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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인터뷰 화지 – 묵직하게 내려와 '새로운 신'을 꿈꾸다

한국힙합위키

화지 – 묵직하게 내려와 '새로운 신'을 꿈꾸다 남성훈, 이경화 작성 | 2014-03-04 18:47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9 | 스크랩스크랩 | 37,525 View


지난 1월 24일 정규 1집 [EAT]을 발표한 화지는 기존에 없던 방식과 캐릭터로 앨범 공개 전부터 힙합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례 없이 정규 앨범을 무료로 공개한 것, 자신의 앨범에 대한 격한 자신감 표출, 힙합계의 화두 중 하나인 발라드 랩(혹은 랩 발라드)에 대한 저격 멘트 등등…. 그는 확실히 관심을 자신에게 모으는데 성공했고, 출중한 완성도의 앨범을 공개하면서 집중된 조명을 제대로 누릴 수 있었다. 우린 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가 뱉은 말에 대해서도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발라드 랩퍼들이 싼 똥, 내가 치울 것"이라는 주장의 배경, 힙합과 랩에 대한 확고한 자세, 더불어 리드머 평점 논란에 대한 솔직한 생각까지, 화지라는 랩퍼는 마치 '우회'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 같았다.


리: 첫 정규 앨범 발매 축하해요. 원래부터 무료 공개를 염두에 두고 작업했던 거예요?


화: 그런 단위를 먼저 생각했다기보다는, 이런 색채와 이런 이야기를 다룬 한 앨범이기를 원했고 그대로 나온 거예요. 이게 무료 앨범이라 기대하는 어떤 눈높이? 받아들이는 자세? 그런 걸 많이 신경 쓰는 것도 구리기는 한데, 무료이기 때문에 평가절하되는 부분을 우려해서 ‘정규 1집’이란 수식어를 갖다 붙인 부분도 있긴 있죠. 영 소울(Young Soul)이나 저나 사실 이제는 앨범 타이틀 같은 게 점점 의미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무료 배포라는 방법도 곡 작업하면서는 전혀 생각했던 부분은 아니었고, 다 만들고 나서 결정했습니다.


리: 라디오스타의 반 쪽 영 소울이 이번 [EAT]에 깊게 참여하면서 마치 라디오스타의 업그레이드판 외전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영 소울에 대해 좀 더 소개해주면 좋을 듯싶습니다.


화: 영 소울은 고등학교, 대학교를 같이 다녀서 그런지 저를 인간적으로 가장 잘 알고 있는 친한 친구에요. 그래서 그런지 비트를 만들어서 보내주거나 할 때 저를 음악적으로 완전히 이해하고 제가 좋아할, 또 곡의 무드라든지 여러 가지로 저에게 잘 맞는 비트를 만들어 준다는 느낌을 받아요. 지금 이 친구는 미국에 살고 있는데 졸업을 앞두고 있어요.


리: [화지]도 그랬고 [EAT]도 그렇고 앨범의 색채가 좀 강해요. 작업할 때 앨범 컨셉트를 확실히 잡고 그대로 따라가는 편인가요? 아니면 곡 작업을 하면서 어느 정도 모은 다음에 앨범을 꾸미는 식인가요?


화: 아, 이게 제가 EP작업 하면서 느낀 건데요. 제가 어떤 색깔이나 테마나 담기는 내용이나 이런 것들 포함해 큰 그림을 그리지 않고 작업을 착수하면 산으로 가고 아무것도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애초에 이번엔 작업 초반 3개월 동안은 비트도 안 받고 음악 많이 듣고 재미있는 영화, 책 많이 보고, 나가서 많이 놀고 핸드폰 들고 다니면서 떠오르는 것 정리를 하고 그랬어요. 큰 그림을 그린 거죠. 이번 앨범은 확실히 앨범 단위로 생각을 하고 작업한 게 맞아요. 처음부터 작업을 할 때 한 곡씩 좋은 비트 받아서 녹음을 했고, '모였으니 이제 내자!' 이런 식이 아니라 뚜렷하게 그린 큰 그림, 앨범 단위 안에서 작업했고 그 틀을 벗어나지는 않았어요.


리: 프로덕션도 영 소울과 합작 앨범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작업한 건가요? 다른 프로듀서도 참여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대부분을 맡은 건 영 소울이잖아요?


화: 프로듀서를 한 명으로 정해놓지는 않았어요. 제가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들과 잘 어울릴만한 곡들을 영 소울이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작업이 이어지다 보니 결국 영 소울의 비트가 지배적으로 앨범을 이끌어나가게 된 거죠. 이건 어떤 의도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어떤 분위기의 비트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명확히 있었고, 그걸 영 소울이 많이 가지고 있었던 거죠. 앨범에 참여한 마일드 비츠, 라우드나인, 언수도(Unpseudo) 등의 프로듀서와 작업도 같은 과정이었고요.


리: “못된 년”을 만든 언수도라는 비트메이커는 어떻게 작업하게 된 거예요? 처음 본 뮤지션인데....


화: 그 친구가 SNS를 통해 저한테 들어보라고 비트를 보내 준 적이 있는데 듣자마자 “어? 이건 내 앨범에 들어가야 되겠는데?” 싶어서 그냥 바로 연락했어요. 그때는 이미 무료 공개가 결정됐던 시점이었고 그래서 그 친구 만나서 정중하게 앨범 무료 공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다음에도 맞는 곡이 있으면 꼭 같이 하자고도 했고, 잘 이야기 되어서 이번에 함께하게 되었죠.


