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힙플 28278 2004-10-04 00:00:00
Q. HiphopPlaya.Com 입니다. 힙합리스너 & 회원분들께 인사 한 말씀!
힙합플레야 여러분 안녕하세요. 키비입니다!
Q. 쓰고계신 예명의 뜻?
의 줄임말입니다.
Q. 힙합씬에 몸 담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보다 freestyle rap 이 매력적이었고요.
내 말을 풀어낼 수 있다는게 머리가 띵할 정도로 신났습니다.
그 기쁨을 계속 맛보고자 힙합안에 몸 담게 되었지요.
Q. Kebee로서의 프로필을 직접 소개해주신다면?
99년부터 랩을 시작하고 이런저런 대회에 참여하면서 경험을 쌓았고요.
2003년에 People & Places, 2004년 The Bangerz 라는 두 장의 컴필앨범 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24일 첫 번째 솔로 앨범 Evolutional Poems 를 발표했습니다.
Q. 'Eluka'의 정체는?
저의 또다른 닉이고, '이루까' 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일본말로 돌고래란 뜻 입니다.
Q. 데뷔앨범 'Evolutional Poems' 발매하신 소감이랄까요?
많이 피곤했지만 즐거웠습니다. 무엇보다도 앨범 제작의 모든 단계를 밟아가며 많이 배울 수 있었고요.
앨범내고나니 아쉬운게 많아서 빨리 새로운 작업을 하고 싶어 근질거리네요.
Q. 판매량은 어떤지?
발매 초반에는 판매량이 좋았는데, 대부분의 음반들이 그렇듯 지금은 소곤소곤 팔리는 듯 합니다.
Q. 타이틀에 담긴 뜻은?
말 그대로 '진보적인 시'.
많은 국내 MC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시'라고 말했지만 정작 담고있는 내용이
힙합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쉬웠습니다.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선명하게 언어로 집어내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감히 '진보'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Q. 예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던 곡들이 실려있지않아 아쉬워하는 분들께 한말씀 해주신다면?
과거의 곡들은 mp3 파일로 공개하던 그 만큼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여건이 되어 앨범으로 만들어진다면 좋겠지만
그 곡들을 공개할 만한 당시에는 앨범을 낼 만한 수준이나 여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못했지요.
예전 곡을 기대하신 분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뮤지션으로서 앞으로 나아가는데에는 분명한 선택이 필요했습니다.
Q. 참여해주신 분들을 소개해주세요.
랩피처링은 없고 여러 출중한 프로듀서 분들이 활약해주셨습니다.
The Quiett, Critikal P, Primary, K-one, DJ Jeans, 조성빈, Soar Saem.
이외에 목소리로 참여해주신 여러 분들이 있습니다.
Q.랩에서의 참여진이 없는것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세요.
의아할 것 없이, 스토리텔러 키비의 솔로 앨범이었기 때문에 결정한 당연한 부분이었습니다.
제 안에 꼭 해야겠다라고 느꼈던 이야기들이 있었고 그것들을 정확한 내 언어로 풀어내는데에는
다른 랩퍼들의 참여가 오히려 메시지와 부딪히겠다고 판단했거든요.
Q. 프로듀서분들께 주문하신것이 무엇인지?
각자 다양한 색깔을 표현해주길 기대했습니다. 혼자서 랩을 맡아갔기 때문에 반대로 비트의 색깔을 최대한 다양화 해
보자는 판단이었고요.
Q. 가사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각 곡마다 경우가 다릅니다. 가사주제는 평소에 끊임없이 생각하는 편이고요.
일반적으로는 주제를 가지고 비트메이커와 상의한 다음 데모버전의 곡이 나오면 가사작업을 마치는 식으로 작업합니
다.
참고로 이번 앨범의 같은 곡은 6개월에 걸쳐 쓴 가사입니다.
이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가사작업을 마칠 때도 많고요.
Q. 가사작업에 있어 영향을 준 뮤지션이 있다면?
누구를 말해도 다 맞겠죠.
지금 떠오르는 사람은 J-Live, Common.
가사에 영향을 준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문학 작가들이 많겠죠.
Q. 많은분들이 칭찬에 마지않는 가사를 통해 나타나는 '감수성'의 원천은 무엇인지?
살며 만나는 많은 장면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고요.
이런 감수성의 더듬이가 유지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는 거죠.
끊임없이 글을 읽는 것. 쓰는 것. 생각하는 것.
저도 자신있게 말씀드리기에는 실은 좀 부끄러운 부분이네요.
Q. 신의의지의 첫 컴필앨범에서 'Verbal Jint'와 함께한 '소년을 위로해줘'에서 보여준 타이트한 라임을 기대하셨던 분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읽으시는 분들에게..
'소년을 위로해줘' 에서 라임을 발견하셨다면, 혹시 그 다음 무엇을 발견하실 생각은 없는지 반대로 물어보고 싶습니다.
여기서 못 박고 가야 할게 하나 있는데, 적어도 '소년을 위로해줘'는 멋진 라임을 보여주기 위해 작업한 곡이 아닙니다.
저는 '소년을 위로해줘' 를 작업하고 몇 달이 지났을 때, 메시지 전달에 있어서 아쉬움을 느꼈고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좀 더 근접하기 위해 고민을 했습니다.
그것이 이번 앨범의 결과물이고요.
Q. 라임이란?
라임을 힙합음악이라는 집으로 들어가는 현관문 이라고 표현해 보는 건 어떨까요.
