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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인터뷰 제리케이 - 소울 컴퍼니, 로퀜스, 이젠 단지 제리케이

한국힙합위키

제리케이 - 소울 컴퍼니, 로퀜스, 이젠 단지 제리케이 리드머 작성 | 2012-03-09 16:07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31 | 스크랩스크랩 | 33,528 View


지난 2011년 11월 27일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한국힙합의 중심에서 활약하던 인디레이블 소울 컴퍼니는 해체했고, 소속 뮤지션들은 각자의 길을 찾아 나섰다. 그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던 제리케이도 마찬가지다. 잠시 직장인으로 외도(?)에서 다시 돌아와 보금자리가 사라지는 걸 경험한 후, 그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사실 제리케이는 레이블 내에서 다소 튀는 인물이었다.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주제에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여 온 것만 봐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찌 보면, 제2의 커리어를 시작하는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지도 모르겠다. 새 EP [연애담]이 발매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우린 그를 만나 앞으로 음악적 방향성과 계획은 물론, 소울 컴퍼니 해체와 로퀜스의 미래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리드머(이하’리’): 우선 궁금한 게 소울 컴퍼니가 해체한 이후, 제리케이 씨의 행보가 어떻게 되느냐예요. 앨범에 보면, 데이즈 얼라이브 뮤직(Daze Alive Music)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눈에 띄는데….

제리케이(이하’제’): 데이즈 얼라이브 뮤직은 이를 테면, 저 혼자만 있고 실체는 없는 레이블이라 할 수 있어요. 서류상으로나 여러모로 필요해선 만든 건데, 그냥 이름을 ‘김진일’로 하긴 싫었거든요.

리: 일단 레이블을 론칭하거나 다른 기획사와 협력할 생각은 없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제: 네. 지금은 생각이 없어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분명 어려운 부분이 눈에 띄더라고요. 누군가의 도움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어떻게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리: 소울 컴퍼니 해체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부터 오고 간 거에요? 동료들끼리 이야기를 많이 나눴을 것 같은데……

제: 정말 솔직히 말씀 드리면, ‘해체를 하는 게 어떨까?’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오래 전부터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는 그런 의견이 무게가 적은 편에 불과해서 우리끼리 잘 하자라는 의견을 모았는데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온 것은 작년 여름 부산공연을 하기 전이었어요. 그때 화나와 디제이 웨건이 소울 컴퍼니를 나가겠다고 선언했었죠.

리: 생각보다 꽤 오래 됐네요.

제: 네, 그렇죠. 그 둘이 탈퇴의사를 밝히면서 다들 위기감을 가졌던 게 사실이에요. 공통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우리 중에 음악을 가장 열심히 하고 있는 화나와 웨건이 나간다면, 소울 컴퍼니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그 둘을 말리는 작업이 우선이었고 이렇게 흘러 흘러 가다 보니 부산에서 소울 컴퍼니 쇼가 끝나고 전체회의에서 결정을 했죠.

리: 그럼 화나 씨와 웨건 씨의 탈퇴가 불을 댕긴 건가요?

제: 그런 결론이 날 것이라 생각하고 한 회의는 아니었어요. 잘 추슬러보자는 취지로 했던 회의였는데, 결론이 그렇게 나버렸죠. 어찌 보면 신기해요.

리: 마이노스 씨는 들어온 지 얼마 안됐는데 해체가 됐군요.

제: 그런 면에선 굉장히 안타깝죠.

리: 그렇다면 로퀜스의 앞날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R.O.K HipHop’과 인터뷰에서 당분간 솔로 작업에 매진할 것을 밝혔는데, 외국도 이러다가 솔로로만 쭉 가는 경우가 많아서 우려하는 팬들도 있을 텐데……

제: 음… 이번 인터뷰에서 제가 시원하게 대답을 드리자면, 현실적으로 봤을 때 다시 함께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팀 작업을 하면서 어려움이 많아요. 힙합에서 랩이라는 것이 자기 사상이나 영혼을 끄집어내는 예술이라면, 팀 구성원 간에 영혼의 소통이 있어야 하고 사상적으로도 맞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직접 느끼기에도 그렇고, 주변의 모든 뮤지션들, 그리고 친한 사람들의 이야기로는 저와 메익센스(Makesense)는 굉장히 다른 사람인 거죠. 성격이나 생각하는 방식이며 여러 면에서 반대편에 있는 사람임에도 지금까지 앨범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정신적인 소통보다는 음악적인 취향의 공감이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런 것으로만 지속하기엔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리: 그럼 로퀜스의 미래에 대한 것도 오래 전에 이야기가 오갔었나요?

