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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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light] 리플로 (Reflow)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곳에서 로컬 엠씨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번 인터뷰에선 그 중 한 명을 만났다. 처음에 리플로(Reflow)의 [Represent]라는 믹스테입을 접했을 때 나의 고향이 대구인지라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었다. 거기에 ADV라는 이름이 있었으니 신뢰도가 크게 적용되었고, 결과물은 나의 기대에 부응하였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 믹스테잎 [Represent 2]를 발표한 한층 더 멋있어진 리플로를 직접 만났다. 굉장히 솔직하고 거침없어 인터뷰 하는 내내 웃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LE: 안녕하세요. 우선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할게요.
Reflow : 네. 저는 리플로고요. ADV 소속이고, 대구에서 인디053, 다이나마이크(Dyna'MIC)의 대표… 대표한다고는 이야기하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고… (웃음) 그런 랩퍼입니다. 대구 랩퍼예요.
LE: [Represent2]가 나왔고 이 인터뷰가 나왔을 때는 쇼케이스도 끝났겠네요. 요새 근황은 어떻게 되시나요?
일단 지금 상황은 믹스테입, 쇼케이스가 모두 막바지라서 많이 바쁜데, 그런 거 아닐 때는 그냥 작업하고 있고요. 음악만 하는 게 아니라 레슨도 하고 있고, 다른 애들 음악하고 공연하는 것도 봐주고 있어서요. 요즘에는 제 음악 하는 것 외에도 후배 양성 쪽으로도 많이 하고 있어서 바빠요.
LE: 애들이라 함은 어떤 친구들을 말하는 건가요?
같이 음악 하는 동생들 이야기하는 거예요. 걔네들도 이제 뭔가를 내고 앞으로 잘해야 하니까 하나라도 더 먼저 낸 사람으로서 봐주고 있어요.
LE: 인터뷰는 처음이신지?
옛날에 한 번 대학 잡지에서 한 거 말고 힙합 매거진 쪽에서는 처음이죠.
LE: 그러면 바로 커리어로 넘어가서, 식상한 질문이겠지만 리플로라는 이름의 뜻은 무엇인가요?
제가 처음에 이름을 지을 때 플로우라는 이름이 되게 유행했어요. 제가 19살 때, 딥플로우(Deepflow), 베가플로우(Vegaflow), 키네틱 플로우(Kinetic Flow), 인피닛 플로우(Infinite Flow)… 존나 많았어요. 저도 거기에 휩쓸려서 (리플로라고) 지었는데 사실 특별한 뜻은 없어요. 그냥 플로우가 들어가면 더 예쁜 것 같아서 지었어요. 그러고 나서 지금까지 쭉 쓰고 있는 거죠.
LE: 바꿔볼 생각은 안 하셨어요?
최근까지 JJK 형도, 혹은 ADV 멤버들도 바꾸라고 얘기를 했어요. ‘이름에 임팩트가 없다’, ‘너무 흔한 이름이다’같은 이유들로요. 근데 6년을 쓰다 보니까 이름에 정이 든 것도 있고, 내가 임팩트가 있으면 이름은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히 크게 연연해하지 않고 있어요. 계속 바꾸라고 압박은 들어오는데 끝까지 안 바꾸려고요. (웃음)
LE: 오히려 밖에서 바꾸라고 하는군요.
네. 물론 저도 바꿔볼 생각은 했는데, 딱히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더라고요.
LE: 힙합을 처음 접한 건 언제부터인가요?
일단 힙합이라는 걸 알고 접한 건 17살 때인데, 소울 컴퍼니(Soul Company)를 접하면서 그때부터 힙합이라는 걸 인지하고 들었어요. 랩 음악을 처음 들었던 건 12살 때. 12살부터 17살까지는 이게 힙합인지 잘 모르고, 그냥 ‘난 이런 게 좋아’하면서 듣다가 17살 때부터는 ‘어, 이게 랩이고 힙합이라는 문화에서 나온 거구나.’라는 걸 인지하면서 본격적으로 들었죠.
LE: 그때부터 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건가요?
‘이게 힙합이다’ 라고 해서 그 쪽에 관심이 가게 된 거죠. 그래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같은 걸 찾아가기 시작했어요. 관심이 있다면 이런 것도 찾아봐야 하지 않나 싶어서 찾아봤었는데, 그때 한창 유행하던 밀림이라는 사이트도 많이 갔었고 랩사모, 정글 라디오 이런 쪽에도 들어가 보게 되었어요. 저는 그때까지는 가수들의 음악만 음악인 줄 알았어요. 근데 아마추어 사람들도 마이크로 직접 가사 쓰고 녹음하고 그러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나도 해보고 싶다!’ 해서 시작한 거죠. 17살 때부터요.
LE: 그때부터 '내 길은 이 길이다'라고 생각하셨나요?
그렇지는 않았어요. 처음에는 그냥 취미 생활이었고 스무 살 때까지는 그랬죠. 공부보다 더 많이 했기는 한데… (웃음) 취미 생활이었어요. 스무 살 때 ‘어, 이걸 해야겠다’ 싶었죠. 싸이퍼도 열고…
LE: 대구에서 처음으로 싸이퍼를 연 사람이라고 알고 있어요.
전에 싸이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저는 없었다고 알고 있는데, 있었다면 전에 열었던 사람들에게 미안한 이야기죠. 사실 제가 열었을 때는 그 전까지 공백기가 되게 길었어요. 그 전에 뭔가 있었더라도 그 사이가 되게 길었기 때문에 전에는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게 전 맞을 것 같아요. 선뜻 누가 열지를 못하는 거였죠. 저는 싸이퍼에서 프리스타일하는 랩퍼들이 길거리에 모이는 걸 보고 서울이 되게 부러웠어요. '대구에도 분명히 힙합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왜 못 모이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일단 총대 한 번 매 본 거였어요. 붐박스도 없고 아무것도 없이. 그때가 고3때였어요. 수능을 앞두고… (웃음) 이제는 어머니가 아시는데, 그때 독서실 간다고 뻥치고 그랬죠. (웃음)
LE: 공부 되게 엄청 시키는 고등학교였잖아요.
Fuck 대륜고 씨발. (전원 웃음) 공부 좀 그만 시켜라.
LE: 주위에 있는 친구들 중에서도 혼자서 좋아하거나 그러진 않았나요?
고등학교 때는 그냥 힙합 좋아하는 애들은 있었어요. 저처럼 가사 쓰는 애들은 없었죠. 걔네들이 관심 있었던 건 그냥 랩 따라서 하는 것 정도 밖에 없었죠. 그래도 좋아하는 랩퍼에 관한 이야기는 되니까 걔네들하고 대화는 했었는데 가사 쓰는 거에 대해서 얘기하고 그런 건 없었죠.
LE: 싸이퍼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편인가요?
저는 열고 나서 손을 놨었거든요. 왜냐하면 수능을 봤어야 했기 때문에… 아까 얘기했다시피 이걸 진로로 정했던 건 아니었기 때문에 대학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공부하러 들어갔었죠. 그러고 나서 신동우라는 사람이 꾸준히 이어가고 있더라고요. 제가 수능이 끝나고 나서는 저랑 돌아가면서 열고 그랬어요. 이후에 제가 군대를 가고 나서도 그 뒤에 있는 동생들이 이어갔죠. 지금은 너무 추워서 안 해요. 좀 따뜻해지고 날씨 좋아지면 해요.