현관문을 통하지 않고 집으로 들어가려고 한다면 보나마나 도둑입니다.
다시 말해 라임이 빠진 힙합음악은 그 정당성을 잃어버린거죠.
언어로 리듬을 만드는 음악인 랩에서 라임이 빠진다는 건, 그만큼 리듬을 포기했다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현관문을 열어놓고 집 안에 들어가지 않는것도 문제입니다.
라임으로 리듬을 만드는 것은 음악으로 당연히 필요한 것이지만
그 다음은 언어 차원의 문제입니다.
리스너는 라임을 통해 무엇을 발견할 것인가>
이렇게 방 안을 들여다보는 지혜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한국어안에서의 라임의 발전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많은 선배님들 동료들 후배님들이 훌륭하게 증명 해주고 계십니다.
의식있게 노력하시는 분들 덕분에 앞으로도 많은 발전을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Q. 곡에서 직접표현하기도 하셨는데, MC Meta의 무엇이 Kebee 로 하여금 존경과감사의마음을 들게끔 이끌었는지?
제가 음악작업을 시작할 2000년 경 부터 정신적인 스승으로 계속 존재하시죠.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하시는 분이시기에 존경의 의미를 더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Q. '양치기소년'에서 아버지가 되어 그의 외로움을 노래한곡의 발상이 참 참신합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외로움'을 관찰하며 이를 음악으로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나를 벗어나는 존재의 안으로 들어가 그 시선을 통해 새롭게 자기 관찰하기.
조금은 어려운 얘기일 수도 있지만 이런 과정을 끊임없이 밟아가는 것이 제 음악의 생명을 지켜가는 힘 입니다.
Q. 이번앨범의 아쉬운점으로 믹싱(Mixing)을 꼽는 분들이 많은데...
사운드 면에서 좀 더 여유있게 작업할 걸 하는 아쉬움은 지울 수 없네요.
부족함은 다음 앨범에서 보충해야죠.
Q. 앨범을 통해 얻고 싶은것이 있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깊은 이해로 앨범을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이를 통해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길 기대합니다.
Q. 오버그라운드 시장으로의 진출은 전혀 고려치 않으신지?
예전에는 그런 부분에서는 전혀 욕심이 없었는데,
요즘은 내 메시지가 힘을 갖기 위해 더 넒은 체널을 통해 나를 알리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나를 지켜갈 줄 아는 판단력 안에서 좋은 기회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Q. 최근 즐겁게 듣고 계신 국내/외 음반을 소개해 주신다면?
Little Brother - The Chittlin Circuit
Jill Scott - Beautifully Human
Tre Hardson - Liberation
The Strange Fruit Project - Soul Travelin
Junior Jack - Trust It
Q. 현재 씬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많은 분들이 인정하는 것 중 하나인데, 저 역시 한국땅에서 힙합은 여전히 태동기라고 생각합니다.
그 만큼 발전가능성도 많고 플레이어들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 무궁무진한 거죠.
씬이 움직이는 동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잊혀지겠지만
이 흐름, 원리를 관찰하며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그 노력만큼 값진 것을 얻을 수 있겠죠.
Q. 감사해야 할 대상인지도 모르겠지만, 국내 리스너분들께 아쉬운점이 있다면?
누구는 음악으로 쇼를 합니다.
흥미로운 볼거리 들을거리로 사람들의 관심을 삽니다.
누구는 음악으로 대화를 나눕니다.
처음에는 음악과 대화를 하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그 음악을 가지고 사람들과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죠.
내가 본 많은 리스너들이 쇼를 원합니다.
쇼 문화에 익숙해져버린 그들은
어떤 뮤지션이 하는 대화조차 쇼로 이해하고 거기서 만족감을 느낍니다.
인터넷 덕분에 모두가 어렵지 않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된 세상에서
누구의 말도 대부분 쇼로 변해 버립니다.
대화는 사라지고 어느새 쇼만 남아버립니다.
그래서 음악이 시도하는 대화는 대화로서 평가받지 못하고 쇼의 부분으로 해석되고 맙니다.
적어도 21세기 뮤지션은 뮤지션 개인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습니다.
주변에서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듣는 이' 가 바로 서 있지 않으면
뮤지션은 계속 혼란스러워하고 엇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뮤지션들이 텔런트로 탈바꿈하기 시작합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메시지는 자꾸 죽고 쇼만 살아남습니다.
진짜 리스너는 텔런트를 키우지 않고 뮤지션을 키웁니다.
뮤지션이 걸어온 대화를 듣고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이게 뮤지션과 리스너가 함께 자라는 방법입니다.
음악안에서 끊임없이 성숙하기를 바라겠습니다.
Q. 음악은 Kebee님께 무엇인지?
음악은 곧 대화입니다.
리듬으로 얘기하고 멜로디로 얘기하고 단어로 얘기할 수 있는 대화의 방식입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하시고 싶은 이야기...
내년부터는 멈췄던 학교생활을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원하는 전공공부를 주로 하겠지만
무엇보다 규칙적인 학교생활이 그리워져서요.
이렇게 저렇게 살며 쌓이는 이야기들 또 음악으로 한바탕 풀어내게 될 때까지 안녕히..
인터뷰 / 김대형 ([email protected])
인터뷰에 도움주신 분들: wanhur7, llpplnmn, danced, kwon1031, rhymekwon
via https://hiphopplaya.com/g2/bbs/board.php?bo_table=interview&wr_id=14634&page=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