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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K - 결혼, 가장, 그리고 힙합 리드머 작성 | 2015-02-10 14:43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8 | 스크랩스크랩 | 28,663 View
한국 힙합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들이밀던 JJK가 결혼과 출산이라는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을 거친 후,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 [고결한 충돌]을 발표했다. 앨범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는 물론, 현재의 한국 힙합과 언더그라운드 장르 씬을 향한 확고한 시선, 그리고 본인을 둘러싼 다양한 평가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리드머(이하 리): 안녕하세요. 리드머와는 첫 인터뷰네요. 현재 기획사와 계약한 상태라고 들었어요.
JJK(이하 제): 네, 전속 아티스트로 계약을 했습니다. 회사명은 얼라이브(ALIVE)이고요. ADV의 올티와 루피가 소속된 회사고, 소울 다이브 형들도 속해있어요.
리: 듣고 보니 힙합에 비중을 두는 회사인가 봐요?
제: 기존에 비중을 두던 회사는 아닌데, 소속 아티스트가 힙합 뮤지션이 많아지다 보니까, 회사 분위기가 아무래도 그렇게 되어가는 과정인 거 같아요. 저는 사실 기존의 언더 힙합 레이블에 속하는 것에는 관심이 크게 없었어요. 애초에 혼자 했으니까요. 그래서 만약 제가 어디에 소속이 되거나 계약을 한다면 혼자 할 수 없는 것을 제공해줘야 할 명분이 있어야 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회사와 계약은 별로 관심 없었어요. 방송에 나가거나 하는 것도 큰 욕심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대표님과 대화를 나누고 보니, 제 음악에 대한 터치도 없고, 제가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노력해주시고, 또 전부터 조금씩 저를 도와주신 것도 있었어요. 그래서 계약을 하게 됐죠.
리: [고결한 충돌] 이야기를 해보죠. 작년 9월에 녹음이 다 끝났다고 SNS상에 올렸었어요. 그러면 발매가 4~5개월 정도 늦어진 거네요?
제: 맞아요. 엄청나게 늦어졌어요. 녹음은 아내가 산후 조리원에 있을 때, 조리원에 출퇴근하면서 다 했었어요.
리: 아내가 산후조리원에 있는데 녹음한다고 출퇴근해서 싫어했을 법도 한데… (웃음)
제: 아니요, 어차피 녹음 자체는 얼마씩 안 걸려서 문제는 없었습니다. (웃음) 그리고 아이가 태어난 후부터는 피처링 작업을 기다렸고요. 그전까지 피처링은 하나도 녹음이 안 돼 있었기는 해요. 피처링 섭외와 발표를 위한 일련의 작업을 기다리면서, 또 회사와 앨범 작업에 관해 이야기도 하면서 좀 늦어졌죠.
리: 그러면 앨범에 담긴 이야기가, 회상이라기보다 어느 정도 실시간에 가깝네요.
제: 그렇죠. 거의 실시간이죠. 앨범 내 시간 순서에서 가장 처음인 1번 트랙 “고결한 충돌” 같은 경우도 아주 예전에 쓴 곡이에요. 구성은 이미 머릿속에 다 짜여 있었고, 벌스도 그랬고 정말로 그 상황에 맞게 실시간으로 만들어진 거죠.
리: 요즘 ‘CD Only’ 트랙들이 많이 있는데, 스킷(Skit) 트랙 두 개가 CD Only 트랙이라 좀 의외였어요. 스킷의 앨범 내 역할이 뚜렷하다 보니 감상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제: 사실 완전한 곡인 보너스 트랙을 CD에만 담으면 CD 판매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앨범 내용도 개인적인데, 그 와중에 스킷 두 개는 더 극히 개인적이라서, ‘이건 CD를 살 정도로, JJK라는 아티스트에 애정이 있는 분들에게 들려주는 게 맞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말씀하신 대로 많은 분이 (스트리밍 서비스에는) 그 스킷이 없어서,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이 비워진 것 같다고 느끼더라고요. 음감회에 오신 분들도 그렇게 의견을 줬어요. 저로서는 딱히 ‘이 스킷까지 있어야 (앨범이) 완성이 된다.’라고 말은 안 했거든요. 음감회 끝나고, 오신 분들이 스킷까지 다 들어야 하나의 세트 같다고, 앨범이 완성되는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게 신선하기는 했습니다.
리: 말이 나온 김에 이제는 뻔한 질문이지만, CD 수록곡에 차이를 두었고, JJK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해서 묻습니다. 무제한 스트리밍 시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제: 예전에 한창 MP3에 대한 문제가 많이 불거졌을 때, 이런 질문이 있는 인터뷰를 많이 본 적이 있어요. 물론 많은 아티스트들이 그 문제에 대해서 반대했죠. 그중 인상 깊었던 게 ‘MP3와 음원 시장은 기존 CD 매체 시장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자연재해와도 같아서 우리가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시작된 이상 이미 진행된 거다.’라는 식의 말이 담긴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요. 이제는 저도 비슷한 입장이에요. 더 깊게 생각은 안 했어요. 시대가 이렇게 흘러왔고, CD가 LP화 되는 현상을 느끼고 있죠. 다만 조금 아쉬워요. 뮤지션 입장에서는 산업의 한 형태가 이미 된 건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생각보다는 물리적으로 우리가 쥐어지지 않는 형태로 바뀐 거잖아요. 그러니까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만져지지 않는 결과물로 인식되는 게 아쉽죠.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별생각 안 해요. 물론, ‘착취’의 형태로 음원 시장이 세팅된 건 정말 불만이지만, 듣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음악인과 같이 들고일어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음악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만져지지 않은 음원의 형태가 됐다고 듣는 사람이 음악을 대하는 마음이 바뀌지 않았으면 싶은 거죠.
리: 힙합플레이야를 통해서 CD 판매가 활발했던 적이 있었잖아요. 그때보다 수입이나 체감하는 게 많이 달라졌나요?
제: 주로 싸이월드 BGM으로 잘 되던 친구들은 요즘 더 잘되진 않더라도, 별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잖아요. 주 소비자층이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요. CD를 주로 발매하던 사람들은 아무래도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겠죠. 다만 저 같은 경우는 늘 다음 앨범을 낼 수 있을 정도로 ‘간신히’를 유지해왔던 터라, 막 그렇게 어마어마한 타격을 입어서 ‘아 진짜 큰일 났다!’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리: 다시 [고결한 충돌] 이야기로 돌아오죠. 힙합엘이(HIPHOPLE)를 통해서 정식 발표 전에 ‘음감회’를 열었어요.
