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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인터뷰 Obi – 랩퍼에서 프로듀서 & ‘The Anecdote’에 이르기까지

한국힙합위키

Obi – 랩퍼에서 프로듀서 & ‘The Anecdote’에 이르기까지 리드머 작성 | 2016-09-01 03:34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50 | 스크랩스크랩 | 41,021 View


인터뷰, 글: 강일권

사진: 이충희



비단 힙합 씬뿐만 아니라 2015년 한국대중음악계 최고의 앨범 중 한 장은 이센스(E Sens)의 [The Anecdote]였다. 그리고 이 앨범이 음악적으로 극찬을 받은 배경엔 이센스의 탁월한 랩과 더불어 총 프로듀싱을 맡은 오비(Obi/Daniel "Obi" Klein)의 밀도 있는 프로덕션이 있었다.

작년 6월, 우린 이센스의 수감 탓에 발매 시기가 불투명해진 [The Anecdote]에 관해 파헤쳐보는 특집 기사를 위해 오비와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당시 기사에선 '에넥도트'의 음악적인 측면에 관한 내용만 짧게 공개했는데, 사실 오비의 커리어가 나름 흥미롭다.


그런 의미에서 며칠 전이었던 [The Anecdote]의 발매 1주년(8월 27일)을 기념하며, 그때 미처 공개하지 않은 오비의 인터뷰 전문을 공개한다.





리드머(이하 ‘리’): 반갑다. 우선 음악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묻고 싶다. 프로덕션 팀인 디케이(Deekay)의 일원으로 알려지기 전에 솔로 활동을 했던 걸로 아는데.


Obi: 그렇다. 원래는 1990년에 랩퍼로 데뷔했었다. 당시 소울샥(Soulshock)과 함께 프로듀싱 팀을 하던 컷파더(Cutfather)가 날 소울샥에게 소개해줬는데… 혹시 소울샥을 알고 있나?


리: 소울샥 앤 카를린(Soulshock & Karlin)의 그 소울샥 얘긴가?


Obi: 맞다! 그 소울샥이다!


리: 와, 매우 좋아했던 프로듀서다. 소울 파워 프로덕션(Soulpower Production)!


Obi: 맞다, 맞아. (웃음) 컷파더의 소개로 그들과 계약하고 데뷔 앨범 [I Am What I Am]을 발매했다. 그때 내 이름은 영 블러드(Young Blood)였다. 짧게 줄여서 와이비(YB)로 표기했었고. 그리고 이 앨범은 당시 덴마크의 그래미라 할 수 있는 덴마크 뮤직 어워즈(Danish Music Awards)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리: 당신이 소울샥 사단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데뷔 앨범으로 수상까지 했다는 사실에 두 번 놀랐다.


Obi: 난 당신이 소울샥과 소울 파워 프로덕션을 자세히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전원 웃음)


리: 소울샥이 프로듀싱한 곡뿐만 아니라 ‘Soulpower Remix’도 엄청 즐겨 들었다. 예를 들어 투팍(2Pac)의 “Me Against The World (Soulpower Remix)”라든지…


Obi: 예~! 그게 아마 1994년인가 ‘95년인가에 나왔을 거다. 그 비트 원래 내가 먼저 하려던 거였다. (발매가 무산된) 두 번째 앨범을 위해 준비한 거였는데, 여하튼 어느날 소울샥이 그러더라. “투팍이 리믹스로 쓰고 싶어한다고.”. 나야 흔쾌히 알겠다고 했지. (웃음)


리: 하하. 놀라운 일화다. 그런데 어떻게 프로듀서로 전향하게 되었나?


