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Vic Mensa - There’s A lot Going On
황두하 작성 | 2016-06-19 18:08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9 | 스크랩스크랩 | 22,205 View
Artist: Vic Mensa
Album: There’s A lot Going On
Released: 2016-06-03
Rating: RRRR
Reviewer: 황두하
같은 세이브머니(SAVEMONEY) 크루의 도니 트럼펫(Donnie Trumpet)과 함께 힙합/소울 밴드 키즈 디즈 데이즈(Kids These Days)의 멤버로 커리어를 시작한 시카고 출신의 랩퍼 빅 멘사(Vic Mensa)는 짧은 커리어 동안 음악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키즈 디즈 데이즈에서 도니 트럼펫의 혼(Horn) 연주를 중심으로 한 밴드 사운드 위에 거친 가사를 쏟아냈던 그는, 2013년 발표한 솔로 믹스테입 [INNANETAPE]에서는 힙합을 베이스로 일렉트로닉, 하우스, 모던 록 등을 결합한 청량한 분위기의 프로덕션으로 메인스트림 힙합과 차별화된 음악을 선보이기도 했다. 비록, 크루 동료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가 같은 해에 발표한 [Acid Rap]만큼의 주목은 받지 못했지만, [INNANETAPE]은 솔로 아티스트로서 그를 대중에게 각인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후 발표한 싱글들은 믹스테입과 전혀 다른 색깔의 음악이었다. 딥 하우스 성격이 강한 “Down On My Luck”, 칸예 웨스트(Kanye West)와 함께한 전형적인 트랩 사운드의 “U Mad”, 자릴 비츠(Jahlil Beats)와 스크릴렉스(Skrillex)가 의기투합한 덥스텝(Dupstep) + 힙합 트랙 “No Chill” 등은 그동안 멘사가 얼마나 다양한 시도를 해왔는지 알 수 있는 곡들이다. 그 사이 칸예 웨스트의 [TLOP] 수록곡 “Wolves”에 참여하고, 제이지(Jay Z)가 이끄는 락 네이션(Roc Nation)과 계약하며 차근차근 체급을 키워왔다. 그리고 이번에 발표한 EP [There’s A lot Going On]은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음악 스타일을 바탕으로 그동안 겪었던 일들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가 담긴 앨범이다.
빅 멘사가 본작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과 구성은 매우 흥미롭다. 워드플레이로 무장한 자기과시와 미래에 대한 포부를 이야기하는 “Dynasty”를 지나, 2014년 경찰에게 16발의 총을 맞고 숨진 소년 라콴 맥도날드(Laquan McDonald)(당시 17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미국 사회 전체의 부조리를 겨냥하는 “16 Shots”에서 폭발시킨 분노는 이어지는 곡들에서 방종(“Danger”, “Liquor Locker”), 부정(“New Bae”), 불안과 우울(“Shades of Blue”) 등으로 번져나간다. 특히, “16 Shots”의 ‘this ain’t conscious rap, this shit ignorant(이건 컨셔스 랩 -의식적인 랩-이 아냐, 이 랩은 무지막지해)’와 같은 가사는 일견 빈스 스테이플스(Vince Staples)가 그의 명작 [Summertime ‘06]에서 보여주었던 정서를 떠오르게 하는데, 이는 그가 느꼈던 분노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실제적인 것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울러 곡 말미에 라콴을 변호했던 변호사가 사건 당시 상황을 증언하는 내레이션의 삽입은 청자 역시 이 사건에 분노하도록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상들과 만남, 메이저 레이블 계약 등등,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일들을 겪으며 느꼈던 불안, 분노와 주변 사람들에게 이기적이었던 자신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마지막 곡 “There’s A lot Going On”은 본작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앞선 곡들을 통해 불안한 감정을 드러낸 빅 멘사는 이 곡에서 안정을 되찾고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기틀을 마련한다. 중간 후렴 없이 스토리텔링 구성을 취한 긴 벌스를 소화해내는 랩은 정돈되지 않은 날 것의 라임과 다채로운 플로우 디자인으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더불어 특별한 장치 없이 하이햇을 강조하고 공간감을 불어넣은 트랩 비트는 이러한 랩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해주었다.
“There’s Alot Going On”을 비롯하여 전곡의 프로듀싱을 맡은 파피 비츠(Papi Beatz)는 분위기의 고저가 확실한 비트로 앨범의 내러티브를 사운드적으로도 구현해주고 있다. 강렬하고 무거운 트랩 사운드의 전반부와 음침한 분위기의 “New Bae”를 기점으로 가볍고 단출한 곡들로 넘어가는 후반부로 이루어진 구성은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급박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신시사이저가 중심을 이루는 “Danger” 같은 곡에서는 너무 직접적인 연출이 다소 촌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준수한 완성도를 보이기 때문에 이는 충분히 상쇄된다.
결과적으로 빅 멘사는 [There’s A lot Going On]을 통해 달라진 음악 스타일에 대한 일부의 우려를 잠식시킨 것은 물론, 정규 앨범으로 가기 위한 튼실한 발판을 마련했다. 비록, 7곡에 불과하지만, 타이 달라 사인(Ty Dolla $ign)이 참여한 “Liquor Locker”를 제외하면 전곡을 혼자 소화하면서 뛰어난 실력의 랩과 캐치한 후렴 메이킹으로 귀를 잡아끌었다는 점 또한 특기할 만하다. 멘사는 그가 갖춘 환경적 요인이 아닌, 아티스트 개인의 출중한 역량을 결과물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황두하
via http://board.rhythmer.net/src/go.php?n=17066&m=view&s=review&c=17&p=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