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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인터뷰 정엽 - 솔로앨범 발표한 정엽, 브라운 아이드 소울 위로 부상하다

한국힙합위키

정엽 - 솔로앨범 발표한 정엽, 브라운 아이드 소울 위로 부상하다 리드머 작성 | 2009-10-19 19:00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6 | 스크랩스크랩 | 17,295 View 1237570433.jpg


브라운 아이드 소울(Brown Eyed Soul)의 맏형 정엽이 솔로앨범을 발표했다. 그룹에서 나얼 만을 생각했던 사람들은 얼마 전 화제가 된 그의 “Nothing Better” 라이브 영상을 보며 놀라워했지만, 원래부터 정엽의 보컬 실력은 음악계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알 정도였다. 단지 수면으로 떠오르지만 않았을 뿐. 이번에 발표된 [Thinking Back On Me]를 계기로 비로소 정엽이라는 존재와 그의 뛰어난 보컬, 작곡 능력이 제대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앨범에 담긴 한 곡 한 곡은 그가 바라던 대로 올겨울 많은 이의 감성을 포근하게 감싸 안으며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리드머(이하 ‘리’): 반갑습니다. 앨범의 반응이 좋아요. 언제부터 준비해 온 건가요?

정엽: 준비기간은 길지 않았어요. 원래는 솔로 앨범을 낼 생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저희(브라운 아이드 소울) 멤버 중에 군복무 문제도 있고 해서 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마음속으로 언젠가는 솔로앨범을 한 번 내봐야지 했는데, 그게 지금이 될 지는 몰랐어요. 곡은 예전부터 써놨던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작업은 세 달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리: 정말 짧은 기간에 멋진 앨범을 탄생시켰네요.

정엽: 근데 어떻게 보면, 몇 년 걸린 앨범일 수도 있어요. 오래 전부터 만들어놓고 있었으니까요.

리: 브라운 아이드 소울로서 앨범을 내기 전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정엽: 네. 멤버가 되기 전에 이 기획사 저 기획사를 전전하면서 솔로 앨범을 준비하다가 무산된 적이 세 번인가 있어요. 그러다가 영장이 나왔는데, ‘아, 이제 난 음악은 포기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운 좋게 해군 홍보단에 들어가게 돼서 군생활을 하면서도 음악하고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었어요. 군대에 있을 때 데모 CD가 지금의 브라운 아이드 소울 기획사에 전달이 돼서 전역 후에 계약을 맺게 됐구요.

리: 그때도 물론 솔로로서 계약을 맺은 거겠죠? 그런데 어떻게 그룹을 하게 됐나요?

정엽: 원래 솔로로 들어간 거였는데, 연습실에서 나얼을 만났어요. 제 데모를 들어본 나얼이 혹시 중창단을 할 생각이 없느냐고 하더라구요. 저도 예전부터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작업이고 게다가 나얼이 워낙 네임밸류가 높았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흔쾌히 수락을 했어요.

리: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끝에 솔로 앨범을 발표했으니 감회가 남다르겠어요.

정엽: 사실 부담이 많이 됐어요. 그동안 그룹으로 만들어놨던 색깔을 저 때문에 망쳐서 괜히 본전도 못 찾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걱정을 되게 많이 했죠. 그런데 브라운 아이드 소울에는 나얼 외에도 각자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다른 멤버는 네임 밸류가 없다 보니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지지도 않았었으니까요.

리: 물론, 나얼 씨의 존재감이 크긴 했지만, R&B 음악에 관심이 많은 이들 사이에서는 정엽 씨의 보컬도 많이 회자됐죠. 이번에도 그동안 가려졌던 실력이 드러나 반기는 눈치구요.

