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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회원구입불가]Beasel2016.08.11 16:45추천수 8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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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주석(Joosuc)
생각해보면, 아직까지 활동하고 있는 1세대 힙합 아티스트는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주석(Joosuc)의 이름은 더욱 반갑다. 근 2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주석은 많은 히트곡을 탄생시켰고, 주춤한 시기를 보낸 이후에도 꾸준하게 발걸음을 이어왔다. 단지 ‘큰형님’이라는 타이틀 이외에도 한 개인이 계속해서 힙합 음악을 해왔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한 회사의 대표에서 이제는 완연한 솔로 아티스트로 돌아온 주석, 힙합엘이가 그를 만나고 왔다.
- 주석 영상 인터뷰 -
LE: 반갑습니다. 힙합엘이와 인터뷰는 처음이에요. 이미 많은 분들이 알겠지만, 간단하게 본인 소개 부탁드릴게요.
J: 안녕하세요. 힙합엘이 회원 여러분. 저는 주석이고요. 이렇게 처음 만나서 반갑습니다.
LE: 일단 가볍게 근황 먼저 여쭤볼게요. 이제는 인디펜던트 레이블 운영에서 벗어나 코리아 뮤직 그룹(Korea Music Group) 소속이 되신 거로 알고 있어요. 간단하게 새로운 소속사에 합류하게 된 이유나 소감을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한 3년 정도 파이니스트 레코즈(Finest Records)라는 인디 레이블을 운영했었는데, 자본을 많이 가지고 한 게 아니다 보니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많았어요. 게다가 처음에는 제 음악을 병행하며 회사를 운영하려고 했는데, 완전 신인을 키우다 보니까 그 부분이 힘들더라고요. 대표적으로 당시에 완전 신인이었던 메이슨 더 소울(Mayson the soul), 지금은 카 더 가든(Car the garden)이 있었죠. 아무튼 시스템이 크게 안 잡힌 상태에서 신인을 처음부터 육성하다 보니까 힘든 부분이 많았어요. 결국, 그 친구랑은 계약이 만료되고, 후에 얘기가 잘 되면서 헤어지게 됐죠.
그 이후, ‘아, 이제는 진짜 내 음악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예전부터 관계가 있던 매니저를 통해서, 지금의 회사를 소개받았어요. 회사 안에 예전부터 음악을 같이했던 수파사이즈(Supasize)도 일을 하고 있었고, 스케쥴원(Schedule 1) 같은 경우도 함께 하게 돼서 더할 나위 없었죠. 또, 결과적으로 제가 원하는 음악을 편하고 좋은 분위기에서 할 수 있는 상황이라 합류하게 됐어요.
LE: 말씀하신 것처럼 코리아 뮤직 그룹에는 오래전부터 같이 활동해 온 수파사이즈 씨나 스케줄원 씨 등이 함께 계신 거로 알고 있어요. 자연스럽게 소속 멤버들과의 케미 역시 좋을 것 같아요. 실제로 합류해보니 어떤가요?
우선은 확실히 편해요. (웃음) 수파사이즈는 처음 음악을 하기 전부터 함께 했던 동생이고, 스케쥴원도 DJ를 하기 이전부터 알던 동생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심적으로 편안해요. 원래부터 소속되어 있던 회사 같은 느낌이란 게 가장 좋은 부분이죠. 호흡 같은 경우는 사실 현재 수파사이즈는 음악가로서는 은퇴한 상태에요. 이제는 회사에서 A&R 역할로 일하고 있어서, 같이 음악적으로 작업을 하는 건 없어요. 스케쥴원도 DJ로서 저와 호흡을 맞추는 정도죠. 그래도 예전부터 알던 동료들과 함께한다는 자체만으로 좋은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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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솔로 아티스트로서 한 집단의 일원이 됐으니, 다시 신발 끈을 조이고 달릴 마음을 먹고 있을 것 같아요. 혹시 새로운 다짐이랄 게 있을까요?