리: 사실 무료공개라는 사실을 잊게 할 정도로 모든 곡의 믹싱과 마스터링 마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제이 크라이(Jay Cry)라는 분이 맡아서 한 걸로 되어 있는데, 혹시 사운드 잡는데 화지 씨가 관여했나요?


화: 아뇨. 관여 안 했어요. 막연하게 그려졌으면 하는, 나왔으면 하는 걸 얘기해주면, 제이 크라이 형이 기가 막히게 뽑아내요 정말. 굉장한 형이에요 진짜. 한 번 참견 한 적은 있어요. “말어”인데, 그거 제가 좀 쓸데없는 관여를 하다가 오히려 이게 막 산으로 가는 걸 보고선 아 이거는 안되겠다 싶었죠 (웃음) 그래서 정말 '이거 의약분업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더 이상 참견 안 했어요. 제이 크라이 형 믹싱이 다 완전 미쳤죠? 믹스 마스터가 없었으면 앨범이 이 정도 퀄리티가 나올 수가 없었을 거예요. 사운드가 진짜 잘 잡혔어요.


리: [화지]를 전곡 프로듀싱했던 라우드나인과 이번 [EAT]을 리드한 영 소울 중 어느 프로듀서와 궁합이 더 잘 맞나요?


화: (난감해하며 웃음 터짐) 라우드나인 형이나 영 소울이나 저를 가장 많이 아는 분들이에요. 정말 두 프로듀서는 제 목표를 두루뭉실하게 말해도 뚜렷하게 결과물을 내놓는 것 같아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영적인 체험 같은 느낌을 줘요.


리: 그래도 한 명을 고른다면? (웃음)


화: 집요하게 물어보시니 그래도 굳이 한 명을 고르자면 영 소울이요. 인생의 반을 함께 해왔으니까 좀 더 잘 맞는 건 맞죠.


리: 이렇게 이야기를 들으니 앨범 이전에 발표된 싱글 "젊은데"가 생각나네요. 사실 싱글로 나왔을 때는 몰랐다가 앨범이 나오니 [EAT]의 타이틀 싱글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 곡을 먼저 낸 것도 앨범 작업의 계획 안에 있던 건가요?


화: 일단 “젊은데”가 먼저 나온 곡은 아니었어요. 다섯 곡 정도 나온 상태였죠. 발표 이유는 반반이었어요. 그 곡을 먼저 낸 이유는 사실 앨범 준비가 길어지면서 공백기가 길어지니까 낸 것이었고, 하지만 그냥 낸 것은 아니고 앨범의 미리보기 식으로 택한 곡이에요. 앨범의 분위기를 예고하는 의미였는데, 그렇게 받아들여졌는지는 모르겠네요.


리: 혹시 앨범 작업 후에 빠진 곡도 있나요?


화: 네, 있어요. 심지어는 피처링을 받았는데 앨범에 싣지 못한 곡도 있어요. 작업 후에 조금이라도 앨범 색채에 맞지 않거나 앨범 전체적으로 흐름에 훼방을 놓겠다 하는 트랙은 그냥 뺐어요. 물론 피처링해준 분에게는 정중하게 이야기를 했죠. (리: 별도로 공개할 생각은 없어요?) 아쉽지만 추후에도 공개는 힘들 것 같습니다. 만족하지 못했던 곡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나은 거 같아요.


리: 과장된 해석이라 느낄 수도 있겠지만, [EAT]은 랩퍼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결국 이 시대, 이 사회의 젊은이를 그려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힙합에서 지금까지 다뤄왔던 그것과는 좀 달라요. “너 힘들지? 이 더러운 세상 너만 힘든 거 아냐, 힘을 내서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또 놀 땐 잘 놀자” 같은, 말하자면 이러한 10대에서 20대 초반을 향한 위로의 정서가 대부분이었는데, 화지의 랩은 그려내는 정서가 일반적인 젊음에 대한 가치를 아예 무가치로 두는 일종의 허무 정서가 느껴져요. 개인적이지만 이기적인 느낌도 아니고…


화: 네, 그런 해석이 과장은 아닌 것 같아요. 일단 저는 이게 핸디캡이라면 핸디캡인데 어떤 허구의 이야기를 잘 못하고, 정말 스스로에게 동화되는, 다르게 말하자면 스스로에게 진솔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실제로 가사처럼 그렇게 살아요. 그냥 그렇게 살고 있어요. 제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그렇게 사는 것이 나쁜 게 아니잖아?’ 이런 부분이 컸어요. 다만 저도 사람이다 보니까 사회의 시선, 가치 같은 것도 신경이 쓰이죠. 하지만 '당신들이 만든 이 사회에서 내가 이렇게 산 것이 정말 나쁜 것이었나?' 이런 생각을 항상 해요. 위로를 하고 싶은 마음은 저도 있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할 때 사람들이 위로를 표면적으로 많이 만들었던 것은 우리 사회에서 공부 열심히 하고 취직하고 이른바 정해진 길을 걷는 어린 아이들이 그 컨텐츠를 소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불안감이 돈이 되는 것이죠. 저는 그것보다 본질적인 부분을 다루고 싶었어요. 제가 보는 세상에 있어서 저처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들이 들으면 그게 어느 정도 공감이 되고 결국 위로가 될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이게 저에겐 정말로 중요한 거예요. 더해서 저처럼 나락에 빠졌던 사람들이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는 동기가 될 수 있었음 좋겠어요. 저도 음악을 들으면서 그런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음악을 만드는 입장에서 상도덕 같은 일종의 도의적 책임감 같은 것이 있어요. 어쨌든 어떤 정해진 길, 이른바 ‘안전빵’의 굴레가 점점 명확해지면 명확해질수록 우리나라의 행복도는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그 굴레 밖에 있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우울해지는 거죠. 그런 이들에게 공감을 주고 싶었어요.