Obi: 사실 애초부터 랩보단 프로덕션에 더 흥미가 있었다. 그래서 랩 앨범을 작업할 당시에도 녹음이 완료되고 믹싱을 비롯한 후반 작업을 할 때 가지 않고 과정을 지켜봤다. 그들이 “오, 넌 이제 가봐도 돼.”라고 말하면, 난 “아니야, 너희 사운드 작업하는 거 좀 볼게.”라며, 버티고 있었지. (웃음) 이후 ‘90년대 후반에 내 스튜디오를 만들고 내공을 다지는 데 열중했다. BMW 같은 차를 사는 대신에 스튜디오와 장비를 마련한 거였지. (웃음)




리: 그럼 프로덕션 팀인 디케이(Deekay)의 일원으로 들어간 건 언제…?


Obi: 2002년이었다. 당시 같이 작업 중이던 기타리스트가 있었는데, 내 여동생과 연인 사이였다. 근데 그 친구가 디케이 쪽과 관계가 있었지. 그때까지 난 디케이에 대해 몰랐고. 그 친구가 소개해줘서 디케이 측과 만나게 됐는데, 그들은 힙합이 아니라 팝 쪽이었다. 그럼에도 작업을 해보니 화학작용이 좋더라. 그래서 몇 번 같이 작업했는데, 나중엔 정식으로 팀에 들어오지 않겠느냐고 제안해서 계약하고 일원이 되었다.


리: 디케이는 여러 장르를 다루지 않나?


Obi: 맞다. 디케이는 락 계열 1명, 팝 계열 2명, EDM 계열 1명, 그리고 어반(Urban) 계열 1명(‘Obi’ 본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리: 작업 방식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장르에 따라 각자 참여하는 식인지, 아니면, 한 곡을 두고 협업하는 식인지.


Obi: 2000년대 중반, 그러니까 블루(Blue), 미스틱(MIS-TEEQ), 르마(Lemar) 등의 곡을 작업할 땐 프로듀서가 다같이 한 프로젝트에 임하는 식이었다. 예를 들어 락을 맡은 프로듀서와 어반을 맡은 내가 한 팀이 되어 작업한다든지. 하지만 지금은 각자 특기를 살리는 쪽으로 바뀌었다. 락은 락 파트 프로듀서가 전담하고, 어반은 내가 담당하는 식으로. 왜냐하면, 2000년대 중반엔 보이 밴드들을 비롯해서 다양한 장르를 하려는 이들이 많았는데, 이젠 보다 장르 전문적으로 나아가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리: 디케이의 디스코그래피를 보면, 미국의 여러 유명 아티스트와 작업한 게 눈에 띄었다. 그들과 작업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


Obi: 우리는 예전부터 미국 음악 관계자들에게도 꾸준히 음악을 보내왔다. 그렇게 해서 연결되면 작업하는 거지. 일례로 당시 굿 뮤직(G.O.O.D Music) 소속이었던 컨시퀀스(Consequence/*필자 주: 그는 2011년에 레이블과 계약 해지했다.)와 뉴 키즈 온 더 블락(New Kids On The Block)의 앨범 [10] 작업도 그렇게 했던 거다. 디제이 클루(DJ Clue)와 작업도 그랬고. 이 외에도 미국 측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코펜하겐에서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리: 뉴 키즈 온 더 블락이라니… 힙합에 빠지기 전 즐겨 들었던 그룹이다. “Step By Step”, “Tonight” 등등…


Obi: 하하. 정말?


리: 그렇다. 당시 중학생이었는데…. (웃음)


Obi: 재미있는 사실이 뭐냐면, 그 곡들이 나오던 시기에 난 오로지 힙합이었다. 케이알에스 원(KRS-One) 같은 것만 들었지. (웃음) 힙합 외에 나머지는 다 싫어했다. (전원웃음) 하지만 이젠 여러 장르를 즐겨 듣고 하게 됐다.


리: 참, 메쏘드 맨(Method Man)의 이름도 눈에 띄었는데, 어떤 곡인지 찾을 수가 없더라.


Obi: 아, 그와 작업은 진행되다가 결국 무산되어서 그렇다. 우리 비트를 맘에 들어해서 작업하기로 했는데, 메쏘드 맨 측에서 어떤 이유에선지 작업을 미루다가 무산됐다.




