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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스택스 - Stunts, Blunts and Hip Hop 리드머 작성 | 2020-04-28 18:08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6 | 스크랩스크랩 | 16,989 View
인터뷰, 글: 황두하, 이진석
한국에서 빌 스택스(Bill Stax)처럼 특별한 커리어를 지닌 랩퍼도 드물다. 무려 약 15년 동안 사용하던 바스코(Vasco)라는 예명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으로 등장한 것도 놀라웠지만, 이전보다 업그레이드된 음악과 랩이 더 놀라웠다. 2017년에 나온 [‘Buffet’ Mixtape]은 좋은 예였다. 데뷔한 지 20여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그의 음악은 귀감이 될 만한 행보였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새로운 앨범 [DETOX]를 들고 돌아왔다. 본작을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대마초’다. 2018년 대마초 복용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후, 그는 이슈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나아가 유튜브를 비롯한 여러 매체를 통해 대마초 합법화 주장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한국 힙합 씬에서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영역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리드머(이하 ‘리’): 저희도 이번에 알았는데, 리드머와의 첫 인터뷰예요. 인사부터 부탁해요.
빌스택스(이하 ‘빌’): 저는 20년 째 한국에서 힙합 음악을 하고 있는 빌 스택스(Bill Stax)라고 합니다. 기존에 바스코(Vasco)라는 이름을 썼었죠. 현재는 대마초 합법화 운동도 같이 하고 있는 아티스트입니다.
리: 그 얘기부터 나오는군요. (웃음) 안 그래도 4월 20일에 대마초 합법화 청원을 한다고 들었어요. (*필자 주: 4월 20일은 세계적으로 ‘대마초의 날’로 알려져 있어 합법화가 진행된 국가에서는 관련한 행사가 열리곤 한다.) 정확히 어떤 내용인가요?
빌: 우선 정확히 네 가지 안을 잡았어요. 첫 번째는 CBD 오일의 수입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 그래서 누구든 한국에 수입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거예요. 그 형태가 공동구매든 개인적인 것이든 관계없이요. 그리고 두 번째는 THC가 의학적으로 효과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용을 허가해달라는 것. 세 번째로 안동에서 기존에 삼베 산업을 하고 있는 농장들이 있는데, 그런 곳에서 CBD 오일을 추출해서 생산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죠.
리: 국내 생산을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것이군요
빌: 네, 그래서 안동을 일종의 ‘대마 특구’로 지정해서 CBD 오일의 국내 생산을 가능하게 해달라는 거죠. 마지막 네 번째는 대마초 사용의 비범죄화에 대한 내용이에요. 이렇게 크게 네 가지 안으로 정리할 수 있죠.
리: 전세계적으로도 대마초 합법화 과정을 보면, 우선 의료용으로 개방하고 최종적으로 개방하는 단계가 오락용이잖아요. 이번 청원에서도 의료용부터 시작하는 거군요.
빌: 저는 사실 기호용을 주장해요. 그렇지만 제가 느끼기에도 이걸 가지고 노는 것보다 필요한 환자들에게 가는 게 급선무인 거 같더라고요. 제가 당장 놀고 싶다, 작업을 재미있게 하고 싶다는 게 아니라 굉장히 많이 고통받는 환자들이 있기 때문에, (의료용이) 제일 먼저 빨리 풀려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이건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초록연기’라는 이름으로 운동하는 친구들도 있고 여러 단체들과도 이야기해봤을 때 나온 결론이죠. 그래서 그쪽 방향으로 먼저 운동을 시작하는 거예요.
리: 합법화 운동을 함께하는 단체들이 있는 거예요?
빌: 처음에는 저 혼자만의 계획이었어요. 그렇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저 혼자서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초록연기’ 친구와 연이 닿아서 같이 이야기를 해봤어요. 근데 그 친구가 여러 단체들과도 잘 알아서 저도 같이 하게 된 거죠.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 ‘한국 카나비노이드협회’ 등의 단체들이 있어요. 그리고 또 다른 활동을 하는 친구들 여러 명을 모아서 함께 준비하게 됐어요.
리: 합법화 목표 연도를 2023년으로 잡았어요. 조금 빠른 감도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빌: 제가 만든 노래 중에 “[Thur’s Day]”가 있잖아요. 그런데 4월 20일이 목요일이 되는 게 2023년이더라고요. 그래서 목표를 크게 잡아서 2023년으로 잡은 거죠.
리: 지금 현재 빌 스택스의 소속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밀리언 마켓(Million Market)과도 일을 하고 있고, 에이티엠 서울(ATM Seoul)의 대표이기도 하잖아요.
