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여닫기
개인 메뉴 토글
로그인하지 않음
만약 지금 편집한다면 당신의 IP 주소가 공개될 수 있습니다.

힙합엘이피쳐 Dessa - A Badly Broken Code

한국힙합위키

title: [회원구입불가]HiphopLE2011.01.17 13:38댓글 5


0.jpg


Dessa [A Badly Broken Code] (2010, Doomtree)


01. Children's Work 02. Poor Atlas 03. The Crow 04. Dixon's Girl 05. Mineshaft II 06. The Chaconne 07. Matches To Paper Dolls 08. Go Home 09. Seamstress 10. Dutch 11. The Bullpen 12. Momento Mori 13. Crew 14. Alibi 15. Into The Spin


형, 요새 너무 다 비슷비슷한 힙합만 들어서 지겨운데 뭐 좀 신선한 힙합 없어요? 어 난 너가 그런 질문을 할 줄 알았어. 그래서 며칠전 이 앨범을 들으면서 너한테 이 앨범 얘길 해줄려고 했지. 옷. 그래요? 어떤 앨범이죠? 응, Dessa라는 여자 가수의 "A Badly Broken Code"라는 제목의 앨범이야. 이 앨범은 그녀의 공식 데뷔 앨범이기도 해. 자, 이제 질문하지말고 내 얘기 들어봐 알았지? 적어도 동물라면을 샀는데 그 안에 들어있던 7마리의 동물들이 7개의 다시마로 변해버렸다는 이야기보다는 너의 흥미를 좀더 끌 거라고 확신해. 이 Dessa라는 여자 가수에 대해 말하기 전에 먼저 Doomtree라는 언더힙합 크루에 대해 알아야 할거야. 둠트리는 크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디 레이블이기도 한데, 미국 미네아폴리스를 거점으로 해서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친구들이 강력한 DIY 정신을 바탕으로 결성되었다고 해. 이 크루의 멤버들을 잠깐 소개해볼까?


P.O.S. (MC, producer) Sims (MC) Dessa (MC, writer) Paper Tiger (producer, DJ) Cecil Otter (MC, producer) Lazerbeak (producer) Mike Mictlan (MC)



doomtree.jpg


doomtreelogo.jpg



그리고 현재는 탈퇴했지만 MK Larada라는 producing DJ도 있었지. 이 사람들은 굉장히 앨범 작업도 열심히 하는데 Doomtree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스튜디오 앨범, EP, 믹스테잎도 있지만 멤버들 개개인 마다 두장 이상씩 EP나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어. 다 모으려면 돈좀 깨지겠지? 자 그럼 이제 슬슬 수사망을 좁혀가볼께. Doomtree 얘길 하려는 게 아니니깐. 얼마전에 내가 아는 어떤 블로거가 Doomtree면 "Drumsticks"라는 곡 발표한 사람들 아니냐고 알려주더라. 그래서 난 얼른 유투브에서 그 곡 뮤직비디오를 봤어. 멤버들이 시원하게 자전거를 타는 뮤비였지. 근데 이들의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라이브 footage 같은 걸 봐도 청중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받는 멤버가 하나있어. 유투브엔 "I love that girl"식의 댓글들이 많이 달렸지. 늘씬한 몸매에 제법 호감 어린 얼굴을 한, 왠지 '언더힙합'의 이미지와는 조금 벗어난 듯한 홍일점 멤버. 바로 오늘 얘기하는 Dessa야.


