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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플레이야인터뷰 개코(Gaeko) 레딘그레이, 올타임 페이보릿 최자 그리고 못난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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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코(Gaeko) | 레딘그레이, 올타임 페이보릿 최자 그리고 못난 동생

 힙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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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01 2014-11-17 19:05:49



HIPHOPPLAYA (이하 H) : 점점 본토 씬과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어요. 일례로 테디 라일리가 SM사옥에서 작업을 하고, 얼마 전에 TV를 보니까 워렌지가 아이돌 프로그램에 찬조 출연하더라고요. 어쨌든,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와 프리모(DJ Premier)는 음악적으로 동등한 위치에서 이루어진 콜라보였는데, 작업은 어떻게 하게 된 거에요?

개코(Gaeko)(이하 G) : 미뎀이라는 프랑스에서 열리는 음악 페어가 있어요. 해외 아티스트들이나 레이블과 교류하는 장 같은 건데, 그곳에 저희가 초대받았어요. 저희 부스가 있는데, 프리미어의 변호사가 오더라고요. 미국은 변호사가 거의 매니저 같은 역할도 하거든요. 그 변호사가 프리미어랑 20년을 넘게 일했다고 하니 친구나 마찬가지인 거죠. 아무튼, 그 변호사가 저희를 만나자고 먼저 제안을 했어요. 원래 미뎀에 모이기 전에 서로의 정보를 보고 흥미가 있는 경우에 미팅 약속을 잡는데, 제안 메일 중 하나가 프리모 변호사한테서 온 메일이었던 거죠. 미뎀에서 만나서 얘기 해볼 수 있겠냐고요. 메일을 보니까, 프리모 이름이 딱 있는데, ‘딴 미팅은 다 제쳐두고라도 이건 무조건 만나야 된다’ 싶었죠. (웃음) 해서 그날 프랑스에서 처음 만났어요. 물론, 만났다고 해도 비즈니스가 안 되는 경우도 많은데, 그 쪽에서 먼저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쪽에서 음악을 들어 봤는데, 프리모가같이 해보고 싶어한다고 하더라고요.


H : 보도자료대로 두 팀이 콜라보를 했다는 것 자체로도 큰 이벤트였어요. 그렇지만, 이벤트 수준보다는 조금 더 완결력이 있는 (앨범)사이즈의 작품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은 건 사실이거든요.

G : 기본적으로 그 정도 아티스트의 경우에는 1년 스케줄이 이미 프로젝트로 나와있는 상태에요. 그 당시가 피트락(Pete Rock)이랑 전 세계 투어를 하고 있을 때였는데, 사실 프리모도 굉장히 바빴죠. 한국에서의 활동도 여름 사이에 잠깐 시간이 났을 때 간략하게 활동했던 거였거든요. 앨범을 하나 만들려면 사실 오랜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런데, 저희와 작업을 하고 프리모가 너무 좋아하고 갔어요. 지금도 메일을 주고 받는데, ‘풀랭스 앨범을 하나 같이 만들어보자’ 이런 얘기를 하기는 했어요. 그래서 저희가 한번 뉴욕을 가보려고요. (웃음) 프리모가 ‘너네 오면 힙합이 처음 시작한 스튜디오, 길부터 해서 쫙 다 보여주겠다’ 하더라고요. 그만큼 한국에서 클럽도 다니고, 술도 마시러 다니면서 같이 행아웃한 게 좋았었나 봐요. 그래서 뭐, 앞으로도 음악을 넘어서 친구처럼 자주 보게 될 것 같아요.


H : 어쨌든 콜라보 앨범에 대한 가능성은 열려있는 거네요?

G : 열려는 있는데, 저희도 일단은 저희의 스케줄이 있으니까요. 저희도 1년 치의 계획을 미리 짜고 움직이는 편이라, 그게 어떻게 이루어지게 될 지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어요. 서로 주고받고 있는 단계인 거죠.


H : 프리모와의 작업 후에 다른 해외 아티스트들과의 연결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혹시 진행 중인 콜라보가 있나요?

G : 수파덥스(Supa Dups)라는 프로듀서가 있는데, 브루노 마스, 에미넴, 리한나 같은 아티스트들의 비트를 만든 친구에요. 힙합이랑 덥(Dup), 레게(Reggae) 느낌을 브랜딩해서 잘 만드는 친구인데, 그 친구한테 직접 연락이 왔어요. 지금 그 친구와 작업을 하고 있고, 일본의 프레이드 오케스트라는 프로듀싱 팀이 있는데, 알로에 블락(Aloe Blacc)이랑 루츠(The Roots)랑 작업했던 아티스트더라고요. 저희도 잘 몰랐는데, 저희가 프리미어랑 작업한 거를 듣고, 어떻게 발매하든 상관 없이 다이나믹 듀오 앨범이든, 자기네 앨범이든 같이 작업을 해보자고 연락이 왔어요. 그 분들이랑도 지금 비트 몇 개 받아서 작업 중에 있어요. 그런 식의 긍정적인 효과들이 있더라고요. 해외에서도 저희 음악을 찾아 듣게 되니까요. 그러면서 음악적으로 연결되는 일들이 많은데, 저희는 되게 재미있죠.



DYNAMIC DUO X DJ PREMIER - AEAO


H : 디지털 시대로 전환이 거의 끝났다고 봐도 될 것 같은데, 다듀나 개코 솔로도 그렇고 앨범 단위의 작업물들이 계속 나오는 게 멋있는 것 같아요.

G : 고맙습니다. (웃음)


H : 앨범 단위의 발매도 장점이 있겠지만, 타이틀곡 외의 곡들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못 받는다거나 그런 단점이 있잖아요. 그리고 뭐, 재정적으로도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고요. 개코님이나 다이나믹 듀오의 경우는 어떤가요?

G : 여러 가지 측면이 있기는 해요. 싱글로 곡을 따로 냈을 때는 수익적으로 훨씬 좋죠. 그러니까, 대중적으로 따로 기획해서 싱글을 냈을 때는 사람들의 집중도가 다른 것 같아요. 요즘 음반 시장 자체가 뭔가를 선 공개하면 선 공개 때 거의 앨범만큼의 관심을 주다가, 앨범을 막상 발표했을 때 그 만큼 집중도가 떨어지니까요. 왜냐면 지금 음반시장에 음악이 너무 많이 나오고 있거든요. 하루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상황이다 보니 사람들한테는 음악이 굉장히 인스턴트한 미디어가 된 것 같아요. 저희도 물론 그런 걸 고려해서 기획할 때도 있지만, 저희는 그냥 앨범으로 발표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H : 작가의 고집 같은 거네요.

G : 그런 거죠. 처음부터 앨범을 구성할 때, 어떤 식으로 구성하겠다고 하는 계획이 있는데, 이걸 만약에 갈라서 내버리면 그만큼의 구성의 미를 보여줄 수 없고, 제가 생각한 의도를 보여주기 힘들거든요. 그래서 별개로 계획하는 것 같아요. 무조건 앨범으로 내야 하는 앨범이 있고, 싱글로 던질 수 있는 곡들이 있는 거죠.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기획을 하지 않나 싶어요.