제: 시기를 놓고 보면 저희가 부산공연 가기 얼마 전에 로퀜스 믹스테잎을 발매했는데요. 그리고 전체회의를 하기 전에 메익센스와 이 부분에 대해 따로 이야기를 했죠. 그 날이 정말 빅뱅이었어요. 로퀜스도 그렇고 소울 컴퍼니에 대한 결론도 그렇게 났거든요. 사실 누구도 그런 결과를 예상 못했거든요. 여담으로 소울 컴퍼니 해체할 쯤에 트위터로 ‘로퀜스 당’이 만들어졌다고 저한테 멘션도 보내고 홍보를 요청했는데, 저는 그럴 수가 없는 거에요. 그것 때문에 그 분께서 약간 서운해하시는 것 같은데 지금 이렇게 말씀 드릴 수 있게 되었네요. 이 인터뷰를 보신다면 아무래도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해요.

리: 해체가 결정됐을 때, 분명히 내부에서는 뭉칠 사람은 함께 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한 예가 스탠다트(Standart)라고 생각하고요. 제리케이 씨에게 함께하자는 이야기는 없었어요?

제: 사실 스탠다트에서 저한테 제의를 하긴 했어요. 지금도 아쉬워하는 걸로 아는데, 제가 그러지 않았던 것은 로퀜스가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와 같아요. 오랜 시간 함께하면서 그런 걸 많이 느꼈어요. 소울 컴퍼니라는 큰 배가 순항만 할 수 없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일반기업이라면 그런 문제가 없을 텐데 아티스트들이 모인 집단이다 보니 문제들이 발생하더라고요. 마찬가지의 이유로 스탠다트를 선택할 수 없었던 거죠.

리: 일종의 위화감이 있었던 걸까요? [마왕] 발매 당시 기존 소울 컴퍼니의 색과 전혀 다른 소재와 화법이 주목을 받았었잖아요. 소울 컴퍼니는 분명 여러 스타일의 아티스트가 공존하는 집단이기도 했지만, 그 가운데 제리케이라는 랩퍼는 성향이 다른 부분이 있었거든요.

제: 위화감이라고 표현하기보다 말씀한대로 다르다는 인식이 있었어요. 물론, 2004년도에 소울 컴퍼니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각자의 차이가 크지 않았죠. 그 뒤로도 한동안은 크게 벌어지지 않았고요.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부터 함께 한 길로 가기 어려워진 셈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해체를 결정했던 것이고요. 그런 다양성을 한 곳에 묶어둘 수 없기에 풀어준 셈이기도 해요.

리: 언더그라운드, 인디 힙합의 중심에 있던 소울 컴퍼니가 해체하고 이번에 선보인 [연애담]은 타이틀부터 기존 결과물과 다른 느낌입니다. 솔직히 제리케이 씨의 앨범으로써는 타이틀이 살짝 어색한 느낌마저 들 정도에요. 갑자기 사랑 이야기에 눈을 돌린 건 어떤 계기가…?