정엽: 많은 분이 알아주신 건 아닌 것 같구요, (웃음) 그래도 절 눈 여겨 봐주셨던 소수 분들이 정말 감사해요. 이번에 앨범을 발표하고 음악을 들어주는 분들과 팬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삼 느꼈어요. 정말 좋게만 봐주시더라구요. 사실 그동안 R&B/Soul 음악 마니아 분들 중에는 저희 음악을 인정 안 하고 등 돌리는 분이 꽤 많았었어요. 대중음악을 하면서 대중과 마니아 사이에 서는 게 참 어렵더라구요. 기교나 애드립에 집중하자니 그건 그냥 따라 하기밖에 안 되는 것 같고…. 그래서 이번 제 앨범도 그렇고 브라운 아이드 소울 때도 대중이 들었을 때 감성에 젖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자 했었어요. 중요한 건 저희도 R&B 마니아라는 사실이죠.

리: 방금 말씀한 게 이번 앨범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정엽: 네. 요즘 트렌디한 R&B 음악을 추구하는 분들이나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R&B/Soul 싱어 분들을 보면, 대중음악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도 그랬었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는 하는데, 감성이 좀 빠져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음악은 정말 좋은데, 가슴 깊이 느껴지는 게 없다고 할까요? 너무 테크닉이나 흑인적인 추임새에만 집착하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아요. 사실 저도 처음에는 브라운 아이즈를 되게 싫어했었어요. (웃음) 저 역시 굉장한 R&B 마니아였기 때문에 ‘저게 무슨 R&B야’ 했었죠. 그러다가 대중음악 씬에 나와서 활동하다 보니 일부만 가지고 판단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 음악을 들어주고 좋아해주는 이가 있어야 한다는 게 먼저고 팬들에게 소울이 어떤 음악인가를 점진적으로 이해시키는 게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죠.

리: 대중적인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 썼다고는 했지만, 제가 듣기에는 흑인음악적 감성이 더 많이 묻어나던데요? (웃음)

정엽: 그렇게 들으셨다면, 감사해요. (웃음) 제가 1번부터 14번 트랙까지 나름대로 구성을 많이 생각했거든요. 이른바 뽕 발라드도 있고 팝 발라드도 있고 퓨전도 있고 재즈도 있고요. 최대한 지루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마니아 분들도 좋아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구요. 저도 사실 회사와 계약하고 나서 몰래 홍대에서 밴드 활동을 했었어요. 해군 홍보단 출신 연주자들하고 모여서 ‘맥스’라는 이름으로요.

리: 몰랐던 사실이네요.

정엽: 홍대나 대학로의 클럽이나 공연장에서 공연을 했었죠. 저도 밴드 활동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지향하는 바는 좋아하는데요, 그렇다고 다른 장르의 음악을 격하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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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앨범을 들어보면 어쿠스틱 연주가 지배적인데요, 어쿠스틱을 이번 앨범의 키워드라고 봐도 무방한가요?

정엽: 네. 워낙 좋아해서요. 근데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일렉트로니카 스타일도 수록했을 거예요. 전 원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거든요. 어렸을 때도 기타를 치면서 헤비메탈부터 음악을 시작했었으니까요. 여러 장르의 음악을 시도해보고 싶기 때문에 2집에서는 일렉트로니카 스타일도 들어갈 것 같아요. 정말 해보고 싶어요.

리: “Nothing Better”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라이브 영상으로 정엽 씨를 잘 모르던 사람들을 한 순간에 사로잡았죠. 이 곡에 대한 애착도 남다를 것 같아요. 앨범에서도 첫 곡으로 포진해있고….

정엽: 정말 애착을 갖고 있는 곡이에요. 사실 저희가 브라운 아이드 소울 때부터 대중적인 매체 오픈이 거의 안 됐었잖아요. 아마 타이틀곡 뮤직비디오 없는 건 저희밖에 없을 거예요. (웃음)

리: 일부러 노출을 안 했던 것 아닌가요?

정엽: 아니에요. 회사에서 프로모션에 문제가 좀 있었어요. 그게 너무 아쉬워서 항상 더 많은 사람이 곡을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죠. 그래서 이번에 다른 버전으로라도 꼭 수록해서 한 번 더 이 곡을 알리고 싶었어요.

