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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인터뷰 넉살 – 열심히 사는 너와 난 하나

한국힙합위키

넉살 – 열심히 사는 너와 난 하나 리드머 작성 | 2016-03-11 03:50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28 | 스크랩스크랩 | 36,631 View


인터뷰, 글: 황두하, 하태욱

사진: VMC 제공



랩퍼 넉살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비스메이저(VMC)에 입단하고 나서부터다. 때문에 그에겐 ‘중고신인’이란 별칭이 붙기도 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고, 오랫동안 준비한 첫 번째 정규앨범 [작은 것들의 신]이 발표됐다. 앨범은 유쾌한 넉살의 캐릭터를 그대로 보여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진지한 어조로 ‘헬조선’이라 칭해지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으려 노력하는 사람들을 향해 위로를 건넨다. 이번 앨범을 통해 솔로 아티스트로서 존재감을 아로새긴 그와 만났다.



리드머(이하 리): 앨범 발매 후 인터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습니다. 힙합플레이야, 힙합엘이, 리드머.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요청드릴게요. 이전 인터뷰들에서 이야기 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팍팍 해주세요.


넉살: 아, 네, 제가 모든 걸 다 끄집어내도록 할게요. (웃음) 정말 죄송한 이야기지만, 지난 힙합엘이 인터뷰 때 네 시간 동안 뼛속까지 파고들어서…. 그래도 또 남은 이야기들을 더 털어놓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리: 감사합니다. (웃음) 앨범 발매가 이전에 말한 날짜보다 늦었어요. 이번에 딥플로우 씨가 '한국대중음악상'에서 2관왕을 달성했는데, (앨범 발매가) 조금 더 빨랐다면 노려볼만 했던 것 아닌가요?


넉살: 저는 꿈도 못 꾸죠. 상구(딥플로우) 형의 [양화]나 [The Anecdote] 정도 돼야지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아직 1집인데다가 배우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어제도 허클베리피(Huckleberry P) 형이 ‘너도 노려볼만 하잖아’라고 말하긴 했는데, 아직 먼 것 같아요. [작은 것들의 신]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주고 홍보도 잘 되긴 했지만, 아직 완벽한 작품의 가치에는 도달하지 못 했다고 생각해요. 올해도 더 많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시작이죠.


리: 원래 EP로 기획했다가 풀렝쓰(Full-Length) 앨범으로 바뀌게 된 게 딥플로우 씨의 조언 때문이었다고 했는데, 그 외에 다른 이유가 있나요?


넉살: 일단 저는 상구형을 전적으로 믿고 있어요. 올해의 음악인이니까… 검증이 된 분이라. (모두 웃음). 사실 그런 것보다도 이 앨범은 제가 상구형을 만나고 VMC에 들어올 때부터 내고 싶다고 부탁했었어요. 그때 상구형이 ‘이건 EP로 가면 안 되고 정규로 가야 한다.’라고 말씀해줬죠. 왜냐하면 제가 오래 전부터 활동해왔고, 나이도 어느 정도 먹으면서 말도 안 되는 ‘중고 신인’이라는 타이틀까지 붙게 됐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정규가 필요한 거지, EP가 필요한 게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거죠.


리: 앨범에 대한 부담이 꽤 컸죠?


넉살: 엄청 부담됐었죠. (발매 전에) 이미 이상한 헛소문이 많이 돌았어요. ‘전설의 앨범’이라는 둥, 클래식이라는 둥. 이게 무슨 인터넷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제 주변에 리짓군즈(Legit Goons)나 리드메카(Rhydmeka), 게릴라즈 같은 친구들도 ‘야, 얼마나 대단한 걸 만들기에 그러냐.’라는 식으로…. 거의 ‘전설의 드래곤’ 같은 느낌이 되어버렸죠. 거기서 부담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리: VMC에 들어간 계기가 딥플로우 씨의 제안 때문이라고 했잖아요? 당시 VMC가 넉살 씨에게 최선의 선택이었나요?


넉살: 그런 건 아니에요. 사실은 비슷한 걸 개인적으로 물어보는 친구들도 많았어요. 당시가 “RHYD YO”랑 “Just Do It”이 나올 때였는데, ‘조금 더 버티지 왜 VMC에 들어가냐’라는 의견도 있었죠. 일반적으로는 아메바 컬쳐처럼 TV도 나오는 곳을 갈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런 데를 가지 왜 다시 인디로 시작하려고 하느냐는 거였죠. 그렇지만 저는 원래 상구형에 대한 리스펙트가 있었기 때문에 (상구형이) 부르면 무조건 가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옛날부터 앨범을 워낙 잘 만드는 사람이었고 힙합적인 이해도가 제 코드랑 완전히 맞았거든요. 상구형이나 VMC 공연 보러 가면 저도 빠져서 춤추며 놀곤 했어요. 그래서 대단한 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상구형이 제안을 줘서 일말의 고민도 없이 들어가게 된 거죠.


리: 그럼 당시에 생각해둔 그림이 있었나요? 비전이라든지. 그리고 그것들을 지금 어느 정도 이룬 것 같은지….


넉살: 상구형이 웃긴 게, 그때 (VMC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그랬어요. (웃음) 제가 들어와도 이 팀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죠. 사실 상구형이 고마운 게 헛된 희망을 주지 않아요. 한 만큼 돌아온다는 주의라서. 그래서 들어올 때도 ‘이게 없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젊은 날의 에너지를 가지고 네 앨범을 허접하게 내는 것보다 멋있게 내는 게 낫지 않겠느냐. 내가 도와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다.’라고 했던 말이 너무 진실되게 느껴졌어요. 가슴에 와 닿아서 바로 들어간 거고요. 비전에 대해선 특별히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요. 사실 저희는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거든요. 이번에 상구형이 한대음에서 상을 받은 것도 의미가 크지만, 이 상을 받았다고 해서 저희가 갑자기 돈을 많이 벌게 되는 건 아니잖아요. 현실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매칭이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렇지만 만일 이걸 비전의 하나라고 본다면, 2관왕을 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작두”는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올해의 음악인' 부문을 탈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어찌 보면 잘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의 비전이라면 ‘매순간 좋은 앨범을 만들자.’라는 것밖에 없지만, 상구형이 나름 증명했다고 생각해서 (상을 받은 일이) 프라이드가 됐죠.


