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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인터뷰 지바노프 – 앨범 중독, 얼터너티브 알앤비에서 전통 소울까지

한국힙합위키

지바노프 – 앨범 중독, 얼터너티브 알앤비에서 전통 소울까지 리드머 작성 | 2017-12-22 10:25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2 | 스크랩스크랩 | 17,949 View


인터뷰, 글: 강일권

녹취: 하태욱, 사진: 굿투미츄


지난 2016년, 소리소문 없이 EP [So Fed Up]을 들고 등장한 지바노프(jeebanoff)는 그해 리드머가 선정한 ‘국내 알앤비/소울 앨범 베스트 10’에서 2위를,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는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그야말로 2016년 최고의 발견이자 신예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이후로도 공격적인 활동을 이어왔다. 무엇보다 앨범 단위의 결과물로 승부하려는 모습이 여러 신예들 사이에서 돋보였다. 이미 두 장의 EP를 낸 그는 이번에도 의미심장한 제목의 새 EP [Karma]를 발표했다. 그래서 드디어 만나봤다.





리드머(이하 ‘리’): 앨범 발매 축하합니다. 며칠 전에 ‘굿투미츄’란 레이블과 계약했다는 소식이 나왔더군요.


지바노프(이하 ‘지바’): 네. 실질적으로 계약한 건 3~4개월 정도 됐어요. 레이블이 출범한 게 최근이고요.


리: 첫 앨범은 독자적으로 낸 거였죠? 크루는 있었던 걸로 아는데….


지바: 지금도 같은 크루를 하고 있어요. 첫 앨범뿐만이 아니에요. 그 다음 앨범도 같이 했고요. 프로모션이나 외적인 것도 도와주는 편인데, 제가 워낙 크루 사람들이 편해서요. 회사 대표형한테도 음악적인 부분인 비트, 아트워크 등은 원래 하던 사람이랑 하겠다고 양해를 구했어요.


리: 즉, 레이블과 계약했지만, 음악적인 부분의 전권은 원래대로 쥔 상태란 말씀인가요?


지바: 네, 아예 제게 맡겨 줬어요. 그런 부분 때문에 같이 하는 거고요.


리: 지금 레이블과는 어떻게 연결된 거예요?


지바: 1년 전쯤, “삼선동 사거리”가 나왔을 때 대표형에게 연락이 왔어요. 지금과 비슷한 경우긴 한데, 약간 다른 형태로 레이블을 만들 생각에 미팅을 한 적 있었어요. 그러다가 그게 사라졌는데…


리: 아, 현재 대표와 미팅을 했었단 말씀이죠?


지바: 네. 근데 결국엔 서로 계약을 하지 않고, 형 동생으로만 알고 지냈어요.


리: 원래 알던 사이는 아니고요?


지바: 그렇죠. 1년 전인 그때, 제 음악을 듣고 연락했던 거였어요. 그러다가 올해 초에도 많이 도와줬어요. 대표형 덕에 라디오도 했었고…. 이런저런 일을 많이 하다가 올해 봄쯤에 레이블에 대한 계획을 말씀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원하는 걸 말한 다음, 올3월부터 9월까지 조금씩 수정을 거치면서 결정하게 됐어요. 제가 강력하게 원했던 건 제 색깔을 꾸려갈 수 있는 레이블이었거든요. 이 요청을 오케이해줘서 들어오게 된 거고요.


리: (동석한 대표에게) 굉장히 오래 밑밥도 깔고 공을 들였네요. (웃음) 어떤 부분에서 지바노프 씨가 마음에 들었나요?


대표: 원래부터 저는 색깔 있는 사람을 원했어요. 물론 다른 친구도 있었지만요. 계약 단계까지 가기도 했는데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다 잘 안됐어요. 이 친구(지바노프) 말고도 다른 친구들한테도 연락하면서 계속 도움을 주고 있었거든요. 언젠가 지바노프가 다른 회사에 가지 않는다면 데려오고 싶은 친구기도 했어요. 지바노프도 다른 회사로부터 오퍼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기다려주고 지금 저희한테 오게 된 거죠. 그 사이가 굉장히 길었고요.


리: 조율하는 과정이 길었다는 거죠?


