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힙플 35286 2004-08-11 00:00:00
Q. 힙플과 벌써! 두번째 인터뷰이네요, 바쁘신가운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회원분들께 인사 한 말씀!
힙합을 사랑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Q. 음악과는 별개로 힙합씬의 꽃미남그룹으로 불리우기도 하는데, 기분이 어떻신지요?
데프콘형에게 미안한 마음뿐 ㅋㅋㅋ
Q. 굉장히 바쁘실 최근 근황은?
앨범 발매에 이어 방송, 공연, 인터뷰 등등... 틈틈이 외부 뮤지션들을 위한 곡 작업도 하고 있어요. 해외 공연도 준비중이라 정신없죠.
Q. 9개월여만에 발매된 2번째 앨범 'High Society'가 역시나!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소감이랄까요?
감사합니다!!!
Q. 어워드라기엔 많이 부족한 2003힙플 어워드에서의 주요2개부문 석권등 좋은 반응을 얻은 1집앨범이 두번째 앨범작업에 미친 영향이랄까요?
1집과 2집은 의도나 색이 다른 작품이라... 완전히 새로운 마음으로 겸손하게 작업했어요.
Q. 타이틀 'High Society'에 담긴 뜻?
보도자료에서: 'High Society'라는 앨범명은 포괄적으로 두가지의 의미로 해석 될 수 있다. 하나는 사회에 삐뚤어진 '기득권층'에 의해 만들어진 수십 가지의 소외된 하위계층, 그리고 잘못된 사회구조로 인해 희생된 수많은 'Victim'들을 대변하여 에픽하이 자신들이 타락한 '신사' 와 '귀족'으로 대표되는 그들의 부조리한 모습을 풍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바라는 'Utopia' - 서로가 서로를 믿고 의지 할 수 있는 이상향을 꿈꾸며 그러한 사회를 'High Society' (높은 사회)로 표현하였다. 앨범 타이틀의 두 번째 의미는 바로 이것이다.
Q. 신사들의 산책으로 시작해서 몰락으로 끝나는 이 앨범의 전체적인 컨셉이랄까?
상류층의 만행이라고나 할까요? 앨범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에 나오는 스킷에서도 알수있듯이 고귀하고 근엄해보이지만 실제로는 항상 뒤가 구린 일부 상류층의 대표를 '신사'라는 캐릭터로 정하고 그들을 풍자한다고 할수있겠네요. 물론 앨범안에서 그 신사의 역할을 저희가 맡았지만요 ㅎㅎ
Q. 국내 '가요씬'에서 힙합그룹의 타이틀곡은 일련의 예를 들지 않아도 랩 + 보컬이 있어야 먹혔는데, '평화의날'은 그렇지 않습니다. 멤버들이 노래를 하긴 했습니다만.. 자신있습니까?
랩+피쳐링 보컬... 이 "먹히는" 공식이 식상하다 느껴지기 시작해서 앨범 작업 초기부터 타이틀곡은 피쳐링 없는 곡으로 하기로 결정했어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부르는 hook이 많은거에요. 가창력으로 따지자면 완전 구리지만 (ㅎㅎ) 저희만의 느낌을 표현했기에 만족해요.
Q. 원래 타이틀곡은 평화의 날이 아니었던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심의문제로 급히 바뀐것으로 알고있는데...
원래 'Lesson 2'가 타이틀이였는데 쓰레기 심의제도 때문에 3사 방송 불가 판정. 당연히 예상했던 일이지만... 문제가 되는 단어들을 "삐~" 소리로 처리한 후에도 어의없는 이유로 불가 판정 받았죠. Cable방송이나 공연에서는 'Lesson 2' 많이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Q. 심의에 걸린 8곡의 방송금지 사유들이 어이없다 못해 참신합니다. 멤버분들은 이와같은 소식을 접하고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눈알 터질때까지 웃었어요. 뮤직비디오 찍다가 소식을 들었는데... 쫌 안타깝죠.
