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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네이션(Dok Nation) 'Pusha T Changed My Life'
힙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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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71 2016-04-14 11:08:12
힙합플레이야(이하 힙) : 만나서 반갑다.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독네이션(이하 독) : 의정부에 살고 있는 한승현, a.k.a 독버섯이다.
힙 : 독버섯은 무슨 의미인가?
독 : 예전에 언더그라운드에서 힙합듀오로 활동할 기회가 있었는데,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팀 이름이다.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나를 씹으려면 씹어라, 씹으면 죽는다. 그래서 독버섯이다’라고 말하곤 했다.’(웃음) 그런데 같이 준비하던 동료가 ROTC를 가게 되면서 활동이 어려워졌고, 그 이후 내가 독버섯이란 예명을 썼다. 후배나 친구들이 독, 독버섯, 독버섯오빠, 독자언니, 독형 이렇게 부른다.
힙 : 독네이션의 ‘독’도 독버섯에서 연결되는 건가.
독 : 그렇다. 대학교 때 만들었던 흑인음악 동아리 후배들과 함께 의정부를 중심으로 하여 공연도하고 블록파티를 하는 단체를 결성했었는데, 그 이름이 독네이션이었다. 제이지(Jay Z)의 Roc Nation을 흉내 낸 것인데, 미국의 유명한 레이블 또는 아티스트의 로고들, 예를 들면 RUN DMC, 러프 라이더스(Ruff Ryders) 로카펠라(Roc-a-Fella) 등등의 로고들을 패러디하여 옷이나 스티커도 만들었다. 그 당시 처음 작업했던 결과물이 지금 내 그림에 사용하고 있는 로고(Run DMC)다. 사실 RUN DMC 패러디 로고는 임시로 사용한 것이었는데, 푸샤티(Pusha T)가 퍼뜨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공식으로 사용하고 있다.(웃음)
힙 : 그림은 언제부터 그린 것인가
독 :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가 신문 안에 껴 있던 광고지의 하얀 뒷면에 볼펜으로 단순하게 그림을 그리셨는데, 그걸 보고 따라 그리면서 시작했다. 그 뒤로 매일같이 그림을 그렸다. 미술대회에서 많은 상을 타기도 했고, TV에서 방영하는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조금씩 관찰하고 기억해두었다가 하루는 얼굴, 하루는 팔(웃음) 이렇게 그림을 완성해 나가기도 했다. 중학교 때는 교과서 모든 페이지를 그림으로 꽉 채울 정도로 그림에 미쳐있었다. 당연히 성적은 엉망이었지(웃음) 어느 날 미술 선생님이 만화학과를 추천해주셔서, 그래서 교내 도서관에 있는 대학자료집을 찾아보고 만화학과를 목표로 계속 그림을 그렸다. 성적이 좋지 않아서 당연히 실기전형으로 지원하려고 했었는데, 비실기전형으로 지원해서 합격했다.(웃음)
힙 : 집에서는 반대가 심하지 않았나?
독 : 반대가 엄청 심했다. 어떤 날에는 아버지께서 내가 그린 그림 위에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공부나 해라’라고 볼펜으로 메모를 남기시기도 했다. 지금은 당연히 좋아하시지. 얼마 전 내가 ‘아버지 말씀 안 듣고 끝까지 그림을 그리기를 잘했다’고 말씀 드렸더니 ‘나는 너한테 절대 공부 잘 하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웃음) 어쨌든 대학교 입학원서를 내기 직전까지 반대하셨다. 근데 정작 대학에 가서는 그림은 안 그리고 음악에 미쳐서 살았다(웃음)
힙 : 힙합 캐릭터를 그려야겠다 하는 계기가 있었나.