H : 또, 이번 앨범이 다듀 때도 시도하지 않았던 2CD란 말이에요. (웃음)

G : 이건 좀 특별한 케이스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이 앨범이야말로 한 곡, 한 곡씩 싱글 발표를 할 계획이었거든요. ‘될 대로 되라고 해’가 나오고 그 다음 연결로 처음에는 ‘장미꽃’을 기획했었어요. 뮤직비디오도 ‘될 대로 되라고 해’ 에서 나오는 스텔라 자동차가 장미꽃으로 연결이 되거든요. 원래 계획은 그런 연결을 통해서 다듀 활동의 번외 버전으로 한 곡씩, 한 곡씩 재미있게 만든 것들을 영상이랑 같이 공개하는 거였어요. 장미꽃 다음이었던 ‘제정신이 아냐’도 사실 영상이 있었죠. 수위가 굉장히 높은데, 그게 외설적이라기 보다는 뭐랄까, 패션 필름처럼 여체가 많이 나오는 영상인데, 어쨌든 지금 시기에는 맞지 않겠다 싶어서 일단은 공개가 안된 상태죠. 그런 식으로 한 곡씩 발표를 하려고 했는데, 작년에 시끄러운 일도 많았고 이러다 보니까, 시기를 놓쳤어요. 결과적으로 계획이 밀렸죠. 그리고 만든 게 다듀 7집이에요. 그럼 이제 발표를 해야하는데..(웃음) 계속 시기를 놓치면서 곡은 계속 쌓였죠. 이럴 바에는 그냥 앨범으로 만드는 게 낳을 것 같더라고요. 곡은 너무 많이 쌓여있고, 제가 이걸 발표를 안 하면 다음 단계로 못 갈 것 같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1CD 풀랭스 앨범으로 만들었는데, 제가 들어도 제 목소리에 대한 피로감 느껴지는 바람에 1CD를 찢어서 2CD 구성을 하고, 컨셉을 잡았어요.



DYNAMIC DUO - BAAAM


H : 뭐랄까, 'BAAAM'이 수록된 7집부터는 힙합이 확실히 대세가 된 것도 있지만, 온라인 차트에서 성공할 만큼 대중친화적인 힙합팀으로 확실히 발돋움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G : 글쎄요. 어쨌든 지금 힙합이라는 음악 자체가 대중들이 트렌드처럼 선택한 부분이 있죠. 랩이란 툴 자체에 대해서 많이들 친숙하게 느끼시는 것 같고, 미디어에서도 많이 소개도 되고 있으니까요. 물론 그게 긍정적인 영향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모든 게 빛과 그림자가 있지만, 힙합이 여러 각도로 노출 되면서, 사실 이제는 아이돌 그룹조차도 다 랩 하는 사람들이 되고, 저희 팀처럼 오랫동안 색깔 유지하면서 음악 하는 팀 들도 워낙 많다 보니까, 이게 차츰 차츰 친숙해지고, 결국에는 대중적인 차트에서도 힘을 발휘하는 시대가 온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게 지금은 주목 받지만 또 언젠가는 수그러질 때도 있겠죠. 사실 저희는 그런 걸 경험해본 세대거든요. 저희가 음악을 시작했을 때도 힙합이 대중적으로 굉장한 이슈였고, 인기도 많았어요. 근데, 씬 자체가 노화되기 시작하면서 잠깐 주춤했을 때가 분명 있었거든요. 그러는 와중에 스타들이 등장하면서 다시 활기를 찾았죠. 지금은 랩스타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H : 한국 같은 경우, 예능 프로가 대중문화의 중심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음악을 알리기 위해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자신의 음악을 홍보하는 경우가 있는데, 다이나믹 듀오의 경우 앨범으로 대중적인 흥행을 이룬 후 TV프로그램에 출연을 했단 말이에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유도 있을 것 같고, 그걸로 인해서 체험하는 장점도 있을 것 같아요.

G : 제가 ‘인간의 조건’이라는 프로그램을 했던 이유는 사실 단순하게 프로그램 이름이 좋아서였어요. 그러니까, PD가 만나자고 연락이 왔을 때, 인간의 조건이란 프로그램 이름이 끌려서 사실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섭외를 마다하고 선택했던 거죠. 저는 스스로 예능감이 그렇게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이 왔을 때는 일단 만나보고 싶었어요. PD가 신미진 PD라고, 여자분이셨는데, 그 분이랑 얘기를 하다 보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대화 자체가요. 게다가 제가 희극인 들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까, 멤버 구성이 희극인들로 구성이 된다고 했을 때, 다른 건 잘 모르겠는데 한번 해보고 싶더라고요. 워낙 리스펙트 하는 게 있어서.. 그 사람들 삶도 한번 들여다보고 싶었고요. 일단, (웃음) 프로그램 제목이 너무 좋았고, 컨셉도 좋은 것 같아서 ‘제가 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해볼게요’ 라고 했죠. 그래서 이 시즌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는데, 그 사람들이 저를 필요로 할 때 까지는 한번 해보려고 하는 거고요. 그러니까 올해가 저한테는 도전의 해였던 것 같아요. 제 솔로 앨범도 어떻게 보면 15년 만에 처음 해보는 거고, 예능 프로그램도 처음 해보는 건데, 즐겁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여러 가지를 경험하게 되면서 많이 느꼈죠.



H : 뜬금없긴 한데, 아메바 컬쳐가 물론 힙합 레이블이지만, 바라보고 있는 지향점이 순전히 랩머니만을 바라보거나, 아니면 소위 말하는 ‘Thug Life’를 사는 식의 전형적인 아메리카 힙합 라이프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한국에서는 일리네어가 추구하려는 그런 길을 말하는 거죠. 물론 한국이라는 환경에서 제약이 많겠지만, 어쨌든 대중가요와의 접점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고 할까?

G : 그러니까, 저희가 씨비매스(CB MASS)에서 다이나믹 듀오로 넘어오면서 대중성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다이나믹 듀오 1집부터 대중적인 인기를 많이 끌기 시작했지만, 사실은 씨비매스 때도 그런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었어요. 어쨌든 메이저 회사에 계약을 했었으니까요. 그리고, 저희의 생각도 그랬고요.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대중들하고 대화하면서 힙합, 랩 음악의 재미를 보여줄 수 있을 까’에 대한 건 사실 CB MASS 때부터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당연히 팀의 정체성이나 색깔은 셋과 둘일 때 확실히 달랐지만, 어떻게 보면 그런 색깔이나 분위기는 매 순간 자연스럽게 나왔죠.

그래서 저희한테는 늘 고민인 거에요. 회사의 색깔도 되게 중요하니까요. ‘장르의 재미와 고유의 멋을 잃지 않으면서, 어떻게 하면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느냐’ 라고 했을 때, 이제 그 선의 절대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그거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는 거 같아요. 게다가 회사에 있는 아티스트들이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본인들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 음악을 하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들을 제일 많이 하죠.


H : 인디펜던트 레이블을 제외하고, 메이저 레이블에서 온전히 자신이 빡세게 원하는 힙합을 할 수 없을 수도 있잖아요. 회사의 압력이 아니더라도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사장님, 스텝들을 위해서 자신의 음악 변형을 자의적으로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G : 음.. 그런 고민들 많죠. 일단은 이제 조직 자체의 규모가 달라졌어요. 저희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아티스트 포함해서 7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이제 다 합쳐서 32~33명이 되는 조직이 됐거든요. 조직이 움직이려면 사실은 돈이 되는 음악도 해야 하고, 공연도 많이 뛰어야 돼요. 그런 것들에 대한 고민이죠. 어쨌든 저희가 씨비매스 시절도 있고, 언더그라운드에서의 경력들이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지금의 정체성이 확실히 생긴 거잖아요. 다이나믹 듀오라는 팀이 15년 동안의 아카이브가 쌓여서 만들어진 것처럼, 저희 아티스트들 역시 그런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회사도 너무 지름길만 제시를 하려고 했었던 시행착오가 있었죠. 경험이나 경력, 그런 것들을 모두 제쳐두고, 대중적인 걸 하자고 할 수는 없어요. 그 시행착오를 저희는 겪었기 때문에, 회사 아티스트들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얘네들이 음악적으로 실현하고 싶은 쪽을 서포트를 해주는 거죠. 그리고 이런 방법들을 계속 고민하면서 딜레마에 빠질 때도 있고, 그런 거 같아요. 100% 돈이 안될 거 같은데도 (웃음) 아티스트의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 이런 걸 내주는 게 되게 멋있을 것 같을 때도 있거든요. 그럼 기획 방법을 좀 바꾸던지 그런 고민을 정말 많이 하죠. (웃음)


H : 비단 다이나믹 듀오 뿐만 아니라, 모든 아티스트들이 하는 고민일 수 있겠네요.