제: 앨범이 이제 나오는데, 뭘 부가적으로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앨범 관련해서 ‘음감회’는 꼭 하고 싶다고 회사에 말했더니, 마침 최근에 힙합엘이에서 주최했던 사례가 있어서 회사에서 진행을 해줬고요. 저는 사람들의 반응이 정말 궁금했어요. 제 인생 그래프에 따라서 음악이 계속 바뀌어왔었고 특히 이번 앨범은 지난 몇 장의 앨범보다 훨씬 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서 ‘다른 사람들이 들었을 때도 내가 생각했던 것을 느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마음에 걸리던 게 있었어요. 그래서 음감회를 통해서 들려주고 굳이 설문조사도 하고, 신청해서 오신 분들이 앨범을 어떻게 느끼는지, 또 어떤 부분에서 감동을 가장 느꼈는지가 정말 궁금했어요.
리: 음감회에서는 어떤 트랙이 가장 좋다고 꼽혔나요?
제: “결”이라는 트랙이었어요. 생각을 해봤죠. 왜 사람들이 그 트랙을 뽑았을까? 결혼을 안 한 사람이 아기를 향한 부모의 마음으로 가장 잘 접근할 수 있었던 곡이 “결”이었던 것 같아요. “결”이라는 곡에 노래를 하는 분은 결혼도 하고,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꼭 그렇지 않더라도 최대한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분, 일종의 ‘완숙미’가 인생에서 꽉 찬 분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래서 저랑 상황도 비슷하고 목소리도 좋은 ‘랑쇼’ 씨를 만나서 진행했던 곡이에요.
리: 가족들에게는 소중한 선물이 됐을 것 같은데요.
제: 부모님께 앨범을 내서 드리면, 우선 듣기는 하지만,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넘기시는 편이에요. 이번에도 반응이 크게 다르진 않더라고요. 어머니도 들으시고는 "지금까지 것 중에서 제일 좋긴 하더라.” 정도로만 반응해서 사실 내심 실망이었어요. 아무래도 제 생각에는 가사 안보고, 틀어놓고 그냥 들으신 거 같아요. ‘또 냈네’ 이런 느낌으로요. 그래서 다음에는 찾아 뵐 때 딱 앉혀놓고, 가사를 크게 프린트해서 들려드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웃음) 외삼촌께서는 삶에서 무게와 짐을 많이 표현한 것 같아서 감동적으로 들었다고 한 기억이 나네요.
리: 앨범 가사의 내용에 대해 더 깊게 이야기를 안 해볼 수가 없습니다. 사랑과 결혼은 그래도 많이 다루는데, 임신과 출산까지는 잘 인 다루잖아요. 아니 없다시피 하죠. 그런데 이걸 힙합 장르적으로 풀어낸 것이 독특해요. 본인의 전체 경력 안에서 이 앨범이 어떻게 위치해야 하느냐는 고민도 있었을 거 같아요.
제: 앨범을 내고 후회까지는 아니지만, 너무 개인적인 내용이라 고민이 되기는 했죠. 하지만 제작 단계에서 이런 얘기를 해도 되는지에 대한 고민은 안 했어요. 오히려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어서 더 가치 있는 앨범이 될 거로 생각했어요. 예전에 10대 때, 대구에서 메타 형을 만나서 우연하게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요. 당시에는 그냥 힙합 팬 이였죠. “10대면 10대의 얘기를 하고, 20대면 20대 얘기를 해야 하고, 30대는 30대 얘기를 해야 되는데, 우리나라 랩퍼는 모두 10대와 20대의 얘기를 하니까, 듣는 사람도 10대, 20대뿐인 거고. 어느 정도 나이가 지나면, 힙합을 버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했어요. 저는 그게 옳은 이야기라고 생각했고요. 제가 20대 초반인데, 억지로 30대를 타깃으로 잡고, 그들의 이야기를 할 수 없잖아요. 저는 자신에게 솔직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게 힙합의 매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 생각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얘기하는 순간. 같은 나이, 계층, 혹은 그러한 상황인 사람이 ‘힙합’ 같은 태도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죠. 그래서 솔직하게 얘기하는 건 망설임이 없었어요. 그리고 저는 앨범 작업할 때 늘 그 앨범만 생각해요. 다음 앨범의 색깔, 혹은 아티스트 JJK로서 하나의 흐름을 만들려면, ‘이런 느낌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안 해요. 프로젝트로 생각하는 편이죠.
리: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냈지만, 워낙 많은 양의 가사로 풀어내다 보니 겪어보지 않은 청자에게는 오히려 ‘타자화’가 되는 느낌도 있다고 생각해요.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깔고 감상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제: 그렇죠. 특히, “Let’s us love”가 그렇지 않을까 해요. 아내가 사실 좀 걱정했어요. 우리가 고생 고생해서 결혼한 커플로 막 불쌍하게 여겨지면 어떡하지? 한 거죠. 사실 그 트랙은 현실반영 트랙에 가깝죠. 실제로 한국에서 결혼을 준비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도 많이 보고 참고도 하면서 가사를 썼어요. 제 기준이 아니라 사회의 기준으로 만든 트랙이라고 할 수 있죠. 여력이 되었다면, 현실을 반영하는 트랙을 더 담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제 여력과 타이밍 등을 고려해 작업하다 보니 이 정도가 되었네요….
리: 랩/힙합과 좀체 어울리지 않는 주제에 맞춰서 랩을 다듬었다기보다는 랩으로 정면 돌파한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좀 독특한 느낌이 들게 됐습니다. 랩 자체는 이전부터 추구하려던 느낌이 좀 더 견고해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본인이 추구하는 랩의 완성형을 두고 연구하는 랩퍼인지 궁금하기도 한데, 사실 때에 따라 감각에 맞춰서 쳐내는 스타일 같기도 하고요.
제: 작품마다 바뀌는 거 같아요. ‘이번 앨범은 이런 느낌으로 접근하면 매력이 있겠다.’라는 마음으로요. 저는 제 결과물에 대한 반응을 정말 샅샅이 찾아서, 최대한 참고하는 편이에요. 시간이 날 때마다요. 제 랩이 어떻게 평가가 되는지 말이죠. 얼마 전에 반응을 보니, “JJK는 랩으로 차력한다.”는 말이 있던데 뭐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죠. 그런데 저는 랩에서 기교적인 면을 내려놓을 수 없는 랩퍼 중 한 명 같아요. 그러니까 기교적인 면이라는 건, 어찌 보면 드러날 정도로 화려함을 좇는 것일 수도 있겠네요. 저는 그걸 놓을 수 없는 타입인 거죠. 어떤 기준을 잡고 가더라도, 기교적인 면은 추구할 것 같아요.
리: 순간적으로 주는 속도감이 흥을 주는 면에서 현장감도 많이 느껴지고요. 기교적이라고 말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JJK씨 랩이 멋있지 않다고 말하기도 해요.