LE: 지금 소속 회사가 인디053인 걸로 알고 있는데, 같이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이게 싸이퍼 때문인데, 싸이퍼 때문에 망했어. 인디053에 들어간 게 내 최고의 실수였던 것 같아요. (웃음) 수능을 치고 싸이퍼 복귀를 하기까지 그 사이에 일이 많았어요. 기존에 대구에서 랩하고 있던, 작업실을 가지고 있던 형들이 여기 나와봤던 거예요. 나와서 싸이퍼 나온 애들한테 ‘우리 작업실로 놀러 올래?’, ‘알겠어요.’ 하고 작업실로 놀러 간 거예요. 거기가 인디053이었어요. 제가 싸이퍼로 다시 복귀했을 때는 애들은 이미 거기 작업실을 들락날락 거리고 있던 상황이었고 '나도 가보자'하게 된 거예요. 작업실에 갔는데 TV에서 봤던 녹음 스튜디오까지는 아니더라도 부스 있고 어느 정도 되어 있는 거예요. 해보고 싶더라고요. 집에서 저는 엄마 스타킹 씌워서 녹음하고 그랬는데… 저도 꾸준히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게 처음 만났던 계기에요. 그 스튜디오에 계속 다니고, 얼굴을 자주 비추니까 형들도 '저 애가 랩 하는 놈이구나'해서 공연 같이 올라가게 되고 그렇게 된 거죠. 그러고 나서 아직까지 인디053인 거죠. 그때 그냥 집에서 하는 거였는데… (웃음)
LE: 그래도 인디053을 소개해주셔야 해요.
네. 그래도 제가 소속이니까… 일단은 문화단체에요. 문화단체인데 이게 어떤 단체냐면… 지향점은 음악 사업을 하는 문화단체, 그러니까 일단은 대구에 있는 문화사업 같은 거 있잖아요. 기업의 행사나 개인적인 행사 같은 건 안하고 시에서 주최하는 행사 같은 것들을 하고 있고요. 그런걸 하면서도 레이블 사업을 하고 있어요. 그런 곳이에요. 좀 복잡해요.
LE: 인디053에 다른 아티스트들도 있나요?
지금 PJQ 형이 준비 중이고, 영 팟(Young POT)이랑 마일로(Mailo) 둘이서 팀으로 활동하고 있고, 브라운(Davinci Brown)까지 이렇게 넷이에요. 빠진 사람 없겠지?
LE: 느와르뮤직은 어떤 곳인가요?
인디053 산하의 레이블이예요. 인디053에서 힙합 레이블을 따로 하자고 해서 만들어진 건데, 적절한 예는 아니지만 인터스코프 레코즈(Interscope Records) 아래 셰이디 레코즈(Shady Records)가 있고 이런 식이에요. 물론 인터스코프는 엄청 거대한 레이블이죠.
LE: 적절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전원 웃음)
적절하지는 않지만 산하 레이블이라는 그거 하나 때문에 이렇게 예를 들었는데, 문화단체가 있고 그 아래 음악 레이블이 있는 거죠. 락 레이블도 있었어요. 지금은 없어졌지만… 산하에 레이블들이 이렇게 나온 거죠. 거기에 제가 소속되어 있는 거고요.
LE: 처음 무대 섰던 건 언제인가요?
2007년 8월이었어요. 대구에서 랩 하던 형들이 '너희들 우리 공연 오프닝 설래?'해서 처음 클럽 공연에 서게 되었어요. 그게 저한테는 물론 첫 공연이기는 했지만, 그 공연보다 저에게 의미가 있는 첫 공연은 다이나마이크 Vol.1이었어요. 그건 12월이었는데, 그때 대구에서 음악 하던 형들이 서울로 올라가게 되고 뿔뿔이 흩어지게 된 상황이었어요. 우리가 남은 상황에서 공연을 한 번 만들어보자. 그렇게 해서 만든 게 다이나마이크였어요. 그 다이나마이크의 Vol. 1 클럽 공연으로 처음 무대에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실상은 오프닝을 섰던 그 앞의 공연이죠.
LE: 그게 첫 기획 공연이었나요?
클럽에서는 우리끼리 기획했던 첫 공연이었고요. 그 전에 길거리 공연 같은 건 많이 했었어요. 힙합으로 한 클럽 공연이었고, 지금 그 주축 중 남아있는 사람이 브라운이랑 저예요.
LE: 다이나마이크는 아직도 유지되고 있죠?
네. 유지되고 있어요. 저는 이걸 거의 마이노스(Minos) 형의 힙합트레인(Hiphop Train)처럼 저랑 같이 가는 그런 공연으로 가려고 하고 있어요. 지금 15회 정도 했고요.
LE: 그럼 힙합트레인이 훨씬 먼저 시작됐던 거네요?
되게 오래되었죠. 10년이 넘었죠. 힙합트레인이라는 커다란 나무가 있고 저희가 옆에 새로 자란 나무라고 보시면 될 거예요. 이제 조금 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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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그럼 이제 ADV에 들어가게 된 계기를 들어볼게요.
싸이퍼 얘기를 또 하게 되는데, 언제 싸이퍼 때 권썩 형이 나왔어요. 그때 권썩 형이 대구에서 전경 생활을 하고 있던 ADV 멤버였는데, 전 그때 진짜 깜짝 놀랐어요. 저는 ADV를 원래 알고 있었거든요. 밀림을 알고 있었고 JJK형 팬이었기 때문에 ADV라는 크루를 알고 있었는데, 거기 멤버인 권썩 씨라는 사람이 대구에서 전경 생활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 형이 상경쯤 되어서 무료하던 찰나에 '대구에 이런 게 있어?'하고 나와봤던 거예요. 왔다가 권썩 형이랑 저랑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권썩 형하고는 계속 인연이 계속 이어지게 된 거죠. 알고 연락하고 지내다가 한 번 대구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는데… 길거리 공연이 먼저인거 맞나? 그때 공연에 JJK 형을 게스트로 섭외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권썩 형한테 전화해서 섭외하고 싶다고 얘기했었죠. 그렇게 해서 JJK 형이 내려오게 된 거예요. 그래서 JJK 형이랑 저랑 만났고, 형이 또 고향이 대구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알고 지내게 되면서 제가 유일하게 아는 힙합 뮤지션이 된 거죠. 그 후에도 제가 녹음하면 계속 보내고 그랬어요. 귀찮아 할 거 알면서도 피드백 요구를 계속 하고 그러다가 군대 전역하고 나서도 계속 그렇게 지내는데, JJK 형이 나중에는 대구에 공연 한 번 왔다가 제가 공연하는 걸 본 거예요. 그때 '너 이제 서울 와도 되겠는데?'라고 하시더라고요. 지금은 올라갈 상황이 안된다고 얘기를 했어요. 그러고 나서 형이 생각을 좀 해봤나 봐요. 나중에 '너 ADV는 아니지만 내가 ADV만큼 신경 쓰겠다'라고 하시길래 “그러면 제가 아예 ADV를 들어가면 안되나요?”라고 물어봤어요. 들어오고 싶냐고 하시더라고요. 회의해보고 결정해주신다고 하고, 대구에 살기는 하지만 나랑 친하고 아까운 애니까 들어오도록 하자고 해서 들어가게 된 거예요. 그때 좀… 원래 크루라는 게 '아는 사람들끼리 뭉쳐서 우리 한 번 해보자' 이런 건데 JJK 형 알고 계속 귀찮게 한 결과가 이렇게 된 거죠.
LE: 반대 같은 것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처음에 ADV 안에서는 있었죠. 나중에 결정할 때는 만장일치가 나왔는데, 그 전에 반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려하는 목소리는 있었죠. ADV는 가족 같은 크루인데 대구에 사는, 얼굴도 자주 못 보는 사람이 우리 크루에 들어와서 과연 친하게 지낼 수 있을까. 지금 크루 최초로 음악만 듣고 사람을 받아들이는 건데. 그래서 좀 신중했다고는 들었어요. 근데 뭐, 나중에 되어서는 ‘해보자’ 이렇게 되어서 들어가게 된 거죠.
LE: 지금은 다들 친하신가요?
친하죠. 가족이니까.
LE: 아직까지 안 친한 멤버나…
그러니까 사실은… 안 친하다고 얘기하기는 좀 그렇고… 그냥 친한데도 불구하고 서로의 성격 때문에 조용히 있는 그런… 제가 성격이 그래요. 저는 친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웃음) 제가 까부는 성격이 아니라서 가면 되게 조용히 있거든요. 트위터 하고 있고. 그래서 적응을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저는 다 친하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어요. 자기 위로인지는 모르겠지만… ADV는 전부 다 친해요.