빌: 에이티엠은 사실 말만 대표고, 밀리언 마켓과의 관계가 더 중요한 거 같아요. 에이티엠은 쿠기(Coogie)와 계약하면서 시작하게 된 회사예요. 근데 에이티엠을 설립하자마자 제 사건이 터졌어요. 그래서 당장 크게 움직일 수 있는 활동 반경(?)이 줄어들어서 난감해졌죠. 쿠기는 더 잘 될 가능성이 큰 친구인데, 제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졌으니까요. 그래서 마케팅 관련해서 밀리언 마켓 쪽에 도움을 요청했어요. 쿠기가 방송 출연도 하고,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매니지먼트 계약을 한 거죠.
리: 말하자면, 활동 인프라를 지원받게 된 거네요?
빌: 네 직원 분들이 다 도와주시고, 자본적으로도 도움을 받는 거죠. 약간 자회사 개념인 거죠.
리: 쿠기와는 어떻게 인연이 닿게 된 거예요?
빌: 어떤 친구가 자기네 크루 앨범이라고 이메일을 보내왔어요. 쿠기가 거기 소속이었죠. 들어보니까 잘하는 친구들이 많은 거예요. 노래도 잘하고, 랩 잘하는 친구도 있고, 영어 발음이 좋은 친구도 있고. 그래서 그 크루 친구들을 제가 한 번 초대를 했죠. 다 같이 만나서 물어봤어요. ‘이 파트에서 노래 부른 친구가 누구야?’ 했더니 쿠기래요. 그래서 ‘이 파트에서 랩한 친구는 누구야?’ 했더니 그것도 쿠기래요. ‘영어 발음 되게 좋은 친구는…?’ 했더니 그것도 쿠기라는 거예요. (웃음) 크루 앨범에서 각자 잘하는 게 있나 보다 했더니 사실 다 한 명이었던 거죠. 그때 쿠기의 가능성을 알아봤어요.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따로 불러서 계약을 하자고 이야기했죠. ‘내가 진짜 자신 있다, 너 돈 벌게 해줄게. 나를 믿어.’ 해서 계약한 거예요.
리: 엄청나네요 (웃음) 에이티엠을 론칭하고 난 후의 일인가요?
빌: 아니에요. 쿠기를 만나서 에이티엠을 설립하게 된 거예요. 오로지 쿠기만을 위해서 론칭한 회사죠.
리: 그렇게 애정하는 쿠기인데, 이번 [DETOX]에는 피처링 진에 이름이 보이지 않더라고요?
빌: 이번 앨범이 대마 앨범이어서… (웃음) 쿠기와 대마를 엮고 싶진 않았어요. 대마초를 하지도 않는 친구인데 어떤 가사를 써서 어떻게 섞일 수 있었겠어요? 그래서 일부러 뺏죠.
리: 쿠기를 아끼는 마음이 정말 크네요.
빌: 지켜주고 싶은 거죠.
리: 쿠기만을 위해서 론칭했다면, 레이블에 새로운 아티스트를 영입할 계획은 없는 건가요?
빌: 전에는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컨택한 아티스트들이 다른 회사랑 다 먼저 계약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쉽게도 불발됐었죠. 만나보면 다 다른 곳이랑 계약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거예요. 제가 한 발 늦는구나 싶었죠. 요즘은 굳이 아티스트를 찾고 있지는 않아요. 아티스트가 많다고 좋은 회사는 아닌 것 같아서. 정말 느낌이 확 오는 아티스트가 있으면 고려할 수는 있겠죠.
리: 눈 여겨 보고 있는 아티스트는 있나요? 아니면 같이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라든지.
빌: 없어요. 건방 떨려는 건 아니고, 요새 한국힙합을 잘 안 듣는 것 같아요. 나오면 체크해보기는 하는데, 막 끌리는 건 없더라고요. 제 취향이랑은 안 맞는 것 같아서.
리: 이번에 새로운 크루인 TNF(Thur’sday is New Friday)를 선보이기도 했어요. 이 크루에 관해서도 말씀 좀 부탁해요.
빌: 사실 TNF는 랍온어비트(lobonabeat!)라는 친구가 만든 크루예요. 제가 만든 게 아니죠. 저도 일개 소속 멤버일 뿐이에요. 그 친구가 중심이 되어서 사람들을 모았죠. 모았다라는 말도 이상하고, 그냥 자연스럽게 작업하고 놀고 어울리는 친구들이죠.
리: 리더는 아니지만, 그래도 멤버 소개 한 번 부탁드려요.
빌: 말씀 드렸듯이 랍온어비트가 크루를 만든 친구고요. 그 친구의 불알친구가 있어요. 미국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같이 다닌 보이 원더(Boy Wonder)라는 친구가 있고요. 그리고 퓨리프롬구찌(Furyfromguxxi)라는 친구가 있는데, 곡도 쓰고 랩도 하는 친구죠. 랍온어비트가 예전에 낸 믹스테입 [PUFFIN TAPE]이 있는데, 그 앨범을 전곡 프로듀싱했죠. 또 비엠티제이(BMTJ)라는 이름의 프로듀서도 소속되어 있고요.