아무래도 활동을 오래 하다 보니까, 다짐이라는 게 예전처럼 완전 프레시한 느낌은 아니에요. 사실 그동안은 너무 오래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일을 많이 못 했어요. 그러다 보니 음악도 예전처럼 많이 듣지 못했죠. 자연스럽게 정신적인 상태도 20대처럼 화이팅이 넘치지도 않았죠. 그런데 요즘은 바뀌었어요. 진짜 즐겁게 음악도 많이 찾아 듣고, 요즘 음악이나 새로운 스타일도 보고, 후배들의 음악도 많이 접하고 있죠. 그러다 보니 정말 재미있어요. 사실 한동안 ‘아, 이제는 더 이상 하고 싶은 게 특별히 없어.’ 라고 느낀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새롭게 하고 싶고 하는 식으로 의욕이 많이 생겼죠.
LE: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새로 나온 음악에 관해서 얘기해 볼게요. 이번에 발표한 “Property”에 대해 우선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이 곡은 제가 2015년부터 준비한 곡이에요. 사실 가사도 작년에 거의 다 써놨어요. 새로운 소속사에서 신곡을 발표하게 되면, 기존에 제가 지니고 있던 느낌을 어느 정도는 가지고 가고 싶었어요. 또, 그런 스타일이 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고요. 그리고 이 곡을 강력히 추천한 사람이 딥플로우(Deepflow)였어요. 사실, 작년에 이 곡을 비스메이저(Vismajor) 작업실에서 가 녹음하기도 했거든요. 그때 딥플로우가 계속 “이 노래가 좋다, 형이 안 하시면 내가 하겠다.”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아니야, 내가 할 거야.”라고 다짐했죠. “Property” 자체가 오랜만에 복귀하는 느낌에서 어울린다고 여겨졌고, 제목이나 가사 내용, 주제 역시 평소 제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을 표현한 노래라 이번에 선택하게 됐어요.
LE: 이번 곡은 ‘Property’라는 단어로 경험이라는 삶의 재산을 노래한 것 같아요. 이번 곡도 그렇고, “Floatin’”과 “신발끈”, “풀어진 신발끈”까지, 모두 자전적인 스토리와 인생을 곱씹는 성찰을 담고 있어요. 이런 주제 의식에 관심을 주로 가지게 된 터닝 포인트가 있을까요?
제가 20살때부터 가사를 써오며 느낀 것은 힙합은 자기가 그때 당시에 생각하고 느끼는 부분을 쓰는 거잖아요. 요즘은 트랩 뮤직이 성행하고, 장르적인 특성이 있다 보니 자기 자랑적인 가사가 많은 게 사실이에요. 물론, 저도 그런 스타일을 좋아해요. 그런데 요즘에는 제가 지금 시기에 하고 싶었던 거를 그동안 못했던 것 같아서, 조금 더 인생이나 성찰에 관한 류의 스토리를 많이 쓰는 거 같아요. 아무래도 또, 제가 나이도 있다 보니 처음 시작했을 때와 주제가 많이 바뀌어 가는 것도 사실이죠. 처음 시작할 때는 ‘난 이렇게 할 거야’라는 식의 선전포고 가사가 많았는데, 이제는 ‘내가 살아오면서 이런 경험들을 겪고 느꼈다’라는 식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계속 이런 스타일의 가사만 쓰거나 비슷한 풍의 노래만 할 거는 아니에요. 이후에는 조금 더 다양한 소재로 노래를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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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또 이번 곡에서 화제가 된 게 가사에요. 개인 SNS에서 “영원이란 건 없네 / 봐 애플과 삼성에 밀려난 소니, 필립스”라는 가사 때문에 MV 영상등급이 19세 이상으로 판정이 됐다는 포스팅을 봤어요.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사를 전하시기도 했죠. 전하고자 한 의미를 더하려고 쓴 비유적인 부분이 제한을 받아 아쉬울 것 같기도 해요.