리: “끝이 없나봐”에서는 거미 씨와 함께했는데요, 작업해보니 어땠나요?

정엽: 평소에 거미 씨 노래를 좋아하긴 했는데, 사석에서 마주친 건 두 번 정도밖에 없었어요. 거미 씨 노래를 들어보면 테크닉보다도 감성적으로 깊이 와 닿는데, 저는 그렇게 노래하는 가수들이 되게 좋아요. 제가 한 인터뷰에서도 밝힌 적 있는데요, 김장훈 형님이 테크닉적으로는 모자란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노래를 들으면 그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뭔가 아픔이 느껴지고 가슴을 울리잖아요. 가수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곡을 듀엣 곡으로 구상했을 때 딱 거미 씨가 떠올랐어요. 지인을 통해서 듀엣 요청을 했는데, 한 번에 ‘예스’를 해줘서 작업하게 됐구요. 본명이 지연 씬데 정말 고마워요.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합니다.

리: “Get You”는 앨범 내에서 가장 튀는 곡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80년대 소울/훵크 스타일이 묻어나면서도 멜로디 라인에서는 세련된 감성이 느껴지는 게 묘합니다. (웃음)

정엽: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번 앨범의 구성을 많이 신경 쓰면서 빠른 비트의 음악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만든 곡인데, 곡 자체도 아주 빨리 만들었어요. 전체 컨셉은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 스타일의 브라스가 들어간 곡을 염두에 두고 멜로디와 가사를 빨리 썼죠. 이 곡의 브라스 녹음이 마스터링 하기 전날 밤 10시에 끝났는데, 밥을 먹자마자 30분만에 가사를 쓰고 바로 녹음을 해서 완성한 곡이에요.

리: 완전 랩펀데요? (전원웃음)

정엽: 진짜 이 노래 때문에 앨범 스케줄에 차질이 생길 뻔했어요. 급하게 작업하느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녹음할 때 제일 즐겁게 임했던 게 또 이 곡이에요. (웃음) 빠른 비트다 보니까 굉장히 즐겁더라구요. 막 웃으면서 녹음했던 기억이 나요. 코러스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리: 아, 그 곡 코러스가 정엽 씨였나요? 몰랐네요.

정엽: 네. 모든 코러스를 다 제가 했어요. 코러스 작업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기회가 될 때마다 코러스 피처링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다양한 가수들의 다양한 코러스 라 인을 만들어서 해보고 싶어요. 되게 매력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리: 세션 참여도 눈에 띕니다. 재즈 성향이 짙은 것 같은데요.

정엽: 음, 그런데 특별히 재즈 뮤지션들과 교류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이쪽 계통 세션맨들 중에 해군 홍보단 출신들이 많거든요. 아무래도 저 역시 해군 홍보단 출신이다 보니 워낙 다 가족 같아서 거의 매일 보다시피 하는 동생들이에요. 굳이 제가 재즈뮤지션이라서 선택을 한 건 아니었죠. 자연스럽게 친분 있는 형이나 동생들하고 한 거에요. 특별한 재즈 뮤지션이라면 “Too Shy To Say”에서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한 전성식 교수님을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리: 방금 언급한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헌정곡인 “Too Shy To Say”도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제목에서부터 정엽 씨의 진심이 느껴지구요.

정엽: 아, 정말 지금 생각하니 그렇네요. (웃음)

리: 네. 스티비 원더는 정엽 씨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정엽: 제 성이 ‘안’인데요, 스스로 스티비 안이라고 별명까지 지었어요. 제가 스티비 원더와 비슷해서가 아니라 별명을 이렇게라도 붙이면 스티비 원더의 요~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주문을 걸기 위해서…. 자기 최면 같은 거죠. (웃음) 그만큼 저에게는 정말 위대한 아티스트에요. 뭐, 저뿐만 아니라 음악 하는 사람이라면, 다 스티비 원더를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요.

리: 정말 내한공연 무산된 게 너무 아쉬워요.

정엽: 그러게요. 손이라도 한 번 잡아봤어야 하는데….

