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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머국외리뷰 O.C. - Same Moon Same Sun

한국힙합위키

O.C. - Same Moon Same Sun

양지훈 작성 | 2017-03-21 21:06 업데이트 | 추천추천하기 7 | 스크랩스크랩 | 21,137 View

Artist: O.C.

Album: Same Moon Same Sun

Released: 2017-01-30

Rating: RRRR

Reviewer: 양지훈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 힙합 집단 D.I.T.C.가 최근까지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지만, 크루의 이름을 달고 나온 앨범들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이 지배적인 건 안타깝다. 그리고 이따금씩 등장하는 구성원 개인의 앨범도 전성기였던 '90년대보다 대부분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렇게 세월의 흐름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그들도 증명하고 있지만, 예외로 간주해야 할 선수가 한 명 있으니 바로 오씨(O.C.)이다. 프로듀서 아폴로 브라운(Apollo Brown)과 합을 맞췄던 그가 이번에는 다시 D.I.T.C. 진영 프로듀서들과 힘을 모았다.


오씨의 신작 [Same Moon Same Sun]은 무료 다운로드 형식으로 공개했지만, 허투루 만든 앨범이 아니다. 그는 비트 메이커의 기용, 귀에 쏙쏙 박히는 라임, 보컬리스트 선택 등, 다방면에서 여전히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D.I.T.C. 앨범 외에는 활동 이력을 찾기 어려운 프로듀서 모티프 알럼나이(Motif Alumni)를 필두로 쇼비즈(Showbiz), 소울트로닉(Soultronik), 슈퍼 어글리(Supa Ugly) 등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는데, 전반적으로 묵직하거나 몽환적인 사운드라는 통일성을 갖추었다.


빠르지 않은 붐-뱁(Boom-Bap) 스타일의 비트가 주를 이루는데, 묵직한 베이스 라인을 강조하여 긴장감을 고조시키기도 하고("My City"), 때론 건반 사운드로 서정적인 분위기를 유도하면서("SAM") 단조로움을 탈피한다.


또한, 오씨가 오랫동안 호평 받았던 이유 중 하나인 '단순하면서도 중독성 강한 후렴구'는 이번 작품에서도 위세를 떨친다. 싱글 컷 된 "Serious"와 "Waste Not Want"가 그 예이다. 간단하지만 막강한 흡입력의 랩을 기반으로 하는 후렴 메이킹 능력은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더불어 보컬 피처링이 가미한 "Good Man"과 "New Day"에서 들을 수 있는 후렴구도 빛을 발한다.


만약 오씨와 게스트 간에 불꽃 튀는 랩 대결을 바랐던 청자라면, "In the Paint" 외엔 건질 것이 없어 아쉽겠지만, 앨범에는 그러한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을 감상 지점이 많다. 특히,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테러에 관한 견해를 밝힌 "My City"에서 타이트한 라임은 압권이다('Bombs hit Syria wiping out men, women and kids in the area, the bully is America'). 이 곡은 후렴구를 일부러 만들지 않는 구성을 취했는데, 이는 곡의 긴장감을 끝까지 극대화하기 위한 흔적이다.


더불어 간결하면서도 강한 드럼과 몽환적인 사운드의 루프가 절정에 이르는 "DNA"도 놓칠 수 없는 넘버다. 앨범의 대미는 D.I.T.C.의 일원이자 할렘 최고의 재능이었던 빅 엘(Big L)에 대한 추모와 회상으로 장식한다. 오씨는 끝 곡 "Real Life"에서 빅 엘과 보낸 마지막 시간을 생동감 있게 담아 진한 여운을 남긴다.


40분 남짓한 짧은 러닝타임이 아쉬울 만큼 기대감을 충족하는 앨범이다. 앨범 커버처럼 어둡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주를 이루지만, 칙칙하거나 메마른 느낌과는 확실히 다르다. 오씨는 여전히 목소리와 랩 스타일에 어울리는 프로듀서를 택하는 분별력이 있고, 견고한 라임을 만들 줄 아는 선수다. 이처럼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꾸준하게 제 몫을 하는 아티스트는 매우 드물다. 그렇기에 오씨의 이번 행보가 더 가슴을 파고든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양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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