지바: 되게 길었죠. 처음엔 추상적인 얘기만 있었거든요. 그때쯤에 큰 회사, 작은 회사 등 이곳저곳에서 연락이 왔는데 결국에는 음악적인 마찰이 있었어요. 초반에 연락 올 때는 음악만 하면 된다고 하다가 나중에 계약서를 받을 때쯤 되면 얘기가 달라지는 거죠. 만약에 (아티스트가) 원하는 방식으로 했을 때 잘 안 되면 추후 자기들이 다시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거라고 하면서요. 뭐 그런 애매한 문구를 조항에 적더라고요.


리: 그 문구가 함정이죠.


지바: 맞아요. 이렇게 되면 처음 이 회사랑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이유가 사라지는 거거든요. 그래서 힘들겠다고 말했죠. 결국, 조율되는 곳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계속해서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불발이 됐고, 그 후에 대표형이 확실한 계획을 가지고 다시 전화를 줬어요, 그때 저도 확실히 말했죠. 다른 회사와 잘 안된 부분을 말하면서 제 의지를 전했거든요. 음악적인 부분은 온전히 저한테 맡겨 주면 좋겠다고요. 이후 말씀드린대로 잘된 거고요.


리: 인디냐 메이저냐를 떠나서 레이블은 엄연히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곳인데, 아티스트에게 전권을 맡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를 보면, 지바노프 씨에 대한 믿음이 굉장하다고 느껴지네요.


지바: 지금도 제 앨범을 맘대로 하게 해주거든요. 이번 앨범도 타이틀 선정, 트랙 수, 가사 등등, 따로 컨펌 단계가 없었어요. 심지어 마스터링하는 것도 제가 정할 수 있으니 너무 감사하죠.


리: 처음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예요?


지바: 그게 재작년 겨울쯤이에요. 이전에는 다른 회사에 연습생으로 있었어요. 1년 반 정도를요.


리: 몰랐던 사실이네요. 보통 연습생은 아이돌 기획사에 있는데….


지바: 아이돌 기획사는 아니었어요.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그 레이블에서 약 2년 동안 청소만 한 것 같아요. 전 회사에 들어가서 뭔가 더 배우는 걸 원하진 않았어요. 지금보다 나은 지원을 원했죠. 작업실이라든지… 그런데 그곳에 있는 동안 온갖 심부름과 청소만 했어요. 그때 얘기가 “삼선동 사거리”에요.


리: 그래요?! “삼선동 사거리”에 그런 아픈 배경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지금까지 아티스트로서 데뷔할 날을 기다리는 소박한 심경을 담은 곡인 줄 알았어요.


지바: (웃음) 회사가 삼선동 사거리에 있었거든요. 회사에 있으면서 말 그대로 억눌렀죠. 사람도 못 만나게 했어요.


리: 아니 그건 왜요?


지바: 지금 만나는 사람은 나중에 올라가면 만날 필요도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공연도 못하고, 피처링도 못하면서 되게 억눌려 있었어요. 그때 회사를 나와야겠다고 맘 먹었고요.


리: 놀랍네요. 현 시대에 그런 레이블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저 옛날 조폭이 운영하던 레이블도 아니고. 그래서 그곳을 나왔나요?


지바: 당시 제가 믹스테입을 작업 중이었는데요, 마무리할 때쯤 되니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 혼자 만든 믹스테입을 왜 이 사람들이랑 공유해야하지?’ 여기서 시키는 건 다 하고 있는데, 정작 (음악적으로) 얻은 것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회사를 나와야겠다고 맘 먹었어요. 결국, 믹스테입이 계기였던 셈이죠.


리: 근데 그 믹스테입을 공개하진 않았죠?


지바: 네. 나오면서 싹 다 갈아엎고 아예 알몸으로 시작해보자는 생각에 크루 사람들을 모으고 앨범을 준비했거든요.


리: 그럼 믹스테입이 데뷔 앨범이었던 [So Fed Up]의 모태가 됐던 건가요?


지바: [So Fed Up]에 당시 믹스테입을 준비하며 만든 곡은 하나도 실리지 않았어요. 사실 믹스테입은 완성도가 매우 떨어졌어요. 재작년만 해도 철저히 옛날 가수 마인드였어요. 전 보컬이니까 노래만 부르면 되는 거고, 누군가가 곡을 써주겠거니 했죠. 그런데 믹스테입을 준비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곡까지 직접 만드는 게 좀 더 제 앨범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더 재미있을 듯했고…. 그래서 어차피 완성도도 떨어지니까 엎어버리고 다시 만든 거죠. 그때 곡도 처음 썼고요.