G : 저희 아티스트들이 이런 고민을 같이 해주고 있어서 되게 고마워요. 사실 아티스트들이 경험이 없으니까 모르는 경우도 있지만, 저희가 아무리 저희 경험을 통해서 얘기해도 그게 정답은 아니잖아요. ‘우리는 이렇게 해서 이런 것도 느꼈었고, 이렇게 했었어’ 라고 해줘도, 모든 음악가의 길은 다르기 때문에, 저희의 스토리를 얘기해줄 뿐이지 ‘이렇게 해라’ 라고는 할 수 없거든요. 어쨌든 뭐든지 본인들의 선택이고, 그 선택이 좋은 결과를 내게끔 만들어주는 게 회사의 역할이에요. 저 같은 경우는 중간에 조율을 많이 해주는 편이에요. 회사의 입장과 아티스트들의 입장을 다 아니까


H : 한국에서 대중친화적인 힙합곡이나 빡센 힙합곡, 계몽가, 위로곡들의 무드가 어떻게 보면 다이나믹 듀오나 에픽하이로부터 파생된 공식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해요. 많이 답습돼오고 있고요. 선구자로써 후배들이나 동료들에게 뭔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 까요?

G : 아티스트의 성향 자체는 딱 뭔가를 나눌 수 있는 카테고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정치에 관심이 많거나, 아니면 시스템이나 철학에 관심이 많으면 그게 또 자연스럽게 묻어난다고 생각해요. 그걸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느냐의 문제인 거죠. 철학적인 얘길 해도 그걸 대중적으로 푸는 사람이 있고, 아니면 아주 딥하고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뭔가 정형화된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말 그대로 어떤 건 저희의 방법이었고, 에픽하이의 방법이었을 수도 있죠. 다이나믹 듀오랑 에픽하이 역시도 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너무 다르게 얘기하기 때문에, 그건 정말 음악하는 사람들이 가진 고유의 정체성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그걸 좀 발견했으면 좋겠어요. 오랫동안 조금씩 커리어를 쌓으면서 만들어 가라고 말하고 싶은 게, 지금 힙합이 대세니까 크게 한방 땡기고 가자 이건 아닌 것 같아요. 그렇게 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을 많이 봐왔거든요.



H : 근 몇 년 동안, 힙합 씬의 판도라고 해야 할까요. 씬이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는 것 같은데, 공연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이제는 큰 회사가 아니더라도 인디펜던트 규모로 뭔가 딜을 해볼만한 파이가 된 것 같아요. 올해 들어서는 레이블들도 우후죽순 많이 생겼잖아요. 평소에 씬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편인가요?

G : 판이 큰가요? 판이 커졌다고 해도 사실은 다 건너건너 아는 애들이거든요. (웃음) 새 앨범이나 싱글이 나오면 틈틈이 최대한 들어보려고 하죠. 요즘 누가 잘하는지도 계속 보고 있고요. 왜냐하면 오래하다 보면 고착화 되기 쉽거든요. 완벽하게 나를 깨지 않는 이상은 방법적으로 몸에 배어 있는 것들이 있어요. 하다 못해 그런 것들을 깨려고 하는 거죠. 예를 들어서 지금 유행하는 새로운 플로우가 있는데, 관심이 있다면 제 랩에다가도 대입해볼 수 있잖아요. 내가 내 가사를 쓰더라도, 그들하고 발 맞춰서 가다 보면 그건 언제나 현역인 거니까요. 뭔가 오랫동안 해온 베테랑이라고 해서 저 뒤에서 팔짱 끼고 보고 그러긴 싫거든요. (웃음) 사람들하고 같이 대화하고 배우면서 나눠가고 싶은 거죠. 고립이라는 게 음악가한텐 함정인 거 같아요. 사람들이 형 대우 해준다고 해서 애들이 날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건 아니거든요.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지, 제가 그런 태도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배워야 할 너무 통통 튀는 아이디어들이 많거든요.


H : 얼마 전이라고 하기엔 너무 오래됐지만, ‘될 대로 되라고 해’의 커버곡인 ‘느낌 so young’이 나왔을 때는 어땠어요?

G : 솔직히 고맙고, 기분 좋죠. 그게 뭐 어떤 표현일지는 모르지만, 제가 만든 음악을 존중해 준 거니까요. 그거를 또 자기 식으로 해석해서, 뮤비까지 찍어서 발표했다는 거는 솔직히 고맙고, 감사했어요.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만들어준 것 같아요. 근데, 그 곡이 원곡 유통사에서 태클을 거는 바람에 좀 더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못했는데 그건 좀 아쉬웠어요. 그래서 지코한테도 미안하더라고요. 못 도와줘서. 아무튼 그런 걸 해줬다는 거에 너무 고마웠죠. (웃음)



ZICO & UGLY DUCK & CRUSH - 느낌 SO YOUNG(될 대로 되라고 해 Remix)


H : 개코 솔로 앨범 이야기를 해볼게요. 많은 힙합 팬들이 기대 1순위로 꼽은 앨범이에요. 작년에 ’될 대로 되라고 해’가 나오고 하반기에는 컨트롤 사건이 터졌잖아요. 그래서 그 기대치가 더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솔로 앨범에 대한 부담이라고 해야 될까 혹시 그런 건 없었나요?

G : 사실은 그런 일들이 터지기 전부터 쌓아놨던 곡인데, 만든 지 너무 오래된 곡들이라서, 조금 내려놓고 만들었던 것 같아요. 내가 클래식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보다는 어쨌든 제 첫 앨범이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이걸 내보고, 피드백을 받고, 혹여 내가 또 다음에 내 솔로 앨범을 기획하게 되었을 때는, 이런 식을 보완해야겠다’라는 마음으로 냈던 것 같아요. 물론 모니터도 많이 해봤지만, 감을 제가 확실히 알지 못했고, 정말 가까운 사람들의 피드백들은 저의 음악을 좋아해주시는 팬들의 피드백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런 한계가 있었죠. 그리고, 심지어 다이나믹 듀오도 15년 동안 하지만 아직 모르겠거든요. (웃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빨리 발표하고, 내가 이정도로 오랫동안 만든 앨범이니, 발표하고 평가도 천천히 오래 받자. 지금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도 어쨌든 계속 평가 받을 수 있는 앨범을 만들자는 생각으로요. 그렇게 시기가 맞아서 발표를 한 거죠. 10월은 정말.. 가수들한테는 너무.. 잔인한 달이에요.


H : (웃음) 그렇죠.

G : 사실 시기도 굉장히 고민을 했지만, 전시회장 예약 때문에.. 등 떠밀려 발표한 감도 있죠. (웃음)


H : 어쩌면 ‘될 대로 되라고 해’ 가 굉장히 강렬했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뭔가 빡세고 강한 배틀랩으로 버무린 앨범을 기대한 팬들이 많았을 것 같아요. 그런 팬들은 조금은 아쉬워했을 것 같기도 하고요.

G : 근데, 전체적으로 그런 랩으로 가득 차 있으면, 듣는 입장에서 굉장히 피곤할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어쨌든 랩 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앨범을 만드는 사람이거든요. 때문에 구성과 흐름의 완급조절에 더 많이 신경을 쓰는 사람인 것 같아요.


H : 앨범을 만드는 사람이라니.. 멋있네요. (웃음)

G : 구성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는 사람이다 보니까요. (웃음) 물론 주변에서도 그런 얘기 많았어요. 빡센 거 많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얘기도 많이 했었는데, 아우.. 그런 앨범을 상상하니까 나라면 반정도 듣고 끌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청각적으로 제 목소리가 높고, 또 강하게 뱉는 거는 정말 잘못하면 귀가 아파서..(웃음) 시끄럽게 느껴질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성을 더 신경 썼죠. 물론, 그런 바이브를 원한 분들은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죠. 그것도 그냥 받아들이고 있어요.


