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title: [회원구입불가]GDB2017.01.17 13:42추천수 5댓글 6
thumbnail.jpg
[인터뷰] 나잠 수(Nazam Sue)
한 영상 인터뷰에서 영기획(Young Gifted & Wack)의 하박국과 스톤쉽(Stoneship)의 똘배는 '붕가붕가 레코드에서 데려오고 싶은 아티스트는?'이라는 질문에 입을 모아 나잠 수의 이름을 꺼냈다. 그의 다재다능함 때문이었다. 실제로 나잠 수는 술탄 오브 더 디스코(Sultan of The Disco)의 보컬 겸 프로듀서이자 믹싱/마스터링 엔지니어다. 그리고 2016년 10월, [Till The Sun Goes Up]을 발표하며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한 걸음을 더 내딛었다. 7~80년대의 소울/디스코가 진하게 담긴 앨범을 듣자, 나잠 수와 직접 만나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 그렇게 연남동의 작은 카페에서 그와 나눈 대화에는 디스코/훵크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했다.
IMG_5858.jpg
한국에는 구체적인 알앤비 씬이 없다. 추가적인 씬을 만들어야 한다. 힙합이랑도 친하고 알앤비랑도 친하면서 우리랑도 어울릴 수 있는 그런 씬.
LE: 힙합엘이 회원들에게 술탄 오브 더 디스코(Sultan Of The Disco)나 나잠 수는 생소할 듯하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훵크/디스코 밴드다. 보컬과 프로듀서를 담당하고, 나잠 수 솔로로도 활동하고 있다. 춤과 노래를 좋아한다. 음악을 좋아해서 밴드를 시작했다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이것저것에 손을 대고 있다.
LE: 서울대 대학원에서 뮤직 테크놀로지 관련 인턴을 했던 거로 알고 있다.
대학원 졸업 요건에 인턴십이 있어서 했던 거다.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싱을 기반으로 한 음악 분석을 했고, 컴퓨터 구분으로 장르 구분, 장르 유사도, 멜로디 유사도 등을 연구했다. 그런데 난 아직 컴퓨터 불신자라서 연구소의 방향에 반감이 있었다. (웃음) 게다가 원래 산업 디자인 전공이라서 공학이나 수학에서 따라가는 데 애도 먹었다. 논문도 쓰긴 썼는데 행정적 절차의 졸업 문제가 생겨서, '에이 씨, 하기 싫다. 안 해도 되는데 뭐' 이런 상황이 됐다. 11학번이라 연구생 기간도 지났고 졸업하려면 재입학을 해야 하는데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언젠가 다시 하지 않을까.
LE: 평소에는 무엇을 하는가?
원래 음악이 취미였다. 좋은 친구였는데 삶이 되면서 취미가 사라졌다. 취미를 만들려고 건담 조립도 해보고, 완성 피규어도 사봤는데 금방 질리더라. 라이프 앤 타임(Life and Time)의 진실이가 같이 RC카를 하자길래 알아보다가 앨범 내느라 멈췄는데 한 번 해볼까 싶다. 근데 이것도 돈을 퍼붓는 취미라서…. 얼마 전 PC방에서 <오버워치>를 해보니 재밌길래 샀는데, 이것도 금방 질릴 것 같다.
IMG_5315.jpg
LE: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11월 27일에 벨로주에서 첫 단독 공연이 있었다.
즐겁고 신나는 공연이었다. 솔로 첫 단독 공연이라서 긴장을 좀 했는데, 맥주를 두 캔 마시고 나니 괜찮았다. 실수를 많이 했는데도 즐겁게 마무리했다. 관객들도 무대 위에서 봤을 땐 즐겁게 따라온 듯하다.
LE: 솔로 이전에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가 원래는 윤덕원의 프로젝트팀이라고 들었다.
나와 윤덕원, 그때 당시의 멤버 셋이서 만들었다. 붕가붕가 레코드의 합주실 같은 곳에서 CD에 스티커를 붙이다 즉석 잼을 했던 게 시작이었다. 이름은 예전부터 생각해놓았었다.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대로 밴드 이름이 됐다.
LE: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현재 멤버는 어떻게 되는 건가?
보컬인 나와 댄서 핫산, 기타리스트 홍기, 베이시스트 지, 드러머 김간지. 이렇게 다섯 명이다.
LE: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음악은 디스코/소울이다. 한국에서는 잠깐 유행했다가 사그라졌지만, 외국에서는 주류를 차지했었다. 그런 만큼 한국 공연과 외국 공연의 반응이 사뭇 다를 듯하다.
국내 팬들은 록 밴드 즐기듯이 즐긴다. 우리가 록 페스티벌에 매번 참석하는 이유도 비슷할 듯하다. 외국에서는 관객이 노래에 넣은 포인트를 이해하고,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는 경우가 잦다. 그렇다 보니 한국에서 인기가 좋았던 곡이 외국에서는 별로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LE: 구체적으로 어떤 곡이 그런가?
한국에서는 팝 성향이 강하고, 익숙한 멜로디로 이루어진 “의심스러워”를 대부분 좋아한다. 직선으로 달리는 노래에서는 약간 어쩔 줄 몰라 하는 게 있다. 외국에서는 직선으로 달리는 노래도 ‘아! 이런 노래도 나는 잘 알지!’하는 느낌이 있다.
LE: 몇 년 전쯤부터 팝에서 디스코/훵크의 요소가 들린다. 메인보다는 장르적 요소를 미니멀하게 재해석하는 추세다.
맞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1집 나온 직후에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Random Access Memories]가 나왔다. 그때 "어,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노래 같아요"라는 댓글을 봤다. 어디서 봤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웃기고 기분 좋았다.
LE: 이러한 흐름이 한국에도 영향이 있는 것 같나?
비트 자체에는 영향이 있는 듯하다. 근데 랩과 합쳐지면 확실히 죽는다. 디스코 비트에 랩을 해도 그건 힙합이다. 케이팝에도 퓨처 사운드 같은 곳에 쓰이긴 하지만, 그건 퓨처지 훵크는 아니다. 디스코/훵크는 끝났다. 앞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내가 보기엔 그렇다.
LE: 끝났다고 생각하는 훵크/디스코가 당신의 음악적 기반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역시 취향 때문일까?
그렇다. 옛날에는 헤비메탈을 들었다. 당시 내게는 음악을 접할 방법이 핫뮤직(Hot Music) 같은 잡지밖에 없어서 핫뮤직을 뒤지면서 들을 음반을 골랐다. 레코드 가게에서도 헤비메탈이 엄청 강해서 팝의 5할이 메탈 밴드였었다. 당연히 마이클 잭슨(Michael Jakson) 이런 건 관심도 없었다.