리: 비엠티제이는 싱글로 발매됐었던 “Idungivaㅗ”과 “Price Tag”도 프로듀싱했었잖아요.
빌: 그쵸, 그 곡뿐만 아니라 이번 앨범에 여러 트랙을 프로듀싱했어요.
리: “Idungivaㅗ”은 사건 이후에 처음으로 대마초와 관련한 이야기를 담은 트랙이었어요. 어떻게 그 곡을 만들게 됐나요?
빌: 사건이 있고나서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나는 누구고, 내가 대체 왜,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등에 대해서 내면적인 성찰을 했죠. 그때 내린 결론이 이거였어요. ‘나는 대마초가 너무 좋다.’ 대마초를 피웠던 순간이 너무 즐겁고 좋은 순간들이었어요. 제가 느끼기에도 대마초를 피웠을 때 더 긍정적인 사람이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이 이야기를 박재범 씨가 하는 [브로큰 지피에스(Broken GPS)] 라디오에 나가서 한 바 있어요. 근데 사람들이 비웃더라고요. ‘그거에 의지해서 좋은 사람이 되는 건 결국 마약이라는 이야기 아니냐.’라고요. 하지만 절대 그런 개념이 아니에요. 제 안에 있던 더 좋은 나를 끌어내줄 수 있는 도구라는 거죠. 술을 마시면 용기가 생기잖아요. 그래서 이성에게 대시도 할 수 있고, 시비 거는 사람과 싸울 수 있는 용기도 생기고. 대마초는 그것과는 반대로 긍정적인 부분을 끌어낼 수 있는 도구라는 거죠. 대마초를 피웠을 때 저의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대마초가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도구라고 믿었고, 믿고 있죠. 그런데 이렇게 좋은 걸 더 이상 하지 못한다니까 너무 슬프고, 화가 나고, 왜 못하는 건지 의구심을 품게 되는 거예요. 대마초가 마약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깊게 공부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 기회에 한 번 공부를 해보자’란 생각으로 깊게 파고들게 된 거죠. 책도 읽고, 논문도 찾아보고, 영상도 보고…. 보다 보니까 ‘아 정말 대마초가 마약은 아니구나’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고요. 확신이 든 거예요. 그때 다시 한 번 원점으로 돌아가서, 저에 대해 고민을 했어요. ‘나는 누구고, 왜 사는 걸까, 내가 죽기 전까지 뭘 이뤄내야 할까, 그냥 음악하다가 죽는 건가?’ 결국, ‘그렇다면, 합법화 운동을 하다가 죽어야겠다.’라고까지 생각이 든 거죠. 그게 내가 태어난 목적일 수도 있으니까요.
리: 소명 같은 느낌이군요.
빌: 그렇죠. 신이 있다면 이 운동을 위해 나를 보낸 것 같았던 거죠. 나중에 내가 죽었을 때 그냥 뮤지션으로 죽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책에 대마초 합법화를 위해서 운동했던 여러 사람들 중에 하나로 남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걸(대마초 합법화를) 인생의 목적으로 삼았죠. 제 직업이 음악이니까, 음악에 메시지를 담아야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Idungivaㅗ”이라는 노래를 만들었어요. 그게 이어져서 이번 앨범까지 나오게 됐고요.
리: “Idungivaㅗ”을 들어보면, 대마초뿐만 아니라 타투, 동성혼 등 대한민국에서 터부시되는 주제들로 이야기를 확장시켰어요.
빌: 대마초도 대마초지만, 문신, 동성애 관련해서도 아직까지 인식이 안 좋잖아요. 그게 대마초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타투이스트들도 이게 나쁜 게 아니란 것을 알고 있고, 타투를 받는 사람들도 나쁜 게 아니란 걸 알고 있는데 국가에 막혀있고, 동성애도 잘못된 게 아니란 걸 알고 있는데, 국가로부터 제한을 받고 있잖아요. 모르는 사람들은 비난하기 바쁘죠. 그래서 저는 다 같은 위치에 놓여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목소리를 낸 거예요. 같이 소외된 사람들을 응원하는 거죠.
리: “Price Tag”는 앨범에 수록된 반면, “Idugivaㅗ”은 앨범에 수록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까요?
빌: 그 노래는 너무 빡세서요. 너무 핏대를 높이고 있는 곡이잖아요. 제가 지향하는 포인트는 아니거든요. 대마 합법화를 주장하는 과정에서도 너무 핏대를 높이고 싶진 않아요. 이번 앨범은 조금 더 웃기고 재치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뺀 거예요. 그 곡이 들어가면 너무 무게가 실릴 것 같아서요.