H : 아쉬운 건 아쉬운 거고, 다듀 앨범이랑 완전 극단에 있는 앨범이 아니다 보니까 그런 아쉬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아쉬움은 사실 기대치죠. 랩을 워낙 잘하시잖아요. 끊임 없이 연구하는 타입으로 알고 있는데,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 드려도 될까요?

G : 저는 어쨌든 힙합키드고.. 아, 키드는 아니죠? (웃음) 근데 아주 어릴 때부터 힙합뿐만이 아니라 R&B음악을 좋아하던 사람이다 보니까, 음악은 버릇처럼 귀에 꽂고 있죠. 요즘 나오는 것들, 옛날 것들을 계속 듣고 있는 게 버릇처럼 되다 보니까, 그냥 좋아서 하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정말로 재미있어서 하는 거죠. 그리고 뭐, 곡을 구성할 때 랩도 랩이지만, 노래를 스케치를 해야겠다 싶을 때는 적절한 흐름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그런 고민을 하는 거죠. 빡세게 랩을 하다가도 풀어낼 수 있는, 그런 걸 연구하는 것 같아요. 랩은 아직도 재미있는 것 같아요. (웃음) 사실, 아직도 잘 모르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리듬을 딱딱 맞춰서 탔다면, 요즘에는 리듬을 약간 뒤로 밀어서 레이백 그루브를 만드는 것들에 관심이 많고. 예전에는 본능적으로 그런 게 나왔다면 지금은 좀 더 깊숙하게 파고 들고 있는 것 같아요.



H : 뛰어난 랩 실력 때문에,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이 상대적으로 주목 받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혹시 프로듀서로서의 욕심이 있는지..

G : 저는 제가 프로듀서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요즘에는 시퀀싱의 방법이라던지, 이런 것도 새롭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말했듯이, 방법적으로 제가 버리지 못하는 버릇 같은 것들이 있기 때문에, 하다못해 코드를 잡는 것도. 조금 더 새로운 프로듀서와 작업을 하고 싶고, 프로듀서들의 판을 좀 더 우리 회사랑 같이 할 수 있는 판으로 키워보고 싶기도 해요. 지금 잘하는 친구들 너무너무 많잖아요. 소스 하나를 고르는 데도, 새롭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기본적인 스케치를 제가 하더라도 사운드 디자인을 저보다 더 잘하는 친구들하고 작업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부터 만드는 것들은 좀 더 협업을 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제가 더 위에 있는 탑 라인이나 테마 같은 것들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거죠.


H : 그럼 혹시 아메바 컬쳐가 현재 신입 프로듀서들의 영입을 준비하고 있나요?

G : 그러니까.. 회사 안으로 들어오느냐 아니면, 협업 관계로 가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회사로 들어오는 건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무작정 이 친구가 잘한다고 계약하는 건 좀 무모하죠. 그 사람들의 미래를 내가 책임져주지 못할 건데, 막연히 잘한다고 해서 묶어두는 거는 사람 욕심인 것 같고요. 단지, 잘하는 친구들을 좀 더 주변에 두고 싶은 마음? 그런 거죠. 그 잘하는 사람들이 다른 잘하는 사람들과도 작업 할 수 있게끔 제가 자리도 만들어주고요. 그런 것 같아요. 여기 음악씬이란 곳이 내 사람이 된다고 해서 내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사람을 소유할 수 있나요? 없죠. 잘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우리랑도 할 수 있지만, 그 사람 나름의 스펙트럼도 키워주는 거죠. 실력은 있는데 인맥이 부족한 것 같으면 빈지노랑 연결해준 다던지 다른 친구들을 소개 시켜줄 수도 있는 거고요. 이런 부분들이 좀 더 자유로웠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이번 앨범을 통해서도 코드쿤스트(Code Kunst) 같은 친구도 굉장히 재능이 많고, 열정이 넘쳐서 같이 작업을 해보고 있는 거거든요. 앞으로도 많은 작업을 하게 될 것 같아요. 지환이란 친구도 그렇고, 아무튼 프로듀서들과 저희 회사 퍼포머들이 편하게 비트를 받을 수 있고, 같이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고 싶어요.


H : 곡에 대한 얘기를 해볼게요.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씨비매스의 ‘서울 블루스’를 다시 들었어요. 이제 3탄이 나왔는데, 10년이 지난 ‘서울 블루스3’ 에서도 서울은 여전히 냉담하고 음침하고 치열하더라고요. 개코가 사는 서울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비열한 거리인 것 같은데 어떤가요 (웃음)

G : 아무래도 무드 자체가 그렇죠. 서울이란 도시가 사람이 많고, 공간은 작고, 경쟁은 굉장히 치열하다 보니까 살면서 그런 감정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근데 사실 그런 것들에 너무 냉소적으로 빠지기는 싫거든요. 단지, 냉소적이고 시니컬하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내가 느끼는 그대로를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서울이라는 곳에서 느끼는 삶의 감정들을 거기서 끝내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에요. 어떻게 보면, ‘서울블루스’나 ‘은색 소나타’나 ‘과거는 갔고 미래는 몰라’가 비슷한 맥락의 메시지일 수 있는데, 그 안에서 ‘의미는 잊지 말자’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은색 소나타’에서도 ‘언젠가는 서로 이해할 거란 걸 믿는다’라는 키워드를 던졌는데, 나이가 들고 더 지나서 보면 사람들의 입장이 이해가 된다는 걸 직접적으로 느꼈거든요. 서울 역시도 ‘아 이게 이런 생리로 돌아가고 있구나’ 라는 걸 느끼고요. 하지만, 그런 것들을 제가 완벽하게 깨달은 거는 아니죠. 그건 계속 생각할 수록 변할 거에요. 그냥 이런 상황에서 느껴지는 가장 솔직한 감정을 음악에다 담아내고 싶었어요. 이런 것들이 더 나이가 들면 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요.



CB MASS - 서울 블루스


H : 벌스2에서 비트가 변주되는 부분의 구절이 있잖아요. 그 구절을 의도적으로 강조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뼈가 느껴졌어요. 그 구절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한때 어울려봤지 시작점이 다른 이들과 친절하고 부드러워 보여도 냉정한 우월감 그 힘에 의해 적당히 통제되고 있다는 그 불쾌한 감정이 날 더 철장에 짐승으로 만들어 뭐든 물어뜯게 만들지’

G : (웃음) 글쎄요. 뭐, 여기서 아등바등하면서 살잖아요. 참 서로 지치게 싸우고, 힘겨루기를 하는데, 사실 그건 남자의 본능일 수 있죠. 힘에 대한 욕구나 이런 것들은 모든 남자가 본능 안에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근데 하다 보니까 정말 돈과 힘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조각이 되고 시스템이 움직이고, 순식간에 재조정되는 이런 상황들을 실제로 보면서 ‘아 과연 나는 이 거대한 구성에서 무얼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여기서 아까도 얘기한 것처럼 자칫 잘못하면 진짜 냉소에 빠지고 허무함에 빠질 수 있지만, ‘세상 뭐 있어, 씨발?’ (웃음) 보다는, 어쨌든 ‘나는 살아남아 보겠다’ 라는 걸 표현한 거죠. 사실, 이 음악 비즈니스도 정말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거잖아요.