"예! 저는 그룹내 비쥬얼을 담당하는 데싸예요!" 물론 맞는 얘기야. 하지만 그녀의 존재는 크루 내에서 훨씬 더 큰데, 일단은 마치 전성기 시절의 Alanis Morissette을 연상시키는 외모부터 확 튀는 느낌이 있지만 심지어는 음악 스타일도 '힙합 엠씨'라기 보단 '싱어송라이터'라고 부르는 게 더 적합할 듯한 스타일이지. 아아, 물론 그녀는 엠씨이기도 해. 그리고 랩도 아주 잘해. 하지만 그 감수성이랄까.. 가사나 스테이지 매너 등에서 느껴지는 모습들은 무척 유니크하지. 이런 모습들은 비교적 '언더 힙합 애티튜드'에 충실한 듯한 크루내 다른 남성 멤버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요소인 것 같아. Mike Mictlan처럼 완전 하드코어 스타일의 랩퍼도 이 크루 내에 있다는 걸 보면 참 재미있는 집단이지 않어? 아무튼 그런 그녀의 독특한 이미지와 존재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녀를 가장 잘 특징지어주는 건 바로 '가사'야. 실제로 그녀는 음악 뿐 아니라 작가로도 활동을 하는데 "Spiral Bound"라는 제목의 시와 에세이를 담은 책을 출간하기도 했지. 너 혹시 시 좋아하니? (아뇨) 시를 읽어보면 처음엔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지? (예) 나도 그래. 근데 그런 시라도 여러번을 마음에 느끼면서 읽어보면 대충 그 시인이 무슨 소리를 하려는 줄은 알게 되지. 그녀의 가사도 마찬가지야. 아주 단순한, 그러니까 남녀간의 사랑과 이별 같은 소재를 얘기하면서도 은근한 메타포를 통해서 굉장히 세련되게 구사하지. 절대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스타일이 아니야. 그리고 메타포만으로 꽉 채우는 것도 아니고 살면서 일어나는 여러 갈등 상황들을 단편적인 풍경이나 대화의 일부분 만을 툭툭 던지듯이 나열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걸 우리가 살면서 느낀 경험이나 힘들었던 기억 등을 대입시켜 가사를 음미해보면 뭔가 확 북받치기도 해. 결국 이렇게 수정해보자. "예! 저는 그룹내 리릭을 담당하는 데싸예요!"



dessa.jpg


그녀의 음악 스타일이 '싱어송라이터' 이미지라고 했어. 하지만 엄연히 그녀는 '언더그라운드 엠씨'야. 단지 이미지가 그렇다는 거지. 그녀는 요새 많은 엠씨들이 그렇듯이 랩도 하지만 노래도 굉장히 소울풀하게 잘해. 이 앨범에는 "The Chaconne"나 "Go Home" 같이 노래만 하는 곡도 있는데 그렇다보니 곡 분위기는 마치 Portishead 같은 느낌 있지 왜.. 영향을 받았을 거야 분명. 넌 가장 좋아하는 엠씨가 누구야? (에미넴이요) 왜? (랩 존나 잘하자나요.) 그럼 에미넴이 어떻게 랩할 때가 제일 멋있어? (아.. 그.. 막 왜 비트를 살짝 무시하듯이 리듬을 깔아뭉개면서 달리듯이 막 꾸겨넣듯이 랩할 때 있자나요.) 그렇구나. 그럼 이 앨범 수록곡 "Mineshaft II"나 "Seamstress"를 들어봐. 이 Dessa라는 분 랩 솜씨가 예사가 아니란 걸 느낄 거다. 좀 전에 이 분이 노래도 한다고 했는데 이 분 랩 스타일 중에 굉장히 특이한 게 랩을 하면서 아주 살짝 살짝 발성을 길게 늘리면서 비브라토를 섞는다는 건데 난 여태까지 이렇게 랩하는 엠씨를 본 적이 없어. 그리고 흉내내기도 되게 힘들 것 같애. 아주 특별하지. 하지만 그녀의 랩이 가장 마음에 드는 이유는 그 살짝 신경질적인 '톤'이야. 그 왠지 내면에 감춘 불만과 독기를 시적인 가사로 절제하면서 수동적으로, 마치 이를 악물고 내뱉는 듯한 그 랩톤이 정말 왓따야.


