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title: [회원구입불가]Melo2012.09.02 12:37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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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light] 디제이 돕쉬 (DJ Dopsh)
한국힙합 씬에서 DJ로서 앨범을 낸 아티스트가 몇이나 있을까? 세어보면 아마 다섯 손가락, 많아도 열 손가락 안에 들거다. 그만큼 한국힙합 씬에서 DJ들은 아티스트로서의 가치를 그리 많이 증명해내고 있진 않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세대가 바뀌면서 더욱 더 심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그랜드라인 엔터테인먼트(Grandline Entertainment)의 젊은 DJ, 디제이 돕쉬 (DJ Dopsh)가 턴테이블리즘 앨범을 내놨다. 그는 인터뷰에서 DJ 씬의 부활을 꿈꾸진 않지만 사람들이 DJ에게 관심을 더 가지게 만들고 싶다고 얘기했다. 과연 디제이 돕쉬와 그가 낸 앨범, [DOPE N FRESH]는 리스너들의 관심을 불러올 수 있을까. 영리하고 자신감 있는 DJ, 디제이 돕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LE: 반갑습니다. 먼저 힙합엘이 회원 분들께 인사 부탁 드릴게요.
DJ Dopsh : 안녕하세요. 저는 디제이 돕쉬고요. 얼마전에 그랜드라인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했고요. 예전엔 소울 컴퍼니(Soul Company)의 멤버였고요. 또 얼마 전에는 [DOPE N FRESH]라는 EP 앨범을 냈었고… 네. 그런 사람입니다.
LE: 디제이 돕쉬라는 이름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나요?
저에게 선생님이 두 분이 계세요. 한 달씩 배워서 선생님이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아무튼 디제이 웨건(DJ Wegun)이라는 형이 있고 바이탈리티(Vitality)의 디제이 에스큐(DJ SQ)라는 형이 있어요. 그 두 분에게 (디제잉을) 배웠는데, 두 분이 스타일이 많이 달라요. 완전히 극상성이에요. 그래서 에스큐 형 같은 경우엔 뭐랄까 스타일이 좀 끈적한? 스크래치를 구사하시고, 웨건 형 같은 경우엔 되게 깔끔하고 딱 떨어지는 스크래치를 하세요. 그래서 에스큐 형같은 스타일은 돕하다고 하고, 웨건 형 같은 스타일은 프레쉬하다고 그래요. 그래서 앨범 제목도 [DOPE N FRESH]인 거고, 두 분 모두에게 리스펙을 표현하고 싶어서 돕과 프레쉬를 섞었어요. 그래서 돕쉬라는 이름을 쓰게 됐어요. 어떻게 보면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의 어떤 목표? 두 스타일을 다 섞어서 제가 그 형들보다 잘나지겠다는… (웃음) 그런 의미가 있죠.
LE: 그렇군요. 처음부터 들어가볼게요. 어떤 계기로 언제쯤부터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원래는 소울 컴퍼니에서 디제잉 레슨을 했었어요. 그래서 레슨을 받으러 갔어요. 거기서 웨건 형한테 처음 배웠고, 거길 가기 전에 계기는 예전에 웨건 형이 참여했던 랍티미스트(Loptimist) 형의 트랙 중에 “Coasal”이란 트랙이 있어요. 그 트랙을 듣고 ‘아, 디제잉하면 되게 멋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레슨이란 기회가 있어서 디제잉을 배우게 되었죠.
LE: 그렇게 배우게 된 게 몇 살 때였나요?
스무 살 때에요. 2009년?
LE: 그럼 그렇게 DJ 웨건 씨에게 배우고 나서 DJ 에스큐 씨에게 배우게 된 건 언제였나요?
레슨 끝나자마자요. 그게 딱 2주 속성 레슨이었어요. 에스큐 형 집이 저희 집 근처거든요. 웨건 형이 ‘너 집 근처에서 배워. 여기까지 오기 귀찮잖아.’해서 에스큐 형에게도 배우게 됐죠.
LE: 근데 이 디제잉이란 것이 속성으로 배울 수가 있나요? 배우는데 굉장히 오래 걸릴 것 같은데…
나중에 소울 컴퍼니를 들어가고서 들은 얘기인데, (레슨이) 돈도 안되고 해서 한달 만에 그만두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랩 레슨도 따로 했었는데, 뭐랄까 활기도 적고 해서 그만두게 된 것 같더라고요.
LE: “Dopshit Remix”에서 제리케이(Jerry.K) 씨의 가사를 보면 돕쉬 씨가 LA에서 왔다는 얘기가 있어요. 제 생각엔 LA에서 디제잉을 배우시고 한국에 오신 줄 알았는데, 한국에서 디제잉을 배우시고 LA로 건너가신 건가요?
네. 고등학교를 대원외고라는 데를 나왔는데, 거기에 유학반이라는 반에 들어가 있었어요. 그래서 저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유학을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대학교를 LA에 있는 USC라는 학교로 가서 거기서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그 전에 (디제잉을) 배워서 갔거든요. 독학을 할 수 있을 만큼의 베이스를 깔아서 간 거고, 가서는 그냥 계속 혼자 연습한 거 밖에 없어요.
LE: 그럼 디제잉이 아닌 힙합 자체는 언제부터 듣게 되신 건가요?
저는 제 나이 또래들이랑 되게 비슷한 게 다 에픽하이(Epik High) 2집을 듣고 시작했어요. [High Society]라는 앨범. 그 앨범을 듣고 시작했죠. 뭐, 어글리 덕(Ugly Duck)이나 릴보이(Lil Boy)나 다 똑같더라고요. 다 그 앨범을 듣고 시작했더라고요. 저도 그때 그 앨범을 처음 듣고 ‘아 이거 되게 신기하다’, ‘이거 되게 재미있는 음악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 듣게 됐죠. 그때는 소리바다 같은 게 공짜로 있었으니까 그런 데서 찾아서 듣고 그렇게 시작했죠.
LE: 한국에서 힙합음악은 MC들이 주도하는 음악이 대부분이잖아요. 힙합을 하겠다는 사람 중에도 MC를 하겠다는 사람이 많은 편이에요. 근데 디제이 돕쉬 씨가 MC도, 프로듀서도 아닌 DJ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원래 저도 맨 처음엔 랩을 하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가장 직설적이고, 돈도 안 들고, 학생 신분으로서 하기가 제일 쉬운 거니까. DJ는 일단 장비를 딱 사려고 하면 50만원, 100만원이 필요하니까. 그래서 금전적인 여유가 없다 보니까 저도 랩을 했었는데, 재능이 없더라고요. (웃음) 글 쓰는 건 좋아하지만 랩하는 것 자체에 대한 재능이 떨어졌어요. 근데 어렸을 때부터 기계 만지는 걸 좋아하고, 박자감각은 있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두 가지가 어우러지는 게 딱 디제잉인 것 같다고 판단을 하고 배우기 시작한 거죠.
LE: 그럼 처음에 장비를 구입할 때 어려움 같은 건 없었나요?
엄마한테 졸업선물로 받았어요. 엄마한테 내가 뭐 돈 받아서 애들처럼 클럽 가서 여자 꼬시고 이런 거 보다는 엄마가 이걸 사주면 집에는 있지 않겠냐고. 집 밥은 먹지 않겠냐고. 얘기하면서 살살 꼬셨죠.. 그랬더니 엄마가 ‘그래’하시고…
LE: 풀 세트로 선물 받으신 건가요?
아뇨. 턴테이블 하나랑 믹서 하나. 되게 기본적인 거. 싼 걸로. 그걸로 시작했죠.
