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딥플로우 | 10년차 랩퍼의 웰메이드 앨범 '양화'
힙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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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87 2015-04-17 22:05:54
HIPHOPPLAYA (이하 힙플) : 티케이(TK)와 딥플로우가 거의 모든 곡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더라. 마지막까지 굉장히 깐깐하게 작업했다고.
딥플로우(Deepflow, 이하 딥): 마지막까지 비트 선정 작업이 힘들었다. 컨셉과 가사는 미리 있었거든. 비트가 나와서 가사를 쓴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내가 원하는 템포와 분위기를 정해놓은 다음에 가사를 먼저 쓰고 그에 맞는 비트를 후 작업으로 만들다 보니까, 변심도 하고, 만들어 놓고도 더 어울리는게 있을 것 같으면 더 만들어보고 하는 그런 과정이 좀 오래 걸렸다.
힙플 : 마지막까지도 비트 셀렉을 계속한 건가?
딥: 맞다. ‘버킷리스트’ 같은 경우에는 마스터하기 일주일전에 비트가 바뀐 곡이다.
힙플 : 티케이와 애초에 작정하고 합을 맞춰가지고 그렇게 작업을 한 줄 알았다.
딥 : 앨범의 거의 모든 곡들이 티케이의 손을 거쳤지만 앨범 미장센 역할을 해주는 사운드를 내가 머릿속으로 미리 그려놓고 티케이에게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줘야 했기 때문에 그 과정은 사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테마를 스케치 하고 티케이의 시퀀싱과 편곡으로 곡을 완성하는 식의 작업으로 대부분 진행됐다. 내가 혼자서는 구현 못하는 완성도의 사운드를 티케이가 적절하게 끌어 올리고 마감지어 줬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필연적인 작법이었다. 앨범 기획 초기부터 티케이를 무조건 메인 프로듀서로 생각 했던 이유다.
힙플 : 이번 앨범의 이야기들, 어떻게 보면 이곳의 베테랑들만이 잘 해낼 수 있고, 그래야만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더군다나 주변 관계들을 의식하지 않은 화법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봐온 딥플로우는 그 동안 꾸준하고 묵묵히 힙합을 제대로 해온 랩퍼였지, 굳이 기름을 끼얹는 타입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해탈하고 열반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은 건가
딥 : 그 해탈하고 열반하기까지의 과정이 개인사일 수도 있고 한데, 내가 힙합 뮤지션이다 보니까 그 개인사들을 힙합이랑 연결을 안 지을 수가 또 없다. 굉장히 어떤 큰 사건이 있었다고 하기 보다는 그냥 쌓였던 불만 같은 것들이 이제 증폭이 되다가 터진 거 같기도 하다. 근데 터졌다는게 분노로 표출 된 것이라고 하기보다 내 성격상, 그냥 해탈하는 느낌에 더 가까웠던 걸로 어느 순간 느껴졌다. 그냥 중간과정에 있어서는 거취도 많이 옮겼지 않나. 빅딜에 있다가 빅딜 나와서 전에 있던 크루들 다 그만하고, 뭐 아무것도 안하려고 나 혼자 개인적으로 하려고 하다가 뭐 비스메이저도 만들었고 비스메이저도 이제 크루였다가 레이블로 또 바뀌게 되고 또 같이 어울리는 동료들도 바뀌게 되고 이런 변화들이 나에게 조금씩 쌓이다가 어떤 분위기 환기가 된 시점부터는 좀 느꼈던 것 같다. 물론 씬에 대한 불만 같은 것들도 포함이 됐을 거고.
힙플: 첫 트랙 ‘열반’에서 ‘난 이미 꿈을 이뤘다고 봐’라고 했지만, 그 구절은 사실 좀 복잡미묘하게 느껴졌다.
딥 : 일단 앨범의 첫 트랙의 첫 구절을 어떻게 시작할까 브레인스토밍을 하다가 떠오른, 그때 가장 먼저 소리치고 싶은 말이 었다. 사실 난 누가 뭐래도 내 랩퍼로서의 커리어와 실력에 대한 개인적인 만족감이 크다. 난 막연히 어릴 때부터 랩퍼가 되고 싶었는데 ‘난 지금난 앨범을 몇장이나 낸 랩퍼인거야?’ 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갈 때 기분은 되게 신기한 경험이다. 스스로에게 분위기 환기나 새로운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난 지금 하고 싶은 거 맘대로 하고 있고, 어릴적 꿈도 이뤘으니 이 랩게임에서 더 눈치 볼 것도, 꿀릴 것 도 없다며 소리치는 일갈일 수도 있지만 그야말로 이 총체적 난국 속 에서 해탈한 경지를 표현하고 싶기도 했다.
힙플: 성취감도 물론 있었겠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의구심을 느끼는 것 같기도 했다.
딥 : 일단 [양화] 속에 내가 심어놓은 포인트 중에 하나가 장소마다 다른 화자의 심경변화의 묘사다. 왜냐면 무대 위 딥플로우의 어깨가 림보할때처럼 쫙 펴지는 모습과 양화대교를 넘어가서 영등포에서의 내 현실을 마주했을 때의 굽어지는 어깨의 상반된 모습에 대해서 그려내고 싶었다. 그래서 초반 트랙에 분위기는 ‘당산대형’ 이라던가 ‘작두’ 같은 곡에서는 오히려 과장된 분위기를 조성했다. 후반부와 더 대비되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열반’ 에서는 무조건 해탈한 경지의 10년차 랩퍼 딥플로우 모드다.
힙플 : ‘열반’의 첫 벌스에서 언급된 화두만 대략 살펴봐도 딥플로우가 바라보는 씬은 총체적 난국인 것 같다. Line By Line으로 천천히 짚어보자
딥 : 총체적 난국..(웃음)
힙플 : ‘지금 한국 힙합은 연애 중 저마다 갖고 싶어 해 유희열 면회증’ 미디어에 기생하고 있는 씬의 모습을 말하는 건가
’지금 한국 힙합은 연애 중 저마다 갖고 싶어 해 유희열 면회증’ – 열반 中
딥 : 그 메시지가 ‘열반’을 다 설명할 수는 없는데.. 그냥 그런 이유들 중에 하나라서 크게 이 라인에 대해서 어떤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그냥 한 라인일 뿐이지. 그러니까 그 얘기를 한 거는 소위 말하는 ‘발라드 랩’들. ‘발라드 랩’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도 이제는 너무나 식상하고 낯간지러운 기분이 들 정도로 이제 너무나도 만연한 거라서 크게 언급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쨌든, 저마다 비슷한 무드의 멜로 송들을 들고 나와서 천편일률 적인 미디어 프로모션의 행태가 너무 뻔하게 보이고 재미없었다. 그래서 그런 얘기에 대해 언급한 라인이다.