LE: 그럼 지금 ADV가 작업하고 있는 것으로는 어떤 게 있나요?
ADV 멤버 중에 레어텅(Raretongue)은 계속 믹스테잎 준비 중이고요. 조이레인(Joyrain) 형 EP는 나왔고, 권썩 형은 계속 작업은 하고 있어요. JJK 형도 다른 작업물 하나 준비중이시고요. 팔드로(8dro)도 곧 있으면 EP를… 근데 군대를 가는구나. 안녕. 잘 가. (웃음) 아무튼 각자가 다 준비를 하고 있어요. 요즘처럼 ADV가 활발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LE: ADV 안에서 본인 외에 좀 잘됐으면 좋겠다 싶은 멤버가 있어요?
물론 다 잘됐으면 좋겠지만, 권썩 형이랑 조이레인 형이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ADV의 장로들인데, 그동안 JJK 형의 뒤에 가려져 있었던 것 같아서 그 두 형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나이도 많은데… 잘돼야지… (웃음) 잘하거든요. 잘하는데 두 분이 잠시 게으름을 피울 때도 있었죠. 나머지는 다 잘나가잖아. 팔드로 잘나가고, 올티(Olltii) 시발… 갑자기 막내로 들어와서 제일 잘나가.
LE: 함께하게 되면서 생긴 장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나요?
장점은 아무래도 제가 음악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죠. 제가 음악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가 ADV에요. 발판이 되었고, 저에게 많은 피드백을 줬어요. 음악을 하면서 가족이 생겼다. 이런 말 하면 좀 그렇지만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는 느낌도 있고요. 겁나지도 않고요. 그중에서도 제일 큰 건 음악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거죠.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것도 있고요. 그것만 해도 사람 인생에서 엄청난 장점이죠.
LE: 리플로에게 JJK란?
며칠 전에 트위터에 바스코(Vasco) 형 노래를 듣고 있다가 넘버 원 리스펙 MC라고 썼었어요. 형 삐져가지고. ‘야, 너는 내가 돈 버는 이유가 너의 행복을 위해서인데’라고 해서 제가 ‘넘버원 리스펙 우리 MC 형’ 이랬다가 ‘꺼져 퉤’ 소리를 들었는데… (웃음) 형은 일단 많은 의미가 있어요. 리더이자 음악적으로는 스승이고 아버지 같은 존재에요. 존경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는 그런 MC에요.
LE: JJK의 랩과 비슷하다고 하는 의견도 있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처음에는 저도 신경 많이 쓰였어요. ‘아, 난 내 색깔이 없나?’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얘기한 적도 있었어요. 형 랩이랑 제 랩이랑 비슷하다는 의견들이 있다. 형은 쿨하게 말했어요. 가족끼리 닮는 건 당연하다고. 그리고 나서는 저도 그렇게 얘기해요. 내가 JJK 형 랩 닮은 건 내가 형 랩을 듣고 자랐기 때문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런 거지, 그게 내 색깔이 아니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그렇게 얘기하거든요. 그래서 이번 믹스테입에 수록된 "열폭"이라는 노래에서도 내 랩이 JJK랑 랩이 비슷한 게 뭔 상관이냐고. 듣기 싫으면 그냥 꺼요. (웃음) JJK랑 비슷해서 싫으면 그냥 꺼요. 그러면 JJK 형도 싫어하는 거겠지.
LE: 이제 얘기하기 싫어하는 걸로 알고 있는 첫 결과물에 대해서…
젠장. 이게 일단 기사로 실리더라도 얘기를 할게요. 어차피 이 노래 못 들어요. 들어 본 사람은 많겠지만 이제 못 듣습니다. 내가 다 내렸거든. 왜냐하면 군대가기 전에 음악 한답시고 믹스테입을 준비했었단 말이예요. 근데 믹스테입을 준비하면서 포부가 ‘모든 믹스테입 곡을 오리지널 곡으로 하자’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던 게 있었는데, 그 중에 세 곡만 추린 거예요. 세 곡만 추려서 싱글로 내고 군대를 갔어요. 그래서 홍보할 시간도 없었고 그냥 조용히 나왔던 거죠. 그때는 되게 프라이드가 있었어요. 대구에서 그래도 뭔가 한 개 나왔다. 근데 이제 와서는 '그때 그걸 왜 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랩도 별로고 가사도 별로고 스타일도 별로에요. 모르겠어요. 그때 당시에는 그게 좋았는데 지금은 좀… 지금 랩이랑 그때 랩이랑은 차이가 엄청나게 많이 나요. '이게 리플로야?'라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달라요. 그래서 좀 숨기고 싶은? 숨겨야 할 것 같은? 이렇게도 생각 해봤거든요. '그래. 그렇게 했었는데 지금 이만큼 발전했어.'라고 얘기하려고도 해봤는데, 그냥 숨기는 게 더 나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숨기고 있습니다. 어디 딴데가서는 첫 번째 결과물은 [Represent 1]이라고 얘기하죠.
LE: 그러면 [Represent]는 아직까진 떳떳한 결과물인 건가요?
사람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 욕심이 커지잖아요. 부끄러운 결과물은 아니에요. 그 전 꺼는 부끄럽다는 이야기지. [Represent]는 부끄러운 건 아닌데 지금이랑 그때랑 스타일이 또 달라요. 사람들이 일관성이 없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데, 저는 안정화되고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때는 거의 믹 밀(Meek Mill)이었어요. 우왁거리고. 이제 그렇게 못해요. 목 완전 쉬죠. 그렇게 가사 쓰고 톤도 높아가지고 어떻게 라이브를 해먹겠어요. 아무튼 부끄러운 결과물은 아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잘한다고 생각하죠. 숨기고 싶은 결과물은 아니에요.
LE: 그럼 [Represent] 전까지는 공연에서 어떤 곡들로 공연했나요.
그 전에는… “Who Am I”는 계속 공연했어요. 훨씬 전에 나왔다가 [Represent]에 실린 곡이거든요. 그냥 저 혼자 솔로로 곡 할 때도 있었고, 애들이랑 같이 할 때도 있었어요. 지금은 무슨 곡인지 기억도 안나요. 번개송 비스무리하게 해서 올라가기도 했죠.
LE: 4Force라는 프로젝트 팀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그게 처음 나왔던 [My Symphony] 때에요. 진짜 오래된 이야기인데요. 제가 ADV 들어가기 전인데, 그때는 대구에서 모든 걸 해결했어야 했고 제가 서울 뮤지션들도 모르고 해서 우리끼리 하는 데, 저랑 브라운이랑 동갑이고 친구다 보니까 마음 맞아서 같이 곡 써서 해보자고 해서 만든 프로젝트 팀이예요. 둘 다 군대 갔다오고 나서 자연스럽게 안하고 있어요. 언젠가는 하자고 하는데 그것도 지금 3년째 언젠가는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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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저를 포함하여 리플로라는 랩퍼를 [Represent]를 통해서 알게 된 사람들이 많을 텐데. 간단히 [Represent]에 대해 소개를 해주신다면?
사실은 뜻이 두 가지에요. '대표하다'라는 뜻 외에도 리플로에서 RE를 따고 Present는 선물. 믹스테입은 그냥 풀잖아요. 그 이야기에요. 그런 뜻인데 처음엔 생각이 되게 많았어요. Re로 시작하는 단어가 뭐가 있을까 되게 많이 고민했어요. JJK 형이랑 얘기하면서 ‘뭐가 있을까요? 그냥 Remix라고 할까요? 별론데’ 이러다가 'Represent'가 있어서 그 제목으로 나오게 되었고, 제 믹스테입은 계속 작업할 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나올 것들도 'Represent'라는 제목으로 발표할 거예요.