리: 지금 말씀한 건 VMC 차원의 이야기인 것 같은데, 넉살 씨 개인의 비전과 관련해서 더 듣고 싶어요.


넉살: 저는 지금 꿈같은 삶을 살고 있어요. 되게 황송하죠. 사실 음악을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한 게 몇 년 안돼요. 2년 정도 밖에 안됐는데,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이룬 거죠. 이건 상구형이라는 귀인을 만나고, VMC라는 팀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라고 봐요. 아무튼 전 꿈 같은 삶을 살고 있어요. 20대 때 제 인생의 목표가 딱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EBS 공감'에 나가는 거였고, 또 하나는 제 이름을 건 정규 앨범을 내는 거였어요. 앨범이 늦어지면서 약 두 달 정도 꿈이 딜레이 되긴 했는데, 미국 식 나이로는 이룬 거라고 봐야죠. (웃음) 그런 식으로 제 자신을 어르고 있습니다.


리: 넉살 씨가 VMC에 들어오고 나서 팀의 색깔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무조건 강하고 센 이미지가 중화된 느낌이랄까. 어떻게 생각해요?


넉살: 그렇게 보실 수도 있는데, 지금도 여전히 세요. (웃음) 저희는 일단 부수지 않으면 못 참는 느낌이기 때문에. 악인이거나 갱스터 집단은 아니지만…. 로우디가(Row Digga)형이 말했던 게 생각나네요. 앨범 아트워크를 만들면서 VMC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었다고. 그것이 어느 정도 성공했고, 말씀한 것처럼 그런 식으로 (중화됐다고) 봐줬다면 목표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상구형이 그때 ‘하이톤이 없었는데, 하이톤이 필요했어.’라고 말한 것도 부합되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요.


리: 이번에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도 그렇고, 넉살 씨의 라이브를 들으면 굉장히 귀가 트이는 느낌이에요. 까랑까랑하게 울리는 느낌이라서.


넉살: 조금 디테일한 이야기인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좋은 소리라는 게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어요. 랩퍼라면 ‘이런 소리가 나야한다’라는 게 있거든요. 그때는 믹싱에 따라서 소리가 바뀐다는 걸 모르고, 라이브로도 저런 소리가 나야한다는 생각으로 연습을 되게 많이 했어요. 요즘에는 조금 더 완성도가 좋아지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이거로 돈 벌려면 열심히 갈고 닦아야죠. (웃음)


리: 활동 이름이 ‘넉살’이잖아요. 사전을 찾아보니 '부끄러운 기색이 없이 비위 좋게 구는 짓이나 성미'를 뜻하더군요. 이런 의미를 염두에 두고 지은 건가요?


넉살: 당연하죠. 솔직히 ‘넉살’이라고 하면 제 조카도 알아요. ‘넉살 좋다’ 이 정도는 9살 이상 되면 다 알잖아요. 사람들이 넉살 좋다고 말하는 건 안면에 철판 깔고 비위 좋게 아무 짓이나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거니까. 이건 사담이긴 하지만, 제가 넉살이라는 이름을 짓고 굉장히 괴로웠던 적이 있어요. 예를 들면, 술집에 들어가서 친구들끼리 같이 술을 먹다가 갑자기 저한테 ‘야, 저 여자한테 가서 말 걸어 봐.’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왜?’ 이러면 ‘너 넉살이잖아. 너 페이크야?’라는 식으로 나와서…, (모두 웃음) 어쩔 수 없이 제가 갔다 오곤 했죠. 농구할 때도 옆 사람들한테 게임 같이하자고 말하라고 시키고. 모든 게 그랬어요. 이게 참 웃긴 거죠. 제가 지었지만, 이름을 따라 가서 약간 피 보는 경우도 생기더라고요. 괜히 무대에서 멘트도 더 웃기게 해야 할 것 같고, 진지하면 욕먹을 것 같고. 이름이 기믹을 만들어버렸어요.


리: (이름이) 옥죄는 지점도 있는 거네요?


넉살: 뭐 그 정도는 아니에요. (웃음) 제가 형제들이 많아서, 위로 누나만 셋이고, 4남매 중에 막내거든요. 저희 집이 음주가무도 즐기고 흥이 많은 집안이에요. 이미 조카도 네 명이고. 가족들이 많아요. 이건 또 다른 사담인데, 어렸을 때 집이 좀 가난해서 어머니가 저를 가졌을 때 아버지가 지우자고 했었대요. 근데 어머니가 아이를 좋아하고 집안이 복작거리는 걸 좋아해서 제가 태어나게 됐죠. 행복에 대한 가치의 중심을 가족에 두고 계세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제가 흥이 좀 많은 편이에요.


리: 결국 본인에게 맞는 이름을 찾은 것 같네요.


넉살: 그렇죠. 다른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거지만, 넉살이라는 이름을 짓게 된 계기가 개코 씨 때문이에요. 옛날 씨비매스(CB Mass) 때부터 다른 MC들은 이름이 되게 멋있었는데, ‘개코’, ‘최자’ 이런 분들은 이름만 들었을 때는 ‘이게 뭐야’ 싶잖아요. 그렇지만 음악을 딱 들었을 때 이름에 대한 아우라가 바뀌는 것이 더 멋있더라고요. 원래 성격이 완전히 진지하고 이런 편은 아니라서, 제 이름을 누군가 들었을 때 이상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음악을 듣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반전적인 걸 노렸어요.


리: 좀 전에 음악으로 먹고 살 결심을 한 게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어떤 매력 때문이었나요? 앨범의 가사 중에 '나에겐 아직 있어 이곳을 떠날 용기도'란 라인도 있는데….