힙플 : ‘랩퍼들이 차트에 가져온 노래’ 에서 ‘You and you W.A.C.K 해석해줄게 너희 다 존나 끔찍해 다 똑같이 안 하면 좆 될 거 같은 눈치 게임’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좋은 라임이면서 펀치라인이다.
’ You and you W.A.C.K 해석해줄게 너희 다 존나 끔찍해 다 똑같이 안 하면 좆 될 거 같은 눈치 게임 다 질질 짰으니 힙합의 내일은 무지개’ – 열반中
딥 : 고맙다.(웃음) 음.. 라인바이라인. 이거 굉장히 멋있고 되게 좋아하는데, 사실 나는 그냥 브레인 스토밍 해서 써내려 갈때도 많다. 그때 내가 쓰고 싶었던 내용과 라이밍이 굉장히 링크가 잘 돼서 딱 펀치감이 있게 나왔을 때 그 순간이 나의 역량이다. 대략 총제적인 난국에 대해 열반한 메세지의 연장선이다. 드렁큰타이거의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에서 나오는 대목. ‘You and you W.A.C.K’.를 모티브로 시작된 라이밍이다.
힙플: ‘그 형들은 문을 잠갔지 "너희는 못 나가"’ 라는 대목은 선배들의 대한 원망으로 들리기도 한다. 지난 코멘터리( | /magazine/16336) 에서도 잠깐 이야기해줬지만, 더 자세히 이야기해줄 수 있나.
‘우린 나아갈 뿐. 또 어딜 올라가? 그 형들은 문을 잠갔지 "너희는 못 나가" ‘ – 열반中
딥 : 우탄(Wu Tan)이의 'No Role Model'이라는 노래가 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우탄이와 자주 나누던 대화의 주제였다. ‘우린 롤모델이 안보이지 않냐?’ 라는. 씬 안에서 내 다음 행보에 힌트가 되어주는 매뉴얼을 들춰보고 싶은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넥스트 레벨의 정공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힙플: 방금 언급한 라인도 그렇지만, 앨범 안의 많은 곡에서 그런 식의 뉘앙스는 많이 있었다. 선배들혹은, 딥플로우 세대 기성 랩퍼들에 대한 부정의 뉘앙스랄까
딥 : 코멘터리 했던 대로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데, 이 씬에서도 기득권이 존재한다. 그 기득권들의 한마디 발언과 행동이 미치는 영향과 파급력은 생각보다 크다. 요즘 그 기득권에 속하는 랩퍼들이나 서브컬처 씬 종사자들이 ‘문화발전’ 이라던지 ‘대중화’ 라는 키워드에 대해서 자주 언급 하고 있는걸 봤는데 그 랩퍼들의 개인적인 성공과 힙합문화의 성공은 다른 거라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자본주의사회에서 개인적인 성공은 존중받고 박수 쳐주고 싶지만 문화에 대해서 자기가 공헌을 했다라는 식으로 연결 짓는건 큰 착각이다. 쇼미더머니에 나가서 자기가 예전보다 돈벌이가 더 많다고 힙합이 성공한건 아니라는 거다. 신인들에게 ‘오디션 안 나가도 너희들은 이렇게 잘 해 나갈 수 있어’를 보여줘야 하는 기득권들이 발 벗고 나서 오히려 좁은 문턱의 경쟁을 권장하고 있다. 문화를 논 할 자격이 없다.
힙플: 확실히 모든 랩퍼들이 오디션과 랩 레슨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미래를 그리진 않았을 테지만, 어쨌든 현재는 오디션과, 랩 레슨이 언더그라운드 랩퍼들의 생계수단이 됐다. 다시 말하면 더 이상 좋은 작품이 뮤지션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두 개의 동아줄 랩 오디션과 랩 레슨 그게 네가 원했던 거야? 씨발 진짜? 그게 네가 원했던 거냐고 진짜?’- 열반 中
딥 : no role model 표어랑 조금 이어지는 거다. 적절한 정공법의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임기응변의 행동으로 랩퍼들이 오디션에 나가거나 레슨을 한다거나 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다음 대안이 과연 이게 다인가 라는 뜻으로 가사를 쓴 거다.
힙플: 그런 맥락에서 아티스트로서 혹은 제작자로서, 딥플로우가 클래식을 위해 앨범에 공들일 때 어떤 비젼을 보는지 궁금하다.
딥 : 그런걸 소위 우리끼리는 자위행위라고 (하하하 모두 웃음) 얘기하기도 하는데, 사실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다. 그러니까, 나 같은 경우는 ‘내가 앨범을 낼 때가 됐기 때문에 앨범을 할 거야’ 보다는 할 게 있어서 앨범을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양화] 도 당연히 그런 맥락에서 기획 된 거다. ‘나 이런 컨셉 딱 만들어보고 싶다’ 라는 영감이 오면 그때 자연스럽게 시작하는 거다. 성공이나 비전 보다는 자기만족을 더 우선시 여길 때 좋은 작품이 나오고 그게 클래식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힙플: 좋은 작품만으로는 미디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인가
딥 : 좋은 작품이 미디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나는 그것도 전례를 거의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근데 힙합이 아닌 장르에서는 간혹 있긴 한 것 같은데..
힙 : 장기하?
딥 : 맞다. 그런 뮤지션들. 근데 장기하도 나는 분명히 엔터테인과 뭔가가 섞여 있던거라고 생각을 한다. 완벽한 순도 100프로의 그런 경우를 많이 못 봤는데, 내가 기대하고 있는 바긴 하다. 좋은 작품으로 정말 좋은 선례를 남기는. 정말 멋질 것이라는 생각은 한다.
힙플: 버스 프로모션의 기획의도는 어떤 맥락이었나?
딥 : 지극히 인디펜던트 스러운 앨범이니까 프로모션도 조금 독창적으로 하고 싶었다. 똘배(스톤쉽 대표)랑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똘배가 원래 자기는 양화대교에 큰 현수막 같은걸 걸어서 하고 싶다고 했다. 내 생각에 지나가는 차들이 저거보고 무슨 생각할까 이런 생각도 하게 됐다. 그러다가 옮겨 진 생각이 홍대를 지나다니는 버스에 광고를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꽤 특이하기도 하고, 그 광고를 보는 사람들이 [양화]라는 타이틀을 신작 영화가 개봉하는 것처럼 인식시키고 싶었다. 애초에 앨범 커버에도 그런 의도를 심어 놨었고 그게 이 앨범 감상 포인트에 좋은 역할을 할 것 같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알맞은 구색이었다.