LE: 앞으로도 Represent라는 제목을 계속 쓴다고 하셨는데, 굳이 그 제목을 계속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름 좋지 않아요? 나는 되게 좋은데… 그리고 믹스테입을 하나의 컨텐츠처럼 만들어 버리려고요. 'Represent' 하면 리플로의 믹스테입이라는 걸 알 수 있도록 말이에요. 공연 같은 거예요. 다이나마이크 1,2,3 있듯이 똑같은 거죠. 외국 랩퍼들이 하는 것처럼 시리즈 물인 거죠.
LE: [Represent]에 많은 공을 들인 걸로 알고 있어요. 1년 가까이 걸렸다고 들었어요.
네. 좀 오래 걸렸죠. 오래 걸린 이유는 그때… 원래는 제가 사우스 음악을 고집하지 않았어요. 그냥 올드 스쿨, 정박에 쿵치딱치 들어가는 그런 비트에만 랩을 하다가 'JJK 형이 사우스를 해보는 게 어때?'라고 하더라고요. 전 잘 몰랐거든요. 잘 듣지도 않았어요. 티아이(T.I.)와 루다크리스(Ludacris)라는 랩퍼가 있는 건 알았지만 즐겨 듣지는 않았거든요. 제가 늘 듣는 건 메쏘드 맨(Method Man) 이런 거였어요. 에미넴(Eminem) 존나 많이 듣고… 그러다가 '너 한 번 해보는 게 어때, 목소리가 어울릴 것 같아.'라고 하셔서 사우스 스타일 비트를 막 보내주더라고요. 그리고 들어봤더니 괜찮아서 제가 원래 믹스테입에 하려던 곡들을 다 엎었어요. “Who Am I” 딱 한 곡 남겨놓고 다 엎고 나서 다시 시작했어요. 오래 걸렸던 이유가 그렇게 엎었던 것도 있지만, 중간 중간에 맘에 안 드는 것들은 쳐내고 다시 작업했어요. 스타일이 변하는 시기였고, 여러 가지 스킬들에 집착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버리고 하고를 반복했어요. 이거 맘에 들게 나왔는데 3일 뒤엔 별로다 싶으면 그 곡 버렸어요. 그래서 오래 걸렸어요. 욕심이 많았죠.
LE: 참여진도 꽤 화려했는데 섭외하는 데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나요.
허클베리피(Huckleberry P)형은 원래 ADV였기 때문에 알고 있었던 사이라 부탁을 드렸었고요. 베이식(Basick) 형은 JJK 형이 섭외를 해줬어요. 누소울(Nu Soul) 같은 경우에도 "피터팬 콤플렉스"를 만든 친구가 직접 섭외해줬고요. JJK 형은 리더니까 해주셨고요. 사실 섭외하는 데에 크게 힘이 들지는 않았어요.
LE: 최근 싱글의 “몰래들어”에서도 허클베리피 님, 제리케이(Jerry.k) 님과 같이 작업하셨더라고요.
허클베리피 형 같은 경우에는 아까도 말했지만 아는 형이고, 부탁을 드렸을 때 곡 스타일과 잘 맞아 떨어지면 들어주시는 분이니까요. 사람이 착해요. 제리케이 형 같은 경우에는 아까 전에 JJK 형한테 제가 피드백 달라고 들이댔다고 했잖아요. 제가 제리케이 형 다이나마이크를 섭외하면서 홍보 영상같은 걸 찍으러 갔었어요. '다이나마이크 오세요'같은 말을 하는 그런 영상을 찍으려고 했죠. 근데 가서 만나자마자 “제가 싱글이 나오는데…”라고 (전원 웃음) 얘기를 한 거예요. '섭외를 하고 싶어서 그것도 같이 말씀 드릴게요.'라고 했죠. 제리케이 형이 곡을 좀 보내달라고, 안 그래도 궁금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리케이 형한테 그날 밤에 곡을 보내드렸는데 다음 날에 왔어요. “들어보니까 좋던데?”라고 하셔서 바로 가사 써서 녹음까지 했어요. 제가 들이대는 게 좀 있어서…
LE: 이번 믹스테입 작업은 예전보다는 덜 걸린 것 같아요.
그렇죠? 한 4개월? 걸린 것 같아요. 물론 전에 작업해놓고 끌어온 것도 있죠. 제작년에 작업했던 걸 넣게 되고 그런 경우도 있는데, 본격적인 작업을 한 건 싱글 이후였어요. 그때부터 녹음 하루에 한 곡씩 하고 그랬으니까요. 한 4~5개월 걸린 것 같아요. 중간에 버릴 곡들 버리고, 새로 작업할 곡들 새로 작업하고 해서… [Represent] 때보다는 훨씬 적게 걸린 거죠. 다 부질없다는 걸 알았어요. 어제 마음에 들었던 곡이 오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이걸 버리면 작업물을 못 내요. 하루 하루 달라질 텐데…
LE: 곡을 발표하기 전에 사전에 공연에서 먼저 공개하시잖아요. 신곡으로 공연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는데…
저는 그런 거에 대해 신경 안 써요. 신곡이라고 해서 이걸 감춰놓고 있기보다는 그냥 사람들이 제 노래를 많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열폭”이나 “I Made It” 같은 경우에도 그냥 이렇게 해서 사람들이 많이 들었으면 좋겠지, 이걸 계속 감춰놓고 있다가 나중에 빵 터트린다든가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예요.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제 옛날 곡들만 듣게 되잖아요. 사람이 늘 새로워야지.
LE: 신곡으로 공연했을 때 관객의 반응 같은 건 덜할 수도 있잖아요.
덜할 수도 있는데, 저는 애초부터 관객들의 반응이 빵 터지는 걸 예상하고 공연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사람들이 '어 이런 노래도 있구나. 다음 노래도 기대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 주는 거죠.
LE: 이번 곡들은 반응이 어땠어요?
처음 듣는 곡일 텐데도 반응이 좋더라고요. 의외였어요. 특히 “열폭”. 되게 의외였어요. 물론 후렴이 너무 쉬워서 그런 거긴 한데… 뒤에서 누가 더기(dougie) 추고 있다는 걸 들었을 때 '뭐야?' 했죠. 의외로 반응이 정말 괜찮아서 이상하기는 했었지만 기분 좋았죠.
LE: 비트 선정이나 이런 건 본인이 다 하신 거죠?
그렇죠. 비트 선정 같은 경우에 저는 비트 빨을 많이 받는 MC라서… (웃음) 만약에 비트가 존나 괜찮은 걸 우연찮게 들으면 거기에 바로 작업을 해버리면 끝이에요. 그때 가사가 제일 잘 나오는 타이밍이거든요. 그냥 누구한테 비트를 받았는데 '이걸 니가 작업했으면 좋겠다.' 했을 때 비트가 맘에 안들면 작업이 안돼요. 계속 해봐도 안되더라고요. 결국 버리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비트 선정은 무조건 제 맘에 드는 걸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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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이번 믹스테입이 되게 좋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감정이 있어서 좋았어요. 걱정은 아닌데 기술적인 면 말고 감정적인 면에서는 날것이잖아요. “쓰레기”도 그렇고. 거기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이번 믹스테입 같은 경우에는 정말 어둡거든요. [Represent]에 비해서 욕도 훨씬 많이 들어갔고요. 그 사이에 제가 가사를 쓰면 그 사이에 제가 느꼈던 것들을 담은 게 되잖아요. 그 사이에 느꼈던 게 좀 씨발이었겠지. (웃음) 내가 한 5개월 간 느꼈던 게 그냥 씨발이라는 말 밖에 없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 사이에 안 좋은 일들이 너무 많았어요. 믹스테입을 들어보면 '아 이런 일들이 있었구나' 하는 걸 “Intro”부터 시작해서 “열폭”도 그렇고, “I Made It”도 그렇고, “쓰레기”도 그렇고 다 그 사이에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제 생각이에요. 근데 그런 감정들을 드러내면서 걱정하는 건 사실 없어요. 그걸 걱정할 것 같으면 제가 대중 가수죠. 언더그라운드에 있지 않죠.
