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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드 비츠 & 소리헤다 - 추적추적 내려라, 음악의 비야 리드머 작성 | 2012-01-04 21:29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30 | 스크랩스크랩 | 26,357 View 확대보기
‘여러 곡의 집합체가 아니라 하나의 큰 작품으로 마주한다.’ 이들이 말한 것처럼 마일드 비츠와 소리헤다의 합작 앨범 [연우(煙雨)]는 음악으로 보는 한편의 소설, 혹은 영화와도 같은 작품이었다. 한국힙합 씬 최고의 프로듀서 중 한 명인 베테랑 마일드 비츠와 1집을 통해 신성으로 떠오른 소리헤다의 만남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드문 프로듀서 간 조합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았고, 그 결과물이 가슴을 울릴만하여 그들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여전히 LP 샘플링만을 고집하며 힙합의 전통적인 향을 전하려 노력하는 ‘지키는 자들’인 두 프로듀서를 추적추적 내리는 (음악의) 빗속에서 만나보았다.
리드머(이하'리'): 안녕하세요? 두 분. 우선 앨범이 전부 판매 완료된 것 축하드려요.
마일드 비츠(이하 ‘마’): 워낙 소량을 찍은 거라서….
리: 그래도요. 요즘 같은 시기에. (웃음) 우선 이번 앨범은 소리헤다 씨가 빅딜에 합류한 이후 내놓는 첫 정규 결과물이었는데요, 빅딜에 합류하게 된 계기부터 듣고 가죠.
소리헤다(이하'헤다'): 올해 전 1집을 내면서 알려진 셈인데, 고등학생 때부터 한국힙합 CD를 모으는 게 취미였어요. 빅딜 레코드는 아주 옛날부터 주목해오던 팬이었고, 데드피(Dead’P)형의 [Undisputed]나 마일드 비츠형의 [Loaded]를 들으면서 언젠가는 저 사람들이랑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서울에 올라와서 1집을 내고 데드피 형하고 같이 놀다가 제가 먼저 “형 빅딜 들어가고 싶어요.”라고 했고요.
리: 사실 소리헤다 씨의 빅딜 합류는 굉장히 의외였어요. 음악적인 색만 봤을 때도 뭔가 다른 느낌이잖아요.
헤다: 마일드 비츠형에 대한 리스펙(Respect)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레코드를 베이스로한 제대로 된 작업을 하는 뮤지션은 거의 못 봤는데, 마일드 비츠형은 그런 부분에 굉장한 고집이 있거든요. 그게 참 존경스러웠죠. 그래서 데드피형하고 술을 엄청 많이 마신 날 제가 직접 (빅딜에 들어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냈어요. (웃음)
리: 마일드 비츠 씨는 프라이머리 씨와 합작 이후, 또 한 번의 프로듀서와 합작 앨범이었어요. 감회가 어떤가요?
마: 그동안 랩퍼들하고는 많이 했는데, 프로듀서와 함께 작업하는 것은 또 다르죠. 물론, 헤다는 랩도 하지만. (웃음) (리드머: 엇! 그래요?) 실제로는 곡만 만드는 프로듀서죠. (웃음) 일단 전 프로듀싱과 비트메이킹에 대해서 저와 맞는 사람을 원했어요. 랩을 해야만 이 씬에서 부각되는 게 사실이잖아요? 근데 소리헤다 1집이 나왔을 때 (헤다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추천을 받아 들었는데, 좋더라고요. 다른 인터뷰에서도 좋게 들었다고 얘기하고 다닐 정도로….
리: 그럼 이번 앨범은 굳이 빅딜을 연관하지 않더라도 프로듀서와 프로듀서의 만남이라 봐도 무방할까요?
마: 헤다가 빅딜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도 언젠가는 만났을 것 같아요. 하지만 빅딜이라는 이름아래 서로 빨리 만나게 된 건 사실이에요. 빅딜이 아니었다면, 합작을 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겠죠.
리: 앨범 자체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컨셉트에요. 프로듀서의 합작 인스트루멘탈 힙합.