LE: DJ로서 디제잉의 근본적인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어… 매력이 뭐가 있지. (웃음)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건데 매력… DJ 자체로서의 매력은 무대에 계속 서있잖아요. 공연을 할 때 MC들은 한 15분 정도 공연하고 내려가잖아요. 근데 DJ는 무대를 쭉 볼 수 있잖아요. 관객들이 어떤 부분에서 호응을 하는지를 볼 수 있고 그런 걸 제가 유도를 할 수 있는 거잖아요. 비트를 드랍하다든지, 이펙트를 건다든지 중간중간에 추임새로 스크래치를 넣는다든지 이런 걸로 관객들의 호응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거죠. ‘Say Ho~’할 때 비트를 드랍 안 하면 이상하잖아요. 그런 걸 제가 하는 거잖아요. 그런 데에서 쾌감이 좀 있죠. 그런 부분도 있고… 스크래치 자체로는 소리 자체가 화려하잖아요. 프로듀서들이 낼 수 없는 소리들을 저는 손으로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그것도 매력인 거 같아요.
LE: 가장 처음 접한 DJ는 아마 DJ 웨건 씨일 것 같은데 그렇다면 존경하는 DJ는 누군가요?
외국 DJ 중에는 디제이 큐벗(DJ Q-Bert)이라는 DJ가 있어요. 저희가 쓰는 스킬을 거의 다 만든 사람이에요. 그런 분이 한 분 계시고. 사실 제가 롤모델로 꼽는 분은 에이트랙(A-Trak)이라는 DJ에요. 칸예 웨스트(Kanye West) 백업 DJ에요. DMC라는 DJ 세계 대회가 있어요. 14살 때 거기서 세계 챔피언을 한 사람이에요. 근데 지금은 턴테이블로 모든 음악을 틀어요. 일렉, 훵크, 올드스쿨, 요즘 트렌디한 힙합까지 다 트는 분이에요. 그 분을 가장 존경하고 닮고 싶죠. 국내에서는 웨건 형이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고요.
LE: 혹시 DJ 배틀 대회에 참가해보신 적 있나요?
아뇨 저는 그건 의미가 없다고 봐요. 어떤 부분에서 의미가 없다고 보냐하면, 한국에서는 DJ 배틀로서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요. 외국도 그렇고. DMC라는 대회 자체도 죽었어요. 사람들이 많이 보러 가지도 않고 흥행도 되지 않고. 거기서 6분 짜리 루틴을 하나 보여주려면 1년이 걸려요. 그 루틴을 짜는 데에. 근데 그걸 짜려고 1년을 고생할 바에는 그 동안 멋진 앨범 준비해서 내는 게 남는 것이 많죠. 영상 클립 하나 남는 것보다는 앨범 자체가 남죠. (앨범은) 사람들에게 많이 들려줄 수 있고,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잖아요. 그래서 사실 (DJ 배틀은)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의미가 없는데 한국에서는 더 의미가 없죠. 그래서 저는 DJ 배틀에 대해서는 많이 회의적인 입장이에요.
LE: 그래도 DJ로서 한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 같은 게 들지 않나요?
그래서 디스를 한 거죠. 곡 적으로. 그런 의미에서 디스를 한 거예요. 근데 뭐… 역시나. (전원 웃음) 솔직히 배틀 나가서 한다면 질 생각은 없어요. 질 거 같지도 않고. 어디 나가서 꿇릴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드는데 굳이 제가 제 시간과 청춘을 투자해서 그걸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LE: 지금 장비는 어느 회사의 것을 쓰고 계신가요?
턴테이블은 테크닉스(Technics)라는 회사의 것을 쓰고 있고요. 제일 기본적인 거. 믹서는 레인(Rane)이라는 회사의 62 Mixer라고 새로 나온 믹서가 있는데, 작년 4월에 나온 건데 그걸 사서 쓰고 있어요.
LE: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 DJ들은 다른 종류의 아티스트들보다 알고 있는 음악의 수나 스펙트럼이 넓다는 생각이 드는 데요. 분야 특성상 그래야 되는 게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겠는데, 디제이 돕쉬 씨는 DJ를 하면서 알고 있는 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히려고 특별히 노력한 부분이 있나요?
있죠. 왜냐하면 아까 말씀 드렸던 에이트랙(A-Trak)이라는 DJ가 모든 음악을 다 틀거든요. 근데 그게 턴테이블로 틀기 때문에 멋있는 거예요. 보통 CDJ를 쓰는데, 그게 아니고 턴테이블로 턴테이블리스트가 할 수 있는 스킬을 이용해서 하는 거라서 되게 멋있는 거거든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서 여러 가지 장르의 음악을 다 찾아 듣죠. 구분 없이 들어요. 왜냐하면 저도 이번 앨범에서는 프로듀싱적인 역량을 많이 보여드리지 않았지만,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다음 앨범에서는 보여드리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샘플을 콜렉트하는 느낌으로 여러 가지 음악을 찾아 듣고 있어요. 클래식이든, 펑크든, 아니면 컨츄리든, 한국 뽕이든 다 찾아서 듣고 있어요. 그런 게 어떻게 보면 샘플을 모아두고 제 라이브러리를 넓히는 거잖아요.
LE: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봤는데, 궁극적으로 DJ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그런 게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딱 두 가지라고 봐요. 첫 번째는 스킬이에요. 스크래치 스킬도 있고 믹스를 할 때 스킬도 있죠. 특히 믹스를 할 때 스크래치와 비트 저글링같은 모든 스킬을 섞어서 멋있게 트는 게 가장 궁극적인 거죠. 두 번째는 DJ가 알고 있는 라이브러리 자체죠. 내가 어떤 곡을 안다, 얼마나 많고 방대한 양의 음악을 아냐가 두 번째로 중요한 거 같아요. 아직은 제가 젊은 편이라서 스킬 쪽을 우선시하고는 있지만 웨건 형이 지나가는 길을 보니까 그런 라이브러리 쪽으로 좀 더 치우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왜냐하면 라이브러리는 1, 2년 할 게 아니니까. 스킬 자체는 누군가는 따라잡을 거고 따라 잡히는 건데, 라이브러리는 따라잡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냥 자기가 찾아 듣는 만큼 넓어지는 거니까. 그게 어떻게 보면 나중에 더 중요해질 거 같고…
LE: 근데 개인적으로 라이브러리를 늘리려는 노력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거 같아요. 저도 90년대 생이다 보니까 형들이나 나이가 더 많은 분들이 그 시대를 살면서 들었던 음악을 저는 뒤늦게 서야 한꺼번에 많이 들어야 돼서 그런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거든요. ‘아, 너무 들을 게 많다.’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는데, 혹시 디제이 돕쉬 씨도 그런 스트레스를 받으시나요?
저도 받죠. 당연히 받는 거죠. 근데 저는 그게 스트레스가 아니라 동기부여라고 생각을 해요. 예를 들어 홍대의 브랜뉴바를 가서 무슨 음악이 나오는 데 제가 몰라요. 그럼 제가 새로운 곡을 알게 되는 거잖아요. 그런 걸 통해서 더 좋은 음악을 틀 수 있는 거고. 스트레스라기보다는 ‘내가 모르는 곡들이 이렇게나 많네?’하고 ‘아 그럼 내 믹스셋이 이만큼 더 좋아지겠네?’라고 생각하고 접근하게 되면 되게 긍정적으로 발전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LE: 그렇긴 하지만 저는 굉장한 스트레스로 다가와요. (웃음)
저도 처음엔 스트레스였어요. 전 스크래치로 시작을 했고, 믹싱은 제대로 한지 1년 밖에 안됐어요. 라이브러리가 없으니까 스트레스가 많이 되더라고요. 일단 짜증이 나죠. ‘아 이거 어떻게 해야 되나’했는데, 그러다가 저 자제적으로 목표를 잡았어요. 한 주에 적어도 앨범 10장에서 15장 정도는 듣자. 그게 최신이든 오래된 음악이든 어떻게든 찾아서 그 정도는 듣자라는 식으로 했더니 그때부터 쭉쭉쭉 남들이 모르는 것도 알게 되고 그러죠. 또 내가 모르고 있는데 누가 알고 있으면 같이 들으면 되는 거고. 그리고 내가 더 아는 것도 있으니까. 그런 식으로 자위하는 거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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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이제 씬에 모습을 드러냈던 시기부터 얘기를 해볼게요. 2011년에 소울컴퍼니에 들어가면서몇 차례 작업으로 한국 언더그라운드 씬에 모습을 드러냈었어요. 소울컴퍼니와는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된 건가요?
