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다운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 it’s not your fault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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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7 2021-04-27 19:00:02
힙합플레이야(이하 힙플) : 안녕하세요, 힙합플레이야 독자 및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힙합플레이야 구독자분들 다운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힙플 : 요즘 어떻게 지내셨나요?
요즘 앨범 내고 스케쥴 하면서 바쁘게 살고 있는 것 같아요.
EP <it’s not your fault>
힙플 : 이번 EP <it’s not your fault>는 어떤 앨범인가요?
일단 한 마디로 표현하기 되게 어려운 앨범이고요. 지금 생각나는 단어로 얘기하면 좀 외롭고 슬프고 단편 영화적인 부분이 많이 들어있는, 이야기가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힙플 : 평소에 음악적인 구상을 많이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번 앨범의 전체적인 컨셉이나 8곡 구성을 어떻게 짜셨나요?
앨범의 전체적인 구성은 이야기가 점진적으로 확장되는 전개로 이어져요. 처음에 헤어짐으로 시작되고 가면 갈수록 깨달음을 얻어가는 이야기. 그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깨달음을 얻는 것보다는 더 깊은 내면을 보는 방향으로 확장이 되는 앨범이에요. 구성을 짤 때도 장르적으로 놓고 보는 것보다 이야기의 전개를 많이 고려하고 쓴 것 같아요.
힙플 : 아까 오면서 ‘우즈의 야간작업실’을 보고 왔는데, 앨범에 긴 서사가 장황하게 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길어도 되니까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설명을 간단하게 하자면 ‘dot’으로 시작해서 ‘거울’로 끝나는데 모든 것들이 뫼비우스 띠처럼 이어지는 구조로 쓰고 싶었어요. 헤어지고 나서 헤어진 상태에서 다른 방향을 찾는 게 아니라, 그 헤어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반복되는 구조죠. 저는 사랑의 마지막은 이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어서. 그런 굴레에 빠져있는 느낌으로 쓰고 싶었어요. 각 곡의 앨범 서사 설명은 각 트랙 질문에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힙플 : 외롭고 우울하고 염세적인 앨범이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사랑에 대해 염세적인 내용을 담았다고 하셨어요. 단어의 정의를 풀어본다면 누구든 풀어볼 수 있지만, 본인만의 ‘염세적인 사랑’에 대한 정의가 있을까요?
정의라면 조금 어려운 것 같고, 그냥 그 시기에 제가 느꼈던 사랑이 염세적이고 페시미즘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걸 피하려고 하지 않고 뭔가 들여다보고 외로움을 느껴보자는 생각으로 앨범을 만들 게 됐어요. 정의라고 하면 (이번 앨범처럼) ‘비주류적인 이별의 이야기들도 있다’라고 말하고자 했던 게 나름의 정의였던 것 같아요.
힙플 : 상상을 동원해서 앨범을 만들었다고 하셨어요. 그렇다면 (앨범 서사에 있어서) 상상과 실제의 비중은 어느 정도였나요?
일단 이야기는 상상이고요. 안에 있는 분위기는 제 현재 상태였어요. 제가 이별을 겪고 실제로 힘들었던 건 아닌데 시국도 그렇고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 우울하고 기쁜 일들이 별로 없어서 어두운 상태였어요. 그걸 굳이 ‘아, 나 지금 일 때매 힘들어’라는 내용으로 쓰고 싶진 않아서 그냥 슬픈 이야기로 쓰고 싶었어요. 가장 쓰고 싶었던 내용은 사랑과 이별, 이별 후에 겪는 어떤 일들이었고 그걸 한 사람에게 대상화시켜서 쓸쓸한 마음을 넣어 썼어요.
힙플 : 지난 쇼트인터뷰에서 ‘결정을 잘 못 하는 편이라 EP와 정규 중에 고민 중이다’라고 했는데 왜 EP로 결정하셨나요?
사실 EP 앨범도 막 그렇게 내고 싶지는 않았어요. 저는 퍼포먼스 적으로도 보여드리고 싶은 게 많은데 지금 그게 제한이 되잖아요. 아무래도 공연을 많이 하지 못 하니까. 저는 밴드 세션을 쓰는 걸 좋아해요. 앨범을 내더라도 그걸 재편곡해서 밴드 스타일로 보여주는 걸 꿈꾸는 사람이거든요. 제일 큰 이유는 그것 때문에 정규 앨범으로 내지 않은 거고요. 정규 앨범으로 묶으려 하지 않았어요. 만약 정규 앨범을 낸다면 처음 내는 정규인데 이렇게 어둡게 내고 싶지도 않았어요. 어떤 외로움, 페시미즘, 염세적인 무언가로 묶고 싶지 않고 여러 장르와 대중적인 것들을 정규로 묶고 싶어서. 지금 시기에는 제 외로움이 조금 더 크니까, 외롭게 내자고 했죠.
힙플 : 연남동은 밴드 세션으로 만들어서 유튜브에 영상으로 올리셨는데, 밴드 세션과 관련해서 따로 계획 중인 무언가가 있으신가요?
네, 있습니다. 사실은 욕심으로 전곡을 밴드 편곡해서 내고 싶었는데, 그건 좀 할 일이 너무 많아질 것 같아서요. ‘BADKID!!!’도 편곡해서 밴드 세션으로 나올 예정이에요.
힙플 : KOZ 내부에서 정규 앨범을 준비하자는 이야기는 없었나요?
네, 회사에서 저한테 따로 어떤 앨범을 내자고 말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제가 내고 싶다고 하면 거기에 맞춰서 진행해주는 스타일이에요.
