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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인터뷰 드렁큰 타이거 - 힙합에 미친 DT, 음악과 그의 True Romance

한국힙합위키

드렁큰 타이거 - 힙합에 미친 DT, 음악과 그의 True Romance 리드머 작성 | 2009-10-19 11:25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 | 스크랩스크랩 | 18,615 View 1179511952.jpg


드렁큰 타이거 인사말


드렁큰 타이거는 진심으로 힙합에 미쳤다. 몇 년 동안 그의 행보를 보고 직접 만나보면서 내린 결론이다. 제대로 미치지 않고서야 이번 앨범 같은 음반을 기획했을 리 만무하다. 십 년 넘게 오버그라운드에서 활동하며 입지를 구축하고 있고 가정까지 꾸리면서 이제는 편안하게 음악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을 만도 하건만, JK는 오히려 더욱 힙합 본연의 매력 속으로 모험을 감행하며 끊임없이 힙합팬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과연, 이런 뮤지션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언제나처럼 시끄러운 논란이 있었지만, 그는 한국힙합 씬의 큰형님으로서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Feel Good Side]와 [Feel Hood Side]를 들고서.

리드머 (이하 ‘리’): 그 동안 잘 지내셨죠?

타이거 JK(이하 ‘JK’): 네. 그런데 솔직히 앨범이 나올 때가 돼서 여러분께 빨리 들려드리고 싶은 맘에 정말 기분이 들 떠 있었는데, 여러 글을 보면서 좀 잘 못 지냈어요. (웃음) 리: 아… 그래도 응원하는 분들이 훨씬 많았는데요. (웃음) 안 그래도 그 부분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말씀을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그 전에 가장 중요한 앨범이야기부터 했으면 해요. 이번 앨범이 나오기 까지 개인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잖아요. 투병, 결혼, 득남까지…… 아무래도 이러한 사건들이 이번 앨범 작업에 큰 영향을 미쳤겠죠?

JK: 영향을 안 미칠 수가 없죠. “축하해” 같은 곡은 사실 제 일기에서 따온 거거든요. 힙합 축하송을 만들고 싶었죠. 아빠가 되고 나니 별의 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조단이랑 같이 차에서 들을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었어요. “Magic”도 그런 맥락이고요.

리: 확실히 약간이긴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이전보다 좀 여유로워지고 밝아진 듯한 느낌이 묻어나요.

JK: 현재 제 상태가 그래요. 특히, [Feel Good Side]에는 저의 현재 정신상태를 담았어요. 7집까지만 해도 정말 어두웠잖아요. 아마 지금 같은 후광은 볼 수 없었을 거에요. (웃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팡이에 의지한 채, 절망적이었죠. 그런 것들이 앨범에 묻어 나오더라고요. 날 표현하는 게 좋아서 시작했던 음악인데, 어느 순간부터 날 구속하고 있다는 기분도 들었어요. 사람들한테 욕먹기 싫어서 시도하는 것도 생기고…. 밥 말리(Bob Marley)만큼은 아니더라도 데미언 말리(Demian Marley)한테 빠져서 레게 음악을 시도하려 했는데, 반응도 좋지 않았고….

리: 7집은 특히, 좋은 평을 많이 받았었는데요, 많은 부담 속에서 탄생한 앨범이었던 건가요?

JK: 그런 셈이에요. 많은 의논과 회의를 통해 방송 활동에 나가기보다는 곡들을 영상화시키고자 했고, 여러 MC들이 제시하는 방법론도 해보고 싶었고, 스토리텔링에 더 집중하고 싶었구요. 슬릭 릭(Slick Rick)에 완전히 빠졌던 시기라 1절에 40마디가 넘어가는 게 3절이나 되는 곡도 만들었었죠. 굉장히 예민했던 시기이기도 했고요. 그런 반면, 이번 앨범에선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시도 했죠. 대신 레게는 꾹 참았어요. 윈디시티가 만든 곡에다 약간의 (레게적) 요소만 넣어놓고 “6번 줄 없는 통기타”에서 절제해서 시도했죠. 최근 언더그라운드에서는 괜찮은 MC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런 친구들도 메이저에서는 정제되어서 나오잖아요. 환경이 그래요. 체게바라(Che Guevara)도 아니고, 뻐기다 보면 커트되어버리거든요. 제가 그렇게 빽이 많은 건 아니지만, 8집 가수가 되다 보니 약간의 루트가 생겼죠. 요즘 그나마 얼굴이 알려졌어요. “놀러와”에 나오고 난 후부터.

리: 역시 예능의 힘이란 세군요. (웃음)

JK: 제가 그렇게 판문점에서 거제도까지 뛰어다니면서 공연을 하고 ‘러브레터’에서 방방 뛰어도 사람들이 그냥 ‘힙합하는 사람이구나.’ 이랬는데, ‘놀러와’에 한번 나오니까 다들 알아보더라고요. 감사하긴 하지만, 속으론 약간 씁쓸하죠. 그런가 하면, [Feel Hood Side]에서는 저를 자극한 사람들을 찾아갔어요.

리: 앨범에 참여한 후배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이 그 사람들이겠군요. 이번 앨범에서 언더그라운드 후배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시킨 점은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JK: 제가 한국힙합 광팬이거든요. 양갱이란 친구를 예전부터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캐릭터가 참 신비했고, 그 목소리가 계속 맴돌더라고요. 찾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죠. 그런데 우연히 팔로알토랑 공연을 가면서 양갱 이야기를 꺼냈더니 자기 친구라고 그러더라고요. 그 인연으로 양갱을 찾았는데, 당시 양갱은 음악에 회의감을 느끼고 그만 둔 상태였어요. 제가 겨우 설득해서 같이 작업하게 되었죠.

리: 양갱 씨를 다시 마이크로폰 앞에 서게 한 건 정말 잘 하신 일 같아요. 스타일이 있는 래퍼였는데, 일찍 그만둔 것 같아 아쉬웠거든요.

JK: 그쵸. 정말 잘하는 친군데. 화나라는 친구도 굉장히 주시했어요.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굉장히 인상 깊었는데, “Rhymonic Storm”을 듣고 그야말로 충격을 먹었어요. 이 친구는 외계인이 아닌가 싶었는데, 직접 만나보니까 정말 외계인 같더라고요. (웃음) “주파수”라는 곡이 바로 이런 내용을 담은 곡이에요. 그 곡에서 저는 사람들에게 소외 받는 너드(Nerd)에요. 화나는 외계인이구요. 제가 외계인을 발견한 거죠. 그리고 이제는 서로 찾았으니까 스토리를 계속 확장해서 시리즈로 만들어보려고요.

리: 어떤 형식이 될까요? 싱글?