헤다: 저도 샘플링을 할 때 레코드를 기반으로 작업하는데, 이건 일종의 낭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런 낭만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프로듀서 둘의 느낌을 앨범에 담고 싶었어요. 랩이나 보컬이 들어가게 되면, 저희의 의도가 100퍼센트 전달되기 어렵다는 생각이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형한테 제안을 했죠.
마: 예전부터 인스 앨범을 작업해보고 싶었고 마침 헤다가 제안을 해온 거죠.
헤다: 저는 원래 랩도 넣자고 했는데, 형이 인스 앨범으로 하자고 했어요.
리: 앨범 타이틀을 ‘연우(煙雨)’로 하자는 건 누구의 아이디어?
마: 제가 생각했어요. 인스 앨범이라고 하면, 대부분 재지하거나 제이 딜라(J Dilla)같은 스타일을 생각하잖아요. 올드 스쿨을 들을 때부터 데 라 소울(De La Soul)이나 ATCQ(A Tribe Called Quest) 같은 뮤지션의 비트를 워낙 좋아해서 이번엔 그런 스타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옛날 분위기로 우울하고 어두운, 무게감이 있는 것을 생각했는데, 비와 잘 어울릴 것 같더라고요. 아름답게 오는 비가 아니라 추적추적 오는 비, 안개같은 비를 생각했어요.
리: 그럼 컨셉트를 잡고 그 이후에 곡 작업을 한 건에요?
헤다: 네. 컨셉트를 잡고 만들었어요. 한달 안 걸리게 작업했지만, 엄청나게 쏟아 부었죠. 서로 피드백하면서….
리: 한 달이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됐네요?
헤다: 작업하면서 제가 하루에 두 시간밖에 못 잤어요.
마: 앨범작업 다하고 앓아 누웠죠. 지옥의 스케줄이었거든요.
리: 피드백하면서 부딪힌 부분은 없었어요?
헤다: 각자 생각했던 것이 거의 일치했으니까요. 의견충돌이 일어날 수가 없었어요.
리: 앨범의 트랙 순서를 보면 두 분의 곡이 번갈아 가며 배치되어있어요. 의도한 바가 있나요?
마: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곡이 모이다 보니 신기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더라고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헤다는 1집 때문에 많은 분이 재즈힙합만을 좋아하고 말랑말랑하고 멜랑콜리한 음악을 좋아한다고 인식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1집 들었을 때 한두 곡 빼고는 전부 무겁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드럼부터 베이스라인까지 전부. 실제로 이야기를 해보면 본인도 밝은 분위기의 곡을 좋아하지 않아요. 작업을 같이 해보면 실제로 그런 곡이 나오고요. 그래서 잘 맞는 것 같아요.
헤다: 형 곡이 처음 나왔을 때 느낌을 받아서 형 곡을 1번으로 하고 제 곡을 2번으로 했죠. 트랙배치를 제가 했는데, 형 뒤를 한 곡씩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형이 5곡을 만들어서 앨범에 다 실었지만, 저는 7곡을 만들어서 2곡을 빼더라도 5곡을 싣고 중간중간에 끼워 넣을 수 있게 했고요.
리: 방금 마일드 비츠 씨가 말씀한 것처럼 소리헤다 씨의 음악이 재즈힙합으로 규정되는 것도 있는데, 일부에서는 감성힙합이라는 반응도 있어요. 어떻게 생각해요?
헤다: 뭐라고 불러도 상관은 없는데, 어떻게 보면 감성이긴 하죠. 그런데 저는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음악이나 자기자신을 투영하지 못하는 음악에는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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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인스트루멘탈은 아무래도 가사가 없기 때문에 창작자가 그 안에 담고자 한 바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아요. 물론, 감상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지만요. 그래도 궁금하네요. 앨범에 담고자 한 게 무엇이었는지…?
마: 여태까지 제가 해왔던 음악은 빵빵 터지는, 랩퍼들이 좋아하고 힙합 리스너들이 좋아할만한 스타일이었잖아요? 그런데 이번 앨범에서는 30대의 감성을 담고 싶었어요. 10~20대 리스너들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30대 중반이다 보니…. 앨범을 들어보면 튀는 트랙은 없잖아요. BGM으로 틀어놓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려고 했어요.
