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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외리뷰 ScHoolboy Q – Oxymoron

한국힙합위키

강일권 작성 | 2014-03-03 22:00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0 | 스크랩스크랩 | 32,039 View

Artist: ScHoolboy Q

Album: Oxymoron

Released: 2014-02-25

Rating: RRRR

Reviewer: 강일권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이후, 블랙 히피(Black Hippy)에 대한 주변의 기대치가 몇 배는 상승한 상황에서 첫 번째로 총대를 멘 스쿨보이 큐(ScHoolboy Q)의 메이저 데뷔작이 그의 전작들이 아닌, 켄드릭의 [Good Kid, m.A.A.d City]와 비교 대상에 놓이는 건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 두 작품은 겉모양이나 구성에서 비슷한 일면이 있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감의 프로덕션이라든지 주류에서 잊힌 웨스트코스트 선배 랩퍼를 초빙한 것, 일부 곡에서 드라마의 부각을 위해 이루어진 비트의 변주 등이 그렇다. 무엇보다 서부 갱스터리즘(Gangsterism: 갱과 관련한 일련의 행위들)을 뼈대로 한 갱스터 랩의 혈통을 잇는다는 점에서 결정적이다.


그러므로 청자들이 두 앨범을 비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그 비교가 단지 완성도의 높고 낮음을 따지기 위한 것에만 머무른다면, 본작의 흥미로운 감상은 어려워진다. 첫인상에서 물러 나와 내용물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Oxymoron]은 [Good Kid, m.A.A.d City]와 분명히 다른 감상 포인트를 제공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두 랩퍼는 친구이자 같은 세계를 공유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맡은 역할이 달랐다. 갱 친구는 있었지만, 스스로 갱은 아니었던 켄드릭 라마와 달리 스쿨보이 큐는 실제로 서부의 유명 갱 집단인 크립스(Crips)의 일원이었고, 자연스레 이야기를 풀어가는 화자의 시점부터 세계를 그려내는 방식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고로 스쿨보이 큐는 켄드릭이 [Good Kid, m.A.A.d City]에서 말했던 '갱스터 친구'이자 친구들의 목숨을 앗아간 '적 갱스터'의 일원 중 어느 캐릭터도 될 수 있는 셈이며, 이것은 두 작품을 비교 감상할 때 느낄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렇게 [Good Kid, m.A.A.d City]와 비교는 독이 아닌, 오히려 득으로 작용할 여지도 충분하다.


그럼 비교는 뒤로하고 온전히 [Oxymoron]에만 초점을 맞춰보자. '90년대 갱스터 랩에서 백인 경찰관에 대한 분노를 걷어낸 게 본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앨범은 내용적인 면에서 지극히 전통적인 갱스터 랩의 노선을 따르고 있다. 스쿨보이 큐의 언어는 은유적이기보다 직설에 가깝고, 그만큼 상황과 현장의 묘사는 세부적인 편이다. 무엇보다 그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크립 갱의 일원이 되기까지 일화와 된 이후의 이력을 풀어놓으면서 클럽용 힙합에 가려 이젠 구전동화쯤으로 치부되어오던 살벌한 거리의 이야기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각인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본작의 이야기들은 스쿨보이 큐 특유의 다채롭고 타이트한 플로우를 타고 더욱 강한 생명력을 얻는다. 적어도 90년대 갱스터 랩을 듣고 자란 세대에게라면, 특별할 게 없을 컨텐츠임에도 진부함이 아니라 반가움으로 다가오는 건 스쿨보이 큐의 탁월한 랩 실력과 현장 묘사 덕분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 삼촌과 일화를 중심으로(*필자 주: 할머니는 어린 그가 총을 갖고 놀게 한 장본인이었다) 안 좋은 가치관을 형성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을 회상하는 "Hoover Street", 약물에 중독되는 과정과 딸을 위한 중독 극복기를 두 파트로 나누어 드라마틱하게 구성한 "Prescription/Oxymoron", 갱스터 행위에 대한 묘사와 격한 감정이 둔중하게 떨어지는 비트와 맞물리며, 가슴을 요동치게 하는 "Break The Bank" 등은 그 대표적인 곡들. 메인스트림에서 갱스터 랩의 찬란한 부활을 알렸던 피프티 센트(50 Cent)의 [Get Rich Or Die Tryin']이후, 이렇게 정통파 갱스터 랩 컨텐츠가 넘실대는 앨범은 실로 오랜만이다.


하지만 스쿨보이 큐가 사전에 언급했던 앨범의 큰 그림, '갱스터의 삶'과 '부성애'의 어우러짐은 설득력이 약하다. 그는 살벌한 갱스터 이야기와 함께 딸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약물 중독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는 뜨거운 드라마를 버무리려 했지만, 이것이 효과적으로 부각하는 건 앞서 얘기한 "Prescription/Oxymoron"에서일 뿐, 작품 전반을 아우르지는 못한다. 중간중간 삽입한 딸 조이(Joy)의 음성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도 이때뿐이다. 더불어 갱스터 찬가 "Gangsta"의 성공적인 오프닝 이후, 가사와 프로덕션 스타일에서 라디오, 혹은 클럽 프로모션을 의식한 듯한 세 곡 "Los Awesome", "Collard Greens", "What They Want"가 연달아 이어지는 초반부의 구성도 아쉽다. 이건 곡의 완성도 문제라기보다 배치의 문제인데, 그 탓에 시작과 동시에 다른 길로 빠졌다가 5번 트랙인 "Hoover Street"에 이르러서야 본편이 시작하는 느낌이다.


이런 와중에 거리와 클럽을 동시에 노린 비슷한 성격의 싱글 "Man of the Year"는 음악적 완성도와 배치의 절묘함이 잘 맞아떨어졌을 때 나올 수 있는 감흥의 극치를 선사한다. 일렉트로닉 밴드 크로마틱스(Chromatics)의 2012년 곡 "Cherry"에서 대기를 떠도는 고혹적인 신스를 빌려와 808드럼 위에 얹어 완성한 이 곡은 비록, 가사적으로 무겁고 어두운 앨범의 분위기를 흐트러트리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나 일개 갱스터에서 성공한 랩퍼로 우뚝 서기까지 과정을 담은 앨범의 큰 흐름상 적재적소에 자리하여 킬링 트랙이 되었다. 후렴구 메이킹도 훌륭하다.


[Oxymoron]은 스쿨보이 큐의 호언장담만큼 인상적인 드라마를 선사하진 못한다. 그러나 근래 (언더그라운드에서조차) 듣기 어려운 제대로 된 'Gangsta Shit(*필자 주: 갱들의 생활과 연관된 특정한 것들-차, 총, 약, 돈 등등-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은어)'이 잘 정제되어 담긴 갱스터 랩 앨범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음악적 성취가 (켄드릭 라마가 그랬듯이) 스쿨보이 큐의 재능에서 비롯한다는 점이 중요할 것이다. 그는 이렇게 블랙 히피 동료나 저 옛날 한 가닥 하던 선배들과는 또 다른 방향에서 효과적으로 갱스터 랩 판타지를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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