독 : 어렸을 때부터 춤과 음악도 굉장히 좋아했다. 붐박스를 들고 다니기도 했고, 장기자랑에 나가는 것도 좋아했다.(웃음) 빌보드 차트를 매주 체크하고, 레코드샵 가서 앨범을 사서 듣다 보니, 힙합에 자연스럽게 빠지게 되었다. 대학교 때에는 그래피티도 했었고. 힙합을 좋아하니까 자연스럽게 힙합 아티스트들을 그리게 되었다. 옛날부터 SD 캐릭터(Super Deformation Character]를 그리는 것을 좋아했었는데 내 인스타그램에 있는 서태지와 아이들 그림도 그때 당시에 그렸던 느낌 그대로를 기억해서 다시 그려본 것이다.
힙 : 캐릭터들을 보면 특징을 정말 잘 살리는 것 같다.
독 : 관찰력이라고 할까.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나도 모르게 조금씩 쌓여온 것 같다. 가끔 나도 내가 놀라울 때가 있다. 그리고 예쁜 사람보다 특징 있는 사람이 그리기가 쉽다.(웃음)
힙 : 리드머에서 ‘THIS IS HIPHOP’ 이라는 만화를 연재했던데.
독 : 그렇다. 원래는 리드머 정모도 꾸준히 나갈 정도의 열정회원이었다. 일권이 형이랑은 그때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이다. 어느 날 리드머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로부터 ‘리드머에서 힙합 만화를 준비하고 있고 지금 그림 그릴 사람을 찾고 있다’라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에 블로그에 만화일기를 올리고 있어서, 그 친구가 나를 일권이형에게 추천해주었다. 근데 일권이 형과 나의 스케줄이 잘 맞지 않아 작업이 어려워졌고, 결국 그만하게 되었다. 작년 즈음에 다시 새로운 제안을 주셨는데, 나도 많이 바빠져서.(웃음) 그리고 또 얼마 전에도 잠깐 전화통화를 했었다. ‘네가 더 유명해지기 전에 얼른 뭐 하나 해야겠다’고.(웃음)
힙 : 인스타그램을 보면 해외 아티스트가 많은 것 같다. 이유가 있나.
독 : 비율로 봤을 때 많은 편이다. 국내 아티스트도 사실 많이 그렸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걸 본 후, 국내 아티스트의 팬들을 끌어들이고 싶다라는 욕심이 생겨서 한 때는 닥치는 대로 다 그렸었는데, 어느 날 문득 생각해보니 내가 뭐 때문에 이러나 싶더라. 뭔가 내 자신을 속이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거의 다 지웠다. 이제는 팔로워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진짜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과 좋아하는 것들을 그리고 있다. 오래 전부터 외국인들이 에미넴(Eminem)을 그려달라고 댓글을 많이 남기고 있는데, 내가 에미넴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아직까지 그리지 않고 있다. 근데 얼마 전 굿우드(GOOD WOOD NYC)에서 연락이 왔다. [The Marshall Mathers LP] 앨범 커버에 있는 나무 집이 불에 타서 철거를 하였는데, 그 때 타고 남은 나무를 가지고 Shady Records와 공동작업을 하고 있다고. 가능하다면 내가 에미넴을 그려서 Shady Records에 보내주는 건 어떻겠냐고 하더라. 결과물은 빠르면 4월 안으로 나올 듯 하다.
힙 : 캐릭터는 심플한데, 작업한 원본의 일러스트 선을 보면 정말 복잡하다. 하나 그리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독 : 내 컴퓨터에 이미 엄청난 양의 자료들이 있어서 자료를 수집하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자료를 토대로 몸의 비율이나 팔, 다리 길이 등 실제 비율에 맞게 그리기 때문에, 그 연구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자세히 보면 내가 그린 아티스트들의 키나 체형이 전부 다 다르다. 비욘세(Beyonce) 그림의 경우는 정말 오래 걸렸고, 수 백 번 넘게 수정하였다. 남이 볼 때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만 아는 디테일이 굉장히 많이 있다. 허리 라인이라든가 허벅지 굵기, 머리 크기 등등. 어쨌든 그때그때 달라서 정확한 작업시간을 말하기가 어렵다. 한번은 결혼을 앞둔 남녀 한 쌍을 그린 적이 있는데,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다 심지어 우리나라에 살고 있지도 않았다.(웃음) 그래서 사진 몇 장과, 그분들의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특징과 분위기, 느낌, 스타일 등등을 파악하고 연구하면서 작업을 하였는데 마무리 하기까지 약 20일 정도 걸렸다.
