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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disee - The Iceberg

조성민 작성 | 2017-03-16 20:50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11 | 스크랩스크랩 | 19,037 View

Artist: Oddisee

Album: The Iceberg

Released: 2017-02-24

Rating: RRRR

Reviewer: 조성민




유력 인디 힙합 레이블 멜로 뮤직 그룹(Mello Music Group)을 대표하는 프로듀서 겸 랩퍼로 거듭나기 위해 그동안 오디씨(Oddisee)는 정규작을 비롯한 믹스테입과 컴필레이션을 꾸준히 쏟아냈다. 각 작품 사이의 공백이 상당히 짧았던 점을 고려해볼 때 엄청난 창작욕과 성실성이 현재 오디씨의 디스코그래피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작업량도 분명 중요한 부분이지만, 무엇보다 아티스트로서 그가 놀라운 이유는 여태껏 발표한 앨범들이 질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정규 앨범에서는 흔히 좋은 평가를 받는 프로젝트들이 갖춘 요소가 살아있었고, 비트 테잎에서는 프로덕션 능력이 빛을 발했다. 게다가 비교적 최근 작품들이 보인 완성도를 통해 오디씨의 기량이 완전히 만개하고 여물었다는 점이 확실시됐다. 2015년 작인 [The Good Fight]은 현재까지도 그의 음악성을 집대성한 대표작이다. [The Iceberg]는 그 이후 처음 내놓는 정규 앨범이며, 그렇기에 일단 대표작과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컨텐츠 면에서 본작은 전작과 유사하다. 다만 이를 전개하는 과정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The Good Fight]은 인간의 본능을 비롯한 음악 산업의 명과 암을 치밀하고도 장엄하게 채워낸 파노라마 샷이었다. 제3자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끌어갔고, 오디씨의 메시지에 아픔을 느끼거나 치유될 공감의 키가 모두에게 공평히 주어졌다. 그에 반해 [The Iceberg]는 더욱 주체적인 이야기와 사상이 만들어낸 흑백 자화상과도 같다. 본인의 경험담을 재료 삼고 빈틈없는 리리시즘(Lyricism)을 통해 사회의 문제점을 제기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뚜렷한 선과 악이 드러나며, 그런 의미에서 전작에 비해 친절함이 상당 부분 거세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부분에서는 누구보다 평화주의자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 덕에 [The Iceberg]에는 반은 정직하고 반은 예상치 못한 재미가 담겼다.


오디씨는 첫 트랙인 “Digging Deep”에서 모든 문제에 대한 접근법의 오류를 꼬집으면서 앨범의 궁극적인 메시지를 선포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트랙들에서 그가 어떻게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는지를 역순으로 풀어냈다. 절제력을 배울 기회가 없는 하층민의 삶을 묘사함으로써 물질적인 풍요가 몰고 오는 고통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하고, 앨범 후반부의 한 트랙에서는 고차원적인 은유법을 통해 현재 힙합이 취급되는 방식에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런데 오디씨의 내러티브가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은 “Hold It Back”부터 “Like Really”로 이어지는 중반부다.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첫 벌스에 이어 여동생의 예를 들며 남녀간의 임금격차를 제기하는 두 번째 벌스로 이어지는 “Hold It Back”은 기승전결이 명료한 곡이며, “You Grew Up”은 인종적인 갈등과 편견을 다룬 스토리텔링 트랙으로, 현재 미국에서 충분히 벌어질 법한 일들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오디씨의 해석으로 본 사회적 문제들이 유난히 더 와 닿고 아프게 느껴지는 이유는 페이소스를 자극하는 그의 감각적인 글재주가 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첫 트랙과 마지막 트랙에서 설명한 ‘관점의 차이’와 ‘인식의 중요성’을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인종적, 정치적, 성적 갈등에 대입해보면, 결국 어떤 방면으로든 편협함과 무신경함에 사로잡힌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오디씨의 메시지는 통쾌함을 선사했다가도 찝찝한 감정적 여운을 남긴다.


다양한 높낮이의 감정적 전개와 비례하는 것은 프로덕션이다. 사운드는 비슷한 윤곽으로 형성되어 있지만, 더욱 다채로워졌고 생동감 넘친다. 물론, 기본적인 작법은 전과 같다. 시그니쳐인 붐뱁 드럼을 토대로 소울풀한 보컬 샘플과 건반 루프를 복합적으로 쌓아 올려서 조화를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변화를 줬다. 이는 앨범의 포문을 여는 “Digging Deep”에서부터 여실히 드러난다. 펑키한 베이스 멜로디와 드럼의 타격감, 그리고 관악기 사용이 특히 주효했다. “Things” 역시 귀를 잡아끄는 디스코 드랙으로 범상치 않은 감각을 엿볼 수 있으며, “Rights & Wrongs”의 펑키한 비트와 올리비어 세인트 루이스(Olivier St. Louis)의 소울 넘치는 보컬의 조화 역시 큰 시너지로 발휘됐다.


[The Iceberg]는 오디씨에게 거는 기대가 거의 모두 충족된 결과물이다. 그는 아직 젊지만, 사실상 완성 단계에 진입한 아티스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위치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커리어는 충분히 의미 있을 것이다. 발전 가능성을 논하기엔 그가 걸어온 길과 성취한 음악적 결과가 상당한 수준을 넘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기세만을 보았을 때 믿고 듣는 오디씨의 명성이 영원할 것만 같을 정도로 견고한 커리어를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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