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라디 - '진실한 연합으로 좋은 것을 이루기 위한' 새로운 시작 리드머 작성 | 2009-10-19 18:50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4 | 스크랩스크랩 | 19,928 View 1040838079.jpg 2002년 “소원”이라는 곡과 함께 한 단계 진보한 R&B/Hip Hop 사운드를 들려주며 등장했던 라디(Ra.D). 그러나 그의 앨범은 당시 부드러운 R&B 음악에만 익숙했던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묻히고 말았다. 이후, 6년여의 공백이 있었다. 그리고 2008년 12월, 라디는 자신이 설립한 새 레이블과 함께 두 번째 앨범 [Real Collabo]를 들고 다시 등장했다. 특유의 그루브하고 매끄러운 보컬은 그대로였고 흑인음악팬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던 ‘라디표’ 음악은 더욱 무르익어 있었다.
리드머: 첫 앨범 이후, 무려 6년여 만이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라디: 안녕하세요? 신인가수 라디입 니다. (전원웃음) 하하하. 농담이구요. 정확히 6년 3개월 만에 앨범이 나왔네요. 그간 가장 큰 사건은 일단 군대를 갔다 왔고, 미국에 있는 음악레이블과 접촉도 있었구요, 또 호세펠리치아노(Jose Feliciano)라는 베테랑 뮤지션의 리믹스 작업을 했었어요. 12월에 내한했던 안 트리오라는 팀하고도 작업을 했었구요. 뉴욕 뉴져지에 왔다 갔다 하면서 발룸이라는 맨하탄에 있는 콘서트장에서 같이 공연을 했죠. 다들 아시다시피 키비, 다이나믹 듀오 앨범에도 참여했었구요. 아 그리고 여자친구도 만났어요. (웃음)
리: 오, 여자친구와 만난 것, 진심으로 축하해요. 외국에서 활동이 많았는데, 본격적으로 진출을 시도했던 건가요?
라디: 진출시도라기보다 일단 기회가 닿아서 자연스럽게 했던 거였어요. 물론, 앞으로는 글로벌하게 음악작업을 하고 싶지만요. 그 기반을 닦는 계기가 된 셈이라고나 할까요. 그쪽 회사와 파트너쉽으로 함께할 계획이거든요.
리: 라디 씨 앨범 소식이 나왔을 때 가장 먼저 궁금해 하던 게 아메바 컬쳐와의 관계에요. 이번 앨범은 직접 설립한 레이블에서 나왔는데.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라디: 많은 분이 궁금해 하실 거라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일단 사이가 안 좋아서 헤어진 건 아니구요, 그렇다고 해서 음악적인 색깔이 달라서도 아니에요. 서로 리스펙트를 여전히 하고 있고, 연락도 주고받는 상황이에요.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각자의 회사, 각자의 레이블로써 진행을 해보자는 식으로 일이 진행됐어요. 그래서 제가 먼저 아메바 컬쳐에서 나왔구요. 그쪽에서도 이런 부분을 인정해줬어요.
리: 어쨌든 아메바 컬쳐와 리얼콜라보는 각각 다른 레이블인 거죠?
라디: 예 현재는 그런 상황이죠.
리: 흑인음악 팬들 사이에서는 1집이 아쉽게 묻힌 앨범으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에는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도 있는데, 공감하시나요? 라디 씨의 솔직한 심정이 듣고 싶어요.
라디: 아… 그런 평가해주시는 분들께는 정말 감사해요. 물론, 살짝 공감하구요. 민망하기는 하지만…. (웃음) 저는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그랬지만, 한가지 말밖에 드릴 수 없는데, 당시에 제가 할 수 있는걸 했을 뿐이에요. 그 순간에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걸 표현한 거였죠. 제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구요.
리: 그런 만큼 1집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을 것 같은데….
라디: 어휴~ 많죠. 당시에 제가 퓨쳐 플로우라는 회사와 계약을 맺은 내용이 프로듀서 겸 엔지니어였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꿈이 가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연습생 시절도 없었고 가수에 대한 열정도 솔직히 없었어요. 조PD형하고도 4집을 준비할 때 제가 도와주고 참여하면서 인연이 닿았던 거구요. 그 앨범에서 “My Style”이란 곡이 가장 유명했잖아요. 그 곡에 원래 프로듀서로만 참여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보컬로 참여를 하게 되고 뮤직비디오까지 찍었는데, 의도치 않게 덜컥 팬카페가 생긴 거에요. 그 후에 회사에서 1집을 내라는 요구들이 있었죠.