제: 그루비(Groovy)하지 못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죠. 속된 말로 ‘외힙’ 같지 않은 그 느낌? (웃음) 그런데 웃긴 건, 제 주변은 한국 힙합의 중심에 있는 아티스트가 한 명도 없어요. ADV를 기점으로요. 허클베리 피 형을 제외하고요. 저희가 생각하는 ‘멋’ 있는 랩은 늘 따로 존재해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속도감을 의식해서 랩을 쓴 건 아주 오래 전에 이미 지났어요. 이번 앨범에서 음절을 당겨오는, 혹은 배치하는 것에 있어서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저는 솔직히 영어로 랩을 하는 사운드처럼 랩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고 생각해요. 조금만 응용하면 사운드 자체를 따라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요. 그런데 그렇게 따라가면 사실, 그게 한국 힙합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외힙을 좋아하는 사람이 만족하는 사운드를 저는 추구하지 않는 편이에요. 엄밀히 따져보면, 외국에서 랩 잘하는 흑인이 ‘얘네, 우리랑 비슷한 간지를 내네!’ 식을 별로 하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이에요. 이것보다는 ‘아 한국 랩은 이런 간지구나’라고 느끼게 하고 싶은 거죠. ‘특색 있다’라는 걸 저는 추구해 온 거죠. 그 사운드나 플로우가 문법과 어순이라든가, 한글로 랩을 썼을 때 제공할 수 있는 감동이 절대 깎여지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그 사운드를 찾아가는 게 궁극적인 제 랩의 목표이기 때문에. 그래서 ‘그루브가 없어.’, ‘차력이야,’라는 평들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많은 곳에서 인정이야 받고 싶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제가 바뀔 건 아니니까요.
리: 경력 자체가 작품에 반영되는 부분도 있겠죠. 특히, 거리에서 랩을 할 때 효과적인 반응을 얻는 스타일이란 생각도 드네요. 허클베리 피 씨도 비슷한 느낌이고요.
제: 그렇죠, 같은 뿌리를 둔 랩퍼라서. 헉피 형을 욕하는 사람은 꼭 저를 욕하더라고요. 헉피 랩 못한다. 이런 글 본문 보면, JJK도 못한다. 이러고. (웃음)
리: 힙합은 출신 지역, 또 주로 퍼포먼스를 하는 공간이 중요하잖아요. 미국도 다를 바 없죠. 공원에서 또는 클럽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랩이 각자 존재하는데, 그런 유연함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적은 거 같아요.
제: 만약 땅이 넓었다면, 내 출신지는 이런 간지야. 이렇게 할 수 있는데, 땅이 워낙 좁다 보니까, 서로 살을 계속 부딪치며 힙합을 들어야 하는 거죠. 제 생각에는 이렇게 받아들여야 할 거 같아요. 출신지를 따질 게 아니라 그 사람, 정서의 뿌리가 어디서부터 왔는지를 찾아야 할 거 같아요. 저는 UMC와 조PD의 사회적 이슈를 찌르는 감각. 그리고 그걸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영향받았고, 차후에 버벌진트와 다른 여러 랩퍼가 보여준 그루브나 스킬적인 부분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그때 제가 처음 느꼈던 한국어 랩을 놓칠 수 없어요.
리: 그렇다면, 한국에서 길거리 힙합은 뭐라고 생각해요?
제: 제가 길거리를 외치기는 하지만, 한국에는 아직 없다고 봐야겠죠. 우선 거리 출신의 랩퍼가 없으니까요. 기껏해야 프리스타일 랩 즐기는 헉피형, 서출구, 던말릭 등. 당장 생각나는 랩퍼는 이 정도밖에 없네요. 사이퍼를 하고 그걸 제대로 느껴본 사람 말이에요. 그러니까 거리의 힙합은 한국에 없는 거 같아요. 아직은. 점점 더 어떤 식으로든 나와야 하는 거로 생각해요.
리: 흔히 말하는 씬은 지역 기반이잖아요. 한국에서는 ‘홍대 힙합 씬’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 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과연 대중이 홍대 어디서 힙합을 어떻게 얼마나 경험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에 대한 답이 필요합니다.
제: 사실 홍대는 일종의 번화가죠. 그런데 사실 홍대를 제외하면 너무 없어요. 제 주위에 어린 랩퍼들 입장에서는 특히나 더. 우리가 어릴 때 그리던 상상했던 어떤 ‘미래 도시’랄까요? 어린 랩퍼들은 일단 ‘홍대 가까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실제로 여기서 살아보니까 꼭 여기가 힙합의 거리라고 말할 수는 없는 걸 알지만, 그래도 힙합 하는 사람에게는 홍대만큼 자유롭게 무언가를 펼칠 수 있는 곳도 없어요. 어쩔 수 없죠. 특히, ‘윗잔다리 싸이퍼’는 약간 아이콘이 된 곳이에요. 예전에 홍대 놀이터처럼요. 그래서 전국 각지의 싸이퍼에서 그렇게 하고 싶어 해요. 조금씩 심어지는 단계 같아요. 그런 건 제가 좋아하는 문화니까 그쪽으로 힘을 많이 주고, 조언을 해주고 싶어 하죠. MC마다 특히 더 애정을 담아 생각하는 모습이 있잖아요. 그게 계속 더해지면 그런 지역 씬이 가까이 오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희망차게 얘기하는 거지만요.
리: 말씀하는데 자부심이 많이 느껴지네요.
제: 그렇죠. 이쪽 계보에서는 제가 1세대에요. 아까 이런 아티스트한테 감명을 받고 제가 시작했다고 말했지만, 저처럼 랩 하는 사람은 제가 1세대에요. 그리고 저처럼 움직이는 것도 제가 1세대에요. 제 전후로 한 명도 없어요. 그래서 제 자부심은 처음으로 이 계보의 시작점, 뿌리라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사상과 생각들, 제가 생각하는 힙합의 멋을 이어갈 동생들이 계속 생겨나서. ‘지역적 힙합’이 다양할 수 없는 이 한국에서 정서적으로나마, 저의 계보가 하나 제대로 자리 잡히길 바라는 거죠.
리: 사실 미국도 거리에서 싸이퍼 하고 그러는 형태가 별다르지 않은데, 미디어에서 제대로 핵심을 잡아 조명을 해주니까 조금 더 대단해 보이기도 하죠. 아무래도 아쉬운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얼마나 다양한 모습이 제대로 조명을 받느냐 문제인 거 같아요. 랩/힙합 아티스트는 자신의 활동 경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잖아요. 본인이 생각하는 힙합과 경계가 다르거나, 혹은 반대지점에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JJK씨도 가사에서 '쇼미더머니 시즌 때마다 / 난 Street Rap Shit / 내가 진짜 힙합'이라고 했잖아요. 본인이 진짜라는 어떤 확고함 같은 것이 있나요?