헤다: 저는 원래 대상이 10대가 아니라…. (웃음) 심지어 40대까지도 이번 앨범에 반응을 보여줬어요.
리: 자, 이번 앨범을 좋게 들은 분들은 모두 3~40대 감성인 겁니다. (전원웃음) 수록된 곡의 제목을 보면 전부 한글이에요. 누구의 생각인가요?
헤다: 제가 생각했어요. 타이틀은 형이 지었고, 곡 제목은 제가 다 한글로 지었죠. 형이 큰 틀을 만들면, 그 안에서 제가 구상을 했어요.
리: 한글로만 되어 있어서 더 느낌이 좋았습니다. 앨범하고도 더 잘 어울린 것 같고요.
헤다: 앨범 홍보자료를 제가 썼는데 앨범을 맞이할 때 여러 곡의 집합체가 아니라 하나의 큰 작품으로 마주한다고 썼거든요. 실제로도 그런 부분에 고심을 했고요. 둘 다 앨범 작업할 때 상상했던 것이 비슷했고 한 곡 빼고는 모두 그 자리에서 지은 제목으로 결정했어요. 앨범의 제목을 잘 보면 쭉 이어져요. 한 사람이 이동하는 과정이에요.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다가 3인칭 시점인 "여행자"로, 다시 1번 트랙으로 돌아가는 구조죠. 그래서 앨범 제목을 지을 때 우리 한글이 아니면 전하고자 하는 느낌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았어요.
리: 멋지네요. 힙합 뮤지션들은 한글을 그 누구보다 더더욱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마: 소리헤다... 캬~ 그 이름도 한글이잖아요. 저는 역시 반성해야겠어요. (전원웃음)
리: 이번 앨범은 사운드적으로 특히 공간감이 많이 느껴지더군요.
마: 믹싱은 헤다가 알아서 대부분 했죠.
헤다: 마일드 비츠형이 앞과 뒤의 사운드를 담당하고 있다면, 저는 양 옆과 위 아래를 담당했다고 보시면 돼요. 자세히 들어보면, 그게 느껴지실 거예요. 의도적이었죠.
리: 두 분은 프로듀서로서 랩퍼나 보컬리스트와 작업한 경험이 많잖아요? 특히, 마일드 비츠 씨는 더욱. 그동안 작업을 진행할 때 프로듀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요?
마: 같이 앨범 했던 사람들은 좋아하고 친하니까 작업을 한 건데, 사람이라는 게 같이 일을 하거나 살다 보면 어쩔 수없이 안 좋은 점이 보이기도 해요. 랩 앨범의 경우 곡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랩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막히거나 열심히 하지 않으면 스케줄 자체가 바뀌게 되니까, 그에 대한 불만은 항상 있었죠. 녹음을 하기로 한 날인데 연락이 안 된다든지.... '다음주로 미루죠 형' 이라고 말을 하면, 김이 빠지죠. 작업하는 중에는 저도 신경이 곤두서있는 상태라 독하게 하거든요. 이게 꼭 랩퍼에 한정한 이야기는 아니고요. 작업하면서 오해도 많았지만, 지금은 오해를 다 풀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리: 마일드 비츠 씨는 힙합 씬에서 사람 좋기로 유명한데, 아무래도 그런 부분이 영향을 끼친 것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마: 항상 그런 일이 많았죠. 그럴 때마다 불만을 이야기하긴 했어요.
헤다: 전 작업을 할 때 서로를 이해하고 있지 못한다면, 어떤 결과물이 나와도 별로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1집 나오기 전에는 알려지지 않아서 함께 작업하는 일이 없었는데, 그 이후에는 작업 의뢰가 꽤 왔어요. 근데 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곡 의뢰를 해오고 작업하게 되면, 마음에 안 드는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작업할 때 헉피나 수다쟁이같이 친한 뮤지션하고 작업할 때는 편하게 해도 뭔가 맞는데, 다른 사람은 저한테 요구하는 것들이 제가 할 수 없는 것들이나 제가 싫어하는 것들을 부탁하는 경우가 있어요. 아까 형이 말씀한 것처럼 제가 그렇게 밝지만은 않은 편인데, 뭔가 샤방샤방한 스타일을 요구하기도 하고, 맥 빠지죠.