보통 래퍼들은 가사를 쓸 때 알잖아요. 이게 방송 심의가 날 것인지 아닌지를. 사실 실제 기업 이름이나 브랜드를 사용하면 방송이 불가하다는 것은 알고 썼어요. 그런데 이 표현 자체는 스스로 너무 맘에 드는 가사였어요. 실제로 예전에 소니(Sony)나 필립스(Philips)가 대표적인 기업이었는데, 지금은 삼성(Samsung)과 애플(Apple)이 훨씬 커진 것처럼, 그 자체만으로 여러 가지 시대의 변화를 느낄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내용을 비유한 이 가사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데, 이게 정말 의외로 영상 쪽에서 19금 판정이 나더라고요. 당연히 영상 관련된 부분이 왜 가사 내용으로 인해 피해를 보나 싶었죠. 지금도 그 부분이 굉장히 아쉬워요. 사실 영상이 19금이면 청소년들이 관람하는 부분에서의 문제도 있지만, 19세 이상 분들도 로그인하기 귀찮아서 잘 안 보게 되거든요. 그래서 저 가사를 빼야 하나 약간 고민도 했어요. 그런데 그래도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을 빼고 간다는 거는 아닌 것 같아서 그대로 진행했죠. 제 생각에는 이런 심의나 관련 이슈에 연관된 정책이 우리나라에서도 계속 변하고 있어서, 앞으로 제가 음악을 하는 동안에도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LE: 뮤직비디오 역시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맨체스터 시티(Manchester City FC) 글로벌 프로젝트의 한국 대표로 선정된 데다가 이번 “Property” 뮤직비디오 촬영의 경비 역시 지원받았다고 들었어요. 그 과정에서 있어서 에피소드가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우선 맨체스터 시티에 글로벌 업무를 담당하는 각 나라 직원분들이 있어요. 그중에 한국 분도 계속해서 계셨죠. 그런데 어쩌다 제가 그 분이랑 SNS로 연락이 닿아서, 2년 전에 맨체스터에 한 번 간 적이 있어요. 그래서 그분 위에 있는 시티 구단 직원도 직접 만나보고 했죠. 그래서 맨시티 직원분들은 한국에 저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죠. 사실 우연이라면 우연인데, 저와 연락이 됐던 그 직원분도 그 당시에는 영국에 계셨지만, 예전에 한국에 계실 때는 제가 마스터 플랜(Master Plan)에서 공연할 당시의 무대도 보고 하셨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2년 뒤에 맨시티에서 글로벌 프로젝트라고, 각 나라별로 돌면서 다큐멘터리를 찍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그 일환으로 서울에 왔을 때는 제가 직접 출연도 하고, 그 이벤트로 공연도 하고, 같이 응원을 하기도 했죠. 나중에는 그 스토리가 담긴 다큐멘터리가 맨시티 글로벌 채널에 나가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 이후에 맨시티 영국 직원에게서 문자가 오더라고요. 그래서 농담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야, 나 초대하는 거 아냐?”라고 얘기하고 했는데, 진짜로 저를 초대하더라고요. 저번에 진행했던 다큐멘터리의 파이널 버전을 만들기 위해, 각 나라 대표로 한 8명을 뽑기로 했는데, 제가 그중에 한 명으로 선정된 거죠. 그래서 영국에 다시 가게 됐어요. 그러던 중 아이디어가 하나 나왔어요. 영국에 가면 주변 건물도 예쁘고 이국적인 풍경도 있고 하니, 비디오를 한 번 찍어보자고 합의가 됐죠. 그래서 촬영이나 일정을 그 시기로 맞추게 됐어요. 하나 아쉬운 거는 아무래도 맨체스터를 배경으로 뮤직비디오를 찍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당시에 런던 쪽에 아는 분이 있고, 인력적인 측면도 그쪽에서 가능해서 런던을 배경으로 MV를 찍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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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서 말하면, 기본적으로 런던에 가는 비용이나 주거 비용을 만수르(Mansour)의 에티하드 그룹(Etihad Group)에서 다 내 준거죠. 중간에 비행기에 내려서 갈아탈 때도 에티하드 항공 직원들이 안내해주고 하니까 좋더라고요. 영국에 가서도 계속 동행하면서 촬영도 하고, 식사도 함께하고, 그리고 맨시티 예전 클래식 선수들, 지금은 할아버지가 되신 선수들도 만나고 했어요.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거는 경기 하프타임 때 관중석 앞 피치에 나가 인사도 하고, 맨체스터 지역 TV 인터뷰도 하고 했던 거예요. 뭐 사실 운이 좋았어요.. 근데 사실 만수르는 저를 모를 거예요.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가 맨시티 팬으로 엄청 유명하잖아요. 그래서 맨시티 관련된 행사나 관련 방송에는 무조건 나와요. 근데 노엘 형도 만수르를 못 만나 봤다고 하더라고요. 또 이번에 새로 부임한 과르디올라(Josep Guardiola) 감독도 아직 만수르를 못 만나봤다고 해요.
