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앤써 - 영인과 쏀, 그들이 여는 서던 힙합 세상 리드머 작성 | 2009-10-19 19:14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3 | 스크랩스크랩 | 17,007 View 1133039988.jpg 한국의 서던 랩스타를 표방하며 트렌디한 힙합 사운드로 전곡을 채운 앤써(Answer)의 데뷔작 [Rising]이 발표된 지 한 달 반 정도가 지났다. 점점 많은 뮤지션이 시도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저변이 넓지 않은 서던 힙합을 앞세워 마니아는 물론, 대중까지 공략에 나선 두 명의 랩퍼 영인(Young’N)과 쎈(Ssen). 각종 매체에서 ‘뜨거운 신예’로 선정되며 대중친화적인 힙합이 아닌 최대한 힙합음악의 매력을 살리고자 한 음악으로 언더와 오버, 양쪽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 뚝심 있는 랩퍼들과 만나보았다. 과연, 그들은 뜰 수(Rising) 있을까?!
리드머(이하 ‘리’): 반갑습니다. 팀이 만들어진 계기부터 듣고 갈까요?
영: 저희는 2002년 충남에 있는 대학교 동아리에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앤써라는 팀명은 그 때 지어서 지금까지 쓰고 있고요. 대학교에서 팀 결성 이후,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 멤버 모두 상경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 간의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첫 정규 앨범이 나왔네요.
리: ‘앤써’라는 팀명에 담긴 뜻이 있나요?
영: 지금은 군복무 중인 더리맨(DirtyMan)이라는 친구가 만든 이름이에요. 세련된 팀명을 짓고 싶어서 고민을 꽤 했죠. 쎈이 처음에 ‘매드독’이라는 이름을 제안했는데 별로라서 탈락됐고. 그 다음에 나온 게 ‘닌자거북이’인데….
리: 닌자거북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나왔나요? (웃음)
영: 아, 저희가 세 명 다 피자를 좋아하는데, 언더그라운드였잖아요. 닌자거북이도 다 피자 좋아하면서 지하에 살고요. (전원웃음) 그런데 이건 저희가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스타일하고 안 맞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세련된 어감을 찾다가 ‘퀘스천(Question)’이라는 이름이 나왔는데, 최종적으론 그 반대말인 ‘앤써’로 결정했죠. 힙합 씬의 답이 되고자 하는 포부를 담고 있습니다.
리: 동명의 클럽 때문에 헷갈려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요.
쎈: 그 클럽이 생기기 전에 이름을 지었어요. EP가 2007년에 나왔는데, 그 땐 그 클럽이 없었거든요. 아마 그 클럽 이름을 저희한테서 따오지 않았나…. (웃음)
리: 더리맨은 제대 후 복귀하는 건가요?
영: 아마 쎈이 군대를 가게 되면 더리맨이 합류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이후에는 물론 셋이서 활동하겠죠. 더리맨이 없는 앤써는 앤써가 아니에요.
리: 팀 이름까지 만든 더리맨이 빠진 상태에서 앨범이 나왔는데, 섭섭해하진 않던가요?
쎈: 많이 아쉬워했죠.
영: 그래도 지금은 자주 전화해서 서포트 해주고 있어요.
리: 앨범 이야기를 해보죠. 총 13트랙이 담겨 있는데, 요즘 오버그라운드에서는 신인이 이렇게 곡 수를 채워서 내는 게 흔하지 않아요. 싱글 두세 장 내고 나서 반응 좀 살핀 다음에 야 정규 앨범을 내는 게 일종의 관행같이 되었는데, 처음부터 정규 앨범을 내는 것이 부담되지는 않았나요?
쎈: 아무래도 처음 작업해본 정규 앨범인데다가 많은 곡을 작업했기 때문에 부담이 컸죠. 1년 넘게 작업했구요. 작업하면서 매우 힘들었어요.
리: 앨범 발매일도 상당히 연기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쎈: 저희가 원하는 퀄리티의 비트와 랩이 초반엔 나오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렸죠.