리: 프로듀서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친한 사람들도 그럴 때 있지 않아요?
헤다: 조금이라도 친한 사람이 그럴 땐 못하겠으니 밥이나 먹고 가라 그래요. (웃음)
리: 헤다 씨가 난감한 경우가 정말 많았을 것 같네요.
헤다: 저는 거절도 잘 못하는 성격인데다 어찌 보면 이제 씬에 갓 들어온 신인이니까 원하는 대로 겨우겨우 곡을 만들어준 적이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곡이 별로였거든요. 근데 그래도 괜찮다고 곡을 가져가놓고는 소식이 없더라고요. 이런 경우 제일 짜증나죠.
리: 마일드 비츠 씨도 그런 경우가 많죠?
마: 저는 이제 그러려니 하죠 (웃음) 예전에는 훨씬 심했어요. 요즘에야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자중하는 분위기지만, 예전에 여러 곡을 압축파일로 보내줬는데도 회신 하나 없는 경우가 있었으니까요.
리: 책임감이 결여된 느낌이네요.
마: 책임감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랩퍼들하고 같이 작업을 하면 앨범 전체를 함께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몇몇 랩하는 분들은 랩 녹음만 해놓고 아카펠라 파일만 넘기면 끝나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는 그게 짜증나요. 어쨌든 앨범은 둘이 같이 하는 거고 믹싱이 끝날 때까지 서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도 안 하는 사람이 있어서 좀 별로였어요. 그래서 요즘은 랩퍼들과 프로젝트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리: 그럼 되려 랩을 하면서 프로듀싱도 하는 뮤지션과 작업할 때는 조금 더 편한가요?
마: 편한 건 잘 모르겠고, 곡도 만드는 친구들에게 제 곡을 들려줬을 때는 자기 의견을 많이 이야기하긴 해요. '형 여기서 소스를 이렇게 해서 어쩌고 저쩌고….' 그럼 저는 짜증을 내죠. '네가 만들어 새끼야!' 하면서요. (전원웃음) 물론, 장난입니다.
리: 그 뮤지션은 설마 최근에 앨범을 낸?
마: 네. 딥플로우에요. (전원웃음)
리: 바로 연상되는 사람이 한 명뿐이었어요.
마: 아~ 요즘 곡 잘 만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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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여전히 힙합 씬에는 크루들이 존재하지만, 솔직히 뭔가 단단하다거나 발전적으로 움직인다는 느낌은 못 받겠어요. 빅딜 역시 이렇다 할 활동을 못 보여주는 상황이고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헤다: 점점 상황이 악화되잖아요. 음원이나 CD는 안 팔리고 한국힙합이 망했다고 하는 사람까지 나왔으니까요.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열심히 했지만,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의 문턱이 굉장히 낮아진 기분이에요. 저는 감히 씬에 들어오기 위해서 오랫동안 준비를 했거든요. 2002년부터 음악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29살이 돼서야 첫 앨범이 나왔죠. 대충 이상한 것을 싱글로 내놓고 언더그라운드라고 하니까 팬들이 더 떠나가고, 주변의 다른 장르 뮤지션들이 욕을 해요. 이렇게 뉴스에서 프리뷰같은 것을 들어보면 별로라는 반응을 바깥사람이 할 정도거든요. 결국, 이것도 뮤지션의 잘못 같아요. 갈수록 힘들어지는데, 레이블을 만들긴 어려우니 크루를 만드는 것도 같고….
리: 결국, 언더그라운드라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뮤지션들의 문제가 크다는 말씀인가요?