리: 바스코에서 빌 스택스로 이름과 스타일을 바꾼 후에, 가사적으로도 발전했다고 생각해요. 계기가 있을까요?
빌: 대마초? 대마초가 그 계기였던 것 같아요.
리: 기승전 대마초네요. (웃음)
빌: 그렇죠. (웃음) 대마초를 피고서 제 안에 있던 저와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그때 정말 많은 걸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실 ‘바스코’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철 없을 때 만들었던 캐릭터고, 뒤돌아 생각해 보니까 마음에 들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름을 바꿔야 내가 만족할 수 있는 모습으로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름을 바꾸는 데에) 용기가 많이 필요했죠. 그때도 대마초를 피웠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음악 스타일도 연결되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제 스스로가 바뀌고 싶으니까 바뀐 거죠. 음악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많은 게 바뀌었던 때예요. 당시에 주위 사람들한테 사과도 많이 했어요. 팔로알토(Paloalto)한테도 전화해가지고 ‘옛날에 [쇼미더머니] 때문에 레디(Reddy)랑 불편하게 했던 것들도 있었는데, 그런 의도는 아니었지만, 네가 상처받았다면 미안하다.’라고 했어요. 좋게 풀었죠. 팔로알토도 ‘형이 먼저 저한테 전화해서 이야기해주니 너무 기분 좋다.’라고 했어요. 그 모든 게 대마초가 저에게 준 영향이죠. 모든 걸 다 좋게 변화시킨 거예요.
리: 이름을 바꾼 후에 처음 발표한 앨범이 [‘Buffet’ Mixtape]인데, 그 앨범에서는 대마초 관련한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잖아요.
빌: 사실 당시에는 언제든지 피울 수 있는 대마초였으니까 깊게 생각을 안 했어요. 소중함을 몰랐죠. 언제든 옆에 있는 거였으니까. 없어져 보니까 그 소중함을 알겠더라고요. 그게 얼마나 저를 긍정적으로 만들어줬는지.
리: 활동한 지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항상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는 느낌이에요. 비결이 있을까요?
빌: 옛날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딱히 비결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냥 저는 시간에 대해 개념을 두지 않고 살아요. 물론, 약속 시간 같은 걸 지키는 개념은 있지만, 제 인생을 길게 봤을 때 나이 때마다 해야 할 일이 꼭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일반적으로 10대에는 이래야 하고, 20대에는 이래야 하고, 30대, 40대에 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하잖아요. 저는 그런 거에 구속받지 않아요. 솔직히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잖아요. 인간이 그냥 정해놓은 틀일 뿐인 거죠. 시계가 없었으면 시간이 흐르는지도 몰랐을 거예요. 초침이 움직이니까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래서 저는 생일도 별 의미가 없고, 사람을 만날 때 나이도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지금 40대인 것도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트렌드도 저에게는 똑같아요. 지금 뭐가 트렌드인지 아닌지도 중요하지 않아요. 트렌드를 의식한 적도 없고. 그냥 좋으니까 즐거우니까 하는 것들이죠.
리: 얼마 전에 딩고 프리스타일(Dingo Freestyle) ‘킬링벌스’에서 “첫 느낌”을 오랜만에 불렀잖아요. 기분이 어땠어요?
빌: 재밌더라고요. 오랜만에 붐뱁에 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내가 이런 플로우로 랩을 했었구나’ 싶어서 새로웠죠. 그래서 옛날 걸로 좀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다음 앨범에서는 붐뱁도 다시 해볼까 싶더라고요.
리: 그럼 옛날 곡을 한 번 더 라이브로 해볼 생각은 있나요?
빌: 아니요. 없어요. (웃음) 부끄럽더라고요. 한 번이면 된 것 같아요.
리: [DETOX]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볼게요. 대마초가 주제죠?
빌: 네. ‘대마초’를 테마로 걸고, 전곡이 대마초와 관련된 곡을 수록한, 대한민국 최초의 캐니버스(Cannibus) 앨범입니다. 그래서 크게 사이드 에이(Side A)와 사이드 비(Side B)로 나뉘어져 있고, 사이드 에이는 사티바(Sativa), 사이드 비는 인디카(Indica), 이렇게 대마초의 큰 두 종을 컨셉트로 나눴습니다. 사티바는 조금 더 머리로 오는 하이(High), 머리를 깨어있게 하는 종이고, 인디카는 몸으로 오는 하이(High), 몸을 칠(Chill)하게 만드는 종입니다. 그래서 사이드 에이에는 조금 더 강한 노래들을 수록했고, 사이드 비에는 칠한 노래들을 수록했죠. 이렇게 앨범을 두 사이드로 나누는 컨셉트를 이용해서 양면 테이프로 피지컬 앨범을 만들게 됐어요.