JK: 싱글이 될 수도 있구요, 각자 앨범에 수록될 수도 있구요. 앞으로도 이런 기획 싱글을 종종 발표하려고 계획 중이에요. 그런데 이번에 정말 아쉬운 건 메타형과 작업을 못했다는 거예요. 이번 앨범은 정말 저에게 기념비적인 앨범이 될 것 같아서 메타형과 꼭 같이 작업을 하고 싶었거든요. 앞으로 앨범 한 장 분량의 CD를 계속해서 낸다는 건 힘들 것 같아요. 앨범을 하나 내면 정글같이 작은 회사는 회사 재정이 다 들어가는데, 현실은 점점 디지털 음원쪽으로 흘러가고 있고. 그래서 이제는 수용할 건 수용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아무튼 그래서 메타형과 함께 못한 게 더욱 아쉬워요. 제 랩이나 스크래칭으로 메타형의 이름과 벌스를 언급하는 걸로 위로를 삼았죠. 그런데 힙합팬들이 그것에 대해 많이 언급을 해줄 줄 알았는데 없더라고요. 그 곡에 왜 그 소리가 들어갔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더라고요. 그게 굉장히 중요한 문구인데.

리: “짝패”에서 스크래칭 부분에 등장하는 벌스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가리온의 “불멸을 말하며”에서 따온….

JK: 자세한 건 말 안 할래요. 리스너 분들이 어떤 의미인지 찾아주길 바랍니다. (웃음) 그리고 원카인(1kyne)도 너무 일찍 사우스에 집착했다가 요즘엔 거의 음악을 그만둔 상태더라고요. 이 앨범을 통해 내가 아쉽다고 생각했던 사람들 다 불러모았어요. 사마-디(Sama-D)도 그렇고. 개화산을 뭉치게 하는 게 저의 목표였죠.

리: 방금 언급한 “짝패”에서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 대한 일갈이 느껴지던데요?

JK: “짝패”는 사람들이 많이 거론 할 줄 알았던 곡이에요. 랍티가 말랑말랑한 곡을 많이 만들었잖아요. 그래서 본인이 원래 하고 싶었던 비트를 뽑아달라고 했어요. 그 곡을 만들 당시 힙합 씬에 시끄러운 일들이 많았는데, 팔로알토가 그런 내용을 주제로 먼저 가사를 쓰기 시작하더라고요. 원래는 이런 비트의 곡으로 방송에서 해보고 싶어서 아껴두고 있었는데, 팔로알토가 가사에 ‘fucking’이라는 단어를 넣는 바람에 방송은 포기했죠. (웃음) 펀치라인을 영어로 숨겨놔서 아쉽긴 한데, 사이버 공간 속의 비기(Notorious B.I.G), 투팍(2Pac)들을 다룬 곡이에요. IT강국이고 다들 먹고 살기 바쁜 건 아는데, 이젠 수면 위로 올라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문화를 즐길 줄 아는 것도 영적으로 좋은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단지 리스너 뿐 아니라 주변의 음악 하는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곡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제는 같이 행동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거든요. 7집까지가 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가사라면, [Feel Hood Side]에는 각각의 곡에서 표현하고 싶은 분위기를 담아봤죠. 그래서 캐릭터도 빌린 거고요.

리: 이 불황에 2CD를 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모험이었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가격이 두 배인 것도 아니고, 1CD와 거의 같잖아요. 원래 처음 기획 단계에선 두 장이 아니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JK: 네. 에피소드가 있어요. 저는 다른 뮤지션 노래에 실릴 가사를 쓸 때 제 앨범 작업 때보다 수월하게 해요. 성의 없이 쓴다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 하기가 쉽다는 거죠. 그런데 유독 제 앨범 가사를 쓰는 걸 잘 못하는 편이에요. 제가 힘들 땐 어두운 가사가 나오고 좋을 땐 밝은 가사가 나오거든요.

리: 그게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요?

JK: 자연스럽긴 한데 가사를 의도적으로 기획하기는 힘들죠. 저는 유독 제 감정과 정신상태가 그대로 묻어나는 편이라서 그런 곡들이 이번 [Feel Good Side]에 투영됐어요. 3집의 “Good Life”처럼 기분이 좋아져야 할 시대가 됐으면 했거든요. 내 아이를 위해서, 회사를 위해서라도. 그런 희망적인 내용으로 작업을 하고 있을 때 회사에서 앨범을 내자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뭔가 이상했어요. 저에겐 이게 진실된 앨범이고 나의 정신상태가 표출된 앨범인데, 만약에 이게 내 마지막 정규앨범이 된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Feel Hood Side]를 만들게 된 거에요. 작업은 다 했는데 수록하지 못한 곡들이 있어요. 굉장히 해보고 싶은 랩 스타일이었는데, 막상 녹음하고 나니까 저랑 안 맞았거든요. 저의 나름대로 위치가 있잖아요. 나름 8집 가수고 나이도 있으니, 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다는 걸 알았죠. 가끔은 도끼(DOK2)가 부러울 때가 있어요. 도끼 나이니까 할 수 있는 그런 간지가 있잖아요. 그래서 셔니슬로우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토론했어요. 셔니슬로우도 5년만 젊었으면 좋겠대요.

리: 그래도 젊은 래퍼들은 갖지 못한 관록이 있잖아요. 여전히 두 분 다 랩스킬도 뛰어나고….

JK: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감사하지만, 그래도 부러운 건 부러워요. (웃음) 여하튼 전반적으로 [Feel Hood Side]에는 우리가 처음 빠졌었던 힙합의 스타일을 담고 있어요. 이런 곡을 공중파무대에 올린다면 힙합 씬에 힘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은 언더그라운드에서 조차 이런 음악을 듣기 힘들잖아요. 한쪽은 우리 동네 머리방 아줌마가 쭉 틀어도 좋을 만한 앨범. 한 앨범은 랩이 좀 민망하지만, 이 시점에서 나오면 좋을 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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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Feel Good Side]는 대중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앨범, [Feel Hood Side]는 좀 더 가사와 플로우에 집중한 앨범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그런데 사실 [Feel Good Side]도 그렇게 대중적이기 만한 앨범은 아니던데요? 타이틀 곡인 “True Romance” 만 봐도 그렇고요. 비트는 부드럽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대중적이지 않죠.

JK: 그 곡 가사엔 사실 엄청난 풍자가 들어있어요. 지금 상황과도 딱 들어맞는 가사인데, 잘 모르시는 것 같더라구요. (웃음)

리: 저는 처음에 제목만 봤을 때는 윤미래 씨와의 로맨스를 담은 곡인 줄 알았어요. (웃음) 하지만, 아니더군요.

JK: 이 곡뿐만 아니라 많은 곡에 다양한 연막이 뿌려져 있어요. [Feel Good Side] 수록곡 중 원래는 [Feel Hood Side]에 수록되어야 하는 노래도 몇 곡 있어요. 일부러 두세 개를 서로 바꾸어서 수록했죠.

리: 어떤 곡들인지 감이 오네요. 의도가 있었겠죠?