힙플: 앞서서 하던 얘기를 좀 이어가면, 쇼미더머니 시즌2부터 프로그램에 대한 인식이 세탁되고 있는 와중에 이제는 베테랑 뮤지션들도 점점 프로그램에 대한 경계를 푸는 추세다. 딥플로우는 어떤가?
딥 : 세탁..(웃음) 이젠 힙합 뮤지션으로서의 입장은 좀 식상한 얘기만 나올 것 같으니까 살짝 떠나서 좀 다른 측면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는 대중 미디어를 어릴 때부터 늘 보고 자랐기 때문에 시청자인 동시에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만 봐도 무한도전의 식스맨 후보를 서로 평가다거나 하면서 방송을 전문가처럼 분석하는게 가능한 시대다. 단순히 그런 시각에서 봤을때 이제 슬슬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들처럼 흥행이 떨어질 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힙플: 시즌4부터?
딥 : 시즌4가 3보다 더 흥행해도 아마 이 다음부터는 당연히 내려가는게 섭리 인 것 같다. 물론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웃음) 앞서 말 한대로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이미 대중 미디어의 전문가들(웃음) 이기 때문에 충분히 예상 가능한 흐름이고 씬 안에서도 이런 추측은 돌고 있다. 차츰 흥미 거리 떨어 질 거 같고, 요즘 힙합이 대세라고 그러는데 그 분위기는 유행의 순리 상 다시 지나갈 테고 뭐 그게 나한테는 좋은게 아니지만. 아무튼 이젠 그냥 내가 저기에 관심을 왜 가져야 되나 싶다. 일개 예능 프로그램이 한 장르 씬의 유명 아티스트들을 손에 쥐고 그 이슈들은 힙합 커뮤니티를 완전히 다 잠식했고, 다들 알다시피 굉장히 기형적인 상황이지만 사실 이것도 역사적으로는 잠시의 현상으로 기록 될 수도 있다. 빙하기가 뭘 어쩌겠나. 이걸 조장한 책임자들이 나중에 책임 져야한다. 어쨌든 그래서 뭐 프로그램에 대해서 뭐가 문제고 뭐가 잘못됐고 어떻게 되어야 되고는 이제 내 관심거리가 아니게 된 거 같다. 그냥 불구경 하는 거다.
힙플: 근거는 없다고 했지만, ‘끝 날 거다’ 라고 보는 그 추론의 근거는, 쓸 수 있는 자원이 떨어져서인 것도 이유에 포함 되나?
딥 : 그렇다. 그런 부분도 있고, 음. 좀 더 이야기하자면 나는 이미 거기에 누가 나갈지 다 들었다. 벌써 등수가 정해져 있고, 어떤 회사가 나갈 거고 뭐 이런 식의 이야기가 씬에서 돌고 있기 때문에 우리끼리는 다 알고 있다. 뭐 루머일수도 있지만. 만약에 내가 들은 출연진과 포맷대로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면 이젠 매니아들도 등을 돌릴거같다. 그리고 유행하는 시류는 영원할 수 없잖나. 계속 돌고 돌기 때문에 이 쇼미더머니도 길게 쳐줘서 한 사년 오년까지는 해먹는다고 해도(웃음) 영원하진 않을 거다.
힙플: 앞선 질문은 이 질문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 다음 자원이 ‘VMC가 되지 않을까’ 라고 보는 시각들도 있거든. 말하는 걸로 보아선 보이콧 일 것 같은데?
딥 : 만약에 이 모든게 엔터테인이라면, 이 작은 랩 게임 안에서도 엔터테인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면 우리가 취해야할 입장은 당연히 보이콧이다.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이 아니라 정말 솔직한 대답은 그냥 의도적으로 보이콧 해서 반대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힙플: 제안은 많이 들어왔을 것 같은데.
딥 : 그렇다. 농락도 많이 당했다.(웃음) ‘미팅하러 와주실 수 있나요.’ 하는데, 생각해보면 갑이 을한테 하는 소리인 거다. 이제 다음부터 전화 오면 ‘니네가 오라고’(웃음) 할 것이다. 미팅 안 한다 그래도 계속 연락이 온다. 끈질기다(웃음)
힙플: 쇼미더머니에 참가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고 했다. 그럼, 그들에 대한 행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딥 : 불속으로 뛰어드는 나방 같다. 어쩌면 이제 빙하기가 오고 그 새로운 환경에 살아남는 종들만이 남겨지거나 또 새로운 개체들이 생겨나겠지. 건투를 빈다.
힙플: 동감한다. 그런 점에서 ‘그들이 못했던 그 모든 것이 범위 진짜 힙합의 재채점’이라는 구절은 이곳만의 시스템 셋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혹시 딥플로우가 그리고 있거나 상상하고 있는 그림이 있나
‘난 다음 꿈을 꾸기 위해서 다시 눈을 감아 보여줄게. 내 목표는 그들이 못했던 그 모든 것이 범위 진짜 힙합의 재채점’ – 열반 中
딥 : 나의 개인적인 청사진이 있다면, 이곳이 씬 이라고 명칭이 성립 되려면 앞으로는 정말 매뉴얼이 존재해야 한다고 본다. 어떤 폼 같은 것이랄까. 마치 명절이 되면 우리는 다들 명절이라는 폼 안에서 각자 제사를 지내던 고향을 가던 하루를 보내듯이. 일종에 형식미 에 대한 얘기 일수도 있고. 그런 일정한 형태의 폼이 있어야지 어쨌든 명맥이 오래 유지되는게 아닐까. 우리가 씬이라는 것을 체감 할 수 있는, 그걸 조금 더 실체화 시켜줄 수 있는 청사진은 뭐 여러 대안이 있을 수 있지만 일단 내가 제일 바라는 이상향이 있다면 지금 보다 많은 레이블 혹은 크루, 창작 집단들이 리그처럼 형성되어야 한다는 거다. 마스터플랜부터 시작해서 소울컴퍼니, 빅딜, 지기펠라즈 수많은 집단들이 생겼다가 없어지는 걸 반복 했는데, 이런 현상이 생태계적으로 자연스러운 거라고만 받아들이기에는 악순환처럼 반복되고 매뉴얼이 계속 리셋 된다. 난 지금 있는 하이라이트, 비스메이저, 일리네어 등의 이런 레이블들이 프리미어리그에 명문 구단처럼 쭉 이어 지는 그림을 그린다. 마치 슈퍼 구단인 레알 마드리드가 있고, 바르셀로나가 있다면, 아스날도 있는 것처럼 레이블 마다의 매니아 층이 분명 하게 형성 되는 형태를 보고 싶다.