힙플 : EP 앨범의 제목이 궁금한데, it’s not your fault라고 말하고 있잖아요. 영화 ‘굿 윌 헌팅’에서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를 끌어왔던 대사이기도 한데 이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어떤 메시지가 있나요?
이거는 제 앨범을 저한테 포커싱을 두지 않고 대상화를 했어요. 이 앨범은 화자가 있고 주인공이 따로 있어요. 그 사람한테 제가 하는 말일 수도 있고 그 사람이 저한테 하는 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뭔가 범용적인 대사 같은 말을 쓰고 싶었어요. ‘네 잘못이 아니야’. 과거에 어떤 잘못을 했는데 그게 네 잘못만은 아니야. 여기서 이 사람은 자신의 잘못 때문에 헤어진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하거든요. ‘다 내 잘못이다’라고. 그러면 그 사람이 상대방 여자에게 하는 ‘네 잘못이 아니야’가 될 수도 있고. 굉장히 해석의 여지가 좀 많은 것 같아요. 어찌 됐든 잘못과 관련이 있는 거니까 (이렇게 지어졌어요).
힙플 : ‘panorama’ 이후 2년 5개월, 앨범 단위로는 꽤 긴 공백이었는데 그 사이 작업물은 많이 만드셨다고 하셨어요. 그중에서도 이번 EP에는 어떤 곡들이 들어갔나요? ‘우즈의 야간작업실’ 방송에서 듣기로는 따로 그동안의 곡 중 셀렉을 한 앨범은 아니라고 하셨는데.
일단 셀렉을 한 건 있어요. 셀렉을 했다기보다 애초에 타이틀을 ‘연남동’으로 생각하고 서사를 쓰기 시작했거든요. 이번 앨범이 독특하다기보다 ‘panorama’ 때랑 비슷했어요. 다 제목과 시놉시스를 짜놓고 작업을 해서. ‘1번 트랙은 뭔가 더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싶어서 1번 트랙에는 스트링 음을 많이 사용했고, 마지막 곡은 뭔가 그런 것들이 아름답기보다 분출되고 포효되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이처럼 (따로 셀렉을 하기보다) 전체적인 틀은 정해놨던 것 같아요.
힙플 : 그럼 정해진 틀이 있었다고 하셨는데 앨범을 만들면서 틀에서 벗어났거나 변화가 있었던 트랙이 있나요?
변했다기보다 재밌는 건 있었어요. 원래 호스텔이라는 노래가 타입 비트예요. 그걸 의뢰해서 사와 가지고 재편곡을 했는데, 원래 그 트랙을 가지고 온 뒤, 편곡한 게 허밍이었어요. BPM도 같고 코드 진행도 비슷하거든요. 근데 허밍 트랙을 편곡했는데 그게 호스텔 기존 트랙이 있는 상태에서 편곡한 거죠. (호스텔 곡이) 허밍으로 재편곡이 됐는데 아예 다른 노래를 썼어요. 뭔가 아예 다른 가사와 노래로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허밍에 호스텔 멜로디가 들어가 있었는데 빼고 아예 새로운 작곡을 했죠. 그걸 제외하고는 달라진 게 많이 없었어요. 편곡이 추가되고 애드립이 추가된 정도 있었어요.
힙플 : 앨범 트레일러를 보면 불이 켜지고, 누워있는 다운 님을 조명이 비추고 있는데 무언가 천 쪼가리들이 감싸잖아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천이 리버스되면서 제 몸을 덮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게 다 잘못이에요. 죄들. 원래 뱀을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제가 생각하기에 뱀이 ‘죄’를 상징하는 어떤 메타포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실제로 뱀을 동원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표현할 수 있는 게 뭘까 싶었는데 그게 천이었어요. 어떤 공포심이 유발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표현했어요.
힙플 : DAWN에서 Dvwn으로, A를 뒤집어 v로 예명을 변경하셨어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사실은 새벽이라는 것에 고정적으로 박히고 싶지 않았어요. 근데 이 이름을 버릴 수는 없으니까. 변화를 주면 뭐가 좋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한글 표기로 ‘다운’을 쓰는 거였고 그래도 영문 표기로 아이덴티티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새벽을 좀 뒤집어볼까 싶었고 새벽이라고 새벽 같은 노래만 쓰는 것이 아닌 오히려 잠들어 있는 게 아니라 깨어 있는 시간으로 뒤집어보자 싶었어요. 이유를 추가하자면 뭔가 좀 신박한 거 같았어요. 해외에서는 A를 V로 뒤집는 걸 굉장히 많이 사용하거든요. 뭔가 그런 표기법에서 독특한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힙플 : ‘자신에게 ‘새벽’이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이게 날마다 다르거든요. 저한테는 예전에는 조금 힘든 것도 있고 작업을 하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근데 지금은 보통 쉬는 시간이에요. 요즘은 새벽에 음악 작업을 안 하거든요. 쉬면서 칠링하고, 물론 깨어 있는 시간이긴 해요. 그래도 저한테는 쉬는 시간 같아요.
힙플 : 전곡 작곡에 참여하셨어요. 곡을 만들 때 타 프로듀서와는 어떻게 협업을 진행하시나요? 혼자 작곡해서 토대를 만들고 함께 덧붙인다거나.
일단 대부분 곡은 제가 참견을 해요. ‘어떤 걸 쓰자’라고 해서 만나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초반 코드부터 어떤 흐름으로 갈지, 편곡적인 부분과 이야기를 같이 얘기하면서 만들어요. 그렇게 초안을 만들고 제가 계속 주문을 하는 스타일이에요. 이걸 넣어줘, 여기 좀 고쳐줘. 이런 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해요. 주고받는 느낌보다 제가 찾아가서 아이디어를 많이 말하는 편이에요.