LE: 만수르에게 감사한 마음이 클 텐데, 그 마음을 담아 간단하게 샤라웃을. (웃음)
만수르 형, 나이는 형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웃음) 덕분에 뮤직비디오도 잘 제작하고, 다큐멘터리도 잘 찍고 왔으니 감사하다는 말을… 나중에 언젠가 기회가 되면, 맨시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감사해요.
LE: 이야기를 이어가 보면, 굉장한 축구 팬으로 알려져 있으시잖아요. 곧 프리미어리그(England Premier League)가 개막하는데, 기대감이 클 것 같아요. 맨시티에 과르디올라가 부임했고, 일카이 귄도간 (Ilkay Gundogan), 놀리토 (Nolito), 르로이 사네 (Leroy Sane) 등이 영입되기도 했잖아요. 이번 시즌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맨시티 같은 경우는 만수르가 구단주가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리빌딩을 시작했어요. 스타들이 그간 많이 왔지만,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지는 못했어요. 사실 처음에는 맨시티가 돈을 많이 쓰는 거로 유명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다른 구단도 자본을 엄청 많이 쓰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는 돈을 떠나서 감독이나 팀 운영 능력이 정말 중요할 것 같아요. 여태까지는 A급 감독은 있었는데 S급 감독은 사실 없었거든요. 근데 이번에 진짜 S급 감독인 과르디올라가 맨시티에 오기 때문에 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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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같은 경우는 잉글랜드 국적 선수가 팀 로스터에 무조건 몇 명 포함되어야 하고, 바이아웃 조항 규제 등 이것저것 이슈가 있어서, 완벽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또, 지금까지 영입된 선수 구성이 완벽히 맘에 드는 수준이 아니기도 해요. 해서 이번 시즌은 과르디올라 부임 첫해니까 조금씩 팀을 만드는 과정일 것 같고, 다음 시즌이 진짜 볼 만할 것 같아요. 그래서 내년을 기대하고 있죠. 여담이지만, 작년 시즌은 정말 우울했어요. 겨우겨우 UEFA 챔피언스리그(UEFA Champions League) 자격까지만 가서… 게다가 경기력 자체도 워낙… 올해는 과거를 잊고 내년을 기대하면서 매 경기를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과르디올라가 팀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를 기대하면서 볼 거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세르히오 아구에로 (Sergio Aguero)가 앞으로 몇 년 동안 지금의 스타 자리에 있을지도 확인해볼 예정이에요.
LE: 축구 얘기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음악 얘기를 좀 더 해볼게요. 최근에 또 다른 곡 "Lincoln"도 공개하셨는데, 간단히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Lincoln"이라는 제목 자체가 처음에는 '링컨? 갑자기 무슨 링컨?'하는 생각이 들었을 거예요. 그래서 아마 궁금해하신 분들도 있을 텐데, 사실 이것도 "Property" 뮤직비디오 찍으러 영국에 갔을 때 아이디어가 떠오른 거예요. 당시 맨체스터에 갔을 때 시내 투어를 했어요. 음악에 관련된 성지들, 유명한 밴드들이 공연했던 장소, 옛날에 유명했던 클럽 뭐 그런 곳들을 둘러봤죠. 그런 와중에 어떤 좀 소박한 길을 지나가게 됐는데 거기에 링컨 동상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동상을 보고 다 궁금해했죠. “링컨? 링컨 동상이 영국에 왜 있지?”라고. 사실, 영국인들이 프라이드도 세고 미국이랑 라이벌 관계도 있고 해서 미국을 영화에서도 항상 희화화하거나 서로 웃기게 표현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관계인데 링컨 대통령이 아무리 위인이긴 하지만, 얘네가 동상을 세웠다는 게 좀 이상하다 생각해서 봤더니, 그 안에 여러 가지 상황이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이 가사의 내용이 대충 나왔어요. 예전에 산업혁명 때부터 맨체스터가 어떻게 커왔는지에 대한 역사도 좀 봤는데, 제일 컸던 게 그 면직물을 가공하는 일이나 직업, 공장들이 활성화가 돼서 도시가 엄청 커진 거거든요. 그런데 사실 그 시기가 미국 남북전쟁 시기에요. 면제품의 원료가 목화잖아요. 목화를 싸게 수입하려면 노예가 수확해서 수입해야 인건비가 떨어지죠. 근데 그게 영국 측에서는 걸린 거였어요. 간단히 말하면 그 노예제도를 폐지하는 어떤 인륜적인 부분에서, 도시 자체가 다른 산업으로 바꿔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영국인들이 지지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좀 멋있었어요.