제: 거기서 말하는 게, 내가 진짜고 너는 가짜야. 이게 아니라,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에요. 마음가짐에 관한 얘기죠. 저도 한 명의 MC로서, 돈을 벌거나 유명해 지기 위해서라면 이미 했겠죠. 할 수도 있는 위치였고, 충분히 할 수도 있었어요. 제의도 많았고요. 그런데 저는 한 번도 그런 선택을 한 적이 없어요. 저는 랩/힙합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서 가장 정도의 길을 걸어왔다고 자부해요. 한 명의 남자, 가장으로서, 또 이제 아이가 태어났으니까 돈을 버는 게 목숨과 직결되는 무게감이 생기죠. 그러면 음악도 변할 수밖에 없어요. 주변에서도 그런 걱정을 했고요. 그런데 저는 음악을 대하는 태도나 경로가 한 치도 바뀌지 않았어요. 그냥 예전과 똑같아요. 그런데 과연 그렇게 지켜온 뮤지션이 누가 있을까요? 속칭 ‘쇼미더머니 시대’에 그렇게까지 딴 길로 안 새고, 정말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답게 행동해 온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생각하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제가 ‘진짜’라는, 혹은 진정성 있게 해왔다고 자부하고 있는 거죠.
리: JJK 씨는 그런 생각을 공격의 형태로는 좀체 드러내지 않은 거 같아요.
제: 그렇죠. 굳이 제가 공격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건 저보다 더 젊은 세대가 해야 할 일인 거 같아요. 그게 가장의 책임 같기도 하고. 만약 공격이 들어오면, 반격해야 하는데, 그 싸우는 모습을 아내와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인터넷 시대가 오면서 그런 게 기록에 남잖아요. 지울 수 없는 어떤 것이 남으니까. 아이가 다 커서 “아빠가 이런 거 가지고 싸웠대”라는 그런 말도 듣고 싶지 않고요. 그런 전투적인 행동은 저 말고, 다음 세대가 해야 할 거 같아요.
리: “야임마”라는 트랙은 고양이가 화자라는 걸 모른 채 들었을 때, 가사가 너무 헷갈렸어요. 고양이도 가족의 일원으로 보는 건가요?
제: 그 사실을 모르면 헷갈리는 게 당연한 것 같아요. "야임마"는 제가 오랫동안 길러온 고양이 이름인데, 성은 ‘야’, 이름은 ‘임마’에요. 이렇게 말하니까, 되게 덕후 같네? (웃음) 제가 나온 영화 [투 올드 힙합 키드]를 본 친구들은 ‘야임마’를 알 거예요. 거기 나오거든요. 그래서 JJK에 애정을 갖고, 제목을 보고 바로 고양이 이름이란 걸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을 위한 곡 느낌도 있어서 CD Only 트랙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회사나 주위 랩퍼들이 그 트랙을 많이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음원으로 올라간 트랙입니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의미의 확장이라기보다는 이야기의 번외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확장이었다면, 고양이의 시선이 아니라 제가 보는 고양이 입장을 썼겠죠. 비슷한 입장에서, 제가 늘 가족이라고 외치던 ADV의 이야기도 이번 앨범에 없어요. 정말로 대를 이어가는 가족을 생각했기 때문에요. 그래서 과감하게 ADV의 참여도 뺐어요.
리: 이번 앨범은 아예 정규라고 정해놓고, 준비한 건가요?
제: 아뇨. 저는 정규라고 생각 안 했어요. 정규라는 타이틀을 걸 만하다고 생각은 했지만요. 그래서 회사한테도 대외적으로 발표할 때는 ‘정규’라고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몇 집인지 물어봐서 그런 거 없이, 기사 낼 때 “그냥 새 앨범 나왔다고 해 주세요.”라고 말했죠. 그게 반영됐는지는 확인 못 했어요. 다른 사이트에서 자연스럽게 4, 5집 이렇게 언급이 되더라고요. [비공식적 기록 II]도 처음에는 믹스테입으로 만들었어요. 그러다가 팬분들이 정규라고 해서. ‘오케이, 이 정도 무게감이면, 정규로 받아들여지나보다.’라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제 마음속에는 정규 앨범이 되었고요. 이번 것도 그런 상황이죠. 다음에 나올 작품 계획의 형식 그런 거 없어요. 그냥, 그때마다 제가 하고 싶은 느낌을 하는 거죠. 정규, 비정규, EP 등은 음원 시대에 의미 없는 형태가 아닐까 생각해요.
리: 작업했는데, 빠진 곡은 있나요?
제: 빠진 건 없는데, 아쉽게 수록하지 못한 비트는 있어요. 조디악(Zodiac)이라는 친구의 곡인데, 제가 곡을 받아놓고, 너무 오랫동안 작업을 이어간 터라, 중간에 혼선이 생긴 거죠. 다른 친구의 앨범에 그 곡이 실리기로 했어요. 물론, 아직 발표는 안됐는데, 이미 그 곡에 피처링까지 진행된 거예요. 이 엉켜버린 커뮤니케이션을 풀기가 너무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아쉽게도 내려놓게 된 트랙이 한 곡 있어요.
리: 앨범 후반부에 랩퍼와 가장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내적으로 갈등하는 “알고 싶지 않아” 다음에 스킷 하나가 있고 바로 긍정적인 에너지 넘치는 “충돌완화”로 넘어가니 너무 급작스러운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제: 그렇게 느끼는 게 이상한 것이 아닌 게 사실 방금 빠졌다고 하는 곡이 그 두 곡 사이에 들어가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너무 아쉬워요. “알고 싶지 않아”가 나오고, 그 트랙이 나온 다음에, "충돌완화"가 나오거나 혹은 “충돌완화”가 나온 다음에 그 트랙으로 마무리를 지으려는 두 가지 패턴으로 가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트랙의 내용은 기도문이었어요. 그래서 그 곡을 맨 마지막 곡으로 할지 그 직전의 곡으로 할지를 생각하고 있었죠. “JJK는 다 좋은데, 기독교라서 싫어” 이런 분들에게는 다행인 거죠. (웃음) 저로서는 아쉬운 거고요. 또 이번 앨범에 담고 싶은 얘기 중 하나가 고부갈등이었어요. 제 가족은 전혀 문제가 없지만요. “Let us love”와 같이 사회적인 맥락에서 담고 싶었어요. 그런데 비트도 마땅치 않았고, 랩으로 적절하게 풀어내는 방식이 잘 잡히질 않아서 넣지 않았습니다.
리: “알고 싶지 않아”에서 힙합아티스트와 아이가 있는 가장 사이에서의 갈등을 보여줍니다. 현실을 외면하고 싶다는 느낌이 실제로 어떻게 들었나요?
