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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 Sweat$ - The Prelude
김효진 작성 | 2020-08-07 19:14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7 | 스크랩스크랩 | 10,485 View
Artist: Pink Sweat$
Album: The Prelude
Released: 2020-07-17
Rating: RRR
Reviewer: 김효진
클래식에서 전주곡(Prelude)이란 작품이 시작되기 전 도입을 알리는 악곡이다. 정의만 놓고 보면 특정 작품에 꼭 종속해야 할 것 같지만, 전주곡을 독립된 음악으로 본 경우도 있다. 쇼팽이 전주곡만 스물 네 곡을 엮어 발표한 경우가 그렇다. 곡마다 ‘하데스’, ‘빗방울 전주곡’ 같이 개별적으로 이름을 붙여 자립을 강조했다.
핑크 스웨츠(Pink Sweat$)가 발표한 [The Prelude]는 전주곡의 두 가지 의미를 모두 표방한다. 곧 발매될 스튜디오 앨범 [Pink Planet]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이자, [The Prelude] 그 자체로서 내러티브를 가진다.
본작의 가장 큰 특징은 핑크 스웨츠의 새로운 시도다. 그는 음악적 캐릭터가 분명했다. 감미로운 기타 사운드를 기반으로 멜로디를 쌓아 올리는 컨템퍼러리 알앤비 아티스트. 전작 [Volume 1]과 [Volume 2]의 토대가 되는 악기는 기타였다. 그 중 “Honesty”가 대표적이다. 나직한 기타 소리가 만들어 내는 나른한 멜로디, 그 위에 얹어진 핑크 스웨츠의 포근한 목소리는 연인의 달콤한 대화를 그리기에 완벽했다. “Honesty”는 그 시너지를 업고 1억 스트리밍 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본작에서는 기타 사운드를 토대에 두지 않는다. 첫 번째 파트라고 불러도 좋을, 첫 세 곡은 드럼 머신이 멜로디의 중심을 잡는다. 자신이 축조한 길을 순조롭게 따르지 않고 새로운 캐릭터성을 구축하기 위해 도전을 감행한 모습이다. 80년대 팝 사운드를 재해석한 “Give It To Me”와 “Icy”엔 레트로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Not Alright”에는 묵직하고 거친 드럼 사운드가 어두운 무드를 조성한다. 전작에선 보여주지 않은 음악들이다.
두 번째 파트의 시작인 “At My Worst”부터는 전작과 유사한 음악을 구사한다. 전반부에서 드러나지 않은 기타 사운드가 전방에 등장한다. 전작과 비교했을 때 사운드 규모를 한껏 확장한 게 느껴지지만, 음악적 특색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온화하고 다정하다.
가사 또한 마찬가지다. 사랑에 대해 노래한다. ‘When we are ninety-two, the same as seventeen / And I'll never lie to you, 우리가 아흔 두 살이 되더라도 열 일곱의 마음과 같을 거야. 너에게 거짓말 하지 않아.’(“17”)라며 연인에게 달콤한 고백을 전한다. 핑크 스웨츠가 가장 잘하는 게 무엇인지 확고하게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완성도는 준수하다. 그러나 기억에 남는 트랙이 전무하다. 특히, 전반부가 그렇다. 최근 트렌드를 별 다른 해석 없이 따른 탓이다. 요즘 메인스트림 씬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는 ‘레트로’다. 두아 리파(Dua Lipa), 레이디 가가(Lady GaGa), 위켄드(The Weeknd) 등 저명한 아티스트들은 레트로를 제 방식대로 생산하며 열풍을 이었다. 시류를 의식한 듯 핑크 스웨츠 또한 이전에 쓰지 않던 신스 사운드를 활용해 80년대 팝 사운드를 재해석했다. 그러나 성공적이지 못하다. 개성을 뺀 채 단순히 시류를 따랐기 때문이다.
전주곡은 19세기 오페라 작곡가들에 의해 관현악곡(*필자 주: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의 연주를 위한 곡으로, 오페라의 한 요소다.)으로 발전했다. 오페라에서 관현악곡은 작품의 핵심 주제를 던지고 극적 분위기를 귀띔해 관객이 극에 몰두하도록 돕는다. 핑크 스웨츠의 전주곡, [The Prelude]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지 못했다. 앞으로 그가 꾸려갈 음악의 주제가 무엇인지, 혹은 중추가 되는 분위기는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마뜩잖은 전주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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