LE: 최고로 꼽히던 밴드 중 하나가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 아니었나
나는 그쪽 라인도 아니었다.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 모터헤드(Motorhead) 이런 쪽을 좋아했었다. 완전 똥 메탈. (웃음)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8, 90년대 대표적인 슈게이징 밴드) (아이언 메이든, 모터헤드: 80년대 영국 밴드. 80년대 영국 헤비 메탈의 부흥기를 이끌었다)
IMG_5559.jpg
LE: 그러면 팝 음악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아버지가 자영업을 하셨고 아버지 친구분이 방송국 일을 하셨다. 그 분이 아버지에게 매장에서 틀라고 1950년부터 1995년까지의 빌보드 차트 곡이 담긴 하드 디스크를 주셨다. 1년에 100곡씩, 8,000곡 정도? 그때부터 취향이 바뀌었다. 그 전에 시부야케이(Shibuya-kei) 같은 일본 음악이나 자미로콰이(Jamiroquai)도 좋아했었는데, 받은 자료를 듣다 보니 좋아하던 음악의 원류들이 쭉 나왔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시대별로 바뀌긴 했지만, 알앤비 안에서 취향이 생겼다. (시부야케이: 90년대 중반, 시부야를 중심으로 유행한 제이팝의 한 장르) (자미로콰이: 영국의 애시드 재즈 밴드)
LE: 지금은 7~80년대의 디스코/소울을 지향하지만, [The Golden Age] 전의 음악은 현대 음악의 색채가 강했다. 결성 초기라 밴드의 색이 아직 명확하지 않았던 건가?
2010년에 [Groove Official]이 나왔고, 2007년에도 뭐가 나왔었는데, 그때는 밴드를 할 수 없던 환경이어서 밴드로 해야만 했던 곡이 수록되지 못했다. 그 곡들이 밴드 결성 후 [The Golden Age]에 수록된 거다. 디스코 밴드를 하겠단 생각은 이전부터 있었고 노래도 2008년부터 만들어 놨었다.
LE: [The Golden Age]는 어떤 앨범인가?
[The Golden Age]는 내 취향과 성향이 바뀌는 걸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요술왕자”, “파워 오브 오일”은 내가 화성에 꽂혀있을 때 만든 음악이다. 그래서 디스코뿐 아니라 재즈나 일본 음악에서 주로 쓰는 화성을 곡에 사용했다. 앨범 제작 후기에 나왔던 “캐러밴”, “버터플라이”는 블루스의 분위기에 초점을 맞췄다. 사실 “탱탱볼”도 [The Golden Age]에 수록할 수 있었으면 완벽한 모양새가 되었을 텐데, 아쉽게도 나중에 싱글로 나왔다.
LE: [The Golden Age]에 담긴 음악은 대부분 즐거운 음악이지만, "탱탱볼”은 그 끝을 극단적으로 달리는 느낌이다. 공개 당시 과하다는 우려는 없었나?
물론 메이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긴 하지만, "탱탱볼"은 잘 될 노래라는 자신이 있었다. [The Golden Age]는 “캐러밴”과 “탱탱볼” 두 곡으로 압축할 수 있다. 두 곡이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아이덴티티를 대표하는 곡이다. 그래서 "탱탱볼"이 수록되지 못 한 게 아쉽다.
LE: 방금 말한 두 곡은 안무가 재밌는 곡이다. 노래에 안무를 넣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가?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안무만 하던 그룹이었다. (LE: 립싱크 그룹으로 시작했었다.) 맞다. 그렇다 보니 안무를 뺄 수가 없다. 하던 걸 안 하면 비어 보이고, 우리의 매력 요소가 반감될 듯한 걱정도 있다. 그래서 "탱탱볼”도 안무에 공을 엄청 들였다. 연습실 따로 다니면서 거울 보고, 아이폰으로 영상 찍어서 집에서 고치기까지 했었다. 지금까지도 안무는 큰 고민이다. 안무 짜는 게 노래 만들기랑 똑같이 정말 어렵다.
LE: 안무가를 고용하는 건 생각해본 적 없나?
전혀 없다. 돈도 돈이고, 안무가가 짜준 안무를 우리가 연습할 시간이 없다. 특히 나는 모든 프로덕션을 직접 하다 보니 시간이 적다.
LE: 안무를 짤 때 참고하는 건 어떤 자료인가? <Soul Train> 같은 영상을 많이 참고할 것 같은데.
<Soul Train>도 많이 봤고,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 80년대 라이브 영상 같은 걸 보면 쉬우면서도 간단한 동작이 많다. 그런 걸 보며 '저 밴드들은 멋있는데 우리는 왜 안 멋있을까?' 같은 생각을 하며 만든다.
LE: 사실 디스코/소울은 외국에서는 <무한도전 토토가>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
맞다. 우리가 글라스톤베리 페스티벌(Glastonbury Festival)에서 공연한 존도 실버 헤이즈(Silver Hayes) 존이었다. 우리가 울산 처용 문화제에서 행사 할 때 행사장 옆 에이팜(Asia Pacific Music Meeting, APaMM)이라는 아시안 퍼시픽 마켓에 실버 헤이즈존의 프로그래머 겸 총 디렉터인 말콤 헤인즈(Malcom Haynes)가 있었다. 디스코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우리를 무대에 초청했다더라. (글라스톤베리 페스티벌: 영국 글라스톤베리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야외 페스티벌. 진흙탕으로도 유명하다)
LE: 비슷하게 술탄 오브 더 디스코가 이번에 일본에서 레이블 계약을 했다.
섬머소닉 페스티벌(Summer Sonic Festival)에 나갔을 때 일본측 기획자가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길래 '이 기회에 한 번 해보자'란 마음을 먹었다. 우리가 일본 시장에 좀 더 잘 어울리지 않으냐는 생각도 있었고, 유럽이나 미주 지역 투어에 비해 비행기 값이나 체류비 등, 비용적 부담이 적었던 것도 이유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중 VAP라는 회사가 우리에게 관심을 가졌고 계약까지 이어졌다. (섬머소닉 페스티벌: 도쿄와 오사카에서 양일간 열리는 일본의 페스티벌)
LE: 일본의 펑크(Punk) 씬은 로컬 밴드가 전국 투어를 돌며 생계 유지가 가능한 정도란 이야기를 들었었다. 디스코/훵크도 그만한 씬이 존재하나?
생각보다 인기는 떨어지지만, 존재는 할 거다. 오히려 캐러비안 뮤직(Caribbean Music)이나 레게(Reggae) 같은 월드 뮤직(World Music)이 강하다. 과거에 너무 유행해서인지 사람들이 훵크/디스코에는 이미 질린 것 같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도 록/펑크(Punk) 씬 쪽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LE: 회사 역시 그런 방향을 잡고 있는가?