H : 가사도 은유적인데, 답변도 참 은유적으로 해주시네요. (웃음)

G : 직접적으로 해서 누군가 피해를 보면 안되니까요 (웃음)



H : ‘세상에’ 저는 이 곡이 굉장히 인상이 깊더라고요

G : 그러니까요. 저도 좀 아쉬워요. 사람들이 좀 더 좋아해줬으면 좋겠는데.. (웃음) 제가 되게 좋아하는 곡이거든요. (웃음)


H : 뭐랄까..(웃음) 특유의 재기 넘치는 표현들 때문에 가사이기 전에 몰입할 수 있는 텍스트였어요. 뭔가 남성잡지의 필력 좋은 에디터들이 쓴 칼럼 한 꼭지 같은 그런 느낌 있잖아요. (웃음) 색깔적으로도 앨범에서 눈에 띄는 곡이었고요. 이 곡은 어떻게 나온 노래인지 특히 궁금한데..

G : 제 작업실이 가로수길 근처에 있어서, 압구정역이 너무 친숙한 동네이고 하다 보니까 자주 지나다니는데, 어느 날 걷다 보니 성형외과가 역부터 해가지고 신사동까지 건물 하나에 3개씩 붙어있더라고요. 그 광경이 블록 끝까지 가는데.. ‘와.. 이방인들이 여길 봤을 때는 미친 나라로 볼 수 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게다가 ‘턱뼈탑’ 이런 것도 미디어에 나올 정도니까요. ‘와.. 어떻게 이런 사업이 이런 식으로 발달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이 정서가 어떻게 된 정서길래 사람들이 아름다움에 환장해가지고, 브레인워싱이 된 건지.. 아니면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에 대한 집착이 심한 건지, 이거를 비판한다기 보다는 생각을 던져주고 싶었어요. 사실은 누가 누굴 비판할 순 없는 거거든요. 왜냐하면 저마다 이유가 있을 거니까요. 제 주변에도 성형 많이 한 친구들도 많고, 가끔 얘기하다 보면.. 또, 왜 그런지 이해는 가거든요. 거기에 또 내가 가진 아주 추한 모습들이 있잖아요. 남자들이 가진 본능적인 것들, ‘누가 누굴 탓할 수 가 있느냐’에 대한 질문을 노래로 재미있게 던져보고 싶었어요. 심각하게 ‘문제다~’ 이걸 원한 건 아니고, 그냥 재미있게 듣고, 웃으면서 생각해볼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처음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자칫하면 굉장히 반감을 살 수 있거든요. 괜히 주제 잘못 건드렸다가 온 여성분들한테 곤장을 맞아야 될 수 도 있기 때문에 (웃음) 첫 벌스 1절하고 후렴까지 만들고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길거리에서 지나가다가 만나서 카페로 가는 것 까지가 1절이었는데, 그 다음을 어떻게 풀지가 너무너무 고민되는 거에요. ‘아 이거를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야 재미있을까..’ 생각하다가 ‘오케이 내가 가진 모순을 꺼내보자’ 했죠. ‘모든 남자들은 예쁜 거 좋아하지 않느냐’ 은연중에 어떤 힘을 과시한다든지 남자들이 가진 경쟁심 같은 게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더 꺼냈죠. 우리가 그럴 자격이 있느냐는 거죠. 뭐, 어쨌든 그것도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들이죠. 사람들이 미에 집착하고, 얼굴을 바꾸면 내 삶이 바뀔 거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여성분들도 워낙 많은데, 어떻게 보면 그게 그들의 잘못이라고 하긴 좀 힘든 것 같아요. 사회가 그런 사람들을 더 원하고, 심지어 면접에서도 얼굴을 보고 뽑는다고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다 이유가 있는 건데, 그래서 그런지 이 주제는 무겁지 않고, 재미있게 이야기 식으로 던져보고 싶었던 거에요.


H : 말 그대로, 랩 이전에 재미있게 잘 쓴 글이라는 생각이 드는 가사였어요.

G : 감사합니다.(웃음)


H : 얘기를 하다 보니 씨비매스 얘기가 계속 나오네요. (웃음) ‘구해주오’라는 곡이 나온 지 벌써 10년이 넘었잖아요. 제가 어렸을 때도 당시 그 곡을 들으면 그 짧은 벌스 안에서 그렇게 서사를 녹인다는 거에 감탄을 했었지만, ‘세상에’라는 곡을 들으면서도 디테일한 묘사들이나 표현들이 지금도 발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가사의 짜임새를 만드는 데 있어서,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나요?

G : 일단 전달인 것 같아요. 이야기가 다른 데로 새지 않고 온전하게 그 주제로 마무리를 짓는 게 제일 큰 과제죠. 거기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하면서 듣는 재미도 있어야 돼요. 랩도 심심하면 안되고, 라임이 있어야 하고, 플로우는 변화가 되면서 가야 몰입을 놓치지 않고 사람들이 끝까지 들으니까요. 이런 것들 때문에 ‘이 노래는 스토리텔링을 해야겠다’ 하고 시작을 하면, 마무리까지 정말 오래 걸려요. 대체로 스토리텔링으로 푸는 곡들이 오래 걸리더라고요. ‘은색 소나타’도 어떻게 보면 수집 과정이 오래 걸렸거든요. 왜냐면 내가 타인의 경험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으니까, 최대한 경험이 내 몸에 들어와야 가사를 쓸 수 있고, 이것저것 관련된 자료들도 찾아봐야 좀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것들에 있어서 고민하죠. 사실은 예전 씨비매스 때 ‘구해주오’ 같은 노래는 오히려 ‘주제 선택을 어떻게 하면 자극적은 걸 뽑아볼까..’(웃음) 어린 마음에 그런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 당시가 이십 대 초반이었는데, 동성애나 딜도..(웃음) 이런 것들은 어떻게 보면 우리 판타지가 가진 이야기들이죠. ‘어떻게 하면 좀더 자극적인 이야기를 끌어낼까..’ 그리고 그 당시에는 온전한 사랑 노래도 안 했어요. 어떻게 하면 비틀어가지고, 여자가 싸우고 바람나고.. (웃음) 왜 그랬는지 모르죠. 그때 정서가 그랬나 봐요. 세레나데를 부르는 것에 대한 반감? (웃음) 너무 어린 마음에 그랬는데 지금 좀 더 일상적인 거에서 이야기를 찾으려고 하는 거 같아요. 인위적이거나 너무 드라마틱한 이야기 보다는 좀 더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찾으려고 하는 거죠. 어떻게 변할진 모르겠어요. 저희의 방향성이 또 바뀔 순 있죠. 하지만 지금은 억지로 된 감동을 끌어낸다기 보다는 그냥 조금 더 침착하게 이야기하려고 하는 거 같아요.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곡을 만들고 싶어요.


H : '화장 지웠어' 같은 곡 경우에도, 다이나믹 듀오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가요잖아요. 뭉뚱그린 사랑노래가 아니라, 연애사의 한 지점을 세세하게 풀어내는 거요. 말씀하신 게 그런 것들인 것 같아요.

G : 그렇죠 (웃음)



GAEKO - 화장 지웠어


H : 많은 인터뷰를 통해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트렌드를 쫓아가야 하는 강박(?)에 대한 얘기를 해주신 적이 있는데, 서정성과 수더분한 가사들이 개코의 아이덴티티 중에 하나잖아요. 어떻게 보면 트랜드의 꼭지점에 있는 자기 과시나 스웩들이랑은 조금 부딪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G : ‘될 대로 되라고 해’나 ‘치명적인 비음’이 그 꼭지점에 있는 곡인 것 같아요. 음.. 자기 과시도 어떻게 보면 지금 시대의 흐름이죠.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경제가 너무 어렵다 보니까 더 그런 것 같아요. 스펙이 좋고 학력이 높다 해서 요즘 젊은 사람들이 직장을 잘 구해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기업에 들어가도 평생을 보장해주지도 않고, 기성 세대들은 내려올 생각을 안하고.. 어쩌면 사회 분위기 자체가 다소 공격적이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 정서 자체가요. 그래서 자기 과시가 대리만족이 되기도 하고, 아티스트들한테는 자연스럽게 자수성가에 대한 과시가 흘러나오는 거죠. ‘모두가 힘든데 나는 허슬해서 이뤄냈다’ 근데, 사실 도끼(Dok2) 같은 애들은 옛날부터 그렇게 해왔어요. 근데 지금 사람들의 정서가 맞아 떨어져서 어떻게 보면 대중들의 선택을 받은 거죠. 대중들의 선택은 누가 만들 수 없잖아요. 언뜻 들은 얘기인데, 도끼가 어떻게 어린아이들의 롤모델이 됐는가 생각을 해봤는데, 결국은 자수성가에 대한 판타지더라고요. 왜냐면 어린애들이 자기가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사회에 나갔을 때 내가 저 사람처럼 될까?’ 질문을 해보면 도끼는 정말 멋있잖아요. 어릴 때부터 학교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고, 힙합이라는 자기가 좋아하는 거 하면서 저렇게 떵떵거리며 사는 거에 대한 동경 같은 거죠. 그런 것들이 정서에 자리잡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 우리 세대 때는 겸손. 또, 겸손이었거든요. 가진 것을 좀 감추고 아래로 아래로였지만, 지금 시대의 젊은 사람들의 정서는 그게 아닌 것 같아요.