힙플 : 그럼 반대로 혼자 작곡을 해서 여기에 작곡가분들이랑 덧붙이는 경우는 없었나요?
그런 경우가 호스텔이었어요. 타입 비트에다 제가 작업을 하고 그걸 사서 재편곡을 하는. 그런 게 어떻게 보면 제가 먼저 선작업을 하고 후작업을 같이 하는 경우죠. 근데 그런 경우가 많이 드문 것 같아요. 왜냐면 제가 원래 타입 비트를 사서 작업하는 게 아니라, 그냥 유튜브를 틀어놓고 듣다가 우연히 나왔는데 너무 좋아서 멜로디를 붙여보고 만든 거였거든요.
힙플 : 아무래도 앞선 질문들에서 설명이 됐을 수 있는데, ‘panorama’, ‘새벽제세동’ 시리즈 등 이전까지의 발매 작품과 달리 이번 작품이 가진 차별성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단 장르로써 완전한 차별성을 띠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야기는 어느 정도 전개가 되다 보니 비슷한 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번 앨범이 좀 더 다른 점은 ‘좁은 시야’ 같아요. ‘panorama’는 말 그대로 넓게 보는 것 같거든요. 즐거움도 있고 슬픔도 있고 희망도 있고. 근데 이번 앨범은 우울과 염세적이고 외로운 이별. 이것이 한 사람한테 벌어지는 일들이거든요. 좀 더 단편적인 시각으로 많이 쓴 것 같아요.
힙플 : ‘새벽 제세동’ Vol.3에서는 시놉시스를 쓰시고 애니메이션처럼 구현하셨잖아요. 이번 앨범이나 앞으로의 앨범에서 해당 구성처럼 만들어보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저는 사실 이번 앨범에. 음, 샤라웃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 작가님이라고 계세요. 이 분이 요즘 애니메이션을 엄청 잘 만들고 계셔서 그분께 부탁을 드리고 싶었는데 저희가 일정이 너무 빠듯했어요. 나중에는 꼭 부탁드려서 애니메이션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제 타투도 그렇고 타투들을 보면 만화스러운 게 많거든요. 제가 이런 것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해보고 싶어요.
힙플 : 그럼 처음에는 애니메이션을 어떤 아이디어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일단 판타지적인 것들을 생각했어요. 실제로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것과 그림이 표현할 수 있는 게 확실히 나누어져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좀 더 판타지스럽고 상상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들을 많이 바탕으로 했던 것 같아요.
힙플 : 지코 외에 KOZ의 유일한 아티스트인데 이번 앨범과 관련해 지코님이 도와주신 부분이 있을까요?
네, 항상 조언을 많이 해주시는 편이에요. 근데 이번 앨범은 제가 좀 말을 안 들었어요. 지호 형이 ‘이랬으면 좋겠다’하는 것들이 조금씩 있었거든요. 근데 이번 앨범은 제 위주로 끌고 간 것 같아요. 고쳤으면 좋겠다 싶은 부분들이 있었는데 그냥 내보냈죠. 그런 것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힙플 : 그런 것 중에 대표적인 게 있다면?
음, 거울. 거울 트랙이 제일 심했어요. 저는 이 앨범을 만들 때 ‘거울’의 가사가 잘 안들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리스너분들이 좀 가사를 보면서 들어줬으면 싶었어요. 근데 지코 형은 제가 섬세하게 가사를 쓰는 걸 알기 때문에 그게 조금 더 잘 들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말을 하셨어요. 어느 정도 타협을 보긴 했어요. 확실히 그게 좋긴 하더라고요. 이런 타협은 많이 봤어요. 볼륨을 5db로 올렸으면 좋겠다고 하시면 중간인 3db 정도로 타협은 본 것 같아요.
힙플 : 드레스님이랑 대화하는 인터뷰를 봤는데 예전에 가사가 약점이었다고 말하셨어요. 반면 이번 앨범은 섬세하고 서사적으로도 가사가 인상적이었거든요. 이번 EP에서 가사적으로 성취한 무언가가 따로 있으실까요?
이번 앨범은 제가 가사를 신경을 많이 썼어요. 가사에 신경을 쓴 이유가 단적인 주제로 시작해서 여기에 갇힐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외로움이라는 게 넓고 포괄적으로 볼 수 있겠지만, 그 한 가지 주제로 쓰기에는 폭이 좁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주제를 정하고 가사에 심혈을 많이 기울였어요. 왜냐면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저는 굉장히 만족해요. 평에서도 반응이 제가 만족할 만큼 오는 것 같아서 만족합니다.
힙플 : 마지막으로 이 앨범을 듣는 포인트가 있다면?
이 앨범은 확실한 포인트가 있어요. 제가 이 앨범을 만들 때 제 외로움을 피하지 않고 녹여내는 방식을 선택했거든요. 사람마다 방식들이 따로 있잖아요. 저는 피하기보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식으로 생각을 많이 했어요. 들어주실 때 그걸 즐겼으면 좋겠어요. 공포 영화는 공포 영화만의, 킬링 타임은 킬링 타임만의 맛이 있잖아요. 이번 앨범은 외로움과 우울, 염세적인 것들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서 이 감정들에 몰입해서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1. dot.
힙플 : 처음에 카세트테이프를 켜는 소리가 나는데 어떤 의도로 작업하셨나요?