넉살: 아, 그 가사는 앞뒤 맥락이 있어요. 표면만 받아들이면 안 돼요. 그게 “Do It For”라는 곡이에요. 사실 제가 술만 먹으면 그렇게 진지해져요. 마냥 웃길 수만은 없으니까. (웃음) 그래서 상구형한테 말한 게, 저 스스로 어렸을 때 꿈꿔왔던 모습과 달라지고 구려졌다고 느끼는 순간이 오면 바로 그만두고 싶다는 거였어요. 제 음악이 어렸을 적에 상상했던 것과 닮아가고 멋있어지는 건 좋은데, 합리화가 진행돼서 그것이 변질되어 간다면, 바로 그만두고 빵 만들고 싶거든요.


리: 빵이요?


넉살: (웃음) 아, 이게 서사무엘과 맨날 얘기했던 건데, 2층에는 빵집, 3층에는 클럽을 같이 하자고 했었거든요. 아무튼, 비전이랑 조금이라도 달라지는 모습이 있다면, 그만두고 싶어요. 그리고 음악을 하는 원동력이라고 한다면, 아직도 닿지를 못한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있는 거에 만족을 1%도 잘 못해요. 일단은 시작을 했으니까, 제가 생각했던 것들에 닿아야죠. 그러니까 (음악을) 하는 거죠.




리: 그렇다면 요새 음악 하면서 가장 쾌감을 느낄 때는 언제에요?


넉살: 가장 최근에는 '라이브 앤 다이렉트(Live & Direct)'라는 공연을 했어요. 저는 단순한 사람이라서 뭔가 엄청 멋있거나 새로운 것을 해냈을 때 기분이 좋아요. 근데 이번 공연에서 밴드와 같이 협업을 했는데 너무 즐겁게 잘 됐어요. 마치 제가 제이지(Jay Z)나 된 것 마냥. 소규모 밴드였지만, 너무 재미있었어요. 뭔가 ‘새로운 걸 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때 성취감이 가장 커요. 그걸 디테일하게 이야기하자면 새로운 가사나 플로우를 뱉을 때도 그것들이 저에게 프라이드가 되고 쾌감이 되는 거죠. 또 그런 느낌을 공유할 수 있기에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것 같아요. 예전부터 말하자면 리드메카가 있었고, 그런 것들을 알려준 게 리드메카의 애니마토(Animato)형이에요. 제가 해야 되는 것들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형이죠. 그리고 리짓군즈와도 이런 얘기를 몇 년 전부터 계속 해왔고, 이제 VMC까지 오게 된 거죠.


리: 사실 리짓군즈에서는 임원직이잖아요?


넉살: 아, 제가 이사죠, 이사. (웃음) 너무 오랫동안 봐왔던 사람들이에요. 홍대 교수곱창에서 정말 몇 백 만 원 정도 썼을 거예요. 그 싼 염통에다가 곱창을 정말 많이 먹으면서 블랭타임(Blnk-Time)이랑 아이딜(Ideal)형, 정훈이형, 뱃사공형, 제이호(Jay-Ho) 이렇게 맨날 만났던 거죠. 곱창이 제일 오래 가고 싸니까. (웃음)


리: “얼굴 붉히지 말자구요”는 그런 일상의 단면 같은 건가요?


넉살: 아, 그렇죠. 완전히 정확해요. 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앨범을 들었을 때 반드시 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지점이죠. 던밀스(Don Mills)는 실제로 지하철에서 (앨범을 들으니까) 술을 한 잔 한 줄 알았다고 말한 적도 있어요. 그만큼 술과 굉장히 관련이 깊고, 그런 커뮤니케이션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서 만든 앨범이에요. 그 곡은 대놓고 술자리 이야기를 한 거죠. 그게 또 던밀스의 유행어에요. 술자리에서 맨날 ‘얼굴 붉히지 말자구요’라고…. 제가 그 구절을 쓴다고 이야기하고, 대신에 벌스 하나랑 후렴 마지막 파트를 준다고 했어요. 유행어랑 맞바꾼 거죠. (웃음)


리: 속해있는 크루가 굉장히 많아요. 리드메카, 게릴라즈, VMC, 임원직으로 있는 리짓군즈까지. 혼란스럽지 않아요? (웃음)


넉살: 아, 이게 비즈니스적인 관계가 아니라 다 엄청 친한 사람들이라서 말 그대로 후드(Hood)에요. 그래서 정리하고 자시고 할 성질의 것들이 아니죠.


리: 그래도 가장 케미가 잘 맞는 곳을 고르라면 어딘가요?


넉살: VMC와 리짓군즈가 가장 케미가 잘 맞는다고 할 수 있죠. 리드메카는 이제 음악 활동을 하는 걸 벗어나서 다른 일을 하는 분들도 꽤 있어서 모임이 많이 힘들고, 게릴라즈 같은 경우에도 각자 삶이 너무 바빠서 자주 못 봐요. 제일 자주 보는 편이 가장 케미가 잘 맞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VMC, 리짓군즈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VMC는 정말 맨날 보니까 안 맞을 수가 없어요.


리: VMC의 사장인 딥플로우 씨와 로우디가 씨가 많이 싸운다던데…?


넉살: 아, 맨날 싸우죠. 매번 푸닥거리기는 하는데, 이게 다 좋은 가치의 앨범을 만들기 위해서 싸우는 거니까 괜찮은 것 같아요. 감정 싸움 같은 건 전혀 아니에요. 작업할 때 뭐가 더 좋은지에 대한 논쟁 같은 성격의 것들이라서 저는 항상 좋게 보고 있습니다.


리: 엄마 아빠가 싸우면 자식들은 똘똘 뭉치기도 하잖아요.