제가 미국의 USC라는 대학교를 다니고 있어요. 근데 미국에도 음악경영학과라는 게 거의 없어요. 딱 두 군데 있는데, 좋은 대학교 중에는 뉴욕 대학교와 USC 대학에만 있어요. 제가 거기서 음악경영을 공부하고 있으니까 그걸 무기로 삼은 거죠. 그래서 웨건 형한테 ‘형 나 음악경영 공부하고 있는데, 1년 휴학하고 소울 컴퍼니에서 일해보면 안될까?’라고 얘기를 했죠. 웨건 형은 키비(Kebee) 형과 얘기를 하고, 봄방학하고 3월에 한국에 들어와서 키비 형과 얘기했더니 같이 일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귀국하자마자 바로 일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음악이 아닌 일을 하게 됐어요. 그러니까 저는 일을 하면서 음악을 배우고 싶었던 거죠. 분명히 배울 게 있으니까. 하면서 옆에서 곁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어깨너머로 배우는 게. 그래서 그때 일을 하겠다고 결정을 하고 하게 된 거죠. 음악경영적인 부분에서. 공연기획이나 음반기획이나.
LE: 아까도 디제이 웨건 씨와 디제이 에스큐 씨에 대해 얘기를 하셨었는데, 그 분들을 빼고 한국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른 DJ들과 만나 교류한 적이 있으신가요? 다 나이가 꽤 차이 나는 형님들일 것 같은데…
다 나이차이가 엄청 나요. 일단 DJ가 많이 없어요. 디제이 손(DJ SON) 형만 보더라도 저랑 10살 차이에요. 디제이 펌킨(Pumkin) 형도 저랑 8살 차이가 나고요. 교류는… 그냥 같이 만나서 술 먹고 얘기하고 그런 거죠. 그런 자리에서 영향을 많이 받고… 손 형? 펌킨 형? 그 정도인 거 같아요.
LE: 아 다른 분들을 만나보신 적이 없군요.
네. 다른 분들은 딱히… 제가 뭐 ‘저 디제이 돕쉬인데… 저랑 같이 술 드실래요?’하기가… (웃음) 그리고 저는 웨건 형한테 배울 게 여전히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LE: DJ는 아니지만 나이가 많이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교류가 잦았던 제리케이(Jerry.k) 씨가 있어요. 디제이 돕쉬 씨가 로퀜스의 믹스테잎에도 참여했고, 또 제리케이 씨가 이번에 나온 돕쉬 씨의 앨범에도 참여하셨어요. 다른 뮤지션들보다도 제리케이 씨가 더 특별한 인연인 것 같아 보여요.
옛날에 마왕 쇼케이스가 있을 때, 제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어요. 그 쇼케이스를 갔었는데, 일련의 사건이 있었어요. 공연이 끝나고 제리케이 형이 당분간 활동을 접는 의미의 마지막 공연이었어요. 취직을 하시느라고… 제리케이 형이 싸인을 해주시는데 학교에서 공부할 때 쓰던 공책 뒤에다가 싸인을 받으면서 ‘제가 2년 뒤에 소울 컴퍼니로 들어가겠습니다.’라고 얘기를 했어요. 그런 얘기를 하고… 근데 제리케이 형은 ‘뭐, 병신아. 개소리야.’ 약간 이렇게 생각을 했겠죠. (전원 웃음) 근데 그 다음에 진짜 2년 후에 소울 컴퍼니를 들어가게 된 거죠. 들어가서 제리케이 형한테 그 얘기를 했죠. 형 기억나시냐고. 기억 못하시겠죠. 그러는 팬들이 얼마나 많았겠어요. 근데 제리케이 형이랑 비슷한 부분이 많았어요. 그 형도 공부를 되게 열심히 했고, 잘했던 사람이고. 저도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공부를 잘한다고 사회에서 인식하는 무리에 속해있었고 음악도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이니까. 그래서 서로 공통적으로 느끼는 게 많아요. 그러니 얘기를 할 때 통하는 부분이 많아요. 제가 조언을 구하는 부분이 많죠. 그래서 제가 멘토라고 느끼는 분들 중 한 분이에요. 이번 앨범에도 제리케이 형이 꼭 해주셨으면 했던 게 제가 이렇게 할 수 있게끔 먼저 선구자처럼 가주신 분이 제리케이 형이라고 생각을 해서 그랬어요. 왜냐하면 공부를 잘하면 꼭 사짜 들어가는 직업을 가져야 된다, 아니면 좋은 회사에 취직을 해야 한다는 편견을 깨주신 가장 가까운 분이 제리케이 형이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 감사하고 영향을 많이 받아요. 그래서 작업도 많이 하게 된 거고. 아마 앞으로 나올 제리케이 형 정규 앨범에도 한 트랙 같이 하게 될 거 같아요.
LE: 그렇게 작년에 몇 차례 소울 컴퍼니와의 작업 이후에 올해 그랜드라인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하셨어요. 그랜드라인 엔터테인먼트와는 어떤 인연으로 계약을 맺게 된 건가요?
이것도 약간 웃긴데, 크루셜 스타(Crucial Star) 형이랑 카톡하다가… 크루셜 스타 형은 그랜드라인 엔터테인먼트랑 먼저 계약을 했잖아요. 막 카톡을 하다가 ‘공연을 하다가 이런 부분이 되게 어려웠다. 역시 니가 짱이야.’이러시더라고요. (웃음) 제가 크루셜 스타 형이랑 되게 자주 했거든요. 크루셜 스타 형 쇼케이스도 제가 했었으니까. 그러다가 크루셜 스타 형이 ‘야 너 그랜드라인 안 들어올래?’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냥 이번 앨범을 혼자 낼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다 완성이 되어 있었고. 모든 게 끝나있었어요. 레이블이랑 계약할 생각은 없었는데… 크루셜 스타 형이 ‘너 그랜드라인이랑 한 번 얘기해봐. 같이 하자.’라는 개소리를 한 번 던져서. ‘그래 볼까?’해서 웜맨(Warmman) 형이랑 얘기를 했어요. 얘기를 해보니까 되게 좋은 회사더라고요. 테이크원(TakeOne)이나 긱스(Geeks)나 케이준(K Jun) 형이나 리미(Rimi) 누나나 모두 너무 좋으신 분들이고… 그래서 ‘아 난 왜 이런 데를 모르고 있었지? 존나 좋은데?’하면서 계약을 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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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근데 이번에 나온 앨범이 턴테이블리즘(Turntablism) 앨범을 내는 것이 수익적인 면에서는 그리 좋지 않은 선택일 것 같은데 회사내부에서 이 앨범을 내겠다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같은 건 없었나요?