리: 랩 이야기를 해볼게요. 화지의 작법이 다른 이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지점이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게 아주 완성도가 있고요. 'Rap Genius.com'에 가사 해석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고 해서 봤는데, 여러 번 들으면서 발견할 수 있는 숨겨놓은 코드가 많은 것 같아요. 작법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뭘까요?


화: 랩 지니어스에 제 가사가 올라와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찾아보지는 못했네요. 일단 일부러 숨겨놓거나 그런걸 의도하진 않고요. 제가 크면서 들었던 어느 정도 깊이 있다고 생각했던 랩에서 받았던 즐거움을 우리 말로 한번 구현해보자 하는 의도가 커요. 영어로만 그런 것을 풀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말로 충분히 깊이 있는 가사적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일종의 문학적인 접근을 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그게 더 뛰어난 접근이다 이런 생각은 절대 갖고 있지 않아요. 실제로 요즘 즐겨 듣는 음악이 이런 것과 상반되는 개무식하게 때리는 랩이거든요. (웃음) 철학이 있냐고 물으셨죠? 철학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제가 하는 것은 평소에 괜찮을 것 같은 라인이나 이야기가 떠오르면 자주 적는 편이에요. 아, 이번 앨범은 작업 방식이 확실히 있었어요. 한 벌스(Verse)안의 첫 번째 바(Bar)부터 16번째 바까지 라임 이런 거 상관없이 각 라인 별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적어놓고 마치 에세이를 쓰듯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들어 놓고 랩으로 만들어 나가는 작업을 했어요.


리: 방금 말씀했듯이 한영혼용을 하지 않는 랩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어요. 사실 한영혼용 랩에 관한 가장 큰 오해를 만드는 말이 영어 잘 못하면, 또 발음 안 좋으면 하지마, 이런 거라 생각하거든요. 굳이 다른 나라로 가지 않아도 미국 내에서도 각 지역의 언어로 언어유희, 워드플레이를 하는 게 명확한 랩 게임의 룰인데, 무시하는 경향도 있고….


화: 아, 저도 발음 구리면 영어 쓰지 말라는 가사를 썼었죠? (웃음) 그런데 이걸 단편적으로 받아들이면 안돼요. 사대주의 따위나 못 배웠으면 쓰지마 이런 개념은 절대 아닙니다. 어떤 단어를 사용하려면 이 단어가 어떻게 들리고 발음에 따라 어떤 쫄깃한 감이 생기느냐에 대한 인식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발음이 구리면 하지 말라는 이유가 당신들이 영어를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단어의 발음 안에 철학이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미국 남쪽 동네 영 드로(Young Dro) 노래 중에 “FDB”라는 노래가 있어요. 말 그대로 ‘Fuck Dat Bitch’인데 그걸 ‘뻑 댓 비치’가 아니라 ‘뻐대빗’ 이런 식으로 발음을 해요. 그것만이 담아내는 완전 미친 맛이 살아나는 거죠. 그런 느낌을 살려서 한국의 사람들에게 온전하게 전달할 수 없다면, 그냥 우리 말을 연구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사실 한영혼용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저에게 굴레가 된다고 생각해서, 저는 저만의 고집이라고 항상 말을 해요. 그게 제 주변 동료를 쉴드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일단 제가 개인적으로 음악을 듣고 자극을 받는데 먼저 어떤 굴레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예요. 하지만 아쉬운 건 분명 있죠. 제가 힙합에 빠지게 된 게 언어적으로 기발한 표현, 그러니까 라임, 플로우 이런 건 기본이고, 똑같은 이야기를 정말 신선한 표현으로 해내는 그런 랩의 맛 때문이었어요. 미친 표현들. 그건 정말 랩퍼가 어떻게 입을 놀리느냐에 달린 거에요. 그런걸 우리 말로 해내면 사람들이 '와 이래서 랩의 가사가 죽이는 거구나?' 이렇게 자연스레 생각할 수 있잖아요. 영어가 들어간 가사는 아무래도 해석을 하면서 놓치는 맛이 분명히 생겨요. 그런 맛을 우리말로 잘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몇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제가 한영혼용을 안 하는 것에 자부심이 있어요. 우리 말로 랩의 본질적 재미 요소를 누구나 찾고 알아들을 수 있게 하는 것이죠.


리: 발음에도 많이 중점을 두잖아요?