넉살: 그렇죠. 저희는 ‘상구 없는 날’ 이런 것도 있어요. (모두 웃음) ‘야, 상구 갔다!’ 이러면서 놀고…. 다 너무 두루두루 친해서 그런 거죠. 상구형이나 로우디가형이 저희의 중심인데, 그 형들이 저희에게 엄할 때도 있죠. 상구형 같은 경우엔 되게 냉철하고 날카로운 부분이 있어요. 엄청 똑똑한 사람이에요. 필요 없는 말도 잘 안 하는 편이고. 저희에 대해서도 정확하고 냉철하게 이야기해주기도 하지만, 사실 인간적으로 너무 가까워서 가능한 거예요. 정말 상구형은 대단한 사람이에요. 제가 웬만해서는 남 칭찬을 잘 안 하는데, 형은 진짜 대단해요. 너무 똑똑하고 음악적으로도 너무 뛰어난 사람이기도 하고.


리: 요새 사회적으로 ‘잊혀질 권리’가 떠오르고 있지만, 저희는 넉살 씨가 옛날에 찍은 영상을 찾아 봤습니다. 경기버스 정책 홍보 영상과 희망근로사업 관련 영상을 봤는데 지금과는 랩 스타일이 굉장히 다르더군요. 많이 발전했다고 느꼈는데, 과정이 있었나요?


넉살: 아, 그 영상에서 질문이 또 이렇게 연결되는군요? (모두 웃음) 그 영상은 로우디가 형이 디깅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린 건데, 정말 죽이고 싶더라고요. (웃음) 제가 무슨 나스(Nas)가 아닌 이상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는 거죠. 또 계속하면 늘 수밖에 없고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두 종류의 뮤지션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완성형 뮤지션’이고 나머지 하나는 ‘성장형 뮤지션’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등장 때부터 모든 걸 완벽하게 갖춰 나오는 게 전자인데, 저는 화지가 약간 그런 스타일의 뮤지션에 가깝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전 랩 스타일과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반면에 저 같은 경우는 환골탈태 같은 느낌이 있죠, 톤도 많이 바뀌고. 저는 어떤 걸 정립하는 걸 안 좋아해요.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제 음악의 가장 큰 모토라서 새로운 걸 도전했다고 볼 수도 있고 실력적으로 성장했다고 볼 수도 있죠. 성장, 혹은 변화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리: 영상은 어떻게 찍게 된 거예요?


넉살: 리드메카의 원플로우(1flow)라는 형이 있는데, 노컷뉴스에서 일하고 있어요. 지금도 비루하지만, 그 당시에는 수중에 돈이 없어서 지하철을 무임승차할 정도였거든요. 알바를 해도 돈이 없었을 때였는데, 그래서 그 형이 일을 준 거죠. 그래서 그 영상이 수원대 앞에 있는 현대백화점에 설치된 큰 전광판에도 나오고 그랬대요. 그게 한 22살 때였어요.


리: 커뮤니티를 보면 넉살 씨의 음악 스타일에 대해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걸 볼 수 있어요. 트렌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고. 어떻게 생각해요?


넉살: 이게 정말 딜레마에요. 표현 방식에 가치를 크게 두다 보니까 트렌드가 필요 없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전달할 목적에서 음악을 고르고, 그것에 맞는 프로덕션을 찾다 보니까 트렌드를 크게 신경쓰지 않게 돼요. 그렇다고 제가 트랩이나 래칫(Ratchet)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클럽에 가면 그런 것들을 신나게 듣는데, 막상 제가 표현하고 싶은 가사나 가치에 대한 개념에서 봤을 때는 부합이 안 되는 거죠. ‘안 좋으면 듣지 마.’라고 말하는 상황까지 가는 거 같은데, 그래서 저는 또 새로운 걸 도전하려고도 해요. 이번 앨범에서는 텍스트 자체에 가치를 크게 뒀다면 앞으로 나올 것들에서는 청각적인 쾌감에 더 치중을 해보고 싶기도 해요.


리: 반면 이번에 힙합플레이야에서 제작한 [Commentary 2016]에서는 상당히 트렌디한 면모를 보여줬어요.


넉살: (웃음) 그게 원래 [Commentary 2016]에 코드쿤스트(Code Kunst)나 준백(Junback)이 속한 MGFC 같은 친구들이 있어서 둘 다 친하니까 둘 중에 한 명과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힙합플레이야의 대형이형이 ‘또 뻔하게 코드쿤스트나 준백이랑은 안 할 거지?’라는 식으로 얘길 하더라고요. 그리고 또 그루비룸(Groovy Room) 친구들이 저랑 해보고 싶다고 해서, 너무 고맙게도 같이 하게 됐죠. 엄청 어린 친구들인데 되게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재미있게 협업했어요. 이건 약간 스포기도 한데, 이번에 곧 나오는 티케이(TK) 앨범에서 아주 세련되게 바빌론(Babylon)이랑 하나 했어요. 저는 사실 세련된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저희 VMC의 다음 타자가 바로 티케이입니다. 던밀스는 그다음에 나올 것 같고요. 이게 자꾸 팔이 안으로 굽는 것 같은데, (웃음) 진짜 다 좋아요. 티케이도 정말 잘하는 친구라서. 던밀스도 요새 이를 아주 빠득빠득 갈고 있어요. 원래 그 친구가 곡을 잘 안 엎는 스타일인데, 이번엔 몇 번이나 엎어서 만들고 있어요. 티케이는 지금 4월 정도로 예정이 돼있고, 던밀스는 또 차후에 정해질 것 같습니다. 근데 이게 또 제가 해봐서 아는데, 저도 한 백 번 천 번 미룬 것 같거든요. 상황 따라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래도 올해 안에는 나올 것 같습니다.


리: 넉살 씨의 가사를 들어보면 미국 본토의 트렌드를 따라가려 하기보다는 로컬라이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고 느껴져요. 단어 선택 같은 부분에선 한국 고전소설을 읽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실제로 글을 쓰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잖아요? 가사를 쓸 때 문학 작품에서 특별히 영향을 받곤 하나요?