리: 케이팝(KPOP) 앨범 크레딧에서도 당신의 이름을 볼 수 있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였나?


Obi: 케이팝 작업을 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지난 2012년에 덴마크에서 디케이 케이팝 캠프를 한 적 있다. 그땐 케이팝에 관해 아무 것도 몰랐다. 케이팝이 뭔지, 어떤 음악인지, 어떤 식으로 비즈니스를 하는지 등등… 그저 대한민국의 존재만 알고 있었고, 일단 참석하겠다고 한 거다. 당시 참석했던 SM 쪽에서 매우 긴 프리젠테이션을 했고, 끝으로 SM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를 틀어줬는데, “아, 이런 스타일이라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싶었다.


리: 어떤 아티스트였는지 기억하는지?


Obi: 슈퍼 주니어와 동방신기였다. 알앤비 스타일이더라. 그래서 바로 작업에 들어갔고, 그렇게 해서 나온 게 슈퍼 주니어의 6집 [Sexy, Free & Single]의 타이틀곡(“Sexy, Free & Single”)이었다. 이후, 2013년에 (SM으로부터) 초청받아서 한국에서 열린 캠프에 참여했고,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어 쭉 교류하게 됐다.


리: 이제 이센스(E Sens)의 앨범 [The Anecdote]에 관한 이야길 해보자. 지금까지 얘기 나눈 것처럼 시작은 힙합이었지만, 프로듀서가 된 이래로는 힙합보다 알앤비, 당신의 말에 따른다면, 어반 뮤직에 집중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들어본 [The Anecdote]의 곡들은 완연한 힙합, 그것도 꽤 전통적인 스타일이어서 흥미롭다. 가장 주력한 부분이 무엇인가?


Obi: 힙합으로 시작했지만, 언제부턴가 알앤비 음악을 만드는 쪽으로 가게 됐다. 그런데 기현(BANA 대표)으로부터 이센스의 앨범 작업 제안을 받고 다시 힙합에 집중하게 된 거다. 다만, 처음부터 ‘90년대를 생각한 건 아니었다. 작업을 결정한 후, 이센스를 만나기 전에 시험적으로 3곡을 만들어서 들려줬는데, 그가 정중하게 "아니다."라면서 거절하더라. 그때서야 난 스스로 (이센스가 듣길 원했던) '90년대 초기로 돌아가야겠다고 맘먹은 거다. 그래서 여러 부분을 고려하여 만들어놨던 모든 곡을 다 버리고 옛날에 내가 힙합에서 느꼈던 맥박을 다시 찾고자 노력했다. 이센스 덕분에 나도 큰 도전을 할 수 있었던 셈이다. 언어적으로 완벽하진 않았지만,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었고. 덕분에 첫 세션부터 "Back In Time"과 "Sh All Day"가 나올 만큼 성공적이었다.


리: 이센스가 첫 3곡을 거절한 게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웃음)


Obi: 맞다. (웃음) 그 덕분에 다시 ‘90년대 힙합의 기운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다시 찾게 되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리: 프로덕션적인 키워드를 이른바 골든 에라(Golden Era) 힙합으로 잡은 건 본인 역시 당대의 사운드를 가장 좋아했기 때문인가?


Obi: 그렇다. 난 '93년부터 '95년까지의 힙합 씬이 가장 훌륭한 해였다고 생각한다. 우탱 클랜(Wu-Tang Clan), 블랙 문(Black Moon), 나스(Nas) 등등, 명반이 정말 많이 나왔지 않은가. 정말 놀라운 3년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 3년이 나와 이센스가 [The Anecdote]를 작업하는 데 가장 큰 영감을 준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나보다 많이 어린 이센스 역시 당시를 기억하고 나와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


리: 프로덕션을 듣고 딱 그 시기의 프로듀서가 나타나서 만든 듯하다고 느꼈다.


Obi: 오 정말? 그게 바로 우리가 닿고자 한 지점이다.


