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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k Sonic - An Evening With Silk Sonic
장준영 작성 | 2021-11-29 15:07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31 | 스크랩스크랩 | 15,245 View
Artist: Silk Sonic
Album: An Evening With Silk Sonic
Released: 2021-11-12
Rating: RRRR
Reviewer: 장준영
대중음악의 역사를 되짚어볼 때, 솔로 아티스트가 팀으로 활동한 사례는 상당히 많다. 그래서 브루노 마스(Bruno Mars)와 앤더슨 팩(Anderson .Paak)이 실크 소닉(Silk Sonic)을 결성한 소식이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둘의 명성을 생각한다면, 공개될 음악에 기대하게 되는 것이 당연했다. 두 사람의 음악에서 실망스러웠던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명성이 완성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각자의 커리어에서 그저 그런 활동이 될지, 아닐지는 앨범이 공개될 때까지 알 수 없다.
브루노 마스와 앤더슨 팩은 음악적으로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70~80년대 소울, 펑크(Funk), 알앤비를 뿌리로 하는 점이 유사하다. 그중 브루노 마스는 현시대의 메인스트림의 팝, 혹은 알앤비 사운드를 근사하게 녹여내며, 90년대 슬로우 잼과 알앤비 발라드까지 영민하게 껴안는다. 다만, 팝의 문법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구성이나 편곡에서 기발하거나 번뜩이는 순간은 많지 않았다.
앤더슨 팩은 60~70년대 펑크, 디스코, 필리 소울을 재현하면서 90년대 네오 소울과 힙합 소울까지도 포괄한다. 보컬과 랩을 오가며 들려주는 퍼포먼스 역시 강점이다. 그러나 보컬 음역이 상대적으로 좁아 표현에 다소 제약이 있었고, 멜로디와 구성에서 브루노보다 난해하거나 덜 선명하게 느껴지는 점이 아쉬웠다.
그래서 [An Evening With Silk Sonic]은 유독 남다르게 다가온다. 개별 앨범에서 들려준 약점은 서로 보완하고 장점은 더욱 부각하며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도출해냈다. 첫 싱글 “Leave The Door Open”은 앨범과 팀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빈티지한 사운드, 다층으로 쌓아 올린 화음, 보컬과 코러스가 주고받는 구성, 유치하면서도 직관적인 가사까지 70년대 알앤비/소울 바이브를 자아낸다. 70년대 전후의 음악적 요소를 끌어오며 프로덕션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보컬의 파트 구분이 인상적이다. 중저음에서 분위기를 주조하는 것에 능한 앤더슨과 넓은 음역과 폭발적인 가창이 장점인 브루노가 곡을 나눠 불렀다. 앤더슨이 벌스(Verse)에서 유려한 완급조절과 그루브한 보컬로 토대를 쌓으면, 브루노가 시원시원한 고음으로 후렴구를 채운다. 파트와 역할을 구분한 덕분에 서로 다른 보컬 스타일이 한 곡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Fly As Me”와 “777”처럼 곡의 비중이나 역할이 달라지는 트랙에서도 적재적소에 목소리가 배치되어 최적의 결과물이 나왔다.
다른 곡에서도 탁월한 완성도는 이어진다. “Smokin Out The Window”에선 근사한 화음을 쌓은 코러스에 두 보컬이 파트를 주고받으며 감정을 고조시키고, 90년대 슬로우 잼의 느낌을 한껏 살린 "After Last Night"은 썬더캣(Thundercat)의 근사한 베이스라인과 끈적한 붓시 콜린스(Bootsy Collins)의 내레이션이 돋보인다.
“777”에선 팔러먼트 펑카델릭(Parliament-Funkadelic)의 향수를 확인할 수 있다. 앤더슨의 앨범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변칙적인 리듬에 펑키한 기타와 베이스가 만나면서 근사한 70년대 펑크(Funk) 바이브를 자아낸다. 브루노와 함께 프로듀서 디마일(D’Mile)은 레트로라는 음악적 컨셉을 일관되게 적용한다. 내용 면에선 크게 연관성을 찾을 수 없으나, 일관된 프로덕션 덕분에 “Silk Sonic Intro”부터 “Blast Off”까지 유기적으로 느껴진다.
모든 트랙의 멜로디가 수려한 점도 놀랍다. 애절한 알앤비 발라드곡인 “Put On A Smile”이나 경쾌한 디스코 팝 넘버 “Skate”처럼 곡의 분위기와 스타일이 상이한 경우가 상당수다. 하지만 명징하고 캐치한 멜로디가 잇달아 등장하여 귀를 감싼다. 각각을 모두 대표곡으로 밀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프로덕션의 짜임새가 주는 감흥에 환상적인 가창, 무엇보다 매력적인 멜로디가 어우러졌다.
표면적으로만 보자면 실크 소닉은 평소 브루노와 앤더슨이 잘해왔던 걸 함께하는 프로젝트 정도로 보인다. 그러나 [An Evening With Silk Sonic]을 듣는 순간, 관계는 더 끈끈하게 다가온다. 레트로 소울에 대한 탐구는 물론이고 브루노와 앤더슨이 만났기에 발휘되는 시너지가 앨범을 꽉꽉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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