 음악에 미쳤을때 형은 전성기를 보냈고.. 저는 형의 음악에 미쳤었죠 형이 일매릭이.. 그중 5번트랙 하프타임이.. 인생의 음악이라고 해서 저도 그앨범을 미친듣이 듣기도 했었고 무색한 세월과 괴수같은 루키들의 등장으로 형의 음악에 소홀하기도, 바쁜 사회생활속에서 형의 음악을 잊고 살기도 했고요.. 몇개월만에인가, 힙플에 접속했을때 라임어택의 신보가, 그것도 싱글도 아니고 정규앨범이 어제 나왔다는말을듣고 앨범 전체를 정주행 하던중 드는 느낌은 이제 이형도 다됐나보다, 이 비트는 뭐고, 라이밍은 또 뭐인가 열정만으로, 간지만으로 하는시대이기에는 지금의 한국어 랩은 수준이 많이 높구나 주제넘는 평가를 하며 마지막 트랙을 듣게 됐죠.. 그 후로 마지막 트랙을 몇번을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몇일동안 들은거같네요 이상하게 가슴이 떨렸고, 이상하게 눈물이 나더군요 타고나지 않았다는 말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였을까요 타고나지 않았다는 말이 와닿았기 때문일까요 형이 은퇴하고 다시는 라임어택 표 신보를 들을 수 없을것 같아서였을까요 이유는 모르지만 한달쯤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그 감정을 '감동' 이라고 생각하고 싶네요.. 이런식의 감동은 느껴본적이 처음이지만. 형은 뚜렷한 사람이라 주제 넘을지 모르지만 누가 들어도 최고인 음악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형은 이미 클래스를 증명했고, 타고 났다고 생각해요 형에게 나스라는 존재가 있듯이 저에게 라임어택은 그런 존재였습니다.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누구보다 비슷한 90년대를 보냈던 한 팬이..

khh8400

2015-06-26 22:36:54

CD안나오나요?..진짜사고싶은데

via https://hiphopplaya.com/g2/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365&page=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