제: “거울 안의 그녀”가 아이가 생기면서, 엄마가 되어가는 여성의 입장이라면, “알고 싶지 않아”는 아이가 생기면서 아빠가 되는 모습을 그렸죠. 그런데 쓰다 보니까 제 개인적인 입장이 많이 반영됐어요. “거울 안의 그녀”가 모든 어머니에 대한 노래라면, “알고 싶지 않아”는 조금 더 제 입장이 된 거 같아요. 제 아내가 많은 걸 이해해주지만, 아티스트로서 늘 젊어야 하고, 늘 감각이 멈춰져 있지 않아야 하는. 그리고 삶이 ‘바람 한 점 없는 바다’가 아니라 아티스트는 늘 자극이 필요한 데, 그걸 한순간에 없애는 게 맞는 상황이 된 것 같은 심정이었죠. 거기서 생기는 마찰이 되게 컸어요. 그래서 그에 관한 사사로운 이야기가 많이 들어있는 트랙이죠.
리: 실제로 그런 감정을 많이 느꼈나요?
제: 네 되게 많이 느꼈죠. 2013년도에서 2014년도로 넘어갈 시점에 극에 달했어요. 제 주변에는 헉피 형과 조이레인 형, 루피 정도를 제외하고 바로 밑으로 내려가면 나이 차가 꽤 나거든요. ADV에 저 말고 늘 내세워지는 대표 랩퍼는 올티인데, 얘도 ADV에서도 거의 막내거든요. 그런데 걔가 활동하는 걸 지켜보면, ‘스물 중반 정도라면 뭔가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들면서 자꾸 부러운 거죠. 24시간을 제약 없이, 온전히 자기를 위한 시간으로 쓰는 그 자유가 부러워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그게 2013년도에서 2014년도 초반까지 그랬어요. 그런 걸 심하게 느끼다가도 또 해소가 되면서 느꼈던 것이 “알고 싶지 않아”에 들어갔습니다.
리: 안 그래도 작년 가을쯤 '랩으로 해낸 게 하나도 없어서 허무하다.'라는 우울한 문장을 SNS에 남겼더군요.
제: 네, 그 시점부터 이어져 왔었어요. 제 또래의 주변 랩퍼를 보면 아예 그만뒀거나, 깃발을 꽂았거나 거의 이 두 가지거든요. 그런데 저는 너무 단독으로 해온 커리어다 보니까, 제 주변 인프라라고 할까요? 커뮤니케이션 되는 랩퍼 수도 다른 랩퍼보다 현저하게 적은 거예요. 해온 커리어에 비해 박수를 받는 경우도 적고, 수입 자체도 너무 적은 것 같은 거죠. 그러니까 해온 것에 비해 보상이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싸이퍼도 그래요. 내가 이 문화에 씨를 뿌리고, 정착시켰는데. 그래서 제가 이제 하지 않아도, 나름대로 싸이퍼가 운영되고, 길거리에서 프리스타일을 하는 게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죠. 그 모든 것의 씨를 뿌린 것이 전데, 리스펙트가 없다고 느끼곤 했어요.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어요. 제 곡인 “360도”를 '길거리에서 교가처럼 부르는 행동이 웃기다.'라는 트윗을 봤어요. 내가 만들었고, 내가 리스펙트를 받아야 할 필드에서 내가 부르는 것이 눈꼴이실 정도라는 거야? 라는 배신감을 느낀 적이 있어요.
리: 지금은 어때요?
JJK: 지금도 '해온 것에 비해 박수 받지 못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리: “알고 싶지 않아”가 지나가면 아이가 태어난 순간을 있는 그대로 담은 스킷이 나오고 마지막 트랙 “충돌완화”에서 그 내적 갈등이 한 번에 해결되는 느낌이 듭니다. 방금 구성상의 뒷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어쨌든 앨범 안에서는 급작스럽다보니 일종의 ‘정신승리’로 느껴지기도 해서 오히려 재미있어요. 실제로 아이가 태어나고,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았나요?
제: 충분히 정신승리라고 볼 수도 있죠. (웃음) 아이가 태어나서 엄청난 에너지를 받았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물론, 모든 게 좋다고 할 수는 없겠죠. 앞에 있었던 복잡한 감정은 해결된 게 아니니 계속 그대로 있어요. 하지만 이 곡의 주제는 긍정적인 면이라 이면을 굳이 담지는 않았어요. 충분히 그대로 완전히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건’인 거죠. 여전히 안 풀리는 일에는 화도 나고, 결혼해서 아이가 태어난 게 뭔가 젊음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일과를 끝내고 집에 갔을 때, 아이가 저랑 눈을 마주치고, 웃으며 반겨주면 그런 건 다 날아가요. 그 순간은 정말 행복하거든요. 정말로 그 순간엔 그 충돌이 완화되는 거 같아서 그 곡을 쓴 거예요.
리: 타임캡슐처럼 나중에 아들 ‘결’에게 [고결한 충돌]을 들려주겠죠?
제: 네, 그렇죠. 아내가 이 앨범을 잘 간직했다가 나중에 아기가 커서, “엄마는 날 몰라!” 하고, 문 쾅 닫고 들어가면, 크게 앨범 틀어 놓고는 막 울 거래요. (웃음)
리: 프로듀서 키마(Kima)의 [Blue Speech]에 수록된 “That’s me”는 이번 앨범 작업 이후에 작업했던 건가요?
제: 네, 이번 앨범 한참 뒤에 작업했어요.
리: 이 질문을 왜 했느냐면, “That’s Me”가 “충돌완화” 이후에 긍정적 에너지를 받고 나온 노래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서 “충돌완화”의 다음 곡으로 들어가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 “That’s Me”는 가볍게 쓰려고 한 노래에요. 더 인정받아야 할 거 같은데, 왜 그러지 못할까에 대한 억울함을 긍정적으로, 혹은 도전적으로 길거리 스타일로 풀어봐야겠다고 접근했어요. ‘한국에서 길거리 스타일이 뭘까?’를 생각했고요. 미국에서는 마약 팔고, 허슬(Hustle) 하는 이런 이미지가 세잖아요. 그런데 한국에서 싸이퍼를 하러 오는 친구를 보면, 그런 과격할 것 같은 이미지의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어요. 공부를 많이 할 것 같거나, 심지어 공부도 못할 거 같은… (웃음) 그런 친구가 많죠. 옷도 잘 못 입어요. 그런데 이 친구들이 괴짜처럼 시시한 거로 웃거나 신나 해요. 그런 게 한국의 싸이퍼 분위기, 혹은 길거리 분위기가 아닌가 싶어요. 길거리 MC적인 태도로 자부심을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비트도 신나는 편이라서, 굳이 이런 자부심을 표출할 때, 트랩 사운드로 강렬하게 쏘아붙일 필요는 없다고 느껴서요. 신나는 펑키한 곡이죠. 그런 게 길거리의 랩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한 번 해봤어요.