JK: [Feel Good Side]를 즐겨 들을만한 대중이라도 “숫자놀이” 같은 곡을 듣고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의도였죠. 아무래도 [Feel Good Side]가 좀 더 대중을 고려했기 때문에 자칫 감상이 너무 양분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힙합적인 곡들을 자연스럽게 중간중간 넣어봤죠. “숫자놀이”를 만들 때 랍티미스트에게 ‘완전 90년대 힙합 스타일로 돌아가자’는 주문을 했어요. 그래도 금지 당하면 안되니까 가사는 쉽게 썼죠. 그 곡의 펀치라인은 후반부 브릿지 부분이에요. 가사가 영어라서 잘 모르고 지나친 분들도 있겠지만, ‘No more philosophy no ology no knowledge are left deader than zombies in the industry no knowledge of self.’. “Don’t Cry”같은 곡도 사실 [Feel Good Side]에 어울리지 않죠. 콰이엇한테 ‘진짜 사랑노래 같지 않은 비트의 사랑노래를 하고 싶다’라고 부탁했거든요.

리: 앤(Ann) 씨의 부친상도 앨범이 2장으로 나오는데 영향을 준 걸로 알고 있는데, 맞나요?

JK: [Feel Hood Side]가 더 수월하게 나올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곡이 바로 “Rest In Peace”에요. 앤의 아버님이 돌아가신 것에 대한 추모곡이죠. 사실 “8:45 Heaven”이란 곡이 있었으니 이런 곡은 더 이상 만들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사람 일이란 참 모르는 것이더라고요. 앤 아버지가 병원에서도 포기한 환자를 고쳐내는 분이셨거든요. 유도 선수 출신인데, 예전엔 운동하다 다쳐도 병원 갈 형편이 안되니 스스로 고쳤잖아요. 그렇게 요령을 터득해서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었던 굉장히 건강한 분이셨어요. 저도 그 분 때문에 성격이 굉장히 밝아졌거든요. 그런데 그 분께서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앤이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죠. 거기서 나온 곡이 “Rest In Peace”이에요. 그 곡 가사를 해석해서 올릴 계획이에요. 제가 생각해도 가사가 정말 뜻 깊은 것 같아요. 앤이 울면서 녹음한 곡이거든요. 녹음을 하다가 더는 못 부르겠다고 해서 그냥 그 정도만 녹음을 했어요. 그래도 이 곡을 계기로 많이 털어냈죠. 요즘 앤은 음악에 몰두하고 있어요. 곧 앤의 새 앨범을 만나실 수 있을 거에요.

리: 오, 앤 씨의 팬들이 참 많은데, 반가운 소식이네요.

JK: 많이 기대해주세요.

리: 이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라킴(Rakim)과 라카(Rakka)의 참여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엄청난 화제가 됐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구요. 어떻게 참여하게 된 건가요?

JK: “Monster”라는 곡을 원래는 패로 먼치(Pharoahe Monch)와 작업하려고 했어요. 친분이 있던 탈립 콸리(Talib Kweli)가 패로 먼치를 추천해줬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제가 ‘Yo, Simon says, get the~~’라고 외치면서 ‘빰~’하고 전주가 나오는 인트로를 만들었었죠. 패로 먼치가 자신이 컴백하는 듯한 곡을 만들고 싶다고 해서요. 그래서 ODT의 인격을 빌려서 더 미친놈처럼, 그리고 패로 먼치를 리스펙트 하는 의미에서 작업했어요. 그리고 베이에어리어(Bay Area)를 기반으로 하는 페더레이션(Federation)이 훅을 만들었는데, 패로 먼치가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고요. 전형적이라고. 한국적인 걸 듣고 싶다고 해서 판소리에서 영감을 받아서 훅을 만들어봤죠. 외국사람들이 신기해할 만한 걸로. ‘하나, 둘, 셋, Simon says – 빰 바바바 밤 발라버려’ 패로 먼치가 듣더니 이 부분이 굉장히 좋다고 하더라구요. 저나 제 식구들은 신이 났죠. 그들은 저희의 영웅이었거든요. 페더레이션이 만든 것보다 내가 만든 걸 더 좋아하다니. ODT도 대박 웃기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패로 먼치가 한달 동안 호주로 공연을 가니 기다려달라는 거였죠. 당연히 패로 먼치가 기다리라고 하면 기다려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유통사에서는 이미 난리가 난 거예요.

리: 예정했던 발매일 때문에 그렇군요.

JK: 네. 그렇죠. 그래서 할 수 없이 대안을 찾고 있었는데, 그 쪽 크루를 왔다갔다하던 한 사람이 대신 해주기로 한 거죠. 그가 바로 라킴. (인터뷰어: 이야~) 그 사람도 약간 저랑 비슷해요. 또 이런 말 하면 (키보드 치는 시늉을 하며) ‘네가 뭐가 비슷해 이 XX야.’라고 할 테지만. 제가 라킴의 인터뷰를 읽었는데, 그 사람도 아이를 낳으면서 많이 달라졌대요. 자기의 말이 법이고 자기가 ‘God MC’라고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아기를 낳고 보니까 지금의 힙합이 나아가는 방향이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콜라보도 줄이고 조심스럽게 랩을 하기 시작한 거죠. 오늘날 다양성이 없어진 힙합 씬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있던 찰나 “Monster”를 듣고 애착을 갖게 됐대요. 오토튠도 없고, 일렉트로닉 사운드도 없었기 때문에요. 처음엔 이 곡을 패로 먼치 앨범에 수록될 곡으로 알고 있다가 한국에서 드렁큰 타이거라는 뮤지션의 앨범에 수록될 곡이란 걸 알게 된 거에요. 이 곡을 듣고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찰나에 라킴이 한번 같이 작업해보고 싶다고 마음이 바뀐 거죠. 저야 뭐 영광인데, 그 때까진 믿지 않았어요. 소문도 안 냈죠. 괜히 소문 냈다가 잘못되면 좆 되는 상황인 거니까. 우리끼리만 숨죽이면서 좋아하고 있었는데, 사무실에서는 되게 시무룩한 얼굴로, ‘형, 정말 미안한데 패로 먼치가 시간이 안돼서 라킴이 대신 해준대요. 어떡하죠?’ 이러더라고요.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친구들은 라킴이 어느 정도인지는 처음에 잘 몰랐었거든요. (전원 웃음) 제가 팔로알토한테 가서 ‘라킴이 한다는데?’라고 했더니 팔로는 ‘에이~. 무슨 말이에요.’라고 하고. 랍티는 ‘형. 왜 그래요?’ 라면서 믿지 않았어요.

리: 쉽게 믿기는 힘들었을 것 같아요. (웃음)

JK: 라킴이 랩을 보내달라고 하는데 엄청 떨리더라고요. 그리고 OK 사인이 떨어졌는데, 사실 그 때까지도 믿진 않았어요. 그 다음에 연락이 오면서 ‘이거 진짠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약간 미안한 게, 라킴이 처음 보내 준 랩은 더 멋이 나요. 이번에 수록된 건 라킴이 여덟 번 째 고친 랩이에요. 굉장히 스피리츄얼한 사람이라, 한국에 발매될 앨범인데 뭔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계속 고친 거죠. 믹스다운 날짜가 잡혔는데, ‘세종’ 발음이 잘 안 된다고 하루만 시간을 더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믹스 다운이 이틀 밀렸어요. 그 때까지만 해도 ‘아, 하기 싫어졌나 보다.’하고 생각했어요. 솔직히 그렇잖아요. 그런데 마지막으로 수정한 랩이 온 거죠. 그 때의 전율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랍티의 리액션은 ‘이거 진짜 라킴 아니죠? 성대모사죠?’였어요.