힙 : 국내 아티스트 작업으로는 자메즈(Ja Mezz)가 눈에 띄게 많다. 어떻게 작업하게 된 것인가.
독 : 쇼미더머니를 안보기 때문에, 자메즈가 누군지 전혀 몰랐었다. 그러다 친구의 추천으로 ‘Wanna Get’의 뮤직비디오를 보게 되었고 너무 멋있어서 자주 듣고 다녔다. 이후 ODB가 주최한 파티에 스폰서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 때 자메즈를 실제로 만나게 되었다. 자메즈가 먼저 내 팬이라고 하면서 말을 걸어왔고, 보니까 자메즈의 핸드폰 배경화면에 내 그림이 있더라(웃음) ‘Wanna Get’ 뮤직비디오에서 나오는 자메즈의 모습과 아디다스, 코카콜라, 닥터페퍼, 아이들 등등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맘에 들어서 뭔가 같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파티 이후에 내가 먼저 연락을 했다
힙 : 본인 그림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그림이 있나.
독 : 비욘세. 정말 많은 시간을 공을 들이기도 했고 이걸 과연 마무리할 수 있을까? 했었는데 완성하고 나서 기분이 정말 너무 좋았다. 그리고 MC메타와 이현도. 두 분 다 자료가 많이 없었다. 그래서 사진 몇 장을 가지고 그림을 그렸는데 결국에는 완성을 했고, 두 분다 내 그림을 너무 좋아해주셨다. 이현도님은 트위터 맞팔하는 사이다(웃음) 옛날에는 이런걸 전혀 상상도 못했었는데 정말 좋은 세상이다
힙 : 직접 맨투맨이나 티셔츠 등을 만들기도 했는데, 판매는 진행하지 않았나.
독 : 퍼블리시티권 때문에 판매를 하는 것 자체가 위법이다. 예를 들어 누가 봐도 비욘세인 그림을 그려서 판매를 하면 안 된다. 퍼렐 윌리엄스 티셔츠 같은 경우에는 퍼렐에게 선물로 보내주려고 제작했던 건데, 따로 소장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어서, 판매를 하지 않고 제작비를 1/N 해서 나눴다. 푸샤티에게는 네 그림으로 옷을 만들고 싶다 했더니, 본인한테 그런 거 안 물어봐도 되니까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다 하라 하더라. 나중에 딴 소리 할까 봐 증거자료로 메시지 캡쳐도 하고(웃음) 근데 그것도 판매하진 않고, 퍼렐 때처럼 진행했다.
힙 : 푸샤티의 한국 동생이라고(웃음) 푸샤티와는 어떻게 만나게 된 것인가.
독 : 예전에 ‘만화로 보는 제이지’라는 제이지(Jay Z)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려고 했던 적이 있다. 그 때 제이지 캐릭터를 만들면서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는데, 그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하나 둘씩 그려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스타그램을 사용할 줄도 모르고 해쉬태그도 잘 안하고 그랬는데, 몇몇 사람들이 제이지 그림의 댓글에 ‘제이지 인스타그램 보고 왔어요’라고 남겼더라. 너무 신기해서 푸샤티 그림을 올릴 때는 푸샤티 계정을 태그 해봤는데, 푸샤티가 좋아요를 눌러주고 자신의 SNS에 내 그림을 올렸다. 그것도 그냥 올린 게 아니라 WHO DAT IS? DOKNATION(웃음) 그 순간부터 핸드폰 알림이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고 작동을 못 할 정도로 마비가 되었다. 팔로워도 순식간에 많이 올라갔고 메세지도 많이 받았고. 옛날부터 힙합 아티스트와 내 그림으로 뭔가 해보고 싶다 하는 꿈을 갖고 있었는데, 그 때 그 꿈을 이룰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봤다. 와! 정말 좋은 세상이구나.(웃음) 그때부터 만화로 보는 제이지를 그만두고 하루에 하나씩 그림을 그려서 올리기 시작했다. 그때는 손도 동그랗고, 신발도 디테일 없이 동글동글, 선 하나 죽죽 그린 것 같은 느낌으로, 그냥 그렇게 막 올렸다.