예를 들면, 어떤 랩퍼 지망생이 ‘내가 보기에 일리네어가 돈을 제일 많이 벌지만, 내가 하고 싶은 타입의 음악은 비스메이저야’ 라는 생각으로 VMC 의 문을 두드려 볼 수 있는 어떤 저변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비스메이저의 지금 멤버들이 다음 2대 멤버를 양성하고 2대가 3대를 양성하는, 어쩌면 무협 영화의 문파(웃음) 같은 개념이 될 수 도 있는 거고. 그런 각자의 전통 있는 문파가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일정 기간 명맥이 유지 된다면 그때야 말로 단단한 씬이 형성되는 시작 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정서상 힙합은 서브컬쳐로 분류 될 수밖에 없는데 미디어의 과장된 조명으로 이제는 서브컬쳐가 아니게 됐다. 오히려 철저한 서브컬처로 남는 것이 장르의 멋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단단한 뿌리를 뻗게 되는 해답일 수도 있다.
힙플: 어떻게 보면 일리네어가 제시한 그림도 매뉴얼이 될 수 있지 않나? 이미 많은 랩퍼들이 그들의 매뉴얼을 따라가고 있다.
딥 : 근데 그 너무 ‘철권 10단 콤보’를 매뉴얼로 주니까 애들이 10단 콤보 부터 해야 되는 게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너무 그들만의 매뉴얼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린 친구들이 체감하기에 난이도의 벽이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 모든 위인들이 다 세종대왕처럼 만원 짜리에 용안이 박히기는 힘들다. 대부분 존경하는 위인이 누구냐 하면 세종대왕, 이순신을 꼽는데 그들의 업적은 좀 범접하기 힘든 영역이다. 뭐랄까, 왠지 장영실이 세종대왕 앞에서는 초라해 지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장영실에게 세종대왕이 될 수 있는 매뉴얼은 필요가 없다. 그럼 장영실은 장영실이 아니게 되는 거니까.
힙플: 얼마 전, 그랜드라인의 디제이 돕쉬(DJ Dopsh)와 작은 설전이 있었다. 화두가 ‘힙합적인 태도’였던 것 같은데. 뮤지션이나 회사의 에티튜드가 점점 장르 구분의 지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버벌진트(Verbal Jint)와 타블로(Tablo)같은 랩퍼들은 ‘차트 랩 메이커’로 치면 상위 랭커들임에도, 이들이 양화에서 말하는 ‘차트송 랩퍼’들과 구분되는 지점이 궁금하다.
딥 : 마음속으로 늘 결정은 돼있다. 똑같은 바이브의 곡을 했더라도 이 사람은 이전에 어떤 커리어를 이뤘고 나한테 어떤 영감을 줬고 멋있는 뮤지션으로써 내가 리스펙하는 랩퍼다 하는 사람의 작품과, 반대인 경우의 작품은 내가 받아 들이는게 다를 수밖에 없는 거지. 다시 말하지만, 당연히 내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지 내가 이런 것을 ‘심판’할 수는 없다. 지표가 될 수 있는 것들은 여러 가지지만 나에겐 ‘커리어’ 가 가장 큰 부분 같다.
힙플: ‘불구경’에 언급된 여러 아티스트들 말인가
‘VJ의 Flow 타블로의 Brain F와 P의 Rhyme 가리온의 Fame 내 DNA 첨가물들의 레시피’ – 불구경 中
딥 : 그 라인은 그냥 그 영역에서 상징적으로 멋있는 분들 얘기한 거다. 페이보릿 랩퍼들의 나열이라기보다 일종의 샤라웃에 가깝다.
힙플: 이 앨범은 누가 들어도 타켓이 명확하다. 물론, 그 랩퍼들이 한 둘이겠냐만, 특히나 매드클라운(Mad Clown)은 정확히 타겟하고 있다.
딥 : 내가 풀어가는 가사에 제일 안성맞춤인 먹잇감으로 돼서, 나는 그냥 그런 친구들이 있어서 좋다.(웃음) 장기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나랑 얘랑 장기두면 재밌겠다.’ 그런 느낌.
힙플: 아, 딱히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고?
딥 : 그러니까, 나한테 힙합이 무슨 종교 대하듯 ‘넌 이걸 더럽혔으니 널 죽이고 처벌하겠다.’ 이런 마음은 전혀 없다. 그냥 이런게 생태계 구나. 저런 사람이 있고 나 같은 사람도 있으니까 각자의 역할이 있고, 균형 잘 맞으니 게임으로써 되려 재밌게 느껴진다. 뭐 그런 감정 정도다.
힙플: ‘불구경’의 두 번째 벌스나, ‘낡은 신발’의 션이슬로우 벌스는 새로운 세대의 랩퍼들을 겨냥한 노래다. VMC에 들어오는 데모들이나 ‘Re By DEEP’ 같은 피드백 컨텐츠들을 하며 느낀 점이 있나?
'너의 영역을 더 넓히는 법 더 튀는 법 아님 버티는 법 난 네 데모시디를 던져 넌 하고 싶은 것보다 되고 싶은 게 먼저' - 불구경 中
‘Swag 타령하면서 과정따위엔 모두다 방심했지
대체 니 꿈이 도끼야? 자신으로 살기 포기한채
그건 니가 로또맞을 확율보다도 Unlucky 한거야, 이 병신아
진짜 멋이 뭔지 모르는 이 현실안에 니 힙합음악
남의 것 들로만 덕지덕지 떡칠할거면 이젠 그만해라
뭔 할말만 없으면 꼰대 갖다놓고 이빨을까고있어
내가 그 개꼰대다 어서 니 좆을 까고있어’ – 낡은 신발 中
딥 : 신예들이 랩을 처음 시작 할때의 그 막막한 그 기분을 나도 겪어 봤기 때문에 잘 안다. 보통 처음엔 피드백을 듣고 싶고 내가 어떤 고칠 점이 있나 부터 시작해서 랩을 더 잘해지고 싶고 나중에는 내가 어떻게 여기 발을 들일 수 있을까, 어떻게 돈을 벌수 있을까의 순서로 고민의 포인트가 옮겨가게 된다. 근데 요즘은 그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하고싶은 것과 되고 싶은 것을 착각한다. 예술의 범주에서 창작자가 ‘하고 싶은게’ 더 앞에 있어야 되는 거라고 난 당연히 생각 하니까 쓴 가사이다. 랩을 하고 있지만 진짜로 하고 싶은게 뭔지 헷갈려하고, 랩 하다가 잘 안 되면 다시 학교를 다닐까 말까 하면서 보험을 설계하는 아마추어는 그 태도를 존중하기 힘들다. 이런 애들도 있다. ‘내 팔로워가 몇 명이상 되지 않으면 음악을 그만두겠다.’ 물론 내가 어떤 단면을 본 걸 수도 있는데, 이건 예술가에게 경쟁심만 부추기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등장 이후 더 극대화 된 기현상인 것 같다.