리: 그렇다면, [So Fed Up]에 들어갈 곡을 1년 반 만에 만들었다는 말씀인데….


지바: 작년 1월인가 2월부터 [So Fed Up]을 준비했고, 그게 작년 7월에 나온 거죠.


리: 작곡은 독학한 거고요?


지바: 독학이라기보다는 그냥 제가 처음 쓴 곡들이 그대로 실렸어요.


리: 멜로디를 혼자서 만든 거예요?


지바: 그렇죠.


리: 놀랍네요. 그 짧은 시간에 노래만 부르던 것에서 멜로디를 직접 만들어내는 수준까지 올랐다는 것이요. 일전에 [So Fed Up]을 리뷰하면서 이런 내용을 쓴 적 있습니다. “지바노프가 얼마만큼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팬인지, 또 장르를 탐구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중요한 건 ‘So Fed Up’이 장르에 푹 빠지지 않았다면 나오기 어려울 정도의 완성도라는 점이다.”라고요. 그런데 말씀을 듣고 나니 굉장히 짧은 시간에 훅 나온 거네요?


지바: 아, 저도 그 리뷰를 봤었는데, 장르에 대해 많이 알고 있긴 했어요. 이 장르만을 들었으니까요. 저는 음악을 듣는 장르가 엄청 좁고 깊거든요.


리: 좁고 깊게 듣는 분들 좋아합니다. (웃음)


지바: 전 음악을 들을 때 첫 번째 순위가 보컬이에요. 그래서 한 아티스트의 앨범을 엄청 돌려 듣는 편이죠. 한 아티스트를 계속 듣다 보면, 장르나 앨범이 가진 특색을 좀 더 깊이 알 수 있겠더라고요. 그런 부분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던 것이 아닌가 싶어요.




리: 곡을 쓰기 시작한 시기부터 앨범이 나온 때까지 굉장히 짧은 시간인데, 그 정도의 완성도를 보였다는 점이 놀라워요. “삼선동 사거리”의 배경을 알게 된 것도 흥미롭네요. 억눌린 감정이 담긴 곡일 줄은 몰랐습니다.


지바: 제목은 프로듀싱한 레넌(LNNN)형이 지어줬는데, 먼저 비트를 만들었고, 이미 제목 자체가 “삼선동 사거리”였어요. 형도 그 회사의 메인 프로듀서였다가 같이 나온 거였거든요.


리: 함께 고초를 겪었군요.


지바: 네. 같이 나와서 크루를 만들었어요. 그때 쓴 곡이 “삼선동 사거리”예요. 레넌형이 전 회사에 있을 때를 노래로 풀면 좋겠다고 해서. 그 얘기 듣고 형이 만든 비트 위에다가 1년 만에 노래를 만든 거죠. 매일 생활을 차분하게 적어봤어요. 처음에는 (지난 회사를 생각하며) 이 사람들을 다 디스 할까 했었는데, 그거보다는 차분하게 푸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다르게 작업한 거였고요.


리: 그 기간이 정말 고통스러웠겠어요.


지바: 가장 아까운 시간이었죠.

리: 이전까지 전혀 커리어가 없던 아티스트가 대뜸 앨범을 내며 데뷔한 점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국외의 경우엔 이것이 생소한 일이 아니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드문 경우잖아요.


지바: 저도 싱글 좀 내면서 활동해야겠다고 생각한 적 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전 원래 앨범으로 얘기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다시 앨범으로 계획을 수정했죠. 곡 수도 꽉 채워서요.


리: 그럼에도 정규가 아니라 EP로 한 이유가 있어요? 요즘 기준이라면, 분량상 정규라 해도 무리 없을 정도였는데요.


지바: 첫 정규라는 타이틀은 아직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생각하는 정규의 규모는 좀 크거든요. 진짜 좋아하는 (국외) 아티스트의 정규 앨범을 보면, 20곡까지 채우더라고요. 저도 20곡 넘게 채우고 싶어요.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최소 18곡은 채우고 싶고요. 저부터 음악 팬으로서 그런 앨범이 나오면 너무 반갑거든요.


리: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의 최근 앨범이 정말 반가웠겠네요. (웃음)


지바: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어.’란 생각이 들었죠. (웃음) 수록곡이 많으면 고맙고 좋아요. 그런 걸 계속하고 싶어요.