리: 아, 정말 라킴의 장인 정신이 느껴지는 에피소드네요. 힙합팬으로서 감동입니다.

JK: 랍티가 이번 앨범을 거의 프로듀스 해서, 굉장히 즐기더라고요. 그 땐 정말 모든 사람들이 탄성을 질렀어요. 자뻑 같지만, 솔직히 말하면 여기저기서 공연을 하면서 생긴 루트로 좀 더 유명한 사람과 콜라보할 수도 있었어요. 회사에서는 이왕이면 다른 사람이랑 같이 작업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그건 의미 없는 것 같더라고요. 라킴이 본좌니까. 그래서 정말 재미있게 작업했어요. 우리끼리만 즐겁게 작업했으면 됐다고 생각했지 이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킬 지는 상상도 못했죠.

리: 라킴에 묻히기는 했지만, 그에 못지 않은 래핑을 선사한 라카의 참여도 궁금해요.

JK: 라카는 이미 친분이 있는 상태였어요.

리: DJ 바부(Babu)를 통해서요?

JK: 네. 그런데 사실 DJ 바부는 라스코(Rascoe Umali)와 더 친해요. 덕분에 에비던스(Evidence)와도 알게 되었는데, 라카가 워낙 성실한 친구여서 같이 작업하게 됐죠. 또 팔로알토가 라카를 정말 좋아해요. 이번에 랩도 정말 미친 수준으로 해줬고. 라스코 랩도 죽여줬죠. 미키 아이즈(Mickey Eyez)도 이번에 참여하려고 했는데, 아내가 임신 중이라…

리: 아, 정말 미키 아이즈 씨도 참여했다면, 더 죽여줬을 것 같네요.

JK: 안 그래도 라킴이 참여한다니까 자기도 꼭 참여하고 싶다고 아내 몰래 나와서 녹음하는 투혼을 발휘하긴 했는데, 다 끝내기도 전에 아내가 입덧해가지고. (전원웃음)

리: 그 심정 또 잘 이해하시죠?

JK: 지금 잘 안 하면 평생 원망 듣는다고 보냈죠. 그래서 “Three Kingz”에선 암시만 줬어요. 아무튼 라스코가 랩을 너무 잘해줘서. 제가 만약 최고의 외국 랩퍼 다섯 명을 꼽는다면, 라스코가 그 안에 반드시 들어갈 거에요.

리: 그 곡에서 JK 씨의 ‘Alter Ego’인 ODT가 인상적이었습니다. ODB에 대한 헌정이 섞인패러디였나요?

JK: 네. 맞아요. ODB가 처음 나왔을 때 정말 충격이었어요. 어떤 사람은 저건 랩이 아니라고 하기도 했고. 어떤 때는 라임도 아예 안 쓰면서 랩을 할 때도 있고. 예전에 그래미상에서 피디디(P.Diddy)가 상 받으러 올라가자 ODB가 비싼 턱시도 입고 왔는데 상 안 줬다고 무대로 뛰어 올라가서 피디디를 밀어내더니 “Wu-Tang forever! Wu-Tang is the best!”라고 외쳤잖아요. 사람들이 다들 조작한 건 줄로 알 정도였죠. 그런 똘끼 있는 모습이 저와 굉장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우탱을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 제가 나스(Nas)처럼 아주 딥한 이스트 코스트를 오마쥬 할 정도는 아닌 것 같고. ODT와 ODB도 어울리고. 이런 걸 생각하면서 앨범을 들으시면 듣는 재미를 더 잘 느낄 수 있을 거에요. 그런데 이 랩핑 스타일을 싫어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특히, 리드머에서…. ‘병에 걸려서 랩이 이상해졌다. 골골거리고…’라고 쓴 댓글을 기억해요. 그건 정말 가슴 아팠어요. 목소리 듣기 거슬린 걸 병에 걸렸다고까지… 그리고 굳이 ODB를 오마쥬 한 것은 제 본래 성격 때문이기도 해요. 제가 보시다시피 굉장히 썰렁한 사람이거든요. 특히, 예능프로그램에선, 어휴, 카메라 빨간 불이 들어오는 것만 봐도 미치겠어요. 죽을 것 같아요.

리: 다큐멘터리에서 보니까 사진 찍는 것도 굉장히 싫어하시던데요? (웃음)

JK: 진짜 싫어요. 저는 원래 파사이드(Pharcyde)의 영향을 많이 받았거든요. 파사이드는 진지한 면도 있지만, 익살스러운 면도 많잖아요. 소울즈 오브 미스치프(Souls of Mischief)도 그렇고요. 그래서 랩 할 때 굉장히 많은 캐릭터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굳어진 ‘무브먼트의 형’ 이미지 때문에 묶여있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죠. 웃기고 싶은데. [Feel Hood Side] 사진을 보면 제가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이나 프린스(Prince)를 따라 한 사진이 있어요. (리쌍의) 길같이 30분 안에 여자를 꼬시는 게 아니라 ‘0.1초만 내 눈을 보면 넌 나한테 빠져.’ 이런 포스 있잖아요. 그런 아티스트들의 오마쥬를 내포해서 익살스러워지고 싶었죠. 일례로 “Freaky Deaky Superstar” 가사는 해석할 수도 없을 만큼 야해요. (웃음) 지난 앨범들처럼 무겁게만 가지 말고 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어서 다른 인격체들을 빌려서 나온 게 ODT에요. 힙합예능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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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곡이 나온 후, 라킴이나 라카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JK: 라킴이나 라카, 그리고 다른 많은 외국 랩퍼들과 관계자들이 “Monster”를 듣고 공통적으로 한 말은 ‘JK 랩이 재미있긴 한데, 윤미래가 누구냐? 당장 데려와라.’였어요. 윤미래 때문에 묻힌 1인, JK. (웃음) 뿌듯하면서도 씁쓸하더라고요. 정말 씁쓸했어요. (전원 웃음)

리: 오, 왠지 앞으로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 같은데요?

JK: 그럴지도 모르죠. (웃음) 사실 이 친구들이 작업 이후에도 계속 메일을 보내오는데, 논란이 된 이후로는 공개하지 않고 있어요. 제가 지금까지 다른 해외 아티스트와 작업한다고 말만 하고 지키지 못했잖아요. 개인적으로 정말 많은 일들이 생겨가지고. 그게 제 팬들한테 너무 미안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다 공개하고 싶었는데, 이번 앨범에 대한 논란 때문에 공개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어요. 진실을 말하면 허세가 되어버리는 상황이라….

리: 결국, 일부 힙합팬들이 스스로 소통을 막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네요. 씁쓸합니다. “Monster”는 화제 못지않게 가사 논란도 있었는데, 이것 역시 보셨겠네요.