LE: 그럼 이제 대구 얘기를 더 해볼게요. 대구에서 힙합 공연을 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요?
원래는 라이브인디에서 주로 했어요. 지금도 애들이 많이 할 거예요. 근데 다이나마이크는 다른 클럽으로 옮기기로 했고요. 처음에 라이브인디에서 다이나마이크를 했었을 때는 힙합 공연 자체가 없었는데, 이제는 다 라이브 인디에서 하니까 뭔가 특수성이 떨어져서 우리는 락왕이라는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어요. 이번 쇼케이스도 거기서 해요. 그리고 헤비(HEAVY). 이렇게 세 군데서 거의 돌고 있고요. 이번에 파샤라는 곳에서 한다는 얘기도 있던데 아직까지 파샤는 제가 잘 모르겠고요. 거의 이 세 군데에서 돈다고 보면 될 거예요.
LE: 대구의 자랑이 된 에그에 대해서도 얘기해주세요.
에그는 솔직히 서울에서도 그런 클럽을 본 적이 없어요. 라운지 바에요. 클럽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좁아요. 바인데 밤새도록 힙합만 나오고 DJ 분이 노래를 정말 잘 틀어요. 힙합으로 신나게 놀 수 있는 곳이에요. 힙합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진리에요. 저같은 경우에는 서울 가서도 에그 때문에 내려올 것 같은 느낌을 계속 받고 있을 정도에요. 허클베리피 형은 에그 때문에 가끔 내려오세요.
LE: 호스트 MC를 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되게 안좋은 기억이라고 알고 있어요.
호스트 MC는 여러가지 면에서 안좋은 기억이 있어요. 물론 좋은 기억도 있었어요. 클럽에서 일을 해봤다는 그런 점에 있어서는 좋은 경험이었지만, 내가 음악을 하는 거에 있어서는 별로 좋지 않았어요. 힙합 음악을 하면서 호스트를 하니까 거기서는 계속 EDM 음악만 나온단 말이에요. EDM 음악을 듣다 보니까 어느 날은 호스트 MC 보면서 '어떤 라인을 짜서 해볼까' 하다가도 플레이어에 그런 음악이 들어가 있는 걸 보면서 '와, 내가 이걸 플레이어에 넣어서까지 듣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그러더라고요. 그리고 전 EDM 음악을 별로 안 좋아해요. 또, 호스트 MC 하면서 목도 가니까 랩도 제대로 못하겠더라고요. 이렇게 되니까 앞으로도 호스트 MC는 안하고 싶어요.
LE: 랩퍼를 직업으로 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이 확고하게 있으신 것 같아요. 직업으로 삼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무엇인가요?
솔직히 말하면, 직업으로 삼는다 그러면 누구나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직업 = 돈’이라는 것이거든요. 근데 저도 물론 이걸 직업으로 생각하면서 돈을 생각 안 할 수는 없어요. 근데 그것보다 제가 제일 먼저였던 건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거예요. 직업이 되면 계속 음악을 할 수 있잖아요. 그게 너무 좋았어요. 이게 만약에 취미 활동이면 안 할 수도 있잖아요. 어느 날 갑자기 바빠서 안 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렇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게 그게 직업으로서 제일 메리트가 있었던 것 같아요. 돈은 못 버는데. 돈은 존나 못 벌지.
LE: 예전에 다른 데서 인터뷰한 걸 보니 ‘가장 좋은 마케팅은 콘텐츠다’라고 말씀하셨더라고요. 그래서 랩 이외에 다른 일들도 하고 계시잖아요. 그런 게 힘들다거나 하다가도 랩에만 집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지금도 물론 그 생각은 하고 있죠. 랩만 하고 싶다는 생각은 되게 많이 해요. 근데 일단 돈이 걸린 문제와 저만 잘되는 게 아니고 대구 전체가 다 잘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죠. 그래서 다른 애들까지 다 끌어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랩만 신경 쓸 수 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공연기획에도 참여하게 되고, 레슨도 하게 되고 그렇게 됐어요. 사실은 제 음악만 하고 싶죠. 다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LE: 그런 여러 비즈니스를 하면서 수익은 좀 얻는 편인가요?
아마 대구에서 음악이라는 범주 내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많이 없을 거예요. 저 말고는. 딱 랩으로만 다 하잖아요. 물론 공연기획 하는 것도 있고, 레슨하는 것도 있지만 그게 전부다 랩에서 파생돼서 나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거 하나만 가지고 돈을 벌기가 쉽지 않은데, 그래도 전 용돈벌이 정도는 하니까…
LE: 대구를 활동 기반으로 하면서 장점이나 단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장점은 제 지역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까 흔하지 않은 사람? 더더군다나 대구니까 흔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부산에는 많단 말이에요. 그에 반해 대구를 외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마이노스 형도 계시고, 다른 대구 출신 랩퍼들이 많긴 하지만 출신을 드러내놓고 ‘대구! 대구!’ 외치는 사람은 저밖에 없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대구 힙합 팬들, 그런 고정적인 팬들이 있다는 것. 그건 되게 큰 장점이죠. 단점은 아무래도 제가 서울이라는 큰 지역 씬에서 활동을 하지 못하니까 본격적인 씬에서의 활동은 제한적이게 되죠. 서울에 유명한 뮤지션들 많은데, 굳이 대구에 살고 있는 저를 부르진 않을 거 아니에요. 그렇게 되니까 그게 조금 활동에 제한적이라는 게 불편한 점이긴 하죠.
LE: 서울에서 공연을 할 때도 있으시잖아요. 공연을 하고 내려오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존나 힘들다 생각 들죠. (웃음) 저는 대구에서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 그 생각을 많이 했어요. 동생들이 가진 ‘힙합을 하려면 서울로 가야 된다’라는 생각을 깨고 싶었어요. 서울에서 대구로 서울 뮤지션을 섭외를 해오잖아요. 차비랑 이것저것 해서 돈 얼마를 주고 섭외를 하게 되는데, 왜 대구에선 서울로 섭외돼서 못 가는가.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을 되게 많이 했었어요. 그 동생들한테도 얘기했었어요. ‘대구에서 서울까지 가는데 KTX 2시간이다. 거기 가서 공연하고 내려오면 된다. 왜 굳이 서울에서 살면서 하려고 하냐’고 얘기를 했죠. 저는 그 말을 되게 지키고 싶어요. 물론 언젠가 저도 서울을 가겠죠. 내년쯤에 서울을 갈 생각을 하고 있긴 해요. 근데 그 생각 같은 경우에는 더 큰 씬에서 놀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대구가 싫어져서 그런 건 아니에요. 제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가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대구에서 서울로 공연을 가게 되면 그런 생각이 들게 되죠. ‘아 씨발 난 했다. 해냈다.’라는 생각이 들게 되죠
LE: 그럼 서울과 대구 외에 다른 지역으로 공연하러 갈 때가 있나요?
네. 부산, 대전에서 해봤어요.
LE: 로컬 씬에 대해서 생각을 좀 더 듣고 싶어요.
