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헤리티지 – 4년만의 컴백, 여전한 화음 리드머 작성 | 2011-01-06 22:00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7 | 스크랩스크랩 | 19,906 View 확대보기
국내 알앤비/소울 음악계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왔던 이들이라면, 그룹 헤리티지(Heritage)를 기억할 것이다. 이들의 첫 번째 앨범 [Acoustic & Vintage]는 양질의 블랙 가스펠과 소울 음악을 담아내며 음악팬은 물론, 평단으로부터도 호평받은 바 있다. 그 후로 무려 4년이 흘렀다. 그동안 공연 활동은 계속되었지만, 결과물이 발표되지 않아 아쉬웠는데, 드디어 새로운 앨범이 발표되었다. 비록, 새로운 정규 앨범은 아니지만, 그들의 이름을 내건 새 음악이 공개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움이 앞선다. 그리고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멤버 수는 줄었지만, 그들의 화음이 주는 감동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리드머(이하, ‘리’): 4년만의 컴백 축하 해요. 근황 좀 알려주세요. 헤리티지(이하 ‘헤’): 반갑습니다~ 4년만의 컴백이지만, 계속 음악작업과 공연은 쉬지 않고 해왔어요. 보이지 않게 활동했다고나 할까요? (웃음) *리: 멤버 변화가 있었죠?
헤: 네. 1집 활동 당시 7명이었던 멤버가 이제는 5명이 됐어요. 다른 두 명은 개인사정으로 각자의 비전을 향해 열심히 살고 있는 중이고요. 중간에 잠깐 새 멤버 영입을 시도하기도 했었지만, 지금 5명이 앞으로 헤리티지로 계속 될 거예요. 더는 멤버 변동이 없을 겁니다.
리: 멤버 변동과 함께 최근에는 소속사도 옮긴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곳인가요?
헤: ‘파이리데이자’라는 작지만 알찬 회사에요. 아무래도 대형 기획사 중심으로 가요계가 흘러가는 상황에서 ‘파이리데이자’는 신생회사인데다가 규모가 작은 회사이기 때문에 걱정스러운 면도 없지 않았지만, 규모나 자금력보다는 흑인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대표님과 그분의 가치관이 저희와 맞아 떨어져서 함께하게 됐어요. 무엇보다 대표님이 정말 좋은 분이라….
리: 그렇게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얼마 전 크리스마스 앨범 [The Gift]를 첫 작품으로 발표했는데요, 무엇보다 ‘저작권료 기부 음원’이란 표기가 눈에 띄었어요. 이런 계획은 어떻게 이루어 진 건가요?
헤: 평소에 멤버들과 음악을 통해서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미 많은 선배들이 모범을 보여주기도 했고요. 저희들도 이미 받은 선물같은 재능으로 세상에 돌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다가 우연히 기획사 대표님을 통해서 한 학생을 알게 되었어요. 그 학생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곡을 처음 쓴 철규와 멤버들이 함께 기부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리: 누군가를 돕고자 한다는 건 정말 존경받을만한 일인 것 같아요. 많은 이가 생각은 하지만, 선뜻 실천으로 옮기기는 어렵거든요.
헤: 대단한 일도 아닌데 조금 부끄럽기도 하네요. (웃음)
리: 멤버 분들이 곡을 만드는 재능도 많은데, 이번에는 어떤 곡을 직접 만들었나요?
헤: “I Wanna Go” 라는 곡이에요. 원래 철규가 곡을 주로 만드는 편이에요. 이 곡도 철규의 구상과 작업으로 시작된 곡을 가지고 멤버들이 각자의 벌스(verse)를 만들었고요. 전문가적인 작곡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음악을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보니, 어느새 곡을 쓰고 있더라고요.
확대보기
리: 4년 만에 발표하는 새 결과물이다 보니 부담도 컸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헤: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것도 있잖아요. 많은 아티스트들이 1집의 큰 성공 뒤에 따르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서 2집 때는 다소 아쉬움을 남기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다행히(?) 저희는 1집이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대박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어요. (웃음) 그렇지만, 음악적인 완성도에 대한 부담감이 그것 못지 않게 크더라고요.
리: 어떻게 극복했어요?