GAEKO - 될 대로 되라고 해


H : 개인적으로 노래하는 드레이크(Drake)를 좋아해요. 개코님 보컬도 좋아하고, 꼭 보컬이 아니더라도, 멜로디컬한 랩의 활용이 곡을 얼마나 풍성하게 만드는지 점점 받아들여지고, 시류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그런 점에선 개코가 가장 트랜디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G : 고맙네요. (웃음) 사실은 오래 전부터 제 느낌을 만들려고 노력을 했었고, 어떻게 보면 노래도 씨비매스 때부터 했던 거에요. ‘동네 한 바퀴’를 기점으로 계속 했었는데, 힙합이 아무래도 마초적인 장르잖아요. 태생도 그렇고. 노래하는 것에 대한 반감 같은 것들. ‘아 랩하는 새끼가 부드럽게 노래를 하네’ 이런 것들이 아무래도 정서상에 깔려 있었죠.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니까요. 미국도 드레이크가 노래한다고 엄청 놀림 받잖아요. 근데 사실은 툴인 거 같아요. 음악을 표현하는 툴이고 방법인 거지, 꼭 그거를 제한을 둬선 안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노래가 하고 싶으면 노래를 해야죠. 왜냐면 제가 어렸을 때 영향을 받은 음악이 노토리어스 비아지(Notorious b.i.g), 나스(Nas)도 있지만, 알켈리 같은 R&B 아티스트의 영향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런 걸 꼭 굳이 장르적인 특성에 숨어가지고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좀 더 이런 것들을 개인적으로 개발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다른 아티스트들한테도 그런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방법에 대해서 너무 제한을 두지 말자. 멜로디로 풀고 싶으면 멜로디로 푸는 거고, ‘아 이 느낌은 나만 낼 수 있을 거 같아’ 라는 자신감만 있으면 솔직히 그냥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사람들이 내가 노래하는 거 싫어하니까 다른 보컬을 쓰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저도 그런 시선을 신경 썼었어요. 그런데, 내가 멜로디를 짰는데, 다른 보컬이 들어와서 노래를 하니까 영 그 느낌이 아닌 거죠. 그래서 빼고 제가 다시 부르는 경우도 있고 했는데, 지금은 좀 생각이 달라요. 구성상 다른 보컬이 정말 필요한 노래가 아니라면, 제가 하는 식으로 방법이 많이 바뀌었죠.


H : 힙플 인터뷰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다이나믹 듀오가 자신들은 씬의 중견쯤이다 라고 했던 게 엊그제 같아요. 확실히 이제는 베테랑 중에 베테랑이잖아요. 성공적인 커리어들을 쌓은 베테랑들이 어느 순간이 되면 동어 반복이나 자기 복제 같은 덫을 피해야만 하는, 과제가 주어진다고 생각하는데 개코님의 경우에는 어떠세요?

G : 물론 많이 느끼죠. 그러니까 사람들은 우리의 익숙함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으면서 또 익숙한 것에 기대고 싶거든요. 그런 것들이 항상 고민인 것 같아요. 만들면서도 ‘아 이건, 전에 했던 거 같은데, 뭔가 새로운 거 없을까?’ 라는 느낌을 받거든요. 그래서 그런 방법을 연구하는 거 같아요. 노래를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죠. 아니면 장르적으로 ‘동방예의지국’ 같은 곡들은 그런 것에 대한 많은 고민을 했던 곡이에요. 음악의 분위기 라던지, 아니면 랩을 구성하는 방법 자체를 뭔가 새롭게 해보자 했죠. 오랫동안 활동한 베테랑들, 리쌍, 에픽하이들도 다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거든요. 이게 잘못하면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것을 제일 경계해야 되거든요. 뭘 해도 기대가 안 되는 아티스트가 되면 안되잖아요. 앨범이 나왔는데 아무도 안 들어주면 그건 정말 위기거든요. 그래서 그거에 대한 고민을 계속 많이 하는 거 같아요. 좀 더 새로운 아티스트와 협업을 하고 싶어하는 것도 그런 이유기도 하고, 표현도 좀 더 새롭게 하고, 요즘 언어유희, 펀치라인 이런 게 있으면 ‘아, 이건 내 스타일 아니야’ 라고 못박기 보다는 ‘이거를 어떻게 하면 내 스타일로 만들어 볼 수 있을까’ 같은 고민들이요. 오랫동안 음악 하는 사람들은. 그런 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죠. 만나서도 많이 하고..


H : 치명적인 비음을 한시적으로 선공개 하셨어요. 얘기했지만 이번 앨범이 날을 간 빡센 앨범이라고 기대하게 된 것도 이 곡 때문이기도 하고. 어쨌든 이 앨범의 킬링 트랙이에요.

G : 아, 감사합니다.


H : 이게 정말 궁금했는데, ㅆㅂ+ㄷㅂ 의 의미가 뭐에요?

G : (웃음) 그게 뭐.. 씨발 덤벼, 씨발 대박…


H : 씨발 담뱃값 (웃음) 무성한데..

G : 그래서 그냥 내버려두려고요. (웃음) 자기들이 알아서 해석하게, 그게 되게 재미있더라고요. (웃음) 되게 많이 물어보는데, 대답을 계속 안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얘기 하려다가, 그냥 재미있어서.. (웃음)


H : 검색을 많이 해봤는데, 안 나오더라고요..

G : 원래는 나온 대답 중에 있었는데, 그냥 제가 아직 제 입으로 얘기를 안 했죠. (웃음)


H : 그럼 이건 듣는 사람 상상력에 맡기도록 하고, (웃음) '써커스'를 통해 도끼가 데뷔를 했었잖아요. 근데 이제는 씬의 거물이 되어서 함께 했어요. 감회가 있을 것 같은데.

G : 뭐, 그닥..(웃음) 작업할 때 뭐가 새로운진 모르겠는데, 뭐.. 많이 변했죠. 도끼가 갖고 있는 환경도 변했고요. 물론 우리가 나이든 만큼 걔도 계속 나이 들어가며 자기 커리어를 쌓았고, 지금은 정말 없어선 안될 케릭터가 되어 있고요. 하지만, 도끼 같은 경우는 정말 같이 목욕하고, 운동하고 그래서 서로 꼬추 다보고 한 동생이다 보니까. 그냥 편해요. 같이 작업할 때도, 자기가 좋은 차 끌고 와서, 제 작업실에서 난닝구 입고 녹음하고. 그러는데, 어떻게 보면 고맙기도 하죠. 그리고, 우리를 고마워 해준다는 거에 대한 것도 고맙고요. ‘써커스’라는 곡이 자기가 비트를 만든 거를 처음 발표한 곡이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 당시에 도끼가 굉장했어요. 제가 봤을 때 ‘아 얘는 정말 뭘 해도 될 애다’ 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같이 노래도 부르고 같이 방송도 하고 그랬던 거거든요. 지금은 너무 뿌듯해요. 어떻게 보면 지금은 진짜 아이콘이 됐잖아요.