리: 그 전까지는 솔로 앨범을 낼 계획이 없었단 말씀이네요?
라디: 없었죠. 사실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표현하고 그걸 결과물로 내놓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혼자 앨범을 낸다는 것은 생각을 못했어요. 그래서 준비가 많이 안된 상태에서 계약을 하고 1집을 낸 거였기 때문에 준비기간이 좀 더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리: 그래도 굉장히 준수한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당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뮤지션이 있다면 누가 있을까요?
라디: 그건 저한테 정말 어려운 질문인데요. 아주 많아서 누가 더 좋다고 할 수는 없는데, 뮤지끄 소울차일드(Musiq Soulchild), 어셔(Usher), 에릭 베네(Eric Benet) 등 그 씬에 있던 모든 사람의 음반을 듣고 다 참고했었어요.
리: 근데 그 1집의 온라인 음원 서비스가 중지된 상태더군요.
라디: 예. 그게 회사가 중간에 없어지다 보니, 소유권을 가진 사람도 없어지게 된 거에요. 음악은 제가 프로듀싱한 거라서 저작권을 제가 다시 찾아왔어요. 조만간 온라인에서 다시 만나실 수 있을 거에요.
리: 이렇게 오랜만에 앨범을 준비하면서 어떤 생각을 가장 많이 했나요?
라디: 1집 때는 굉장히 우울하고 힘든 시기였어요. 불안하고 위축된 느낌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런 심정이 음악에도 반영이 된 것 같아요. 그런데 2집에는 사랑, 고마움이 많이 담겼죠. 지금 제가 처한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음악들이 따뜻함, 포근함, 사랑, 고마움 이런 거에요. 회사를 만들면서 어려웠던 부분이 많은데, 힘들었던 부분이 조만간 또 음악에 반영 되지 않을까 싶어요. (웃음) 레이블을 설립했다고 해서 사업가가 아니라 기본적인 건 음악인 이거든요. 언제 어떻게든 제가 감정을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음악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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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1집과 비교해서 힙합과 어프로치되는 스타일이 줄어들고 좀 더 소울 음악 본연에 가까워진 것 같아요.
라디: 2집의 타이틀이 ‘Real Collabo’잖아요. 회사이름이기도 하고 밴드이름이에요. 제가 미국에 다녀온 기간 중에 라이브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밴드를 결성했고 앞으로도 밴드와 함께 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2009년 중에 팀 리얼 콜라보 라는 이름으로 밴드앨범이 나올 거에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중간단계를 제대로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거든요. 이번 쇼케이스도 함께 했구요.
리: 1집 때도 그랬지만, 라디 씨가 구사하는 몇몇 곡에서 보컬 스타일은 국어로 매끄럽게 이어가기 힘든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굉장히 자연스럽게 느껴져요. 예를 들면 “멋있는 친구”, “Sweet Love” 같은 곡들이 그런데, 타고난 건가요, 아님 고민의 결과인가요?
라디: 전 멜로디나 편곡보다 실질적으로 노래를 만들 때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가사에요. 한 벌스 내에서 많은 단어를 나열해서 구성을 해야 하는 랩 같은 경우는 되려 자유롭다고 생각을 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멜로디가 들어가다 보니 비교적 제한되는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운율을 그 안에 표현하기 위해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고민하는 편이죠. 그렇다고 해서 말이 안되게 쓰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리: 구성에서도 신경을 쓴 흔적이 돋보여요. 인트로에서 첫 곡 “Goodbye”로 이어지는 라인이라든지, “Sweet Love”에서 “엄마”로 이어지는 라인이라든지. 음악적으로도 그렇고 가사적으로도 그렇고요.
라디: 감사합니다. 1집 때는 좋은 분위기로 시작했다가 굉장히 우울하게 끝나는 분위기였구요. 2집 때는 그와는 반대로 헤어진 후에 다시 누군가를 만나고 행복하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분위기에요. 이런 부분을 구성에서 의도적으로 부각시키고자 했어요.