그렇다. 맥시멈 더 호르몬(Maximum The Hormone)이 있는 회사다. 맥시멈 더 호르몬도 우리와 장르는 다르지만, 비주얼이나 퍼포먼스 등 음악 외적인 부분에 많은 에너지를 쓰는 부분에서는 비슷하다. 그래서 VAP 측에서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는 거고. (맥시멈 더 호르몬: 일본의 라우드락 밴드)
LE: 홍대 인디 씬에도 굉장히 오래 있었다. 과거와 현재의 홍대 인디 씬은 어떻게 다른가?
고립되어 가는 듯하다. 근데 이건 필연적이다. 개인이나 세상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시대가 변했다. 사실 나도 홍대 인디 씬에 있었을 뿐이다. 사실 내가 있어야 할 씬은 알앤비 씬인데 구체적인 씬이 없다. 지금도 없다. 추가적인 씬을 만들어야 한다. 힙합이랑도 친하고 알앤비랑도 친하면서 우리랑도 어울릴 수 있는 그런 씬.
♬ 나잠 수 - 울어요 그대
E: 솔로 나잠 수의 이름을 처음 본 곡은 "울어요 그대”였다. [이것은 1인용 음악입니다] 컴필레이션이었는데. 솔로 아티스트를 시작한 계기도 궁금하다.
"울어요 그대”를 준비하고 있던 건 아니다. 물론 뉴웨이브 사운드에 관심은 많았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1집이 나오기 전년도에 나와 지가 함께 나잠 앤 지라는 뉴웨이브 밴드를 결성했었다. 말도 안 되는 노래를 두 개 만들고 해체했다. 노래가 너무 구렸다. 그때 만들었던 노래가 "김치맨"인데 알앤비나 훵크보단 팝 메탈이나 헤비메탈 같은 80년대 록음악이다. 비슷한 시기에 이음이라는 회사가 솔로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는데, 나에게 하고 싶은 거 없냐고 물었다. “김치맨”은 듣자마자 끌 트랙이라고 생각해서 “울어요 그대”를 급하게 만들었다. 예전에 만들어 놓았던 짧은 리프와 멜로디, '울어요 그대'란 가사만 가지고 일주일 만에 완성했다. 비디오도 급하게 찍었다. 내가 키보드 치는 장면만 찍으면 된다고 해서 '조금만 나오겠다.'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내가 엄청 많이 나오더라(웃음). "울어요 그대"가 솔로로써 이름이 처음 나가긴 했는데. 사실 솔로 작업을 처음 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탱탱볼” 때였다.
LE: "탱탱볼"이 김간지와 함께 하던 팀에서 만든 곡이라고 인터뷰에서 보았는데.
그 팀은 출발점이 EDM이었다. 일렉트로 훵크나 일렉트로 하우스를 해야겠단 생각으로 만들었다. 이거랑은 상관없이 2013년도 말에서 2014년도 초에 솔로 활동을 생각했다. 당시 <아이즈> 인터뷰에서 보면 “제가 술탄에서 새로운 다음 단계를 생각 중입니다. 근데 그거는 솔로로 가져갈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신디사이저가 더 들어간 노래를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다음 앨범에 하면 재밌겠다 싶었는데, 밴드의 사운드가 중구난방이 될 것 같아서 솔로를 구상했다. 이를 처음 시도한 게 "들러리 Remix"다.
LE: [Till The Sun Goes Up]은 80년대 알앤비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미네아폴리스 사운드(Minneapolis Sound) 쪽 계열의 명확한 레퍼런스가 보인다.
맞다. 완전히 미네아폴리스라 볼 수는 없지만, 주변 곁다리로 파생되어 오가는 뮤지션들의 노래들. 유튜브 틀어놓고 그러면 자동으로 재생되는 노래들을 생각하면 편하다.
LE: 재밌는 점은 술탄 오브 더 디스코에서 70년대 사운드를, “웨ㅔㅔㅔㅔ”에서는 뉴웨이브 사운드를 구현했다. 솔로에서는 80년대의 알앤비였고.
“웨ㅔㅔㅔㅔ”가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다음 단계를 시도했다가 원래대로 복귀한 곡이다. 릭 제임스(Rick James)가 레퍼런스였다. 릭 제임스를 들어 보면 70년대 사운드보단 좀 더 굵직굵직한 라인의 팝이다. 그런 걸 하려 했는데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사운드에 혼란이 생길까봐 옛날로 돌아갔다. 나잠 수 솔로로는 가능하다. 솔로에서는 드럼머신을 쓸 수 있으니까 김간지가 필요 없다. (전원 웃음)
LE: 디스코그래피가 시대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게 재미있었다.
나도 좀 재밌다고 생각했다. 의도한 건 전혀 아니었다. (웃음) 취향 따라 노래도 그때그때 만드는데, 내가 듣는 음악이 시대순으로 상승했던 거 같다.
LE: 90년대의 음악도 볼 수 있을까?
주시하고 있다. 왜냐면 [Till The Sun Goes Up]에서 이미 80년대 후반까지 와버렸기 때문에. (전원 웃음) 여기에 뉴잭스윙 소스가 섞이고 좀 더 쌈마이톤이 들어가면 90년대 음악인데 갈지 말지는 고민 중이다.
LE: 80년대 음악 특징 중 하나가 신디사이저의 도입, 댄서블한 드럼 등이다. 이 점이 이번 앨범에 잘 구현됐는데 구체적으로 앨범에 담고 싶었던 사운드가 있나?
처음에는 비브라토가 세게 들어가는 폴리포닉 패드였다. 대한민국에서 유행할 사운드라고 확신했는데 아니더라. 다른 방향을 찾다가 블루스나 컨트리 느낌을 댄스 음악에 접목하면 괜찮겠다 싶어서 만든 곡이 “Pink Lips”다. "ZomB-boy”도 마찬가지로 블루스에 기반을 둔 노래인데 대중성은 생각보다 떨어졌다. 또, 한국에서 사용이 별로 안 된 화성들, 80년대 분위기가 따로 있다. S.O.S 밴드나 셰럴(Cherrelle), 알렉산더 오닐(Alexander O’Neal) 같은 사람들 노래 들으면 Sus4 코드나 Sus4가 포함된 분수 코드의 느낌이 꽤 짙다. 이런 분위기를 많이 넣었다. 폴리포닉 신디사이저: 신디사이저의 일종. 다중 발음이 가능한 신디사이저를 의미한다)
LE: 화성에 관해 좀 더 이야기해달라
예전에는 마이너한 재즈 느낌이 강했다면, 80년대에는 클래식한 화성들이 많이 쓰였다. 자넷 잭슨(Janet Jackson)도 그렇고 들어보면 바로크 같은 쉬운 느낌이지만, 다른 시대에는 많이 안 쓰인 화성이다. 아, 록 음악에는 예전부터 있었다. 프로그레시브 록이나 아트 록에서는 종종 들을 수 있던 무드였는데, 80년대부터 흑인음악에서도 사용됐다. 그런 무드를 이것저것 섞어서 만든 앨범이다.