화: 아, 그게 되게 중요해요. 토시가. 발음하는 맛이 있어요. 우리나라만의 'ㄹ, ㄷ, ㅂ' 발음이 있어요. 또르르 굴어가는 옥처럼 굴러가는 맛이 있단 말이에요. 입에서 발음해보면 그게 연결되는 것 말이죠. 지금은 생각이 좀 많이 바뀌었는데, 한때는 그런 거에 꽂혀있었어요. 되게 또르르 굴러가는 'ㄹ, ㄷ, ㅂ' 발음들. 혀가 입천장이나 앞니에 부딪히면서 나는 그런 소리들. 옛날에 피처링 가사였나? 한두 번 썼던 가사였는데 (직접 랩을 하며) “흐름을 부리는 게 내 본능이라서” 이렇게 또르르르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 같은 거를 즐겨 썼었어요. 우리말에서 밖에 구현될 수 없는 우리말의 맛인 거 같아요. 그런 발음에 대한 강박.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는데 지금은 강박은 덜 한 거 같아요.


리: 보통 교포 하면 우리말에 어눌한 부분이 좀 보이는데, 화지 씨는 아예 없네요. 혹시 책도 많이 읽나요?


화: 저는 완벽한 바이링구얼(Bilingual)이에요. (웃음) 확실히 한국어가 정말 매력적이에요. 함축성도 굉장하고 예들 들어 “밥 먹었냐?”에 내포된 그런 것들만 생각을 해도…. (웃음) 책도 많이 읽었죠. 글을 쓰는 것도 좋아했어요. (리: 좋아하는 작가가 있나요?) 네, 남미 작간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즈(Gabriel Garcia Marquez)라고 있어요. 그 분이 항상 하는 말씀이 ‘나에게 있어서 스토리텔링이란 건 할머니. 우리 할머니다.’에요. 어릴 적에 할머니가 앉혀 놓고선 그냥 이야기보따리에서 꺼내는 거 있잖아요? 자기 글을 거기에 비유했어요. 예를 들어 [백 년간의 고독] 같은 걸 보면, '매지컬 리얼리즘'이라고 그 사람의 독보적인 장르인데, 내용이 뜬금없이 벽에다 나비를 그리면 나비가 날아올라요. 근데 그렇게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을 마치 당연한 것처럼 표현해요. 그런 기가 막힌 표현들이 많아요. 자기 할머니가 얘기하듯이 얘기하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그게 저에겐 되게 큰 충격이었죠. 저도 옛날에 할머니가 절 무릎에 앉혀놓고서 그런 얘기를 많이 들려주었어요. 저 되게 아기일 때.


리: 랩 이야기를 하니까 최근 랩 중에서는 트웽스타(Twangsta) 앨범의 “뿌리”가 좀 이색적이고, 어떤 면에선 좀 대단하기도 했어요. “뿌리”라는 트랙의 랩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좀 있어요?


화: 트웽스타 형 앨범에서는 문학적으로 접근을 했었죠. 그 형과 만나서 주제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고, 정말 심도 있는 대화 끝에 결정을 한 거에요. 이건 문학적으로 접근해서 확실히 쐐기를 박아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죠. 대신 [EAT]은 딱 그 중간인 것 같아요. 본능적인 접근과 문학적인 접근이 섞여 있죠. 방법론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스킬은 확실히 이전보다 성장했고요. 어쨌든 주제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작업하는 사람과 나누는 것이 좋아요. 피처링도 좀 소모적이라고 느끼는 건 싫어요. “야, 비트는 이거고 주제는 이건데 해봐.” 이런 식의 즉흥적인 작업도 잘 나오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것은 주제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접근했을 때였어요. 사실 그게 되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고요. 뭐가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작업 방법에 대한 차이겠죠. 예를 들어 “잘자, 서울”에 피처링한 차붐 형도 평소에 술 자주 하고 인생 이야기하는 형이니까 그 형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있어서 이 곡은 차붐 형 아니면 같이 랩 해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리: [EAT]에서 랩에 더블링을 거의 안 친 것 같은데 톤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앨범의 무드 때문에 그랬나요?


화: 저는 결과가 제일 중요해요. 저도 결국에 타악기라고 생각하거든요. 다 끄집어 내고 랩만 놓고 봤을 때 결국 저도 타악기란 말이죠. 전 ‘기본적인 스킬이 되어라’ 이 말이 ‘좋은 타악기여야 한다’ 이거랑 똑같은 말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더블링 쳤을 때 질감이 있고 안쳤을 때 질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치는 게 맞다고 느껴지면 쳤고 안친 질감이 더 좋을 땐 안쳤어요. 결과가 가장 중요하니깐요.


리: 부족한 랩의 느낌을 더블링으로 메우려는 랩퍼도 있으니까요.


화: 랩에 프라이드가 없으면 안 되죠 제가 하는 일인데. 그게 없어서 더블링 치는 거라면… 그런 사람들이 제 주변에는 일단 없는데... 만약 자신이 없어서 더블링을 치는 거면 (웃음) 랩 하면 안되죠.


리: 저는 앨범에서 '신이 되거나 신이 되거나 밟거나 밟히거나' 하는 가사가 좋았습니다. 화지 씨가 생각하는 뻑가는 가사는 뭐에요?


화: 제 펀치라인 중에 몇 개 있어요. 제가 되게 좋아하는. '나는 정자은행 뺨치는 씹팔놈' 이런 거 (웃음) 들으면 말장난, 워드 플레이만 봤을 때 인상 빡 써지면서 “YEAH!” 소리가 나와야 좋은 가사 같아요. '나는 테이크아웃 보신탕 개싸까지' 이런 거 있었고 (웃음)


리: 앨범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면, 취향 타고 어둡다는 얘기가 종종 나오더군요. 근데 사실 들으면서 웃음 터지고 재미있는 표현이나 상황이 많이 나오는 앨범이기도 해요.