로컬 씬이라는 게… 전 로컬 씬이라는 이름 자체가 별로에요. 왜냐하면 한국이 미국처럼 땅이 넓은 것도 아니고, 거기서 이스트, 웨스트, 사우스 나뉘어지는 건 순전히 그쪽이 땅덩이가 넓고 그쪽끼리 패거리가 나뉘어지니까 가능한 거죠. 근데 우리나라는 미국으로 치면 한 주 밖에 안되는 땅덩이에서 로컬 씬이 있다는 게… 지금 상황이 한국 힙합 = 서울 힙합이잖아요. 근데 한국힙합이면 한국 전체의 힙합이어야지, 왜 한국힙합인데 서울힙합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솔직히 별로에요. 근데 굳이 로컬 씬에 대해서 얘기를 하자면, 힙합하는 사람들은 많아요. 어느 지역에 가나 힙합하고 싶어하고, 랩을 하고 싶어하고 집에서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런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각자 자기 지역에서 하게 되면 되게 커질 거 같아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지역색을 띄는 힙합이 나오게 되면 한국힙합의 범주가 커질텐데… 지금은 서울 힙합이 한국힙합의 전부니까… 각자가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 동네에 대한 자부심을 좀 가졌으면 좋겠어요. 자부심을 가지고 자기 동네에도 힙합이 있다는 걸 알렸으면 좋겠어요. 자기 동네에 힙합이 있는 걸 알리지 않고 ‘힙합이 없다’라고 하면서 ‘나는 힙합이 있는 동네로 갈거야’라고 하면 전부 서울로 가는 거죠. 그냥 서울 힙합이 되는 거지. 근데 각 지역에도 라디오 있고, TV 있고 다 있는데, 굳이 뭐… 아무튼 자기 동네에 대한 프라이드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전 그게 로컬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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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티아이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티아이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첫 번째로 키가 작아요. (전원 웃음) 내가 키가 작기 때문에 그 키 작은 놈이 그만큼 한다는 게 키 작은 사람들의 영웅이라 생각해요. 대단한 놈이지. 전 항상 사우스 스타 중에 두 명을 꼽아요. 티아이랑 루다크리스를 꼽아요. 저는 루다크리스가 더 잘한다고 봐요. 근데 곡은 티아이가 더 잘 뽑는다고 생각해요. 티아이의 매력은 뭐냐하면, 얘는 여러 랩스킬을 제외하고도 ‘간지’라는 스킬이 있어요. 그 간지 스킬 때문에 뭘 해도 간지가 나는 거예요. 그래서 사우스 계열에서 저만큼 멋지게 할 수 있는 사람, 랩도 잘하는데 곡 자체도 존나 잘 뽑아내고… 이런 부분 때문에 티아이에 되게 많은 매력을 느꼈어요. 루다크리스한테 ‘우와 쩐다’하는 건 거의 피쳐링 트랙들이죠. “Welcome To My Hood”라든지… 이번에 나온 빅보이(Big Boi)의 “In The A”도 들어보면, 사실상 루다크리스가 티아이랑 빅보이를 다 발랐다고 생각하거든요. 랩은 진짜 미친듯이 잘해요. 근데 멋있는 건 티아이. 저는 그렇게 곡을 잘 뽑고 싶어요. 물론 랩 16마디도 잘해야겠지만… 옛날에 허클베리피 형이 저한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16마디 잘 쓰는 랩퍼들은 존나 많다. 근데 중요한 건 한 곡을 잘 뽑아내는 거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한 앨범을 잘 만들어내는 거다. 그렇게 하는 뮤지션이 좋은 뮤지션이라고 얘기를 했어요. 그 얘기가 되게 와 닿았어요. 그래서 전 티아이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런 이유에도 가장 중요한 건 키가 작다는 거죠. (웃음)
LE: 근데 키는 릴 웨인(Lil Wayne)도 작은데…
저 사실 릴 웨인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근데 어쩔 수 없이 취향을 타게 돼요. 릴 웨인이 티아이처럼 빠방한 사우스는 아니잖아요. 릴 웨인의 노래 중에 좋아하는 곡이 있다면 “6 Foot 7 Foot” 정도인데… 릴 웨인은 영머니 특유의 그 스타일이 있잖아요. 릴 웨인 노래 중에 “John”같은 노래는 좋아하지만 다른 스타일은 안 좋아해요.
LE: 얘기를 들어보면 서던 사운드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은데, 꽂히게 된 계기는 아무래도 JJK 씨를 통해서 그런 건가요?
그렇죠. JJK 형을 통해서… 아까도 얘기했지만 루다크리스가 랩은 되게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때 당시에도 루다크리스는 듣고 있었어요. JJK 형한테 “아, 형 루다크리스 랩 잘하는 거 같아요”라고 했더니 루다크리스를 느끼면서 티아이를 못 느끼는 게 말이 안 된다면서 사우스를 제대로 들어보라고 얘기하시더라고요. 티아이의 “Big Shit Poppin”이라는 곡이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에요. 근데 사실 처음 나왔을 때도 “Big Shit Poppin”을 들었었는데, 뭐 이런 곡이 다 있냐면서 듣고 넘겼어요. 보통 올드스쿨 좋아하고 사우스 안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곡 안 좋아한단 말이에요. 근데 나중에 뮤직비디오 보고 하니까 진짜 멋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부터… 저는 원래 멋있는걸 좋아했어요. 멋있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사우스가 저한테 맞다고 생각을 했죠. 아무튼 JJK 형이 인도를 하긴 했었죠. ‘이거 들어라’라고 하면서.
LE: 그럼 그전에는 어떤 걸 주로 들었었나요?
일단 저는 멋있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에미넴의 “Lose Yourself”같은 노래 있잖아요. 어두운 노래들 되게 좋아해요. 성향이 마이너라서… 라킴(Rakim) 노래 중에 ‘R.A.K.I.M’하는 노래 있어요. 8마일 OST. 그 노래 진짜 좋아했어요. 그리고 더 꼽으라면 메쏘드 맨 & 레드맨(Redman)의 [Black Out] 앨범 정도. 그런 류의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LE: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해외 아티스트를 꼽자면?
공연 쪽에서는 티아이에요. 티아이 공연 영상을 되게 많이 봤어요. 티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같은 것까지 다 보면서… 그리고 제가 라임을 쓰는 방법에 있어서는 라킴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라킴이 라임 배치가 되게 빼곡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저도 라임에 대한 강박관념이 많아요. 그 두 MC가 제일 좋아하는 아티스트에요.
LE: 최근에는 어떤 음악을 즐겨 듣고 있나요?
최근에는 아무래도 빅보이 앨범을 많이 들었어요. 요즘에는 트랩 뮤직에 빠졌어요. 트랩도 보면 종류가 되게 많잖아요. 와카 플라카 플레임(Waka Flocka Flame) 듣고, 치프 키프(Chief Keef)도. 치프 키프는 ‘이거 뭐야?’하면서도 계속 들어요. (웃음) 그리고 [Cruel Summer] 많이 들었고요.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이번 앨범. 티아이 이번 앨범도 많이 들었고요. 티아이 이번 앨범은… 뭔가 패망의 길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이… 난 티아이에게 그런 걸 원한 게 아니었는데… 근데 “Who Want Some”은 좋더라고요.
LE: 그럼 이번엔 같이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1순위는 바스코 형이에요.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으라면 바스코 형을 꼽게 돼요. 한국에서 티아이 간지가 나는 사람을 찾으라면 바스코 형 밖에 없어요. 그 외에는 특별히 생각해둔 사람은 없어요.
LE: 피쳐링 제의 같은 걸 받으신 적도 있을 것 같은데…
있긴 있죠. 있는데 ADV 내에서 피쳐링 제의는 거의 품앗이처럼 돌고 도는 거니까… 외부 쪽에서 오는 피쳐링 제의는 대구 쪽은 동생들이 부탁을 하고… 사실 아직까지는 미끄러진 것들이 많아요. 제의는 들어오긴 했는데, 흐지부지됐어요.
LE: ‘빡센 어투’란 말을 굉장히 자주 쓰는데, 그게 어떤 어투인가? 사투리인가?
저 요즘에는 빡센 어투 좀 덜해요. 아까 얘기했지만, [Represent] 때는 거의 믹 밀이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된 소리 존나 심하고… ‘대구’를 발음하는데 ‘때구’라 발음하고… 이런 것들이 존나 많고 그게 사투리에서 나온 거라서 ‘그래 난 사투리의 빡센 어투’라는 가사를 어쩌다 보니 쓰게 됐어요. 근데 그게 오만 가사에 다 들어가기 시작했죠. ‘나의 슬로건처럼 써야지’하면서… 지금은 그 슬로건을 못쓰죠. 그렇게 빡세지 않으니까.