사운드 얘길 잠깐 해볼까? 프로듀싱은 당연하게도 Doomtree 소속의 프로듀서들이 도맡았는데 사운드 역시 아주 신선해. 뭐랄까.. '미적'인 느낌이 많이 든다고 할까? 그러니까 시적인 가사들을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는 느낌 말이야. 어쿠스틱한 기타음이나 현악 반주음 등을 샘플로 써서 굉장히 세련된 느낌을 내주는데 이게 힙합 비트와 곁들여져서 살짝 다운템포/트립합적인 느낌도 많이 들어. 시종일관 귀를 자극하는 기타음에 후반부 바이올린 연주까지 등장하는 "Mineshaft II"나 왠지 마음을 우울하게 만드는 느낌의 건반음이 출렁거리는 "The Chaconne"는 이 앨범의 색깔을 대표하는 곡들이라 할 수 있지. 게다가 "Matches To Paper Dolls"는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바이올린음이 신경을 건드리는데 마치 바로크 시대의 극장에 초대된 느낌까지 드니 말다했지. 예전에 Mono라는 트립합 밴드의 "Life In Mono"라는 곡이 대히트를 친 적이 있었거든? 그 곡이 왜 그렇게 인기를 끌었냐면 마치 슬픈 유럽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시키는 아련한 느낌 때문이었는데 그 심상이 너무 좋았다면 이 앨범에 실린 "Alibi"라는 곡도 분명 좋아할 거라 믿어. 그런가하면 지금은 탈퇴한 멤버인 MK Larada가 프로듀스한 "Dixon's Girl"은 "타이틀곡"인데 마치 뉴올리언즈 재즈가 울리는 금주법 시대의 한 클럽에 초대된 느낌을 받을 거야. 그리고 "Seamstress"는 절박한 느낌의 재즈 드럼 터치가 돋보이는 곡이지. (형, 이런 것도 좋은데.. 그래도 힙합이자나요. 뭐 화끈한 힙합곡은 없어요?) 그럴 줄 알고 내가 소개를 안한 곡이 하나 있지. 바로 Lazerbeak이 프로듀스한 "The Crow"를 들어봐. Raekwon의 "House Of Flying Daggers"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너의 귀를 확실하게 조져줄테니 말야.

자 뭐 이렇게 대충 앨범 하나를 소개해봤는데 어떻게 도움이 좀 됐니? 뭐 궁금한 거 있음 물어봐. (형, 근데 이 Doomtree라는 크루가 미국에서 인지도가 얼마나 높아요?) 어, 좋은 질문이야. 둠트리가 어느 정도냐면 말이야, 이번에 Eminem하고 Jay-Z도 그들의 공연에서 Doomtree 핸드싸인을 하면서 이 크루를 홍보해 줬다고 해. 여기 인증샷 봐봐. 어때, 대단하지?



emjayz.jpg




tunikut.gif



0 추천 목록 스크랩신고 댓글 5 srg1.17 18:23 잘봤습니다 오늘도 하나를 배우고갑니다 ㅎㅎ

추천 댓글 Saigon1.18 00:25 이 글 보고 뭔가 매력적이여서 유튜브랑 뒤져서 몇곡 들어봤는데 신기하면서도 멋있었어요. 뭔가 빨려드는 느낌? 근데 대중적으로도 성공한 래퍼인가요?

추천 댓글 tunikut1.18 01:15 @Saigon 글쎄요.. 철저한 인디/언더다 보니.. 상업적 성공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겠죠?

근데 ughh 같은 언더힙합 사이트에서는 이 분이나 이 앨범이나 평이 아주 좋아요 ^^

추천 댓글 Saigon1.24 15:50 @tunikut 그렇군요 잘 읽었습니다. 글 재밌어요

추천 댓글 외계소년321.18 13:34 둠트리 크루명이 되게 좋내요. 앞으로 지켜봐야겠내요. 제2의 D.i.T.C가 될지도 모르죠. ㅎ


https://hiphople.com/music_feature/38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