리: 스티비 원더 외에 영향을 받은 뮤지션이 또 있다면요?

정엽: 많아요. 마빈 게이(Marvin Gaye)도 좋아했구요, 보컬적인 면에서는 맥스웰(Maxwell)을 참 많이 좋아했어요. 전역하고 앨범 내기 전에 클럽 공연을 할 때는 거의 맥스웰 노래만 불렀을 정도에요. 맥스웰의 음악 스타일이 특별한 훅(Hook)보다도 되게 부드러우면서 감성적인 면이 강하잖아요. 정말 최고인 것 같아요.

리: 맥스웰 정말 죽여주죠. (웃음) 그럼 “Nothing Better” 말고도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곡은 또 어느 곡인가요?

정엽: 방금 말씀 나눈 “Too Shy To Say”도 소중한 곡이구요, “Baby I Love You”도 애착이 가요. 어쿠스틱하면서 좀 가벼운 느낌의 곡인데, 이 곡에서는 보컬을 다른 곡들과 조금 다르게 불렀어요. 중간에 조지 벤슨(George Benson)처럼 보컬이 기타 리프를 따라가는 형식으로도 만들어보고…. 들어보면 참 편안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서 좋아요. 제가 이지 리스닝 음악들을 참 좋아하거든요. 사실 전 작업하면서 수도 없이 듣기 때문에 질리기도 하는데, 이 곡은 계속 들어도 좋더라구요. (웃음) 참, 이 곡도 30분 만에 만든 곡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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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오늘 정엽 씨의 천재성이 막 드러나네요. 30분 만에 만든 곡이 두 곡이나….

정엽: 아뇨, 그건 아니구요. (전원웃음) 그냥 집에서 통기타를 치다가 멜로디하고 가사가 나왔어요.

리: 주로 작곡을 할 때는 피아노로 하는 편인가요?

정엽: 피아노는 코드만 치는 정돈데요, 건반으로 코드를 치면서 멜로디를 만드는 때도 있고 어떨 때는 되게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은 다음 보컬 멜로디는 염두에 두지 않고 그 반주에 다른 멜로디를 만들어서 녹음해뒀다가 쓰기도 해요.

리: 이번 앨범에서는 개인적인 음악 욕심을 잠시 미뤄두었다는 글을 봤어요.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100% 자신만의 취향으로 앨범을 꾸민다면, 어떤 앨범을 만들고 싶은가요?

정엽: 음, 개인적 욕심을 미뤄두었다기보다는 다 못 담았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아요. 전 나중에 나이가 들면 아주 편안한 이지리스닝 음악을 하고 싶어요. 특별한 훅도 없이 노래를 들었을 때 감성이 그대로 전달되는 그런 음악이요. 전 한국의 베리 매닐로우(berry manilow)가 되는 게 꿈이에요. 물론,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제가 가리는 음악은 없기 때문에 비트 있는 음악도 많이 해보고 싶긴 한데, 궁극적으로는 편안한 음악이 좋아요.

리: 그럼 이번 앨범에서 가장 가까운 곡이 있다면 어느 곡일까요?

정엽: “Too Shy To Say”가 가장 가까운 곡 같아요.

리: 아무래도 그룹 활동을 할 때보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을 것 같아요. 대부분 말씀하는 혼자 하다 보니 허전하고 외롭다는 것 말고요.

정엽: 음, 사실 저는 대부분 말씀하는 것과 다를 수밖에 없는 게 워낙 그룹 활동이 없었으니까요. 앨범을 완성해서 발표하고 나면 그때부터 쉬는 거였어요. (웃음) 그런데 이번에는 앨범이 발표되자마자 나름대로 오픈된 활동을 하니까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에요. 느낌이 참 다르더라구요. 그리고 앨범을 만들면서는 좀 편했어요. 그룹 때는 4명이다 보니 파트도 4등분해야 하고 제 의견도 1/4로 줄여야 할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제가 프로듀싱까지 다 하다 보니 아무도 터치하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었죠. 제가 소속된 회사 측에서도 이 부분을 존중해줘서 참 편안하게 작업했어요.