LE: 치찰음에 대한 고민을 트위터에서 많이 봤어요.
그거 진짜 고민이에요. 아직도 고민인 게,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치찰음이라는 게 ‘ㅅ’발음이에요. 바람 소리로 나는 발음들을 치찰음이라고 해요. 근데 저는 그게 너무 심한 거예요. ‘ㅅ’발음이 일반적으로 얘기할 때는 안 심한 것 같은데, 랩만 하면 믹싱하는 사람들이 미칠라고 해요. 저를 죽이려고 해요. 치찰음 때문에 돌아버리겠다고. 그 치찰음 때문에 너무 올드한 발음이 나기도 하고, 믹싱하는 사람도 힘든 거예요. 컴프레서(소리를 압축하는 이펙트)를 걸고, 디에서(치찰음을 없애주는 이펙트)를 걸자니 소리가 너무 먹먹해지고, 디에서를 빼자니 치찰음이 너무 심해서 귀가 아프고 하니까… 그거 때문에 고민이 많아요.
LE: 부릴 수 있는 만큼의 스웩만 부리자는 말씀을 하셨었는데 어떤 뜻으로 한 얘기인가요?
스웩이란 건 힙합적인 의미로 따지면 ‘자랑’이잖아요. 자랑하는 건데 자기가 가진 만큼만 자랑하는 게 멋있는 거지, 그 이상 자기가 가지지 않은 것을 자랑하면 그건 허세거든요. 없는데 멋있다고 자랑하는 건 거짓말이잖아요. 저는 가사 쓰고 랩 하면서 거짓말로 하는 걸 원하지도 않고, 그렇게 하지도 않기 때문에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자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돈이 없는데 돈이 많다고 자랑하는 건 그건 그냥 사람들한테 거짓말을 하는 거잖아요. 만약에 누가 ‘그래서 니가 진짜 돈이 그렇게 많냐?’라고 물어보면, ‘아니. 가사에만 그렇게 쓴 거야.’라고 할 거예요? 진짜 멋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가진 만큼만 스웩을 부리자는 주의에요. 근데 어차피 사우스 음악을 하려면 스웨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스웨거를 많이 부리는데, 그 스웨거를 내가 가진 만큼만…
LE: 리플로 님 음악들을 들으면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는 느낌은 안받는데, 아예 똑같은 단어를 쓰는 건 본 거 같아요. 예를 들면 ‘Fan과 Fake’같은…
이걸 좋게 얘기하면 스타일인 거고, 나쁘게 얘기하면 제가 머리가 나쁜 건데… 근데 이건 라임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건데, 라임을 생각하다 보면 비슷한 어감의 단어들을 쓰려고 노력하게 돼요. 발음대로 라임을 쓰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레슨 할 때도 그렇게 가르치고요. 만약에 모음은 똑같지만 자음이 완전히 다른 두 단어가 있으면, 그 두 단어는 라임으로 잘 안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라임이 잘 들렸으면 해서 자음도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쓸 수 있는 단어의 폭이 되게 좁아졌어요. 그래서 쓴 라인 또 쓰게 되는 거 같아요. 이번에도 뭐, ‘빡센 어투, ~ 엄두’ 같이… 사실은 앞으로 고쳐야 할 중에 하나죠.
LE: 프리스타일도 줄곧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요즘도 싸이퍼에 자주 참여하시는 편이신가요?
사실 제가 공연을 주로 하다 보니까 프리스타일을 그렇게 잘하는 편이 아니에요. 재미있게 즐기면서 하는 수준은 되는데… 근데 언제부턴가 싸이퍼에 팬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저도 눈치를 보게 되는 거예요. ‘못하면 이게 무슨 쪽이냐’같은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그때부터 잘 못 즐겼어요. 그래서 작업실에서 우리 애들끼리 있을 때는 막 즐기면서 열심히 하는데, 길거리에서는 요 근래 들어서 1,2년 동안은 맘 놓고 못했어요. 근데 요즘 들어서는 또 다시 하는 편이에요. ‘아, 시발 그만 좀 눈치 보자. 내 프리스타일 듣고 싫으면 꺼져.’라는 마인드가 됐죠. 프리스타일 재미있잖아요.
LE: 아까도 얘기한 것 같지만 주로 가사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받나요?
제 가사는 제 생각과 경험에서 나와요. 요즘 들어서는 가사 쓰는 게 너무 어려워요. 왜냐하면 쓸 수 있는 것들을 다 썼고, [Represent 2]까지 오면서 스웩도 부릴 수 있을 만큼 다 부렸고 해서… 앞으로 뭔가가 더 생기면 또 다른 스웩을 부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좀 스웩 부리는 거에 있어서 지쳤거든요. 그래서 다른 주제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하는데, 그래서 요즘에 영감을 받기 위해서 영화를 많이 보고 있고 뉴스도 많이 보고 있어요. 누군 책을 읽으라고 그러던데 책은 소설책밖에 안 읽어서… 책보다는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LE: 그러고 보니 스토링 텔링 형식의 곡을 못 본 거 같아요.
일단은 제가 스토리 텔링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에요. 저는 자기가 느끼고 생각하는 거에 대해서 가사를 쓰기를 원하지, 뭔가에 대한 스토리를 직접 창작해서 랩으로 하는 건 제가 원하지도 않고 저한테는 되게 어려운 거 같아요. 사실 관심이 별로 없다고 봐야죠.
LE: “나이에 맞게”나 “피터팬 콤플렉스”에서 굉장히 자아성찰적인 가사들이 인상적이에요. 살면서이 일을 하는 데에 있어서 많은 고민을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원래 생각이 되게 많아요. 잘 때나 가만히 혼자 있는 시간이 있으면 생각을 되게 많이 해요. 잡생각도 많이 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죠. 이렇게 밖에서 누굴 만나거나 하면 겉으로 티는 안내죠. 그래서 “나이에 맞게”나 “피터팬 콤플렉스”같은 경우는 그때그때 느끼는 제 생각을 담은 건데, 그런 생각을 좀 많이 하는 편이죠. “2등”이라는 곡도 그렇고… 그런 생각이 날 때마다 가사를 쓰긴 해요. 더 있는데 일단은 아직까지 공개를 안 한 것 뿐이고, 나중에 공개할 날이 오겠죠.
LE: “내가 내다”를 들어보면 ‘내 불이나 붙여봐’란 구절이 있는데 “불 붙여봐라”를 의식한 가사인가요?
“불 붙여봐라”를 듣기 전에 쓴 가사에요. 사실 이거 때문에 “열폭”의 가사를 쓴 거예요. 제가 처음 나왔을 때, 아무래도 경상도다 보니까 “내가 내다”나 “몰래들어”같은 곡은 제이통(J-Tong)의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말을 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물론 저는 제이통이 멋있고 좋은 랩퍼고, 진짜 그만한 지역을 대표하는 랩퍼가 없다고 생각하고 리스펙하지만 저는 제이통의 뭔가를 가져오진 않았거든요. 우연히 스타일이 겹치는 것 뿐인데… 그래서 “열폭”에 빡세면 다 제이통 스타일이냐고 가사를 쓴 거예요. 저는 제 색깔이 있는 건데… 근데 ‘내 불이나 붙여봐’라는 구절은 그냥 라임 쓰다 보니까 나온 거예요.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보면 ‘마, 니 불 함 붙이봐라(불 한 번 붙여봐라)’라는 대사가 있는데, 거기서 나온 거예요. 난 “불 붙여봐라”는 생각도 못했네.
LE: 리플로를 잘 모르는 사람이 있어서 리플로의 음악을 추천해준다면 어떤 곡을 추천해주고 싶으신가요?