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어떤 사람들한테는 와 닿지 않았겠죠. 표현의 재미가 와 닿지 않으니 이건 강요할 부분은 아닌 것 같고, 지금까지 한국 힙합에 있어서 그런 재미 요소들이 많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라 익숙하지 않으니까요. 스윙스(Swings) 형이 어떻게 보면 일차원적이지만, 되게 재미있는 펀치들이 많았잖아요? 말 가지고 하는 게 어느 정도 기본이 되어 있어야 하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꼭 웃긴 게 아니더라도. 타블로 씨 보면 죽이는 거 많잖아요. 미친 펀치들 많았고. 펀치 잘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걸 개념으로 정립하면 좀 위험한 거 같아요. (듣는 분들에게) 펀치라인은 어떤 요소고, 그런 걸 설명하는 걸 크게 생각하지 마시라 추천하고 싶어요. 이걸 어디까지나 재미있게 들으면서 마음을 열고 좀 즐겨도 될 거 같아요.


리: 힙합 커뮤니티 게시판의 앨범 반응은 좀 살펴보는 편이에요?


화: 좀 의식적으로 안 하고자 하고 있어요. 그런 피드백이 사실 저에겐 별로 의미가 없어요. 저는 확신이 있거든요. 제가 생각해도 이번 앨범이 취향을 탈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이 앨범이 웰메이드가 아니다.'라고 누군가가 말한다면, 그건 절대 용납이 안돼요. [EAT]이 웰메이드 앨범인건 확실해요. 제가 담고자 했던 것들 전부 잘 담아낸 것 같아요. 물론, 만들고 나서 생각해보면 아쉬움은 있겠죠. 하지만 제가 3개월간 목표한 바, 구상했던 것들이 딴 길로 빠지지 않고 앨범에 잘 들어갔고, 그래서 피드백이 저에게 지금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리: [EAT]이 리드머에서 높은 평점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사실 정식 힙합 비평을 꾸준히 진지하게 다루는 곳이 리드머 밖에 없는 게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혹평이나 호평이 올라오면 왠지 모르게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이유라고 생각하거든요 (웃음) 그래서 인플래닛과 리드머의 관계까지 어설프게 엮어서 이야기하며 평을 깎아 내리는 사람들도 있고요.


화: 아, 일단 저는 R 넷반 평점 완전 동의해요! (웃음)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정말 잘 만든 앨범이고, 많은 분들이 이걸 공감하고 듣고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좋다는 반응도 직접적으로 많이 받고 있고요. 리드머 필진 분들 다 각자 좋은 직업이 있는 것 같고, 단순히 음악에 대한 애정으로 글을 기고하는데 대체 저한테 뭐가 아쉽고 뭐가 떨어질 게 있다고 좋은 점수를 준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 분야에선 우리나라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또 어쩌면 좀 차갑게 자존심 걸고 하시는 것 같은데, 아, 이렇게 말하면 또 말리는 것 같고, 여하튼 저에 대해 뭐라 그러는 것은 별 신경 안 써요. 그런 말에 말릴 것도 없고요. 만약 제 앨범이 구린데 좋다고 했거나, 구리다고 안 다뤘다면, 그게 좀 문제였겠죠. 하지만 [EAT]이 좋은 앨범인걸 어떡합니까? (웃음)




리: 다시 앨범 이야기로 들어가서요. 이렇게 말하는 게 어떨지 모르겠는데, 앨범 전체적으로 '수컷' 정서가 강하게 느껴져요. 그런데 그게 좀 슬픈 느낌?


화: 네? 슬프게 느끼셨다고요? (리: 그러니까 몸을 내던지는 처절한 느낌이요?) (모두 웃음) 전 그냥 놀 때 정말 놀아야 되고, 여성편력도 좀 있고요. 한 번도 제가 마초다 가부장적이다, 이런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그냥 잘 놀고 여자 좋아하고 그걸 그려내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제 나이에 여자를 막 꼬신다고 그 여자가 그날 밤 정말 대단하게 느껴질 확률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그런 것에 쏟는 열정과 시간이 좀 아깝고 해서 그렇게 안 한지는 오래됐고요. 요즘엔 여자라기보다는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서 이야기하고, 뭐 그러다가 재미있게 되면 재미있게 되는 것 같고요. (웃음)


리: 그럼 이쯤에서 민감한 부분을 한 번 짚고 넘어가보죠. 앨범을 발표하기 전에 "발라드 랩퍼들이 싼 똥을 치우겠다.” 이런 발언을 했는데….