IMG_5399.jpg
코믹한 이미지는 이제 신경 안 쓴다. 이미지와 상관없이 음악을 잘 들어줄 사람은 잘 들어주고, 알아줄 사람은 알아준다고 생각한다.
LE: 신디사이저 이야기가 나와서인데, "신디사이저의 등장으로 기존 70년대 흑인 음악이 망했다"고 말 한 적 있다. 이 부분에 관해 설명해줄 수 있나?
70년대 댄스 음악의 주류는 디스코였다. 백인들이 천박한 문화라고 무시했지만, 많은 이가 듣는 음악도 디스코였다. 비지스(Bee Gees)가 디스코 밴드가 아님에도 디스코를 했고, 많은 백인 뮤지션이 디스코 음악을 하던 시절이다.
LE: 당시 ‘백인들이 디스코 음악을 빼앗아 간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인종차별적 발언인진 모르겠지만, 흑인들의 스타일을 백인들이 절대 따라 할 순 없었다. 그래서 흑인 세션을 고용해 음악을 만들었다. 흑인 세션으로 흑인의 스타일을 담고, 곡은 백인이 쓴 식이다. 진짜로 백인들은 흑인들보다 노래를 잘 썼다.
LE: 유럽 쪽에서 들어온 뉴웨이브 사운드도 비슷한 맥락이겠다.
80년대 들어서며 영국에서 뉴오더(New Order)나 휴먼 리그(Human League) 등 뉴웨이브-신스팝 밴드가 히트하며 디스코가 설 땅이 없어지고, 백인 음악인 뉴웨이브가 디스코를 대체했다. 헤비메탈들도 엄청 커졌다. 디스코 밴드들은 살기 위해 변절했다.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도 음악색이 변한 후 히트친 만큼이나 욕도 많이 먹었다더라. 그런 밴드가 되게 싫었다. 73년도에 낸 노래랑 85년도에 낸 노래를 들어보면 12년 사이 완전 다른 음악을 한다. "Cherish”랑 "Jungle Boogie”를 놓고 보면 전혀 다른 노래다. “Cherish”는 힙합에서 샘플링을 안 하지 않나. (모두 웃음)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도 유행 따라 자기가 원래 잘하던 거 다 버리면서 80년대 이후로 반향이 없었다.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는 80년대 사운드를 잘 이용했지만, 화성의 무드 자체가 어려운 걸 다 포기하고 쉬운 화성만 썼다. 전 국민이 아는 “I Just Call To Say I Love You"도 들어보면 엄청 쉬운 곡이다. “Part-Time Lover”도 노래만 스티비 원더고 이게 락인지 흑인음악인지 알 수 없다. 80년대는 그렇게 다들 변절하는 시기였다. 그래서 망했다는 표현을 썼다. 그 와중에 빛이 나게 살아남은 소수, 대표적으로 프린스(Prince)가 있었다. 프린스는 온갖 장르를 다 교합해가지고 자기만의 소리를 들려주었고, 지미 잼 앤 테리 루이스(Jimmy Jam & Terry Lewis)와 더 타임(The Time)을 비롯한 수많은 뮤지션들과 함께 같은 프린스 사단의 사운드들을 파생시켰다.
LE: 미네아폴리스 사운드를 만들어 냈으니 말이다
맞다. 근데 미네아폴리스 사운드가 곧 프린스 음악은 아니다. 프린스는 프린스대로 독자적이다.
LE: 더 타임이 좀 더 미네아폴리스 사운드에 가까운 음악을 구현했다
그렇다. 더 타임이 사실 미네아폴리스 사운드의 첫 획이다. 더 타임에 완전 꽂혀서 '이거는 내가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777-9311”을 들어보면 32비트로 하이햇을 쪼개면서 폴라포닉 신디사이저가 확 들어간다.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의 훵크와 가까운데, 그걸 뉴웨이브 사운드로 꽉 채운다. 너무 좋은 음악이다. 잼 앤 테리 루이스도 더 타임 소속이었고, 거기서 셰럴이나 알렉산더 오닐도 파생되어 나왔다. 프린스는 그 와중에 여러 가수의 곡을 프로듀싱하면서 독자적인 사운드를 만들었다. 이런 것도 뭉뚱그려서 앨범에 담고 싶었다. 오타쿠처럼 하나를 파진 못했다.
LE: 빅웨이브스의 멤버들에 대해서도 소개해달라.
고정 멤버는 나와 투 톤 라이노(Twoton Rhino), 김지인이다. 드러머는 세션으로 대체한다.
LE: 앨범 제작 과정에서 투 톤 라이노의 활약이 두드러지는데, 그 외에 앨범에 참여한 이가 있나?
리믹스로 참여한 로보토미(LOBOTOME), 신세하(Xin Seha), 넉살 외에는 없다.
LE: "Till The Sun Goes Up"에 참여한 코러스는 누구인가? 정보가 없던데.
비밀이다. 사정상 이름을 수록할 수 없었다. (웃음)
LE: 앨범 제작 과정은 어땠나?
혼자 만든 음악이 반, 투 톤 라이노와 함께 만든 음악 반이다. 내가 처음부터 만든 음악에는 투 톤 라이노가 기타 연주를 했다. 나머지는 투 톤 라이노가 리프나 곡을 가져오면 내가 맘대로 바꾸는 식이었다. 투 톤 라이노가 싫어한 경우도 있지만, 내 노래니까 하고 싶은 대로 했다. "사이버가수 아담", "아무 말", "왜때문에"가 혼자 만든 곡이다. "Till The Sun Goes Up"은 메인 리프를 투 톤 라이노가 만들었는데, 구리다고 했는데도, 파워가 너무 좋아서 꼭 살리고 싶었다. "Pink Lips"도 투 톤 라이노가 소울/알앤비 스타일로 써온 곡이었는데, 뒤를 전부 자르고 블루스로 편곡했다.
LE: 다른 곡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Pink Lips”랑 "ZomB-boy”는 앨범 기획하면서 처음 만든 노래다. "Til The Sun Goes Up”은 투 톤 라이노가 만든 리프가 너무 좋아서 "이건 살려야 한다"고 킵해놓은 곡이었다. 멜로디랑 전체적인 구성이 계속 허접스럽게 나와서 접어두다가 후반부에 겨우 멜로디를 억지로 짜냈다.
