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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외리뷰 Roddy Ricch - Live Life Fast

한국힙합위키

Roddy Ricch - Live Life Fast

황두하 작성 | 2022-01-12 16:27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7 | 스크랩스크랩 | 5,931 View

Artist: Roddy Ricch

Album: Live Life Fast

Released: 2021-12-17

Rating: RRR

Reviewer: 황두하






로디 리치(Roddy Ricch)의 “The Box”는 2020년 가장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랩/힙합 싱글이다. 2020년 상반기 미국 대중음악 시장을 통틀어 가장 큰 판매량을 올렸고, 무려 11주 동안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기록했다. 또한, 제63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를 포함한 세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싱글이 수록된 데뷔 앨범 [Please Excuse Me for Being Antisocial]는 2020년 BET 어워즈에서 ‘올해의 앨범(Album of the Year)’ 부문을 수상했다. 게다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다베이비(Dababy)의 “Rockstar” 역시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오르면서 그의 이름값이 더욱 올라갔다.


그의 음악 자체가 특별한 건 아니다. “The Box”는 싱잉 랩과 중독적인 후렴구가 어우러진 전형적인 트랩 넘버다. 완성도는 괜찮았지만, 비슷비슷한 트랙들 사이에서 음악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곡은 아니었다. 이러한 문제는 데뷔 앨범 전반에서 드러났다. 싱잉 랩을 주무기로 하는 다른 래퍼들보다 상대적으로 개성이 부족한 톤도 아쉬운 점이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그가 2021년의 끝자락, 소포모어 앨범 [Live Life Fast]를 들고 돌아왔다. 인트로성 트랙 “LLF”에서 그는 내레이션으로 ‘성공 이후 빠르게 흘러가는 삶 속에서 여유를 찾고 싶다.’라고 전한다. 이는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이후 여덟 번째 트랙 “No Way”까지 돈과 옷, 파티로 점철된 ‘빠른 삶’에 대한 예찬이 이어진다. 로디의 싱잉 랩은 줄곧 부드럽게 이어지고, 사우스사이드(Southside), 로니 제이(Ronny J), 위지(Wheezy), 보이 원다(Boi-1da) 등이 참여한 프로덕션은 꽤 준수한 편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 이상의 감흥을 주지는 못한다. 프로덕션이나 퍼포먼스 모두 감탄을 자아내는 구간 없이 무난하게 지나가는 탓이다. 기존 힙합 트랙들의 전형을 따르는 자기과시성 가사와 평범한 톤 역시 발목을 잡는다. 퓨쳐(Future), 코닥 블랙(Kodak Black), 트웬티원 세비지(21 Savage), 테이크오프(Takeoff) 등, 상대적으로 개성이 강한 게스트가 등장할 때마다 하이라이트를 내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No Way”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제이미 폭스(Jamie Foxx)가 ‘삶의 속도를 늦추라.’라는 조언을 한 이후 바로 “Slow It Down”이 이어진다. 앨범을 반으로 나눠 후반부에 ‘느린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전반부와 크게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Slow It Down”, “Bibi’s Interlude”처럼 느린 템포의 곡도 있지만, 둘 다 인터루드성의 짧은 트랙인 탓에 금방 스쳐 지나간다. 대부분 전반부와 비슷하게 메인스트림 힙합 사운드를 차용한 프로덕션과 브래거도시오(Braggadocio) 가사로 점철되어 있다. “Everything You Need”, “More Than a Trend”, “Late at Night” 같은 러브송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비슷하다.


인상적인 트랙은 “Murda One”과 “Everything You Need”다. 전자는 케니 비츠(Kenny Beats)가 드릴(Drill) 사운드를 본인의 방식으로 재구성해 색다른 감흥을 안긴다. 후자는 래칫 리듬이 가미된 웨스트 코스트 스타일의 비트 위로 변칙적인 플로우의 싱잉 랩을 구사한다. 달라진 리듬에 따라 로디의 퍼포먼스도 기존 패턴에서 벗어나면서 분위기를 잠시 환기해준다.


최근 미국 메이저 힙합 씬에서 싱글 단위의 결과물로 상업적 성과를 올린 신예들은 많지만, 완성도 높은 앨범을 발표한 래퍼는 드물다. 그만큼 싱잉 랩과 트랩으로 대표되는 메인스트림 힙합 트렌드만을 좇는 비슷한 스타일의 래퍼들이 범람하고 있다. 로디 리치의 [Live Life Fast]는 이러한 씬의 현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매끈하게 빠졌지만, 기억에 남진 않는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황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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