리: 사실 전작 [비공식적 기록 II]에서는 프로듀서 키마 씨가 절반 이상의 트랙을 프로듀싱했잖아요. 시너지가 좋았다고 느꼈는데, 이번 앨범엔 참여가 없어서 의외였어요. 대신에 코드 쿤스트(Code Kunst) 씨의 참여가 눈에 띕니다. 앨범을 위한 프로듀서 진을 선별 후 진행했나요?
제: 평소 주변에 연락이 가능한 프로듀서에게 곡을 받아서 늘 들어보는 편이에요. 그러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반영이 잘 되는지를 봐요. 키마는 이번에는 조금 애매했던 게 [비공식적 기록 II]에서는 제 머릿속에서 굉장히 원초적인 힙합에 관련된 정서와 이미지가 있었어요. 당시에는 키마의 작법도 그렇고, 그가 추구하는 사운드가 저와 되게 잘 맞아떨어졌어요. 그래서 키마와 작업하기에 손색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앨범은 주제가 그때와 확연히 달라서 ‘이번에는 키마와 작업은 못 하겠구나.’라고 아예 처음부터 생각했어요. 마침 전에 “Ash”라는 곡을 코드 쿤스트와 작업했었죠. 아무래도 피처링 작업이니까 제 장점을 최대한 반영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처음 그 곡을 쓸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했는데, 가사를 쓰기 시작하니 제가 하는 이야기에 무게가 확 실렸어요. 그래서 코쿤의 곡을 작업할 때는 그게 가벼운 얘기라도, ‘감정적으로 추가 많이 실려서 나오는구나’라고 생각을 했었죠. 이 앨범에도 무게감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의 비트가 적합했던 거 같아요.
리: 비트메이킹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제 욕심은 없는 건가요?
제: 욕심 있어요. 예전에는 첫 작품부터 한동안 제가 직접 만들어서 발표했었어요. 사실 그때는 랩을 하고 싶은데, 할 비트가 없어서 만든 거였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비트는 제가 전문가가 아니니까, 접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또 조금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안 돼서 제대로 접근을 못 하고 있습니다.
리: 가사량이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JJK 씨가 추구하는 가사는 한국 힙합에서 인기 있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것 같아요. 특히, 요즘엔 더욱 그렇죠. 한국 힙합에 대한 언급을 늘 하는데, 랩 작사법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제: 저는 모든 스타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제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서 안 좋아하는 곡도 매우 많아요. 그런데 그것도 한국 힙합을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필요해요. 그래서 리스펙트 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디스리스펙트를 하는 건 넓은 그림으로 봤을 때, 아니죠. 그렇지만, 지금은 밸런스가 안 맞는 거 같아요. 그게 아쉬워요. 늘 한국 힙합은 한 가지의 코드가 정답이라고 여겨지면, 아마추어부터 기존의 랩퍼까지 다들 쏠려요. 한쪽으로 치우치는 거죠. 그 상황에서 자기가 생각하는 게 옳다고 여기는 아티스트는 정말 몇 없어요. 늘 밸런스가 안 맞는 거 같아서 아쉽죠. 최근에 젊은 아티스트에게 들은 얘긴데, “요즘 신진 세력 중에 문학적인 접근을 할 수 있는 MC를 생각해보니까 한 명도 없다.”라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신진 세력인 동생이 그런 얘기를 하는 거잖아요. ‘쇼미더머니 시대’가 오면서 서로 너무 많은 걸 보고 듣고 소진하니까. 상대적으로 경험한 것이 적은 어린 랩퍼들이 이미 영적인 에너지를 다 써 버린 거죠. 그런 고민을 하는 젊은 아티스트들 모습도 간접적으로 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느끼는 건데, 치우쳐지지 않는 게 답인 거 같아요. ‘이게 멋있어’라고 하는 것이 냉정하게, 본인이 멋있어서 하는 건지, 아니면 다들 멋있다고 해서 그러는지, 구분이 안 되는 시대인 거 같아요. 대세에 따르려고 바쁘게 돌아가는 분위기가 불만이기는 하죠. 한국 힙합이 발전하는 형태를 취하려면,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스타일이든 간에 독립적으로 한국 힙합이 발전할 수 있도록 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냥 멋있어서, 혹은 이게 대세니까. 그럴 거면, 아예 연예기획사에서 훈련을 받는 게 더 효과적으로 따라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런 걸 되게 잘하면 한국에서만 할 필요도 없어요. 어떤 스타일이든 간에 그 방식은 존중해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뒷면에 의식적으로 한국 힙합의 독립적 형태, 한국 힙합으로써 ‘멋있다.’라고 할 수 있는 그런 형태를 고심하면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 밸런스 얘기가 맞는 거 같네요. “이제 한국 힙합 씬은 쇼미더머니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냐.”라는 자조 섞인 말도 있죠.
제: 단순히 힙합 안에서의 분위기라기보다 전 사회적인 분위기인 것 같아요. 오디션 프로그램을 전 사회적으로 하잖아요. “너는 이번 시즌 안 나가?” 주위에 음악 하는 친구 있으면 다들 한 번씩 물어보는 거 같더라고요. 이 사회에서 음악인으로 사는 하나의 형태인 거죠. 그렇다고 억울하지는 않아요. 제가 억울한 포인트는 2006년부터 해온 제 커리어에요. '쇼미더머니 시대'라서 억울한 게 아니라, 이런 시대인데도 ‘진짜 언더그라운드를 유지하는 아티스트를 세 봐, 그런데 그 손가락 안에 어떻게 JJK가 안 들어갈 수 있어?’ 이런 맥락인 거죠.
리: 언더그라운드 힙합 시장을 향한 시선을 담은 “종의 마지막”과 “Reset The Game”이라는 곡이 발표된 지 2년이 지났어요. 본인이 그리고 있는 모습과 그 괴리가 더 커졌나요? 아니면 이젠 상관이 없어졌나요?