LE: 프린스 같은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는데, 확실히 "Pink Lips”는 보컬이나 가사 면에서 프린스의 영향이 짙다
그렇다. 프린스처럼 되고 싶다. 한국에서 프린스를 표방하고 나왔던 음악을 별로 못 들어봤던 거 같다. 록 밴드 중에서는 프린스를 좋아한다는 사람이 꽤 있었던 걸 보면 록 음악에는 영향을 준 거 같긴 한데, 프린스가 한 장르만 다룬 아티스트는 아니지 않나. 내가 하려고 했던 건 프린스 중에서도 “1999”나 “Kiss”였다.
LE: 한편으로 “불꽃”, “아무 말”에서는 뉴웨이브나 어덜트 컨템포러리의 분위기를 느꼈다. 두 곡은 앨범의 완급 조절을 담당하는 곡이기도 하다.
발라드는 무조건 있어야 했다. 발라드가 없으면 팝 음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형식을 슬로우 잼으로 갈지 뉴웨이브로 갈지 고민했다. “불꽃”은 슬로우 잼에 가깝고 “아무 말”은 뉴웨이브 발라드에 가깝다. "불꽃”은 공동 프로듀서인 투 톤 라이노가 작, 편곡했다. 나는 여기에 뭘 넣었으면 좋겠단 정도와 사운드만 바꾸고, 나머지는 투 톤 라이노가 했다. “아무 말”은 발라드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피아노를 치며 작곡했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행사 대기실 방에 피아노가 있었다. 거기서 녹음기를 꽂아놓고 흥얼거리면서 머릿속에 그려놨던 이미지를 한 시간동안 녹음해서 만든 곡이 "아무 말"이다.
IMG_5846.jpg
LE: [Till The Sun Goes Up]은 분위기의 진행이 확실한 앨범이다. 공연 셋 리스트를 짤 때도 이런 흐름을 중요시하나?
초반에는 앨범과 같은 분위기로 가는 게 중요했다. 길게 한 공연이 이번이 처음이라 확실하게 말하긴 어렵다.
LE: 앨범의 제목이나 가사를 보면 인터넷 유머가 많다.
얼마나 곡에 쓸 재료가 없으면 그렇겠나. 하하. 생각보다 가사를 신경 안 쓴다. 심지어 노래를 들을 때도 가사를 잘 안 듣는다. "아무 말"이나 "왜 때문에"는 정말 인터넷에서 쓰는 말이다. '아무말'은 제목만 적어놓고 이별의 무드를 생각했다. 사람들 반응이 되게 좋은 걸 보고 타이틀 곡으로 쓸 걸 싶더라.
LE: 가사를 쓸 때 제목을 정해놓고 출발하나?
대부분 그렇다. 물론 좋은 구절이 생각나면 거기에 맞춰서 제목을 쓰기도 한다. "캐러밴"은 제목 없이 '사막을 지나간다'는 말로 출발했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노래 중 노래 제목이 가사에 안 나오는 유일한 곡이다. 제목을 정하지 않으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할 수가 없다. 하고 싶은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서, 래퍼는 죽어도 못 할 거 같다. 내가 피지컬이 비와이(BeWhy)처럼 뛰어났어도 래퍼를 못 했을 거다. 할 말이 없어서.
LE: 한국어든 영어든 운율감 자체가 매우 돋보이는 것도 특징이었다.
한국 노래든 외국 노래든 어감이 1번이다. 노래를 만들 때도 입에서 나온 소리에서 시작한 곡이 제일 좋다. "탱탱볼"도 길 가다가 '탱탱볼 괜찮은데?' 하다가 나왔고, "왜 때문에"도 문장을 반복해서 말하다 재밌어서 나온 곡이다. "Max Love"는 과격한 이름을 짓고 싶은 거에서 시작했다. 'Love'도 'Max'도 다 뻔한데, 둘을 붙이면 뻔함과 뻔함이 더해져서 안 뻔하고 웃기겠다 싶어서 만들었다.
LE: "Max Love"에 관해 더 자세히 말해달라.
"Max Love"는 과격한 수식어 자체다. 사랑 이야기보다는 수식어를 쌓는 게 최우선 주제였다. 너무, 매우, 완전, 심각하게, 아주, 훨씬 같은 수식어를 계속해서 쌓았다. 또, 최근 힙합 음악 엔지니어링을 많이 하다 보니까 라임 맞추는 게 버릇이 됐다. 외국곡은 랩뿐 아니라 동요만 봐도 최소한의 라임이 있지 않나. 입으로 말했을 때 느껴지는 최소한의 라임이라도 맞췄다. "Till The Sun Goes Up"의 후반부 벌스를 랩 쓰듯이 썼다.
LE: 가사 쓰는 방식이 꽤 흥미롭다.
노랫말에 관한 고민이 자연스러워졌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때는 전혀 고민 없이 아무렇게나 썼는데, 지금은 조금 더 노래를 쓰는 과정이 생겼다. 또, 가사를 쓸 땐 한국어를 쓰려고 노력한다. 영어를 쓰는 경우는 마땅한 한국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쓴다. "Pink Lips"도 후렴 전체가 영어인데, 한국어가 전혀 안 떠올라서 그랬다.
LE: 지금껏 당신이 만든 곡은 래퍼 피처링이 딱 둘이다. 블랙넛(Black Nut)과 넉살. 공통점은 발음이 좋고 구성이 화려하다.
내가 랩을 보는 기준은 피지컬이 1번이다. 피지컬이 여러 종류가 있지만, 발성이 1번이고 다음이 발음이다. 목청, 입술, 혀. 세 번째가 플로우다. 플로우가 죽여주는 래퍼도 들으면 너무 좋지만, 그 위에 피지컬이 있다.
LE: “ZomB-boy"에서 넉살과의 호흡이 굉장히 좋았는데.
“ZomB-boy"는 끝에 가서야 겨우 완성됐다. 원래는 '넉살이 왜 들어가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답이 없었다. 하지만 넉살을 넣기로 처음부터 마음 먹었어서 계속 고민했다. 원래는 1, 2절과 후렴에 내 목소리가 들어가고 브릿지 파트랑 노래가 없는 댄스 타임까지 따로 있었다. 그다음에 잦아들다 넉살이 나오는 곡이었는데 다 잘라냈다. 후렴에서 주고받는 형식도 녹음하러 온 현장에서 당일에 짠 구성이다. 그것만으로도 넉살과 주고받는 좋은 노래가 됐다. 편집하길 정말 잘했다.