힙 : 지금은 코르테즈, 아디다스 신발 다 그리지 않나.
독 : 자메즈를 그리면서 그렇게 됐다.(웃음) 자메즈가 코카콜라 캔을 들고 있는 것, 아디다스 신발을 신고 있는 것, 캉골 로고도 넣어줘야 하고. 자메즈의 특징을 표현 하려다 보니, 캐릭터가 구체적이 되었고, 지금은 그렇게 다 그리고 있다.
힙 : 푸샤티의 샤라웃 이후, 제안들이 더 많이 들어왔을 것 같다.
독 : 정말 그렇다. 그 중에 재밌는 게 하나 있었는데. 애틀란타에 사는 까를로스라는 분이 본인의 강아지를 그려달라고 한 적이 있다. 한 번도 아니고, 세 번 정도 메일을 보냈다. 네가 그려주면 정말 해피할 것 같다며.(웃음) 그리고, 미국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분들도 제안을 많이 줬다. 본 썩스 앤 하모니에게서도 연락이 왔었고. 허드슨 모호크(Hudson Mohawke)가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한테서 곡 비를 못 받았다는 뉴스를 얼마 전에 접했는데, 내가 만난 외국 아티스트들은 정말 깨끗했던 것 같다. 대부분 돈부터 보내줬다.(웃음) 역시 빠른 입금이 최고다
힙 : HOUSE OF VANS 행사에서 푸샤티를 직접 만났는데, 당시 상황을 조금 설명해주자면.
독 : 푸샤티가 온다는 뉴스를 접하고, 메세지를 보냈더니 매니저와 연락을 하라며 연락처를 알려줬다. 푸샤티가 내 그림을 퍼뜨리면서 내 삶이 많이 바뀌었고, 그 이후로 그림을 계속 그리게 되었으니, 뭔가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었다. 말 그대로 ‘Pusha T Changed My Life’였으니까. 행사장으로 갔는데, 푸샤티 만나러 왔다고 하니까 공연 스태프들이 다들 미쳤다고 하지.(웃음) 어쩔 수 없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푸샤티 매니저가 늦어서 미안하다며 대기실에서 기다릴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줬다. 푸샤티가 나타났을 때에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말도 안되’하면서(웃음). 푸샤티가 랩을 할 때는 눈 막 휘둥그래지고 무서운데, 실제로 보면 굉장히 차분하고 친절하다. CD에 사인도 받고, 같이 사진도 찍고 인스타그램에 후기를 길게 올렸는데, 푸샤티가 번역 좀 해서 올려달라고 직접 댓글도 남겼었다.(웃음) 근데, 지금은 솔직히 무덤덤하다. 가끔 가만히 있다가, 다시 생각해보면 와 이게 말이 되나 싶다가도. 어쨌든 요즘에도 가끔씩 연락하면서 지내고 있다
힙 :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 역시 직접 만났다. 이 얘기도 궁금하다.