힙플: 개중에도 정말 잘하고 있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테다. 소개해 줄만한 신예는 전혀 없는 건가?
딥 : 음 일단은 생각나는 사람이 딱 없는데.(웃음) 근래에 소위 FA들 중에서 데리고 오고 싶은 사람은 넉살밖에 없었다. 아예 은둔형 고수 중에는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내 제자였고 내가 믹스테잎 제작을 도와줬는데 이름은 빈센트 라는 친구이다. 얘 믹스테잎 나와서 공개되면, 적어도 저스디스나 던말릭 정도의 파급력을 가질 거다 라는 생각은 한다. 근데 만약 이걸 본다면 너무 으쓱해 하지 말길 바란다.(웃음)
힙플: 신예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그럼 이번 앨범에 참여한 케이온(Kayon) 같은 경우는 어떤가?
딥 : 작년에 리드머 인터뷰( 케이온 – 그냥 '랩퍼'이기 전에 난 '여자 랩퍼' | 리드머 - 대한민국 힙합/알앤비 미디어 board.rhythmer.net 처음 본 친구이고, 나이도 좀 있어 보이는데 왜 이제 처음 알았을까 하는 생각에 앨범을 들었는데, 되게 좋더라. 그냥 스킬 적으로 랩이 완성되거나 출중한 느낌이라기보다 데뷔 앨범을 굉장히 매끄럽게 완성해 낸게 인상적이었다. 그 연령대 랩퍼만이 풀어갈 수 있는 가사 속에 서사들이 확실히 다른 여자 랩퍼들과 다르게 들렸다. 그 후 ‘클리셰’ 에 여자 랩퍼가 필요한 부분이 있었고, 떠오르는 사람이 케이온 밖에 없었다.
힙플: 서울블루스도 그랬지만, 서울블루스의 가사를 인용한 ‘빌어먹을 안도감’ 역시 홍대에 대한 애증인 것 같다. 홍대에 대한 회의를 드러내는 가사들이 특히 많이 나온다.
딥 : 이제 홍대는 상징적인 의미로 존재할 뿐이지. 지금은 뭐 이니스프리 엄청 많고 중국 관광객들 많고, 무슨 문화의 메카 이런 거 옛날부터 아니지 않나? 내가 어릴 때 뭔가 ‘홍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을 때, 멋있는 힙합 클럽 많고, 형들 다 여기서 음악하고, 여기 살지도 않으면서 맨날 여기서만 이럴 때의 기분은 지금 많이 없어졌다. 하지만 ‘아 이제 홍대 식상하니까 다른 동네 한 번 가서 놀아보자.’ 해도 결국은 다시 홍대로 돌아와서 빌어먹을 안도감을 느끼게 되더라. 장소의 이름만 바꿔 놓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거라고 생각한다. 오디 같은 어린 친구도 애도 ‘형 우리 이태원가서 놀죠.’ 이래놓고서 얼마 안가 ‘아... 다시 홍대로 갈까요?’ 이런다. 홍대가 지네 집도 아니면서.(웃음) 그럴 때 택시타고 다시 홍대로 넘어와서 문을 열고 상상마당 앞에서 내릴 때 느껴지는 그 이상한 감정이 바로 커빈이 말했던 빌어먹을 안도감의 진정한 의미인 거 같아서(웃음) 그런 표현을 쓴 거다. 살짝 애매했던 거는 ‘서울블루스’를 아는, 그리고 커빈을 아는 사람은 이 가사, ‘빌어먹을 안도감’ 제목만 봐도 어필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빌어먹을 안도감이 어떤 누구의 가사였는지 모르는 친구가 이제 더 많더라. 그래서 그게 펀치가 될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이러니함도 느껴지지.
힙플: 이 두 구절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사실 힙합씬의 네트워크야 모두 한 둥지 사람들 아닌가, 음악에서 치고 받아도 결국에는 마주치고 부대껴야 하는 동네다.
‘넌 이제 낄 자격이 없어 여길 맴돌아도 난 거짓말을 했지. "다음에 한잔해" 역시 언제쯤 어디서 같은 건 안정해’- 양화 中
‘차트에 랩송 다 구려 난 그걸 불난 집 보듯이 구경 게네 대부분이 구면 내게 인사해 그럼 난 소금 뿌려’
딥 : 그렇지. 일단 땅덩어리도 좁은데 다들 홍대에만 몰려드니까..
힙플: 딥플로우 역시 침 뱉고 등돌린 랩퍼들과 얽히는 상황이 많을 것 같은데 오히려 이번 앨범은 그런 부분에 초연한 것 같다.
딥 : 거의 다 실제 경험들이었다. 예를 들면 ‘불구경’에서도 그런 대상들을 꽤 여러 명 생각하면서 썼다. 특정 대상이 아니어서 모호 한 게 아니고, 너무나 자주 일어난, 많은 경험들이었던 거다. 쉽게 말해서 공연장에서 인사를 하고 악수를 나눠도 서로에게 존중이 있는지는 쉽게 확인 할 수는 없다.
힙플: 어쨌든, 이런 상황이 불편하지는 않나?
딥 : 아주 예전에는 불편했다. 빅딜 안에서, 지기펠라즈 안에서 수많은 멤버들과 때로는 음악적으로 리스펙이 없는 사람과도 어떤 유대를 가져야 되는 당시 환경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굉장히 회색적인 태도였다. 어색하지만 굳이 인사를 건내고 영혼 없는 얘기를 나누거나 하는 처세법이 어린 내 몸에 익었는데 속으로. 근데 그냥 뭐 다 나이 먹으면 이제 좀 그런 것도 그냥 자연스럽고 불편하지도 않다. 감정 소모를 컨트롤 할 수 있게 됐으니까. 예를 들면 나랑 트랙 위에서든 SNS 에서든 신경전이 있었던 상대를 지나가다 만나도 난 ‘안녕’ 하고 지나갈 수 있다. ‘내가 쟤네랑 안 좋은데...’ 막 이런 거는 약간 어린 애들이 그런 거잖아. 고딩들이.(웃음)
힙플: 다음으로 ‘나 먼저 갈게’ 라는 곡 역시 곡 안에서의 디테일한 감정이 느껴진다. 박탈감이라고 하면 좀 과장인가?