리: 그런 분위기가 앨범 커버에서도 느껴져요.
라디: 제 친 여동생이 디자인해준 거에요. (리드머: 아, 그래요?) 곡의 분위기들이 그 안에 다 담겨있어요. 각 장마다 나오는 그림들이 다 의미가 있죠. 앨범의 구성을 부클릿을 보면 다 아실 정도로 표현이 잘 되어있어요.
리: 그 외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요?
라디: 이번 앨범에는 “I’m in Love”, “Sweet Love” 같이 사랑이야기도 많이 하고 싶었어요. 사랑이야기가 가장 진부할 수 있는데……
리: 하지만, 가장 공통적인 주제죠.
라디: 네. 그리고 사랑이 꼭 연인 사이에서만 “사랑해.”라고 말하는 건 아니잖아요. 친구 사이에서도 말할 수 있는 거고, 사랑하는 강일권 편집장님 이라고 할 수도 있는 거구요. (웃음) 그래서 이번에 사랑을 가장 큰 테마로 잡았던 거에요. 그리고 다음으로 가장 신경 쓴 부분이라면, 믹싱이에요. 제가 가진 시스템 내에서 최선의 방법으로 표현하고자 했죠. 이번 믹싱 때문에 미국에 가서 믹싱을 정말 잘하시는 분들하고 커뮤니케이션을 끊임없이 했어요. 그런데 저는 프로듀싱을 직접 하는 입장이라서 사운드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 분들과는 방향이 다르더라구요. 막상 아웃풋이 나올 때는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너무 달랐죠. 그래서 이번에 전부 믹싱을 갈아 엎었어요. 나중에 기회가 되고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그 분들하고 작업을 해보고 싶지만, 이번엔 1집 때와는 다르게 압박도 없었던 상황이라, 믹싱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리: 몇몇 사람들을 보면, 마스터링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거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 것 같아요.
라디: 아, 저는 반대입니다. 마스터링은 믹싱의 한 과정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마스터링이 밸런스를 잡아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믹싱이 잘되어야 마스터링이 잘 될 수밖에 없는 거구요. 어떤 마스터링 엔지니어라도 저와 공통된 견해를 가졌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믹싱 이전에 그걸 표현하는 프로듀서들이나 편곡자들이 어느 정도의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구요.
리: “엄마”라는 곡의 가사가 참 가슴에 와 닿습니다. 곡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라디: 저는 엄마가 키우셨어요. 엄마가 저 때문에 많이 우시기도 하셨고, 가사처럼 어느 순간이든 엄마를 떠올리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게 있죠. 엄마는 엄마이자 아빠역할도 하셨고, 친구셨고 언제든 감싸주셨어요. 그래서 엄마에게 바치는 노래를 꼭 만들어야 했구요.
리: 저희는 뮤지션분들이 제일 멋있고 부러울 때가 부모님을 위해서 노래를 만들 때에요. 정말 멋있게 사랑을 표현하는 거잖아요.
라디: 저희는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음악이니까요.
리: 힙합팬들 사이에서는 “SP Collabo”라는 곡이 뜨거운 관심을 모았었어요. 특히, 참여진 가운데 버벌진트 씨와 UMC 씨가 피쳐링으로 이름을 같이 올리게 된 게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웃음) 어떻게 이들을 한 곡에 모을 생각을 했나요?
라디: 저는 그 곡에 참여한 VJ, 스테디 비(Steady B), 키비(KeBee), 식 보이(Sick Boi), UMC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다 좋아해요. 가령 UMC같은 경우는 작업하면서도 굉장히 즐겁게 하기 때문에 친구지만, 존경하는 뮤지션이고 버벌진트 씨는 랩을 살벌하게 잘 하시니까 제가 또 부탁을 드린 거구요.
리: 흥미로운 게 버벌진트 씨는 예전에 퓨처 플로우 쪽을 디스했던 적이 있잖아요? 물론, 라디 씨를 디스한 건 아니었지만요.