Q. 1집에 비해 가장 큰 변화는 DJ Tu:kutz와 Tablo(앞서 Dynamic Duo의 앨범에서 처음으로 선보이시긴 하셨습니다만,)의 프로듀서로서의 데뷔입니다. 프로듀싱에도 손을대기 시작한계기와 프로듀서로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
타블로: 1집 작업하면서 J-Win형에게 많은 것을 배웠고 활동하면서 틈이 생길때마다 작업실에서 밤을 샜죠. '이력서'나 'Sky High'를 만들면서 비트나 멜로디 개념이 조금 더 확실해진것 같아요. 곡 마다 다른 방식으로 작업하려고 노력해요. '11월 1일'은 샘플링 위주로 만들었고, '평화의 날'은 대부분을 키보드로 직접 연주해서 만들었어요. MC겸 producer로서 장르나 스타일에 구애받지 않고 멋대로 음악하고 싶어요. 그래야 재미있죠.
투컷: 원래 프로듀서가 되고싶어서 힙합을 시작했고. 디제이활동을 하면서도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었습니다. (디제잉을 시작한 계기도 프로듀싱을 위한
DJing Tool들을 구입하면서 부터였고...) 저는 비트를 만들고 싶어서 힙합음악을 시작했고 디제이라는 포지션 또한 그 일에 있어서 매우 도움이 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번 앨범이 시작점이고 계속 꾸준한 결과물들을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그리고 에픽하이의 외부 프로듀싱팀 High Skool 프로덕션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Q. DJ Tu:kutz은 프로듀싱과 kutting등 1집에 비해 두드러지는 많은 참여로 본연의 멤버의 모습을 확고히 한것 같습니다.
투컷: 1집도 제가 모든 작업에 참여하였고 같이 만들어나간 앨범입니다. 1집에선 각자의 포지션에 충실했고 2집에선 그보다 좀더 많은역할을 우리 스스로 한것뿐입니다. 2집에서 제 역할은 프로듀싱과 커팅이었고 앞으로 또다른 무언가를 해야된다면 열심히 해야겠죠. (설마 노래를 하진 않겠지만...)
Q. DJ WRECKX를 연상시키는 High Skool과 익숙한 외국뮤지션의 목소리의 삽입등, 다양한 스킬을 보여주시는데, kutz에 있어 중요시 한 부분이랄까요?
투컷: 제가 커팅에 있어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은 '트랙과의 동질성'입니다. 혼자 튀지 않겠다는거죠. '동질성'이란 베이스를 깔고 그위에 곡의 전개와, 사운드, 주제, 분위기, 에 걸맞는 샘플을 찾고 패턴과 흐름을 만들어 나갑니다. High Skool 에서의 목소리 커팅은 WRECKX형의 전매특허랄까?
그런 분위기가 있지만 그 부분에서의 최선은 이것이라고 생각했고 망설임없이 긁어버렸습니다 하하하.
Q. 필자도 잘 모르는 부분이기도 한데, 어떤것을 좋은 kutz이라고 하는지?
투컷: 저도 말로 설명하기에는 어렵군요. 한가지 확실한 것은 '듣기에좋다' 라는 조건을 충족하는 그 어떤'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테크닉을 연마해 적절히 사용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스킬 한두가지 익혀서 혼자 100m 달리기 하듯이 긁는건 서커스지 음악이 아닙니다.
단 두마디 솔로 연주라도. 아니면 보컬뒤에 가리는 밑그림같은 소리라도. 트랙위에서 조화를 이루는 커팅이 가장 좋은 Kutz라고 생각합니다.
Q. 두분말고도 TBNY의 yankie, 1집의 메인프로듀서 J-Win이 각자의곡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두분에게 특별히 주문한것이 있는지?
얀키나 J-Win형은 완전 프로. 최고에요 최고. 우리가 두분에게 특별히 주문한것은 하나: "모든 틀에서 벗어나자."
Q. G-Funk의 클래식 트랙 'Nuthin but a G Thnag'을 샘플링한 Open M.I.C는 어쩌면 당연히 그래야하겠지만, 원곡과 다른느낌을 갖게하는 트랙이라고 생각되는데, 특별히 이 클래식이라 불리우는 유명하디 유명한 트랙을 샘플링한 이유랄까요?