제: 상관이 없어졌다는 것에 더 가깝겠네요. 당시, “종의 마지막”을 만들었을 때 그 곡으로 정답을 내고 싶은 게 아니라 저는 물음표를 던진 거였어요. 정말 몰라서요. 미래는 알 수 없으니까. 이 변화는 긍정적일까, 아니면 부정적일까? ‘종의 마지막’인 한 사람으로서 저는 너무 혼란스러웠죠. 그런데 그 뒤로는 살아본 결과, 상관이 없어졌어요. 예전에는 트위터만 봐도 누구 하나가 앨범을 내면, 그와 친한 동료나 뮤지션들이 서로서로 홍보해주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그런데 요즘은 그런 것도 없어졌어요. 각자가 각자 것만 하는 거 같아요. 우리는 우리 영역. 이렇게 더 강해진 거 같아요. 각자 영역을 따라가는 그 팬덤을 서로 생각할 필요가 있느냐고 느낀 거죠. 그 뒤로는 공연장 모습을 크게 의식 안 하게 됐어요. 어떻게 보면, 그런 이유로 이번 앨범은 ‘결혼한 30대 유부남’의 모습을 힙합으로 보여주는 것에 별 부담이 없었나 보네요. ‘들을 사람은 알아서 듣겠지’라는? 그리고 가끔 ‘과연, 한국 힙합이라는 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해요. [응답하라 1994]와 같은 드라마를 보면, 팬 문화가 많이 나오잖아요. 서태지 때부터 그 문화는 계속 있었단 말이죠. 그러니까 한국에서 특정 뮤지션의 팬이면, 대중은 당연히 그렇게 행동하는 게 팬인 거예요. 미국처럼 “What’s Up” 이런 간지가 아니라, 한국 문화에서는 뮤지션 팬이면 당연히 그렇게 행동하는 게 잡혀있는 거죠. 그 와중에 힙합 하는 사람 입장에서 ‘내 팬은 이랬으면 좋겠어’라는 그림이 얹어지는 상황 같아요. 그렇다면, ‘우리가 해외 라이브 클립(Live Clip)이나 뮤직비디오에서 보는 게, 과연 한국 힙합의 모습인 걸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어느 순간 ‘한국 힙합의 모습은 이런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거죠. 그러면서 상관없어졌어요. 제 역할은 내가 영향받은 힙합을 최선을 다해서 보여주는 것까지인 거죠. 그걸 보러 온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그림처럼 행동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다음부터는 흐름에 맡겨야 하지 않을까 여겨요. 왜냐하면, 아무도 한국 힙합에 대한 답을 내려주지 않았으니까요. 가봐야 할 미래라고 생각해요.
리: 좋은 말씀이네요. ‘힙합의 대중화’ 같은 건 끝도 없는 떡밥이죠. 미국 빼고, 미국처럼 대중화된 나라는 없잖아요. 오히려 우리나라는 ‘한류’라는 물결에 힙합이 어느 정도 올라타기 때문에, 특히 외국에서 보면 한국에서 힙합이 굉장히 대중화된 장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제: 그렇죠. K-Pop과 그 영향이 꽤 깊잖아요. 한국 힙합은 그런 의미에서 충분히 이 정도면 괜찮게 열려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가리온 형들이 “한국 힙합. 3년 지나면, 거품 다 빠진다.”라는 인터뷰가 생각나네요. 저는 어떤 부분에서 동의하는 편이에요. 이 기세로 가면, 언젠가 거품은 빠질 거고, 다시 버텨야 하는 시기가 올 거예요. 그런데 그 버티는 시기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에 버텼던 것보다는 어렵지 않을 거 같아요. 물론, 새로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엄청나게 힘들 수 있겠죠. 그래서 한국에서 장르 뮤지션은 어떻게 보면, 자기가 설 수 있는 유행의 차례가 다시 올 때까지 버티는 것. 그 태도에 익숙해져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요. 개인적 바람을 말하자면, 버티는 건 버티는 거지만, 내 차례가 왔을 때 쉽게 변한다면, 여태껏 버텨온 의미가 없어지는 거 같아요. 왜냐하면, 그런다면 같은 것을 추구하는 다음 세대는 더 버텨야 하고, 더 고집을 부려야 하니까요. 말하기 어렵네요. (웃음)
리: 결혼과 출산은 이제 한국의 청년이 가장 어려워하고 피하기까지 하는 대상이 되었어요. 그런 내용을 담아낸 앨범이기에 아무래도 감상의 폭이 사회적인 부분까지 건드립니다. 평소에 국내 정치나 청년 문제에 관심이 있나요?
제: 솔직히 관심이라기보다 뉴스를 보고 열을 올리는 편이에요. 정치인을 입에 올릴 정도의 수준도 아니고요. 제리케이 형이 보면 우매하다고 손가락질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웃음) 저는 이제 아무 소식도 안 들렸으면 좋겠어요. 너무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인 얘기가 많아서요. 제가 저 자신을 조절 못 하겠다는 거예요. 너무 열이 받으니까, 집안 분위기에 영향을 끼칠 것 같아서 이제는 귀를 닫는 편이에요.
리: 아까 게시판 반응을 살핀다고 했는데, 최근에 “DCT(DC Tribe)는 정말 어렵다”라고 하셨어요.
제: 네. (웃음) DCT에 가끔 제 소식을 퍼다가 올리는 분이 있어요. 그런데 단 한 번도 긍정적인 평을 받은 적이 없어요. 그래서 어느 순간 ‘DCT에서 인정받고 싶다.’ 약간 이런 게 생겼었죠.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모두 인정받는 상황에서도 거기선 욕을 하거든요. ‘내가 언젠가 거기에서 인정받는 날이 오겠지’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 거죠. 사실 제 웃음 자료의 80%는 거기서 얻을 정도로 그 사이트를 굉장히 좋아해요. 제가 좋아하는 곳에서 음악적으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싶은 거죠. 최근에도 익명게시판에 제 앨범 이야기가 올라왔다고 누가 말해줬어요. 처음에 그 얘기를 듣자마자, 살짝 걱정됐던 게 DCT는 타격이 있을 정도로 말하는 편이거든요. 다른 곳에서의 부정적인 반응은 제가 무시해도 될 정도지만요. 아까 말한 ‘랩으로 차력한다는 것’도 거기서 본 반응이에요. (웃음) 하지만 이젠 그냥 웃어넘기게 되는 게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로 DCT에서 좋은 평을 얻기는 어려울 거 같아요. 그리고 질문에 말씀하신 그 트윗은 그래서 약간 실소하는 느낌으로 남긴 거예요.
리: 앞으로 활동 계획이 좀 궁금한데요. 인터뷰 처음에 회사 이야기도 했는데, 활동의 폭이 많이 넓어지는 것을 기대해도 될까요?
제: 활동 폭이 확 넓어진다기보다는 회사에서는 제가 평상시 하지 않는, 소위 말하는 행사를 시즌이 오면 잡아주기도 해요. 일을 많이 잡아주죠. 저는 정말 만족하고 있어요. 행사 뛰는 것에 부정적이지 않거든요. 물론, 그 분위기가 적응이 안 되긴 하죠. 제 노래로 행사하는 게 잘 안 그려지니까. 회사에 그런 부분에서 미안한 것도 있고….
리: 이번 앨범은 특히 ‘행사용’ 트랙은 찾기 힘든데요.