제 앨범이 단편 영화 같은 느낌을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영화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비슷한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카세트테이프 소리가 뭔가 시작점을 알리는 느낌의 연출이라 생각해서 그렇게 소리를 넣었죠.
힙플 : EP의 문을 여는 첫 트랙. dot으로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몽환적인 이별 이야기로 첫 트랙을 열게 됐는데.
‘dot’는 이별이 처음에 아름답게 비추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뒤에 ‘알고 보니까’라고 전개됐으면 좋겠었거든요. 그래서 이쁘고 선율이 장엄하고 웅장한 그런 서막을 알리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처음에는 조용히 들어오다가 파이가 커지는 곡을 인트로로 선택했어요. 그게 ‘dot’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 사이는 가장 완벽한 원인 줄 알았는데, 빙빙 돌아 그렸었던 인연에 사랑으로 채웠었던 게 마침표가 될 줄 알았었다면’
힙플 : 굉장히 훌륭한 시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미리 정해둔 곡 제목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 이와 같은 표현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사실 원래는 이 곡의 제목이 ‘dot’이 아니었어요. ‘AI Dream’이었거든요. 누군가 심어놓은 것처럼 기계들의 반복되는 꿈. 기계들은 사람이 설정한 세팅 값 그대로 반복된 행동을 하잖아요. 뫼비우스 띠처럼 꿈이 반복적으로 꿔지는 느낌을 생각했었는데 이게 저만의 생각으로 너무 빠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좀 더 이별의 시작이 뭘까 생각하다가 마침표라 생각했어요. 완벽한 원이라고 치면 완벽한 연애인 줄 알았는데. 그 안을 사랑으로 채우고 여러 가지로 채웠지만 거기서 멀어지니 점처럼 보인다는 것이었어요. 이게 되게 아련하고 슬프더라고요. 원래는 ‘dot’이었는데 ‘dot.’이라고 점을 붙였거든요. 이건 지코 형의 아이디어였어요.
‘작은 점처럼 남겨져 사라져가겠지 뭐’
힙플 : 어떤 표현이었는지 궁금해요. 이름 세 글자가 작은 점처럼 남겨져 사라진다고 함은?
말 그대로 그거예요. 이건 6번 트랙이랑도 연결돼 있는데, 이름도 멀어지면 점처럼 보이잖아요. 우리가 헤어지고 멀어지면서 아예 모르는 사람이 될 거고, 결국 예전의 점처럼 멀리서 지나가는 사람들 봐도 신경 안 쓰잖아요. 그런 느낌으로 썼어요. 우린 있는 듯 없는 듯 하는 사람으로 남을 거니까.
힙플 : 1번 트랙에서 더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신가요?
1번 트랙은 어떻게 보면 시작이고 끝이에요. 8번 트랙이랑도 연결이 돼 있고. 계속 빙글빙글 돌아가는 게 이 앨범이거든요. 결국 깨달아도 다시 원점인 이별의 시작으로 돌아가는 구조. 원이나 점, 동그라미 등이 다 연결돼 있어요. 그러니 주의하셔서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힙플 : 그렇다면 ‘dot’과 ‘거울’은 서사적인 것 말고 가사적으로 연결된 바가 있나요?
서사적으로 연결이 되는 거예요. 가사적으로 연결되는 건 별로 없고, 서사적으로 처음엔 아름다운 이별이지만 마지막엔 참혹한 그리움이거든요. 그리고 이별에 대한 엄청난 염세적인 생각들. 차라리 사랑을 몰랐을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끝나거든요. 그런데 다음 날이 되면 같은 생각이 반복돼요. 또 네 생각이 나고, 후회되고 반복되는 거라서 이 둘을 원으로 이을 때 시작점과 끝점이 똑같죠. 그런 구조로 생각했어요.
2. 연남동 (Feat. lIlBOI)
힙플 : 뮤직비디오 티저를 보면 앉은 다운님을 두고 스태프처럼 보이는 분들이 움직이는 모습이에요. 뮤직비디오 전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내용과 해석이 궁금합니다.
저희가 연출하고 싶었던 그 플롯은 제가 연남동에서 촬영하는데, 이런 일을 하고 다 끝나면 현실로 돌아오잖아요. 현실로 돌아오니 외로움밖에 없네, 나밖에 없네. 이런 것들을 연기하고 싶었어요. 연기자인데 현실로 돌아오면 연남동에서 말하고 있는 화자처럼 외로움의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스텝들은 다 떠나고 그리움을 생각하는 나밖에 안 남았다는 구조로 생각했어요.
힙플 : 숨겨진 메타포나 구조적인 미장센이 있을까요?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딱히 없었고 원테이크 느낌과 연기가 포인트였어요. 누군가가 디렉팅해주는 연기를 처음 해봐서 제가 뮤비 속 제 모습을 볼 때 되게 재밌거든요. 연기 선생님도 붙었어요. 그게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내가 연기를 한다’가 포인트였고, 연기 차도 있고 실제 촬영장 같잖아요. 그런 요소들을 담고 싶었어요.
힙플 : 크레딧을 보면 이번 트랙에는 독특하게 jane님과 ron님이 작사에 참여하셨어요. 제가 알기로 jane님의 곡을 가져오셨다고 들었는데 정확히 어떻게 된 일인가요?