샘플링한게 아니라 HOOK을 변용했죠. 너무 좋아서! 어린 시절 갱스터랩에 미쳤던 시절이 그리워서!
Q. 신사들의 산책, 절약정신, 몰락등은 굉장히 재미있는데, 어느분의 아이디어로 어떻게 작업하셨는지?
3명이서 장난치듯이 그냥 프리스타일로 녹음했어요 ㅋㅋ '신사들의 절약정신'은 미쓰라의 아이디어.
Q. 인트로 성격의 곡 'High Skool'에서 데뷔앨범의 트랙제목들을 순서대로 나열해가며 절묘하게 쓴 가사들이 인상깊었습니다. 아주 참신한 표현같은데..
데뷔앨범을 만들면서 에픽의 사상이 만들어졌기에 트랙제목들로 우리의 현재 모습을 묘사하려고 했어요. 녹음을 다 끝냈는데 Get High를 빼먹어서 다시 녹음했고 '유서'를 넣느라 고생 좀 했죠 ㅎㅎ
Q. 많은 리스너분들이 타이틀곡 추천에 올인하기도 했던, Lesson 2에서 강렬한 비트위에 이른바 지도층인사들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작년 총선에서도 이야기됐었던, 진보와 보수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이땅의 법이 출석부라면 나 결석하리!' 라는 의미심장한 표현까지.. 주제선정을 비롯해 제작과정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투컷: 앨범을 통해 가장 하고 싶은 말이었고 결과물또한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 비트를 만들면서 가장 고생한 트랙이라 많이 기억에 남네요. 국회의원 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은데 그분들이 사서 들을리는 없을거고... 직접 국회의사당 앞에서 들려드릴 생각입니다. 하하하
타블로: 제 라임공책을 보면 대부분의 가사들이 'Lesson' 형식이에요. 정치/사회 문제가 저에겐 그 어떤 주제보다 중요해요. 투컷의 곡을 듣자마자 'Lesson 2'의 1절을 썼어요. 지도층인사들도 문제지만 그들의 지도를 가능하게 만드는 대중의 무지와 안도감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 사상이 2집 전곡의 기초를 이루고 있어요. (언젠가 제 공책에 담아놓은 모든 'Lesson'들을 모아서 발표할 생각도 있어요.)
미쓰라: 저 같은 경우에는 첫번째 앨범에 실린 Tablo의 솔로 곡 'Lesson 1'의 가사가 너무 완벽해 'Lesson 2'를 작업 할 땐 부담이 상당했습니다. 일단 저는 음모론에 좀 약하기에 ㅎㅎ 그래서 저를 중심으로 둘러싼 환경, 세상을 보는 시야에서 가사 작업을 했습니다. 앨범이 나온 지금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요.
Q. 비슷한맥락의 설정에서 작업된듯한 'My Ghetto' 에서는 서민으로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을 비교적 잔잔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필자는 이 트랙이 리스너들에게 좀더 설득력이 있어보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타블로: 'Lesson 2'에서는 대형의 문제들을 지적하려 했고 'My Ghetto'에서는 그 문제들 때문에 발생한 사회현상들을 더 상세히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사람들이 숨쉬는 도시로 가까히 다가가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곡이라 리스너들과의 공감대가 더 클 수도 있죠.
미쓰라: 저희가 방송에 나와서 활동하는 모습을 빼고는 보통 서민과 다를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My Ghetto'의 가사는 저희가 사는 모습 그대로이고, 굳이 포장하거나 덧붙이지도 않는 현실 그대로 입니다. 비슷한 시선과 비슷한 생활 방식에서 느끼는 공감대가 이 곡의 매력인것 같습니다.
Q. 몇몇 트랙을 제외하고, 굳이 규정해본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삶에 대해 비판적인눈으로 바라보는 트랙들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트랙(평화의날, 뚜뚜루등)들이 공존하는 앨범인듯 합니다. 멤버분들은 실제로는 어떤쪽에 무게를 두고 살아가고 계시는지?