일단 [Represent]에서는 다들 “Who Am I”라고 생각할 텐데, 전 “Just Me”라는 곡을 추천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번 [Represent 2]에서는 수록된 곡들이 거의 다 저를 대변하는 곡들이긴 한데, 그 중에서 “열폭”이 저를 잘 표현했던 것 같아요. 싱글에서는 아무래도 “내가 내다”를 들어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계속 스타일이 달라져서 헷갈리긴 하겠지만…
LE: 아까 가진 만큼 스웩을 부렸다고 하셨는데, 자기 자랑을 해주신다면? (전원 웃음)
대구에서 제일 잘나가고요. 대구에서 랩만으로도 돈을 버는 랩퍼고, 근데 아직까지는 이름이 많이 안 알려져 있긴 하죠. 아무튼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만큼 스웩을 부릴 수 있는 건 이번 믹스테잎 정도인 것 같아요. 이번 믹스테잎을 들어보면 알 거예요. 저는 오히려 싱글보다 더 좋다고 생각하고, 싱글보다 더 자신 있어요. 그래서 이 믹스테잎 자체가 스웨거니까 다 들어봤으면 좋겠어요.
LE: 이번 믹스테잎에 오리지널 비트도 수록되어 있죠?
사실 오리지널 비트가 공개되는 12곡 중에는 없어요. 제가 소량으로 프로모션하듯이 CD를 찍을 건데, 그 CD 안에는 2곡이 더 있어요. “나이에 맞게” 리믹스랑 “F.M.F” 리믹스. 그 두 리믹스는 오리지널 비트를 썼어요.
LE: 리플로 씨가 대구 안에서는 팬들이 되게 많더라고요. 근데 그 많다는 걸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그렇죠. 대구의 제 팬들은 저라는 랩퍼를 믿어주는 사람들인데, 되게 고맙죠. 저 말고도 잘하는 랩퍼들이 굉장히 많을 텐데, 그래도 저를 응원해주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그 사람들이 다 로컬 씬을 대표하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그런 팬들이 없으면 힙합 못해요. 랩퍼로서 못하죠. 우리끼리 힙합하면서 즐기고 놀 수는 있지만, 그 사람들이 있기에 저희들이 이렇게 계속 살 수 있는 거고, 저희들이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기는 거 같아요.
LE: 서울로 올라오실 거라고 하셨는데, 마음가짐이나 포부가 어느 정도 자신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어떤가요?
일단 서울로 올라가게 되는 건 저는 대구의 한계를 깨려고 하지만, 저만 계속 이렇게 깨는 게 아니라 제 뒤에 있는 애들도 다 깨줄 거라고 믿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제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서울로 가는 거죠. 또 ADV 자체가 서울에 있기 때문에 그 크루 사람들과 더 많은 교감을 원해요. 결론적으로 더 큰 씬에서 놀고 싶다는 생각과 ADV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서울로 가려고 하는 거예요. 아마 실력에 자신이 없다면 안 올라가겠죠. 근데 제가 느끼기에 저는 실력이 꿇리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 성장해야겠지만 지금 정도로도 ‘대구에서 저만큼 하는 놈이 있었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저 랩 잘해요. (전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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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인터뷰가 막바지입니다. 정규 앨범에 대한 계획은 없으신가요?
아직까지 정규 앨범에 대한 생각은 없고요. 사실 서울로 올라가려는 이유가 교류의 문제도 있어요. 제가 비트 메이커 분들을 많이 몰라요. 그래서 ADV 내에서 비트를 공수 받고 있는데, 그 외에도 제가 좋아하는 비트 메이커 분들과 작업을 하고 싶은데 아직까지 저를 아시는 분들이 많이 없거든요. 그리고 아직 제가 정규 앨범을 낼 정도의 아이디어가 없어요. ‘정규’에 대한 아이디어는 없어요. 정규라고 하면 진짜 자신의 커리어 중 한 부분을 굵직하게 장식할 텐데… 아까 전에 믹스테잎의 12곡이 일관성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근데 아직까지 그 일관성을 정규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없어요. 다음 결과물은 EP를 목표로 작업을 하긴 할 거예요. 하지만 정규는 아직 계획에 없어요. 언젠가는 되겠지.
LE: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일단은 15일 날 쇼케이스를 하고요. 당분간은 이 믹스테잎을 가지고 활동을 할 거 같아요. 어디서든 공연이 있으면 갈 생각이고요. 기본적으로는 대구를 기반으로 해서 활동을 할 거 같고요. 대구랑 ADV를 기반으로 하죠. 서울, 부산도 빠지지 않고 공연할 거예요. 그 다음에 대구에 있는 사람들과 같이 작업해서 ‘대구에 리플로말고 또 있네?’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애들을 닥달할 생각이에요. (웃음)
LE: 활동이 아니더라도 다이나마이크나 레슨 같은 일들 때문에 바쁘실 거 같아요. 신경 쓰는 부분도 많으실 거 같고요.
괜히 사서 고생하는 타입이라서…
LE: 길게 보는 최종적인 꿈이 있다면?
길게 보면 첫 번째로는 제가 좋은 뮤지션이 되는 거죠. 그 다음엔 힙합하면 대구가 될 수 있도록 키우는 게 그 다음 꿈이에요. 랩하는 걸로 잘 먹고 잘 살아야죠. (웃음) 그래서 계속해서 제가 좋아하는 음악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꿈이에요.
LE: 라디오스타 식 질문인데, 리플로에게 대구란? (웃음)
대구는 애증의 도시죠. 트위터에서도 몇 번 얘기했었는데 애증이에요. 애증. 왜냐하면 제가 태어난 사랑하는 고향이고, 키워야 될 거 같은 곳이긴 한데 이거 때문에 제가 한계에 부딪히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대구 때문에, 대구에 살고 있어서, 혹은 대구 사람이라서. 대구는 보수적이니까. 그런 것 때문에 한계에 부딪혀서 ‘아, 대구 때문에’라는 말을 하게 되는데, 그러면서도 역시 대구가 짱이라고도 하죠. 애증의 대상이에요. 아오 씨, 대구.
LE: 준비한 질문들은 다 소화하셨고, 질문에 없어서 하지 못한 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인터뷰 소감 등등 자유롭게 얘기해주세요.
대구도 그렇지만, ADV를 더 사랑해줬으면 좋겠어요. 한국에서 이렇게 멋있는 크루가 별로 없어요. ADV는 멋있는 크루에요. ADV가 잘됐으면 좋겠어요. 물론 올티는 잘 나가고 있지만… 시발 (전원 웃음) JJK 형, 권썩 형, 조이레인 형, 팔드로, 레어텅… ADV가 잘되는 게 제 목표 중에 하나에요. 제 가족들이 잘돼야 하니까… 이 얘기를 꼭 하고 싶었어요. 시발 ADV가 짱이지. 모두들 ADV에 관심 갖고 지켜봐 줬으면 좋겠어요. ADV도, 느와르 뮤직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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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로 트위터: @Reflow88
리플로 믹스테잎 다운로드 링크 : [Represent 2]
인터뷰, 글 | Bluc 인터뷰, 사진 | Davinci Brown
6 추천 목록 스크랩신고 댓글 7 title: Kendrick LamarE-Sens2.18 21:02 잘 봤습니다. 더 기대가 되네요 ㅎㅎ 추천 댓글 재규어2.18 21:39 ADV랩퍼들 좋아하는데 ADV구나 ㅋㅋ 추천 댓글 예징징2.18 22:10 리플로짱! Represent2 좋아여ㅎㅎ 추천 댓글 title: Rick Ross왕의햄버거2.20 17:38 처음에는 딥플로우의 아류로만 생각했는데 한번 들어보니까 립플로우만의 스타일이 있고 다음 작업물도 기대해보겠습니다. 추천 댓글 itsnov112.20 22:43 잘 봤어요~ 아직 안들어봤는데 인터뷰 보니까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ㅋ 추천 댓글 익두징2.21 15:26 처음들어본이름에도 새롭게알게되고 좋은인터뷰네요 화이팅 추천 댓글 title: 2Pac - Me Against the WorldMigh-D-98brucedemon2.23 11:54 최고! 확실히 Represent..1보다 2번째가 더 강해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