독 : 스팸메일을 많이 받는데, 요즘은 정말 국제적으로 받고 있다. 팔로워를 늘려주겠다던가(웃음). 어느 날 이메일이 와서 봤더니, 본인이 디제이 프리미어의 매니저인데, 프리미어가 내 그림을 보고 티셔츠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는 거다. 인스타그램에 댓글을 남겼대서 찾아봤더니 진짜 프리미어 매니저더라고(웃음). DJ 프리미어가 솔로 앨범 준비하는 게 있는데, 그 앨범이 나올 때쯤에 티셔츠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솔로앨범 얘기는 3년전부터 들었는데, 언젠간 나오겠지(웃음) 그리고 얼마 후 디제이 프리미어가 한국에 왔고 미리 연락을 해서 얼굴이나 한 번 보기로 했다. 당시 매니저가 안 오고 로드매니저만 왔었는데 일 처리가 매끄럽지 못했고, 심지어 프리미어는 나를 만나는 줄도 몰랐었다. 결국엔 프리미어가 머물던 호텔 로비에서 잠깐 보았는데, 만남이 깔끔하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가지고 간 그림 선물을 보고 프리미어가 정말 좋아해줘서 기뻤다.(웃음) 내 그림을 들고 찍은 사진을 아직도 트위터 프로필 사진으로 쓰고 있더라.(웃음) 내가 굿우드와 프리미어를 연결해줘서, 그 둘의 작업도 준비되고 있다. 근데, 박진영이 알켈리(R.Kelly) 만나고 나서 지소울이랑 알켈리랑 작업할거라 했다가 결국 안 하지 않았나. 미국이 그런 게 진짜 많아서, 안심할 수 없다(웃음)
힙 : 굿우드와의 작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독 : 버킷리스트라고 하지. 굿우드도 내가 꼭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였다. 그림을 그리면서 나중에 이 그림으로 목걸이를 만들어도 좋겠다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비기가 예수 목걸이를 하고 있는 그림을 올리면서 굿우드를 태그 해봤다. 근데 그날 새벽에 바로 굿우드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새벽 2시라 나는 자야 되는데, 거긴 낮이니까(웃음) 네가 올린 그림들을 가지고 우리가 제품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며 바로 제안을 하더라. 내 작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콜라보레이션 형태로 진행하고 하나를 팔면 그 수익을 나누는 형식으로 하자고 해서 오케이했다. 근데 나는 실제로 몇 개가 팔렸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웃음) 그냥 믿고 가는 거지.
힙 : 굿우드와 기획 중인 다른 작업들도 있나.
독 : 지금 샘플링 작업 진행중인 게,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 랙원(Raekwon)이랑 이지 이(Eazy E)도 있고. 밥말리(Bob Marley)도 진행 중이다. 그리고 내가 그린 MPC, Boom Box, Turntable 그림으로도 제품을 준비중이다
힙 : 다른 브랜드나, 아티스트와의 콜라보 계획은 없나.
독 : 굿우드 일이 많이 크다. 거기서 제안해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차다.(웃음) 물론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제안을 주는 굿우드에게 정말 감사하다. 계약서 상에는 네가 필요하면 우리 사무실에서 일을 해도 된다 라고 되어 있는데, 아직 실제로 가본 적은 없다. 고스트페이스킬라, 랙원의 샘플이 나오고 잘 성사되면 올 8월이나 9월쯤 브루클린에서 블록파티를 할 계획인데, 그때 뉴욕에 가볼 생각이다. 미국 가서 굿우드 사장님께 엄청 두꺼운 스테이크 사줘야 한다(웃음). 그리고 항상 제안을 줄 때, ‘이거 가능할까요? 이런 일이 있는데,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려우시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나를 항상 존중해주고 한 명의 아티스트로 대해주고 있다.