리: 구성 컨셉트에 맞춰서 카세트테이프로 냈지만, CD로도 발매할 계획은 없어요?
빌: 아예 없어요. 오로지 테이프로.
리: 앨범을 구매할 때 특이하게 대마초 관련한 퀴즈를 풀게 장치를 해놨어요. 이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온 거예요?
빌: 저도 어쩌다 그런 아이디어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어요. 근데 그냥 떠오르더라고요. 그냥 팔면 의미가 없겠다 싶었던 거죠. 이 과정에서도 사람들이 배우는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또 판매를 도와주는 오렌지 쇼크 쪽에서는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안 산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그냥 밀어붙였죠. 안 사도 상관없다고.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리: 이전에 앨범 유통과 관련해서 문제가 좀 있었다고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설명해줄 수 있나요?
빌: 제가 원래 씨제이(CJ) 쪽에서 제 작품이랑 쿠기 작품을 유통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씨제이 쪽에 앨범을 준비한다는 소식과 함께 노래랑 가사를 보냈어요. 그랬더니 씨제이 측에서 유통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왜냐고 물어봤더니 자기네는 아무래도 대기업이고 위에 있는 분들이 싫어한대요. 그래서 ‘오케이, 이해한다.’라고 했죠. 유통은 못하게 됐고요. 멜론에도 이야기했는데 못해주겠다고 했고, 꽤 많은 곳에서 유통을 못해주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와이쥐 플러스(YG Plus)에서는 유통을 해준다고 해서 발매하게 된 거죠.
리: 유통 문제 때문에 앨범 발매가 늦춰진 거죠?
빌: 굉장히 많이 밀렸죠. 원래는 12월에 내려고 했어요.
리: 아예 계절이 바뀌었네요.
빌: 네. 저도 4개월 동안 계속 기다렸어요.
리: 우여곡절 끝에 발매하게 된 앨범인데, 음원 사이트 메인에는 걸리지 못했어요. 오로지 검색해서만 들을 수 있게 되어있더라고요. 이것도 알고 있었나요?
빌: 네. 음원 유통사에서 ‘이걸 유통을 해줄 수는 있지만, 메인에 걸리게 하는 것은 힘들다.’라고 했어요. (리: 커버 때문인가요?) 네. 커버가 대마초라서 안된다는 거죠. 밀리언 마켓에서도 커버를 바꾸면, 메인 페이지에 걸릴 수 있도록 얘기해보겠다고 했지만, 제가 고집을 부렸죠. 저한테는 이 앨범 커버에 대마초 그림이 걸린 채로 세상에 나와야 의미가 있는 거거든요. 그냥 아무 의미 없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커버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다 알고 이렇게 진행한 거예요.
리: 사실 해외에서는 대마초를 앨범 커버로 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잖아요.
빌: 그렇죠.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긴 해요. 구글에 검색만 하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그림들인데. 제가 사람을 다 벗겨놓고 사진을 찍은 것도 아니잖아요. 심지어 시가렛 애프터 섹스(Cigarette After Sex) 같은 경우도 여자 나체를 커버에 실었잖아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그거에 대해서 욕한다고 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아직은 인식이 그런 거죠.
리: 최근에는 넷플릭스(Netflix)에서 펩 파이브 프레디(Fab Five Freddy)가 제작한 [그래스 이즈 그리너, Grass Is Greener]처럼 대마초 관련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잖아요. 예전과는 달리 접근성이 굉장히 높아졌다고 느껴요.
빌: 콘텐츠야 너무 많죠. 그럼에도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아직 대놓고 말할 용기가 부족하고, 그걸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되어있는 거죠. 사회적인 시선이 너무 따갑고 무섭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용기 있는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고 하잖아요. 동성애와 관련해서도 홍석천 씨를 비롯해서 수많은 외국의 디자이너, 배우, 가수들이 커밍아웃을 해서 인식이 나아지기 시작한 거잖아요. 어느 정도 사회적인 지위가 있는 사람들이 용기를 냈을 때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홍석천 씨가 처음 커밍아웃했을 때는 방송도 못하고 거의 사회적인 왕따처럼 지냈는데, 지금은 사업가로도 성공하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잖아요. 인식이 바뀐 거죠. 홍석천 씨의 용기 덕분인 거예요. 그래서 저도 사회적으로 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해요. 인식을 바꿀 만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리: 어떤 콘텐츠를 보고 대마초 공부를 했나요?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추천을 해준다면요?