LE: 음악에 쓰는 에너지가 코믹한 이미지 탓에 덜 주목받는 것도 있는 듯하다.
이제는 신경 안 쓴다. 잘 들어줄 사람은 잘 들어준다. DC 트라이브(DC Tribe)에서 의외로 내 비디오가 인기가 좋았다. 왜 그런 곳에서 인기가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비디오에 댓글이 많이 달렸다. 거기 비디오 게시판 보면 1개, 3개, 핫한 래퍼여야 10개 달리는데 "사이버가수 아담"이 칭찬 댓글만 40개 달렸다. '알아줄 사람은 알아주겠지'라고 생각한다.
IMG_5829.jpg
노랫말에 관한 고민이 자연스러워졌다. 한국어를 쓰려고 노력한다. 영어를 쓰는 경우는 마땅한 한국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쓴다.
LE: 미네아폴리스 음악은 기반이 되는 악기가 따로 존재하는데, 앨범에 사용한 악기도 이야기해달라.
야마하 DX-7, TR-808, 오버하임 OB-8 등이 미네아폴리스 사운드의 기반이 되는 악기다. DX-7만 없다. 일렉트론 머신드럼이 있긴 한데 귀찮아서 "사이버가수 아담"에만 사용했다. CR-78, 오버하임, 옛날 롤랜드 드럼 머신은 샘플을 썼고, 베이스는 보이져를 썼다. 보이저를 쓴 이유는 잽 앤 로저(Zapp & Roger) 같은 부기 사운드를 만드는데에 무그 사운드가 필수적이다. 롤랜드나 오버하임으로는 조금 힘들다. 보이저가 비교적 깨끗하긴 하지만, 그 톤을 비슷하게 낸다. 제일 많이 쓴 악기는 롤랜드 주노-60이다. 80%가 쓰였다. 주노 홍보를 좀 해야겠다. 주노-60은 접근 가능한 싼 가격에서 가장 좋은 폴리 신디사이저 소리를 가지고 있다. 꼭 사야 한다. 상태 좋은 건 80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
LE: 공연 때는 어떤 장비를 사용하나.
롤랜드 사의 JX-8P를 쓴다. 장점은 고장이 안 난다. 프리셋도 많이 저장되고, 액정이 있어서 글씨를 보고 쓸 수 있다. 공연용은 프리셋을 만들어서 저장해놓으면 빠르게 할 수 있으니까. 단점은 너무 무겁다.
LE: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비주얼 요소가 강한 팀인데, 솔로 가수 나잠 수를 생각하며 그린 비주얼이 있었나?
부가 요소를 술탄 오브 더 디스코만큼 고민하진 못했지만, 자연스럽게 생길 거라 믿었다. 옷도 이상한 게 생기면 입었다. 팬이 준 옷도 있다. 해외 투어할 때 샀던 옷도 자주 입는다. “ZomB-boy" 뮤직비디오 찍을 땐 친구가 자랑하던 좋은 옷을 빌려서 찍었다. "Till The Sun Goes Up"을 같이 작업한 나인이스트(nineist)가 티셔츠를 찍자고 그래서 시험판을 뽑았다. 이것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LE: 7~80년대 알앤비 아티스트들은 제리컬 헤어스타일이라 불리는 뽀글거리는 머리를 했는데, 당신은 리젠트를 선택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Max Love" 뮤직비디오 찍을 때 머리를 바꿔야겠단 생각을 했다. 비디오에서 머리가 후줄근하면 정말 멋이 없더라. 실제로 봤을 때 특이해야 비디오에서 봤을 때 눈에 띈다. “ZomB-boy” 뮤직비디오 찍을 땐 스타일링까지 받았다. 제리컬 헤어스타일을 하고 싶었는데 머리가 이미 많이 상해서 리젠트로 합의를 보았다. 염색도 대학교 1학년 때 이후로 두 번째인데 해보니까 잘 어울리더라. 앞으로 술탄 오브 더 디스코 할 때도 계속 적용될 것 같다.
LE: “ZomB-boy" 뮤직비디오 얘기가 나온 김에, 호러풍 뮤비에 댄서를 쓴 점에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Thriller"가 떠올랐다.
완전 "Thriller"는 아니고, 인도 버전 "Thriller"를 참고했다. 콘셉트는 영상 프로덕션인 GDW가 하자는 대로 갔다. 창작 에너지를 쓰는 건 "사이버가수 아담"때 너무 힘들어서 더 안 하고 싶었다. GDW와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몇 년 전부터 함께 해보자고 했는데 그 사이에 GDW가 엄청 커져 있더라. 레드 벨벳(Red Velvet), YG 쪽, 혁오 등등… 나 찍기 직전에 크러쉬(Crush)를찍었었다. 친분으로 찍었다. 그래도 돈이 많이 들었다. 이번 앨범을 자비 제작했는데, "사이버가수 아담" 찍을 때도 문바라는 미술가와 콜라보로 했는데 재료비가 많이 들었다. 거기에 촬영을 4회차 하다 보니, 장비 대여비도 쌓이고, 장소 대여비도 그렇고 전체적인 프로덕션 비가 꽤 들었다. 곡비도 따로 챙겨주니 잔고가 거덜이 났다.
LE: “ZomB-boy"에 참여한 애니메이션 크루(Animation Crew)도 소개해달라.
"ZomB-boy"는 처음부터 좀비가 비보잉을 추는 형태를 기획했다. 내 친구 중 한 명이 비보이 쪽 행사/이벤트/대회 기획자가 있어서 부탁했더니, 애니메이션 크루를 소개해줬다. 애니메이션 크루는 <아메리카 갓 탤런트(America's Got Talent)>에서 인상 깊은 퍼포먼스를 보여준 크루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와 비슷하게 한국보다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다. "ZomB-Boy"를 기획한 후부터 해외를 한 세 번 갔다더라. 여기에 걸스 힙합 추는 어썸 크루(Awesome Crew)와 파워 무브 추는 엠비 크루(M.B. Crew)가 함께 했다. 혹사를 한 게 아닌가 하는 맘이 있다. 춤만 추는 줄 알고 다들 오셨는데 대부분 연기에 참여해서… 미안한 맘이 있다.
♬ 나잠 수 - ZomB-Boy
LE: "사이버가수 아담"은 본인이 디렉팅 대부분을 맡은 건가?
처음엔 나 혼자 시작했다가, 도저히 혼자 못 할 거 같아서 연출하는 친구를 불렀다. 연출, 촬영, 편집 전부 공동으로 했다. 나는 파이널 컷으로 편집하고, 친구가 뒤에서 계속 이야기를 해줬다. 그 친구 덕분에 깔끔한 느낌이 나올 수 있었다.