일단 투자를 거의 제 돈으로 다했어요. 회사에서 프레싱 비용만 대줬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데에 200만원을 쓴 거라든지 이런 거는 제 돈으로 다 했어요. 앨범 커버 디자인, 믹싱, 마스터링, 곡 비, 누구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가진 술자리 이런 건 다 제 돈으로 했어요. 제가 지금까지 모아둔 돈으로 했어요. 그러니까 회사에선 프레싱 비용만 뽑으면 되고 그 정도는 팔 거 같으니까. 벅와일즈(Buckwilds) 이름 걸고, 그랜드 라인 엔터테인먼트 이름 걸고, 두메인(Do Main) 이름 걸고. 이러면 프레싱 비용 정도는 뽑지 않겠나 싶으니까 회사 입장에서도 부담 안되고 저도 돈 벌려고 한 것도 아니고… 뮤직비디오에 그 정도 비용을 투자를 한 것만 봐도 수익을 남기려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저는 적자를 보더라도 어차피 첫 번째 앨범이고, 첫 번째 앨범은 그냥 뭔가 제가 하고 싶은 걸 한 거죠. 그래서 회사에서의 반대는 없었어요. 오히려 디스하는 거에 대해서 좀 우려가 있었죠. 왜냐하면 그랜드라인이라는 회사 자체가 되게 착한 이미지고 하니까. 뭔가 되게 마일드하고 순수한 이미지에 내가 들어가서 ‘개새끼야!’라고 하게 되면 이미지가 상쇄가 되어버리니까. (웃음) 웜맨 형도 되게 스트레스 받으셨어요. 오히려 그런 컨텐츠적인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으셨죠. 설령 제가 돈이 없었더라도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서 충분히 해주셨을 거예요.
LE: 그랜드라인 엔터테인먼트에는 돕쉬 씨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아티스트가 꽤 있는데요. 아마 90년대생 아티스트들이 제일 많은 레이블일 것 같아요. 크루셜 스타 씨는 소울 컴퍼니 때부터 알고 계셨을 텐데, 혹시 다른 아티스트들도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였었나요?
저만 알고 있었죠. (전원 웃음) 그들은 날 몰랐지. 다 알고 있었죠. 음악을 듣고… 어느 정도로 알고 있었냐면 루이(Louie)랑 릴보이가 옛날에 정글 라디오에서 냈던 것들까지 들었어요. 그리고 걔네가 어디 풀지 않았었던 데모 곡들도 어떻게 구해서 들었었어요. 랩을 엄청 잘하는 애들이고 음악을 진짜 잘하는 애들인 건 알고 있었죠. 테이크원에 대해서는 바보(Babo) 시절부터 알고 있었고. 리미 누나, 케이준 형도 알고 있었고.
LE: 지금은 많이 친해진 상태인가요?
네. 뭐, 술 한 두 번 사주니까… 형 좋다고. 넌 좋은 친구라고. 술이면 다되죠. (전원 웃음)
LE: 친하다면 이런 질문을 해도 될 것 같은데, 같은 회사의 소속되어 있는 비슷한 나이 또래의 아티스트로 크루셜 스타(Crucial Star), 루이(Louie), 테이크원(TakeOne), 릴보이(Lil Boy)가 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을 구사하는 아티스트는 누구이며, 누가 제일 잘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웃음)
되게 자존심 건드릴 것 같은데… (웃음) 얘기하기가 애매한데… 근데 다 달라요. 크루셜 스타 형 같은 경우엔 너무 세련됐어요. 근데 그 세련됨 속에서도 로우함이 있어요. 사람 자체가 원래 성격이 세련되고 깔끔한 사람인데, 또 본연의 감정에 충실해요. 그러니까 그런 게 가사나 음악에 나오는 거죠. 그리고 소울 컴퍼니 때는 (크루셜 스타 형이) 랩 못한다고 존나 욕먹었잖아요. 지금 랩 존나 잘해요.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랩을 잘해요. 제 앨범에 참여한 걸 듣고 약간 충격 받았어요. 그런 느낌으로 잘하는 사람이에요. 루이는 MC적인 역량보다는 프로듀서적인 역량이 되게 뛰어난 사람이에요. “Officially Missing You”를 걔 혼자 만들었다고 봐도 돼요. 곡을 쓰는 프로듀서가 아니라 앨범 하나를 만드는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이 되게 뛰어난 아이에요. 그리고 랩을 표현의 도구로 사용할 줄 알아요. 근데 그 표현의 도구로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 너무 맛깔나게 잘 사용해요. 릴보이는 제가 봤을 때는 제가 MC가 아니라 평가하기가 힘들지만 스킬적인 것만 놓고 보면 이센스(E-Sens) 형 이후로 최고로 랩을 잘하는 친구 같아요. 이센스 형, 빈지노(Beenzino) 형 다음으로 저희 나이 또래에서는 그런 급의 MC인 거 같아요. 테이크원 같은 경우도 되게 로우하고, 붐뱁(Boom-Bap) 스타일을 잘하는 친구고요. 저는 콜라보를 한다면 테이크원이랑 제일 잘 맞을 것 같아요. 스타일이 잘 맞을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어떤 대답을 바라시는지는 알겠지만, (전원 웃음) 그래도 살살 피해나가자면 다 스타일이 다르고 동일선상에 있는 것 같아요. 누가 어느 부분을 잘한다면 어느 부분은 뒤쳐지는 부분이 있는 거죠. 아무튼 고루고루 다 잘하는 거 같아요. 서로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는 집단인 거 같아요.
LE: 그래도 제일 잘 맞을 것 같은 MC를 꼽자면…
크루셜 스타 형이랑 테이크원. 제가 제일 좋아하는 랩 스타일 자체는 릴보이지만 콜라보를 한다면 크루셜 스타 형과 테이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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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이제 얼마 전엔 발표하신 앨범, [DOPE N FRESH]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 해볼게요. 앨범에 대해서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저는 이 앨범을 통해서 제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두 번째로는 제 스킬적인 부분을 확실히 각인시키고 싶었어요. 그리고 세 번째로는 DJ도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걸 이 앨범을 통해서 증명을 하고 싶었어요. 아카펠라 소스를 찾고, 소스들을 다 연계를 시키고, 스킬로 꾸며내면 충분히 얘기를 할 수 있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어요. 이건 웨건 형이 저한테 심어주신 아이디어에요. 이 형이 스크래치 세션을 할 때는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말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웨건 형이 세션을 할 때 항상 아카펠라 구절에 대한 영어 해석본을 꼭 찾아서 보시고 맞춰서 이야기를 만드시는 편이에요. 물론 보통 리스너들은 잘 모르죠. 박자가 잘 맞고, ‘아 되게 좋다. 멋있게 했다.’라는 것만 알죠. 웨건 형이나 저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저는 이 앨범을 PR할 때도 이런 부분을 강력하게 어필해달라고 했어요. 사실 웨건 형은 메세지적인 부분 보다는 턴테이블리즘의 근본적인 부분으로 접근하셔서 앨범에서는 메시지적인 부분을 보여주진 않으셨거든요. 저는 이 앨범으로서 그런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런 앨범이에요.
LE: 그럼 트랙별로도 이야기를 다 담고 있겠지만, 앨범 전체로도 이야기의 흐름이 있겠네요.