정확히 말씀드리면 3년 전쯤에 드레스라는 프로듀서 형을 만나고 처음 받은 트랙이었어요. 한 세 곡을 보내주셨는데 여기에 연남동이 있었어요. 그 당시에 제가 ‘panorama’ 앨범을 만들고 있었는데 거기에 빠져있어서 대중적인 팝 느낌은 잘 안 건드렸거든요. 제가 안 쓰다가 jane 형이 쓰신 거예요. 그냥 저도 지나치다가 들었는데 ‘이거 되게 좋다’ 싶었어요. 그리고 1년 정도 지나고 나서 하드를 막 찾다가 ‘연남동’이라는 노래를 1년 만에 들었어요. ‘되게 지금 내 상황이랑 비슷한데’ 싶은 생각이 들었고 jane 형한테 이거 쓸 거냐고 물어봤죠. 근데 안 쓴다고 하셔서 제가 좀 바꿔서 쓴다고 했어요. 그 형의 가사를 뼈대로 제가 이것저것 바꾸면서 만든 거죠.
힙플 : 그럼 애초에 곡이 ‘연남동’이었던 거죠?
네, 맞아요. 애초에 연남동이었어요.
힙플 : 그럼 가사랑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가져오신 건가요? 아니면 연남동과 관련해서 본인만의 기억이 특별했기 때문에 곡이 끌렸다거나.
일단은 연남동은 저한테 특별한 장소예요. 왜냐면 저랑 같이 음악 하는 사람들이 다 거기에 있고 어떻게 보면 마음의 고향이고 정신적 지주들도 많거든요. 그것도 그렇고, 안에 내용들이 좋았어요. (연남동이) 예전에는 힙스터의 성지였거든요. 연트럴파크를 사람들이 모를 때가 있었어요. 지금은 되게 많으시고 대중적인 장소가 됐는데, 그 안에 내용을 담고 싶었어요. 뭔가 그 안에 우리만 알던 추억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람이 많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복잡하고 부지런함 속에 한 명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이것도 외로움이고 고독이잖아요. 제가 앨범을 구상했을 때 가장 대중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외로움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가져오게 됐죠.
힙플 : ‘우즈의 야간작업실’에서 하신 연남동은 두 번째 파트가 기존 곡이랑 다른 걸로 들었어요. 원래는 본인만의 솔로곡이었나요?
아, 그 파트는 사실 급조해서 만든 파트였어요. 제가 예전에 기리보이 형이 참여한 ‘기억소각’은 느린 랩이라 멜로디로 뱉었거든요. 근데 제 기준에 릴보이 형이 타이트하게 뱉으셔서. 제가 랩을 하자니 바보 같을 것 같아서 막 만들게 된 파트예요.
힙플 : 릴보이님과는 어떻게 함께 하게 됐나요?
릴보이 형은 원래 제가 되게 좋아했어요. 옛날부터 되게 좋아했는데 ‘연남동’이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긱스의 옛날 느낌 같아서, 그래서 다짜고짜 디엠을 보냈죠. 처음에는 지코 형한테 얘기했어요. 이거 디엠을 보낼까, 어떻게 할까 하다가 보내보라고 해서 무작정 연락을 드렸죠. “곡 한 번 들어주세요, 안 들어주셔도 좋아요”라면서 (보냈어요). 메일 주소를 알려주셔서 보내드렸는데 다행히도 너무 좋다고 해주셔서 재밌게 진행했죠. 디엠으로 주로 이뤄졌어요.
힙플 : 처음에는 ‘익숙한 곳이야’, ‘허전한 마음이야’라고 말을 했지만 두 번째에는 ‘연남동 거리야’, ‘슬퍼진 거리야’라고 말하고 있어요. 표현에 변화를 준 느낌인데 어떤 감정적 변화가 있는 걸까요? 마지막에는 ‘넌 지금 어디야’라고 말하는데 이 역시 감정선이 궁금합니다. 또 2번 트랙에서 하시고 싶으신 말들을 모두 함께 해주세요.
이거는 이제 좀 찌질한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진짜 누구나 생각할 수 있잖아요. ‘나 술 취했는데, 너한테 전화하고 싶어‘라는 생각을. 근데 이걸 해야 되는지 말아야 하는지. 근데 장소는 확실히 있고 저는 기대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가로등이나 그런 길에 기대서 자꾸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하는, 점진적인 장면들이 묘사되는 것으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연남동이라는 말을 안 하고 홍대에서 집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요. 저희 집은 다른 방향이거든요. 제 집은 동쪽인데, 연남동은 집이랑 반대 방향이어서 반대로 걸어간다고 표현해요.
‘멈춰선 발은 왜인지, 집 반대편으로 가려 해’
그래서 이제 걸어가면서 점점 외로움이 깊어지는 느낌으로 쓰고 싶었어요. 막상 전화를 한 건 아니고 내려놓은 상태에서 외로움을 느끼다가 ‘나는 연남동인데 너는 어디니?’ 싶은 엔딩이죠. 뭔가 답답한? 고구마 엔딩 느낌으로 쓰고 싶었어요.
3. 허밍 (Feat. CHE)
‘농담처럼 뱉던 말이 내 마음에 콸콸 쏟아지는 고요한 이 밤에’
힙플 : 다음과 같이 표현했는데 마음에 콸콸 쏟아지는 농담처럼 뱉던 말이 무엇이었나요?
그 표현은 사실은 앞에 ‘There’s nothing 이젠 모든 게‘라고 가사가 나오거든요. 괜히 헤어지고 친구들이랑 장난으로 얘기하다 보면 ’이제 사는 것도 힘들다‘ 같은 얘기들을 저는 많이 했었거든요. 장난으로라도. 근데 이별을 겪고 나니까 더 쏟아지더라고요. 진짜 살기 싫어지는 것 같고 그 말들이 더 와닿는 거 같고. 그래서 그렇게 가사를 썼어요.
힙플 : 이 트랙 전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소개해주세요.