리: [So Fed Up]은 얼터너티브 알앤비에 기반을 둔 작품이었지만, 두 번째 EP [For The Few]와 이번 EP [Karma]는 성향이 각각 다르더군요. 작업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지점이 궁금해요.


지바: [For The Few]는 전체적으로 하우스 기반이었죠. 아예 전자음악을 시리즈로 보여준 거라고 할 수 있고요. 이번에는 얼타너티브 알앤비라기보다 팝적인 성향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고싶은 이야기에 따라서 장르가 바뀐다고 할까요. 무드를 구상하는 편이지, 꼭 얼터너티브 알앤비나 PBR&B를 하고싶은 건 아니에요. 사실 올해 10월엔 아예 네오 소울 앨범을 해보고 싶었어요. ‘90년대나 2000년대 초반의 무드요. 저는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소울을 하고 싶었거든요. 근데 앞서 말했듯이 정규 단위 작업이 힘들기도 하고, 마침 그때 지금의 레이블과 만났어요. 정규를 만들고 내기엔 기간이 너무 타이트하다 싶어서 미뤄둔 상태죠. EP를 먼저 해보자고 해서요.


리: 정규는 계속 준비 중이고요?


지바: 네. 그리고 완전히 올드 스쿨 스타일의 앨범도 준비하고 있어요.


리: 그럼 네오 소울을 추구한 앨범은 또 엎은 거예요? 만든 곡이 적잖을 듯한데….


지바: 일단 묵혀두고 있어요. 지금 생각으론 그 곡들을 꺼내진 않을 것 같고요. 지금부터 준비해서 다음 정규 전까지 하고 싶은 걸 담겠죠


리: 올드 스쿨 앨범은 또 다른 프로젝트인고요?


지바: 네. 올드 스쿨 음악을 좋아하고 추구하는 엘라이크(L-Like)라는 친구가 있어요. 제 ‘EBS 스페이스 공감’ 공연 때 건반을 연주해준 친구인데, 진짜 올드 스쿨에 미쳐있죠. 그 시대의 무드를 잘 표현해요.


리: 올드 스쿨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느 시대 음악을 말씀하는 거예요? 대략 ‘60년대에서 ‘70년대?


지바: 네, 그 친구가 그런 걸 잘 표현해요. 제가 원래 하고싶은 것도 그 쪽이거든요.


리: 흥미롭네요. 전 지바노프 씨의 보컬이 전통적인 알앤비/소울과 거리가 있고 오히려 팝쪽에 가깝다고 느꼈거든요. 얼터너티브 알앤비 시대가 도래하면서 일어난 알앤비 창법에서의 변화이기도 하고요. 이것이 매우 좋게 작용한 예라고 생각하는데, 올드 스쿨 소울이 원래 하고싶은 음악이란 말씀을 들으니 한편으로 놀랍고 기대됩니다.


지바: 아예 아무도 안 하는 걸 하자는 건 아니지만, 현재 작업 중이에요. 정규로 할지 그냥 사운드클라우드에 무료 공개하는 방식이 될 지는 아직 이야기하지 않았지만요.


리: 근데 당시의 소울을 담으려면 보컬 스타일에서의 변화도 필요한 것 아닌가요?


지바: 제게 변화는 아니에요. 원래 제가 추구하던 보컬이 그쪽이었거든요. 사실 제 앨범을 만들 땐 엄청 뺀 거에요.


리: 뺐다는 건 일부러 자제했다는 말씀이에요?


지바: 네. 전 원래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이나 미겔(Miguel)이 아니라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 라샨 패터슨(Rahsaan Patterson) 같은 아티스트의 보컬에 영향받고 따라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 추구하는 사운드에 그런 보컬을 올리면 정말 촌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제 앨범을 준비할 때는 보컬의 색과 기교를 죄다 뺐거든요. 그렇다 보니 보컬적인 욕구가 사라지질 않아요. 내가 잘하는 건 이건데, 내 앨범에 못하고 있는 게 너무 아쉬운 거죠. 그래서 네오 소울을 하려고 했던 거고요. 올드 스쿨 프로젝트도 진짜 하고 싶어서 엘라이크에게 같이 가보자고 한 거예요.


