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Strange Fruit Project - Soul Travelin'
강일권 작성 | 2017-02-07 19:14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8 | 스크랩스크랩 | 18,435 View
Artist: Strange Fruit Project
Album: Soul Travelin'
Released: 2004-05-11
Rating: RRRR
Reviewer: 강일권
‘90년대는 재즈 힙합 역시 황금기였다. 본격적인 재즈와 힙합의 결합이 시도된 이래 우린 이 계열의 여러 실력파 아티스트와 걸작을 접해왔다. 지나간 명곡들에서 찾은 재즈의 원초적인 그루브 위에 비트와 랩을 버무린 어스 쓰리(US3)의 [Hand On The Touch]와 디거블 플래닛츠(Digable Planets)의 [Reachin'], 정통 재즈 뮤지션들과 앙상블을 이루며 재즈 힙합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구루(Guru)의 [Jazzmatazz vol.1], 재즈 명가 블루 노트(Blue Note)의 명곡들을 완벽하게 재해석한 매드립(Madlib)의 [Shade Of Blue], 그리고 정글 브라더스(Jungle Brothers),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 데 라 소울(De La Soul) 등, 네이티브 텅스(Native Tongues)와 힙합 밴드 더 루츠(The Roots)의 초기작들, 이 외에도 많은 재즈 랩 앨범과 곡들이 우릴 들썩이게 하고, 감성에 젖게 했다.
특히, 재즈 힙합이 음악적으로 끼친 영향력은 상당해서 장르의 인기가 약해진 이후에도 당대의 무드와 감흥을 이어나가려는 적자들이 꾸준히 등장했다. 마이오운(Myone/*필자 주: ‘My Own’이라고 발음한다), 미스(Myth), 에스원(S1 a.k.a Symbolyc One)으로 이루어진 텍사스 출신의 그룹, 스트레인지 프룻 프로젝트(Strange Fruit Project)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이들의 음악은 남부 힙합 하면 의례 연상하게 되는 클럽 지향적이며 끈적하고 퇴폐스러운 사운드와 거리가 멀었다. 세 멤버가 집중한 건 ‘90년대 재즈 힙합 리바이벌이라 할만했다.
짙은 갈색 바탕에 울부짖는 흑인여성이 음각 느낌으로 새겨진 아트워크의 데뷔작 [From Divine](2002)은 편안한 무드의 비트와 긍정적인 메시지 가득한 가사가 어우러진, 이들이 지향하는 바가 고스란히 드러난 첫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2년 뒤에 발표한 본작 [Soul Travelin']에서 스트레인지 프룻 프로젝트는 전작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훨씬 깊이 있고 견고한 프로덕션과 랩을 들려준다. 보컬 샘플을 커팅한 후, 디지털로 한번 가공하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Love Is"라든지, 에스원이 직접 연주한 어쿠스틱 기타와 역시나 감미롭게 커팅된 보컬 샘플의 운용으로 깊은 여운을 남기는 "Gotta Lotta" 등은 앨범의 백미임과 동시에 이 같은 장점을 체감할 수 있는 곡이다.
재즈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소울 음악의 감성 또한 전작보다 풍부해졌다. 이는 12인치 싱글로 발표했던 "All The Way"와 앨범의 타이틀 트랙이기도 한 "Soul Travelin'", 그리고 게스트 라이소울(Lysoul)의 매혹적인 보컬과 단아한 피아노 룹이 가슴을 파고드는 두 곡, "Recreate"과 "The Luvely(Bonus Song)", 중간에 이루어지는 비트의 반전이 멋들어진 "Cloud Nine" 등이 그 증거다.
무엇보다 본작의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 사운드가 주가 됨에도, 간간이 라이브 연주로 연출한 아날로그 사운드와 합이 좋아 전반적으로 루츠의 앨범을 듣듯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In The Sun", "All The Way", "Gotta Lotta" 등은 차가운 음에 온기를 불어넣는 에스원의 감각이 제대로 빛을 발한 곡들이다. 한편, 재지한 건반과 스크래치가 인상적인 "Move"를 필두로 색소폰 샘플이 블루지한 느낌을 주는 "Eternally Yours”, 담배 연기 자욱한 재즈바를 연상시키는 "Speed Bump" 등은 재즈 힙합의 전형적인 바이브를 선사한다.
[Soul Travelin']은 에스원의 프로덕션이 핵심인 앨범이지만, 루츠의 블랙 쏘웃(Black Thought)과 웨스트코스트 베테랑 래스 캐스(Ras Kass)를 합쳐놓은 듯한 미스의 착착 감기는 랩핑도 감흥을 더하며, 사랑과 사람에 관한 따뜻하고 긍정적인 기운의 가사가 남기는 여운도 인상적이다. 특히, 재즈 힙합에 대한 그룹의 애정이 가장 절정에 다다랐던 시점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점과 이제는 유명 프로듀서가 된 에스원의 초기적 프로덕션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단번에 사로잡는 부분은 없지만, 은근하게 다가와서 기분 좋게 만드는 2000년대 재즈 힙합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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