JK: 네, 글 다 읽어봤어요. 사실 제가 “Monster”라는 곡을 방송에서 꼭 해보고 싶거든요. 정말 원초적으로 힙합 느낌이 나는 곡으로 가요 프로그램에 서고 싶었어요. 근데 그러려면 심의에 걸리지 않아야 하는 게 우선이에요. 그래서 이 곡에도 역시 뜻을 숨겨놓은 부분이 많아요. 예를 들면, 정확하지 않은 심의에 대해 얘기한

‘좁혀지는 오선 정지선 안에 갇힌 노랫말/말들은 머릿속 마구간에 서 있구/ 그들은 그저 들판으로 자유롭고 싶구-금 토 일 월 화 수 목~~’

같은 부분…. 그런데, ‘발라버려’라는 가사가 훅에만 있으면 사람들이 속어로 이해할 테니 심의에 걸릴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고추장에 발라버려~’, ‘참기름을 발라버려~’라는 표준어로 풀어서 쓴 걸 넣은 거죠. 그런데 그것 가지고 타이거 JK도 이제 끝이라느니 말이 많더라고요. 가사를 들을 때 무조건 꼬투리 잡을 것만 찾지 말고, 아티스트가 뭘 의도하려고 했는지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리: 유독 JK 씨의 음반이 나오면 논쟁을 일으키는 이들이 많다는 생각도 들어요. JK 씨의 위치와 존재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오는 현상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번 앨범을 둘러싼 논쟁은 정말 아니다 싶었습니다.

JK: 사실 앨범 작업을 하면서 되게 할 이야기도 많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은데, 리드머에만 오면 항상 오해와 소문을 풀어야 하는 입장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상황이에요. (웃음) 전 태생이 힙합이에요. 지금 힙합 듣는 친구들은 잘 모르겠지만, 정말 (힙합이) 밑바닥일 때부터 음악을 시작했다고요. 물론, 그것 때문에 나를 리스펙트해달라는 소리는 정말 아니에요. 단지 저는 끊임없이 힙합팬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무조건적인 비난을 들으면 상처도 많이 받고 김이 빠져요. 제가 리드머에 글을 남긴 것은 이번 앨범을 정말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만들었기 때문에 완성하고 난 후, 들뜬 마음에 흥분해서 아이디를 만들고 글을 남긴 거였어요. 그 동안 제가 힙합사이트와 소통이 잘린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거긴 자유로운 논쟁이 일어나야 할 공간이잖아요. 나중에 생각한 건데, 그런 곳에 아티스트가 껴서 인사를 하는 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이렇게 공식적인 인터뷰 형식도 아니고 말이에요. 저야 재미있었지만,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더 반발을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이제 그런 글은 ‘타이거 밤’ 같은 제 공식 사이트에 올릴 생각이에요. 너무 오랫동안 지하실에서 작업하다 나와서 사람들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고 얘기하고 싶고 그랬는데 그게 안되니까. 제 팬들이 절 옹호하는 글을 쓰면 욕을 먹고, 그러니까 속으로만 절 좋아해야 하는 팬들에게도 미안하고…. 참 안타까웠어요.

리: 그 글을 남겼을 때는 정말 많은 분이 반가워했어요. 솔직히 국내에서 장르를 막론하고 오버그라운드에서 입지를 다진 뮤지션 중 이렇게 JK 씨만큼 해당 장르의 팬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소통하고 싶어하는 이가 누가 있을까요? 이 부분을 정작 힙합팬들이 너무 몰라주는 것 같았어요.

JK: 힙합 커뮤니티가 많지 않다 보니 아티스트들이 피드백을 받는 곳들도 거기서 거기잖아요. 그래서 아티스트들이랑도 이런 커뮤니티들에 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아티스트와 리스너 간의 디스전이 시작된 것 같다는 게 공통적 의견이에요. 이제 아티스트들이 이런 디스로 인해 비즈니스적으로도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발생한 거에요. 제가 느끼기에도 무서운 상태가 된 거죠. 예전에는 일방적 비난이라기보단, 내가 읽기에도 뜨끔거리는 글들이 있었어요. 아, 저런 건 내가 한번 해봐야겠다 싶은 내용도 있었고. 약간 기분은 나쁘지만. 예를 들어서, 예전에 ‘무브먼트는 자기들끼리만 한다.’라는 글이 있었잖아요. 사실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우리가 다른데 보단 갑자기 주목을 받기 시작해서 언론이나 다른 매체들에 나갈 수 있는 루트들이 생겼으니까. 그 이후로 의도적으로 무브먼트가 뭉치지 않기도 했어요. 다이나믹 듀오가 활발히 언더랑 활동하고 무브먼트 콘서트를 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에요.

리: 사실 최근 힙합 사이트들에서 저희도 그렇고 타이거 JK 씨도 존경에 마지않는 MC 메타 씨마저 비난하는 글이 간간히 보이고 있어요. 오늘날 한국힙합 씬의 어두운 단면이라고 생각해요. 라킴 사건도 그렇지만, 정말 너무 생각들이 가벼워졌다고나 할까요? 물론, 저는 힙합 1세대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리스펙트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반대해요. 꼭 어떠한 결과물이 아니더라도 힙합과 관련한 여러 활동을 해오면서 씬의 발전에 기여하고 지켜주고 있는 1세대에게는 리스펙트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죠.

JK: 저도 비슷하게 생각해요. 코피를 흘리면서, 정말 허름한 곳에서 곡 작업을 하고 두 달 동안 거의 잠을 못 잤던 그런 과정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매우 중요해요. 어느 화가가 이야기할 듯한 그런 말이지만, 그렇게 힘든 과정도 돌이켜 보면 굉장히 즐거운 일이었어요. 그런데 어쨌든 평가나 판단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2CD에다가 양적으로 때려 박고 돈을 투자했다고 무조건 좋아해달라는 건 정말 아니에요. 중간에 엎어지면서까지 보낸 근 1년간의 과정은 같이 참여한 사람들끼리의 즐거움인 거죠. 물론, 또 그게 기특해서 앨범 사주시는 건 반대하지 않고요. (웃음) 아무튼 결과물이 구리면 구린 거에요. 그리고 사람들이 메이저로 올라온 힙합가수는 힙합 커뮤니티에 안 들어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거의가 힙합커뮤니티의 피드백을 원하죠. 솔직히 피드백 얻을 다른 곳도 없으니까. 팔로알토(Palo Alto)도 이런 말 자주해요. 랩을 연구하고 랩을 쓰면서 어떤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긴 한데, 그걸 번개송으로 내긴 싫고, 그래서 피쳐링을 해서 어떤 반응이 오는지 보고 싶다고요.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이른바 ‘1세대’라는 게, ‘유교 꼰대 힙합’ 이런 게 아니라 외국으로 따지자면 런 디엠씨(Run DMC)같은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사람들의 랩을 지금에 랩과 비교하는 건 좀 말이 안되죠. 미국에도 그 사람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리스펙트는 없지만, 그들이 시작해놓은 것들이 있으니까 지금의 것들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 대한 리스펙트는 있거든요. 런 디엠씨나 아프리카 밤바타(Afrika bambaataa)한테 ‘당신 지금 나랑 랩배틀 떠봐, X발.’ 이런 사람은 없단 말이에요. 랩퍼란 실력으로 판가름이 나야겠지만, 그 실력으로 판가름이 나기 전에 어떻게 진화되어왔는지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매번 공부하는 건 물론 힘들겠죠. 하지만, 취미로 힙합을 듣는 사람들과 이른바 전문사이트에서 활동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남보다 그래도 힙합에 애착을 갖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그 정도의 지식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리: 옛날에는 힙합을 대하는 자세가 너무 심할 정도로 진지해서 문제였는데, 요즘은 너무 가벼워져서 문제인 것 같아요.