리: 보컬을 무드나 장르에 따라 바꾸는 게 아니라 원래 보컬 중심이었던 거네요. 지금은 어쨌든 프로덕션 측면에서의 욕구와 보컬리스트로서의 욕구가 충돌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지바: 진짜 맞아요. [So Fed Up]에서 “Soft”라는 곡을 녹음할 때 총 4번을 엎었어요. 제가 네오 소울 측면에 있다 보니까 그런 보컬을 얹으면 너무 촌스러운 거죠. 얼터너티브 알앤비와 네오 소울 보컬의 바이브가 좀 다르잖아요?


리: 어떤 말씀인지 압니다. 다르죠 확실히.


지바: 그래서 담담하게 노래하는 것만 엄청 녹음했었거든요. “삼선동 사거리”에서도 그랬고요. 그런 순간순간의 아쉬움이 계속 있어요. 나중에 네오 소울과 올드 스쿨 앨범을 만들면 해소될 수 있을지 몰라도.


리: 예상 외로 보컬리스트로서의 욕심과 고민이 많았군요.


지바: 네, 여전히요.


리: 이야길 나누다 보니 지금까지의 앨범은 프로듀서적인 측면이 강했고, 올드 스쿨 프로젝트가 온전히 보컬로서 투신하는 개념이 되겠네요.


지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죠.


리: 좀 전에 이번 앨범은 팝쪽에 가깝다고 했잖아요? 근데 타이틀 곡(“Timid”)만 들어봐도 알앤비란 느낌이 들거든요. (웃음)


지바: 아, 제가 말씀드린 팝적인 느낌이란 전체적인 포맷에 대한 거예요. 그러니까 [So Fed Up]은 마니아층을 위한, [for the few]는 소수를 위한 작품, 어차피 내봤자 좋아하는 사람만 들을 테니까 그런 사람들만 들으라고 낸 거거든요. 근데 이번엔 그게 아닌 거죠. 주제 자체가 사랑이야기다 보니 마니악적인 무드로 하는 건 어렵겠더라고요. 그 의미였어요.


리: 말씀한대로 [Karma]를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과 이별인데요, 직접 겪은 일을 담은 건가요?


지바: 3년 동안 만난 친구에 관한 이야기에요.


리: 최근에 헤어진 거군요.


지바: 여러 번 바람을 펴서… 이른바 환승을 한 거죠. (웃음) 현장을 제가 직접 봤어요. 그것도 집에서.


리: 리얼 스토리에 나올만한 얘기네요.


지바: 자세히 얘기하면, 제가 조잔하게 되어버리고…. 여튼 그 상황 이후로 헤어지게 됐어요. 그때부터는 어떤 곡을 쓰더라도 그 가사로 밖에 안 풀리더라고요. 1절 벌스만 완성한 게 25곡이 넘어갔죠. 화난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곡도 있고, 반대로 감정을 숨긴 곡도 있고…. 그중 하고싶은 이야기를 적정선에서 덤덤하게 푼 곡들만 추린 다음 트랙 수를 정했어요. 1번은 관계의 시작을 다뤘고, “Right Here”는 여자친구랑 정말 좋을 때 썼던 곡이에요. 근데 이 곡을 쓰고 녹음하기 전에 그 일이 터졌어요. 녹음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세 번 정도 엎었거든요. 가사는 달달한데 제가 그렇지 않으니까.


리: 정말 어려웠겠어요. 가사에서의 감정과 현실의 감정이 완전히 상반된 상태니까….


지바: 그렇죠. 녹음하다가 울었어요. 그리고 이어지는 “진심”은 사실 제목을 ‘진실’로 짓고 싶었어요. 저는 진실을 요구하고 그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상황인데, ‘ㄹ’과 ‘ㅁ’ 차이로 무거워지고 가벼워지더라고요. ‘진실’을 쓰면 조금 무거워질 것 같아서 ‘진심’으로 썼어요. 이때부터 상황은 시기 탓에 틀어지고 있고, 4번 트랙 “than we"에서는 남자가 이렇게 해서 호전될 게 아니라면 끝내는 게 어떨까 생각하는 거예요. 5번 트랙에서는 시기상 이야기라기보다 제가 느끼는 것들을 말하는 거죠.


리: 그 5번 트랙 “Timid“의 후렴에서 ‘꽤나 소심한 사람이 돼있어’란 라인이 와 닿더군요.