빌: 우선 대마초 관련한 서적은 서점에 가서 ‘마리화나’, ‘대마초’라고 치면 많이 나와요. 거기서 나오는 책들을 다 읽어보는 걸 추천해요.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라는 책도 좋고, [의료용 대마초, 왜 합법화해야 하는가?]라는 책도 좋아요. [대마를 위한 변명]도 있죠. 저도 이런 책들을 읽고 공부했어요. 사실 저도 책만 봤을 때는 안 믿겼어요. 그래서 구글링을 해서 논문 같은 것들도 찾아보고, 영상도 많이 봤죠. 제가 읽어본 책들도 다 비슷한 논문들을 바탕으로 한 거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믿게 됐죠.
리: 이번처럼 한 가지 테마를 잡고 끝까지 가는 앨범은 처음인 것 같은데, 지난 앨범들과 작업할 때의 차이점이 있었나요?
빌: 우선 굉장히 어려웠어요. 틀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 틀을 벗어나면 안된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제가 능력이 부족한 걸 수도 있죠. 그래서 지난 앨범들이랑은 달랐어요. 그렇다고 해서 모든 트랙이 똑같이 느껴지면 안되잖아요? 그런 부분에서는 아직 만족을 못 해요. 사이드 에이에 있는 곡들은 너무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있어요. 그래서 고민한 게 비슷한 이야기지만, 제목과 소재로 변경을 주자는 거였어요. 그렇게 해서 나온 곡이 “한국거가 아닌거”와 “허경영”이고요. 사이드를 나눈 것 자체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죠.
리: 아까 소개한 비엠티제이와 퓨리프롬구찌 말고도 언데드 식시즈(Undead 6ixxx), 유세이(Yusei), 온 플릭 (On Fleek) 등 다양한 신예 프로듀서들이 참여했어요. 어떻게 인연이 닿게 된 건가요?
빌: 온 플릭은 예전에 듀스 온 플릭(Deuce On Fleek)이라는 프로듀싱 듀오로 활동하던 친구예요. 당시에 작업물을 이메일로 보냈는데, 들어보니 너무 좋아서 만나게 됐죠. 그 후에도 정기적으로 저에게 비트를 보내줬어요. 그중에 어떤 비트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었는데, 어느 날 테드 팍(Ted Park)이 작업실에 놀러와서 비트를 들어보더니 너무 좋다고 지금 녹음해서 자기 앨범에 싣고 싶다고 해서 “Chingu”라는 곡이 됐었죠. 그때 기억이 떠올라서 다시 연락했어요. 비트를 보내달라고 했더니 이제 ‘온 플릭’이라는 이름으로 혼자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비트를 받아서 작업한 거예요. 언데드 식시즈도 최근에 이메일로 작업물을 보냈는데, 느낌이 좋아서 같이 했고요.
리: 이메일로 오는 작업물들을 자주 확인하는 편인가봐요.
빌: 대부분 확인하려고 노력해요. 요즘은 잘 못하는데, 그게 업무의 시작이죠. 이메일로 온 것들부터 듣고 일을 시작해요.
리: 테드 팍 씨와는 원래부터 친분이 있었나요?
빌: 제가 어릴 적에 뉴욕에서 살았는데, 랩퍼로 데뷔하고 뉴욕에 공연을 하러 간 적이 있어요. 그 때 오랜만에 만난 후배가 자기 친구 중에 음악하는 친구가 있다면서 소개시켜 준 게 테드 팍이었어요. 당시에 테드가 본인도 한국에 가서 음악을 할 거라고 했어요. 이후 한국에 왔을 때 연락이 오더니 음악을 들려줬는데 너무 잘하는 거예요. 그래서 같이 작업을 하게 됐죠. 그땐 아무도 테드 팍을 모를 때죠. 전 에이티엠을 막 시작할 때였는데, 데려오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 친구가 한국말을 못하고, 제가 미국 시장에서 활동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포기했죠. 그래도 잘 풀려서 박재범과 계약하게 됐으니 잘 된 거죠.
리: 4번 트랙 “허경영”은 오랜만에 직접 프로듀싱했어요. 비트가 굉장히 특이하고 강렬해서 인상 깊었습니다.
빌: 프로듀서들한테 비트를 받고 나니까, 다 좋은데 제가 딱 원하는 느낌 하나가 없더라고요. 그 느낌을 프로듀서들한테 이야기해도 잘 안 나오고. 그래서 그냥 제가 만들게 됐어요. 프루티 룹스(Fruity Loops)를 사서 제가 막 찍어보는데 어렵더라고요. 지금도 다우(DAW)를 완벽하게 다루지는 못해요. 그래서 수동으로 막 찍었어요. 그 네모 모양으로 패턴화된 작업은 쓰기 싫더라고요. 뻔한 비트만 나오는 거 같아서. 그래서 웨이브 파형을 보면서 수동으로 작업을 한 거죠. 그렇게 해서 나온 게 “허경영”이예요. 정말 오랜만에 해봤죠.
리: 제이 키드먼(Jay Kidman) 씨와는 더이상 작업을 하지 않는 건가요?
