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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ykah Badu - Mama’s Gun
황두하 작성 | 2020-11-10 21:26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8 | 스크랩스크랩 | 9,901 View
Artist: Erykah Badu
Album: Mama’s Gun
Released: 2000-10-31
Rating: RRRRR
Reviewer: 황두하
알앤비(R&B)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역동적인 변화를 겪어왔다. 특히, 약 10년을 주기로 각 시대 정신과 맞닿은 사운드와 아티스트가 등장하면서 장르의 표현 범위와 정의가 점차 넓어졌다. 2010년대 초반, 프랭크 오션(Frank Ocean), 위켄드(The Weeknd), 미구엘(Miguel) 등과 함께 새롭게 등장한 피비알앤비(PBR&B)는 대표적이다.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차용해 우울과 쾌락에 천착하는 현세대의 감성을 대변한 이 장르는 알앤비를 이전과 전혀 다른 성질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보다 10년 더 이르게 알앤비의 가능성을 한 뼘 더 넓혀준 장르가 있다. 바로 네오 소울(Neo Soul)이다. 고전 소울 음악에 기반을 두고 알앤비와 펑크(Funk), 재즈, 힙합, 아프리카 토속 음악, 록, 심지어 일렉트로닉까지 아우른 네오 소울은 피비알앤비 이전에 가장 실험적인 얼터너티브 알앤비였다.
맥스웰(Maxwell)의 [Maxwell's Urban Hang Suite](1995), 디엔젤로(D’Angelo)의 [Voodoo](2000), 에리카 바두(Erykah Badu)의 [Mama’s Gun]은 당시 네오 소울의 가장 완성된 형태를 담아낸 대표작들이다. 이상의 앨범은 작품성과 흥행, 모든 면을 충족하면서 시대를 뛰어넘는 걸작이 되었다. 네오 소울이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사운드로 21세기 블랙뮤직의 문을 열어젖힌 순간이었다.
그중에서도 에리카 바두의 존재는 특별하다. 그는 1997년 첫 정규 앨범 [Baduizm]을 발표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읊조리는 듯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신비한 보컬 퍼포먼스와 그만의 철학을 담은 가사, 다채로운 장르를 아우르며 유려하게 흘러가는 네오 소울 사운드가 어우러진 앨범은 평단과 장르 팬의 환호를 받았다. 앨범은 빌보드 200과 탑 알앤비/힙합 앨범 차트에서 각각 2위, 1위까지 오르며 상업적인 성공까지 이뤄냈다. 음악뿐만 아니라 비주얼적으로도 독특한 아우라를 뿜어냈던 그는 등장과 동시에 새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Mama’s Gun]은 그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Baduizm]의 큰 성공 이후, 3년만에 발표한 앨범이었지만, 소포모어 징크스는 없었다. 오히려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완성도로 그의 음악적 입지를 굳히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루츠(The Roots), 제이딜라(J.Dilla), 디엔젤로, 커먼(Common), 모스 데프(Mos Def) 등과 함께했던 음악 집단 소울쿼리안스(Soulquarians)의 도움으로 탄생한 앨범은 록부터 재즈까지 다양한 장르를 조화롭게 품은 드넓은 사운드 스케이프로 황홀한 감흥을 선사한다.
[Voodoo]와 함께 21세기 새로운 알앤비의 완벽한 형태를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리카 블루(Tarika Blue)의 1977년 곡 “Dreamflower”를 샘플링한 제이딜라의 천재적인 재능이 빛나는 리드 싱글 “Didn’t Cha Know”는 지금 들어도 여전히 감각적이다. 강렬한 록 사운드에 바두의 보컬이 얹혀 앨범의 문을 힘차게 여는 첫 트랙 “Penitentiary Philosophy”부터 잼(Jam)을 하듯 즉흥적으로 흘러가는 10여분의 러닝타임 끝나면 벅차오르는 여운을 남기는 재즈/알앤비 트랙 “Green Fish”까지, 그야말로 거를 타선이 없이 흘러간다.
특히, 루츠의 퀘스트러브(Questlove)와 제임스 포이저(James Poyser)가 주도한 밴드 사운드는 전곡을 마치 한 곡인 것처럼 이어주었다. 그래서 여러 장르를 가로지르지만, 사운드적으로 일관성을 갖췄다. 여기에 비브라폰을 연주한 로이 아이어스(Roy Ayers)(“Cleva”)와 코러스로 목소리를 보탠 베티 라이트(Betty Wright)(“A.D. 2000”), 레게통 보컬로 바두와 기묘한 합을 이루는 스테판 말리(Stephen Marley) 등이 참여하여 더욱 풍미 깊은 사운드가 완성되었다.
가사 또한 프로덕션 이상으로 인상적이다. 자유로운 생각과 진실을 탐구하는 열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설파하는 “Penitentiary Philosophy”는 앨범 전반에 녹아든 바두의 철학을 대표한다. 이러한 ‘자유로운 철학’은 여성의 외형보다 지성의 아름다움을 논하는 “Cleva”, 여성들에게 헤픈 남성에게 매달리지 말라며 충고하는 “Booty”, 감정의 짐을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길 염원하는 “Bag Lady” 등으로 뻗어 나간다.
가장 주목해야 할 트랙은 “A.D. 2000”이다. 1999년, 뉴욕 브롱스(Bronx)에서 집 밖에 나와 있던 22살의 기니 이민자 아마두 디알로(Amadou Diallo)를 4명의 경찰이 쫓고 있던 강간범으로 착각해 총으로 사살한 사건이 발생한다. 경찰관들은 2급 살인으로 기소되었으나 이듬해 2월 모두 무죄 석방됐다. 이 사건은 미국 전역의 흑인들 사이에서 큰 분노를 일으켰다. “A.D. 2000”에서 바두는 디알로의 관점을 상상해 그의 억울한 심정을 풀어냈다. 디알로의 이름과 ‘기원후 2000년’을 모두 의미하는 제목에는 새로운 세기에는 더이상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도 경찰 폭력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이 끊이지 않는 미국 사회에서 이 곡이 주는 울림은 여전하다.
[Mama’s Gun]은 에리카 바두의 존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소울, 알앤비를 기반으로 여러 장르의 경계를 해체하고 가로지르는 광활한 사운드는 우리를 현실 너머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 위를 편안하게 흘러 넘어가는 완숙한 목소리는 사랑과 삶에 대한 사유, 페미니즘, 반인종주의 등 여러 주제를 교차하며 냉혹한 현실을 드러낸다. 쟁쟁한 동료들과 함께 넘치는 창의력과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로 빚어낸 본작은 시대의 단면을 날카롭게 포착한 동시에 시대를 뛰어넘어 감동을 주는 걸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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