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령
Snoop Dogg - Stoner's EP
남성훈 작성 | 2012-04-24 13:39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6 | 스크랩스크랩 | 20,651 View
Artist: Snoop Dogg
Album: Stoner's EP
Released: 2012-04-17
Rating: RR+
Reviewer: 남성훈
백전노장 스눕 독(Snoop Dogg)의 [Stoner's EP]를 그의 정규 앨범에 연이어 붙여야 하는지는 사실 좀 헷갈리는 일이다. [Malice N Wonderland](2009)의 보너스였던 EP [More Malice](2010)처럼, [Mac and Devin Go to High School OST](2011)의 비-사이드(B-Side) EP로 취급하기엔 연관성이 부족하고, 준비 중인 앨범 [Reincarnated]의 예고로 생각하기에도 그렇다. 게다가 인터루드(Interlude)인 "It's Gettin' Harder"를 빼면, 절반을 게스트에게 할애한 컴필레이션 성격이 강한 것, 대형 프로듀서와 빅 스타의 부재 등을 고려하면, [Stoner's EP]의 태생적 무게감은 떨어진다.
[Stoner's EP]는 스눕 독이라는 아티스트를 세밀하게 조명했을 때, 그리고 스눕 독 앨범의 현저하게 떨어진 상업성의 측면, 두 가지가 믹스된 결과물로 봐야 할 것 같다. 그는 확실히 나이 들었으며, [Ego Trippin’](2008) 이후, 삶의 모든 것에서 재미와 여유를 찾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인기는 여전하지만, 절반 이상 뚝 떨어진 앨범 판매량 덕분인지 SNS를 적극 활용하고, 유튜브에서 황당한 뉴스(GGN)를 연재하는 등 팬들을 즐겁게 하는 이벤트를 벌이는 것에 적극적인데, 재미와 여유를 찾는 자세가 아니면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윌리엄 왕자의 총각파티를 위해 만들었다면서 너스레를 떨며 공개했던 “Wet”처럼 [Stoner’s EP] 역시 뻔뻔하게 4월 20일 ‘National Weed Day’를 기념하는 앨범임을 표방하고 있다. 어쨌든 컨셉트는 확실하다. 또한, 스눕 독이 론칭한 온라인 유통 레이블(GGOD)의 첫 앨범이기도 하다.
이렇게 기대는 싹 접어놓았지만, 앨범을 여는 첫 세 곡 “1st We Blaze It Up”, “Stoner's Anthem”, “Show You How a Gangsta Do”가 만드는 분위기는 범상치 않다. 조세프 레임버그(Josef Leimberg), 배틀캣(Battlecat)이 선사한 앨범의 목적을 잘 살리는 적당히 끈적이며, 펑키한 질감의 프로덕션과 녹록하지 않은 랩은 [Stoner’s EP]가 보여주어야 할 모습 그대로이다. 그 중 발군은 물론 “Stoner’s Anthem”. 한껏 취한 상태로 웅얼대듯 소울풀(Soulful)한 공간감의 비트를 타는 스눕 독은 딱 절반만 랩을 하고 나머지 2분간 말 그대로 취해 있는데, 상상력을 발휘하거나 함께 취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듣는 이의 기분을 몽롱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매력적인 트랙이다. 문제는 여기까지라는 것이다. 독 파운드(Tha Dogg Pound)의 곡에 스눕 독이 참여한 모양새의 “Make It Hot”은 독 파운드 앨범의 흔한 구색맞추기 트랙 수준으로 모든 것이 들떠 있고, 다른 게스트들의 트랙 역시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스눕 독의 아내 샨테(Shante Brodus)가 운영하는 보스 레이디 엔터테인먼트(Boss Lady Ent.) 소속의 듀오 엔다스트리(Ndastree)는 이-화이트(E-White)를 연상시키지만, 청자를 잡아 끄는 매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닮았다. 스눕 독이 프로듀서 자아인 니가라찌(Nigaracci)로 분해 작업한 “Breath It In”은 긴장감만 살아 있을 뿐 가사에서 드러내는 자신감을 깊이 있게 살리지는 못했고, “Really Wanna Be With You”는 [Ego Trippin’], 혹은 [Malice N Wonderland]에 실리지 못하고 탈락한 레이드-백(Laid-back) 트랙처럼 느껴진다.
온라인으로만 발매된 이 앨범을 온전한 모양새로 소장하고자 하는 팬이 아니라면, 첫 세 트랙과 “Breath It In” 정도만 구매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소소한 이벤트 앨범이라지만, 정규작에서 얻기 어려운 기회를 가지고 밀도 있게 앨범을 꾸미지 않은 것과 기대와 다른 유머의 부재가 굉장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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