영: 저희가 언더그라운드에서 시작해서 오버그라운드로 올라가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가요계에서 힙합을 하려면 어떤 음악을 해야 되나. 요즘에 나오는 팀들을 보면 대략 스타일이 비슷하잖아요. 과연 그렇게 똑같이 해서 잘할 수 있을까. 저희도 처음엔 그런 시도를 했었는데, 과연 그런 음악이 앤써라는 팀과 잘 맞는가 하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 부분에서 시간이 엄청 걸렸죠. 결국은 저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로 한 거구요. 회사에서도 그걸 원했구요.
리: 서던 힙합이 우리나라에서는 대세가 아니기 때문에 처음엔 뜻이 맞는 레이블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영: 그랬죠. 지금의 회사인 인플래닛과 계약 맺기 전에 많은 기획사를 알아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저희 음악색깔 때문에 마음에 맞는 레이블 찾기가 어려웠죠. 사실 몇몇 대형 기획사와도 얘기가 오가곤 했는데, 멤버들 군 문제도 있고 음악적인 문제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의 회사는 음악적으로나 개인사적으로 터치가 전혀 없이 지원해준 덕에 이번 작업물이 나올 수 있었죠. 참, 회사의 제작지원부에서는 국내에서 잘 시도하지 않는 스타일을 추구하거나 실력 있는 뮤지션들을 지원하고 있는 걸로 알아요.
쎈: 저희가 첫 EP를 낼 때 본격적으로 레이블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EP를 들어보시면 알 수 있듯이 아마추어 작업물 치고는 공을 꽤 많이 들였거든요. 각자 돈을 모아서 홈레코딩 이상의 퀄리티를 내려고 했고, 비주얼 면에서도 신경을 많이 썼고요. 지금 회사에서 저희의 그런 면을 높게 평가해주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당시는 잘 시도하지 않던 서던 힙합을 추구한다는 점을 매우 높게 생각해줬구요.
리: 타이틀이 ‘Rising’이네요. 자신들의 바람을 담은 건가요? (웃음)
쎈: 네. 말 그대로 앤써가 정규 1집으로 떠올랐으면 하는 바람에서 붙이게 된 이름이에요. 더불어 한국힙합도 더욱 높이 떠오르길 바라는 의미이기도 하구요.
리: 전반적인 소개 좀 해주세요.
영: 앨범은 전반적으로 ‘서던 힙합’을 담고 있어요. 많은 분이 서던 힙합이라고하면 클럽튠을 떠올리게 일반적이잖아요. 시끄러우면서 전자음이 가득한 음악. 그런데 서던 힙합의 대표적인 뮤지션인 티아이(T.I), 릴웨인(Lil Wayne), 영지지(Young Jeezy) 등의 음악도 클럽튠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서던 힙합에 담긴 여러 매력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비트나 랩, 모든 부분에서요.
리: 랩에서는 어떤 식으로 차별화하고자 했다는 말씀인가요?
영: 지금이 동부, 서부, 남부로 명확하게 나누는 시대는 아니지만, 남부지역 래퍼들의 랩을 들어보면 타 지역보다 끈적하고 거친 색채가 강하잖아요. 가사적으로도 뭐랄까, 좀 더 직설적이면서도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죠.
리: 더티 사우스(Dirty South) 힙합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매력적이던가요?
영: 쎈이 대전출신이라 그곳에서 DJ를 한적이 있는데, 그때 트렌디한 음악을 많이 듣게 되면서 더티 사우스도 접하게 되었어요. 처음 들었을 때 특유의 원초적인 느낌이 좋더라고요. 작법만 보면 굉장히 디지털적이지만, 곡 자체로 봤을 때는 정말 원시적이며 원초적이거든요.
리: 영향 받은 뮤지션을 꼽는다면?
쎈: 루다크리스(Ludacris), 릴 웨인, 티아이요.
영: 저는 기본적으로 노토리어스 비아이쥐(Notorious B.I.G)와 제이지(Jay-Z) 같은 동부 뮤지션을 좋아하고요, 패볼러스(Fabolous)나 루다크리스, 티아이도 좋아해요. 요즘은 릴 웨인을 많이 듣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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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앨범의 타이틀곡 “낚어”는 무엇보다 후렴구가 제일 먼저 귀에 박혀요.
쎈: 일단 ‘낚어’라는 단어 자체가 재미있죠. 남자의 매력이 여성에게 미끼가 되어 낚는다는 내용이에요.
