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국외리뷰 Oh No - OhNoMite

Oh No - OhNoMite

양지훈 작성 | 2012-07-04 23:09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 | 스크랩스크랩 | 19,059 View

Artist: Oh No

Album: OhNoMite

Released: 2012-06-05

Rating: RRR

Reviewer: 양지훈

스톤 스로우(Stones Throw)의 프로듀서 오노(Oh No)는 독특한 솔로 앨범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Dr. No's Oxperiment]에서는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의 음악을 샘플링하는가 하면, 에티오피아의 옛 음악을 활용한 [Dr. No's Ethiopium]를 통해 평단의 호평을 이끌기도 했다. 알케미스트(The Alchemist)와 프로젝트로 인해 잠시 휴지기를 가지던 그의 실험은 올해 들어 다시 불을 지피게 됐다. 이번에는 '75년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xploitation) 필름의 유명 캐릭터 중 하나인 돌로마이트(Dolemite)를 연기한 고인 루디 레이 무어(Rudy Ray Moore)로부터 동기를 얻어, 돌로마이트 사운드트랙을 포함한 '70년대의 훵크(funk) 샘플을 고루 활용하는 앨범을 만들었다. 이름부터 아예 [OhNoMite]로 명명하며, 노골적인 애정과 자신감을 표출한다.

처음 듣는 순간에는 적응 자체가 힘들 정도로 [OhNoMite]는 산만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앨범이다. 스톤 스로우 소속 랩퍼를 포함하여, 무수히 많은 게스트를 동원한 컴필레이션 앨범에 가깝다. 전형적인 백화점식 구성의 앨범인데, 길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는 50분 남짓의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는 이유도 컴필레이션 앨범 같은 구성 때문이다. 무엇보다 조금이라도 더 다양한 소스를 활용하려는 오노의 가상한 노력이 눈에 띈다. 앨범 전반에 걸쳐 단조로운 샘플 활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유별나게 빠른 BPM은 없지만, 드럼 소스부터 다양함을 기반으로 하며, 무수히 많은 퍼커션을 대동하느라 정신이 없다. 물론,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The Guns", "You Don't Know Me"처럼 다양한 소스의 활용이 균형 잡힌 모습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좋은 인상을 주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랩퍼의 참여가 줄을 잇지만, 그 이상의 감동은 느껴지지 않는다. 치노 엑셀(Chino XL), 파이프 독(Phife Dawg), 에릭 셔먼(Erick Sermon) 등 이른바 '노장'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이 한 장의 앨범을 빛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매번 그에 걸맞은 비트가 깔려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프로작 터너(Prozack Turner)의 멋진 랩이 실렸음에도 '요란한 샘플 조합'에 그치고 마는 "Hallucinations"는 그러한 아쉬움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곡이다.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 모르는 기이한 비트 때문에 엠에프 둠(MF Doom)의 참여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Cat Fight"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오노는 다양한 훵크 샘플의 활용을 통한 실력 발휘에 여념이 없지만, 역시 결론은 과유불급이다.

친형 매드립(Madlib)의 그늘에 가려 2인자의 이미지로 성장했음에도 세계 각국의 음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나름대로 탄탄한 로-파이(lo-fi)의 노선을 구축해온 오노였지만, [OhNoMite]가 좋은 기억으로 남을 확률은 희박하다. 앨범을 들을 때마다 머릿속에서 과도한 소스 조합에 혈안이 난 듯한 오노의 스튜디오가 그려지기 때문이다. 앨범 커버에 그려져 있는 게스트 랩퍼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아놓는 경우는 드문데, 그토록 어렵게 준비한 잔칫상을 제대로 꾸미지 못한 점이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via http://board.rhythmer.net/src/go.php?n=10144&m=view&s=review&c=17&p=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