헤다: 저는 옛날부터 이 판의 팬으로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거든요. 외국힙합과는 다르게 우리나라 특유의 냄새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없어진 느낌이에요. 남의 것을 따라 하기 바쁘고 연주도 제대로 안 되는데, 샘플링을 배제하고 연주를 했다고 하니까요. 뭔가 열심히 했다는 느낌보다 대충하고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앨범이 많아졌어요. 그런 이유로 마일드 비츠형과 앨범작업이 더 간절했죠.
마: 앞서 말씀한 빅딜 이야기를 하자면, 솔직히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죠. 꾸준히 해왔던 사람들도 분명히 있어요. 차붐이나 헤다나 저같은 경우는 꾸준히 작업을 했어요. 그런데 데드피나 어드스피치는 나이도 있고 생업에 바쁘니까 예전같이 뭐라고 할 수는 없죠. 10년 넘게 알아왔고 나이가 30대라 그 친구들에게는 함부로 말하기가 어렵거든요. 아무리 제가 형이지만, 각자 상황이 있으니까요. 가끔 커뮤니티에서 빅딜 관련된 글 중에 망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는데, 분명 우리는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크루에 10명이 있으면 10명 전부다 앨범을 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근데 거기에 발끈하는 몇몇 빅딜 사람들도 오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상황이 어떻든 작품활동을 제대로 못한 점이 있기에 잊혀지는 것도 있지만, 제가 빅딜임에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정도면, 신생 크루거나 소리헤다 말대로 결과물이 별로인 크루들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렇게 뭉쳐서 가능성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요즘 (리드머나 힙플에) 뉴스만 띄우고 곡 하나만 내면 크루라고 이야기를 하는 건 문제죠.
리: 저희도 동감합니다. 리스너들의 피드백이 줄어드는 것도 다 그런 분위기가 한몫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헤다: 뮤지션의 결과물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음악은 소통을 해야 하는데, 하드코어하건 멜로우하건 상관없이, 음악 안에 소통할 수 있는 요소가 꼭 하나라도 있어야 해요. 그런 것 때문에 컨셉트를 잡고 곡 제목을 짓고 트랙순서를 배치하는 거잖아요. 자기 이야기라도 남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하고 듣는 사람이 뭔가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으니 피드백이 줄어들 수 밖에요. 인디 뮤지션이라는 이름을 걸고 뻔한 음악을 하는 것도 문제고요.
마: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피드백뿐만 아니라 앨범이 나와도 그게 잊혀지는 시기가 빨라졌어요. 사람들에게 인상을 주지 못해서라는 생각도 들고요. 뭔가 형편없는 앨범들이 계속해서 나오다 보니 사람들이 이제 좋은 앨범이 나와도 되려 반응을 안 하는 거죠.
리: 작년 말쯤 마일드 비츠 씨는 차붐과 작업물을 무료로 공개했는데, 이러한 작금의 분위기를 고려한 선택이었나요? 들은 정보에 의하면, 원래 정식으로 발매할 예정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마: 당시에 차붐과 [Still Ill] 앨범을 내고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어요. 그 이후로 다른 사람에게 준 곡도 없었던 상태였지만, 뭔가 작업은 하고 싶었죠. 그런데 [Still Ill] 앨범을 통해서 차붐이 기대만큼 리스너들에게 각인이 되거나 회자되지 않더라고요. 여전히 씬에서 인지도가 낮은 편이고 판매량도 적었던 걸 보면요. 그럼에도 차붐과 2집을 내기로 약속을 하긴 했거든요. 근데 조금 성급하다는 느낌이 드는 거에요. 차붐은 어느 정도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은 생각도 있고,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는 걸 제가 알았죠. 그래서 무료로 공개를 하고 사람들에게 많이 들려주자고 얘기했어요.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길게 보고 움직임을 갖자고 설득했죠. 차붐도 그에 동의를 한 거에요.
리: 우리나라도 미국의 힙합 씬처럼 공개 앨범이 침체의 활로를 뚫고 좋은 프로모션 역할이 되었음 좋겠네요.
헤다: 저는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에요. 예전에 1집 내고서 5곡짜리로 제목 없는 앨범을 공개한 적도 있고요. 일종의 선물인 동시에 스스로도 반응을 원했어요.