리: 뮤직비디오도 상당히 공들인 것 같던데…. 잘빠진 여성분들도 잔뜩 나오고요.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영: 이 뮤직비디오 주인공은 저희가 아니고 댄서분들인 것 같아요. 다들 저희보다 댄서에 주목하시더라구요. (웃음) 촬영은 조치원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찍었고요. 저희가 추구하는 트렌디한 힙합음악은 일단 비주얼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살리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어요. 특히, 감독님이 힙합 특유의 멋을 잘 알고 계셨던 덕에 기대 이상으로 잘 나온 것 같아요. 촬영은 거의 밤 10시부터 아침 10시까지, 밤 새서 찍었어요.
쎈: 촬영 당일 오후 4시에 출발해서 날을 새고 아침까지 찍었어요. 댄서분들이 고생 많았죠. 마지막엔 너무 피곤해서 다들 눈이 풀렸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선글라스를 끼고 촬영했죠.
리: 그렇게 수고가 많았던 댄싱팀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쎈: ‘더 맥스’라는 팀이구요, 마이티 마우스, 리오 케이코아, 휘성, 서인영, 아이비 씨 등의 무대에 섰던 팀이에요.
리: 앨범 커버가 좀 예상 외였어요. 어떻게 보면 서던 힙합과 잘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도 어떻게 보면 전혀 안 어울리는 것 같고….
쎈: 커버 이미지와 곡들이 안 어울릴 순 있는데요, 저는 오히려 뻔하게 안 나와서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엔 좀 의아해 했는데 보다 보니 좋더라고요. 전체적인 컨셉이 ‘클럽 씬’인데, 디자이너분이 다른 방법으로 표현한 거죠. 미러볼을 태양으로 대체한다든지.
영: 속지와 뒷부분은 어두운 분위기인데, 클럽과 어울리는 소품을 자연물로 대체를 했죠. 예를 들면, 의자에 앉아있기 보단 나무에 앉아있고.
리: 앨범 작업하면서 있었던 비화가 있다면 좀 들려주세요.
쎈: 저희가 앨범 준비를 하면서 음악적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잖아요. 그 와중에 타이틀곡이 될 뻔한 곡이 있는데, 바로 언터처블이 불렀던 “Tell Me Why”라는 곡이에요. 이번 앨범의 “New Era”를 만든 디젬비트(Djembeat)와 쥐엘(G.L)이 프로듀싱한 곡이었는데요, 가이드버전까지 다 녹음했었어요.
리: 흥미롭네요. 그런데 앨범에는 전혀 수록되지 않았네요?
영: 네. 아무래도 저희의 음악적 색깔과는 맞지 않는 것 같아서 포기 했어요. 그런데 언터처블 분들이 굉장히 멋있게 재해석 했더라구요. 비트도 원래 저희가 하려던 버전보다 더 멋있어졌구요.
리: 이후에 타이틀곡으로 결정된 곡이 “낚어”군요. 그런데 이 곡을 프로듀싱한 엠브리카(Mbrica a,k,a 윤재경) 씨는 알앤비 프로듀서로 유명한 분이라 서던 힙합 앨범에, 그것도 타이틀곡을 작업한 것이 굉장히 의외였어요.
영: 솔직히 저희도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궁금했어요. 말씀했듯이 알앤비 음악을 주로 만들었던 형님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사전에 서로 의견을 충분히 나눴고 드디어 결과물을 받았는데 좀 충격적이었죠. 사운드와 스타일 모두 최고였어요. 한 곡 한 곡에 쓰인 소스들도 최고였구요. 역시 한국 흑인음악계에선 이 분을 따라잡을 자가 없다는 걸 깨달았죠.
리: “숨을뱉Uh”도 엠브리카 씨가 프로듀싱한 곡이죠? 이 곡도 매우 독특하던데, 곡 소개 부탁드릴께요.
영: 저희가 멤버 별로 공개했던 온라인 믹스테입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곡이 “숨을뱉어”였는데요, 이 곡이 반응이 좋았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에 정식 트랙으로 두 번째 파트를 만들어서 수록하게 된 거죠. 믹스테입 만들 당시 랩 스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그 고민의 결과가 담긴 트랙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랩에서도 자신 있는 곡이구요.
