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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리콜리뷰 김진표 - JP Style

한국힙합위키

김진표 - JP Style

남성훈 작성 | 2012-06-04 14:53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2 | 스크랩스크랩 | 28,106 View

Artist: 김진표

Album: JP Style

Released: 1998-11-01

Rating: RRRR

Reviewer: 남성훈





듀오 패닉(Panic) 출신인 김진표가 1997년 발표한 [열외]는 어쩌면 한국 힙합사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앨범일지도 모르겠다. 제대로 된 형식을 갖춘 첫 한국 랩/힙합 앨범이라는 사실이 많이 다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보다는, 큰 경제적인 고난 없이 문화적인 풍요로움 속에서 자란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서울 중산층을 랩으로 대변했던 부분이 많이 거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큰 이유이다. 포스트 ‘X세대’인 그는 공격적이지 않은 태도로 그 이전 세대인 가족과 사회 등 기성가치에 대해 의문을 품고 왜 그렇게 사느냐고 묻고 있다. 랩퍼의 현 상태를 진실하게 반영하는 랩이 가진 가장 핵심적인 가치 중 하나를 당시 장르적인 강박에 빠져 잊고 있던 많은 랩퍼와는 다르게 능수능란하게 다루었기에 그 가치는 환기되어야 한다. 한국 힙합의 첫 앨범이 북미의 유행 사운드와 가사 스타일을 그대로 카피한 것이 아님은 중요한 사실이다.

다음 해 발표된 [JP STYLE]은 [열외] 이후의 이야기, 속편 격으로 다루어져야 하고 같은 맥락에서 재평가받아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피아노의 과감한 활용을 더해 라이브밴드 느낌을 잘 살렸던 강세일과 [열외] 작업에 이어, [JP STYLE]에서 김진표는 드럼연주자이자 전천후 음악가인 남궁연과 함께했다. 앨범 전체를 총괄하는 프로듀서가 존재하니 당연히 각 앨범은 그 색이 확실하다. 전작의 코드가 피아노였다면, 이번엔 감각적인 드럼연주가 그것을 대신했다. "착각"에서 남궁연이 펼치는 절정의 드럼연주와 빈틈없는 탄탄한 프로듀싱은 이 앨범의 사운드가 한국힙합에서 이질적일 정도로 뛰어났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메인 프로듀서의 역할 덕분에 김진표의 초기 두 앨범이 90년대 후반까지 대부분 아마추어 티를 벗어나지 못했던 한국 힙합 프로듀서들의 사운드와는 그 수준을 달리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열외] 이후 짧은 기간이지만, 누구나 그렇듯 20대 초반을 겪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진 김진표의 랩이 담은 내용을 비교해보는 것은 [JP STYLE] 감상의 핵심이다. 전작에서 어른도 아이도 아닌 위치에서 소심한 듯 이야기를 풀어갔다면, 이제는 좀 더 명확하게 견해를 밝힌다. 하지만 적극적인 주장보다는 세심한 묘사로 반응을 이끌어낸다. [열외]의 "오늘도 난 학교에 간다"의 1인칭 시점의 섬세한 묘사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의 선동과는 다르게 교육 현실의 문제를 보여주었던 그 방식을 확장시켰다. 당시 잘 노는 20대의 일상을 통해 유쾌하게 성(性) 담론을 이끌어내는 "착각", 힙합이라는 문화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이들을 적나라하게 파고드는 "BLACK BANANA"는 심각하지 않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역시 1인칭 시점으로 근친 강간이라는 범죄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추락"은 그 중 발군이다. 생각의 큰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를 지나서인지 전작의 곡에 여성보컬을 더해 다시 실린 "아무누구 (Female Chorus Version)"에서는 같은 랩을 하고 있음에도 전혀 다른 고민을 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도 흥미롭다. 기술적으로는 라임의 활용이 좀 더 유연해지고 랩이 주는 가장 큰 재미 중 하나인 언어유희를 스스로 즐기는 느낌이다. 특히, "푸념"에서 드렁큰 타이거의 영어 랩을 받아치는 김진표는 한국어로 구현하는 라임과 플로우로 묘한 희열을 준다.

김진표의 [열외]와 [JP STYLE]은 대중음악으로 다루기에 부적당해 보였던 당시 중상위층 가정에 속한 스무 살 즈음 젊은이들의 일상과 내면을 랩이라는 형식을 통해 진실하게 그려냈다. 랩이 한국 대중음악의 범위를 넓히는 기능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그리고 흠잡기 어려운 프로덕션과 구성의 [JP STYLE]은 김진표의 최고작으로 남았다. 어쩌면 [열외]와 한 묶음으로 그의 최고작으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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