이것 또한 ’Nothing’이에요.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 곡을 쓸 때도. 그런 외로움마저도 사랑을 해보려고 했는데 일들이 너무 많았죠. 제가 해야 할 일일 수도 있고 사랑을 하느라 잊고 살았던, 버리고 살았던 것들이 큰 게(사랑이) 없어지니까 이것들이 다시 자신을 채우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외로움마저도 사랑하려 했는데 그것도 잘 안되고. 되게 이중적인 내용으로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피치를 올리기도 했던 거였고요. 보면 훅에서 목소리가 제 목소리가 안 나오거든요. 바뀌어서 나와요. 그게 이중적인, 모순되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사랑을 찾고 있는데 그걸 하기는 귀찮고, 해야 할 일은 많고. 그런 것들을 표현했어요.
힙플 : 그러면 훅 파트에서 하신 건 본인이 하신 건가요?
아, 그 파트는 영채 목소리예요. CHE 목소리예요. 영채랑 같이 작업하다가 그냥 ‘There’s nothing left inside’ 막 (멜로디를) 불렀거든요. 저도 한 번 뱉어보고 영채도 뱉어봤는데, 뭔가 좀 더 그때 당시에는 070 쉐이크처럼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 피치를 올리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올렸는데 너무 잘 맞는 거예요. 타일러 느낌도 조금 내고 싶었고. 둘이 같이 했을 때는 무거운 톤으로 피치를 올리는 게 더 좋더라고요. (그래서 CHE 목소리로 했어요)
힙플 : 그렇다면 곡 안에서 ‘허밍’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말 그대로 ‘허밍’은 허밍이에요. 가사가 없는, 멜로디만 있는 아무것도 없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의미 없는 어떤 (고민). 당신이 없기에 다른 복합적인 감정들이 있는데 이것들이 모두 다 의미 없는 것이라 느껴진다. 예를 들면 ‘Untitled’ 같은 느낌이라고 보시면 돼요. 무제, 허밍.
4. 호스텔 (Feat. jane)
힙플 : 보니까 친하신 아티스트 분들이 많이 참여하신 것 같은데 전 트랙에서 함께 하신 CHE님과 이번 트랙의 jane님을 소개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앨범에 전체적으로 많이 관여하신 것 같아요.
우선 jane 형은 제가 너무 팬이었어요. 원래 채널 23이라는 팀이었는데 사운드클라우드 때부터 너무 팬이었고 지금은 너무 친한, 너무 잘 아는 형이어서. 앨범이 나오게 되면 사람들이 되게 좋아하실 것 같은 분이에요. 영채라는 친구는 지금 제가 생각하기에는 굉장히 새로운 친구라고 생각하거든요. 너무 좋은 보이스 톤과 이야기도 재밌고, 자유로운 친구라서 저한테 영감을 많이 줬어요. 되게 좋은 것 같아요.
힙플 : ‘호스텔’을 낯설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호스텔’이라는 존재가 이 트랙 안에서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이 트랙 안에서 ‘회피, 도피’의 장소죠. 이 노래를 제가 19세를 걸지 말지 고민했거든요. 19세를 걸어서 가버릴까 싶을 정도로 마이너하고 퇴폐적인 느낌으로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막 무덤도 나오고 ‘천국에는 못 갈거야’ 같은 가사도 나오고요. 이 화자가 이별을 채우기 위해 되게 풋사랑, 하룻밤 사랑을 찾는 이야기로 쓰고 싶었어요. 그냥 이 감정을 당장 대체하기 위해서. 그래서 호스텔이라는 단어를 썼어요. 그 장소는 항상 낯설어야 해요. 그곳은 하룻밤 사랑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힙플 : 마지막 파트에서 낯선 소리들과 ‘삑’ 소리가 들려오는데 어떤 구성인가요?
이게 ‘BADKID!!!’랑 ‘호스텔’은 이어지는 트랙이거든요. 이게 왜 그러냐면, 결국 이것 때문에 화로 분출되는 게 ‘BADKID!!!’예요. 막 큰 의미는 없었어요. 뭔가 삐 소리가 바이탈 소리처럼 나오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고 아니면 ‘NG’나 ‘5, 4, 3, 2, 1’ 하는 장면 같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연결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힙플 : 저는 그걸 들으면서 아까 ‘5, 4, 3, 2, 1’하는 것처럼 영화에서 컷, 컷 하면서 넘어가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뭔가 회상하기도 하고. 마치 과거를 회상하면서 장면 장면을 끊어놓은 듯한 느낌이기도 해요. 그런 것들을 의도하신 건가요?
네, 그것도 맞아요. 그래서 뒤에는 다르거든요. 앞에는 저와 다른 낯선 사람과의 이야기인데 뒤에는 ‘너가 보고 싶어’라는 내용이 나와요. 이게 되게 이중적이죠. 이 내용이 ‘BADKID!!!’로 이어지는데 어떻게 보면 말씀해주신 것이 또 다른 해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5. BADKID!!!
힙플 : 가사는 CHE님께서 쓰신 것으로 크레딧에 표기돼 있어요. 그래서인지 이 곡의 작업 과정이 궁금해요.
저는 곡마다 어울리는 언어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곡마다 좀 잘 어울리는 무드와 언어가 있다고 생각을 해서, 처음부터 영어로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 곡 안에서 페르소나가 필요했어요. 왜냐면 이 곡에는 심한 언어들이 많이 들어있거든요. ‘Suicide’도 있고 이런 걸 한글로 표현하는 게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또 이걸 다른 사람이 표현해줬으면 좋겠다 싶어서 영채한테 영어로 부탁을 했죠.