H : ‘치명적인 비음’ 같은 경우에는 행주(Hangzoo)님이 리믹스를 해서 냈는데, 이런 식의 리믹스가 계속 나올 예정인가요?

G : ‘Chase The Rapper’가 나올 예정인데, 랩을 다 받아 놓고 마무리를 아직 못했어요. 지금 비프리(B-Free)랑 션이슬로우(Sean2Slow) 형 랩 벌스를 받아서 Part.2를 한 곡으로 만들었는데, 그거를 어떻게 공개할까 고민을 하고 있어요. ‘장미꽃 Remix’도 있고요. ‘장미꽃 Remix’는 플래닛 쉬버(Planet Shiver)가 제 아카펠라를 가지고 만들었는데, 원곡보다 더 좋아요. 뭐가 들어와서 이렇게 만들었지 싶을 정도로 리믹스가 너무 좋아서, 이것도 어떻게 공개할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죠.


H : ‘복수의 칼’ 을 들었을 때는 다양한 반응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제가 봤을 때도 아메바 컬쳐의 레이블 컴필레이션 앨범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을 거 같아요.

G : 언젠가는 한번 해보겠죠. 컴필레이션은 서로 다 마음 적으로 여유 있는 상태에서 해야 되는 것 같아요. 강요에 의해서 ‘야 이거 우리가 패밀리처럼 으쌰으쌰 해서 만들어 보자’ 이러면 음악인들한텐 피곤할 수 있거든요. 언젠가 자연스러운 기회가 생긴다면 할 것 같아요. 왜냐면 지금은 각자 가야 될 길이 다 있고, 각자 쌓아야 될 커리어도 있고, 음악적 욕심도 있기 때문에 아직 구체화된 계획은 없어요. 근데 또 랩하는 애들끼리는 으쌰으쌰하는 게 있죠. (웃음) 워낙에 MC들의 특성이 굉장히 경쟁적이기도 하고, 파이팅이 넘치잖아요. 그래서 그런 랩 트랙 같은 건 틈틈이 만들 거 같아요. 얀키(Yankee)가 지금 앨범 준비를 하고 있고, 비트 초이스까지 되어 있는 상태에서 보컬 녹음만 하면 되는데 아마 얀키 앨범에서 같이 하는 곡이 있을 거 같아요. 앨범은 아무래도 시간이 날 때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H : 음악을 들으면 그 사람의 성향을 알 수 있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비프리 같은 랩퍼의 음악에서 스트레이트한 성격을 느끼는 것처럼요. 그런데, 개코님의 경우에 훌륭한 스토리텔러고 랩퍼지만, 음악에서는 다 알 수 없는, 뭔가 한 꺼풀 베리어를 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이 사람은 평소에 어떤 사람일까’ 하는 그런 신비감이요. (웃음) ‘I Can Control You’ 그 곡이 나왔을 때가 아마 커리어를 통틀어서 가장 개인적인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G : 그때는 뭐 앞뒤가 안보였죠. 사실은. 너무 좋아하던 동생이 그랬으니까. 그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됐겠지만, 그러다 보니까 되게 많이 화가 나있는 상태였던 거 같아요. 저는 사실 화를 잘 내는 타입은 아닌데, 그 때는 좀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외적인 데서 누가 나를 공격했다던지 그러면, 그냥 웃고 지나갈 수 있는 문제였는데, 너무 오랜 시간 같이 함께하고 추억들도 너무너무 많고 그랬던 사이다 보니까, 몇 가지 오해들 때문에 그런 상황이 벌어진 거에 대해 그때는 굉장히 많이 어지러웠던 상태였던 거 같아요. 그래서 그 곡은 사실 뭐, 지금은 한 줄 한 줄이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했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그래요. 물론 나중에 봤을 땐 그게 어느 지점이 되겠죠. 투팍(2Pac)과 비기, 제이지(Jay-Z)와 나스도 그런 비프를 했지만, 그것도 어쨌든 힙합 팬들한테는 엔터테인의 한 지점이었잖아요. 제이지와 나스의 경우에는 그 사람들이 그렇다고 나쁘게 되진 않았잖아요. 전부 다 각자의 커리어를 하고 있고. 나중에 봤을 때는 ‘아, 그때 재미있었는데’ 하면서 추억하는 역사가 될 텐데, 마찬가지로 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지점을 재미있게 기억해주실 것 같아요.


H : 흔히 말해서 컨트롤 대란이라고 명칭 하는 게 어떻게 보면 힙합씬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여러 차례 디스전이 있었지만, 이만큼 커진 적이 없었잖아요. 그 이유 자체가 개코를 비롯해서 그만큼 인지도가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촉진이 됐다고 생각을 하는데, 추후에도 어느 정도 덩치가 되는 사람이 개코를 공격한다면 다시 참여할 생각이 있으신가요?

G : 글쎄요… 조금 더 신중해지겠지요. 그렇게 물불 안 가리고는 안 할 거 같아요. 내가 할 필요가 없다면 안 하겠죠. 물론, 동기가 생긴다면 할 텐데, 좀 더 신중해질 것 같아요.


H : 얼마 전에 팔로알토님 인터뷰를 했는데, ‘이미 이룩한 게 너무 많아서 순리처럼 존경 받아야 될 사람들인데, 말 한 마디로 퇴물이 된 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아차 싶었어요. 씨비매스 때부터 다이나믹 듀오까지 이룩한 게 너무 많잖아요.

G : 제가 제일 화난 부분이 사실 그거였어요. 같이 열심히 해서 쌓아 온 것들, 그걸 위해 노력한 것들을 다 부정당한 상태에서, 그 한 단어로 제 친구를 폄하시키는 그런 여론들이 생겼을 때는.. 그 단어가 리스너들한테 얼마나 설득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거에 대한 분노가 제일 컸던 것 같아요. 최자가 저보다는 오히려 훨씬 더 마음 고생을 많이 하지 않았나 싶어요. 왜냐면 기회 조차 없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사실은 너무 미안하기도 했고..

정말 제가 손꼽는 사람이거든요. 사실 친구를 떠나서 인격이나 모든 면에서 전 그 친구를 너무 존경하고, 얘가 가진 인성이라 던지 이런 걸 너무 사랑해요. 근데, 얘가 그 사건을 두고 고통 받고 있는 걸 도저히 못보겠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 물론 본인이 제일 힘들었겠지만. 사실 이제는 방법이 없죠. 정면 돌파에요. 음악으로 보여주는 수 밖에 없어요. 근데, 하..'그 전까지 해왔던 노력들을 어떻게 그렇게 아주 냉정하게 부정해버릴 수 있을까' 회의감도 많이 들었을 거에요. 근데 뭐 지금은 많이 해소 되고 있고. 아마 음악으로 풀어 내겠죠. 그게 저희의 숙제에요.


H : 씨비매스 부터 시작하면 내년이 딱 15주년이 되더라고요. 그때를 기념할 만한 앨범이라던지, 작업물들을 구상하고 계신가요?

G : 아마 8집이 아닐까 싶어요. 뭐.. 천천히 시작을 하려고요. 너무 조급하게는 안 하려고 해요. 천천히 구성을 잘 해서 앨범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준비 중이에요. ‘우리는 어쨌든 우리 갈 길을 가야 되고, 그래야 되지 않느냐’라고 얘기를 되게 많이 해요. 지금은 창작 에너지 같은 것들이 넘치는 상황이라 오히려 제가 그 친구를 따라 가야 돼요. 어떻게 보면 저는 이제 제 솔로 앨범을 발표했고, 이제 뭘 꺼내야 될까 고민하고 흡수하는 과정이라면, 최자는 지금 뭐가 나오는 단계인 것 같아요. 거기에 제가 같이 맞춰 줘야 하는 상태죠. 아무튼 앨범은 내년에는 내고 싶어요. 회사에서도 아마 그렇게 원할거에요. (웃음)


H : 마지막 질문인데, 조금 식상한 질문 하나 던지고 마무리를 할게요. (웃음) 사람들이 TOP 5 랩퍼들을 뽑곤 하잖아요. 그럼 거의 개코님이 매번 들어가는 것 같아요. 여러 랩퍼들 경우에도 공식석상에서 개코님을 지명 했었고요. 개코가 생각하는 TOP 5 랩퍼를 듣고 싶어요.