그렇죠. 어떤 흐름이라든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죠. 아, 그것도 있네요. 턴테이블을 통해서 모든 소스를 가공했어요. 이 앨범에서 나오는 소리는 모두 턴테이블을 한 번씩은 거쳐 지나갔어요. 그래서 턴테이블만을 이용해서도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앨범 전체의 이야기는 그냥 간단하게 ‘나 잘났다.’에요. 어차피 이게 정규 앨범이 아닌 EP 앨범인지라 앨범 자체의 통일성보다는 그냥 메시지적인 부분에서 통일성을 줬어요. ‘나 잘해’라는 걸 스킬적인 부분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가 성격이 되게 모나서 어우러지는 성격은 아니에요. 틱틱대요. 그런 성격이라 그걸 좀 표현하고 싶었어요. 제 자체를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나 잘났어.’가 가장 이상적인 것 같았어요. 누굴 까면서 ‘내가 너보다 잘해.’이러고. 또, “Dopshit”이란 트랙에서처럼 ‘나 존나 잘났어. 내가 니네보다 잘해.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웨건 형밖에 없어’라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LE: 아까 모든 소리를 턴테이블을 거쳐서 만드셨다고 하셨는데, 그런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인 시퀀싱과 비교하면 어떤 장점이 있나요?
가장 미묘한 건, 턴테이블 자체가 100% 제 시간에 돌아가지 않아요. 그러니까 피치를 딱 맞춰놔도 약간씩은 느려졌다 약간씩은 빨라졌다가 해요. 그래서 그루브가 살게 돼요. 살짝 느려졌다 빨라졌다 하는데 모든 샘플들이 다 그럴 거 아니에요. 다 약간씩 엇나가면서. 그런 부분에서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게 좀 있더라고요. 프로듀서들이 시퀀싱을 해서 기본적인 틀은 보내줬잖아요. 근데 그걸 듣는 거랑 이렇게 한번 거쳐서 듣는 거랑 자연스러움에서 다른 게 있더라고요. 이게 좀 더 라이브 셋에 가까운? 라이브로 녹음한 것과 조금이나마 느낌이 비슷한 게 있더라고요. 왜냐하면 라이브에선 100% 다 같은 박자에 들어갈 수가 없으니까. 그게 있고 두 번째는 드럼이나 샘플들의 배치를 다르게 할 수 있다는 거죠. 비트 저글링을 해서 바꾸는 거죠. 그걸 시퀀싱을 하는 거보다는 이렇게 하면 좀 더 라이브 감이 살고, 생동감이 더 있죠. 어떻게 보면 턴테이블을 이용해서 이렇게 저글을 녹음하신 분은 거의 없어요. 되게 귀찮은 작업이거든요. 사실 그냥 딱 들었을 때는 시퀀싱을 해서 만드는 거랑 큰 차이는 없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냥 시퀀싱을 해버리는 거죠. 근데 저는 하면서 그냥 저 자체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봤어요. 그런 걸 시도하는 데에 있어서. 그래서 그런 거에 대해서 약간 차이가 있고, 또 샘플 같은 걸 이용해서 스크래치를 할 수 있다는 데에서 차이점이 있죠. 그냥 ‘빰 빠밤’이라고 나가는 것보다 ‘빰 치키 빠밤’이라고 나가는 게 더 라이브 감이 있고 조금 더 재미있잖아요. 프로듀서들이 할 수 없는 거니깐. 그리고 프로듀서랑 DJ랑 만나서 좀 더 재미있는 걸 하니깐. 그냥 비트에다가 스크래치를 넣는 것 보다는. 약간 독창성을 두고 싶었어요. 분명히 나올 수 있는 크리틱 같은 중에 ‘DJ는 자기가 프로듀싱을 해야 돼’라는 크리틱이 있을 거라고 예상을 했어요. 듣진 못했지만. (웃음) 제 자격지심에 한 거였는데 그런 걸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는 게, 프로듀서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서 드럼이나 샘플 같은 거에 스크래치를 하고 그러는 거죠.
LE: 비유하면 시퀀싱하는 과정에서 드럼을 직접 MPC로 찍는 것과 퀀타이즈(엇나간 박자를 정박에 조정하는 것)를 하는 차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생동감이라는 부분이.
그렇죠. 잘 아시네요. (웃음)
LE: 아까도 얘기했지만 한국 언더그라운드 씬은 MC 위주의 음악이 많은 편이라 턴테이블리즘이라는 장르를 리스너 분들이 잘 모를 것 같은데, 턴테이블리즘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주세요. 그리고 턴테이블리즘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턴테이블리즘 계열의 클래식을 소개해주신다면?
일단 턴테이블리즘이란 건 그냥 턴테이블을 이용한 음악이에요. 엠씨잉은 랩이라는 보컬 스킬을 통해서 음악을 하는 거잖아요. 마찬가지로 턴테이블리즘은 턴테이블을 가지고 음악을 하는 게 턴테이블리즘이에요. DJ들이 ‘우린 턴테이블을 이용해서 음악을 만든다.’해서 이름을 붙인 거죠.
턴테이블리즘을 잘 느낄 수 있는 앨범은 디스타일즈(DJ D-Styles)의 [Phantazmagoria]라는 앨범이 있고. 그리고 웨건 형의 EP 앨범이 두 장 있어요. [Wheel Of Steel]이란 앨범과 [School for Dummies]라는 앨범이 있어요. 그 두 장의 앨범이 있고요. 또, 디제이 큐벗의 [Wave Twisters, Episode 7 Million: Sonic Wars Within the Protons]란 앨범이 있어요. 제가 봤을 때는 그 앨범들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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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다른 나라의 씬보다 한국 언더그라운드 씬은 MC 위주의 음악이 대부분이라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디제이를 홀대하는 부분이 있어요. 혹시 그런 홀대를 경험해본 적이 있나요?
있죠. 많죠. 예를 들어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World DJ Festival)을 공연하러 갔었어요. 장비를 다 가지고 왔는데 장비 세팅을 못 받고 있는 그런 거죠. 사실 CDJ를 깔아 놓고 ‘저걸로 해.’하면 저는 할 수 있는 게 없죠. 그런 일들에서 나오는 박탈감 같은 게 좀 있죠. 근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런 걸 당했을 때 ‘아 좆같아.’라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한국은 왜이래?’라는 식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내가 더 잘나가면 나를 중심으로 할 거 아니에요. 내가 더 잘나야겠다는 생각 밖에 안 해요. 그리고 오히려 가르쳤죠. 이건 그 사람들이 모르기 때문에 하는 실수에요. 제가 느꼈을 때는 저는 이 문화를 알고 외국에는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아니까 홀대를 받는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 사람들은 모르니까 저한테 그렇게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믹스를 할 때 20분을 잘라줘라고 하는 건 사실 외국에서 봤을 때는 굉장한 실례인 거죠. 실례인데 그들이 이게 어떤 아트폼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미스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이걸 얘기를 해줘요. ‘아, 형 저한테 그렇게 얘기하시면 이런 박탈감이 들고 홀대 받는다고 느낍니다. 근데 이건 제가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형이 모르시고 하신 거라고는 걸 알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말씀 드리는 거예요.’라고 얘기하죠. 물론 제 공연이 아니니까 제가 맞추지만 앞으로는 신경 써달라고 얘기를 하죠. 근데 이런 환경을 고치려면 사실 저 같은 턴테이블리스트들이 더 잘나져야 되는 거죠. 더 유명해져야죠.
LE: LA에 가서는 DJ들이 한국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걸 본 적이 있나요?