JK: 메타형과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요. MP시절이었는데, 그 때는 이상한 대결 구도가 있었어요. 그 때 저와 메타형은 서로 존댓말을 쓰는 사이였죠. 저는 말씀을 놓으라고 했는데도 놓지를 않았어요. 그 정도로 저를 별로 달갑게 보지 않았다는 건데, 어쨌든 저는 랩퍼로서 메타형을 늘 존경했어요. 메타형에게는 ‘힙합의 선구자’라는 말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진짜 프리스타일을 하면서 힙합에 대한 문화와 정신을 다 갖춘 사람이었죠.

리: 그 때가 혹시 타이거 JK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냈을 무렵인가요?

JK: 네. 사실 “난 널 원해”가 수록된 앨범은 원래 만들 계획이 없었는데, 옛 기획사에서 무조건 내야 한다는 명령 때문에 만들게 되었어요. 그 앨범이 대중들에게 좀 더 힙합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정말 잘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메타형을 찾아갔죠. 이태원에 빅시스터 하우스였나? 당시 유명하던 옷 가게에서 만나서 악수하고 전화번호까지 교환했는데, 연락이 두절되었어요. 절 별로 좋아하지 않았나 봐요. (전원웃음) 그래서 JP가 가사를 쓰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메타형과 저와의 역사가 시작된 겁니다. (웃음) 그래도 서로 추구하는 게 같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나름의 끈끈함은 있었어요. 그땐 마치 할렘가 같았죠. 붙으면 프리스타일하고. 나름 자기만의, 지금 말하는 이른바 ‘스웨거’를 표출하기 위해 허름한 지하실에서 해외 힙합 뮤직비디오를 틀어놓고 프리스타일을 했어요. 다들 눈이 빤짝빤짝 했어요. 마이크를 뺏고 싶어서. 한번은 제가 나가서 랩을 무지 하고 싶은데, 메타형이 놓질 않는 거에요. 그래서 메타형이 잠시 쉬는 사이에 내가 치고 들어가서 랩한 적이 있죠. 그런 재미있는 시절이 있었어요. 메타형 말고도 많은 사람이 있었죠. 지금의 디지가 인새인 디지(Insane Deegie)가 되기 전에, 데낄라 에딕티드(Tequila Addicted)도 되기 전. 그 시절에도 많은 MC들이 있었다는 거죠. 당시 그 형은 마치 라킴(Rakim)이 랩의 판도를 바꾼 것처럼 한국말로 랩의 플로우를 연구하던 사람이었죠. 아무튼 되게 멋있었어요. 그 뿌리에서 많은 MC들이 영향을 받았구요. 또, 서로의 방법론은 달랐지만, 다들 중요한 역할을 했죠. 그 때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 한국힙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때는 PD들한테 징계를 먹고 많은 고통을 당했어요. 당시 랩퍼들이 힙합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고 똘끼를 부리다가 혼나곤 했거든요. 저도 끝까지 꺾이지 않고 조금씩 밀면서 무대에 올랐었구요.

리: 당시 사람들은 랩을 노래 사이의 여흥구 정도로 생각했죠.

JK: 랩에는 라임이 있어야 한다고 제 1집 스킷에서 밝혔어요. 근데 사람들은 내가 라임에 대해서 모른다고 생각했죠. 그때는 랩이 거의 댄스음악의 조미료였어요. 여덟 마디도 아니고 네 마디 정도? 굉장히 무시 받았다고요. 그때도 전 랩에는 라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죠. ‘지’로 끝나면 ‘지’로 끝나야 한다고. 저뿐만 아니라 다들 자신들이 서있는 위치에서 그런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의 힙합이 있는 거에요. 지금 새로 제시되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게 절대적인 것이 되어선 안되겠죠. 저도 한 때는 좀 그런 경향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나이가 들면서 윈디시티(Windy City) 같은 밴드도 알게 되고, (윤)도현이형을 통해 강산에 씨도 보고 예전에 LP로나 듣던 전인권 선배도 만나면서 시야가 넓어졌어요. 록 음악이나 포크에도 관심이 생기고 예전에 정말 제 심장을 불태웠던 레게 음악, 제가 1집에서 정말 엉성하게 시도했던 댄스홀(Dancehall) 같은 것도 다시 하고 싶었죠. 그런데 제가 가고 싶은 방향에 대해 주변에서 많이들 뭐라 하더라고요. 랩은 이렇게 해야 한다고. 그래서 7집 가사를 방법론적으로 접근시켰던 거죠. 7집뿐만 아니라 에픽하이(Epik High) 등 다른 앨범에 피쳐링할 때도 그런 것들에 대해 많이 연구해보고.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전 한국힙합 마니아거든요. 그런 시도가 재미는 있었지만, 다양성은 없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나처럼 하는 사람도 있어야겠다 싶었죠. 내 옷을 다시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좀 더 여유로워 지더라고요. 아무튼 내가 괜히 메타형을 들먹거리는 것 같아서 그렇긴 한데, 메타형이 안 좋게 입에 오르락내리락 하는 현실이 참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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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이 음악과 문화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보려는 자세가 절실한 시기가 아닌가 싶어요. 한번 더 생각해보면서 듣고요. 이게 랩을 듣는 묘미잖아요. JK 씨도 말씀하셨듯이 이번 8집에는 진짜 의미를 숨겨놓은 가사의 곡들이 많죠.