그래서 미국이 고마워해서 링컨 동상을 보낸 거래요. 그걸 보니까 너무 멋있는 거예요. 여러 가지 역사적인 상황이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결정해서 지지를 한 거니까. 그때 ‘아, 이거 노래로 한번 만들어보면 너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막 가사에 목화 나오고 이러면 이상할 것 같아서 (웃음)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그냥 한번 해보자’, ‘어차피 내가 뻔한 노래 가사만 쓰면 재미도 없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게 생각났으니까 하자.'라는 생각이 들었죠. 근데 이게 뭔가 좀 랩만 하면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역사 얘기만 하면 EBS 랩 같기도 해서. (웃음) 그래서 멜로디도 넣고 해서, 듣기 좋으면서도 내용은 특이하게 가자고 해서 만들게 된 노래예요.
LE: 주제도 좋았지만 오토튠(Auto-Tune)을 쓴 부분이 특이했어요. 원래 주석 씨 음악에서 별로 찾아볼 수 없는 색깔인 것 같은데, 오토튠을 쓰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사실 작년 말이나 올해 초에 미국의 요즘 음악을 많이 들었었거든요. 보니까 포스트 말론(Post Malone) 같이 오토튠을 많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원래 노래를 잘 부르는 싱어가 일부러 이펙트를 사용해서 어떤 무드를 만드는 식의 장르가 유행하더라고요. 그런 노래들을 들으면서 '아, 한번 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이 노래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이 노래에 한번 시도해보면 어울리겠다’라는 의견이 많아서 진행해봤죠.
LE: 비슷한 맥락일 것 같은데, 최근 나오는 음원들을 살펴보면 요즘 트렌드를 놓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시는 것 같아요. 예전부터 활동을 이어온 아티스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은데.
그 고민은 몇 년 동안 했었어요. 완전 신인이 아닌 이상, 사람들이 선입견 없이 100%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사실 그게 쉬운 부분이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음악을 만드는 거는 크게 어렵지 않아요. 그냥 요즘 스타일로 만들고 요즘 스타일로 랩도 할 수 있는데, 과연 ‘그게 내 음악인 것인가’, ‘그게 나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계속 들거든요. 그래서 몇 년 동안 고민도 많이 하고 만들어 놨다가 없앤 노래도 많아요. 최근에 냈던 "Lincoln", "Property" 이전에 "신발끈" 같은 경우도, 사실 어떻게 보면 요즘 스타일은 아니죠. 일단은 차근차근 보여주고자 하는 단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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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coln"같은 경우가 그래도 점차 시도를 추가한 곡이죠. 사실 고민 과정에서 후배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뭐 후배들이라고 해도 또 세대가 있기 때문에, 예를 들어 "Property"에 디렉팅을 도와준 딥플로우 같은 경우는 제가 봤을 때 진짜 어린 친구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지금 어린 애들에게는 엄청 형이거든요. 그래서 중간 세대의 친구들한테 조언도 많이 구하고, 또 완전히 어린 20대 초·중반 친구들한테도 요즘 어떤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지도 물어보고 했어요. 그런데 확실히 차이점이 있더라고요. 제가 듣고 좋아하는 것, 딥플로우 세대가 듣고 좋아하는 것, 요즘 20대 초반이 듣고 좋아하는 게 다 달라요. 사실 서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조금 있어요. 제가 들었을 땐 이런 스타일이 너무 좋은데 저와 다른 세대는 이걸 진짜 못 느껴요. 근데 그들이 듣고 너무 좋다고 하는 노래 중에 '아, 진짜 나는 모르겠는데.' 이런 게 존재하기도 하죠. 그래도 다행히 저는 예전부터 음악을 가리고 듣거나 그러지는 않아서 많이 받아들이고 있는 상태예요.