딥 : 그날의 기분에 따라 복잡 미묘하게 달라지는 술자리 속 감정들 묘사해본 가사라 성인들은 많이들 공감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집에 가야 하지만 가기 싫은 날이 있고 집에 안가도 되지만 서둘러 들어가고 싶은 날이 있다. 홍대에서 집으로 오가는 양화대교 위에서 교차되는 마음을 그린 ‘양화’ 의 발단이 되는 역할의 트랙이기도 하다.
힙플: ‘양화’는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감성인 것 같다. ‘난 이미 꿈을 이뤘다고 봐’라는 구절의 복잡미묘함도 사실, 양화에서의 양면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딥 : 랩퍼가 트랙 위에서 보여주는 온도와 무대 위에서의 행동과 말투, 또 집에서 컴퓨터로 힙합플레이야 하고 있을 때의 모습은 확연히 다른 거라고 생각한다. 에너지나 아드레날린 자체도 완전 다른 거고, 내가 인터뷰에서 하는 지금 말투랑 엄마한테 하는 말투랑 다른 거니까. 어쩔 때는 완벽히 하나의 일관적인 모습으로서 존재하고 싶었을 때가 있었다. 언행일치 확실한 랩퍼가 되고 싶은 그런 느낌. 그게 근데 좀 어렵더라. 방금 홍대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공연을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와 동료들과 악수를 한 후 택시를 타고 영등포에 도착해 집 현관문을 열 때의 기분은 그 순간순간이 다르고 복합적이다. 누군가는 나에 대해서 ‘딥플로우는 하고 싶은 거해서 좋겠다.’ 라며 내 뮤지션으로써의 모습만 보고 동경 할 수도 있고, 우리 동네 주민들은 내가 지나다닐 때 쟨 뭐하는 사람일까 하며 추측할거다. ‘저 빡빡이는 뭘까?(웃음) 운동선수인가?’.
[양화]에서 최대한 지금 내 감정과 이야기를 잘 묘사하려면 이 양쪽의 상황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극단적으로 다른 감정의 모습을 둘 다 알아야지, 나에 대해서 평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비스메이저 친구들이나 내 여자 친구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래도 좀 알 수 있을 거다. 왜냐면 내가 그 양쪽 모습을 이 친구들한테는 다 보여주고 있으니까. 뭐 힙합 팬들은 내가 홍대일 때의 모습밖에 모를 거고, 우리 엄마는 내가 집에서 있을 때의 아들의 모습밖에 모를 거 아닌가. 어쨌든 나에 대한 배경을 확실하게 깔아주고 싶고, 사실 그 딜레마 자체가 [양화]에서 진짜로 내가 하고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 제일 중요한 서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효과적인 감정 전달을 위해 홍대에서의 나를 상징하는 앨범의 초반부 트랙들을 다소 과장된 모습으로 묘사했던 것 같다.
힙플: ‘Bucket List’는 어디서 크리셋 미쉘(Chrisette Michele)을 섭외해왔다. 나스(Nas)의 행보를 의식한 건지..(웃음)
딥 : 머릿속으로 그려놓은 장면은 옛날 50년대 재즈밴드가 연주하는, 투박한 마이크를 잡고 촌스러운 드레스를 빼입은 여자 보컬이 핀 조명을 받고 노래를 부르는 느낌. 그래서 떠오른게 크리셋 미셸이고, 그런 음색 톤의 보컬을 찾다가 우혜미씨랑 같이 하게 됐다.
힙플: 병상에 계신 아버님께 바치는 곡이라고, 아버님께 음악은 들려드렸나
딥 : 아예 씨디를 드리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부모님한테 내 노래를 거의 안 들려 드렸는데 왜냐면 내 음악을 별로 공감할 수 없으실 것 같았기 때문에. 근데 이번 앨범에는 들려드리고 싶은 곡들이 몇 개 있다. 버킷리스트를 포함해서.
힙플: 웃긴 얘기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 앨범을 듣기 전 까지 나는 딥플로우가 은수저? 최소 한 동수저 정도는 되는 줄 알았다.
딥 : 나는 완전 맨손으로 밥 먹는 (웃음)
힙플: ‘역마’, ‘개로’ ‘Bucket List’ 같은 트랙들은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주제임에도 감흥이 컸다. 어떨 때는 그런 개인사들이 촌스러운 감성팔이가 되기도 하지 않나, 이 앨범은 온도조절에 있어서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딥 : 앨범에 ‘Cliche'라는 트랙이 있지만, 나는 항상 클리셰에 대해서 의식을 한다. 클리셰랑 웰메이드에는 한 끗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당연히 내가 지향하는 건 웰메이드다. 감정 선이 드러나는 곡들은 아무대로 클리셰에 가까운 경우가 발생하기 쉬워서 적절한 리미트를 거는게 내 임무였다. 전작들에서 하지 못했던 진짜 내 얘기를 온전히 다 끄집어내는 것이 이번 앨범의 큰 목표중에 하나 였는데 신파가 되기는 싫었기 때문에 적정 온도 맞추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
힙플: ‘당산대형’은 원래 소울스케이프의 타이틀로 알고 있다.
딥 : 지금의 합정 작업실을 온 게 1월 달이고 그 전까지는 작업실이 당산동에 있었다. 양화의 가사와 컨셉들은 거의 당산에 있을 때 다 썼다. 이미 작업을 마친 후 답정남 처럼 소울스케이프 형에게 허락을 받았다.
힙플: ‘당산대형’의 두 번째 벌스는 어떻게 보면 VMC를 보는 주위의 시선을 말해준다. 1년동안 VMC를 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을 것 같다.
‘열 다섯 명의 밥그릇 넌 의심해 "돈 안 되지?" 좆 까 내 유일한 관심사는 타케조 스타일 도장깨기 hah’ – 당산대형 中
딥 : 내가 생각하는 청사진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생각 한다. 근데 사람들은 마치 매년 열리는 시상식처럼 레이블의 등수를 매기고 소고기처럼 등급을 정한다. 이게 힙합인지 프로야구인지 모르겠다. 가끔 비스메이져는 지금처럼 하면 안 된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훈수 두는 키보더들이 있는데, 나는 일 년 내 내 24시간 비스메이져의 비전에 대한 설계도를 생각하고 있다. 정말이지 같잖은 잔소리 들이 아닐 수 없다. 반대로 ‘너네는 지금 잘 하고 있다’ 라는 말도 많이 듣지만, 뭘 잘하고 있다는 건지 정확한 실체가 없는 칭찬도 그리 기분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제일 잘 안다. 그러니까 두 가지 훈수 전부, 나한테 전혀 와 닿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냥 뭐 더 열심히 하게 되는 동기부여가 될 때가 있다. 이 곡에서는 저 라인은 큰형, 빅브라더로써 내 동생들과 나 자신에게 전하는 응원가 같은 가사다..