헤: 많은 고민 끝에 조금씩이라도 음악을 만들고, 많은 분들과 음악으로 소통해야겠다는 결정을 하게 됐죠. 오랜만에 들고나온 음반이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들려진다는 게 너무 아쉽지만요.
리: 음반도 음반이지만, 헤리티지는 공연으로 유명하잖아요? 총 400회가 넘는 공연을 했으니 그야말로 ‘공연의 달인’인 셈인데, 헤리티지의 공연은 어떤 특징과 색깔을 가지고 있을까요?
헤: ‘공연의 달인’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닌가 봐요. 아직도 무대에 설 때는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을 감출 수 없거든요. 멤버들 각자가 독특한 방법으로 긴장감을 표현하기도 하고요. (웃음) 음… 저희 공연의 특징이라면,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공연이랄까요? 저희 스스로가 워낙 음악의 다이내믹함과 긴장감을 즐기는 편이기 때문에, 공연에서도 그것들이 표현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어르신들이나 조금 과묵한 분들께선 공연이 끝나면 삭신이 쑤신다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전원웃음)
리: 공연을 자주 하기 때문에 특별히 목 관리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어때요? 헤리티지는 목을 많이 쓰는 공연이잖아요?
헤: 그게 가장 어려운 숙제에요. 라이브를 많이 하고, 또 소울 음악이 가진 특성상 워낙 고음과 큰 소리를 사용하는 터라, 목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되죠. 그래서 특히 목소리에 더 많이 신경 쓰는 편인데, 좋은 약, 음식조절, 주위환경….. 많은 것들이 목소리를 좌우하지만, 제 경험상 가장 좋은 회복방법은 바로 잠이었어요. (웃음) 사람이 만든 인위적인 것보다는 우리에게 공짜로 주어진 특별한 선물이 최고의 치료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리: 역시 잠이 최고죠. (웃음) 그동안 다른 뮤지션과 작업도 종종 했는데, 기억에 남는 콜라보가 있다면요?
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2집에 참여했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폭풍 속의 주”라는 곡을 함께 불렀는데, 그때 그 가사를 썼던 목사님이 앨범이 나오자마자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고인의 추모 예배 때 브아솔 멤버들과 헤리티지 멤버들이 함께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가사의 고백을 진짜 삶으로 사신 듯한 마음이 들어서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던 시간이었어요.
리: 그동안 많은 무대에 올랐던 만큼 공연장 환경이라던가 시스템에 대해 느끼는 바도 다를 것 같아요.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는데 가장 용이한 무대가 있었다면 어디였을까요?
헤: 참 신선한 질문이네요. 글쎄요. 요즘은 어딜 가나 워낙 좋은 시스템이 갖추어진 곳이 많아서요. 제 생각에는 가수의 실력을 넘어서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은 공연장의 시스템보다는 관객의 분위기 인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가장 용이한 무대는 헤리티지 콘서트 장이겠죠? (웃음)
리: 그렇겠네요. (웃음) 근데, 전부는 아니지만, 흑인음악 특유의 박자와 리듬 때문에 음악 하나로는 관객과 함께 호흡 하기가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어요. 저도 일정 부분 공감하는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세요?
헤: 맞아요. 흑인음악의 큰 매력이 박자와 리듬감인데, 바로 이 박자와 리듬감 때문에 흑인음악을 어려워하는 분들도 많죠. 더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 흑인음악이 마니아 음악으로 분류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동양인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리듬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모든 사람이 흑인음악의 리듬과 박자를 사랑하게 되는 일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다시 말해서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려면, 흑인음악을 비롯해서 펑크, 록, 컨트리도 분명한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발전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 여기서 말씀하는 흑인음악은 최근 트렌드인 하이브리드화되지 않은 음악들을 말씀하는 거죠?
헤: 네. 얼마 전부터 홍대를 중심으로 한 인디 음악이 점점 대중적으로 인디화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흑인음악도 더는 마니아 음악이 아닌 대중에게 친숙한 음악장르로 자리매김되어서, 더 많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되면 좋겠어요. 세상엔 TV에 나오는 음악보다 좋은 음악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들어 가끔 억울할 정도거든요.
확대보기
리: 헤리티지는 이제 노래로 좀 더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어요. 다르게 말하자면 모든 분이 자신 만의 음악 철학을 가지고 있을 듯한데, 어떤가요?