앞으로는 차츰차츰 여러 스타일을 병행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계속할 예정이에요. 왜냐하면, 남에게 보여주는 걸 떠나서, 제가 원래 음악을 할 때도 그 안에서 나름 시도를 했던 편이었어요. 또, 제 음악을 좋아했던 분들 중에서는 그런 새로운 흐름에 발맞춰가는 걸 좋아했던 분들이 많았기도 했죠. 이제는 제가 안 즐거우면 진짜 음악을 못 할 거 같아요. 그냥 앞으로는 창작의 기쁨을 느끼면서 시도도 많이 할 것 같고, 원래 가지고 있는 느낌도 계속 가지고 가면서 하려고 합니다.
LE: 활동을 오래 하셔서 자연스럽게 1세대라는 타이틀이 이름 앞에 붙잖아요. 근데 요즘은 1세대라는 수식어가, 오래 하시는 분들이 경연에서 일찍 떨어진다거나, 아쉬운 모습을 보여서 나쁜 의미로 일반화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혹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근에 아무래도 그런 여러 가지 사건이라고 그래야 하나, 아무튼 에피소드들이 있었고, 사실 그 이전에도 그런 부분이 있었죠. 그런데 저는 그냥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을 해요. 물론, 그런 1세대라는 단어가 희화화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있었을 때, 기분이 약간은 나쁘긴 했어요. 왜냐하면, 그게 모두를 대표하는 건 아닌데. 그리고 1세대라고 해도 범주 안에 속하는 사람이 다 스타일이 다르잖아요. 그때 우리끼리 느꼈던 것도 다르고. 근데 뭐... 아무래도 방송은 방송이고, 당연히 예능적인 부분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일반화되거나 희화화되거나 하는 부분들이 많이 부각된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이제 어느 정도 초월했다고 해야 하나? 사실 요즘 어린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제가 음악 처음 시작할 때 태어난 친구들이니까 모를 수밖에 없잖아요. 모르는 게 당연하고. 굳이 그 친구들이 그거를 공부해서 알 필요도 없고 그냥 자연스러운 현상이라서 상관은 없어요. 그리고 그 타이틀이라는 것도 부를 때 어쩔 수 없이 그 세대가 맞으니까. 그리고 가끔은 1세대를 묶는다는 게 조금 애매한 부분도 있어요. 예를 들면, 어디 방송을 나갔을 때도 1세대라고 묶어서 소개할 때, 제가 봤을 때는 세대는 같지만, 어떻게 보면 다 저보다 늦게 시작해서 한참 후배로 느껴지는 사람도 있고, 제가 공연할 때 한창 처음 시작했던 친구들이 이제는 다 1세대로 막 얘기하고 나오는 경우도 많아서, 이제는 그 구분이 너무 애매해요. 그래서 더더욱 별로 1세대에 연연해 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서 저는 이제 주석이라는 이름으로서의 이미지를 더 새롭게 만들려고 해요. 그냥 음악을 듣고 '아, 얘 음악은 이런 음악이지.' 그렇게 듣게 해야지, '아 1세대니까 이런 이미지야.'라는 식은 제가 어떻게 활동을 하냐에 따라 바뀔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하죠.
LE: 막바지 질문을 하나 드리면, 대중들이 주석이라는 아티스트한테 어떤 음악을 기대할 수 있을지, 아니면 앞으로 원하는 방향성이 있는지 음악적인 지향점을 말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처음에 힙합을 좋아할 때 좀 딥하다고 그래야 되나? 비트가 많이 있고 코드가 별로 없는, 예를 들면 90년대 때 뉴욕의 맙 딥(Mobb Deep), 나스(Nas) 이런 느낌의 곡들을 좋아했어요. 특히, 그들이 일반적으로 활동했던 곡들 말고 다른 곡들을 되게 좋아했죠. 그리고 그때 생각했던 게 '내가 서른이 넘으면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 였어요. 당시에는 나중에 한 번 하면 좋겠다는 정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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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막상 30대 초·중반 때 활동을 안하다 보니까 공백기가 생겨서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이 남아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지금 제가 어떤 걸 할지를 100%까진 모르겠는데, 기존보다는 제가 원하는 음악을 더 할 것 같고요, 다양한 느낌을 많이 해볼 것 같아요. 어쿠스틱한 악기들을 가지고 하는 그런 느낌의 곡이나, 여러 가지 좀 다른 장르가 복합된 느낌의 음악도 해보고 싶고,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잡식까진 아니지만, 제가 다양한 장르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앞으로 진짜 바쁘게 제 음악도 하면서, 여러 프로젝트도 진행하는 식을 병행하며 제 안에 있는 또 다른 주석의 음악도 추구해 볼 생각이에요.