화: 아, 뭘 물어보려는지 알 것 같아요. 발라드 랩퍼가 어떤 노래를 만들던지 그 사람 자유죠. 그 사람이 어떤 감성을 가지고 있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고유한 감성이 노래에 반영된다고 생각해요. 그게 일반적인 경우라고 생각하고요.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이 맞고요. 근데 그냥 음악이 구리잖아요. 멋이 없잖아요. 동경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뭐 되게 상처받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 순 있겠죠. 하지만 그게 보편적으로 동경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구린 음악을 해놓고는 힙합에 한 발 걸치고 있잖아요? 그게 정말로 싫은 거예요. 제가 한 것이 힙합의 범주 안에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어요. 사운드적 구조나 이야기나 제가 해놓은 모든 것이요. 그런데 그 어느 하나도 맞지 않으면서 단순히 랩을 했다는 이유로 힙합을 때려 박는 이런 건 싫어요. 그러니까 물이 흐려지고, 사람들이 떠나가는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예전에 잘했던 사람들도 있다는 게 더 씁쓸해요. 잘했던 사람들이 막 뿅뿅거리거나 간질간질한 ‘사랑해~’ 어쩌고 하면서 구린 것을 해요. 한때 자기들도 구리다고 깠던 그런 음악을요. 그럼 힙합 좋아하는 사람들이 졸라 구리다고 욕해야 하는데, ‘그래 요즘 다들 힘드니까….’, ‘요즘 들을 것도 없고…’, ‘내가 좋아하는 랩퍼니까’, ‘나중에 센 거 하나 내주겠지..’ 이러면서 관대해지는 거죠. 그게 말이 되냐고요. 말이 안되잖아요? 일단 구리면 구린 거죠. 주관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굳이 그걸 평가하고 그러라는 게 아니라 좀 주관을 가지고 가치관에 안 맞으면 구리다고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그래서 애호가들은 떠나가고 이제는 점점 이 바닥에서 더 먹을 것 없으니까 랩퍼들이 자꾸 그런 걸 한 번씩 하는 거 같아요. 저작권료 첫 달 뽑기 위해서 소녀감성 노래를 하나 만들기도 하고, 여하튼 그런 타협을 하는 것 자체가 구린 것 같아요.


리: 잘 들었습니다. 돌직구 질문 하나 할게요. 그래서 누가 그렇다는 거에요? 말씀하기 곤란하면 안 하셔도....


화: 대표적으로 산이, 버벌진트. 옛날에 이 형들 좋아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난 그런 거 할거야, 어쨌든 난 돈 벌 거야.” 이런 자세 전 뭐 리스펙이에요. 그런데 제발 제발 한 발 걸치지 말라고요. 흔히 자기가 만드는 걸 구린 거라고 생각하고 만드는 사람이 없다고 하죠? 그래도 자기가 만드는 게 힙합이 아니라는 생각과 귀는 다 있을 거란 말이에요. 그게 없다면 참 슬픈 일이고요. 그런 거 만들고 '힙합이 어쩌고' 이러는 사람들은 정말 아닌 거죠. 아까도 말했지만, 욕 먹을 것 감수하고 뭔가 하는 것은 리스펙이에요. 저도 어쩔 수 없이 타협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죠. 하지만 만약 제가 구리게 타협을 하면 전 그게 힙합이 아니라고 하고 다 인정할거에요.


리: 방금 그 대답 그대로 받아서 질문 하나 하죠. 지금 많이 나오는 방어논리나 명분이 “힙합은 힙합 아티스트로서 했고, 이번엔 대중을 위한 가요다. 다음 싱글은 힙합 싱글이다. 다음은 가요앨범입니다. 다음엔 마니아들을 위한 진짜 힙합” 이런 식의 커리어가 약간 절충안처럼 자리 잡았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화: (웃음) 제가 고지식한 건가요? '이번엔 힙합인데 다음엔 가요한다, 그리고 이번엔 힙합 어쩌고…' 하는 거 힙합의 탄생과 뿌리를 알고 진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불가능한 것 같아요. 힙합은 그냥 단순히 음악장르가 아니라 음악이 합쳐진 멋있는 문화인데, 그런 부분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지금 힙합 씬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서 있는 모양이니까 위기의식을 느끼기도 하죠. 예전에 사람들이 한국 힙합을 좋아했던 이유가 멋진 음악과 새로운 시도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한창 사람들이 모여들 때, 형들이 멋있었죠. 그때 풍겼던 멋 이상의 멋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어야 떠난 사람들이 다시 찾아올 것이라 생각해요. 그게 제가 택한 방법입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게 아니라 절을 불태우고 다시 지어야죠.


리: 꼭 문화를 엮지 않더라도 이야기는 할 수 있죠. 예를 들어 댄스 음악을 하는 그룹에서 랩을 담당하는 멤버의 랩 실력은 이전보다 확실히 좋아졌고, 아예 힙합을 표방하는 아이돌도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화: 전 그냥 단순해요. 이게 힙합이냐 아니냐를 나누면 될 것 같아요. 랩 테크니션과 힙합 MC는 엄연히 다른 거잖아요. 입을 잘 놀려서 랩을 잘할 순 있겠죠. 기타도 손 근육을 빠르게 잘 놀려서 연주 잘 할 수 있을 거에요.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잖아요. 영혼이나 소울이란 말이 되게 오그라들지만, 음악을 다룰 때 그걸 무시할 수 없어요. 그게 핵심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들어보면 전문가가 아니더라고 분명히 구별할 수 있죠. 그게 다에요.


리: 미국에 살면서 혹시 인종 차별 같은 경험은 없었어요?


화: 인종차별 같은 건 사실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다른데요, 엄청난 인종차별은 더 이상 없는 거 같아요. 그걸 크게 받아 들이는 건 제 생각엔 자격지심인 거 같아요. 예를 들어서 어떤 백인 애가 저보고 “너 눈 찢어져서 수학은 어떻게 하냐?” 하면 “너는 씨발 배가 그렇게 나와서 네 좆은 보이냐”라고 받아 치면 돼요. 제 주변엔 맥시코, 흑인 애들이 많았는데, 엄청 날 선 펀치라인 기반으로 된 디스가 들어오면, 항상 그걸 똑똑하게 받아 쳐야 하는 상황이 있거든요.