힙 : 굿우드x독네이션 컬렉션에 국내 아티스트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독 :안 그래도 굿우드에서 한국 아티스트들과도 연결할 수 있는 분들이 있으면 제안을 달라고 했다. 그때 딱 일리네어(Illionaire Records)가 떠올랐다. 평상시에도 일리네어에 관심이 많았었고, 한 길로만 쭉 걸어온 도끼(Dok 2)가 정말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굿우드와 공동작업을 해보는 건 어떠냐고 일리네어 사무실로 연락을 하고, 메일도 보냈는데, 어쨌든 거절 당했다.(웃음) 내가 현재 생각하고 있는 또 다른 국내 레이블은 VMC다. 사실 2005년 이후로는 국내 힙합을 잘 안 들어서 모르는 게 많다. 딥플로우(Deepflow)도 원래는 잘 몰랐었는데 우연히 랩빗쇼에서의 VMC 무대을 보고 그 때부터 관심있게 보고 있다. 당시에 넉살(Nucksal)이 무대에 등장해서 비스메이저 현수막을 펼쳤었는데 그 장면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는다. 힙합과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정말 멋있고, 그 멤버들이 뭔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좋은 시너지가 나오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먼저 제안을 하기에는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굿우드처럼 확실한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딱히 머릿속에 그려놓은 것이 없기도 하고. 좋은 제안이 있어서 먼저 연락을 주면 나야 뭐.(웃음) 아 그리고 YG의 음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CL에게는 관심이 많다. 예전에 CL을 그리기도 했었는데, 다시 그려서 업데이트 할 예정이다
힙 : 비기의 딸이 전개하는 브랜드에도 독네이션의 그림이 함께 했다.
독 : 비기 딸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나는 솔직히 아닌 줄 알았다. 비기가 만났던 여자들도 많을 거고. 그래서 뭐 페이스 에반스(Faith Evans)의 딸인가(웃음). 그랬는데, 구글에서 검색해보니까 비기가 그 동안 만났던 여자들 리스트가 쭉 나오는 사이트가 있더라. 이 분은 그 첫 번째 여자친구의 딸이었다. 이름을 검색해봤더니 인터뷰나 뮤직비디오나 자료가 좀 나오길래 그 때부터 믿었다. 연락을 하면서 비기의 딸이 My Father 라고 하는데 그게 너무 찡했다. 본인이 노토리어스(Notoriouss)라는 의류를 하고 있는데, 내 그림을 사고 싶다 하더라. 그래서 나는 이렇게 연결이 되어서 너무 영광이라고, 그림을 보내주고 나머지는 그 쪽에서 다 알아서 하라고 했다. 비기의 가족으로부터 인정을 받다니 기분이 묘했다
힙 : 굿우드 외에 버킷리스트에 포함된 건 어떤 것들인가.
독 : 몇몇 브랜드와 아티스트들이 있다. Missy Elliott, New Era도 리스트에 있다. 일단 지금 최종 목표는 DOK NATION X 아디다스 X 스눕독(Snopp Dogg)인데, 이건 지금도 모든 준비가 다 되어 있다.(웃음) 그리고 내 그림들을 나중에 피규어로 제작할 생각도 있다
힙 : 아디다스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
독 : 힙합을 좋아했으니까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었다.(웃음) 미씨 엘리엇(Missy Elliott)의 [Under Construction] 앨범을 들으면서 아디다스를 좀 더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아디다스가 하고 있는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도 정말 멋지다고 생각하고
힙 : 팬 분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독 : 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내가 블로그에 만화를 올리던 시절부터 나를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최근에 나를 만나보고 싶다고 했던 한 분을 직접 만났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 때, 쿨레인 스튜디오에서 만든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피규어를 선물로 주셨다.(웃음)
힙 : 팬 분들에게 받았던 질문 중 기억나는 게 있다면.
독 : 푸샤티 형이랑 요즘에도 연락해요? 라는 질문이 가장 많다.(웃음) 그리고 팬이라고 하기엔 그렇고 이제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는 고등학생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본인도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과연 이 것을 계속해야 하는지 이 길이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일단은 정말 하고 싶어하는 일인가를 깊이 생각해보고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면 무조건 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하려면 끝까지 해보라고. 내 경험에 의하면 좋아하는 걸 하면 잘 안 되더라도 후회는 안 하게 되더라. 지금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돈도 물론 중요하긴 하지. 하지만 그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힙 : 특별히 좋아하는 앨범이나 뮤지션이 있나.