넉살: 우선 ‘한국적이다.’ 같은 이야기는 매체에서 해주는 이야기들 같아요. 제가 그런 걸 강조하는 건 아니고…, 자꾸 이러다 된장 힙합 될까봐 무섭네요. (웃음) 사실 영향은 많이 받았죠. 제가 기형도 시인의 [입 속의 검은 잎] 광팬이에요. 또 제가 시론 같은 거를 많이 봤어요. 그래서 아마 고전소설 같다는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어요. 시론이라는 게 시집을 낸 사람들이 시에 대해서 써서 따로 낸 것들이거든요. 거기에 사람들의 심상이나 영혼에 대한 것들이 서정적이지만, 기술적으로 시인이라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적혀 있어요. 그런 것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아서 고전소설 같은 느낌이 나는 것 같아요. 왜냐면 그런 책들에 조금 고루한 이야기들이 밑도 끝도 없이 나오니까요. 예전엔 한국소설, 고전소설도 많이 읽었고요. 아직도 서정인의 [강] 같은 건 많이 보거든요. 진짜 쩔어요. 현실을 되게 극대화해서 표현하지만, 그래도 일말의 가능성과 희망을 남겨둔다고 제 나름대로 해석을 해서 많이 읽는 책들이에요. 아, 근데 또 이렇게 이야기하니 되게 고루해보이고 된장 힙합이 되는 것 같네요. (모두 웃음) 아무튼, 제가 받았던 감동들이 힙합의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드러나지만, 가사에도 배어있을 거로 생각해요.


리: 그만큼 단어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많이 쓰죠?


넉살: 그건 당연히 해야죠. 가사를 자기가 쓰는 건데 어떻게 신경을 안 쓰겠어요. 상구형이 요새 미는 말 중에 ‘정신 똑바로 박힌 랩’이라는 게 있어요. 이게 좀 디테일한 이야기인데, 플로우를 위한 가사, 랩을 위한 랩, 랩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텍스트 같은 것들이 있어요. 반면에 텍스트 위에 랩은 단지 표현 방식이나 연주법처럼 토핑이 된 경우가 있는데, 저는 후자에 더 많이 가치를 두는 거죠. 저도 그 생각을 많이 해요. 제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도구나 방법이 힙합이기 때문에 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랩이 좋고, '힙합 문화에 대한 기여를 해야 한다.' 뭐 이런 게 아니라, 랩이 제 이야기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리: 아트워크 이야기를 해볼게요. 본 순간,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Power” 뮤직비디오도 생각났고, 삶의 여러 군상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근데 의외로 반응이 꽤 갈리더군요.


넉살: 일단 댓글에 ‘극혐’이라고 단 것까지 봤어요. (웃음) 굉장히 과한 댓글들이 많았죠. 원래는 삽화로 처리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여러 작가님에게 연락을 해봤었는데, 다들 겁을 먹더라고요. 아트워크에 그려진 조그마한 것들이 다 저인데, 그걸 다 그리려니 부담됐던 것 같아요. 애초에 유럽 풍의 지옥도 같은 느낌을 표현하려고도 했고요. 상구형과 로우디가형과 회의를 하면서 삽화로 가면 좋을 것 같고, 제가 엄청나게 많은 오만 군상의 인간들을 표현하는 모습이 70명 정도 나오면 좋겠다고 결론 내렸었어요. 하지만 작가님들이 그만한 디테일을 모두 그리기에는 노동이 너무 심한 탓에 연속으로 거절 당했는데, 갑자기 로우디가형이 사진으로 가자고 했어요. 그런데 상구형은 사진은 조금 오버하는 것 같다고, 다른 안을 제시했던 거죠. 결국, 로우디가형이 무조건 첫 번째 안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을 해서 지금의 아트워크가 나오게 됐어요. 대신 2안은 공연 포스터로도 쓰였어요. 이거 사진 찍느라고 고생을 엄청 많이 했어요. 아트워크에 보면 개도 있는데, 이것도 제 얼굴이에요. 로우디가형이 진짜 이상한 사람인 게 이런 걸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웃음) 아무튼 사진은 부바형이 찍고, 액팅이나 포즈는 상구형이 그렸던 초안에서 발전을 시킨 거고, 로우디가형이 편집을 해서 완성한 거예요.


리: 정말 우여곡절 끝에 나왔네요. 치열한 회의 끝에….


넉살: 그럼요. 로우디가형은 ‘술자리 비트’라고 표현을 했는데, 제가 어느 정도 음악 활동을 하면서 쌓아 온 인프라나 관계들을 중요하게 여겨요. 어떤 프로듀서의 음악을 분명히 이해하기 위해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거죠. 그래서 제가 이때까지 쌓은 인프라로 앨범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까, 조금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던 거예요. 로우디가형과 상구형은 굉장히 철두철미한 사람들이라 프로젝트가 있으면 철저한 계획 아래 행동하거든요. 저는 ‘적당히 여기에 이거 때려 박으면 되지’ 하는 식이라 상구형이 그런 고민을 많이 했죠. 그래서 회의를 많이 거치는 편이에요. 그리고 제 앨범이 약간 사활이 걸린 앨범처럼 되어 버려서…. 이거 잘 안 됐으면 양화대교에서 전부 떨어질 뻔했어요. (웃음)

리: 상당히 많은 프로듀서들과 작업했는데, 기억에 남는 작업 비화가 있을까요?


넉살: 애스브래스(ASSBRASS) 형 비트 위에 팔로알토(Paloalto) 형과 메타(MC Meta) 형이 참여해준 “Do It For”가 기억에 남아요. 원래 제 솔로곡으로 가려고 했던 곡이거든요. 날아간 벌스가 5~6개 정도 되요. 가장 짜증나고 힘들고 저를 괴롭혔던 트랙이라서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사실 마지막 트랙인 “작은 것들의 신”은 애니마토형한테 받은 제일 오래된 비트에요. 물론, 코드쿤스트가 편곡을 좀 심하게 하긴 했죠. 이 곡에서 스스로 좀 감개무량한 게, 맨 처음에 퓨쳐헤븐을 외치면서 곡을 들어갈 수 있었던 게 프라이드가 되었어요. 기분이 좋았죠.