헤: 음악이 사람을 따뜻하게 하고, 감동을 주어서, 때로는 아픔도 치유하고, 기쁨도 넘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음악은 정말 큰 힘이 있죠. 그런데 최근에는 대중음악이 젊은 사람들의 사랑과 이별 얘기들로만 채워지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음악은 삶이 멜로디를 통해 극적으로 표현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 삶이 녹아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앞으로 우리 삶이 담겨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살고 싶어지는 음악이랄까요? 뭐라고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순 없지만, 음악에 생명의 힘을 불어넣고 싶어요.
리: 음악을 하게 되기까지 과정 속에서 음악에 대한 애정이 강해졌던 시기가 있을 것 같은데요.
헤: 제가 군복무 시절에 음악을 참 많이 들었어요. 몰래 듣는 음악이어서 그랬는지 틈만 나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다녔고, 밤에도 침낭을 뒤집어 쓰고 몰래 시디 플레이어를 귀에 꼽고 잠들었어요. 그런데 음악이 정말 감동적이어서 두근거리는 심장이 멈추지 않아서 잠 못 들 때가 많았어요.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음악을 섭렵하기 시작했죠. 제가 좋아하던 흑인음악을 마구 찾아서 듣기 시작했어요. 나름대로 디깅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제 머릿속에 흑인음악의 계보가 그려지더라고요.
리: 정말 어떤 한 가수의 음악이 좋아서 가지치기를 하다 보면, 방대한 음악의 세계에 빠지고 말죠. (웃음)
헤: 맞아요. (웃음)
리: 그럼 노래를 부르고 음악을 시작하면서 가장 뿌듯했다고 느낀 건 언제였어요?
헤: 누군가 저희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봤을 때, 그때가 참 뿌듯했어요. 음악을 만들 때, 이 음악을 들을 누군가를 상상하며 만든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건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어요.
리: 헤리티지가 추구하는 소울 음악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는지도 궁금하네요.
헤: 말 그대로 영혼을 담아 노래한다는 거죠. 영혼을 담는 다는 건, 진짜 내 안에 있는 영혼까지 노래한다는 말이거든요. 저도 아직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소울 음악은 음악적인 장르로서뿐만 아니라, 진짜 영혼을 노래하는 음악이에요. 그래서 내 영혼이 감동해서 움직여야만, 다른 이들의 영혼도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신비로운 음악이죠.
리: 음악을 처음 시작한 때와 지금, 시간이 흐른 만큼 달라진 것도 많을 것 같아요. 혹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스스로 달라진 게 있는지 궁금해요.
헤: 음악을 더 사랑하게 되었어요. 그냥 좋은 음악을 듣고 기뻐하고, 슬퍼하다가 이제는 더 깊이 음악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음악이 가진 가치를 공유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할까요? 일종의 책임감이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물론, 정말 순수하게 음악을 듣고, 행복해하던 때가 솔직히 그리울 때도 있어요. 음악은 그럴 때 가장 가치 있는 거란 생각도 들거든요.
리: 정규 앨범 계획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언제쯤이면 만나 볼 수 있을까요?
헤: 올해 중반쯤에 선보일 예정이에요. 그전에 계속 싱글로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고요.
리: 구체적인 발매 시기가 나오면 꼭 귀띔주세요. (웃음)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헤: 음… 헤리티지라는 이름이 계속 불려지는 것이 신기할 뿐이에요. 저희는 세상에서 음악이 사라지지 않는 한 아마도 계속 음악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대박보다는 꾸준한 음악으로, 트렌드보다는 인생을 노래하는 뮤지션으로 남고 싶습니다. 음악가는 음악을 통해 얘기 하는 법이죠. 좋은 음악, 아름다운 인생, 살고 싶어지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 글 / 김성주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리드머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00 코멘트 등록 사도 사도 (2011-01-16 10:32:35 / 173.60.166.***)추천 0 | 비추 0 헤리티지 새 음반이 나왔군요! 당장 듣지못하는게 아쉬울 뿐입니다, 타운나갈때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이런그룹들이 계속 나와야 하는데, "좋은 음악, 아름다운 인생, 살고 싶어지는 음악" 꼭 기대하겠습니다.
via http://board.rhythmer.net/src/go.php?n=3728&m=view&s=interview&c=24&p=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