네. 100% DJ를 위해서 돌아가는 파티들이 많아요.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는 힙합 파티라고 하면 MC들이 없으면 흥행을 하기가 힘든데, 외국에서는 DJ를 위해서 파티가 돌아가요. DJ를 홀대할 수가 없는 게 파티가 없으면 MC들 자체가 신날 수가 없고 여자를 못 꼬시고 이런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에 DJ를 존중해줄 수 밖에 없게 되죠. 그리고 한국에 페스티벌 같은 게 있잖아요. 그런 형태가 어디서 왔냐하면 미국에 레이브 파티(Rave Party) 라는 게 있어요. 저희 학교가 풋볼로 유명해서 큰 스테디움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수만 명이 들어가요. 거기서 거기서 일렉 파티를 밤새도록 해요. 그런 게 되게 많아요. 예를 들어 코첼라(Coachella) 같은 거죠. 코첼라 같은 게 많은데 거기는 DJ가 없으면 진행이 안돼요. 그런 파티를 진행하기 위해서 일단 DJ들을 존중해줘야 하고 대우를 해줘야 하죠. 우리나라는 그럴 수 있는 자리가 적기 때문에 대우가 소홀하다고 생각을 해요. DJ가 필요한 행사라고 해 봤자, MC들 행사 백업 정도니까. 파티 자체가 적잖아요. 그럴 수 있는 장 자체가 적기 때문에 대우가 차이가 난다고 봐요. 거긴 대우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여기는 대우를 해줄 수 없는 상황이고. 상황 자체의 차이인 거죠. 씬에 대한 차이가 있고, 그로 인한 이용가치의 차이가 있어서 그런 거 같아요.
LE: 그런 부분이 DJ를 하는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화가 나진 않나요?
아니요. 왜냐하면 저는 상황을 비관하기보다는 저 자체가 이 상황 안에서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낼까를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상황 안에서 제가 취할 수 있는 이득은 다 취하려고 노력하죠. 상황 자체는 안 바뀌어요. 그건 뭐 스탑덤빙뮤직(Stop Dumping Music)이나 이런 걸 봐도 똑같아요. 상황 자체는 안 바뀌어요. 이미 틀이나 형식 같은 건 만들어져 있는 거고, 그걸 바꾸려면 10년, 20년이 필요해요. 로비도 필요하고. 이 상황 자체를 바꾸려면 돈도 많이 들고, 힘도 많이 필요해요. 저한테는 지금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제가 이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위치에 갔을 때 바꾸는 거지, 제가 아무리 날고 뛰어도 페이는 안 올라가고 저를 안 쓸 뿐이에요. ‘저 띠꺼운 새끼. 곤조만 있는 새끼. 젊꼰(젊은 꼰대)’ 막 이러면서. (웃음) 그런 것보다는 제가 이 씬에서 높은 위치로 올라갈 수 있는 루트를 찾는 게 최상이라고 봐요. 비관하고 바꾸려고 하기 보다는.
LE: 이번 앨범이 그런 것에 대한 일환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DJ가 MC들처럼 이야기를 한다, 그걸 스킬적으로 표현을 하는 게 리스너들에게 접근하기 가장 편한 방식이거든요. 스크래치만 막 해서 ‘나 존나 스킬리스트야.’라는 것보다는 스킬적인 부분은 약간 절충을 하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거죠. 그래서 한국 아카펠라를 되게 많이 썼거든요. 접근하기 편하니까. 리스너들이 들었을 때 ‘내가 아는 구절이 나오네? 신기하다. 이거 어떻게 했지?’라고 생각하게 되죠. 어떻게 보면 DJ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관심유도를 한 거죠. 이 상황 자체 안에서 비관하기보다는 최대한 더 많은 사람들이 듣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든 앨범이에요.
LE: 한국 아카펠라를 많이 쓴 게 의도된 부분이었던 거군요.
그렇죠. 아까 말씀 드렸다시피 저는 한국힙합으로 시작을 했어요. ATCQ를 듣고 시작한 것도 아니고, 나스(Nas)를 듣고 시작한 것도 아니고, 제이지(Jay-Z) 앨범을 듣고 시작한 것도 아니에요. 그냥 에픽하이 앨범을 듣고 시작한 거예요. 한국힙합의 팬이에요. 그래서 저는 팬의 입장으로서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구절들을 인용을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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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본토에서도 그렇고, 턴테이블리즘 앨범이 많이 뜸해졌는데, 그런 걸 부활시키고 싶다는 생각 해보신 적 있나요?
그런 건 없어요. 왜냐하면 턴테이블리즘이라는 거 자체가 죽을 수 밖에 없는 게 턴테이블을 사용할 수 없는 시대가 됐어요. 훨씬 더 혁신적인 기기들도 많이 나왔고. 효율성의 문제죠. 턴테이블을 쓰는 사람들이 줄어들어요. 그건 당연한 거예요. 공연할 때만 해도 저희 같은 경우엔 되게 번거로워요. 들고 다니기도 번거롭고 무겁고. 그리고 일단 배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요. 턴테이블리즘이란 것 자체에 대한 부활은 힘들죠. 그래서 이걸 부활시키자는 게 아니라 관심을 가지는 사람을 만들자는 거죠. 그리고 제가 웨건 형 앨범을 듣고 시작하게 된 것처럼 하게끔 만들자는 생각이 강하죠. 부활까지는 꿈꾸지도 않아요. 그냥 관심을 갖게끔 만들자 그 정도죠.
LE: 그럼 지망생들의 문의를 받은 적도 있나요?
네. 되게 많이 받아요. 트위터 멘션으로 오는 것에 절반이 그런 거예요. 학원 알아봐라. 누구한테 레슨 받으라고 하죠. 그게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에… 저는 음악을 많이 듣는 사람은 언제나 DJ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음악 많이 들으라고 하고 하죠. 그게 주된 조언이죠.
LE: 다른 질문을 해볼게요. 최근 외국에는 턴테이블을 컨트롤하는 것 외에 믹스테입 호스트나 프로듀서로써의 역할에 충실한 디제이들도 있잖아요. 본인은 이러한 역할을 생각해본 적 있나요?
디제이 칼리드(DJ Khaled) 같은 걸 얘기하시는 거죠? 네. 저는 그런 걸 하려고 해요. 아직 제가 역량이 안될 뿐이지. 사실 그걸 되게 싫어하는 형들도 많아요. DJ가 디제잉도 못하는데 무슨 말을 하냐. 근데 그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공연의 컨텐츠적인 부분이거든요. 저랑 아티스트를 메이킹하는 데에 있어서 한 부분이죠. 저는 할 생각은 있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의도를 하고 해야겠다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재미있을 거 같아요.
LE: 그럼 1MC 1DJ 프로젝트 앨범 같은 것도 생각이 있으신가요?
아, 어글리덕이랑 할 거예요. 걔가 게을러서 안 할 뿐이지. (전원 웃음) 저는 언제든지 할 수 있어요. “숨이차”도 하루 만에 했는데. 저는 하라고 하면 금방 할 수 있어요. 지가 게을러서 안 하는 것 뿐이지. ‘하자 하자.’라고 해놓고 맨날 놀고 있고.
LE: 서로 하자고 얘기만 하고 아직 진행은 안된 거군요?
지가 해야지 뭘. 난 내 앨범 냈으니까 상관 없는데 지가 지 앨범을 내야 하든지 말든지 하지. (웃음)
LE: 그럼 그런 앨범에서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작업을 하실 건지, 아니면 순수 비트메이킹으로 작업을 하실 건지…
비트메이킹을 이런 방식으로 하겠죠. 물론 프로듀서들한테 곡을 받기도 하겠죠. 제가 할 수 있는 스펙트럼의 한계도 있고, 제 능력의 한계도 있으니까. 아직 제가 그 정도로 할 수 있을 것 같진 않고… 제가 프로듀서의 역할도 하면서 샘플 가지고 스크래치도 하고. 그런 식의 작법을 통해서 하겠죠.