지바: 전 성격이 좀 낙천적이면서 이성적 판단을 할 때가 많아요. 감성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때가 많죠. 근데 그래서 현재를 기피하는 편이기도 해요. 제가 불편한 게 있더라도 그 상황을 회피하는 거죠. 예를 들어서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오늘은 데이트니까, 기분 좋게 넘어 가야지.’라면서 피했던 거예요. 그렇게 하다 보니 그 상황은 넘기지만, 표출이 안 된 것들이 쌓이더라고요. 제가 가끔씩 뱉는 말이 있었어요.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긴데, 이전에 이러이러했다.’ 그러면, ‘애가 왜 이렇게 조잔해? 소심하게.’란 답이 돌아왔어요. 그때 얘기하지 그랬냐면서…. 그럼 제가 그러죠. ‘그때는 널 배려해서 그런 거다. 데이트를 위해서 서로 기분 상하지 않게 하려고.’ “Timid“가 이런 내용을 담은 곡이에요.


리: 말씀한 상황은 무한 루프인 것 같아요. 누가 더 잘한 것인지를 판단하기도 참 애매한…. (웃음)


지바: 그것도 그렇죠. (웃음) 여튼 그 곡을 지나 6번 트랙에서는 헤어진 이유를 간접적으로 언급해요. ‘취해있는 너와는 아무 애기를 할 수 업지. 자고 있는 너 말고 새 남자에게 말을 걸어.’라고.





리: (아트워크를 보며) 아, 이게 취해있는 모습이었군요.


지바: 당시 여자친구의 집에 갔는데, 여자친구는 취해서 자고 있고, 남자가 앉아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 남자분만 데리고 나가서 자초지종을 들었어요.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그쪽이랑 만나는 거 상관없는데, 다 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취해있는 여자친구를 대신해서 그 남자에게 정황을 들었고, 그 얘기를 여자친구에게 다시 물어봤어요. 그 과정에서 가겠다는 남자를 여자친구가 붙잡더니 오히려 저에게 ‘왜 이러느냐’ 하더라고요. 정말 서운했죠.


리: 서운한 정도가 아니라.. 이건 참….


지바: 실랑이도 좀 있었는데, 이 얘기를 담은 곡을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선공개했었어요. 그때의 아트워크를 보면, 하늘은 낮이고 남자도 같이 앉아 있어요. 근데 이번 EP는 하늘도 밤이고 남자도 이미 간 상황인 거예요. 제가 여자 혼자 있고, 남자는 이 상황을 피해있는 상황으로 그려달라고 했죠.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걸 암시할 수 있게 오브제가 깨져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액자라든지….


리: 아, 그래서 아트워크의 의자가 허공에 떠 있는 건가요?


지바: 딱히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제가 떠난 자리에 남아있는 오브제를 보면서 상황을 전달하려고 한 거였어요.


리: 이 인터뷰를 보고 나서 들으면, 앨범의 가사가 또 다르게 다가올 듯하네요. 어쨌든 아픈 사건이지만, 그것이 이번 EP를 만들게 된 동기가 된 셈이네요.


지바: 그렇죠. 앨범 제목을 ‘카르마’로 정한 것도 그렇고요. 그 일이 저에게 준 게 이 앨범이니까 좋은 쪽이긴 한데, 인과응보 두 뜻을 모두 담고자 했어요.


리: 그렇다면, 이번 앨범의 서사는 프로덕션이 나온 이후에 구축된 건가요, 아니면, 애초에 가사와 프로덕션 전부 그 일을 계기로 만든 건가요?


지바: 다 달라요. 만든 시기가 다르거든요.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을 담고 싶어 해서요.


리: 주제에 맞지 않아서 누락한 곡들도 꽤 있겠네요.


지바: 있긴 한데, 다작을 해놓는 편이라기보다 작업 속도가 빠른 편이에요. 그래서 곡이 많이 생기는 거고요.


리: 그럼 그렇게 누락한 곡은 그냥 없애나요?


지바: 그런 편이에요.


리: 아깝네요.


지바: 앨범이 하나의 테마니까요. 이 앨범이 발매된 이후에 (누락된 곡을) 공개한다면, 다른 얘기가 돼버리잖아요. 그래서 비트는 다시 쓸 수도 있겠지만, 송라이팅한 부분은 아예 엎어버려요.


리: “Timid”에서 창모 씨와의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진 거예요?