힙플 : 어떻게 보면 뮤지컬 느낌은 아닌데 읽어보면 소설책처럼 대사도 들어가 있고 하잖아요. 이걸 직접 쓰시고 번역을 부탁드린 건가요?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부탁한 건가요?
저는 처음부터 아예 대주제와 어떤 단어들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것만 말했어요. 그래서 저는 ‘Suicide’처럼 극단적인 단어들의 배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왜냐면 이 곡은 결국에 자신에 대한 화로 돌아오거든요. ‘풋사랑을 하고 나서 ‘그립다’라고 했는데 나는 왜 이 짓을 하고 있는 걸까‘라며 나에 대한 화로 분출되거든요. 그래서 저는 어떻게 보면 이게 ’it’s not your fault’에 가장 근접한 이야기라고 생각돼요. 내 잘못이야,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하거든요.
힙플 : 제목이 ‘BADKID!!!’잖아요. 가사 속 ‘나’라는 인물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것 같은데 제목의 자세한 속뜻이 궁금해요.
맞아요. 그 느낌도 맞고, 뭔가 나쁜 소년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화를 막 발산하는 어리석은, 바보 같은 소년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자신을 비판해요. 근데 마지막에는 찡찡대거든요. ‘나는 너가 보고 싶어’, ‘근데 나는 너 옆에 있고 싶어’. 이런 식으로 소년 같고 바보 같은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쁜 소년. 이런 화를 표현한 것이었어요.
힙플 : 느낌표 세 번을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사 안에 너무 쌘 표현인데. ‘Fucked Up’이라는 표현이 있어요. 거기에 느낌표가 세 개가 있거든요. 그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냥 이거 다 ‘Fucked Up’이다.
힙플 : 원래 앨범 제목이 소년이었다고 들었는데, 이런 것 때문에 소년이었을까요?
네, 맞아요. 원래 소년이었는데 소년의 이야기로 다 이어지죠. 그냥 소년이어서 익숙하지 않은 이별을 했을 때 사람마다 대처 방법이 다 있겠지만 좀 더 이렇게 표현을 한 거죠
6. 이름 (Feat. 권진아)
닳고 닳은 너와 나의 두 이름’
힙플 : 굉장히 시적인 표현이었어요. 자세한 풀이가 궁금해요. 왜 이름이 닳았을까요? 아까 1번 트랙에서는 ‘희미해졌다’라고 표현했는데.
일단 그 이름은 꿈속에서 벌어진 일이예요. 꿈에서 화자가 만났던 상대방이 저에게 하는 내용이거든요. 그래서 ‘dot’에서 말했다시피 ‘이름 세 글자가 없어질 거야’였다가 거기서 선명해지거든요. 왜냐면 사랑을 하기 때문에 서로의 이름보다 서로의 아이덴티티나 가치관이 좀 더 존중받는 것 같고, 사랑을 해서 좀 더 내가 되는 것 같은. 그런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근데 그게 뭐든 다 꿈에서 벌어지는 일이었죠. 그래서 그 영어 제목이 ‘Good Night’이에요
‘너와 내가 사는 곳, 이곳은 수많은 픽셀로 이루어져 있고’
힙플 : 픽셀로 이루어져 있는 세상. 굉장히 낯선 표현인데, 이것 역시도 꿈이라서 가능한 것인가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아, 그건 사람들을 의미한 것이었어요. 원래는 너와 내가 사는 ‘서울’이라고 표현하려고 했거든요. 근데 이제 내가 사는 세상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픽셀로 이루어져 있고 그런 감정들이 픽셀로 느껴졌어요. 그게 모이고 모여 만든 것이 원이었던 거죠.
힙플 : 이어 ‘우린 그저 작은 점에서’라고 쓴 가사. 혹시 첫 트랙의 dot에서부터 끌어온 표현인가요?
그렇죠. 네, 맞아요.
힙플 : 권진아님과는 어떻게 함께 하셨나요?
이 곡을 쓸 때 처음에 저는 남자 보컬을 생각했어요. 가사가 나오지 않고 멜로디 라인만 나왔을 때 이적님을 생각했거든요. ‘이적님이 이런 곡 해주시면 너무 좋겠다’ 싶었는데 가사를 쓰다 보니까 상대방이 나에게 해줬으면 하는 말을 쓰고 싶었어요. 원래는 진아님한테 다 부탁드리고 싶었거든요. 서사로 봤을 때는 상대방이 저한테 해주는 말이었으면 좋겠어서. 근데 그럴 수는 없고 저도 노래를 불러야 하니까 앞에서 제가 먼저 이야기를 해요. 누가 가장 이 슬픔을 담담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까 진아님이 생각나서 바로 부탁을 드렸어요.
‘널 괴롭히던 밤, 형태 없이 사라지네, 뜨거운 이름만 남은 채’
힙플 : 이 역시도 특이한 표현이었어요. 어떤 것에 대한 추상적 표현이었는지, 혹은 따로 시놉시스가 있는 스토리인지 궁금해요.
어떻게 보면 저는 이건 쉬운 표현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왜냐면 앞에 ‘My broken angel valentine’이라고 나와요. 뭔가 되게 힘든 사람을 위로해주는 걸 쓰고 싶었어요. 근데 지금이 밤이잖아요. 영어 제목으로 ‘Good Night’이니까, 저는 새벽을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이제 ‘너가 힘들었던 밤들이 우리가 있으므로 인해 우리의 이름만 온전히 남은 채로, 우린 뜨겁게 남을 거야’라는 표현이었어요.