LE: 이제 디스곡 관련된 얘기를…
아, 네. 신나네요. (전원 웃음)
LE: 앨범에 수록된 곡 중에 “Listen To Diss”라는 디스곡도 있어요. DJ로서 디스곡을 발표하게 된 이유와 또, 그 대상이 왜 소울커넥션(Soul Connection)과 디제이 티즈(DJ Tiz) 씨인가요? 어느 정도 알려진 이야기지만 한번 더 말씀 부탁 드릴게요.
이건 가감 없이 써주셔도 돼요. 일단은 전 누군가를 스크래치로 디스를 하고 싶긴 했어요. 누군가가 안정해졌을 뿐이었지. 항상 까고 싶었어요. 깔 사람은 너무 많은데… 명분이 없었죠. 힙플에도 보니까 명분이 약하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근데 저희 대학교에 라이로드(RiLord)라는 형이 편입을 하셔서 돌아다니면서 얘기를 하시는데 꼴 보기 싫더라고요. 저한테도 거짓말을 치더라고요. 이건 이 형한테도 얘기했으니까 나가도 돼요. 그 형이 저한테 랍티미스트 형한테 비트를 받을 거라니, 화나 형이 피쳐링을 해준다느니 이런 개소리를 하더라고요. 아니 내가 소울 컴퍼니인데. 형들은 이 형 알지도 못하는데. 나한테까지도 그러니까 ‘소울 컴퍼니를 좆밥으로 아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니까… 이건 좀 아닌 거 같다 싶었어요. 자기가 ‘한국에 오면 연락해. 사이먼 디(Simon D) 보고 싶어? 연락해’ 지가 어떻게 해. 말이 안 되는 소리잖아요. 그런 허세를 보면서 어떻게 보면 저같이 그냥 언더그라운드에서 음악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까내는 것 같았어요. 이미지를 깎아 내리는 것 같았어요. 저는 학교에서 조용하게 지냈거든요. 제 친구들이나 ‘쟤 소울 컴퍼니야.’라고 했지, 제가 소울 컴퍼니 DJ고, 힙합 DJ고, 언더그라운드에서 사람 많이 안다는 얘기를 제 입으로 할 필요도 없거니와 하지도 않았어요. 근데 그 형이 그러고 다니는 걸 보니까 이 씬을 깎아 내리는 것 같았고 까야겠다라는 판단이 딱 선 거죠. 그래서 까는데 “Listen To Diss”의 벌스 1을 다 끝냈어요. 근데 아시다시피 이 형이 낸 것도 없고, 이 형에 대해서 아는 게 없어요. 어떻게 하나 했죠. 어떻게 스크래치를 따나 했죠. 그래서 브레인스토밍을 했어요. 근데 마침 그때 디제이 티즈가 스크래치 테잎이란 걸 냈어요. 되도 않는 걸. 자기가 세션한 걸 모아서 냈어요. 듣는데 존나 구리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디제이 티즈도 까게 됐고. 이 형을 깐 건 뭐 구려서 깐 거예요. 명분이 뭐가 필요해요. 내가 구리고 싫다는데. 소울커넥션을 까기도 했지만 저는 그냥 그 두 사람을 까고 싶었던 거예요. 근데 아시다시피 제가 DJ로서 쓸 수 있는 아카펠라 구절이 한정이 되어 있어요. 그래서 과격하게 표현된 부분도 있고. 하지만 전 제가 DJ로서 찾아낼 수 있는 한정된 범위 내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표현을 한 것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내에서 가장 위트 있고, 간지를 얻을 수 있게, 예쁘게 표현해낸 것 같아요.
LE: 라이로드 씨 같은 경우엔 태도적인 면에서 깐 거잖아요. DJ 티즈 씨 같은 경우엔 실력적인 면에서 깐 건데, 소울 커넥션 자체에 대한 생각이나 평가는 어떻게 하시나요?
음악을 안 들어서 모르겠어요. 관심이 없어요. 혹자들은 그러더라고요. ‘너 죽은 시체에 침 뱉은 거야.’라고 하더라고요. 제이통(J-Tong) 형이 이미 죽여놨으니까. 죽은 시체에 침 뱉은 거라고 하는데 맞는 얘기죠 뭐. 제가 관심이 없는 거 보면 죽은 단체겠죠. 잘나가는 메이백뮤직(Maybach Music Group)이나 그랜드라인 엔터테인먼트나 벅와일즈나 이런 데는 관심이 있잖아요. 관심이 없다는 건 이미 죽은 단체인 거죠.
LE: 쓴 글에서는 DJ 티즈 씨에게 반격을 요구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건 제가 쓴 게 아니에요. 그건 웜맨 형이 이랬으면 좋겠다라고 얘기를 하셨어요. 그 전문을 저도 보고 보낸 거죠. 사실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게 왜 라이로드를 까놓고 DJ 티즈에게 맞디스를 바라냐고 하셔요. 그게 그 글에서 표현이 잘못된 것 같은데, 그냥 맞디스를 아무나 해라. 만약에 라이로드 형이 반격을 했으면 어글리덕이 상스럽게 했겠죠. 사납고 날카롭게. 그때는 MC가 반격을 했겠죠. 근데 디제이 티즈보고 하라 그랬던 건 제가 DJ로서 디스를 했으니깐 그쪽 단체에서도 라이로드를 대변해서 DJ가 하라고 얘기를 하려 했던 건데 전달이 잘못된 거 같아요. 근데 뭐, 상관 없어요. 안 했잖아요. 결과론적으로.
LE: 반격을 안 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 만나서 얘기를 했어요.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가 있었는데 갔더니 라이로드 형이 있었어요. 얘기 좀 하자 그러더라고요. 맞디스곡이 준비가 됐대요. 하라고 했어요. 상관없다고. 왜냐하면 저는 나름 계획적으로 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저한테 욕을 했던 게 노이즈 마케팅이래요. 맞아요. 누가 아니래? 왜 욕을 해. 노이즈 마케팅 맞아요. 그리고 그 사람들이 맞디스를 하건 안 하건 제가 이득을 보는 상황이었어요. 맞디스를 해도 저보다 못했을 게 분명했기 때문에 제가 깐 거예요. 저보다 잘할 거였으면 안 했어요. 까고 용서하고 화해하는 건 힘 있는 사람이 하는 거예요. 잘난 사람이 하는 거죠. 그래서 한 거고, 그 분이 맞디스를 안 하면 그대로 밟히는 거고. 어떻게 하든 제가 이기는 상황이기 때문에 깐 거예요. 그것도 라이로드 형한테 얘기했어요. 당신이 어떻게 하든 난 이길 거기 때문에 마음대로 하시라고. 그리고 맞디스곡을 들었을 때, 내 거보다 구리면 난 반격 안 할 거라고. 당신이 랩으로서 맞디스를 할 거라면 내가 아는 MC들 한도 내에서 나와 같은 의견을 공유한 사람들과 작업을 해서 낼 거라고. 근데 안 나왔네요. 왜 안 냈을까. 냈으면 재미있었을 텐데.
LE: 그런 말을 했을 때 반응이 어땠나요?
당황했겠죠 뭐. 후달렸겠죠. 그렇지만 그래도 남잔데. 어떻게 대놓고 표현하겠어요.
LE: 그래도 얼굴색에 막 드러나고…
아, 그런 건 좀 있었죠. ‘이 새끼 뭐지?’하는. 제가 원래 그렇다는 데 어떻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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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뮤직비디오에 대한 질문을 해볼게요. 제이 팩토리(JayFactory)와 함께 했는데 두 편 모두 흥미로워요. 아이디어는 누구로부터 출발했나요?