리: 앨범 발매 직전에 트랙리스트가 공개됐을 때, 산-이(San-E)가 피처링한 곡이 기대를 모았어요. 어떻게 함께 작업하게 됐나요?
영: 개인적으로 2008년 초반부터 그 친구와 연락하며 음악적인 교감을 나눴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저도 앨범 작업에 들어가면서 서로 바빠서 연락을 잘 못했어요. 그러다 올 초에 다시 연락이 닿아서 부탁했죠. 저희가 앨범 제작하면서 피쳐링 진에 대해 회의를 많이 했는데, 서던 힙합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뮤지션 1위로 산-이가 뽑혔어요. 제가 연락을 했는데, 그 친구가 흔쾌히 승낙을 했고. 작업 기간은 3일도 채 걸리지 않았어요. 한창 믹스테입을 준비하는 중이었는데도 빠른 시일 내에 완성해줘서, 그 친구의 작업량에 자극을 받았죠. 그 친구가 참여한 “New Era”라는 곡이 제목만 보면 신인으로서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는 단순한 내용으로 예상하겠지만, 힙합팬이라면 대부분 좋아하는 동명의 모자 브랜드 이야기가 중의적으로 들어가있거든요. 산-이도 원래 이런 내용의 가사를 써보고 싶었대요. 서로 여러 가지 면에서 마음이 맞아서 곡 작업이 수월했죠.
쎈: 원래는 산의 소속사인 JYP를 통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회사를 통하게 되면 허락 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그냥 바로 작업하자고 그 친구가 더 적극적으로 나오더라고요. 정말 고마웠고 인상적이었어요.
리: “Ride”란 곡에서는 여성보컬 신보경 씨의 참여가 두드러졌어요. 목소리가 굉장히 매력적이던데, 소개 좀 해주세요.
쎈: 정말 노래 잘하는 친구죠. O15B의 “잠시 길을 잃다”라는 곡에 객원보컬로 참여했었는데, 이 곡이 은근히 유명해요. 목소리만 듣고는 30대 정도의 어느 정도 연륜 있는 여성분인줄 알았거든요. 막상 보니까 굉장히 귀여운, 아이 같은 모습이라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웃음) 그 친구는 저희와 같은 소속이고요, 앨범을 준비 중이에요. 많이 기대하셔도 좋을 거예요. 실력이 장난 아니거든요.
리: 같이 한 무대에 서는 모습도 기대되는데요?
쎈: 저희두요. (웃음) 아마 계기가 있을 거예요.
리: 타이틀 곡 이외에도 전반적인 퀄리티가 높던데,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곡이 있다면요.
쎈: 저는 전곡을 추천하고 싶네요. (웃음)
영: 전 “New Era”, “All Round Player”, “Destiny”요.
리: 이유는?
영: “All Round Player”는 랩에 오토튠을 걸어서 독특한 느낌이 있어요. 오토튠이 한 물 가긴 했지만, 랩 오토튠은 리스너들이 신선해하지 않을까 해서 즐겁게 작업했죠. “New Era”같은 경우는 산-이가 워낙 잘해줘서. “Destiny”는 전체적인 가사가 마음에 들어요. 특히, 이 곡은 앨범 작업하느라 힘들었을 때 나온 트랙이라 더 애착이 가요.
리: 두 분 가사 조율은 어떻게 하나요?
쎈: 가사를 같이 짜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한 명이 먼저 훅까지 짜서 주는 편이에요.
영: 보통은 멤버 모두 모여서 가사를 짜는데, 저희는 한 명이 독보적으로 주도하는 스타일이라 특이하죠. 그만큼 멤버 간의 색깔이 맞다 보니까 별 충돌 없이 다음 사람이 뒷 벌스를 이어가고요.
리: 서로 후렴구를 하고 싶은데 못한다던가 하는, 배치에 있어서의 충돌은 없고요?
쎈: 제가 훅에 욕심이 많아요.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곡에 훅을 쓰면 대부분 제 것이 선택되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싸우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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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멤버 간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잘 이루어지고 있나 봐요.
쎈: 그렇죠. 아무래도 7년이라는 기간 동안 함께하다 보니까.
영: 서로 포인트가 약간 달라요. 저는 힙합적인 부분에 굉장히 욕심이 많은데, 쎈군은 알앤비 음악에도 욕심이 있거든요.