JK: “힙합 간지남”에 이런 가사가 있어요. ‘팔짱끼고개를 끄떡’. 그게 사실 단순한 파티 노래가 아니에요. (팔짱을 끼고 심각한 표정으로 음악을 듣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팔짱끼고개를 끄떡 난 힙합 간지남~.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메타형 이야기도 나오고 잘 들어보면 라킴의 플로우도 차용했어요. 이런 것까지 *이버 지식인 사람이 알아주길 바라진 않아요. 그 분들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곳은 알리샤 키스(Alicia Keys)까지 인터뷰하는 전문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인데…. 그래서 이 정도 의도는 사람들이 다 이해해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없더라고요. 그래서 굉장히 혼란스러워요. 힙합팬들에게도 일일이 설명해줘야 하나. 사이퍼(Cipher) 코드가 있는 것이 바로 힙합의 묘미인데 말이죠. 예전엔 알 수 없는 가사, 추상적인 가사를 쓴다고 욕을 너무 먹어서…. (전원 웃음) [Feel Good Side]에선 다 풀어서 썼거든요. 그렇지만, 안 그런 곡이 몇 개 있어요. 그 중 하나가 이 곡이고요. 이전엔 랩에 대해 설명하는 게 너무 싫었어요. 전 가끔 진짜 힙합 마니아가 존재하는 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저는 제 옆집 머리방 아줌마도 힙합 매니아라고 생각해요. 이 분이 힙합 앨범을 들어요. 제 앨범에서 시작했지만, 소울컴퍼니(Soul Company)앨범도 듣는다고요. 틀면 좋대요. 젊어지는 것 같다고. 가끔 욕설이 있는 트랙 나올 땐 제가 민망해서 넘겨달라고 그래요. (전원 웃음) 그래도 좋대요. 통쾌하다고. 그렇다면 그 아줌마는 과연 힙합팬이 아닌 것인가. 자칭 힙합팬보다 이런 분들이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혼란스러워요. 아까도 인터뷰가 있었어요. 실외에서 진행하고 있었는데, 술 취한 50대 아저씨가 제 쪽으로 오는 거에요. 전 저에게 시비를 걸러 오는 줄 알고 무서웠어요. (전원 웃음) 그런데 힙합 식으로 악수를 하고 어깨를 부딪치면서 ‘(엄지를 치켜들며) 타이거 JK! 파이팅!’ 이러는 거에요. 그 모습을 보며 ‘내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구나.’하고 생각했죠.

리: 미용실 아줌마처럼 드렁큰 타이거 앨범을 통해 소울 컴퍼니 앨범을 듣는 것까지 이어지는 건 참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JK: 제 배경을 설명하자면, 제가 UCLA에서 창작문학을 전공했는데, 그 전에 동양철학을 공부했어요. 노자와 장자에 심하게 빠졌었죠. 학벌 자랑한다고 또 까이려나? (웃음)

리: 아휴, 안 그럴 거예요.

JK: 아무튼 특히, 장자에 많이 빠졌었어요. 장자는 질문에 대한 해명을 안 해요. 그리고 헤밍웨이에도 빠졌는데, 헤밍웨이의 철학을 좋아했거든요. 그 분은 글을 굉장히 간단하게 써요. 예를 들어서 (초록색 커피병을 만지며) ‘인터뷰하러 습기 찬 지하에 왔는데, 옛 연인을 닮은 초록색 병에 담긴 커피를 마셨다.’가 아니라 ‘인터뷰하러 왔다. 초록색 병에 든 커피를 마셨다.’ 이런 식이죠. 이게 헤밍웨이 스타일이에요. 그리고 누군가 ‘그 커피병에 이러이러해서 감명 받은 것이 맞나요?’라고 물어보면, ‘아, 당신은 그렇게 느꼈습니까?’ 라는 식으로 대답하는 게 헤밍웨이거든요. 저는 장자와 노자, 헤밍웨이가 섞여서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것에 빠지게 된 거죠. 음악도 큐팁(Q-Tip)이나 우탱클랜(Wu-Tang Clan) 같은 것만 듣고. 제가 리스너들과 소통이 너무 없으니까 한 때 웹 상엔 잘못 해석된 가사가 버젓이 돌아다니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죠. 그래서 이번엔 신인의 입장으로 많이 설명해야겠다는 걸 느낀 거예요. 그래서 많이 해명하고 있어요. (웃음)

리: 문득 우리나라에서 타이거 JK씨 정도의 연령대 뮤지션이 힙합음악으로 가요계에서 버틴다는 게 경이로워 보이기도 합니다. 절대 올드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전원웃음)

JK: 지누션이 빨리 나와야죠. (웃음)

리: 물론, 지누션도 오래 활동했지만, 드렁큰 타이거의 음악은 오히려 더 마니악하게 가고 있잖아요. 이제 가정도 생겼으니, 랩퍼로서 플랜이 있을 것 같아요.

JK: 갈등하는 중이에요. 마돈나가 뭘 했다는 뉴스가 올라오면 우리나라에선 ‘저 늙은이 왜 저래?’하는 반응이 많잖아요. 우리 나라 선배 가수들 관련된 반응을 봐도 그렇고요. 그런 게 굉장히 안타까워요. 전 제 나이를 서른 되기 전에 잊었거든요. 음악이 사람을 젊게 만들잖아요. 솔직히 제가 공연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진 모르겠어요. 공연은 더 나이가 들면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일단 활동 가능 연령을 좀 더 길게 미뤄놓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그러려면 뒤쳐지지 않게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데.... 가끔 사람들이 ‘20집까지 내주세요.’라고 하는데 그건 모르겠고. 그래도 아직까지는 매 앨범 내면서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 그런데 앨범을 내고도 그 한계가 보이면 이제 안 하려고요. 그 한계가 곧 찾아올 수도 있겠지만요.

리: 그런 일은 없었으면 하네요.

JK: 그럴 것 같으면 빨리 예능계로 가야죠. (웃음) 어제 비지가 농담으로, ‘다음 앨범 제목은 [This Is Not Hip Hop]으로 해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아주 편하게 음악을 하제요. (웃음)

리: 비지 씨가 참여한 “비벼대” 가사도 꽤 선정적인 코드가 녹아있던데요.

JK: 그 곡도 굉장히 야한 코드가 숨어있죠. 다이나믹 듀오의 “Superstar”를 차용했어요. 마이크를 남자들의 상징적인 것에 비유를 해서. ‘우리는 음악으로 쑤셔야 된다’는 정신으로. “내 눈을 쳐다봐” 라는 곡에선 정인이가 시원하게 욕도 해봤죠. 정인이가 되게 올바른 소녀거든요. 그런데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속이 시원하대요. 이 곡에서 아무도 할 수 없는 정인이 만의 감미로운 ‘Fuck You’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전원 웃음)

리: 안 그래도 사석에서 정인 씨한테 에리카 바두(Erikah Badu)처럼 하드코어한 가사로 노래해도 정말 멋질 것 같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그런 부분을 조금은 본 것 같네요. (웃음) 이번 앨범에서 비지 씨의 플로우가 바뀐 게 또 인상적이었어요.

JK: 저와 공연을 많이 하다 보니까 목소리가 텄어요. 마이크가 안 나오는 곳에서도 공연하고 마이크는커녕 종이를 말아서 공연도 해보고, 별의 별 곳에서 공연을 하니 득음을 해버린 거죠. 앨범에선 자기가 시도해보고 싶어했던 톤을 사용해본 거에요. 로우톤을 아예 버린 건 아니고요.

리: “6번줄 없는 통기타”에서는 기존의 드렁큰타이거 특유의 감성이 묻어나서 참 반가웠어요.