힙플 : 마지막으로 6번 트랙과 관련해서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신가요?
6번 트랙부터 7, 8번 트랙은 다 이어져요. 이야기가 이어지는 느낌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조금 끝까지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콰이어도 넣고 그랬거든요. 이 6번 트랙은 깨달음으로 들어가는 도입부예요. 7, 8번 트랙까지 차근차근 들어주시면 좋겠고 마지막까지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치밀하게 설계한 노래 중 하나여서. 그리고 폭발이 될 것 같은 그런 감정을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7. HOME
힙플 : 앨범 제목인 ’it’s not your fault’와 가장 잘 어울리는 느낌의 트랙이었어요. 어떤 분위기를 자아내고자 했던 곡이었나요?
이 트랙은 그냥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쓰고 싶었어요. 뭔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조건 없이 기다려주는 그런 사랑? 그런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강아지를 생각하고 썼거든요. 제가 강아지를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작업을 하고 있을 때면 제 밑에 있거든요. 근데 이제 끝날 때까지 제 곁에 있어줘요. 제가 작업을 하면 애들 신경을 못 써주니까. 제 옆에 있는 이 친구들을 보면서 절 많이 기다려주고 산책가자고 하면 반겨주고 그러니까. 처음에는 이 친구들이 저를 보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하면서 쓴 곡이었어요.
힙플 : 이 트랙이 유튜브를 통한 클립으로 선공개 됐잖아요. 그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일단 제일 첫 번째는 그걸 찍은 지 오래됐어요. 그 트랙은 원래 ‘자유비행’이랑 같이 내려고 했었거든요. 근데 이번 앨범이랑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여기에 넣게 됐고, 원래 이 트랙을 다른 컨텐츠에서 먼저 불렀었어요. 그래서 이걸 먼저 공개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선공개하게 됐죠.
‘I’ll always be your home‘
힙플 : 이 곡의 대상, 그리고 이 곡을 듣는 누군가에게 한 마디를 건넨다면?
저는 그냥 모든 곡마다 ’it’s not your fault’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번 앨범은 다 그게 맞다고 생각을 해서. 그것일 뿐입니다. (웃음)
8. 거울
힙플 : (발매 전 트랙에는) 초반에 기내 안내 방송이 먼저 흘러나와요.
아, 그것 없어졌어요.
힙플 : 아, 없어졌군요.
네, 실제 앨범에서는 저작권 문제 때문에 뺐어요. 아, 근데 말해도 괜찮아요. 왜냐면 재밌을 거예요. 원래 자유비행이 수록곡이었거든요. ‘자유비행’이 8번 트랙이고 9번 트랙이 ‘거울’이었어요. 자유비행에서 기내 안내 방송으로 가는 설계였는데, 자유비행 톤이 갑자기 너무 따듯해지는 거예요. 아이덴티티가 안 맞으니까, 자유비행을 빼면서 기내 소리도 빼게 됐죠.
’마지막 네 얼굴을 닮아있어서 나 울어버렸어‘
힙플 : 얼굴을 닮아있어서 울어버렸다니, 그 마지막 얼굴이 궁금해지는 가사였어요. 이 이후에도 비슷한 표현이 이어지는데.
’마지막 네 얼굴‘은 헤어질 때 그 사람의 마지막 모습이겠죠? 그리고 거울을 봤는데 물때가 묻었다는 게 (제가 의도한 것은) 내가 너무 많이 울어서 물때가 묻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었고 너무 울어서 내 마음이 젖어 사랑이 타버릴 틈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나는 어떻게 하는 내용이죠. 어떻게 보면 사랑에 대해서 되게 허탈한 마음. 나는 다 잊은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을 만나서 하는 행동이 너를 닮아있으니까, 나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내용이거든요.
힙플 : ’거울‘이 갖고 있는 의미가 방금 그것과 일치하겠군요.
네, 맞아요.
힙플 : 그럼 마지막으로 8번 트랙과 관련해서 하시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우선 저한테는 되게 (의미가 커요). 저는 거울을 제일 좋아하거든요. 왜냐면 이 앨범에서 가장 쓸쓸함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좋아하고 마지막에 제가 가사를 안 써둔 구간이 있어요. 노래를 부르다가 애드립으로 나온 가사가 있거든요. 저는 곡에 빠져서 써서 이게 뜻이 안 맞아도 넣고 싶었는데, 이걸 잘 찾아서 들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부분을 캐치해서 들으시면 재밌을 것 같고, 꼭 ’거울‘에서 ’dot’으로 돌아가셔서 들으시면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힙플 : 마지막으로 ’it’s not your fault’를 들을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들으셨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걸 만들 때 자신의 외로움을 깊게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생각으로 쓰게 됐어요. 여러분도 그렇게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이게 막 대중적이고 친절한 앨범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외로움과 슬픈 것을 다룰 때는 무조건 친절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 부분을 너무 불편하게 듣진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좀 더 빠져서 들어주시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힙플 : [it’s not your fault] 발매와 인터뷰를 마치면서 소감을 이야기한다면?
오랜만에 EP 앨범을 내게 돼서 재밌게 흥미로웠어요. 사실 떨리지는 않아요. 제가 너무 많이 들은 노래여서, 떨리지는 않는데 앞으로도 다른 얘기들을 담은 앨범들이 나올 예정이니까 다른 앨범도 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고 그 전까지 ‘it’s not your fault’ 많이 들어주세요.
[인터뷰어/편집] 김동현 ([email protected]/ ig @kimd0nghye0n1)
[촬영/보조] 황정환 (ig @jhbackpac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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