지바: 창모랑은 친분이 있어요. “Belief”(*편집자 주: 지난 EP ‘for the few’의 타이틀곡)를 썼던 프로듀서 딥샤워와 브릴리언트(BRLLNT), 그리고 창모가 친해서 곁다리로 서로의 존재는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공연하던 어느 날 창모가 와서 “형, 저 요즘 ‘Belief’에 빠졌어요.”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언젠가 작업 부탁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그 순간이 “Timid”였던 거고요.


리: 또다른 피처링 수민 씨는요?


지바: 최근에 뮤지형과 싱글을 냈었는데요, 뮤지형이랑 만나는 자리에서 수민 누나와 처음 인사했어요. 당시에 진보형도 있었고요. 수민 누나나 저나 낯을 가리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까 금방 친해지더라고요. 그렇게 자주 작업 얘길 하다가 부탁했더니 흔쾌히 오케이 해서 하게 됐어요.


리: 보통 한 곡을 완성할 때 보컬, 가사, 멜로디 중 가장 먼저 중요시하는 건 뭐예요? 여느 알앤비 아티스트보다 가사에 중점을 많이 두는 듯한데요.


지바: 가사요. 비트를 들으면, 피아노를 치면서 멜로디를 얹는데, 그것도 딱 한 번만 하고 다 치워 놔요. 그런 다음 가사를 엄청 길게 풀어놓죠. 그리고 다시 핸드폰에 녹음하면서 써놓은 걸 얹고요. 러프하게라도 완성되면, 시퀀서를 켜서 정리하고요. 저에게 우선순위는 가사에요.


리: 길게 풀어놓는다는 건 일단 내용을 쭉 쓴다는 말씀인가요?


지바: 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풀어서 쓴 다음 곡에 맞게 줄여나가는 거예요.





리: 앞서 잠깐 언급했던 크루 하우스온마스(houseonmars) 얘길 좀 해볼까요. 어떻게 만난 거예요?


지바: 레넌형이랑 회사를 나오면서 우리끼리 해보자는 맘에 함께할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어요. 네이버 뮤지션 리그, 사운드클라우드 등을 찾아 들어보면서 연락한 거예요.


리: 일일이요?


지바: 네. 당시에는 녹음물도 없었으니까요. 서로의 가능성만 보고 연락하고 승낙하는 과정이었죠. 그래서 지금 상황을 보면 재미있어요. 그렇게 아무 것도 없이 뭉친 사람들이 이제 각자 레이블을 찾아 나가고, 자기 음악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니까요. (웃음)


리: 앞으로도 앨범 작업은 외부 인원보다는 크루원과 할 예정이에요?


지바: 비트 면에서는 그럴 것 같아요. 가장 잘 맞거든요. 무언가 얘길 했을 때 ‘이거 뭐야.’ 하는 게 거의 없어요. 다른 사람과 작업하면 조율이 되지 않을 때가 많은데 크루랑 하면 거의 수정을 하지 않아요. 저부터도 크루원과 함께하면서 생긴 음악적인 가치관이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에요. 제 앨범을 한다고 해서 비트적으로 ‘이거 빼줘, 저거 빼줘’ 하면서 픽스하고 그러지 않아요.


리: 크루원을 찾아내는 능력만 봐도 프로듀서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웃음)


지바: 얼떨결에 수장을 맡긴 했는데, 다 형들이거든요. 뭐 딱히 하는 것도 없어요. (웃음) 다들 대장은 하고싶지 않다며 기피해서 제가 맡은 거죠.


리: 그게 참 대단한 일은 하지 않더라도 신경 쓸 일이 많은 위치죠. 보컬은 지바노프 씨와 택(Taek) 씨뿐인가요?


지바: 아니에요. 베비 마코(bevy maco)랑 오브코코(Ovcoco) 누나도 있어요. 도코(doko)도 보컬인데, 지금은 프로듀싱 커리어가 많고, 이 외에는 프로듀서고요.


리: 인원이 몇 명이에요?


지바: 8명이었는데, 레넌형과 지아나(giiana)가 최근에 나갔어요. 각자 일 때문에요. 그래서 현재 멤버는 6명이에요.


리: 힙합 크루는 흔해도 알앤비 크루는 흔치 않은데요.