리: 당신도 얘기한 블랙 문을 비롯해서 스미프 앤 웨슨(Smif-N-Wessun), O.G.C 등, 덕 다운(Duck Down Records) 계열의 사운드도 떠오르더라.


Obi: 맞아. 스미프 앤 웨슨도 있었지. 일전에 그들을 인터뷰한 적 있다.


리: 오, 그건 어떻게…?


Obi: 덴마크에서 TV 힙합 방송의 호스트를 맡았을 때였다. 음악도 소개하고 인터뷰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1995년에 스미프 앤 웨슨이 출연했었다.




리: [The Anecdote]를 작업하면서 있었던 일 중에 공유해줄만한 일화가 있을까? 어떤 거든지.


Obi: 음… 음악 작업을 할 땐 진중하지만, 휴식도 필요한 법인데, 이거 얘기해도 될까? (크게 웃으며) 쉴 때 이센스와 난 종종 TV에서 엉덩이가 큰 모델들이 나오는 영상을 보곤 했다. (웃음) 잠깐 그렇게 쉬고 다시 작업실로 돌아가서는 심각한 음악을 만들었던 거지. (웃음) 중요한 건 정말 열심히 작업했다는 사실이다. 이걸 알아줘야 한다. (전원웃음)


리: 앨범이 잘나오면 저절로 알게 되지 않을까? (웃음) 근데 처음부터 [The Anecdote]를 총프로듀싱할 계획은 아니었던 걸로 안다. 어떻게 전체를 책임지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Obi: 처음엔 그저 어떻게 나오는지 한 번 해보자는 계획이었다. 시험적으로 몇 곡을 해보고 나중에 결정하자고 했지. 내가 알기로도 바나 측에선 원래 미국과 유럽의 다른 프로듀서를 참여시키려고 했었고. 근데 작업물이 계속 좋게 나오고 화학작용이 좋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곡을 하게 됐다.


리: 그렇게 완성한 앨범이 이미 나왔어야 하지만, 알다시피 이센스가 수감되어 발매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메인 프로듀서이자 이센스의 파트너로서 심경이 어떤가?


Obi: 너무 안타깝다. 사실 다른 (많은) 나라였다면, 이번 같은 일이 발생했을 때 법적으로 그렇게 큰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정도까지 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지만, 어쨌든 대한민국의 법은 다르니까. 한국 만의 법과 문화가 있는 것이기에 가벼이 얘기할 순 없지만 참 안타깝다.


리: 그럼 프로듀서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무엇인지 얘기해달라. 프로듀서를 꿈꾸는 이들에게 해줄만한 조언도 좋다.


Obi: 요즘 “난 프로듀서다.”라고 하는 이들 중 많은 경우, 단지 비트메이커인 게 사실이다. 프로듀서와 비트메이커는 엄연히 다르다. 퀸시 존스(Quincy Jones) 같은 아티스트가 진정한 프로듀서의 좋은 예인데, 프로듀서는 음악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작업에 관한 총괄적인 것을 알고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곡을 쓰는 이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좋은 멜로디를 뽑아내는 것부터 보컬 에디팅, 편곡, 연주, 편집 등을 다 신경 쓰며, 하나의 프로젝트를 감독하고 지휘하는 것이다. 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정말 프로듀서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단지 작곡이나 비트만 찍어놓고 프로듀서라 말하지 말고, 음악 작업에 관한 모든 걸 배우길 권한다. 더불어 프로듀서로서 능력을 갖췄다고 해도 워낙 치열한 경쟁이 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운도 필요하다.


리: 작곡가와 프로듀서의 경계를 여전히 헷갈리는 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좋은 말씀이었다. 끝으로 [The Anecdote]를 통해 당신을 알게 될 한국의 힙합 팬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한다.


Obi: 앨범이 나왔을 때 나에 관한 궁금증이 일어 정보를 찾고,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이 생긴다면, 정말 감사할 것이다. 내가 음악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런 이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랩퍼 베스트 5 (무순위)


1. Nas

2. Black Thought

3. Mos Def

4. Chill Rob G

5. E S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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