힙플: ‘가족의 탄생’이라는 곡은 딥플로우가 VMC 안에서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 밖에도 VMC의 랩퍼들을 인터뷰할 때면 딥플로우에 대한 존경이 엄청나다. 가장으로서 딥플로우의 철학이 있나
‘난 너를 가르치지 않아 그저 가리킬 뿐’ – 가족의 탄생 中
딥 : 일단 리더는 너무나도 좆같은 거다.(웃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아주 아주 많다. 그래도 나는 그게 조금 내 성격에 잘 맞아 떨어지는 타입인 거 같기도 하다. 예전에 내가 몸담았던 크루나 레이블들이 와해되고 트러블이 생기는 여러 유형을 봐왔기 때문에 그런 것들의 백신 프로그램이 내 뇌에 탑재가 돼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면 되고 안 된다 하는 매뉴얼이 있는 거지.(웃음) 예를 들면 던밀스와 우탄이의 미묘한 신경전이 있을 때(웃음) 얘네가 왜 이러는지 나는 딱 보인다. 뭐 눈치 빠른 사람들은 다 그럴 수 있지만 나는 조금 더 아티스트들의 입장으로써 공감 할 수가 있다. 가끔은 내가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웃음) 어렵고 벅찰 때도 있지만 어쨌든 과거의 경험들이 많이 도움 되는 것 같다.
난 가장이 된 거다.
힙플: 전혀 힘들지 않아 넌센스하지 ‘I'm good’은 큰 의미를 둔 라인은 아니겠지만, 이 질문은 해야 할 것 같다. (웃음) [양화]와 함께 2015년 상반기 기대작, 쌍두마차였던 에넥도트 신화의 산증인이지 않나
딥 : 개인적으로 굉장히 후회하고 있다. 들었다고 얘기한 거.
힙플: 후회 하고 있다고 해서 미안하지만, 에넥도트 프리뷰를 부탁한다.
딥 : 일단, 그 드립이 후회하는 부분은 그 말을 번복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양화 기대 된다’라는 글을 클릭할 때 ‘혹시 에넥도트에 대한 정보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그런 부분이 후회된는 말이다. ‘아 씨발 괜히 말했어’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 앨범에 더 집중 당하고 싶은데, (웃음)
내 앨범 [양화]가 웰메이드라면, 이센스의 [Anecdote]는 웰메이드가 아니다. 돕(dope)으로 설명할 수 있는 앨범인 것 같다. 전형적이지 않지만, 모든 힙합 팬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앨범일거다. 여태 그런 느낌의 서사구조나 한 명의 MC가 그런 전형적인 면을 모두 탈피한 채 끌어나가는 앨범이 아예 없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앨범을 다 듣고 난 뒤에는 일매릭(illmatic)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일매릭이 상징하는 여러 가지 포인트들과는 엄연히 다르긴 하지만, 내가 말하는 포인트는 상징성이다.
내 생각에 지금의 우리나라 힙합의 역사는 미국으로 치면 딱 94년도쯤 일 거 같다. 당연히 미래에서 보면 지금의 한국힙합씬은 엄청난 올드스쿨일 것이고, 센스의 데뷔앨범 [Anecdote]가 일매릭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패러다임을 바꾸는(바꿀) 것 말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코멘트를 조금 덧붙이자면, [양화]와 [Anecdote] 두 앨범의 가사들이 비슷한 게 되게 많았다. 전체적인 흐름도 그렇고, 어떤 한 곡에서는 실제로 센스가 한 번 찾아와서 ‘형 이거 솔직히 제 가사 보고 썼죠?’(웃음) 했던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였다. 뭐, 그때는 당연히 내 가사 쓴 날짜를 보여줬지. ‘2013년’. (웃음) 그렇지만, 그 곡에서는 정말로 비유하는 법이나 풀어가는 방법이 완전 비슷했다. 이 인터뷰에서 미리 얘기하지만. 오해하지 않았음 좋겠다. (웃음) 아무튼, 센스는 내 앨범을 안 들어봐서 모르겠지만, 나는 그 유사함을 많이 느꼈다. 어떤 패러다임을 바꾸고 싶은 느낌 말이다. 또한, 자신의 이야기가 중점이 되어야 한다는 부분에서 되게 내 앨범과 ‘동류’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결정적으로 화법은 많이 달랐기 때문에 다시 말하지만, 내 앨범이 굉장히 전형적이고, 웰메이드함을 추구했다면 [Anecdote]는 웰메이드하지 않고, 전형적이지 않다.
힙플: 이번 앨범은 딥플로우 개인의 이야기들이면서 동시에 언더그라운드에서 정도를 걷고 있는 플레이어들에 대한 헌정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 앨범에 영감을 얻을 모든 사람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딥 : 어제 앨범 발매 기념으로 한잔하다가, 우탄이가 이런 고백을 했다. ‘나는 딥플로우보다 더 잘 할 수 있고 잘 할 거야 아니, 나는 이미 더 잘 해’ 라는 생각으로 해왔는데(웃음) 이번 [양화]를 듣고 뭔가 무기력함을 느꼈다고, 자기는 이런 앨범은 아직 못 만들 거 같다고. 그래서 내가 해줬던 말은, [양화]가 개인적으로 큰 프로젝트 이긴 했지만 어쩌면 이 씬 안에서는 나만의 역할이 있고, 나는 그 역할을 해낸 것뿐이라는 거다. 뭔가 대단한 새로운 걸 만들고 제시한 게 아니라 딱 내가 해야 할 만큼을 한 거다. 이건 내 앨범이고 당연히 나를 제외한 모두가 [양화]를 못 만든다. 그리고 [에넥도트] 같은 건 당연히 센스만 만들 수 있는 거고, 그렇게 각자 자기 역할이 투명한 공란으로 정해져있다고 본다. 근데 그 공란은 투명하기 때문에 가까이 찾아가기가 힘들다. 자기만이 채울 수 있는 공란을 채워내는게 사실 당연한 의무지만, 그 공란을 못 채우는 사람이 아직 세상에 너무 많은 거지. 어렵지만 당연한 일이라는 얘기다. 각자의 공란들을 채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냥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서 아까 초반에 말 한대로 좋은 작품이 미디어를 이길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그런 자기 역할을 하는 앨범들이 쭉 나오게 돼서 분위기를 탄다면 지금의 기형적이고 울퉁불퉁한 레이스에서 핸들을 꺾을 수 있는 계기 혹은 근간이 돼 줄 것 같다.