라디: 아 저는 개의치 않아요. 생각이 안 맞아서 디스를 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만약 제가 디스를 당했었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지 한번 물어봤을 거에요. 다행스럽게도 저에 대한 디스 부분은 없었고, 예전부터 작업을 한번 해보고 싶어서 언제 하려나 하고 있었는데, 저는 힙합에 대한 욕심도 있으니까 좋아하는 사람들하고 한번 해보자 해서 나온 트랙이에요. 그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 아! 두 분이 함께 녹음을 하진 않았어요. 앞으로 꼭 랩퍼가 아니더라도 그동안 어우러지지 않았었던 이런 식의 스페셜 콜라보레이션을 해보고 싶어요.
리: UMC씨와는 옛날부터 친분이 두텁죠?
라디: UMC와는 99년도부터 알아왔고, UMC 1집에 제가 8곡 정도를 프로듀싱했었죠.
리: 가사적인 부분에서 특별히 요구하거나 조율한 부분이 있었나요?
라디: 음… 원래는 이제 새로운 마인드로 함께 출발하는 상황에서 ‘다같이 손잡고 가자~’ 뭐 이런 내용을 요구했었는데, 각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것 같아요. (웃음)
리: 앨범 참여진 중에 생소한 분들이 있는데, 소개 좀 해주세요. 특히, 꼬깔이 씨는 표기도 독특하고….
라디: 아, 꼬깔이는 제 친 여동생이에요.
리: 아! 그럼 아까 커버를 디자인했다는 그 친 여동생이 바로….
라디: 네. 꼬깔이에요. (웃음) 이번에 “Sweet Love”에서 함께 노래도 불렀구요. 지금 ‘라 퍼커션’이라는 국내 굴지의 브라질리안 퍼커션 팀이 있는데 거기에 속해 있어요. 본명은 이정아이구요. 동생이 보컬에 욕심이 있어서 좀 있으면 앨범을 낼 거에요.
리: 그럼 브라질리안 음악인가요?
라디: 어떤 음악이 될 지는 아직 미지수이구요. 일단 계획은 있는데 언제쯤이 될 거라고는 확실히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아 그리고 래퍼로 참여한 인발 씨는 옆에 있으니 직접 소개를 듣는 게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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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안녕하세요. 인발 씨~
인발: 네, 안녕하세요. 저는 리얼 콜라보에서 랩과 보컬을 맡고 있는, (라: 말 잘해야 해.) 아, 사실 보컬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인발이라고 합니다. (전원웃음)
리: 라디 씨와는 어떻게 만났나요?
인발: 군대에서 라디형을 만났어요. 제가 선임이었죠. 저는 군대 가기 전에 나이트클럽에서 디제이를 하고 있었어요. 근데 우연찮게 후임으로 라디형이 들어온 거죠. 이야기도 잘 통하고 제가 랩을 또 좋아하다 보니까 나중에 나가서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 해서 함께 하게 된 거죠.
리: 혹시 라디 씨가 군생활을 편하게 하려고 그런 제안을? (전원웃음)
인발: 그런 흑심이 있었던 거죠. 흐흐
라디: 하하 그런 건 아니었어요.
리: 켈리(Kelley) 씨는 어떤 분인가요?
라디: 켈리 씨는 원래 보컬을 하는 분은 아니에요. 음색이 예뻐서 함께하게 되었구요. 연극과 출신이고 지금은 유치원 선생님인데 뮤지컬 잉글리시라는 걸 가르치는 분이에요.
리: 아, 그럼 흑인음악과는 관계가 없는 분인가요?
라디: 예, 사실 켈리라는 이름도 예명인 셈이죠.
리: 그렇군요. 라디 씨는 처음 흑인음악과 사랑에 빠지게 된 게 언젠가요?
라디: 고등학교 1학년 때였을 거에요. 부다 사운드의 라임버스 정철이랑 민수가 저랑 학교 동기에요. 당시에 저도 흑인음악들을 좋아했었는데 그 친구들이 저희 반에 놀러와서 음악을 들려주고는 했어요. 그런데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거든요. 그러면서 서로 못 보게 되다가, 부산의 DMS라는 팀의 킵루츠, 근수형을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흑인음악을 시작하게 된 거죠.
리: 킵루츠 씨와는 계속 연락을 하나요?