제: 단독 공연이 아닌 제 타임을 따로 받아서 하는 공연은 이번 앨범으로는 하기 어렵겠죠. 파편적인 부분밖에 보여줄 수 없으니까요. 단독공연에 대한 욕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제가 남편과 아빠로 지내는 시간과 레슨을 하는 음악 교사가 되는 시간, 그리고 JJK로 음악 작업하는 시간이 나뉘다 보니 단독공연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든 셈이에요. 뭐, 무대 대관해서, DJ랑 음악 틀면서 공연을 진행할 수는 있겠죠. 그런데 그건 너무 뻔해서요. 그래서 아직은 단독공연 계획은 없어요. [도착]처럼 이번 앨범에 너무 많은 무게를 실어서, 제 마음 안에서 많은 것을 소진했어요. 그래서 올해, 나머지 시간은 랩을 즐기기 위한 작품으로 몇 개 구상하고 있어요. [고결한 충돌] 같은 무게감 있는 가사와 앨범을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또 반전될 거 같네요. 늘 그랬듯이, 전 제가 하고 싶은 랩과 음악을 해나가는 거니까요. 당분간은 스트레스를 풀 생각입니다.
리: 얼마 전, 취재차 ADV의 디제이 켄드릭스(DJ Kendricxx) 씨가 운영하는 '무드(Mhood)'를 다녀왔어요. 새삼스레 ADV는 어떤 단체일까 궁금해지더군요. 친목 집단 같기도 하고요. 작업물이 사실 많지 않은 편이라서.
제: 그렇죠. ADV는 제가 생각해도, 참 한국 힙합에 없는 독특한 형태의 집단인 거 같아요. 이렇게 만들려고 한 건 아니지만, 시간이 그렇게 만든 거 같네요. 리더의 순서로만 따지면, 3대째 이어온 크루죠. ADV는 친목적이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엄밀히 음악적인 크루로 이어가자고 내부적으로 합의된 상황이에요. 성격에 대해서는 깃발을 꽂은 상태인 거죠. 사실, 올해가 오기 전까지 ADV 멤버들이 한 번도 한자리에 모인 적이 없었어요. 멤버 중 리플로(Reflow)는 계속 대구에 있어서, 정서적으로 유대 관계를 이어가기가 힘들었고, 군대에 다녀온 랩퍼도 있었어요. 멤버들이 온전히 음악을 위해서 한자리에 모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거죠. 2015년도 되고 나서, 처음으로 모두가 음악을 할 수 있는 상황으로 모이게 된 거예요. 제가 3년 전부터 “2015년만 생각하고, 그때까지 없어지지만 말자. 우리가 강력하게 상승곡선을 탈 수는 없을 수 있겠지만, 모두가 모이는 날까지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내려가는 그래프만 그리지 말자!” 이렇게 말했거든요. 마침 2015년이 왔고, 이제 모든 멤버들이 모였으니까, 내부적으로는 기대가 큰 한 해에요. 당장 올해 안에 모든 걸 다 내비칠 순 없겠지만, ADV의 음악적인 행보는 올해부터 시작이라고 봐야 할 거 같아요. 그래서 이번 'ADV 잔치'에서는 PPT도 준비해서, 15분 동안 컨퍼런스를 하려고 해요. 팬들을 위해서요. 올해 계획과 그들에게 지켜나갈 약속도 발표하는 거죠.
리: 컨퍼런스요?
제: 네, ADV의 모든 계획을 컨퍼런스 때 발표하려고 해요. 멤버 개개인의 계획과 음반, 또 SRS(Street Rap Shit) 같은 행동과 활동도요. 저희 머릿속에서는 ‘마블 콘퍼런스’처럼 상상하면서 재미있게 만들고 있어요.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ADV는 늘 그래요. 우리가 이걸 했을 때, ‘남들이 재미있어할까?’는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냥 우리가 뭔가를 하면서 스스로 재미있는 일을 많이 벌여요. '무드'도 예전부터 계획된 게 아니에요. 어느 날, 갑자기 ‘이런 거 하면 재미있겠는데’ 해서, 한 달도 채 안돼서 켄드릭스가 모든 걸 진행한 거였거든요. SRS도 [비공식적 기록 II] 발표하고, 곡 중에서 “360도”가 있으니까, 내가 늘 염원하던 ‘전국 길거리 공연 한번 하자.’해서 진행한 거였죠. 늘 저희가 재미있기는 하지만, 뭔가 의미가 있어서, 남들도 보면 ‘멋있어 보일 거야.’라고 우리끼리 생각하는 움직임을 하는 거예요.
리: ADV 말고, 눈여겨보고 있는 아티스트나 신인이 있나요?
제: 예전에는 관심 깊게 뒤져봤는데, 지금은 솔직하게, 시간 자체가 많이 없어서요. 아직도 제 이메일에 믹스테입을 보내주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죄송스럽게도 제가 들어볼 시간이 없어서 많이 못 들어봤어요. 아, 2012년도에 제 메일로 ‘음악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고민을 적준 분이 있어요. 제가 울림이 있어서, 정성스럽게 답장을 드린 적이 있었죠. 그분이 이번에 디지털 싱글을 냈는데, 좋더라고요. ‘윌 콕스(Wilcox)’라고. 랩이랑 노래를 다 하면서, 프로듀싱도 하는 분인 거 같아요. 계속 그런 본인만의 사운드를 들려주셨으면 좋겠어요. SNS에 자주 언급되는 분들 소식도 제 나름대로 주시하고 있는 상태예요. 그런데 솔직히, 요즘에는 제 레슨생이 제일 기대돼요. 괜찮은 몇 명이 보여요. 나중에 이 친구들이 숙성되면, 재미있는 랩퍼로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지켜보고 있죠.
리: 마지막으로 JJK가 [고결한 충돌]이란 앨범에 거는 기대가 무엇인가요?
제: 이 앨범은 힙합을 모르는 분이 들어도 좋을 것 같은 제 유일한 앨범인 것 같아요. 힙합과 랩 실력을 떠나서, 한국 정서와 문화에서 되게 중요한 결혼과 출산을 다룬, 어떻게 보면 유일한 랩 앨범이기 때문에 그런 정서를 섬세하고, 자세하게 기록했다고 자부하거든요. 그래서 많은 신혼부부나 결혼을 준비하는 분들, 혹은 예비 엄마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듣고 많이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힙합’이라는 장르가 [쇼미더머니]만을 통해서 전부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역으로 보여주는 앨범 같거든요. 그래서 많이 들려 드리고 싶죠. 그리고 역사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한국 사회에서 30대 초반에 결혼을 앞둔, 혹은 결혼한 사람의 입장을 얘기한,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힙합 앨범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한국 힙합 역사에 기록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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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JJK - 고결한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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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aster
disaster (2015-02-12 18:18:04 / 124.66.184.*)추천 0 | 비추 0
유부남, 가장, 애기 아빠라 그런가
요즘 나온 힙합중에 가장 몰입해서 들었던 앨범이었습니다.
via http://board.rhythmer.net/src/go.php?n=15914&m=view&s=interview&c=24&p=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