쎈: 욕심이라기보단, 제가 노래에 관심이 많아요. (웃음) 알앤비-소울을 좋아해요.
리: 뉴올리언스 씨가 프로듀싱한 “아래로”는 가사가 특히 인상적이에요.
쎈: 어휴, 그 곡 작업할 무렵에 굉장히 힘들었어요. 거의 8~9개월 간은 작업한 곡들마다 회사측의 반응이 안 좋았어요. 너무 좌절을 많이 했죠. 그 힘든 심정으로 만든 곡이 “아래로”였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 곡의 반응이 좋은 거에요. 그래서 타이틀곡 후보까지 올랐었죠.
리: 뉴올리언스 씨의 멋진 비트와 참 잘 어우러졌던 것 같아요. 그런데 몇몇 논란이 될 만한 부분도 보이더군요. 한화 류현진 투수에게 공을 낮게 던지라고 말하는 부분 등.
쎈: 아, 일단 류현진 투수에 대한 디스는 절대 아니고요. (웃음) 제 고향이 대전이라 한화 이글스의 팬이거든요. 류현진 선수를 굉장히 좋아해요. 그런데 류현진 선수가 저보다 어리더라고요. 원래는 ‘현진이 형’이라고 하려 했는데…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 선수를 좋아해서 가사에 넣었는데, 어떻게 들으면 안 좋게 들릴 수도 있겠네요. 저는 류현진 선수를 사랑합니다. (전원 웃음)
리: 아까 잠시 오토튠 이야기가 나왔죠. 앨범 작업 당시엔 신선했을 수 있지만, 지금은 가요계에서도 많이 쓰이고 정말 보편화된 스타일이에요. 오늘날 시점에서 리스너들이 질릴 수도 있겠다는 우려는 없었나요?
영: 음… 저희 앨범에서 서너 트랙 정도에 오토튠이 쓰였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저희는 보컬이 아닌 랩에 오토튠을 걸었다는 게 차별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리: 그리고 몇몇 곡 구성에 있어서 릴 웨인과 비교를 피할 수 없을 듯 해요.
쎈: 솔직히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영: 저희가 서던 힙합의 여러 매력 중에서도 끈적하고 즉흥적인 매력에 빠졌기 때문에, 현재 미국힙합 씬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릴 웨인의 영향을 안받을 순 없었죠.
리: 사실 타이틀곡 “낚어”는 곡의 퀄리티 면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릴 웨인의 “Lollipop”과 비교가 되면서 부정적인 반응도 많았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영: 음. 어느 정도 논란이 일 수 있다는 건 이해해요. “Lollipop”에 영향을 받아서 만든 곡이사실이니까요. 기본이 되는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같고 도입부 진행이 좀 비슷하긴 하죠. 그래서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다른 걸로 바꾸려고도 했어요. 곡을 만든 엠브리카 형님도 이 부분에 고민을 엄청 많이 했던 걸로 알고 있구요. 그런데 회의 끝에 그냥 원래대로 가기로 했죠. 우리가 떳떳하고 그 곡에 대한 느낌을 해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사실 도입부를 빼면, 곡의 구성이나 진행이 완전히 달라요. 게다가 문제가 된 신시사이저 사운드도 릴 웨인의 “Lollipop”을 통해 많이 알려져서 그렇지, 외국의 다른 프로듀서들도 많이 사용하는 사운드구요. 저희도 외국에서 유행하는 한 곡 가져와서 대놓고 베끼는 건 싫어해요. 생각해보세요. 저희가 아무리 메이저에서도 활동하지만, 가장 기본적으로는 힙합팬들 앞에서 데뷔하는데, 힙합음악 듣는 사람들이라면, 삼척동자도 다 아는 “Lollipop”을 그대로 가져와서 얄팍하게 베끼자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겠어요? 몇몇 사람들의 의견이나 한 부분만을 보고 섣불리 비난하지는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전체적인 구성과 음악의 퀄리티를 봐주세요.