빌: 네.
리: “Wickr Me”에서는 한국힙합 주류와 본인을 구분 짓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빌: 그런 건 아니에요. 그 곡은 그냥 ‘내가 너무 하이해서 아싸다.’라는 느낌인 거죠. 그 그룹에는 있지 못하겠다는 거예요. 대마초와 관련된 노래인 거죠.
리: 하지만 사건 이후에 기존 씬의 주류에서 활동하는 이들과 작업하는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어요. 의도한 건가요?
빌: 우선 이 앨범은 대마초 앨범이기 때문에 그것과 관련되지 않은 친구들과 작업하는 게 조금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그 느낌을 아는 친구들과 작업하려고 노력했어요.
리: 가사에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라는 구절도 있었는데, 이것도 의도는 아니었나요?
빌: 그렇죠. 이게 작업이 10월에 완료됐던 거니까. 그 프로그램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리: 맨 마지막에 나오는 내레이션은 아들이죠?
빌: 네, 맞아요. 작업하고 있는데 갑자기 방에 들어온 거예요. 사실 가사가 좀 그래서 ‘아빠 일할 때는 들어오면 안돼.’라고 했죠. 그래도 일하는 걸 보고 싶다고 해서, 녹음하는 걸 이것저것 보여줬어요. 그러면서 마이크에 말해보라고 하고, 녹음한 걸 들려주니까 신기하고 재미있어 하는 거예요. 그때 딱 ‘어, 이거 뭔가 재미있는 거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빠가 짱이야.’라고 외쳐달라고 했죠. 그렇게 곡에 넣게 됐어요.
리: 스쿨보이 큐(Schoolboy Q)의 “Gangsta” 인트로가 생각나기도 했어요. 거기서도 스쿨보이 큐 딸의 내레이션이 들어갔잖아요.
빌: 맞아요. 그런 게 있었죠.
리: “WASABI”와 “Lonely Stoner”에서는 각각 디제이 디오씨(DJ DOC)의 “슈퍼맨의 비애”와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에서 구절을 빌려왔어요. 한국 힙합에서 옛날 가요를 레퍼런스로 삼는 경우는 드물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빌: 머리로 계산해서 쓴 건 아니에요. 어릴 때부터 제 머리에 그냥 박혀있는 라인들이죠. 비트를 틀고 흥얼거렸는데, 자연스럽게 나온 라인들이었어요. 뱉고 보니 너무 좋아서 그대로 가게 된 거죠. ‘이걸 꼭 차용해야겠다.’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리: “Lonely Stoner”는 이모 랩(Emo Rap)의 영향이 짙게 느껴져요. 어떻게 작업하게 됐나요?
빌: 사실 그 트랙은 유튜브에서 찾은 타입 비트(Type Beat)였어요. 이것저것 찾으면서 타고 타고 들어가다가 발견했는데, 너무 좋아서 바로 작업을 했죠. ‘비가 내리고~’ 라인이 바로 나오기 시작해서, 쭉 작업했어요. 유세이(Yusei)라는 프로듀서는 사실 전혀 모르는 사람이에요. 만난 적도 없고.
리: 그런 비화(?)가 있었군요. 피처링으로는 라콘(Rakon)과 염따가 참여했어요. 초빙한 이유가 듣고 싶어요.
빌: 우선 라콘은 제가 그 친구의 노래를 들었을 때 외로움과 슬픔의 감정이 너무 잘 녹아들어있어서, 이 곡에 딱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부탁을 했고, 예상처럼 너무 잘해줬죠. 그런데 완성을 해놓고 보니까 둘만 하기에는 뭔가 조금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제일 핫한 염따에게 연락해서 부탁했죠. 이 곡을 타이틀 곡으로 하고 싶은데, 힘을 실어줄 만한 친구가 누가 있을까 생각했을 때 염따가 딱 떠오르더라고요. 염따도 너무 잘해줬어요. 제가 보기에는 누구나 외로움은 다 갖고 있거든요. 염따라는 사람이 겉으로 보기에는 외로워 보이지 않잖아요. (리: 유쾌한 이미지죠.) 그러니까요. 항상 행복해 보이지만, 그 친구에게도 외로운 면이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그런 곡이라고 설명했더니, 바로 녹음을 해서 보내주더라고요. 너무 좋았어요.
리: 타미 스트레이트(Tommy Strate), 릴 프로스트(Lil Frost) 같은 신예 랩퍼들도 참여했죠.