리: 그게 랩 할 때 많은 도움이 됐겠네요?


화: 되게 많이 됐죠. 그 멘탈 자체가.


리: 살아보니 서울은 어떤 도시 같아요?


화: 미국에서는 제가 주를 크게 세 개로 옮겼거든요. 초등학교 때는 앨라배마에 있었고 고등학교 땐 위스콘신에 갔고 대학은 인디애나에 갔는데 그 지방에 쭉 살고 몇 년간을 살면 내 홈타운이다! 하는 자부심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미국은 특히 고장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근데 저는 사실 그런 게 없었어요. 미국은 그냥 미국이에요. 저한테는 어딜 가도 미국인데, 서울은 항상 동경이 있었어요. 제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고, 당시에는 어린 맘에 동경한 거 같기도 한데, 와서 좀 지내보니깐 “바하마에서 봐” 가사에도 있듯이 좋긴 좋은데 쉴 곳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을 되게 지치게 하는 거 같아서요.


리: 그렇다면 한국에서 랩퍼로 산다는 건 어떤 것 같나요? 한국에서 힙합 하면 주 소비자층이 이걸 널리 퍼트리고 싶어서 다들 답답해하는 면도 있는 것 같고…. (웃음) 그래서 ‘힙합의 대중화’는 영원히 고통 받을 떡밥이죠.


화: 음… 확실히 대중화에 관련해서 대답을 하기엔 좀 어려운 거 같아요. 제가 원체 그런 거에 관심 없어서요. 저는 어쩔 수가 없어요. 저는 항상 재미에 의해서 이끌리는 사람이라 만약에 저는 랩이 재미가 없어지는 순간이 온다면 안 할 거에요. 지금 되게 재미있어서 하는 거에요. 대중화라는 걸 꺼내서 괜히 어설프게 얘기할 것도 없고요. 어떻게 보면 그렇게 대중화 대중화하시며 이상한 거 하는 분들보다 지디(G-Dragon)가 더 대중화라는 생각은 하죠. 굳이 그런걸 하는 것도 아니고 그 분은 돈 벌 만큼 벌었는데도.. 힙합이죠. 랩스타잖아요. 전 사실 미국의 대중음악을 듣고 자랐고, 대부분 힙합이었기 때문에 대중화다 뭐다 그런 범주에서 생각한 게 아니라 끝내주는 음악이다 아니다에 대해서만 생각했어요. 의미 없는 거 같아요. 대중화 이런 게…. 제가 먹고 살만큼 음악 판이 늘어나고 이런 건 좋은 거 같은데 제가 거기에 어떻게 기여하겠다 하는 생각도 없고 그냥 저 하는 대로 좋은 음악 계속 하려고요.




리: 곡에서 항상 외치던 바비 제임스 크루는 어떤 집단이에요?


화: 바비 제임스는 제가 크루라고 얘기를 하지만, 마음 잘 맞고 생각도 비슷하고, 그런데 뜯어보면 엄청 다른 친구들이에요. 다 제각각이고 분야도 다르지만, 모이고 같이 있을 때만큼은 되게 즐겁고 유쾌하고 항상 행복한, 제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를 굉장히 좋은 기억들로 장식해준 친구들이죠. 이건 크루다! 이거는 바비다! 그런 것보다 친한 사람들끼리의 모임이에요. 크루에 김휘라는 친구는 사진도 찍고 기타고 치고, 사업을 꿈꾸는 친구고 되게 잘 할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데, 그 친구는 정말 각종 문화적으로 트여있는, 모든 것에 열려 있는 친구에요. 영 소울이 음악을 하고 있지만, 저희는 특별한 목표의식이 있다기보다 자연스레 마음 맞는 친구들이 모인 것이라 보면 될 것 같아요.


리: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된 건데요?


화: 퍼럴 윌리암스 있는 N.E.R.D 노래 중에 “Bobby James”라는 곡이 있어요. 어떤 거였지, 그 첫 앨범 뭐죠? (리: 'In Search Of…') 네, 그거! 거기에 “Bobby James” 있잖아요? [In Search Of…]에 있던 노랜데 그거를 같이 차 타고 다니면서 되게 자주 들었어요. 진짜 좋아서요. 특히, 차 타고 들으면 곡 마지막에 파리 날아가는 소리가 있는데, ‘위이잉~’ 하고 나오면, 차 안에서 막 피하는 시늉하면서 놀곤 했죠. (웃음)


리: 소속사인 인플래닛에는 어떻게 들어가게 되었어요?


화: 옛날에 라디오스타 녹음을 인플래닛의 녹음실에서 했어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녹음실 찾아서 갔는데, 거기서 대표님 만나고 마음이 맞아서 인플래닛 들어가게 되었죠.


리: 누군가를 디스한 적은 없었죠?


화: 없었어요


리: “새로운 신” 가사 중 '개미 새끼 혈투극 난 안 봐도 돼'라는 가사가 일명 '컨트롤 대란'을 비꼬는 것 같다고 '랩 지니어스'에 누가 적었던데, 봤나요?


화: 그런 게 벌써 랩 지니어스에 올라갔어요? (웃음) 아 뭐 해석은 마음대로 하셔도 돼요.


리: 작년에 '컨트롤 대전'이 터졌을 때 참여해볼 생각은 없었어요? 디스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고요.