제: (웃음) 듣는 분들은 ‘얘 왜이래?’ 이럴 수 있을 정도로 좀 기존과 다르긴 해요. 그런데 사랑 이야기로 앨범을 내게 된 것은 저라는 사람도 항상 세상 걱정만 하고 사는 건 아니잖아요. 저도 사랑에 관한 생각을 하고 산단 말이에요. 언젠가 가요 판에 사랑노래가 왜 많을 수 밖에 없는가 생각해봤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이별을 하고 사랑을 할 때 영감이 폭발하더라고요. 그것 때문이 아닐까 싶었고 저에게도 여러 가지 사랑이야기가 있으니 다른 작업을 진행하면서 틈날 때마다 가사로 옮겼어요. 그렇게 몇 곡이 모인 것을 두고 이 가운데 공개하고 싶은 곡이 있는데, 싱글로 내거나 정규앨범에 싣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을 하고 EP로 발매하게 된 거죠. 예전 소울 컴퍼니 스태프 중 한 명이 제리케이의 사랑노래를 들으면 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 시각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서 좋다고 했던 것도 영향을 줬고요. 또 하나는 제 음악적인 색에 있어서도 갇혀있는 뮤지션이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런 것도 할 수 있다. 나에겐 이런 면이 있다는 의도였죠.


리: 가사 스타일도 전혀 다르더군요. 이번 앨범에서 드러난 게 앞으로 행보를 어느 정도 예고해주는 것도 되는 건가요?

제: 앨범을 내기 전에 걱정했던 피드백이 ‘제리케이 맨날 정치 이야기만 하더니 돈 모자라서 사랑이야기 하나 보네?’였어요. 그런데 다행히 그런 건 없더라고요. 그럼에도 이런 앨범을 냈던 걸 좀 설명드리자면, 제리케이 식으로 사랑이야기를 풀어내면 이렇게 된다는 것을 보여줄 자신이 있었어요. 그리고 사실 예전에도 몇 곡 되지는 않았지만, 사랑이야기를 했던 곡이 있었고, 디테일한 소재들을 엮어서 큰 것으로 만드는 방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요. 물론,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방식, 목소리나 플로우에는 변화를 줬지만요.

리: 보컬도 잠깐 나오잖아요.

제: 아 제가…. 쉽지 않았어요. (전원웃음) 그리고 아까 질문하신 앞으로 변화를 이 앨범을 통해 가늠할 수 있느냐에 대한 대답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여러 가지를 생각해봤을 때 행보를 예견한다는 건….

리: 지금 여자친구 분과 만난 지는 얼마나 됐어요?

제: 1년 정도 되었죠.

리: 그 관계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도 있나요?

제: 몇 가지 소재적인 부분이 있죠. “상승곡선 Rebirth”는 직접적으로 여자친구에게 보내는 노래이기도 하고요.

리: 앨범에서 세 명의 보컬과 함께 했어요. 보컬 피처링을 많이 넣은 건 앨범의 주제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어요?

제: 제가 옛날부터 훅 메이킹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어요. 스스로 썩 좋은 훅을 만들지 못한다는 생각이거든요. 실제로 그런 피드백도 받았고요. 그 뒤에 믹스테잎을 통해서 그 부분을 개선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는데, 이번 앨범에서 곡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위해 여기엔 노래가 나와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노래를 쓰게 된 거고요. 훅으로 나오는 부분은 제가 다 만든 거에요. 크루셜 스타가 참여한 곡만 빼고 나머지는 제가 다 만들었어요. 브릿지 부분은 피처링 해주는 친구들이 만들어온 경우도 있고요.

리: 전반적으로 국내에서는 훅 메이킹을 잘한다고 인정받는 뮤지션이 드문데, 누가 훅 메이킹을 잘하는 것 같아요?

제: 크루셜 스타는 확실히 잘하는 것 같아요. 콰이엇도 잘하고요.

리: 음… 다 (예전) 한식구들이네요?

제: 네, 그러네요. (전원웃음)

리: “다툼”을 대표 곡으로 정한 건 어떤 계기였는지?

제: 전체적인 완성도를 놓고 봤을 때 “다툼”이라는 곡이 제일 완성도가 높더라고요. 그래서 정했어요.

리: 그런데 앨범 발매 이후 피드백을 보면 “화창한 봄날에”에 대한 반응이 더 좋더라고요.