JK: 이런 곡이 하나라도 없으면 제 자신한테 너무 섭섭할 것 같아서 만든 트랙이에요. 윌아이엠(Will.I.Am)이 블랙아이드피스(Black Eyed Peas)와 별개로 앨범을 내듯이, 저를 위한 프로젝트 앨범을 낼 계획도 있거든요. 제가 만든 곡들의 랩이 되게 재미있는데, 정규에 넣으면 여러 가지 말이 나올 것 같아서요. 이 곡은 제 기타의 6번 줄이 정말 끊어져서 만든 곡이에요. 결혼을 하니 더 이상 슬픈 노래가 나오지 않더라고요. 옆에서 조단이가 웃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노래를 만들겠어요. (웃음) 그런데 어느 날 벽에 기대서 기타를 봤는데, 6번 줄이 끊어져 있더라구요. 그 기타가 되게 초라해 보였어요. 그 때 바로 가사를 쓴 거죠. 제때 끊어져줘서 기타한테 고마워요. 실제 그 끊어진 기타로 연주한 곡이기도 해요. 자세히 들어보면 튠이 다 나가있어요.

리: 미발표 곡들이 정말 많을 것 같아요. 나중에 후배를 양성한다든지, 무대를 떠나게 되면 그 동안 쌓아놨던 곡들 꼭 좀 풀어주세요. (웃음)

JK: 제 프로젝트로 낼 예정이에요. 절대적으로 개인적인 앨범을 내보고 싶어요. 이름도 바꿔서 내보려고요.

리: 다른 이름도 많이 가지고 있을 것 같아요.

JK: 정말 많죠. 요즘엔 MC 유부남생을 밀고 있어요. (전원 웃음) MC 유부남쌔~앵!

리: 그렇다면 ODT는 이번 앨범에서만 만날 수 있는 캐릭터인가요?

JK: 다른 인격체를 빌리는 일은 계속 시도할 예정인데, ODT가 언제 튀어나올 진 저도 잘 모르겠어요.

리: “Monster”를 비롯한 다수 곡에서 활약한 프로듀서 테크비츠(Techbeatz)를 궁금해 하는 분도 꽤 많아요. 정체를 좀 대신 밝혀주세요.

JK: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동영상의 흑인은 절대 아니고요. 저와 친형제 같은 친구에요. 라스코 우말리의 비트를 담당했던, 팝 적인 비트를 만드는 친구에요. 한국인이고요. “Jet Pack”에 참여한 세프 코베인(Sef Cobane)과 더불어 해외에서 주목 받고 있는 프로듀서죠. 예전부터 비트를 많이 보내줬었는데, 이번에 제가 원하는 비트를 많이 만들어줘서 같이 작업하게 된 거에요. 본인이 만든 비트에 라킴이 참여해서 굉장히 좋아했죠. 라카도 라킴이랑 같은 곡에 참여했다고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테크비츠의 비트는 조만간 외국 팝에서도 많이 들으실 수 있을 거에요. 세프 코베인도 주목해주시고요. 외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둘을 원하고 있거든요.

리: 참, 이번 앨범에서 약간 의아스러웠던 부분이 비트는 별반 차이 없으면서도 가사만 바뀌거나 비트는 바뀌었지만, 가사는 그대로인데 제목이 바뀌어서 양CD에 모두 수록된 곡들이 있던데, 어떤 의도가 있는 건가요?

JK: 곧 [Feel Hood Side]가 아이튠즈를 통해 외국에서 발매 되요. 아이튠즈에서 조사를 했는데, 비 같은 대형가수를 제외했을 때 드렁큰 타이거의 외국인 팬들이 꽤 많았나 봐요. 그래서 아이튠즈에서 제의가 들어온 거죠. 수정작업 없이 [Feel Hood Side] 그대로 발매돼요. 그 쪽에서 한국적 요소를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Feel Good Side]에 수록했지만, 함께 소개하고 싶은 곡을 그런 식으로 넣은 거예요. 미리 계획되어 있었죠. 한국말이 섞여있는 바이링구얼(Bilingual) 랩에 대한 흥미도도 의외로 높아요.

리: 미국에서 발매 되면 에픽하이와 라이벌이 되겠는데요? (웃음)

JK: 그런가? 하하. 한국힙합이란 걸 강조하기 위해서 일부러 1절의 한글 랩도 그대로 넣었어요.

리: 앞으로의 정글 레이블의 계획이 궁금해요. 정인 씨와 리쌍, 앤이 새 식구가 되었단 이야기를 들었는데.

JK: 네! 드디어 앤, 정인, 윤미래 최고의 보컬라인을 구축하였습니다. (웃음) 그리고 리쌍, 테비(TEBY)도 정글 소속이고요. 테비는 지금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어요. 워낙 정신이 없어서 ‘땡스투’에 이름도 못 넣었죠. ‘땡스투’에 빠진 사람도 많고 오타도 엄청 많아요. 자즈를 재즈라고 써놓고…. (전원 웃음) 이름이 워낙 많으니 재즈도 있겠죠? 아, 그리고 양갱은 정글 소속은 아니지만, 저희가 많이 서포트해 줄 예정이에요. 지금은 군대에 있는데, 제대 후 활동을 기대하고 있죠. 군대는 빨리 갔다 오는 게 낫겠다 싶어서 작업 끝나자마자 가게 되었고요. 팔로가 인맥이 좋아서, 그 친구를 통해 언더 친구들과 많이 친분을 쌓고 있어요. 정글을 오케이플레이어(OK Player) 같은 음악집단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메이저에서 활동하고 있긴 하지만, 회사 규모는 무척 작거든요. 그래서 팔로알토가 메이저에 나오면서 음악색이 갑자기 바뀐다든지 하는 일은 없을 거에요. 앤도 정말 ‘앤’다운 작업물이 나올거고요. 우리나라에서 먹히지 않더라도 괜찮아요. 세상이 좁아져서 저희가 굳이 외국 진출을 위해 굽실거리지 않아도 외국에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점점 생기더라고요. 저희도 굉장히 기대하고 있어요.

리: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JK: 모두 행복하시고요, 건강 꼭 챙기시고요. 여유로워졌으면 좋겠어요. 각박한 세상이잖아요. 솔직히 전 비판도 싫고 칭찬만 좋아요. 그런데 가끔 뜨끔뜨끔하게 하는 비판은 있어요. 그런 비판들은 절 발전시키죠. 그렇지만, 선동하는 글은 아티스트의 힘을 빠지게 만들어요. 예전 같은 끈끈함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세상이 너무 치열해서 그런다는 건 아는데, 이젠 움직일 때가 아닌가 해요. 안 그러면 힙합이 자폭해버릴 것 같거든요. 완전 대박 MC가 나와도 커뮤니티 선에서 끝나버릴 것 같아요. 세상에 나와야 할 MC가 거기서 끝나버리면 너무 아깝잖아요. 대중을 조정할 수도 있는 매체를 만날 기회를 얻기도 전에 끝나버리는 건 서로에게 비생산적인 일이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해요. 가끔은 ‘힙합’보단 ‘음악’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즐겁게, 자유롭게 작업하고 싶은 거죠. 이런 사이트들이 뭉쳐서 뭔가를 해주면 외국처럼 섬머잼(Summer Jam) 같은 콘서트도 가능할 텐데. 리스너와 아티스트 모두 좋은 방향으로 뭉친다면 힙합의 부흥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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