타블로: 해답이나 해결법을 제시하지 않는 비판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이게 바로 '평화의 날'이 'Lesson 2'와 공존하는 이유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늘 이상과 현실 사이에 사는것 같아요. 머리는 의심이 많고 매우 비관적인데 마음은 한없이 낭만적이라... 살짝 미친거죠.
투컷: 솔직히 얘기해서 비판의 눈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항상 의심하고 생각하고... 그치만 그것은 사회를 바라보는 저의 시점일뿐 절대 비관론자는 아닙니다. 그냥 좋아하는 사람들 만나서 술마시고 얘기하고 노는거 좋아하고 사는걸 즐기고 싶어하는 인간이죠^^
미쓰라: 어느 한 쪽에 무게를 두거나 치우치는 경향 보다는 아예 중심에서 꿈쩍도 안하는 돌 같은 존재입니다. 언제나 희망과 비판은 반반입니다.
Q.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현재 반응이 뜨거운 트랙은 '뒷담화'입니다. 일부 리스너에 대한 공격같은데, 트랙의 인트로격인 과도한 욕설을 두고 섭섭함을 감추지 않는 리스너들이 많은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또, '어깨털어'라는 표현에 대해서..
일단 듣고 불쾌했던 분들이나 섭섭했던 분들에겐 죄송해요. 이해해요. 저희도 만들면서 불쾌했고 지금 들어도 섬쩍지근해요. 허나 곡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어요.
우리나라 리스너들 훌륭해요. 힙합뿐만 아니라 모든 장르에 관한 지식이 뮤지션들 만큼 (아니면 더) 풍부해요. 문제는 리스너들이 아니라 재미삼아 혹평하고 남들의 리스닝 자유를 존중해주지 못하는 sucka들이죠.
('어깨 털어'라는 표현은 부정한 것을 털어버린다 라는 뜻으로 힙합음악에 자주 나오는 표현입니다)
Q. 뒷담화트랙을 들은 리스너들의 또다른 반응은, 멤버분들의 그룹 결성 전 작업한 결과물 찾기인데, 직접 소개해주실 수 있는지?
싫어요! ㅋㅋ
Q. 모 신문의 인터뷰중, “힙합은 정신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겉모습이나 음악이 힙합의 형식을 띈다 해도 자유로운 사상과 진실된 모습을 노래하지 않는다면, 사회에 무관심한 채 자신의 성공만을 위한다면 그건 진정한 힙합이 아니죠.” 라는 글을 본적이 있습니다. 다른게 아니라, '...사회에 무관심한 채 자신의 성공만을 위한다면...' 이부분에 대한 이해가 잘 가지않습니다. 좀 포괄적인 말인듯한데,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것인지?
우리같은 뮤지션들에게 하는 말이죠. 힛트곡을 만들려 노력하지 말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음악을 만들려 노력합시다.
Q. 참여해주신 분들에 대한 소개와 참여진 섭외에 있어 무게를 둔 부분이 있다면?
TBNY, 다이나믹듀오, 은지원, Tweak, Toy 출신의 김연우, WANTED의 리더 김재석, Clazziquai, unknownDJs, Asoto Union, Kensie... 섭외는 친분과 존경심으로!
Q. 두번째 앨범이 힙합리스너분들과 일반가요시장의 리스너들에게 어떤 앨범이 되었으면 하는지?
새롭고 의미있는 음악. 10년 후에도 듣고 싶은 앨범.
Q. Epik High가 음악을 계속 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미치도록 좋아서.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하시고 싶은 말씀..
언제나 좋은 음악, 재밌는 무대를 위해 노력하며 에픽하이만의 솔직함으로 다가갈께요! 현재 활동중인 저희의 형제들 TBNY, unknownDJs, 바스코, 디기리, Double K, Bobby Kim, Dynamic Duo, DT...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쏟아져 나올 진정한 뮤지션들의 앨범들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평화!
인터뷰 / 김대형 ([email protected])
인터뷰에 도움주신 분들: hipgara, freefrom, dandyman
via https://hiphopplaya.com/g2/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14598&page=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