제: 네, 맞아요. 아무래도 여성 팬들에게 어필하는 곡인 것 같아요. 발랄하고 달달한 노래니까 그런 반응이 오는 것 같은데, 사실 제가 보기엔 마냥 달달한 내용은 아니거든요. (웃음) 저는 좋다고 생각해요. 타이틀에 대한 반응이 떨어지는 게 아쉽지만, 다른 곡이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 것은 전체적으로 앨범에 들을만한 곡이 많다는 반증이기 때문에….

리: 이번 앨범의 피드백에 대해서는 만족하는 편이에요?

제: 우려했던 부분도 없고요.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피드백이 좋은 편이에요. 이번 앨범을 통해 팬이 더 늘어난 느낌도 들고요.

리: “퀴즈 쇼” 같은 곡을 들으면 플로우 부분에서도 많은 변화를 줬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기존의 피드백을 참고로 개선을 한 건데 제 플로우가 너무 지루하고 딱딱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그런 점을 많이 고치고 싶었고 고민과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해요. 요즘 좋다고 생각하는 음악들을 들으면서 참고하기도 했고요.

리: 본인이 지향하는 랩퍼의 자아는 어떤 형태인지 궁금해요. 롤 모델로 삼는 랩퍼가 있을까요?

제: 랩퍼로서 자아를 따지자면,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를 롤 모델로 삼고 있어요. 정체성이 분명하잖아요. 거기에 사회적인 발언을 하면서도 멋진 음악으로 대중에게도 어필하고 있으니 여러 면에서 닮고 싶은 점이 있죠. 커먼(Common)같은 뮤지션도 또 다른 면에서 많이 닮고 싶고요.

리: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제: 네, 많아요. 아니, 많아졌어요.

리: 국내 힙합뮤지션 가운데 SNS를 통해 정치적인 색을 가장 많이 드러내는 쪽인데 자신의 정치색을 간단하게 드러낸다면?

제: 제가 트위터로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면 어떤 어린 친구들은 저에게 뭐라 할 때도 있어요. 보기 싫으니까 그만해라, 청소년들을 위해서 자제해 달라는 이야기를 해요. 제가 [마왕 Part.2]를 냈을 때 게시판에 달린 댓글을 보면 가관이에요. ‘종북세력’, ‘좌빨’, ‘북한으로 가버려’ 등등 다양한 이야기가 있어요. (웃음) 이런 상황을 볼 때마다 왜 지금 정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 북한 편이고 빨갱이인지 모르겠어요. 어디서 나온 구분법인지도 모르겠고요. 어린 친구들도 정치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졌고 정치적인 소재를 다루는 커뮤니티들에서 활동하기도 한다고 들었는데요, 관심을 가졌다는 것은 좋지만, 그런 구분법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대고 제가 진보인지 보수인지 정체성을 정확히 정해서 이야기해야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고요. 제 정치적 성향을 굳이 정의하자면, 전 [마왕] 앨범 때부터 인간주의 쪽이에요. 함께 사는 사람들이 소외되는 것이 다 싫은 거죠. 그런 데에 근거해서 이런저런 목소리를 내는 것뿐이에요. 그게 왜 종북인지 이해가 안되네요. (전원웃음)

리: 트위터를 통해서도 그런 이야기를 듣나요?

제: 김정일이 죽었을 때 저에게 그런걸 물어보더라고요. ‘김정일이 죽었는데 오빠는 조의를 안 표해요?’라고 묻기도 해요. 정치인들은 목적을 가지고 표할 수는 있겠죠. 그런데 저는 그 사람이 죽은 게 슬프지 않거든요. 싫어하니까요. 그 친구들이 생각하는 것이 다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긴 어렵죠. 진중권 씨가 쓴 트윗에서 ‘현재의 수꼴, 혹은 보수로 불리는 사람 가운데 진성보수가 있고, 지금 진보, 혹은 좌빨이라 불리는 세력들이 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들어서 배척 점에 서있는 사람들도 있다.’라고 했던 걸 기억하는데요. 제가 느끼기엔 많은 사람들이 후자 쪽에 서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척 점에 서서 너희가 하는 게 틀렸어, 이상해 라고 하는 거.