리: ‘한국적으로 소화하지 못하고 너무 미국의 트렌드만 따라했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쎈: 강도 높은 질문이 계속…. (전원웃음) 음, 저는 그런 의견을 내신 분들에게 오히려 되묻고 싶어요. 과연 한국적이라는 것의 기준이 무엇일까라는 걸요. 음악이 아무리 미국 본토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저희가 한국사람이고 한국땅에서 한국말로 저희의 느낌과 생각을 뱉고 있기 때문에 한국적인 감성은 그 자체로 자연스레 묻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일부러 ‘한국적’인 걸 넣어야겠다고 맘먹고 행한다고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부분은 명확한 해답이 없는 것 같아요. 저희도 끊임없이 고민하는 문제에요.
리: 참 모호한 부분이고 항상 고민해야 할 문제인 건 맞는 것 같아요. 엠넷 ‘휘성의 프리스타일’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첫 방송 데뷔를 했어요. 느낀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
영: 어휴, 클럽 공연과 방송국에서 하는 공연은 정말 다르더라고요. 적응도 쉽지 않았고요. 그래서 느끼는 게 많았죠. 메이저에 진입하려면 단순히 음악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신경 써야 하는 게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쎈: 저도 더 큰 것을 보고 온 것 같아요.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프로의 마인드도 갖춰야 하고요.
영: 언더그라운드에서 단순히 랩만 할 때는 몰랐던 시선처리나 눈빛 연기, 제스처, 동선 같은 세세한 부분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많더라고요. 저희도 알아가는 입장이죠.
리: MTV에서 ‘6월의 우수신인”으로 선정됐고, 문광부가 주관하는 ‘이달의 우수신인 음반’에도 선정되는 경사가 있었어요. 그리고 웬만한 신인은 출연하기 어렵다는 공중파 가요 프로(‘SBS 인기가요’)에도 출연할 수 있었죠?
영: 네. 정말 저희로서는 큰 영광이었어요. 사실 힙합팬들이나 평단에서 음악적으로 호평은 있었는데, 생각만큼 피드백이 많지 않아 실망도 되고 걱정도 많이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런 좋은 기회가 와서 정말 기뻤어요. 이게 모두 힙합팬 여러분 덕이에요!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부족한 저희에게 소중한 한 표를 던져주신 것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리: SBS 인기가요에는 한 번 더 출연이 남았죠?
쎈: 네. 28일 일요일에 ‘이달의 파워루키’로 한 번 더 출연해요. 그때는 지난번보다 더 완성된 무대 보여드릴 것을 약속할게요.
영: 참, 그 전날인 27일에는 KBS 스타골든벨에도 나와요. 신인이라 카메라에 많이 잡히지는 않겠지만, 꼭 봐주세요. (웃음)
리: 비대중적인 힙합음악으로 공중파 방송에서 활약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에요. 근데 그만큼 힘든 점도 많을 것 같은데…. 대중의 반응은 어떤가요?
쎈: 말씀한 것처럼 아무래도 대중에게는 많이 생소한가 봐요. 리듬도 기존에 많이 듣던 정박의 힙합리듬도 아니고요. 그래도 후렴구가 재미있고 확 터져주는 게 있어서 요즘엔 따라 하는 분들도 생겼어요. 다만, 랩이 시작되면 다시 어떻게 몸을 움직여야 할지 몰라서 난감해 하세요. (전원웃음) 앞으로 활동을 많이 하면서 얼굴을 알리다 보면, 차차 나아질 거라 믿어요.
리: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끝으로 각자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영: 저희가 EP를 만든 첫 번째 목표는 회사를 찾기 위한 데모이자 어떻게든 언더그라운드에 발자국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거든요. 힙합 씬에서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 그만큼 랩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구요. 저희가 방송을 한다고 해서 메이저 씬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라는 점 알아주시고 힙합팬들이 많이 힘을 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쎈: 메이저에서 성공하고 싶은 만큼 언더에서 인정 받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거죠.
영: 그리고 ‘서던 힙합’을 표방하면서 앨범을 냈는데, 이 앨범을 통해 몇몇 분들이 갖고 있는 서던 힙합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어요. 또한, 앤써 만의 색깔을 리스너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하고요. 저희 정말 제대로 된 사운드와 제대로 된 스타일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쎈: 차별성을 두어서 만든 앨범이니까 귀에 익지 않은 음악이라고 해서 배타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많이 관심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어요.
인터뷰.글: 민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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