빌: 타미는 제 작업실에 놀러왔다가 노래를 듣더니 ‘어, 형 나 이거 할래!’해서 하라고 했어요. 특별한 스토리는 없어요. 릴 프로스트는 제가 한국에서 알던 동생이 미국 애틀란타(Atlanta)로 넘어갔었어요. 근데 그 동생이 자기 동네에 정말 잘하는 랩퍼가 있다면서 어떤 랩퍼를 소개해줬죠. 그래서 그 랩퍼랑 교류를 하다가, 작업한 곡을 들었는데, 다른 아시안 랩퍼랑 같이 한 곡이었던 거예요. 그 아시안 랩퍼가 릴 프로스트였어요. 그렇게 알게 돼서 연락하게 됐고, 자연스레 작업을 했어요. ATL에 있는 한인 랩퍼죠. 아직 직접 얼굴은 못 봤어요.
리: 앨범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을까요?
빌: “허경영”도 좋고, “Wickr Me”, “Lonely Stoner”도 좋아요. 그리고 “[Thur’s Day]”도 애착이 가고요.
리: 이유가 있다면요?
빌: “허경영”은 제가 비트를 찍어서요. (웃음) 그 로우(Raw)한 느낌이 너무 좋아요. “Lonely Stoner”는 외로운 느낌을 피처링 진들까지 다 너무 잘 담아줘서 좋아해요. “[Thur’s Day]”는 대마초 앤썸(Anthem)이기 때문에 저에게도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노래죠. “Wickr Me”는 제가 구현하고 싶었던 스타일이 원하는 느낌으로 잘 나온 것 같아서 좋아해요. 생각해 보니 “TNF”도 좋네요.
리: 앞으로의 작품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빌: 이번에 사티바랑 인디카로 나눠서 앨범을 냈는데, 그 두 개가 섞인 종이 있어요. ‘하이브리드’라고 부르는데, 그래서 다음 앨범을 ‘하이브리드’라는 테마로 준비하고 있어요. 조금 더 칠한 음악을 만들 계획이에요. 더 칠하고, 긍정적이고, 행복하고, 즐거운 앨범. 평화로운 노래들로 채울 예정이죠.
리: 그럼 앞으로도 쭉 대마초를 테마로 음악을 만들 계획이에요?
빌: 이번 앨범처럼 대마초 얘기로만 앨범을 꽉 채울 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결국은 제 음악에 그런 색깔이 묻어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요새 제 인생에서 99%가 그 생각뿐이라서요.
리: 사실 위즈 칼리파(Wiz Khalifa) 같은 아티스트의 음악을 들어보면, 온통 대마초 얘기뿐이잖아요. 그렇지만 미국과 한국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빌 스택스의 음악이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그만큼 논쟁도 될 것이고요.
빌: 그래서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그냥 이슈 거리나 우스개거리가 아니라, 대마초 문화가 정말 멋있고, 유쾌하고 즐거운 거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요. 그래서 이제는 너무 빡센 노래보다는 모두가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노래를 하고 싶어요. 이미 저를 좋아하는 사람은 저를 좋아해요. 이미 대마초를 피우는 사람들은 저를 지지해주죠. 그래서 그런 분들에게 또 한 번 사랑받는 것도 좋지만, 저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제 편으로 끌어오는 게 더 중요해요. 저를 모르는 대중을 제 편으로 끌어오고 싶은 게 지금 저의 욕심이에요.
리: 음악 이상의 책임감이 생긴 거네요.
빌: 네. 목적의식이 더 확실히 생긴 느낌이에요.
리: 인생의 목표가 대마 합법화라고 했는데, 음악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도 궁금해요.
빌: 방금 말씀드렸듯이 대중에게 더 많이 사랑받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는 게 목표예요. 멜론 1위? (웃음)
리: 대마초 앤썸이 멜론 1위가 되는… (웃음)
빌: (웃음) 꼭 대마초 앤썸이 아니더라도, ‘저렇게 대마초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는 사람이 대중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고?’까지 가는 게 목표죠.
리: ‘한국의 스눕 독(Snoop Dogg)’이 되는 거네요.
빌: 그렇게 된다면 너무 좋겠지만…. (웃음) 그렇게 되려면 제가 더 잘해야죠. 제가 더 위대해지고, 음악적으로 잘해야죠.
리: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빌: 앨범이 나왔는데, 음원 사이트 메인에도 못 걸린 게 솔직히 팬들에게 좀 미안하기도 해요. 검색해서 들어야 하고, 마약처럼 찾아서 들어야 하는 거니까. 그렇지만 그럴수록 저를 더 응원해줬으면 좋겠어요. 저 혼자서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팬들이 힘이 되어준다면 할 수 있는 일이죠. 힙합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잘 모를 거예요. 앨범이 나왔는지도 모르겠죠. 그래서 팬들이 좀 소문을 내줬으면 좋겠어요. ‘빌 스택스 앨범 나왔다, 대마초 앨범이 나왔다.’ 이렇게. 힘이 되어주면 좋겠어요.
빌 스택스가 뽑은 한국 랩퍼 TOP 5 (무순위)
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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