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Usher - Hard II Love
황두하 작성 | 2016-10-01 00:54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6 | 스크랩스크랩 | 20,715 View
Artist: Usher
Album: Hard II Love
Released: 2016-09-16
Rating: RRR
Reviewer: 황두하
알앤비 슈퍼스타 어셔(Usher)는 2012년 발표한 일곱 번째 정규앨범 [Looking 4 Myself]를 통해 여전히 전 세계 트렌드의 선두에 있는 아티스트임을 증명했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당시 막 유행하기 시작하던 피비알앤비(PBR&B)까지 끌어안으며 흐름에 합류하고 이를 어셔만의 스타일로 승화시킨 것이다. 디플로(Diplo)가 프로듀싱에 참여해 공간감이 느껴지는 사운드 위로 내지르는 팔셰토 창법이 강한 인상을 남긴 “Climax”는 앨범의 성격을 대표하는 하이라이트 트랙이었다.
사운드의 결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로부터 4년 후 발표한 [Hard II Love]도 마찬가지로 그가 트렌드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일단 전작에서 주를 이루던 일렉트로닉의 기운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근래 주류가 되어버린 미니멀한 구성의 트랩 뮤직이 앨범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첫 싱글이었던 “No Limit”은 대표적이다. 베이스가 강조된 808드럼의 트랩 비트 위로 랩을 하듯 빠르게 뱉어내는 보컬은 그가 언제나처럼 트렌드를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흡수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걸맞게 뉴 제너레이션을 대표하는 랩퍼 영 떡(Young Thug)이 게스트로 참여하여 특유의 차진 랩-싱잉 퍼포먼스를 더했다. 베테랑 랩퍼 마스터 피(Mater P)와 그가 이끌었던 `90년대 힙합 레이블 노 리밋 레코즈(No Limit Records), 그리고 대표곡인 “Make ‘Em Say Uhh” 등을 소재로 한 센스 있는 가사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러나 트렌드를 어색하지 않게 소화하는 것에서 그쳤다는 점은 본작의 한계다. 자신만의 색깔을 입혔다기보다 단순히 유행하는 사운드를 어셔의 목소리로 들려준 것인데, 이 때문에 전작의 “Climax과 같은 킬링 트랙은 찾아볼 수 없다. 일례로 대세 프로듀서 메트로 부민(Metro Boomin)이 프로듀싱한 “Make U A Believer”는 그의 트랙에 어셔의 보컬이 얹혔다는 것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고, 퓨쳐(Future)가 참여한 “Rivals” 역시 지나치게 단조로운 구성이 발목을 잡는다.
앨범의 또 다른 절반인 팝 소울 트랙들 역시 일장일단을 갖는다. 다른 악기 없이 일렉 기타 스트로크로 단출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어셔의 보컬이 그 어느 곡보다 강조된 “Hard II Love”, 아련한 피아노 루프와 상승하는 코러스 위로 2012년 스키 사고 탓에 의붓아들을 잃은 슬픔을 노래하는 “Stronger”는 준수한 편이다. 반면, 라디오 플레이를 노린 듯한 업템포 알앤비 트랙 “Crush”는 그의 과거 히트 싱글들보다 힘이 약하고, 앨범 내에서 가장 긴 러닝타임(약 8분)을 자랑하는 전형적인 피비알앤비 트랙 “Tell Me”는 곡 말미에 과장된 신시사이저가 나오기까지 특별한 장치 없이 뻔한 진행으로 일관하여 지루하다.
20년 가까이 활동해오면서 여전히 트렌디함을 잃지 않는 어셔의 감각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어떠한 스타일의 비트 위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기량을 뽐내는 보컬 퍼포먼스 역시 발군이다. 그러나 [Hard II Love]은 항상 팔로워가 아닌 트렌드셰터를 자처했던 어셔에게 기대한 결과물은 아니다. 본작이 그의 긴 커리어에서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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