“Listen To Diss”는 제가 타이핑 형식으로 가자고 했었어요. 또, 두 번째로 나왔던 “Dopshit”도 사실 타이핑으로 가고 싶었어요. 그 곡에 담은 메시지가 많았거든요. 근데 두 번째도 첫 번째랑 똑같이 가면 이상할 거 같긴 했고… 그때 저는 막 타이핑으로 가자고 막 그랬는데, 제우(Jayfactory 대표) 형은 따로 생각한 게 있었나 봐요. 그래서 그걸로 하자 했어요. 그리고 잘 나왔죠. 사실 그 부분에 관해서는 터치를 많이 하고 싶지 않았어요. 어떤 콜라보 형식의 작업이고, 아티스트 간의 작업이고 하니까. 제 의견만 계속 얘기하다 보면 그 분에게도 실례고, 아티스트에 대한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 조율한 부분이 많죠.
LE: 인터뷰가 막바지입니다. 저희 힙합엘이에는 자주 오시는 편인가요?
매일 가요. 수 십 번씩 들어가는 거 같아요. 일단 가장 인터뷰나 뉴스 같은 것들이 가장 빨리 올라와요. 월드힙합닷컴? 원래 외국 거를 찾아 볼 때 저는 거기를 갔었거든요. 근데 저도 한국인인지라 한국말이 편해서 힙합엘이를 가요. 그리고 사이트 자체가 너무 예쁘게 되어 있어요. 가독성이 너무 좋아서 힙합엘이는 거의 매일 들어가요. 뮤직비디오 같은 것도 올라오면 정말 한 주 이내로 번역이 돼서 올라오니까. 저도 영어를 그나마 좀 잘하는 편이지만 못 알아 듣는 구절들이 많아요. 근데 그 부분에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죠. 그리고 저 같은 경우엔 아카펠라 소스를 찾아야 되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 가사가 아예 뜨면 찾기가 편하죠. 그런 부분에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고, 그래서 쓴 구절도 되게 많아요.
LE: 근데 자막 뮤비를 보면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영상과 자막을 왔다 갔다 해야 하니까 좀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여러 번 보는 거죠. 전 처음엔 유투브 같은 데서 영상 자체를 접하죠. 그렇게 먼저 보고, 힙합엘이를 가서 한 번 더 보고. 이 곡의 메시지를 확실히 알고 싶고 내가 대충 알고 있는 것과 같은 의미인가라는 걸 확인하고 싶은 것도 있고. 그래서 가서 한 번 더 확인을 하죠.
LE: 영어를 잘 하심에도 불구하고 저희 사이트가 유용한 부분이 많은 거네요.
엄청 도움이 되죠. 왜냐하면 제가 모르는 슬랭들이 너무 많으니까. 슬랭 자체에 대한 해석이 엄청나더라고요. ‘씹빠빠리’라든지. (전원 웃음) ‘쌈뽕’난다든지. 도끼(Dok2)가 ‘쌈뽕난다’는 표현을 보고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더라고요. 저도 그렇고. 유쾌하죠.
LE: 전 사실 영어를 전혀 할 줄 몰라서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힙합엘이가 큰 효용성이 없지 않나 싶었거든요.
아니요. 메리트가 엄청나요. 이 이야기는 문화에 대한 접근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될 것 같은데, 접근성이 이렇게 뛰어난 사이트가 별로 없어요. 한국인들을 위한. 외국에는 많지만. 영어를 잘 한다고 이 문화에 가까운 게 아니잖아요. 이 문화를 가깝게 밀착시켜 줄 수 있는 게 힙합엘이인 거 같아요.
LE: 저희가 외국힙합을 많이 다루는 사이트인데, 디제이 돕쉬 씨는 최근에 어떤 음악을 즐겨 듣고 계신가요?
엘르 바너(Elle Varner)의 [Perfectly Imperfect]를 많이 듣고 있어요. 타이가(Tyga) 믹스테잎도 듣고 있고, 릭 로스(Rick Ross)의 [God Forgives, I Don’t]도 듣고 있어요. 근데 사실 저는 시기와 상관없는 음악을 많이 들어요. 드레이크(Drake)의 [Take Care]는 매일같이 듣는 거 같아요. “Over My Dead Body”랑 “Shot For Me”, “Practice”같은 건 매일 듣다시피 해요.
LE: 다시 미국으로 가신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다시 미국으로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방학이어서 돌아왔던 거예요. 방학 끝났으니까 돌아가야죠. 공부해야죠.
LE: 한국에 더 있지 못해 아쉬운 점 같은 건 없나요?
아니요. 오히려 좀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앨범 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서 좋은 거 같아요. 한국에 있으면 계속 작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웨건 형도 작업을 못하고 있는 게 할 일이 너무 많아요. 리스너 분들이 보시기에는 공연 하루 하는 건데 시간 많지 않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진짜 공연 한번 하면 3, 4일 정도 앓아요. 저는 또 방방 뛰는 스타일이라 지난 한 달 동안 계속 그렇게 살았거든요. 4주 내내 공연하고 그러니까. 그래서 작업할 시간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미국에서의 시간을) 공부하고, 작업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고 내공을 쌓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쉬운 거야 있죠.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못 있으니까. 그래서 가서 1월 달까지는 앨범을 하나 작업해놓을 거예요. 영감도 많이 받고. 한국에서는 락더벨스(Rock The Bells) 영상보고 ‘와 존나 좋다’라고 하지만 외국에 있으면 직접 가서 보면 되니까. (웃음) 그런 데서 얻는 즐거움이 있죠.
LE: 다음 방학에도 한국으로 들어오시는 건가요?
네. 공연하러 올 거 같아요. 파티를 10월에도 하는데 그때는 못 올 거 같고 11월 달에 그랜드라인 엔터테인먼트 공연할 때 하루 이틀 들어왔다가 다시 가고. 겨울방학 때 다시 들어오고. 내년에 졸업이니까 내년까지만 이렇게 왔다갔다하는 인생을 살게 될 거 같아요.
LE: 질문에 없어서 하지 못한 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인터뷰 소감 등등 자유롭게 얘기해주세요.
약간 이런 건 있는 거 같아요. 한국사람들이 한국힙합이랑 외국힙합을 가려서 듣는 게 있는 거 같아요. 뭐가 우위에 있진 않아요. 그냥 서로 다른 거죠. 우위가 있다기보다는 그냥 같은 음악일 뿐인 거죠. 선입견 없이 음악을 듣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제가 DJ로서 음악을 듣는 것처럼. 장르의 구분도 없앴으면 좋겠어요. 좋고 나쁨만 있을 뿐이지, 요즘 워낙 음악 자체가 하이브리드 되고 있기 때문에… 음악을 장르에 따라 가려서 듣는 건 필요가 없는 거 같아요.
그리고 DJ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뭘 하는 지는 모르셔도 음악을 통해서 ‘아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구나’라는 정도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또 뭐가 있지. (웃음) 아, 제 목표를 얘기하자면 한국에서 슈퍼스타 DJ가 되는 거예요. 스타 DJ가 되는 게 꿈이에요. 그래야 제가 하고 있는 이 아트폼이 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질 거고, 인정을 받게 되고, 인식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제가 막 연예인이 돼서 돈을 막 벌고 싶다 이런 게 아니라 제가 하고 있는 아트폼 자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으면 좋겠고, 사람들이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슈퍼스타가 되고 싶어요. 스타성이 있는 DJ가 되고 싶어요. 그런 걸 그랜드라인 엔터테인먼트에 요구했었고. 저를 PR을 하거나 저를 키워주실 때 제가 하기 나름이지만, 저를 최대한 스타성 있게 부각을 시켜달라고 회사에 얘기했어요. 그런 게 저의 목표에요. 그 정도에요.
LE: 인터뷰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피쓰!
인터뷰 | Melo, Bluc
인터뷰. 사진 | Bl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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