리: ‘나꼼수’에 곡을 보낼 정도로 씬의 다른 랩퍼들과는 달리 정치적인 성향을 겉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앞으로도 음악에 이런 정치적인 색을 표현할 생각이에요?

제: 저는 사실 음악에서 자아와 생활에서의 자아가 일치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앞으로도 계속 그런 자세를 취하겠죠.

리: ‘나꼼수’ 이야기를 더 하자면 이 방송이 엄청난 화제잖아요. 하나의 현상이라 할 정도로. 그렇기 때문에 음원도 어느 정도는 성공을 했죠?

제: 네. 음원 사이트에 들어가서 제 아티스트 페이지를 보면, ‘나꼼수 로고송’이 제일 위에 있어요. 힙합을 듣지 않는 사람들도 들었으니까요.

리: 수익은 어떻게 되었나요?

제: 수익은 어떤 방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획의도대로 ‘나꼼수’를 위해 쓰이겠죠.

리: 근데, 참여한 곡이 수록된 앨범에 대해 딴지일보 측에서 ‘나꼼수’와는 상관없는 비공식 앨범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바 있어요. 그런데 공식 음반으로 보였던 게 사실이라 일각에서 비판이 있었는데….

제: 초반에 공식앨범으로 가려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들었어요. 공식으로 갈지 말지를 놓고 논의되다 결렬이 되었고, 결렬에 대한 확실한 의사전달이 없었거나 누락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최종적으로 조율이 되지 못한 채로 앨범이 공식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오게 된 건데…. 거기서 문제가 좀 있었죠. 이후에 앨범을 기획한 측에서 사과를 했다고 들었어요. (편집자 주: 이후 딴지 라디오가 기획한 공식 OST가 출시됐다.)

리: 모든 힙합 뮤지션이 정치적인 견해를 곡으로 드러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국내에서는 사회적이거나 정치적인 색을 드러내는 랩퍼들이 너무 드문 것 같아요.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 편인가요?

제: 공감하는 바에요. 그래서 제가 하고 있잖아요. (웃음) 사실 이제 힙합에서 다룰 수 있는 소재가 워낙 많아졌기에, 이런 이야기를 안 한다고 불만을 가지는 게 되려 우스운 일이 될 수 있어요. 물론, 그런 쪽에 결핍이 있으니까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죠.

리: 사실 힙합 씬이 안 해주면 어떤 장르음악이 이런 메시지를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너무 힙합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작용해서 문제였는데, 요즘엔 너무 없어서 문제인 듯도 하고….

제: 요즘 나오는 국외힙합을 들어보더라도 그런 내용이 많이 없는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더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리: 지금의 한국힙합 씬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들어요? 저희가 보기엔 결과물이 나오는 양과 등장하는 신예에 비해 시장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느낌이라서요.

제: 나오는 음악이 많아진 만큼 좋은 것들도 많아진 것 같아요. 잘하는 루키들도 많아졌고 기존에 하던 사람들은 분명히 끝까지 하겠다는 생각으로 결과물을 내놓으니까요. 그런데 시장적인 면에서는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틀이 모호해진 느낌이에요. 예전에는 힙플로 대표되는 시장이 있었잖아요. 지금은 거기서 유통되고 조명 받는 음악에만 집중하지 않는 것 같아요. 언젠가부터 기존에 인기 있었던 뮤지션들과 연계를 통해 시장에 진출을 하다 보니 경계가 모호해졌다고 생각해요.

리: 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인가요?

제: 일장일단이 있죠. 물론, 좋은 점은 기존의 충성도가 높던 아이돌 팬들을 유입시킬 수 있으니 시장이 커질 수는 있지만, 언더그라운드 힙합만을 좋아하는 팬들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는 아쉽죠.

리: 장르를 넓히는 것은 좋지만, 되려 기존에 자기 색을 고수하던 뮤지션들에게는 아쉬운 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거죠.

제: 저도 거기서 자유로운 편은 아니라 걱정은 돼요. 거기까지 심각하게 고민해보진 못했지만요.