리: “I Got Bills”나 “얼굴 붉히지 말자구요”는 넉살의 캐릭터를 잘 보여준 곡인 것 같아요. 뱃사공 씨의 가사 중 ‘작은 것들의 신 망하기를 비네’ 같은 유머 라인에서 드는 웃픈 느낌도 좋았습니다.


넉살: 뱃사공형은 그거 진심이에요. (모두 웃음) 서로 누군가 잘 되면 무조건 배가 아픕니다. 하지만,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같이 가야 하는 2인3각 같은 느낌인 거죠. 이미 발을 묶인 상태기 때문에 어떤 저주를 퍼부어도 할 수 없죠. 이미 저희들끼리는 ‘유머’의 단계를 지나친 것 같아요. 서로 너무 친하고, 거의 한 팀인 것 같은 느낌이라서. 뱃사공형은 실제로 저보고 이번 앨범 잘 되면 진짜 죽일 거라고 말했어요. 심지어 본인 앨범에 ‘X발새끼야 죽었으면 좋겠어.’라고 써서 줄 정도니까. (웃음)


리: 끝내주네요.


넉살: 아무튼 그 두 곡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저는 딱 한 가지 주제나 하나의 일관된 느낌을 주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복합적으로 다루는 걸 좋아하고, 그래서 제가 멜랑콜리한, 이른바 말하는 ‘웃픈’ 느낌을 좋아하는 거죠. 웃기면서도 씁쓸한 곡들이에요.


리: 그게 약간 랩퍼의 실생활까지 상상하게 만들더라고요.


넉살: 그러면 성공입니다. 근데 사실 “I Got Bills”에서 어제 페이로 100을 받았다는 가사가 원래는 100보다는 조금 적었어요. (웃음) 상구형이 ‘100으로 바꿔, 행사 비용으로 가’ 해서 바꾸게 된 거죠. 그런 비화가 있었어요.


리: 소설 [작은 것들의 신]에서는 큰 메타포만 빌려왔다고 했잖아요. 근데 그것을 통해 드러내려는 메시지가, 특히, 마지막 트랙인 “작은 것들의 신” 같은 경우에는 ‘힘내’와 ‘어쩔 수 없으니까 적응해라’가 혼선이 되는 느낌이에요.


넉살: 맞아요. 저도 그런 리뷰를 봤어요. 이게 사람들이 제가 말하지 않으면 잘 모르는 부분인데, 저는 음악에서 항상 제시만 해요. 저는 절대 어떻게 하라고 이야기 하지 않아요. ‘세상은 X같고 기형적이야’까지만 제 이야기이죠. 저의 메시지라면 ‘그래도 너는 네 나름의 프라이드를 가져도 돼’가 메시지라고 할 수 있죠. 어떤 위로 같은 거죠. 혼선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저는 제시만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네가 만약에 열심히 살려면 더 열심히 살아’라고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열심히 하면 그래도 가능성이 있을지도’에서 제 메시지는 끝나는 거죠. 저는 그렇게 하는 게 좋아요. 항상 열려 있는 거죠. 영화 [인셉션, Inception]의 마지막에 돌아가는 팽이 같은 게 최고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혼선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두 번째로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저 역시 답을 모르니까 그렇게 이야기했을지도 몰라요. 제가 느낀 것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거니까. 저도 아직 방황하는 중일지도 모르는 거죠. 이런 측면에서 이야기하자면 이번 앨범에서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스스로에 대한 위로였어요. 제가 너무 힘든데 남한테 이야기해줄 여유가 어디 있어요. 스스로에게 ‘힘내, 그래도 아직 넌 할 수 있어. 여기서 끝이 아닐 거야.’라고 이야기 하는 거예요.


리: 말씀을 들으니 이 곡의 가사를 썼던 시기가 궁금해지네요.


넉살: “작은 것들의 신”을 썼을 때는 플스방에서 알바를 했던 때거든요. 그때는 정말 제가 어떻게 될 지 모르던 때라서, 일말의 희망이라도 가져야지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근데 참 웃긴 게, “작은 것들의 신” 1절은 플스방 알바를 할 때 쓰고, 2절 초반까지도 알바를 할 때였는데, 3절은 VMC에 들어와서 쓴 거예요. 그래서 이야기가 진전이 돼요. 1절에서 하수구 냄새를 맡고 마우스를 흔드는 플스방 알바 시절 이야기를 하다가, 2절에선 던밀스가 빈지노(Beenzino) 씨에게 연락을 받으면서 일말의 희망을 봅니다. 그리고 3절에서는 제 앨범이 완성되어 가니까 저처럼 개차반 같은 인생도 에너지를 쏟으면 가치를 지닐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완성했던 거죠.


리: “One Mic”는 본인 이야기가 조금만 들어갔다고 알고 있어요. 실제와 허구의 비율은 어느 정도로 가져가는 편이에요?


넉살: 저는 상상력이 끝이 없어서 거짓말도 마음껏 쓸 수 있어요. (웃음) 대신에 그러면 저부터 많이 와 닿지가 않겠죠. 그렇기 때문에 제가 팩트와 스스로 느낀 것들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난 리얼이라서 약 빨지 않으면 약에 대해서 안 써’ 이런 건 아니고, 저한테 당연하게 와 닿지가 않고 랩을 뱉었을 때 리얼하지 않은 느낌이라서 그런 거죠. “One Mic” 같은 경우엔 비율로 따지면 반반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이 곡에선 중요한 게, 스토리텔링이라는 기법을 사용한다면 사람들이 현실과 판타지를 왔다 갔다 하면서 판타지조차 현실로 느낄 수 있어야 된다고 봐요. 그래서 에미넴(Emienm)의 “Stan” 같은 경우가 굉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1절에서는 [쇼미더머니 2]에 나갔을 때 딱 저의 상황이었고, 2절에서는 시간을 조금 더 당겨 와서 작년 시즌의 이야기로 합선이 되고 3절에서는 완전히 픽션으로 넘어가서 개차반 같은 모습으로 변한 걸 보여준 거죠.