지바: 처음 이 크루를 만들 때 생각한 게 있어요. 크루 자체가 힙합 문화에서 시작된 것이다 보니 랩퍼가 (의무감처럼) 껴 있는 그림이 별로더라고요. 그래서 우린 아예 싱어 포지션만 모아보자란 생각이었어요.


리: 랩퍼를 영입할 생각은 없는 거예요?


지바: 네, 싱어들의 각자 개성을 보여주고 싶어요.


리: 크루 컴필레이션 앨범이 나와도 좋을 것 같은데, 혹시 계획 없나요?


지바: 아, 얘기 중이에요.


리: 내년 목표로요?


지바: 네.


리: 그럼 지금 내년에 계획된 앨범만 3장인 건데….


대표: 야망이 있어요. 지바노프가 (웃음)


리: 현재 한국의 음악시장 상황에서 알앤비 아티스트가 호소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앨범 단위의 결과물인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원대한 앨범 계획 리스펙트합니다. 계획대로 다 나오면 좋겠어요.


지바: 리믹스테입도 계획 중이에요. 가장 좋아하는 건 블랙뮤직이지만, 전자음악도 좋아해서요. 전자음악 쪽의 대표적인 문화가 리믹스거든요. 흥행과 무관하게, 그저 듣는 이에게 재미있는 요소를 선사하니까 좋더라고요. 흥행까지 되면 좋은 거고요. 지난 두 장의 앨범 때도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작업해서 사운드클라우드 같은 곳에 공개하고 싶어요. 창모랑 했던 “Timid”를 다른 랩퍼 버전으로 만든다든지….


리: 리믹스테입도 아주 좋네요. 이렇게 내년에 발표할 앨범이 4장으로 늘어났네요.


대표: 다른 아티스트를 받을 수가 없겠네요. (웃음)


리: 마지막으로 더 하고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지바: 리스너에게 바라는 게 있어요. 정규는 아니지만,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내는 사람으로서 부탁하건대 트랙 순서대로 감상해주면 좋겠어요. 항상 앨범의 전체적인 면을 생각해주면 좋겠고요. 많이 찾아 들어주세요.


리: 음반 시장이 싱글과 온라인 위주로 재편된 것과 별개로 여전히 국외에서는 아티스트가 앨범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바노프 씨의 행보가 돋보이지 않나 싶고요. 앞으로 발언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앨범의 중요성을 꾸준히 말씀해주면 좋을 듯해요.


지바: 앨범을 준비할 때마다 듣는 소리가 있어요. 곡이 너무 좋은데, 왜 굳이 EP로 내서 소모할 생각을 하느냐고. 그런데 전 한번에 얘기하고 싶거든요. 연타로 싱글을 내서 힘을 싣고 돈을 벌고자 하는 방식도 알겠는데, 작품을 하는 게 더 중요하잖아요. 제가 하는 작품은 앨범 단위의 포맷이 맞거든요. 그래서 계속 할 거예요. 다만, 듣는 분들도 감상의 방식이 바뀌어야 좀 더 힘이 나지 않을까 싶은 거죠.


리: 앨범 단위로 내는 거 좋다고 생각해요. 말씀한 것처럼 한국 상황을 고려해서 싱글 얘기들 많이 하는데, 사실 싱글로 낸다고 해서 성공할 거란 보장도 없는 데다가, 인디 아티스트의 경우 거론조차 되지 못하고 묻힐 가능성도 크거든요. 오히려 앨범 단위를 냈을 때 주목받을 확률이 크죠. 계획한 앨범 다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지바: 지금 레이블에서 저와 제 음악을 존중해주기 때문에 잘 될 것 같아요. 다른 회사랑 얘기했을 땐 초반엔 존중한다고 했다가 말할수록 달라졌거든요. 계약 전에도 이 정도인데, 내가 이 회사의 것이 되면 얼마나 하대할까 싶었던 적이 많았어요. 근데 지금 레이블은 계약할 때 믿은 것보다 훨씬 더 제게 맡겨줘서….


대표: 이제 마지막일지도 몰라… (웃음)


지바: 혹시라도 믿을 수 있는 레이블을 원한다면, 저희 레이블로 오세요. 진짜 음악적인 면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품 하는 사람을 원하는 것 같아요. 이 사람이 돈을 잘 벌 것 같은지, 혹은 팬이 많을 것 같은지를 따지는 게 아니라 우선 자기가 하고싶은 게 뚜렷한 사람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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