리: 뮤지션 가운데 사회생활 경험이 있거나 나이대가 어느 정도 된 경우, 음악을 취미로 하는 것 이상을 넘어섰을 땐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하려고 하는 쪽과 어느 정도는 타협하려는 편이 있는데 어느 쪽에 속한다고 생각해요?

제: 결국, 경제적인 타격을 입느냐 마느냐로 결정되는 문제인 것 같아요. 아직 저는 경제적인 타격을 입지 않았어요. 열심히 회사 다니면서 모아놓은 돈이 조금 있기 때문에…. (웃음) 그래서 저는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했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스스로 벌이를 만들어가야 하는 과정에 놓여있어요. 지금까지 발표한 결과물들에서 오는 수입은 생각보다 많지 않으니까요.

리: 어쨌든 레이블의 형태거나 함께 일을 할 동반자가 필요한 상황이 올 수 있겠네요?

제: 제가 잘한다면 그럴 환경이 오겠죠. 제가 못한다면 영원히 필요 없을 수도 있고요.

리: 지금 시장은 CD보다 음원이 중심이 되는 시장이잖아요. 특별한 이슈나 홍보가 될만한 것이 없으면 살아남기가 힘든 상황이에요. 생각하고 있는 전략이 있나요?

제: 일단 제가 열심히 해야겠죠. 많은 수의 좋은 음악을 내놓으면 씨앗이 많은 셈이니 뭔가 많이 열릴 거라는 생각이에요. 그렇다고 안 좋은 음악들을 내놓겠다는 게 절대 아니에요. 저는 요즘 작업 외에 크게 하는 일이 없기에 많이 할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많이 낼 생각인데 그렇게 하다 보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한 곡당 60원씩에 팔려나가는 시장구조로는 TV에 나오는 분들도 굶어 죽을 수 있는 것이고요. 그런 구조적인 문제부터 선결되어야겠죠. 그나마도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경연 프로그램이 음원 차트를 지배하고 있으니…. 뮤지션들에게 정당하게 지불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정당한 가격으로 받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해요.

리: 음원을 판매할 때 책정된 가격에도 문제가 많죠.

제: 제가 가장 큰 문제로 생각하는 것은 패키지의 가격이에요. 음원 하나의 절대 가격이 너무 낮게 잡히거든요. 그렇게 해서 누가 음악을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요? 전 국민이 차트 순위 100위 안에서 귀를 멈추게 만드는 상황이거든요. 저는 한 곡을 별도로 구매하던 패키지로 구매하던 뮤지션에게 돌아오는 돈이 똑같을 줄 알았는데 그런 게 아니더라고요. 어처구니가 없죠.

리: 불투명한 정산과정도 문제고, 참 개판인 상황인 거에요. 지금 시장 구조 자체가….

제: 정산서 오는 것들 보면 의아한 구석도 많고요. 그런 식으로 상품을 짜는 것도 문제잖아요. MB식으로 말하면 ‘해봐서 아는데’ (전원웃음) 회사에서 상품을 짜본 사람이기 때문에요. 예를 들어 ‘150곡을 주면, 전체 고객 중 30%는 사용하지 않을 테니 거기서 비용을 세이브해서 혜택을 줄 수 있겠다.’라는 계산을 하는데, 그런 구조가 전혀 아니에요. 그런 것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정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뮤지션 유니온’ 이라는 것이 얼마 전에 생겼는데 인디 뮤지션의 생활실태를 조사했더니 10에 6은 월평균 수입이 100만원도 안 된다는 발표를 한 거에요. 그나마도 레슨을 해서 버는 돈이니 그걸 보고 정동영 의원이 대책을 세우겠다는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덧붙여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강용석 의원은 마포(을) 홍대 앞이 자기 지역구잖아요. 그런데 고소나 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죠.

리: 우리 아들 세대 때에는 좀 바뀌려나요. (웃음) 올해 정규앨범을 발매할 계획인 걸로 알고 있는데, 작업은 어느 정도…?