리: 3절의 이야기는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쓴 건가요?


넉살: 그런 건 전혀 아니에요. 이거 또 굉장히 무서운 질문이네요. (모두 웃음) 누군가를 찍어서 말씀드리면 더 좋을 테지만, 진짜 그게 아니에요. 분쟁도 싫어하고. 근데 분명 찔리는 사람은 있겠죠. 이걸 듣고 기분이 상한다면, 그 사람 얘기죠. 제가 마지막에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음악의 본질이 아닌 명예나 부차적인 것들에 너무 취해버려서 음악이 좋아서 시작한 친구가 음악이 아닌 것을 좋아하게 되는 상황이에요. 명예에 취하고, 인스타그램의 하트에 취하고, 그런 것들이죠.


리: 본인이 그런 거에 취한다면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과감히 버릴 수 있나요? (웃음)


넉살: 버릴 수 없죠, 사실. (모두 웃음) 그건 좋은 거니까. 근데 사실 하트 많이 눌러 주고 좋아해주는데, 제가 만약 3절의 사람처럼 변해버렸다면 진짜 빵 만들러 가야죠.


리: 빵을 정말 좋아하는군요.


넉살: 제가 빵집 알바를 엄청 오래 했거든요. 그리고 빵을 엄청 좋아하죠. 왜냐면 밤에는 작업해야 하니까 낮에만 일할 수 있는 게 빵집 알바가 있더라고요. 또 마감 타임에 가면 빵을 포장해 갈 수 있기 때문에… (웃음) 그래서 그 기억이 많이 나요.


리: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병신 같지만 멋있어’라는 말씀도 했었는데, 어떤 의도였어요?


넉살: 사실 제가 멋이나 간지를 잘 표현하지 못하는 편인데, 만약 표현을 한다면 그렇다는 거죠. 보는 분들도 느끼겠지만, 전 정말 허례허식 같은 것들을 완전히 배제하고 내려놓는 편이에요. 사람들이 보기에는 ‘으, 저 X신 또 저 X랄이네’ 이럴는지 모르지만, 제가 음악을 할 때 많이 사랑받는 걸 보면 X신 같은 멋이 있지 않나 싶어요. ‘병맛’ 같은 거죠. 절 표현하기에 그게 딱 인 것 같아요.


리: 요새 필리버스터가 이슈인데, 정치에 관심이 좀 있는 편이에요? ( 3월 1일 기준)


넉살: 아니요, 전혀 없어요. 정치 하나도 몰라요. 그래도 필리버스터 같은 건 알 수밖에 없죠. 테러방지법 같은 거 보면 저 같이 아예 정치에 관심 없는 멍청한 인간들도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죠. 국가가 개인을 압박할 수 있는 시대가 오게 되면, 이건 정말 미친 세상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리: ‘헬조선’이나 ‘노오력’ 같은 키워드에 대한 생각은 어때요? 앨범을 들으면서 그런 것들과도 연결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앨범에서 ‘헬조선’에 대해 ‘노력은 해도 되지만, 강요는 하지 않는’ 선에서 제시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있어요.


넉살: 그렇죠. 제 앨범에 대해서 주석을 달자면, “Make It Slow” 같은 곡에서는 그렇게 이야기를 하죠. ‘세상의 템포에 맞춰 따라갈 필요가 없어, 넌 너만의 템포가 있어. 세상은 계속 우리를 등 떠밀기만 하지만 나는 등 안 떠밀리고 여기까지 잘 왔어, 늦었지만’ 정도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죠. 노력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만 제시를 하기보다는, 각자의 삶 자체에 대해서 프라이드를 가져도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자존감이 떨어질 필요가 없다는 거죠. “밥값” 같은 경우에도 많은 분들이 태그로 ‘밥값 하러 갑니다’ 이런 식으로 말씀을 많이 하는데, 사실 그걸 강요하는 이야기는 아니거든요. ‘충분히 너도 밥값을 하고 있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예요. 결국 노력의 가치라기보다는 지금도 우리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거예요. 남들이 노력을 강요하는 것에 크게 신경 쓰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리: 흥미로운 게, 최근에 나온 화지 씨의 [ZISSOU]도 ‘헬조선’에 대한 랩퍼 나름의 관점을 담고 있다는 거였어요. 듣는 입장에선 각자의 시선으로 세태를 풀어낸 것 같아 재미있었습니다.


넉살: 힙플 라디오에서도 얘기했지만, 저는 제 앨범보다 화지 앨범을 더 많이 듣거든요. (웃음) 화지 앨범은 정말 잘 쓴 가사들이죠. 저도 그 부분이 되게 신기하더라고요. 화지 앨범을 듣는 순간, ‘아 얘도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화지는 결론짓기를 ‘이 X같은 세상을 떠나서 누릴 수 있는 것 다 누려보자. 세상이 한국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야, 우주에서 보면 우린 작은 먼지밖에 안 되니까 마음껏 히피처럼 살아보자’라는 식인 반면, 저는 ‘그래도 이 작은 공간이라도 차지하고 있는 게 어디야’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걸 보면서 아웃풋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하고 느꼈어요.


리: '작은 것들의 신'이라는 게, 넉살 씨가 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걸 말하는 게 아니죠?


넉살: 전혀 아니죠. [작은 것들의 신]을 통해서 그냥 응원하고 싶었어요. ‘왜 잘 나가는 놈들만 항상 잘 될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우리에겐 반전의 기회가 없고, 왜 항상 이 좁고 답답한 공간에 있는 것일까, 왜 나의 기도는 들어주지 않는 걸까, 왜 나는 대학 못 갔지, 왜 나는 돈이 없지. (웃음) 이런 생각들이 이어지면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렇다면 이 앨범에서, 사실 나도 비루하지만,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해주고 누군가의 기도와 노력에 대해서 응답하는 메시지를 던져보자는 개념에서 시작한 거예요. 결국 다 저한테 필요한 이야기였어요. 저를 위로하려고 만든 앨범이기 때문에, 그래서 했어야만 하는 이야기였고, 그런 의미에서 다 필요해서 수록된 트랙들이에요.