G : 졸라 재수없게, 행주, 지구인…(웃음) TOP5요? (웃음) 뭐, TOP 5라기보다는 지금 좋아하는 사람들은 있는 거 같아요. 빈지노 같은 친구가 노래 만드는 방식을 너무너무 좋아하고, 그리고.. 지금 좋아하는 사람은 비프리, 비프리의 스트레이트 함이 너무 매력 있어서 좋아하고, 최자는 제 올타임 페이보릿이고. 그리고.. 음..(웃음) 글쎄요.. 그 동생 좋아하죠. 그 못난 동생 좋아하고.. 또 요즘에 누가 잘하더라.


H : 안 나온 분들이 많아서 섭섭해하겠네요. (웃음)

G : 그래서 못하겠어요. 친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가지고, 아! 개리형 가사를 너무 좋아하고.. 타블로..


H : 다섯 명 넘었어요. (웃음)

G : 아, 넘었어요? (웃음)


H : 네, 여섯 명 뽑아주셨는데, 여기까지 할게요. 알겠습니다. (웃음)

G : 아, 도끼도 좋아해요. (웃음)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게 문제인 거 같아요. 뭔가 딱 탑을 정하기가 어려워요. 어쨌든 그런 것들도 주관적인 기준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건 아니니까 너무…(웃음) 근데, 지금 베테랑들 있잖아요. 그 사람들은 너무 다 잘하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이게 실력으로 지금은 누가 잘하고 못하고 겨루는 건 힘든 문제인 것 같고, 지금은 정말 자기 정체성의 싸움인 것 같아요. 리듬 타고 이런 건 다 잘하거든요. 못하는 사람이 없어. 아! 그 친구 잘해요. 블랙넛(BlackNut). 그 친구도 되게 좋더라고요.


H : 블랙넛은 의외네요.(웃음)

G : 약간 변태같이.. 긁어주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것도 아주 디테일하게 긁잖아요. 그런 찌질한 감성이지만, 구성도 그렇고.. 아우 엄청 환자더라고. 딱 보니까.. 앞으로가 되게 기대돼요. 기대 되는 아티스트 인 것 같고. 저는 그런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사람들이 좋아요. 빈지노도 그렇고 도끼도 그렇고 딱 하면 떠오르는 연관 검색어들이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자이언티나 크러쉬도 좋아하고, 리듬파워도 지극히 평범하고 찌질한 남자들의 이야기들이 떠오르니까요. 그런 것들이 없다면, 지금 힙합씬에서 살아남기 힘든 거 같아요.


H : 공식적인 질문은 끝났습니다. 혹시 덧붙이실 말이 있으시다면

G : 리듬파워가..(웃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저는 언젠간 잘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데, 그 친구들이 요즘 백스테이지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가지고 열심히 라디오도 만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시간이 되신다면, 그 친구들한테 좀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고, 저희 회사에서는 이제 계속 싱글들, 앨범들이 나오니까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들을 위한 마지막 홍보..(웃음)


H : (웃음) 수고하셨고, 인터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진행 | 차예준, 김대형 (HIPHOPPLAYA.COM) 관련링크 | 개코 트위터( | https://twitter.com/…

17 Comments 라임타임

2014-11-17 20:27:18

이센스에 대한 언급이 가장 인상깊네요. '그 못난 동생' 이라고 칭해야하나요?(웃음) 농담이고... 앨범의 수록곡들에 대해선 기대 이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앨범 단위로 봤을때 개코는 역시 개코다 싶었습니다. 인터뷰를 보니 더욱 확고해지네요. 앞으로도 다듀만의 아이덴티티 살린 음악과 앨범 계속해서 보여주시길

최정현

2014-11-17 20:47:07

비프리&셔니슬로우님과 같이 작업한 Chaser the Rapper part.2 언제쯤 들어볼 수 있을지...ㅜㅜ

gogsago2

2014-11-17 20:47:08

블랙넛 ㅋㅋ

김준형

2014-11-17 21:02:19

블랙넛 ㄹㅇ 뜬금포로 나오네ㅋㅋㅋ

양싸

2014-11-17 22:30:30

셔니슬로 벌스라니.....ㄷㄷㄷ 꼭 듣고 싶네요. 이센스 이야기는 왠지 씁쓸....

모둥이

2014-11-17 22:53:54

프리모랑 콜라보한 얘기랑 랩에대한 연구라 해야할까.. 그런 부분에 대한 노력, 컨트롤-이센스얘기까지 정말 인상깊네요 진짜 궁금한건 chase the rapper 정말 언제나올지 ㅠㅠ. 아이덴티티에 대한 언급까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오레오

2014-11-17 23:37:18

역시 국힙 원탑

wassup21

2014-11-18 01:17:45

코드 쿤스트 ㄹㅇ

뱅기손

2014-11-19 00:39:37

마지막 홍보 ㅋㅋㅋㅋ

배강민

2014-11-19 04:05:39

잘 봤어요. 솔직히 이번 앨범 아쉬웠는데 비음이랑 세상에는 잘 들었어요. 진짜 인터뷰어 말대로 가사가 되게 재밌었어요. 동방예의지국도 새로운 시도라 굉장히 참신했는데, 7집의 슛골인이나 쌔끈해는 참신하고 좋았다면 이번 세상에랑 동방예의지국은 사실 참신은 한데 죽여준다는 느낌은 못 받았네요. chase the rapper remix 기대해봅니다. chase the rapper는 사실 구성상도 그렇고 DT 7집의 매일밤 시리즈가 떠올랐는데 역시 그것에 미치지 못하여 아쉽. 보컬욕심 얘기는 나오지 않게 앞으로 명곡, 명반으로 눌러줬으면 좋겠네요. 사실 이번 앨범 들으면서는 저도 살짝 그런생각 했어요 ㅋㅋ 쫓기듯 나온 앨범이라고 하니, 다음 앨범을 기대하지요.

김경수

2014-11-21 10:49:03

개코는 사랑입니다 뿌잉

이지훈

2014-11-22 20:33:12

탑 5하니까 저번에 스윙스가 라디오 스타 나와서 개코는 이제 아닌거 같다고 했던거 생각나넼ㅋㅋㅋㅋㅋㅋㅋ

정성열

2015-02-27 23:25:25

며칠전에 그거 케이블에서 다시 봤는데 스윙스가 그런 비슷한 말도 한적이 없고, 탑 5 한명으로 개코뽑았는데ㅎ 힙플이야 예전부터 대뇌망상에 시달리는 중고딩 집합소이었다지만 좀 적당히 말 지어내자

머리아프다

2014-11-24 20:32:51

블랙넛 뜬금포 아닌뎈 | http://lavinder.tistory.com/… 이때부터 리스펙한듯

낙타

2014-11-25 03:39:20

클라스가 다르다 진짜...

이정원

2014-11-26 21:58:44

그 동생 좋아하죠. 그 못난 동생 좋아하고.. 아.. 씹존멋

Stein

2014-11-30 22:45:20

최자형님!, 초등학생 시절 누나의 아이팟에서 들었던 형님의 목소리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요즘 고생 많이 하실텐데, 그런거 다 잊어버리시고 실력으로 무너뜨려주세요, 언젠가 무대에서 보겠습니다. Double d forever!

via https://hiphopplaya.com/g2/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630&page=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