제: 정규 2집은 계속 작업을 하고 있어요. 중간에 남는 것들이나 선택 받지 못한 곡들을 모아서 믹스테잎으로 내기도 했고요. 물론, 믹스테잎에 넣어야지 하고 쓴 가사도 있지만요. 이번 [연애담]의 경우도 정규앨범에 넣기는 좀 성격이 다른 곡들이라 따로 EP로 발매한 거고요.

리: 정규앨범에는 어떤 느낌을 주로 담을 예정이에요? [마왕]의 연장선이 될까요?

제: 음… 아무래도 [마왕]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음악적인 색깔의 일관성과 표현방법은 많이 다르게 하려고요.

리: 예상 발매일은 언제쯤?

제: 가능한 빨리 내고 싶어요. 그런데 최근에 힙합 뮤지션들이 발매일을 늦출 때 욕을 많이 먹는 걸 봐서 쉽게 말씀드리기가 어려워요. (전원웃음)

리: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제: 제가 트위터로 문답을 주고받기도 하고 몇몇 곳과 인터뷰도 했지만, 리드머는 질문의 깊이가 남다르네요. 역시 날카로워요. (웃음) 이런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어요. 다른 곳의 질문이 별로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리드머와 인터뷰 정말 즐거웠다는 거. 앞으로 많은 시도를 할 거니까요, 음악을 들어주는 많은 분이 반응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인터뷰. 글 / 강일권, 박배건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리드머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00 코멘트 등록 Messlit Messlit (2012-03-10 21:17:12 / 118.33.55.**)추천 1 | 비추 0 헐 정치적인 색이 싫으면 제리케이를 듣지말아야지; 우리 나라에는 정말 되먹지 못한 리스너들이 많네요; 전 제리케이님이 하시는 이야기들을 정말 좋아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음악 기대할게요 Popeye Popeye (2012-03-10 14:57:05 / 168.120.97.***)추천 0 | 비추 0 저는 요즘의 제리케리 스타일이 예전보다 더 맘에 들더군요. 플로우가 한결 가볍고 여유로워진것같아서 그게 제리케이같아요.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수달 수달 (2012-03-10 04:51:23 / 211.117.143.**)추천 0 | 비추 0 항상 응원합니다! 변오식 변오식 (2012-03-10 04:17:14 / 125.177.5.***)추천 0 | 비추 0 스테이지 컷들이나 그 속의 액션 보면 Big Sean 같군요. 우연의 일치이거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는거지만.... 패키지된 음원을 구입할 때와 개별로 구매를 할 때 뮤지션에게 돌아가는 수입에 대해서는 몰랐던 사실이군요. 상당히 화가 나는 대목이기도 하구요. 음원싸이트의 자정은 있을리 만무하고 제리씨 말대로 힘을 가진 정치권이 어떻게 해줄 때까지 기대해야 하는 현실 참 어둡네요. 어떻게 해서든 고쳐져야 함엔 동감합니다. 음원 하나 수입으로 일년에 몇 억 하는 말도 안되는 기사들도 안 나왔으면 해요. 제리케이씨 음악들에 대해서는 실망스러웠지만 인터뷰는 잘 읽었네요. Fukka Fukka (2012-03-10 01:43:37 / 211.246.77.**)추천 0 | 비추 0 랩핑 자체의 재미는 덜하지만 주제와 그걸 표현해내는 점이 뛰어나다 생각하여 항상 결과물이 나오면 집중해서 들었습니다. 앞으로 행보 기대할게요. 진솔한 인터뷰 최고네요. J.Min J.Min (2012-03-09 17:09:50 / 112.218.215.**)추천 0 | 비추 0 제리케이 행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고 앞으로도 관심있게 지켜보겠습니다. 연애담 앨범은 제리케이란 이름을 보고 클릭하려 했다가 앨범 타이틀을 보고 굉장한 이질감이 들어서 담아두질 않았는데 들어봐야겠군요. 음원의 패키지화에 대한 의견에는 굉장히 크게 공감합니다. 그러면서도 저도 패키지 상품을 쓰고 있으니 이거 정말 모순이네요. CD든 뭐든 오프용 매체의 판매가 늘어날 수 있는 새로운 흐름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새 앨범 기대해볼께요. Keep it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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