리: 앨범에 대해서 아쉬운 건 없어요?


넉살: 전혀요. 저는 이 앨범에 대해서 아쉬운 게 1%도 없어요. 왜냐하면 이미 완성을 했고, 이것만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저는 원래 성격이 그래요. 내고 나면 아쉽고 그런 게 없어요. 또 하면 되니까요. 이거 내고 다음에도 제가 당장에 큰 사고만 없으면 계속 하지 않겠어요.


리: 현재 현실과 꿈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 특히, 힙합 아티스트를 꿈 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좀 해준다면요?


넉살: 사실 조언은 필요 없을 것 같고, (웃음) ‘될 놈 될’, ‘안 될 놈 안 될’ 인 것 같은데, 만약에 조언이라고 한다면 정말 단순하게 저 같은 사람도 했는데, 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제가 군대 전역하고 나서 어느 날 술을 먹고 자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방에 들어와서 제 멱살을 잡고 ‘너 언제까지 그렇게 살 거야.’라고 한 적 있어요. (모두 웃음) 그게 진짜 불과 4~5년 전이에요. 블랭타임과 술 먹으면서도 이야기한 건데, 매 순간 전 지금 이렇게 술을 먹는 것도 분명히 언젠간 좋은 결과물로 나타나리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정말 일말의 믿음. 안 될 수도 있지만 될 수도 있다는 믿음이었죠. 지금 하고 있는 자리에서 열심히 하면, 또 자기가 올바른 방향으로 올곧게 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면 그게 반드시 좋은 흐름을 타서 빛이 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실, 모든 게 어렵잖아요. 낭중지추(囊中之錐) 하나만 믿으면, 자기 자신이 뾰족하다고 믿으면, 언젠가 튀어나올 것이라고 믿으면 될 것 같아요. 이 정도 조언이면 되겠네요. 멋있는 말 해봐야 또 ‘뻔한 소리하고 있네’ 이럴 것 같아서. 결국, ‘잘 하는 놈은 잘 된다, 될 놈은 된다.’인 거죠. (웃음)


리: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넉살: 일단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 딥플로우형이랑 던밀스랑 같이 따라서 갈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준비 되어있어요. 아까 얘기한 것처럼 티케이 앨범이 바로 나올 거고, 올해는 VMC가 활동을 많이 할 거예요. 많이 기대해줬으면 합니다. 공연 다음에는 좀 휴식기를 가지려고 해요. 그동안 공연이니 뭐니 너무 바쁘게 지내서…. 잠깐 쉬고서, 피처링이 많이 밀린지라 그것들도 해야죠. 그리고 올해는 제 이름으로 된 것들을 많이 시도해보고 싶어요. 앨범을 냈는데, ‘랩이 생각보다 별로다.’라는 피드백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또 본때를 보여줘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새끼들이 이거 안 되겠네 싶어서. (웃음) 이번 앨범에서 트랩 비트가 “One MIC” 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트랩이든지 다른 것이든지 조금 더 독특한 걸 하나 해서 충격을 줘야겠구나 하고 생각 중이에요.


리: 코드쿤스트 씨와도 앨범을 준비한다고 들었어요.


넉살: 아, 네 그건 연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 기획도 안 들어가서 드릴 말씀이 많이 없어요. 코드쿤스트랑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워낙 바쁘셔서 우리 조 선생님이… (웃음) 잘 보필해드려야죠. 저도 혼자 생각해놨던 앨범 테마가 있어서, 구상을 해보고 있어요. 또 10년 뒤에 나올지도 몰라요. 안 나올 수도 있고. (웃음) 앞으로는 더 신중해져야겠더라고요. 이번 앨범에서 너무 까불어서… (모두 웃음) 발매 10일 전까지는 입 다물고 있어야죠.


리: 계획한 일과 목표 모두 잘 이루어지길 바라겠습니다. 참,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어요. 헤어스타일은 계속 유지할 생각이에요?


넉살: 자르면 (VMC에서) 쫓겨날 거예요. (모두 웃음) 사실 삭발을 너무 하고 싶은데, 사람들이 못 알아본다고 하더라고요. 캐릭터가 생겼으니까요. 다음 앨범 때는 다른 걸 할지도 모르는데, 지금은 일단 이대로 가는 거죠. 머리 기른 게 아깝기도 하고.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리드머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32 코멘트 등록 awesomilan awesomilan (2016-03-13 01:07:40 / 122.37.63.**)추천 3 | 비추 0 작년부터 꾸준히 좋은 앨범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 작품들의 공통점이라면 엠씨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다들 다 아는 에넥도트와 양화가 그랬고 제 기준에선 위의 두 앨범과 더불어 일리닛의 앨범이 작년의 명반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이번 앨범 역시 넉살님의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잘 담긴 앨범이었고 그 이야기를 통해 에너지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랩의 스킬이나 비트의 세련됨, 이런건 막귀인 저는 잘 모르겠고 그저 한 사람의 이야기로써 앨범 잘 감상했습니다. detox detox (2016-03-12 20:59:48 / 1.237.60.**)추천 5 | 비추 24 딥플로우도 넉살도 우탄도... VMC 음악들은 하나같이 촌스럽고 구린거같음. GO STUDY TO DEATH AND GROW UP, KIDDO. GO STUDY TO DEATH AND GROW UP, KIDDO. (2016-03-11 08:43:17 / 149.169.207.***)추천 4 | 비추 0 가리온과 협업한 거에 대해서도 물어보면 좋았을 텐데, 아무튼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넉살님의 삭발을 응원합니다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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