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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외리뷰 Vic Spencer - The Cost Of Victory

한국힙합위키

Vic Spencer - The Cost Of Victory

지준규 작성 | 2015-02-25 02:43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2 | 스크랩스크랩 | 20,473 View

Artist: Vic Spencer

Album: The Cost Of Victory

Released: 2015-01-30

Rating: RRRR

Reviewer: 지준규





2009년 첫 믹스테입 [Vic Magorium's Hip-hop Emporium]을 발매할 때부터 통찰력 있는 가사와 에너지 넘치는 보이스로 이목을 끈 시카고 출신의 언더그라운드 래퍼 빅 스펜서(Vic Spencer)는 어느덧 데뷔 5년을 훌쩍 넘겼다. 특히, 그는 주류와 타협을 거부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사운드와 스타일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도전 정신 덕에 범상치 않은 인물로 주목받았는데, 시카고 힙합 씬이 온통 클럽튠에 물들어 있던 때에도 보란 듯이 '90년대 루핑 미학에 기반한 붐뱁(Boom Bap) 앨범 [Walk Away Music]을 내놓았고, 재작년엔 보다 어둡고 사이키델릭한 느낌의 [The Rapping Bastard]를 통해 색다른 매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같이 끝을 알 수 없는 독특한 행보들 때문에 '시카고의 엠에프 둠(MF Doom)'이라고도 불리는 그는 이번 다섯 번째 정규 앨범 [The Cost Of Victory]을 발표하며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전작 [The Rapping Bastard]이나 작년 여름에 공개된 믹스테입 [Spence Ethic]과는 분명히 다른 노선에 있다. 이 두 앨범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느낌과 분위기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전반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보였다면, 이번엔 그 비트는 물론, 래핑 스타일에서도 보다 가지런하고 정제된 모습을 보인다. 전과 달리 즉흥적으로 변주되는 다채로운 신스 음과 왜곡된 보컬 톤의 사용을 극히 자제하고 있으며, 대신 80, 90년대 힙합 씬을 연상시키는 샘플링 작법과 직선적인 래핑으로 일관한다. 언뜻 풍부한 독창성이 빛났던 기존 앨범들과 달리 별 다른 특징과 매력이 없어 보이는 이 정규작의 흥미로운 점은 다소 심심해진 비트 사이로 한층 깊어진 빅 스펜서의 가사와 메시지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앨범 내내 허풍이나 과장, 또는 자극적인 언어에 매달리지 않은 채 그 어느 때보다 진솔하고 진중하게 내면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는 노련한 샘플 운용을 바탕으로 과거의 힙합 사운드를 적극 차용함으로써 새로움에 대한 부담을 떨쳐내는 대신, 랩퍼로서 내실을 다지는 데 더욱 전념하였고 이러한 노력이 앨범 전체에 걸쳐 여실히 드러난다.


호른 소리가 인상적인 첫 트랙 “Deadstock”에서부터 그는 캠론(Cam’ron)을 언급하는 것을 비롯하여 자신이 어릴 적 심취했던 랩 음악을 향한 애정과 그리움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앨범의 방향성을 명확히 밝힌다. 그리고 몇 개의 트랙을 지나 중반부에 다다르면 단연 백미라 할 수 있는 곡 “Relapse”가 등장한다. 앨범의 첫 싱글이기도 한 이 곡에서 빅 스펜서는 그동안의 음악 커리어와 살아온 인생을 회상하며 솔직한 감정과 생각을 밝히는데, 생생한 비유와 절묘한 시적 표현으로 가득 차 있어 문학적인 쾌감을 배가시킨다. 더불어 단지 지난 삶을 되돌아보는 데 만족하기보다는 그것을 반성하는 자세로 재조명하는 태도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 외에도 예전의 찬란한 유산을 무시한 채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시선이 담긴 “Sony Walkman”, 엠씨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되새겨보는 “The Writers”, 탄력적으로 라임을 뱉어내는 묵직한 저음 보이스가 일품인 “Sleep Heart” 등의 곡들 또한, 본인의 인생철학을 곡에 투영하고자 한 의도가 잘 드러나며 앨범에 깊이를 더한다.


비슷한 분위기가 반복되는 탓에 다소 지루함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고, 간혹 피처링한 동료 래퍼들과 어색한 호흡이 감상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The Cost Of Victory]가 빅 스펜서의 재능이 빚은 또 한 장의 탄탄한 결과물임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획기적인 사운드 변화대신 과거로의 회귀, 그리고 내면의 성숙함을 택한 빅 스펜서의 결정이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애쓰던 그가 비로소 그 부담을 덜어내고 만들었다는 점에서 더 인상 깊은 앨범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지준규 모든 리드머 콘텐츠는 사전동의 없이 영리적으로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10 코멘트 등록 릴비ㅣ 릴비ㅣ (2015-02-28 21:16:31 / 110.76.74.***)추천 0 | 비추 0 추천 감사해요 좋으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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