화: 딱히… 제가 낄 이유가 없었고요. 다만, 제가 지금 디스를 하지 않는 이유가 두 가지 있는데, 첫째, 저는 아직은 잃을게 많이 없기 때문이에요. 제가 훨씬 잘됐을 때 뭘 걸고서 하면 몰라도…. 그 전에 디스하는 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신경 쓰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게 싫어요 저는. “화지 이슈몰이하나?” 이런 얘기. 그런 일차원적인 좆 같은 반응이 항상 싫었어요. 그게 아니고 정말 이걸 사랑해서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에게 침범을 받았다, 내가 사랑하는 것이 더럽혀졌다 해서 하는 등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지금은 제가 일단 잃을 게 너무 없잖아요. 훨씬 잘돼서 그때 가서 이슈몰이라는 쓸데없는 소리 안 들어도 될 때 해야 하는 게 첫 번째고, 둘째는 정말 관심 없어요. 저는 원래 사람, 인간사에 관심이 별로 없어요. 많은 디스들이 인간적인 갈등에서 비롯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 게 별로 없어요 저는 애초에 사람한테 관심이 없기 때문에 언제부턴지 제 방어기제인지 모르겠는데 그냥 사람한테 기대를 아예 안 한다 그래야 하나? 그래서 실망하는 것도 없어요. 근데 그 '개미새끼 혈투 난 안 봐도 돼'의 뜻은… 그래 봤자 결국에 돈 되게 잘 버는 사람들 한 손에 꼽잖아요 어차피? 되게 무의미한 거 같아요. 어느 순간 보니깐 '여기서 치고받고 싸워봤자 아무 의미 없다.' 싶더라고요. ‘I Won’t Dignify That Question With An Answer’ 이런 말이 있는데, 예를 들어 이런 인터뷰에서 개 같은 질문이 들어오면 이건 질문으로 치지도 않을 꺼야 이런 개념 같은 거잖아요. 딱 그런 거 같아요. 물론, 저한테 디스가 들어왔는데 제가 부당하다고 느껴진다면 조져야죠. 당사자가가 ‘좆됐다 건들지 말걸’ 생각할 때까지 털어야 하는데 굳이 먼저 싸움 걸 필요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돈 좀 벌고 와서 할게요. (웃음)


리: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고 하는데 혹시 국내 정치 돌아가는 것에 관심 있어요?


화: 아니요, 큰 관심 없습니다.


리: (뻘쭘해서 호프집 TV를 본다) 마침 TV에 힙합 아이돌 나오네요.


화: 오 SHIT! (흉내 내며) 힙합 아이돌!! (웃음)


리: 앨범 내고 피처링 제의가 좀 들어올 거 같은데, 같이 콜라보하고 싶은 아티스트를 꼽자면 누가 있을까요?


화: 팔로형 되게 좋아하는데, 형 앨범에서 이미 “Circle”이란 곡으로 콜라보했어요. 저 거기서 되게 잘했으니깐 안 들어 본 분들은 꼭 들어보세요. 어쨌든 그건 형 곡이라 형이 주도한 주제고, 제 곡에서도 형이랑 콜라보해보고 싶어요. 저한테는 의미 있는 작업일 거 같아요.


리: 한 번도 안 해본 인물 중엔 없나요?


화: 많죠. 같이 해보고 싶은 사람들 되게 많죠. 최근에 프로듀서 중에서는 지금 아직 그 비트들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브릭스(Briks) 형이라고 있어요. 그 형의 아직 공개되지 않은 비트 들어보면 미쳤어요. 세계 어디를 내놔도 안 꿀릴만한 비트들인 거 같아요. 그 비트들 갖고 꼭 같이 작업하고 싶어요. 이거는 얘기했으니깐, 형 만약 이 인터뷰 본다면 (웃음) 제발 같이해요. 그리고 좋아하는 뮤지션 중에 진보씨. 옛날부터 진보씨처럼 아우라를 잘 만들 줄 아는 사람들이 좋았던 거 같아요.


리: 추후라도 [EAT]을 CD로 낼 생각은 없는 거예요? 바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던데….


화: 네 지금은 없어요.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어요. 더 좋은 앨범이 얼마든지 나올 건데…. 근데 소장하고 싶어서 그런 문의들이 많이 오긴 오더라고요. 이제 생각을 좀 해봐야 하는데 회사랑 얘기도 중요하니까…. 어쨌든 지금은 없습니다.


리: 앞으로 계획된 행보에 대해 말씀 좀 해주세요.


화: 앨범 작업이 끝난 지 얼마 안돼서 약간 휴식을 갖고 있어요. ‘메쏘드 액터(Method Actor)’라는 말이 있잖아요? 철저하게 앨범의 무드에 동화돼서 그대로를 담아 내려고 했기 때문에 [EAT]에서 좀 벗어날 필요가 있거든요. 일단 올해 안에 영 소울과 콜라보인 라디오스타 앨범이 나올 거예요. 이미 영 소울이 비트도 보내줬고, 작업을 시작할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듣기 어려웠던 엄청 그루비한 음악이 될 것 같고요. 그거 외에 이번 앨범이 영혼을 많이 뺏기는 작업이었다면, 좀 더 재미있고 유쾌한 앨범을 하나 하고 싶었는데, 그건 따로 할 생각이에요.


리: 오랜 시간 인터뷰 감사합니다. 이제 사진 찍을까요? 사진 찍는 거 좋아해요?


화: 좋아하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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