LE: 80년대 MTV 뮤직비디오 같은 느낌이 강했다.
카메라가 고급 카메라가 아닌 이상 그런 느낌으로 문지르는 수밖에 없다. 물론 MTV의 무드를 내고 싶었다. VHS의 특징인 색 번짐을 아주 미묘하게 담고 싶었다. FHD로 보면 그런 효과가 잘 드러난다.
LE: 나인이스트와 함께 한 "Till The Sun Goes Up"은 또 90년대 게임 느낌이 강했다. 나인이스트에 관한 소개와 뮤직비디오 이야기를 부탁한다
나인이스트를 오래 전부터 예의주시하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VJ로 섭외 요청을 했었다. 처음에는 "ZomB-Boy"의 뮤직비디오만 찍으려고 했는데, 돈 쓰는 김에 더 찍잔 맘으로 나인이스트에게 연락했다. 나인이스트가 90년대 게임 콘셉트를 제안했고, 동갑내기끼리 공감하는 게 있어서 처음부터 구체적인 콘셉트가 잡혔다. 원래는 내가 안 나오고 컴퓨터 그래픽만 사용할 예정이었다. 근데 비디오 그래픽으로 끝까지 가기엔 무리가 있어서 내가 촬영분을 보내줬다.
LE: 앨범 전체를 보면 로보토미, 신세하, 박수환, GDW, 김기조, 나인이스트 등, 다양한 사람이 모였다. 씬의 사람들이 모인 컴필레이션 앨범 같은 느낌이다.
평소 같이 하자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하고만 한 거다. (웃음) 원래는 JU도 리믹스로 참여할 예정이었는데, 결과적으로 함께 못하게 되어서 아쉬웠다. 내 노래가 너무 늦게 완성된 탓도 있다. 작업할 시간을 많이 못 드렸다. 래퍼 피처링도 더 받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었다. 내 목소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래퍼가 오디(Odee)라고 생각해서 재밌겠단 생각을 했지만, 여유가 없었다.
LE: 힙합엘이의 한 스태프는 당신을 믹싱 엔지니어로 기억한다. 시작은 붕가붕가 레코드의 모든 걸 전담했던 거였다 들었는데.
맞다. 당시에는 인디 밴드 앨범을 많이 했다. 처음 믹싱은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였다. 당시 내가 나름 비싼 마이크를 가지고 있었는데, 붕가붕가 레코드의 곰사장이 "네 방에서 녹음해라"고 했다. 그래서 내 싸구려 오디오 카드와 마이크로 녹음을 했다. 돈을 인세로 받았는데 오만 몇천 장이 팔렸다. 원래는 음악이 그냥 재밌는 거였는데, 그때 음악을 직업으로 삼자고 생각했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웃음)
LE: 아무래도 처음엔 고생을 좀 했을 거 같다.
별로 없었다. 내 귀에 좋게 들리면 되는 거니깐. 2007년쯤에 가요/힙합 프로듀싱하는 팀에 잠깐 있으면서 시퀀서 쓰는 법, 녹음 테이크 정리하는 법 등을 어깨너머로 많이 배웠었다.
LE: 믹싱은 어떤 식으로 하나?
아날로그와 디지털 양쪽을 사용하지만, 기본적으로 콘솔을 사용한다. 빈티지 아날로그 믹서로 28채널 뽑아서 믹스하고, 아날로그 컴프 거쳐서 다시 녹음 받는 식이다. UAD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워낙 좋아서, UAD랑 최신 플러그인으로만 해결한다. 플러그인이랑 컴퓨터는 최신, 나머지 장비들은 다 빈티지다. 플러그인도 검증된 거만 사용한다. 파이오니어 스타일은 아니다. 과거 토니 마세라티(Tony Maserati)와 작업했을 때도 많이 배웠다. 믹싱 스킬을 가르쳐줘줬다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정리하는지를 배웠다.
LE: ”SQ"를 기점으로 해상도가 급격히 높아진 느낌이다. 무슨 차이가 있었나?
특별한 건 아니고… AD 컨버터를 바꿨다. (웃음) 소프트웨어로 할 때는 마스터링만 하면 사운드가 망가졌는데 비싼 컨버터로 바꾼 후 하드웨어 마스터링을 시작했다. 이후로는 마스터링 프로세스 처음부터 걸고, 다이나믹이 파괴된 상태에서 믹스를 한다. 어떤 이는 큰 음향의 마스터링이 음악을 망친다는데, 피해갈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한다. 좋은 걸 뽑아주면 어쨌든 클라이언트는 좋아한다.
LE: [Till The Sun Goes Up]도 직접 믹싱, 마스터링을 했는데, 가장 어려웠던 건 무엇이었나?
타이틀곡 두 개가 어려웠다. 참고 음반 없이 '이 밸런스면 되겠지'란 생각으로 믹스를 했는데 마스터링 할 때 볼빨간사춘기의 음악을 들으니 내 음악에 비해 소리가 엄청 컸다. 그 정도의 소리 크기는 보컬이 크고, 스테레오가 넓고, 드럼이 좀 작은 상태에서만 가능한 밸런스인데, 결국 내 음악도 그 밸런스에 맞춰서 믹싱했다. 그렇다보니 소리가 가요처럼 됐다. 후회되고 아쉽더라.
LE: 현대의 믹싱 흐름은 미니멀리즘한 편곡이다. 특히 소울의 현대적 재해석은 미니멀리즘과 합쳐져 최소한의 악기만을 사용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번 앨범도 이런 느낌이 매우 강하다
투 톤 라이노도 항상 그 부분을 이야기한다. 쓸데없이 복잡하지 않고, 심플한 라인이란 게 느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많이 덜어냈는데 잘 되었는진 모르겠다. (웃음)
LE: 이번 앨범은 보컬이 뒤로 빠져있고, 퍼져있는 느낌도 있었다. 필리 소울의 영향으로 생각되는데.
특정 장르를 생각하진 않는다. 현대의 디지털 음원 환경에서 믹스는 한 가지 방향밖에 없다. 음향을 크게 하기 위해 보컬이 크고, 사람 귀에 크게 들어오는 악기를 크게 만들어야 한다. “ZomB-boy”와 “Till The Sun Goes Up”도 그렇게 작업했다. “사이버가수 아담”은 보컬은 좀 뒤에 있고, “왜 때문에”도 보컬을 뒤에 둬서 비트를 강조했다. 사실 “ZomB-boy”는 좀 아쉽다. 비트가 조금 더 강조되었어야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남의 거 믹스하는 거보다 내 것을 조금 대충했다.