라디: 그럼요. 근수형은 친형이나 마찬가지에요. 굉장히 존경하는 형이죠. 옛날에 근수형이랑 작업실에서 같이 곡 만들 때 누가 많이 만드나 경쟁도 했었어요. 제가 “행님아~ 오늘은 몇 곡 작업했노?”라고 물어보면, “오늘은 7개 썼나?”라고 대답하면서 실제로는 15개 쓰고… 굉장히 음흉하고 치사했던 형이에요. (전원웃음)
리: 자신의 곡 외에 다른 뮤지션과 콜라보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요?
라디: 조PD형이랑 같이 살면서 작업했을 때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그때는 SM58로 전부다 작업을 했었거든요. 아웃보드도 다 있었는데 그게 편하다고 하셔서 그렇게 녹음을 했던 때가 생각나요. 어떻게 보면 당시가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했던 단계고 조PD형이랑 많은 이야기도 했었던 때라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리: 좀 더 많은 힙합음악 프로듀싱을 기다리는 분들도 있을 텐데 계획이 있나요?
라디: 힙합이라는 한가지 장르보다는 포괄적인 장르로써 흑인음악을 시도하고 싶어요. UMC 앨범에 프로듀싱한 곡도 굳이 힙합이라 생각하지는 않고 있구요. 하지만, 앞으로 기회가 닿는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힙합으로 접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리: 또 다른 다이나믹 듀오와 콜라보를 기대하기도 했는데, 이번 앨범에 없어서 아쉬웠어요.
라디: 다듀와는 “어머니의 된장국”이 처음으로 함께 작업을 했던 곡이에요. 그 이후에 작업을 같이 한번 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서로 앨범 작업하랴 활동하랴 바빴기 때문에 아쉽게 하지를 못했네요. 시기상으로는 제 앨범의 곡들보다 “어머니의 된장국”이 최근에 작업했던 곡이에요. 제 앨범은 2008년 초반에 이미 작업이 다 끝났었던 상황이거든요.
리: 앨범 부클릿을 보니 리얼 콜라보를 함께 이끌어 나갈 이들 중에 프랙탈 씨와 정인 씨의 이름이 보이던데, 소속이 된 건가요?
라디: 저희 회사 소속은 아니구요. 소속을 떠나서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함께하는 개념이에요. 마치 루츠(The Roots)의 오케이플레이어 같이요.
리: 멋지네요. 그렇다면, 리얼 콜라보 레이블이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라디: 다양한 장르의 존경할만한 뮤지션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음악을 추구하는 레이블이요. 꼭 그런 레이블이 되고 싶어요.
리: 뮤지션으로서 욕심도 듣고 싶어요.
라디: 저희 홈페이지에도 적어놨는데요, 어떤 시스템에 대항하기보다는 원래 있는 그 안에서 노력을 해서 ‘제일’이 되기보다는 ‘유일’이 되고 싶어요. 차별화될 만한 대안이 있다면 그것을 찾아서 해보고 싶구요. 가장 기본적인 건 냉소적인게 아니라 존중이 되어야 해요. 이건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안타깝게도 잘 되지 않는 부분인 것 같아요. 일회성이 높은 관계도 많고, 어떤 조그만 일들 때문에 아티스트 간 만남이 이뤄지지 않고 있거든요. 뮤지션이 뮤지션을 만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인간 대 인간의 개념으로 만나서 작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실된 연합으로 좋은 것을 이룬다.’라는 저희 회사 목표처럼 해 나가고 싶어요.
리: 마지막으로 흑인음악 팬들에게 다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라디: 그동안 공백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절대 이만큼의 공백은 없을 겁니다. (전원웃음) 왕성한 활동을 할 생각이에요. 씬에서 힙합은 많이 안정된 편인데, 그 외의 흑인음악, 예를 들면, 소울, 훵크, 애시드 등의 장르에도 관심을 가져주셔서 씬이 좀더 커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나는 정말 세! 너를 죽여본 적도 있고, 내가 너보다 더 강하다! 어쩌구 저쩌구’ 그런 것들 말고 조금 더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뮤지션들이나 리스너들이 함께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글: 강일권, 박배건, 사진제공: 리얼 콜라보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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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a http://board.rhythmer.net/src/go.php?n=896&m=view&s=interview&c=24&p=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