리: 브라운 아이드 소울로서 작업도 계속 이어가는 거죠?

정엽: 물론이죠. 솔로활동도 하면서 멤버들 군복무가 다 끝나면, 또 뭉칠 거에요.

리: R&B 음악에 빠져든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정엽: 처음에 헤비메탈부터 음악을 접하기 시작했는데요, 하드한 걸 오래 듣다 보면, 소프트한 음악을 찾게 되는 게 일반적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음악을 계속 듣다가 정점은 재즈가 된다고 말씀하는 분도 많고…. 그런데 또 계속 소프트한 걸 들으면, 하드한 음악들이 그리워지고는 해요. 마치 유행처럼 돌고 도는 거죠. 음악이 저한테는 그런 것 같아요. R&B가 처음 저에게 다가왔던 시기는 한창 보이즈 투 맨(Boyz II Men)을 비롯한 아카펠라 그룹들이 많이 등장하던 때였어요. 당시 그들의 음악은 보컬에 치중해있잖아요? 굉장히 매력적이더라구요. 그래서 따라 부르다가 R&B에 심취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전 R&B 가수라고 불리는 게 좀 별로에요.

리: 아니 왜요?

정엽: R&B 마니아이긴 하지만, 다른 장르의 음악도 많이 좋아하고 또 해보고 싶기 때문에요.

리: 자칫 잘못하면 족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인가요?

정엽: 음, 그게 아니라 미국은 어느 정도 균형적인 장르 구분이 된 것 같은데, 국내는 그런 것 같지 않거든요. 가요계를 보더라도 발라드와 R&B의 구분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서 대중적인 감성의 부드러운 곡들을 무조건 R&B로 묶어버리는 경우도 많고…. R&B가 꼭 그렇게 트렌디하고 대중적인 면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건데 말이에요. 대중적인 시류가 그렇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 그냥 팝 가수로 불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리: 어느 정도 공감 가는 말씀이네요. 그래도 우리 흑인음악 좋아하는 분들은 정엽 씨를 계속 R&B에 묶어두고 싶을 겁니다. (웃음)

정엽: 어휴, 여러분이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저야 정말 감사한 일이죠.

리: 그럼 뮤지션으로서 길을 선택하게 된 건, 그렇게 즐겨 듣다가 직접 노래를 부르고 만들어보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건가요?

정엽: 사실, 전 듣는 것만 좋아했지 직접 노래를 부르거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음악이 좋아서 계속 곁에 두다 보니까 어느 새 이 안에 들어와있더라고요.

리: 보컬리스트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정엽: 음, 장르 구분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R&B 보컬은 무조건 애드립이 돼야 해. 락 보컬은 음정이 어느 정도 올라가야 해.’ 같은. 만약 선물이 있다면, 그런 건 포장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선물, 즉 아티스트가 어떤 생각으로 곡을 만들었고 노래에 어떤 의미를 담고자 했는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듣는 이를 감성에 젖을 수 있게 만드는 게 진짜 좋은 보컬이라고 생각합니다. 종종 보컬리스트가 되고자 하는 분들 중에 기교에만 치중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게 대중의 귀를 쫑긋 세우게 하고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정작 감성이 빠진 보컬은 아니라고 봐요.

리: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정엽: 대중음악계에 몸담고 있는 저도 역시 흑인음악 마니아니까요,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음악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며 듣는 것도 좋지만, 그 자체로서 받아들이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점 잊지 마시구요.


가장 처음 샀던 R&B 앨범 Shai [...If I Ever Fall In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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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글: 강일권, 사진제공: 싸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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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리드머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00 코멘트 등록 이지수 이지수 (2010-10-22 22:21:49 / 222.103.52.***)추천 1 | 비추 0 오호... 정엽 인터뷰가 있는데 댓글하나 없군요... ;;

via http://board.rhythmer.net/src/go.php?n=897&m=view&s=interview&c=24&p=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