리: 좀 낯간지러운 질문일 수도 있는데, 소리헤다에게 마일드 비츠는 어떤 프로듀서인가요?
헤다: 제가 빅딜에 들어갈 때도 생각했지만, 형은 '지키는 자'의 느낌이에요. 전부다 레코드를 기반으로 한 작법을 버리고 MP3를 다운받아서 작업할 때도, 형은 레코드를 가지고 계속 작업하면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얼마나 멋있어요! 전 아직도 MP3는 용서가 안 돼요.
리: 반대로 마일드 비츠가 보는 소리헤다는 어떤 프로듀서?
마: 직접 만나기 전에 앨범으로 음악을 접했을 땐 사운드에 신경을 어떻게 썼는지 잘 느낄 수 있었죠. 앨범을 들었을 때 좋았고 예전에 다른 인터뷰에서 소리헤다에게 관심이 있어서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고….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었는데 참 열심히 하고 센스있다고 생각해요.
리: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마: 솔로 2집을 내야 하는데 녹음을 진행하다가 약간 시간을 두고자 중지한 상태고요. 몇 가지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는데, 한 쪽에 소홀해지는 것 같아서 미룬 것도 있어요. 제이락킹(Jay Rockin’)이라는 친구와 보컬 앨범도 준비 중인데 올해 초쯤 나올 것 같아요.
헤다: [연우 그 후] 해야죠, 형.
마: 아 맞다. (소리헤다를 보며) 네가 말해.
헤다: 보통 랩 앨범을 내고 인스트루멘탈 앨범을 내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반대로 지금 곡에 랩을 얹어서 다시 낼 거에요. 제가 형을 설득했어요.
마: 진행은 아직 안 했어요.
헤다: 진행은 안 했는데, 그림만 그려놓은 상태지만, 물밑으로 랩퍼들을 섭외했죠. (웃음) 주변 뮤지션들이 이번 앨범을 다 들어봤으니까요. 그리고 올봄에 데드피형과 앨범을 낼 계획이에요.
리: 원래는 ‘마일드 비츠 & 데드피’ 앨범이 먼저 나오기로 하지 않았나요?
마: 저는 미루고 이 친구가 먼저 작업을 진행했죠.
헤다: 원래 [연우]보다 데드피형과 앨범이 먼저 나왔어야 했는데, 각자 바쁘다 보니.... 뭘 할지 고뇌하다가 마일드 비츠형한테 앨범내자고 해서 나온 게 이번 앨범이에요.
리: 소리헤다 씨는 다른 뮤지션들과 또 다른 작업 소식 없어요?
헤다: 최근엔 허클베리 피와 수다쟁이 둘의 프로젝트에 들어갈 곡을 줬고, 펜토 앨범에도 참여했어요.
리: 최근에 러브콜을 많이 받고 있죠?
헤다: 어차피 친한 뮤지션들에게서만 작업부탁이 들어오니까요. (웃음) 근데 가끔 일면식도 없는 뮤지션이 메신저나 트위터로 앞뒤 자르고 작업을 요청해와서 굉장히 불쾌했던 적도 있어요.
리: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마: 지극히 상투적이지만, 이번 앨범 많이 들어주시고.... (전원웃음) 올해 빅딜 스쿼드에서 나올 앨범들이 많이 계획되어있어요. 2012년 상반기에는 엄청난 것들이 나올 예정입니다. 행보에 주목해주세요.
헤다: 제 생각에 최근 하이라이트 레코드 친구들이 제일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협박을 해서라도 꼭 나와 작업했으면 하는 여성 TOP3 (무순위/사심 가득 담아서)
소리헤다 1. 신세경 - 원래 좋아했다 2. 김수미 - 목소리 톤이 좋아서 3. 보니 - 무조건 해야 된다
마일드 비츠
1. 육지혜 - 육덕지니까 글래머러스하니까 2. 오연수 - 어렸을 때부터 완전 팬이라 3. 김청 - 곡절이 있는 여자, 사연이 있는 여자라서
인터뷰. 글 / 박배건, 편집 /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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