IMG_5609.jpg
다양한 뮤지션과 함께, 혼자 할 수 없는 걸 해보고 싶다. 앨범을 냈지만, 애착을 버리고 새로운 걸 하고 싶다.
LE: 과거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전업 뮤지션으로의 삶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믹싱 엔지니어와 음악가, 전업 뮤지션의 삶을 사는 듯한데.
사실 엔지니어는 기술자에 가깝다. 나한테 창작보다는 기술자가 편하고 더 맞는 것 같다. 창작은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엔지니어는 기계적으로 할 수 있다.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대로 맞춰줄 수 있고 하기 싫단 생각도 잘 안 든다. 그래서 작년 한 해 동안 많은 작업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스톤쉽에서 나온 다수의 앨범과 장기하와 얼굴들 등 정규 앨범만 7개 이상을 했다.
LE: 스톤쉽에서 나온 앨범을 많이 한 거 같다. 전담인가?
데이즈 얼라이브(Daze Alive)와 VMC를 포함한 많은 앨범이 스톤쉽을 통해서 나와서 그런 듯하다. 보통은 제작사가 믹싱을 부탁하는 게 아니라 아티스트가 맡긴다. VMC는 오디꺼만 못 해줬다. 그때가 내 앨범을 해야 할 때라(웃음). 미안하지만, 오디 앨범도 잘 나와서 다행이다 싶었다. 던밀스(Don Mills)랑 딥플로우(Deepflow) 싱글도 믹싱 중이고, 오버클래스(Overclass) 컴필레이션 앨범도 내가 맡았다. 지금은 어시스트를 쓴다. 그래야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
LE: 한편으로 서두에 언급한 벨로주에서 한 단독 공연의 사운드가 매우 좋았다. 엔지니어로 신경을 많이 쓴 건가?
사운드가 좋았다니 정말 다행이다. 신경을 쓴 건 아니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할 때는 내가 무선 마이크를 가지고 있으므로 뒤에 나와서 사운드 체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솔로 공연은 키보드와 유선 마이크를 쓰기 때문에 체크가 불가능하다. 공연 때는 클라이언트의 마음으로 악기 잘 들리고, 시원하고, 크면 된다는 마음가짐이다. 내가 선택한 엔지니어인데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월권이다. 나도 엔지니어다 보니 공연 엔지니어의 마음을 안다. 그래서 전부 맡긴다.
LE: 라이브 엔지니어링은 따로 하는 편은 아닌가 보다.
가끔 하긴 한다. 저번에 스쿠비 두(Scoobie Do)가 공연했을 때 내가 엔지니어를 맡았다. 그때는 그냥 신나고 큰 빵빵한 사운드로 사람들 귀를 다 멀게 만들었다(웃음).
LE: 믹싱 엔지니어 나잠 수가 지향하는 지점은 어디인가?
좋아야 한다. 악기 해상도 같은 구체적인 문제는 아니다. 힙합이면 비트가 좋고, 랩이 잘 들려야 한다. 댄스 음악이면 춤추기 좋아야 하고, 보컬 음악이면 보컬이 잘 들려야 한다. 빈티지한 무드나 어떤 스타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잘 들리는 게 첫 번째, 팝 믹스에 밀리지 않겠다는 게 두 번째다.
LE: 나잠 수와 프린스는 비슷한 면이 있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와 빅웨이브즈라는 밴드를 하고 있는 게 뉴 파워 제네레이션(New Power Generation)과 더 타임을 연상케 하는데,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두 밴드가 서로 경쟁하는 모습들을 기대해도 될까?
일단 더 잘나가야 하지 않을까. (웃음)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인기가 있긴 있다.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갔을 때 우리가 예전에 입었던 옷을 입고 온 팬이 있더라. 끝나고 런던에서 공연을 한 번 더 했는데, 그사이 새로 바꾼 걸 업데이트해서 온 사람들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해외 이주 하고 싶단 생각도 드는데, 한국에서 해놓은 게 아까워서 그러지도 못한다.
LE: 최종적으로 목표하는 음악적 지향점은 무엇인가?
아직은 모르겠다. 음악만 보면 지금도 꽤 목표로 한 삶을 살고 있다. 음악만으로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벌고, 음악가와 믹싱 엔지니어로의 위상도 나름 생겼다. 망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게 목표다. 그 외에는 음악 말고 다른 거를 하고 싶다. 뭔가에 쉽게 질리는 스타일인데 어쩌다 보니 음악을 오래 했다. 정말 잘하게 되면 음악을 때려치울텐데 음악이 어렵다. 음악을 잘 하는 때가 오면 영화나 그림, 졸업 등 여러 가지 멈추지 않고 학생 같은 삶을 살고 싶다.
LE: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다양한 뮤지션과 함께 하면서 혼자 할 수 없는 걸 해보고 싶다. 물론 할 게 너무 많은 게 문제다. 그런 와중에도 1집 내고 나니까 싱글을 내고 싶다. 대중적인 프로모션이 1집에서는 너무 없다보니, 점점 관계자만 좋아하는 음반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관계자는 대중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니 고마운 일이다. 그래도 가만히 있으면 묻히겠단 생각이 든다. 애착을 버리고 새로운 걸 해야겠단 생각이다.
♬ 나잠 수 - 사이버가수 아담
관련링크
Childish Gambino(차일디시 감비노)와 70년대 Funk
힙합엘이 선정, 1980년대 해외 알앤비 명반 100선 #1 (1 ~ 50)
힙합엘이 선정, 1980년대 해외 알앤비 명반 100선 #2 (51~100)
Prince(프린스)로 알아보는 미네아폴리스 사운드 이야기
글, 인터뷰 | 심은보(GDB), Geda 사진 | ATO
5
추천
목록 스크랩신고
댓글 6
도넛맨1.17 19:27
재밌네요 프린스 얘기도 나오고
추천 댓글
내일부터1.17 23:04
인터뷰가 너무 유익해서 읽기만 하는데도 배우는게 많네요
추천 댓글
title: [로고] Odd FutureASAP BRIGHT1.19 10:55
좀비보이가 이분 곡이였구나 ㅋㅋㅋㅋㅋ 노래너무좋아요
추천 댓글
title: 2Pac - All Eyez on MeFreeFromSeoul1.19 12:52
인도버전 스릴러라면 '꼴린말'인듯... 이 댓글 보시는 분들 유투브에 꼴린말 쳐서 보세요. 최고입니다
추천 댓글
title: Frank Ocean - Blonde불어론뚜레쥬르1.27 11:28
멋지네요ㄷ
추천 댓글
title: Lil Uzi VertUnFazed12.17 01:21
요즘 이 형 때문에 살아가는 듯 ㅋㅋ 엘이 인터뷰도 있었네요
via https://hiphople.com/interview/90628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