힙플: 질리도록 질문 받았을 것 같은데, 은퇴 앨범이 될 거라는 말을 했다. 지금은 어떤가?
딥 : 이거 확실하게 해야 될 거 같은데, 난 은퇴라는 말 한 번도 한적이 없다. 인터뷰 초반에도 말했듯이 앨범을 만드는 건 누가 시킨게 아닌 나의 선택이다. 내가 어떤 기획사에서 5년 계약의 앨범 다섯 장 뭐 이런 상황이면 몰라도 내 활동에 모든게 내가 정하는 일정인데,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의 아이디어가 생겨야지 정규 앨범을 하겠지. 내가 헤비딥을 낼 때만 해도 ‘이제 20대 후반이니까, 내가 다음에 할 내 얘기가 생길까?’ 라고 생각 했는데 근데 또 시간이 지나 30대가 되니까 더 할 얘기가 생겼고, 컨셉이 그려지면서 [양화] 를 만든 거고. 그래서 지금 당장은 다음 거에 대한 기약이 없는게 맞다. 컨셉이나 할 이야기들이 생길 때는 당연히 하겠지만, 사실 지금 기분으로는 정규앨범 단위의 프로젝트가 큰 호기심거리가 아니다. 내가 정규 앨범을 한번 만들 때 쏟는 에너지와 작업방식은 나에게 있어서 진짜 인생 급 프로젝트가 되버린다. 꽤나 힘든 여정이다. 그래서 이젠 싱글앨범 단위나 미니앨범, 아니면 믹스테잎 등 이전과는 달리 가벼운 형태의 작품 활동이 더 재밌을 것 같다.
힙플: 되게 의외다.
딥 : ‘진짜 하고 싶은 것만 해야지’ 가 예전보다 더 증폭된 상태다. [양화] 같은 프로젝트가 막 끝났으니 작법에 있어서 완전 다른 안 해본 거 해보고 싶다.
힙플: 웰메이드 앨범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 만큼 [양화]같은 앨범이 크게 다가왔던 것 같기도하다. 개인적으로는 계속 이런 앨범이 나와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말은 사실 굉장히 의외고 아쉽기도 하다.
딥 : 당분간은 VMC의 프로듀싱, 제작을 주로 하게 될 거 같다. 넉살이와 오디, 프로듀서 티케이의 앨범을 구상하고 있고. 던밀스와 우탄도 계속 새 앨범 작업 중이다. 사실 지금 가장 구미가 당기는 거는 내걸 만드는 것 보다 비스메이저 멤버들의 작품을 만드는 거다. 의외라고 말했으니 좀 더 말해보자면, 랩퍼들이 가장 멋있는 순간, 어떤 꼭지 점이 딱 찍어지는 이후에는 꼭 플레이어로서 최전선에 앞장 서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난 아직 30대 초반이니까 아직 더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멋진 힙합은 늘 젊고 생생한 음악이다. 지금보다 감이 떨어진다는 걸 스스로 느껴질 때는 굳이 작품 활동을 더 하고 싶지 않을 거 같다.
힙플: 당연히 젊고 프레쉬하면 좋지. 근데 랩퍼들이 은퇴를 안 하는 이유를 생각을 해보면 명예롭게 레전드로 남지 못해서 못한다고 생각을 하는 측면도 있다. 한국힙합에서는 이제 뭐 좀만 뭐해도 퇴물, 꼰대 소리 듣는 그런 분위기가 만연하니까.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기 전까지는 계속 이렇지 않을까?
딥 : 그래서 나는 그냥 그때의 기분에 충실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진짜 플레이어로서 완전 손때야지 라고 생각할 때가 언젠가 온다면 나는 완전 겸허하게 받아들일 거다. 그래서 그런 마음을 설명해주고자 하는 거지 ‘나 이제 앞으로 안 하겠다’ 이런게 아니다. 난 랩퍼만이 힙합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바운더리 안에서 멋지게 서포트하고 제작하는 프로덕션들, 예를 들어 힙합플레이야 직원들도 힙합을 하는 거고 스톤쉽 똘배도 힙합을 하는 거다. 그러니까 훗날 내가 트랙을 발표하지 않고 무대에 서지 않아도 힙합을 그만두는게 아닌 거다.
힙플: 마지막이다. 딥플로우가 생각하는 양화앨범 최고의 트랙은 무엇인가?
딥 : 고르기 힘들지만 그래도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양화’가 아닌가 싶다. 만족도라기보다는 의미부여가 많이 되는 가사는 분명히 ‘양화’다.
인터뷰 | 차예준, 고지현 (HIPHOPPLAYA.COM)
딥플로우 | https://twitter.com/… 인스타그램 | https://instagram.com/…
13 Comments 개털
2015-04-17 22:45:42
인터뷰 잘 봤습니다.
zx지존경훈xz
2015-04-17 23:05:10
잘 봤습니다. 무한리스펙 딥플로우
유니즈
2015-04-17 23:13:56
크 앨범만큼 좋은 인터뷰
방성준
2015-04-17 23:14:32
인터뷰 잘 봤습니다. 양화 최고의 앨범 딥플로우 정말 멋있습니다.
허승엽
2015-04-17 23:33:18
한 편의 책을 읽은 것 같았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신중하게 읽어보지 않을 부분이 거의 없더군요.. 자기소신과 태도가 뚜렷한 Deepflow.. Deeprespect!
우열손
2015-04-18 01:07:50
형 긴말않겠어요. vmc
elkwah
2015-04-18 01:48:34
좋은 인터뷰 감사합니다!
보노보노
2015-04-18 03:06:30
멋있다
777
2015-04-18 07:33:04
상구형이랑 술한잔 한느낌 앨범만드느라 수고하셨어요
안희종
2015-04-18 14:15:50
진짜 멋있는 사람이네요. 앨범 잘 듣고 있고, 인터뷰도 잘 읽었습니다.
목캔디
2015-04-19 12:20:07
주관도 뚜렷하시고 진짜 멋있어요.
신슬
2015-04-20 12:55:13
크으.. 리스펙
김효민
2015-05-21 14:45:32
앨범 잘듣고 있습니다! 주위에 추천하고 있습니다~
via https://hiphopplaya.com/g2/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318&page=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