이제는 여러 가지를 시도할 예정이어서 앞으로는 그냥 제 음악을 듣는 분들 역시 편하게 받아들이면서 들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뭐 안 맞으면 안 들을 수도 있고, 좋으면 듣고 하는 식으로. 사실 대중이 저에게 원하는 음악, 이거를 어릴 때는 너무 고민을 많이 했고,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그러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제가 이제 신인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기대하는 기대치가 그렇게 크지도 않아요. 이제는 제가 편하게 음악을 하면 오히려 그걸 더 재미있어 할 것 같아요. '이번에 이런 거 했네?’ ‘어 이런 느낌도 해?’ ‘이런 프로젝트도 진행해?' 하는 식으로 반응을 만드는 게 또 하나의 재미 요소가 될 것 같아요. 그냥 앞으로는 저도 제가 즐기는 음악을 할 예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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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그럼 이제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20대의 주석을 기억하는 팬들도 있고, 주석을 아예 모르는 팬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 통틀어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저를 좋아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 주셨던 모든 분들은 제가 20대 때 음악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을 해요. 당연히 감사드리죠. 앞으로 역시 제 음악을 편하게 들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냥 꼭 어떤 생각을 가지고 듣는다기 보다는 “이번에 주석이 또 노래를 냈네, 어디 들어볼까?” 하면서 들어보고, “어, 내 스타일은 아니네” 하시면 다음 곡도 한 번 기다려보시고, 또 ‘괜찮은 스타일이네!’ 그러면 또 들어 보시면서 계속 관심만 가져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쨌든 저는 제가 진짜 그만둬야겠다라는 생각이 들기 전까지는 좀 즐기면서 할 예정이니까, 여러분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음악을 들어 주시면 고마울 것 같아요. 이제 뭐... 예전처럼 따라다니는 팬이라든지, 공연장에서 막 저를 보러 줄을 선다든지, 이런 거는 확실히 과거와 다르기 때문에 (웃음) 그래서 이제는 진짜 편한 음악을 편하게 들어주는 팬들이 정말 고마울 것 같아요. 앞으로도 팬들과 계속 그렇게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LE: 인터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인터뷰, 글|Beasel, heebyhee
사진|Soopia of kick&snap
8 추천 목록 스크랩신고 댓글 7 backseatrapcast8.11 18:34 너무 트렌디한 걸 쫓지마시고 주석이란 이름에 원래부터 있던 무게감을 더욱 공고히 하는게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추천 댓글 GO STUDY TO DEATH AND GROW UP, KIDDO.8.11 19:06 링컨 좋았음ㅇㅇb 추천 댓글 title: Frank Ocean - BlondeMCm8.12 05:53 진돗개 망쳐놓음 추천 댓글 title: Kanye West서쪽의 칸예8.12 12:09 노래 잘들었어요 추천 댓글 title: Ludacris (1)힙합키즈8.12 17:40 주석..마스터플랜 당시에 정말 어마어마했었는데ㅠ 랩스킬 라이밍 이런거 다떠나서 그냥 당시 이사람음악을 딱들으면 "와 존나힙합이다"이런생각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어깨에 힙합 2톤정돈 메고다니셧던 성님... 사랑합니다 추천 댓글 title: [E] The Game (WC Month)onyx8.15 12:55 수파사이즈 쫄깃찰진 랩을 더이상 못듣는구나 추천 댓글 title: 2Pac - All Eyez on MeShyboy8.18 05:50 맨시티 스웩.. via https://hiphople.com/interview/7749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