독 :뮤지션은,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비욘세, 테디 라일리(Teddy Riley), 넵튠스(The Neptunes) 시절의 퍼렐을 좋아한다. 앨범은 딱 다섯 장만 꼽자면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Dangerous], 블랙스트리트(Blackstreet)의 [Another Level], 매소드맨 앤 레드맨(Method Man & Redman)의 [Blackout!], 클립스(Clipse)의 [Hell Hath No Fury]. 그리고 S.E.S 4.5집 [Surprise].(웃음) [Dangerous]는 마이클 잭슨 최고의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과장해서 말하면 지금까지 3000번 가까이 들었다. 최근에도 다섯 번 정도 들었다. [Blackout!]은 대학교 때 흑인음악 동아리 후배들과 들으며, 많은 추억이 있는 앨범이다. [Another Level]은 누가 R&B 앨범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가장 먼저 추천해주는 앨범이다. 대학교 때 흑인음악 동아리 이름이 No Diddtiy였는데 블랙스트리트의 노래 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S.E.S의 앨범은 지금도 자주 듣고 있고 정말 좋아하는 앨범이다. 옛날에 마이클 잭슨이 나이 들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맘이 많이 아팠었는데 요즘 S.E.S를 보면 좀 그렇다. 무한도전 ‘토토가’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 사람이 나 하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클립스는 뭐 굳이 말할 필요도 없고.
힙 : 인스타그램에 레드벨벳 사진이 굉장히 튄다. 팬인가.(웃음)
독 : 레드벨벳의 팬이라고 하기에는 그렇고 그냥 그들의 음악을 너무 좋아한다. 사실 음악 이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멤버 이름도 잘 모른다.(웃음) 그들이 나오는 방송을 챙겨보는 것도 아니고. 어느 날 ‘Dumb Dumb’ 뮤직비디오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그게 그냥 너무 좋더라. 그래서 다음날 앨범을 주문했고, 그 뒤로도 많이 들었다. 작년에 내가 꼽은 올해의 앨범이기도 하고(웃음) 최근에 나온 앨범도 당연히 샀다. 내가 쇼미더머니를 보지 않았지만 자메즈에 대해서 알게 된 것처럼 결국에는 좋은 앨범, 좋은 결과물이 답인 것 같다. 그리고 잠깐 쇼미더머니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쇼미더머니 때문에 힙합의 이미지가 많이 변질된 것 같다. 내 주위 사람들도 힙합이라고 하면 디스, 욕이 전부인줄 알고. 프로그램도 문제가 있지만, 아티스트들도 참 안타깝다. 쇼미더머니 출연 이후에 좋은 행보, 좋은 결과물을 보여주는 아티스트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그 프로그램에서 멈춰 있지 않나. 쇼미더머니에 나간 래퍼는 가짜고 안 나가면 진짜다 이런 얘기가 아니라, 아티스트라면 음악적 결과물이 가장 파워풀한 경력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나는 힙합이든 아이돌이든 음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레드벨벳 앨범을 산 것도 음악이 좋아서였고.(웃음) 그리고 웬디는 짱이다.
힙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독 : 지켜 봐달란 얘기는 뭔가 웃기고(웃음)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끝까지 계속 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아 그리고 조만간 Tiger JK의 작업실에 가볼까 생각 중이다. 옛날부터 드렁큰 타이거의 엄청난 팬이었고 함께 뭔가를 꼭 한번 해보고 싶다. 일리네어도 다시 한번 도전을..(웃음) 결국엔 준비된 사람에게 기회가 오는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 꼭 이런 인터뷰를 하고 싶었었는데 이렇게 힙합플레이야와 하게 되어서 너무 영광이다. 이 인터뷰로 인하여 내 삶이 또 한 번 바뀔 듯하다. Pusha T Changed My Life에서 Hiphopplaya Changed My Life로(웃음).
인터뷰 ㅣ 김가람 차예준 (HIPHOPPLAYA.COM)
| http://www.instagram.com/… | http://doknation.hiphopplaya.com
2 Comments ReVal
2016-04-16 09:42:45
크으으 간지
Camo$H
2016-04-24 13:28:56
멋있다...와
via https://hiphopplaya.com/g2/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277&page=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